建康 散步/신경 면역학

소금과 신경과학

초암 정만순 2015. 8. 1. 08:20

 

 

소금과 신경과학

 

 

시베리아나 중국 내륙의 깊은 곳에서 방목되고 있는 야크, 순록, 양과 염소들에게 소금을 보여주면 꿀을 핥듯이 정신없이 소금을 핥아먹는 장면을 TV를 통해서 보고는 했었다.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륙의 깊숙한 곳에서는 동물들이 소금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일부러 소금을 먹여주고는 하는 모양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들은 적정량의 소금을 반드시 섭취를 해야 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소금이라는 물질이 없어지게 되면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류도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말을 해놓고 보니 소금만이 우리들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유일한 물질인 것처럼 설명이 된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지구상에는 모든 생명체들을 생존할 수 있게끔 하는 많은 물질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소금은 그 많은 물질들 중의 하나인 셈이다.

그렇다면 소금이 동물들이나 사람들에게 어떠한 존재이기에 그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일까? 소금이 우리들의 생명유지를 위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사람을 대상으로 소금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소금은 우리 몸의 신경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이다. 인체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구성이 되어 있고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가 서로 정보를 소통하여 우리의 몸을 제어하게 된다. 우리가 다리로 걷고 손과 팔로 일을 하는 등의 움직임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가 서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음식을 먹으면 장으로 들어가서 소화를 시켜야 하며 이와 같은 소화과정도 신경계 간의 정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신경계는 우리 몸에서의 의사소통기관이며 의사소통은 신경조직들 간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신경계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정보를 실어다주는 경로가 있어야 하는데 신경세포는 정보를 실어나를 수 있는 경로, 즉 전선과 같은 라인을 가지고 있다.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들에는 없는 특징적인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다. 신경세포의 구조는 일반세포와는 달리 세포체에서 여러 가지의 돌기들이 밖을 향해 뻗어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돌기들은 수상돌기와 축삭돌기로 나누고 수상돌기는 여러 개로서 세포체로부터 나뭇가지처럼 뻗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정보를 수신하는 기능을 한다. 축삭돌기는 하나로 길게 뻗어 있으며 축삭의 끝부분에서는 여러 개의 곁가지를 내기도 한다. 축삭돌기는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에게 송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신경세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경로는 수상돌기와 축삭돌기를 통해서이며, 특히 축삭돌기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데 아주 중요한 경로이며 전선과 같은 것이다.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에게 정보를 보내는 방법은 축삭이라는 선을 통해서 전기신호를 이용한다. 신경세포의 또 다른 특징은 세포 스스로가 전기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전기신호에 정보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어떻게 발생시키는지가 이 글의 주제이다.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물질이 바로 소금인 것이다.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고 하며 'NaCl' 으로 표기한다. 염화나트륨, 즉 소금이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체액에서 녹아 Na+(나트륨이온)과 Cl-(염소이온)으로 나뉘면서 전하를 띄는 이온물질이 된다. 다시 말해서, 소금(NaCl)은 아무런 전하를 가지지 않는 중성물질이나, 몸 안으로 들어가 체액에서 녹게 되면 양전하를 띄는 나트륨이온과 음전하를 띄는 염소이온의 두 개의 이온물질로 쪼개지게 된다. 이렇게 쪼개진 Na+ 은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기신호를 만드는 데 또 하나의 이온물질인 K+ 이 있어야 하는 데 칼륨은 과일이나 야채 등의 식품을 통해서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때 세포막을 경계로 하여 세포 밖은 Na+ 이, 세포 안은 K+ 이 주로 분포하고 있다. 

세포 안에는 양이온인 K+ 이 많이 분포하고 있음에도 음전하를 띄게 되는데, 이것은 세포 안은 음이온의 다른 물질들이 양이온의 K+ 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포 밖은 Cl- 와 Na+ 이 분포하고 있으나 음이온인 Cl- 보다는 양이온인 Na+ 이 더 많으므로 양전하의 상태이다. 이처럼 신경세포는 세포막을 경계로 하여 안쪽 세포막은 음극을, 바깥쪽의 세포막은 양극의 양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 상태를 음양이 분극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신경세포가 세포막을 경계로 음양의 분극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안정막전위'라고 하며 세포 안과 바깥의 전압의 차이로 전압의 경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즉 안정막전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세포 밖의 Na+ 은 세포 안의 음전하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려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포 안으로 이끌리지 못하는 것은 세포막이라는 장애물 때문이다. 만약에 신경세포가 무엇인가에 자극을 받게되면, 즉 자극에 의해 정보를 보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세포막에 있는 Na+ 통로들 모두가 동시에 열리고 열려진 통로로 Na+ 이 세포 안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이 상황에서 음성을 띄고 있던 세포 안은 양이온인 Na+ 의 유입으로 양성을 띄게 된다. 이 현상을 '탈분극'이라고 하며 탈분극이란 세포 안의 음과 세포 밖의 양의 대치 상태가 해제되었다는 말이다.

 

탈분극의 현상은 결국 세포 안으로의 전류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양이온인 Na+ 이 음전하를 띈 세포 안으로 이끌려 들어갈 때 전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Na+ 통로가 열려 Na+ 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면서 이번에는 뒤이어 세포막에 있는 K+ 통로가 열리고  세포 안에 있던 K+ 이 세포 밖으로 유출되기 시작한다. 양이온인 K+ 이 세포 안에 분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세포 안이 음전하를 띄고 있는 것은 음이온인 다른 물질들이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임을 상기하자. 그런데 양이온인 Na+ 의 유입으로 세포 안은 순식간에 음전하에서 양전하로 바뀌게 된다. 이 때 세포 안의 양이온인 K+ 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면 다시 세포 안은 음전하의 상태가 되며, 탈분극의 상태가 다시 세포막을 경계로 음과 양이 대치하는 애초의 분극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현상을 '재분극'이라고 한다. 

Na+ 이 열려진 Na+ 통로로 유입되는 탈분극을 거쳐 세포 안의 K+ 이 빠져나가면서 재분극에 이르는 과정을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라고 하며, 이 활동전위가 바로 신경세포들이 정보를 실어 나르는 전기신호가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활동전위는 신경세포의 막에서 발생하며 신경세포가 어떤 자극을 받게 되면 세포막에서 탈분극과 재분극이라는 과정의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할동전위가 신경세포의 어느 막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면 그 활동전위는 신경세포의 축삭을 따라 전해지게 되는데 이를 '활동전위의 전도현상'이라고 한다. 신경축삭은 신경세포체에서 길게 뻗어있는 돌기인데 이것은 신경세포의 막이 돌기를 따라 연장되어 있는 모양이며, 결국 활동전위는 신경축삭막을 따라 전도되는 것이고 이것이 전기신호의 형태이다. 최초의 신경세포막에서 발생한 활동전위는 신경축삭막을 따라서 순차적으로 탈분극을 일으켜 활동전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이것을 도미노 현상에서 도미노 한 패는 한 개의 활동전위로 생각하고, 도미노의 각 패가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 도미노가 일정한 라인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여겨지듯이 활동전위도 그와 흡사하게 축삭을 따라 축삭말단까지 이르게 된다.

축삭말단은 또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와 시냅스를 이루고 있는데 시냅스란 신경세포들간의 연접구간(synapse cleft)을 말하며 연접구간은 세포들끼리 밀착되어 있는 것이 아닌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서로 떨어진 연접구간에서 시냅스 전 신경세포가 시냅스 후 신경세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을 통해서이다.

활동전위가 시냅스 전 신경세포의 축삭말단까지 도달하게 되면 축삭말단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저장하고 있는 소포가 자극을 받아 축삭말단의 막에 융합하여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 구간으로 방출한다. 그러면 이 전달물질이 시냅스 후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의 수용체를 자극하게 된다. 여기서 탈분극과 재분극의 과정을 통한 활동전위가 일어나고 그 활동전위는 시냅스 후 신경세포의 축삭막을 따라 전도되며 이렇게 전도되는 활동전위에 정보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탈분극이 되어 활동전위를 생성시켰다면 그 신경세포는 반드시 원래의 안정막전위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이 그 다음에 있을 자극으로 인한 활동전위를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탈분극에 의한 활동전위를 발생시킨 후 해당 신경세포는 활동전위를 생성시키기 위해 세포 안으로 유입되었던 Na+ 은 세포 밖으로 나와야 하고, 밖으로 유출되었던 K+ 은 다시 세포 안으로 들어가 세포막을 경계로 음과 양의 대치상태, 즉 음양의 분극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세포 안과 밖의 전압의 농도를 유지시켜주는 장치가 세포막에 존재하는데 이 장치를 'Na+/K+ 펌프'라고 한다. Na+/K+ 펌프는 활동전위가 끝난 신경세포에서 밖으로 유출된 K+ 을 세포 안으로 퍼들이고, 세포 안으로 유입된 Na+ 을 밖으로 퍼내어 안정막전위를 유지시켜 다음에 있을 자극으로 인한 전기신호의 발생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경세포에서 Na+ 과 K+ 이 주축이 되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실제로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과정은 더욱 복잡하고 난해하다. 전기신호에 의한 정보전달에서 Ca2+(칼슘이온)과 Cl-(염소이온)의 역할도 있으나 이것까지 설명하려면 한없이 길어지므로 생략했다. 앞에서 설명한 전기신호의 발생에 어느 하나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 들면, 복어에 들어있는 독은 신견세포막의 Na+ 통로를 차단시켜 전기신호의 발생을 방해한다. 신경세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환자의 몸에 침을 찔러 자극하는 것은 면역력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신경세포는 어떤 자극에 탈분극하게 되며 탈분극의 수준이 활동전위를 일으킬 수 있는 역치에 도달했을 때 신경계가 작동한다. 탈분극 수준이 역치에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면 활동전위는 일어나지 않으며 그러면 신경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침술로 환자의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척수 안의 통증조절장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침으로 자극을 해줘야 한다. TLS 침법은 척수 안의 통증조절장치를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 이상적인 신경과학적 방법이다. 환자의 몸에다 침을 꽂아놓는 단순하고 막연한 침법은 통증조절장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탈분극을 일으킬 수 없다. 그래서 단순한 침법은 만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척수 안의 통증조절장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경혈에 침으로 행침법을 가해야 하는데 이 행침법이 적절해야만 한다. 적절하지 않으면 환자가 무척 고통스러워 하거나 아니면 탈분극을 일으키지 못할 수준이어서 치료효과가 없을 것이다.

TLS 침법은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게 해당경혈에서 활동전위가 발생할 수 있는 역치인 탈분극을 일으키는 효과적인 침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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