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鍼處方/부인계

여성의 불감증

초암 정만순 2015. 7. 30. 15:37

 

여성의 불감증

 

 

 

재야의 침술인 중에 리홍재라는 선생이 있다. 이 선생의 저서 <침경(鍼經)>은 침술에 관한 임상사례를 에피소드식으로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불감증'을 침술로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어떤 여성의 불감증을 치료한 사례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리홍재 선생이 운영하는 '자비원'이라는 침술무료시술소에는 매일 침치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리홍재 선생은 자신에게 침을 배우는 제자들과 함께 낮에는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무료로 침시술을 해주고 야간에는 침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읽었던 '불감증'의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어느 날 40대의 여성이 찾아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중, 차례가 되었는데도 그 여성은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 맨 뒤의 자리로 가서 앉는 것을 선생이 목격하게 된다. 한 시간쯤 지나자 다시 그 여성의 차례가 되었는데 그 여성은 또 뒤로 가버리는 것이다. 침맞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망설이고 있는 행동이려니 하고 리홍재 선생은 생각했다. 결국 그 날의 무료진료는 모두 끝났고, 40대의 여성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그 여성은 그제서야 리홍재 선생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6개월 전 요실금때문에 침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침치료를 받을 당시 침자극이 어찌나 강했는지 그 후로도 짜릿한 자극이 멈추지 않아 많이 당황스러웠다는 말을 실토하게 된다.

이 40대의 여성은 18세 때 자기 남편에게 겁탈을 당한 후, 임신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되었다. 겁탈당했을 때의 충격으로 그녀는 남편과 성관계를 할 때마다 무척 고통스러웠다. 잠자리에서 남편이 다가오면 뱀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다. 수십 년을 남편의 성노리개로 끔찍한 고통을 겪어오다가 그녀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끔찍했던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해방이 된다. 남편이 사망한 이후로 그녀는 어떠한 남성이든 남성과의 접촉을 극구 피하게 된다. 그러다가 요실금을 치료하기 위해 리홍재 선생을 찾아가 침을 맞은 후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징후가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그 이상한 징후란 침을 맞을 때 짜릿한 침감이 성감대를 자극하여 흥분되는 날이 거의 매일 반복이 되는 것이다. 

이상이 리홍재 선생의 책에서 보았던 '불감증'의 요지다.

 

허리가 아프다며 침을 맞으러 온 40대의 여성에게 삼음교, 양능천, 질변, 대장유, 신유 등에 침으로 자입할 때마다 신음소리를 내는데, 그 신음소리가 처음에는 아파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던 한의사는 그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여성들이 성관계를 할 때 내는 신음소리와 흡사했으며 몸까지 비틀더라는 것이다. 침을 맞은 후, 그 여성은 젊은 한의사에게 이런 침은 처음 맞아본다며 온 몸이 짜릿해지고 흥분이 되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며칠 전 어떤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여성은 강한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한의사에게 침을 맞을 때마다 온 몸이 짜릿해지고 흥분이 되어서 침맞는 날은 흥분된 기분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고 하질 않는가? 그래서 나는 그게 싫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그냥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전화한 용건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침을 맞으면 원래 그런거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침박사라기에 어렵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침을 놓아 주는 한의사가 침놓는 솜씨가 아주 대단한 선생인것 같다라고 말해주면서 어느 곳에다 침을 놓더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허리와 엉덩이에 침을 놓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 문제는 나에게 믈어 볼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침을 놓는 한의사 선생에게 침을 어떻게 놓길래 온 몸이 흥분이 되느냐고 물어보라고 말을 하자, 그녀는 그 한의사에게 도저히 창피해서 물어 볼 수도 없고 앞으로는 그 한의사에게 침 맞으러 못갈 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러냐고 내가 되묻자 그녀는 침맞을 때마다 자기가 너무 이상한 소리를 질러서 그 한의사가 눈치를 챈 것 같아 너무 창피스럽다는 것이다. 그녀의 답변에 침을 맞으니까 허리의 통증은 없어졌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허리 아픈 것도 좋아지는 느낌인데,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침찌를 때마다 몸이 흥분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그 느낌이 하루 종일, 어떤 때는 2,3일 지속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성적으로 흥분하는 자극경로가 차이가 있다. 남성들은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서 성적으로 흥분할 수 있고, 여성들은 촉각적인 자극에 의해서 성적인 흥분을 하게 된다. 남성들은 지나가는 섹시한 여성을 보기만 해도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지만, 여성은 남성을 보는 것만으로는 성적인 흥분을 유발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남녀의 몸에는 성감대라는 곳이 있다. 그러나 남성의 몸에는 성감대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여성의 몸에는 특히 예민한 성감대가 있기도 하나, 온 몸이 성감대라고 할 정도로 몸의 여기저기에 분포하고 있다. 여성들은 심지어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성적인 흥분을 유발시킬 수 있다. 여성들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침자극이 어떤 여성들에게는 단순한 통증을 넘어서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효과를 유발시키는 모양이다.

실제로 삼음교나 질변, 음포를 정확하게 자침을 하게 되면 남녀의 모두에게서 짜릿한 촉전감이 성기로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관원에 자침을 하게 되면 강한 자극이 성기로 전달되며 남성이 발기부전일 때 관원을 침으로 몇 번 자극해주면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혈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불감증이 여성들에게는 불행일 수도 있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지는 것을 쾌락이라고 한다. 쾌락은 여러 가지의 계기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운동선수로서의 쾌락, 예술가로서의 쾌락, 장삿꾼으로서의 쾌락, 과학자로서의 쾌락 등의 무수한 종류의 쾌락이 있겠지만, 최고의 쾌락은 성관계를 하면서 오르가슴에 이를 때의 짜릿한 느낌이야말로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것 중에 최고의 쾌락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쾌감 때문에 남녀는 걸핏하면 서로에게 성적인 흥분을 유발시켜 성관계를 가질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성관계에서의 이러한 짜릿한 쾌락이 없다면 누가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겠는가. 인류에게 남녀의 성관계가 없다면 인류의 종은 벌써 끝이 났겠지만 말이다. 불감증이 있는 여성이라면 쾌락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쾌락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며, 신이 내려준 최고의 쾌락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불감증은 강제적인 성폭행으로 인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며, 섹스파트너의 일방적인 성행위로, 또는 질병과 같은 다른 문제로 생겨날 수도 있다. 어떤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불감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떤 이유로 성감대가 둔화되어 있어 불감증일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원래 불감증이었던 여성이 침자극으로 흥분을 느꼈다면, 침자극이 어떤 성적인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던 성감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침의 자극은 어찌되었거나 시상하부를 자극하도록 되어 있다. 시상하부는 뇌 안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총체적인 조절 작용을 하는 중추 기관이다. 즉 시상하부는 우리를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본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사 때가 되면 배고픔을 유발시키게 하여 음식물을 섭취하게끔 한다든가, 갈증을 느끼게 한다든가, 위험한 순간으로부터 피하게 한다든가, 졸음을 유발시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 등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성욕이라는 것도 역시 시상하부가 유발시키는 가장 중요한 생존을 위한 요건이다. 성욕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유기적인 조절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이유로 호르몬이나 신경계의 유기적인 조절체계에 문제가 발생되면 성욕을 느낄 수가 없으며, 이런 문제는 남성들에게는 발기부전, 여성들에게는 불감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불감증은 성욕을 일으키게 하는 본능보다는 시상하부의 상위의 뇌인 대뇌피질의 견제로 생길 수도 있다. 도덕과 윤리를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여성들의 경우 성욕을 일으키는 본능을 대뇌피질이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즉 이성(理性)적인 사유가 본능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또는 아주 나쁜 성관계(강간, 성폭행)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성욕이라는 본능의 자리에 공포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성불감증 환자가 된 것이다.  

 

침의 자극은 본능을 지배하는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그동안 고위 중추의 뇌나 또는 공포나 두려움을 나타나게 하는 또 다른 본능을 다스리는 자율신경계의 지나친 견제로 잠자고 있던 성욕을 깨워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은 촉감에 의해서 성욕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성감대가 잘 발달된 여성들은 남성의 손길만 스쳐도 흥분할 수 있다. 그러나 불감증 여성들은 손으로 만져주는 촉감보다 더 강력한 자극이 가해져야만이 성감대의 수용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면, 침의 자극은 불감증 여성들의 성감대 수용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강한 자극이며, 이렇게 활성화된 성감대의 수용체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활성화되어 성적으로 흥분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침술은 여성들의 불감증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정력쇠퇴나 발기부전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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