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採根譚

菜根譚(채근담) -전집

초암 정만순 2015. 7. 15. 17:02

 

 菜根譚(채근담)

 



 
                          <前集 (001~225) 完譯>
 
著者 : 洪自誠
 
譯者; 李鎭夏
 
 
 
001. 棲守道德者는 寂寞一時하고,
    서수도덕자는 적막일시하고, 
 
    依阿權勢者는 凄凉萬古니라.   
    의아권세자는 처량만고니라.
 
    達人은 觀物外之物하고 思身後之身하나니
    달인은 관물외지물하고 사신후지신하나니
 
    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毋取萬古之凄凉이라.
    영수일시지적막이언정 무취만고지처량이라.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고 몸 뒤의 몸을 생각하느니,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을 겪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함을 하지 말라.
 
002. 涉世淺이면 點染亦淺이요 歷事深이면 機械亦深이라.
    섭세천이면 점염역천이요 역사심이면 기계역심이라.
 
    故로 君子는 輿其練達론 輿其曲謹으론 不若疎狂이니라.
    고로 군자는 여기련달론 여기곡근으론 불약소광이니라.
 
     세상의 경험이 얕으면 더러움에 물드는 것 또한 얕고, 일의 경험이 깊으면 속임수 또한 깊으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능수능란 하기보다는 박하고 우둔한 편이 나으며, 치밀하고 약사빠르기보다는 소홀하고 거친 편이 나으리라.
 
003. 君子之心事는 天靑日白하여 不可使人不知요.
    군자지심사는 천청일백하여 불가사인부지요.
 
 
    君子之才華는 玉珠藏하여 不可使人易知니라.
    군자지재화는 옥온주장하여 불가사인이지니라.
 
     군자의 마음가짐은 하늘이 푸르고 햇빛이 밝은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모르게 해서는 안 되며,
군자의 재화는 구슬이 숨어 있고 진주가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쉬 알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004. 勢利粉華는 不近者爲潔이나 近之而不染者는 爲尤潔이요.
    세리분화는 불근자위결이나 근지이불염자는 위우결이요.
 
    智械機巧는 不知者爲高나 知之而不用者는 爲尤高니라.
    지계기교는 부지자위고나 지지이불용자는 위우고니라.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은,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하느니라.
 
005. 耳中에 常聞逆耳之言하고 心中에
     이중에 상문역이지언하고 심중에
 
    常有拂心之事면 是進德修行的砥石이니
    상유불심지사면재시진덕수행적지석이니
 
    若言言悅耳하고 事事快心이면 便把此生하여 埋在毒中矣니라.
    약언언열이하고 사사쾌심이면 변파차생하여 매재짐독중의니라.
 
   귀 속에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항상 마음에 꺼리는 일이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곧 덕성을 함양시키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되리라.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하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이는 곧 인생을 잡아서 짐독 속에
파묻는 것이 되리라.
 
006. 疾風怒雨엔 禽鳥도 戚戚하고 霽日光風엔 草木도 欣欣하나니
    질풍노우엔 금조도 척척하고 제일광풍엔 초목도 흔흔하나니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요 人心에 不可一日無喜神이니라.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요 인심에 불가일일무희신이니라.
 
사나운 바람, 성난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 밝은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하나니, 볼
지어다, 천지에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아니 되며 인심에는 하루도 기쁜 마름이 없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007. 肥辛甘이 非眞味라 眞味는 只是淡이며 神奇卓異는 非至人이라
    농비신감이 비진미라 진미는 지시담이며 신기탁이는 비지인이라
 
    至人은 只是常이니라.
    지인은 지시상이니라.
 
 무르익은 술과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라 참 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다.
신비하고 기이하여 우뚝하고 이상한 것이 지인이 아니라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天地는 寂然不動이로되 而氣機는 無息少停하며 日月은 晝夜奔馳로되
    천지는 적연부동이로되 이기기는 무식소정하며 일월은 주야분치로되
 
    而貞明은 萬古不易이니라.
    이정명은 만고불역이니라
 
    故로 君子는 閒時에 要有喫緊的心思하며 忙處에 要有悠閒的趣味니라.
    고로 군자는 한시에 요유끽긴적심사하며 망처에 요유유한적취미니라.
 
  천지는 고용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그 기의 활동은 잠시도 정지하지 않으며, 일월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달리지만
그 빛은 만고에 바뀌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다급함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바쁜 경우에도 여유 있는 의취(意趣)가 필요하다.
 
009. 夜深人靜에 獨坐觀心하면 始覺妄窮而眞獨露하나니 每於此中에
    야심인정에 독좌관심하면 시각망궁이진독로하나니 매어차중에
 
    得大機趣니라. 旣覺眞現而妄難逃면 又於此中에 得大이니라.
    득대기취니라. 기각진현이망난도면 우어차중에 득대참뉴이니라.
 
   밤 깊어 사람 소리 고요한 때에 홀로 일어나 앉아 내 마음을 관찰해 보면 비로소 망념(妄念)이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이
홀로 나타남을 깨닫나니, 매양 이 가운데서 큰 진실을 얻게 된다.
이미 진실이 나타남을 느끼면서도 망념에서 도피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도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리라.
 
010. 恩裡에 由來生害하나니 故로 快意時에 須早回頭하고
     은리에 유래생해하나니 고로 쾌의시에 수조회두하고
 
     敗後에 或反成功하나니 故로 拂心處에 莫便放手하다.
     패후에 혹반성공하나니 고로 불심처에 막편방수하다.
 
    은혜로운 속에서 재앙은 싹터 나온다. 그러므로 마음에 만족할 때 모름지기 머리를 돌려야 한다.
실패한 뒤에 혹 도리어 일이 이루어지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문득 손을 놓아 버려서도 안 되리라.
 
011. 藜口腸者는 多氷淸玉潔하고 袞衣玉食者는 甘婢 膝奴顔하나니
    여구현장자는 다빙청옥결하고 곤의옥식자는 감비 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하고 而節從肥甘喪也니라.
    개지이담박명하고 이절종비감상야니라.
 
     명아주로 국 끓여 먹고 비름으로 창자를 채우는 사람 중에는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을 입고 옥 같은 흰쌀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종처럼 굽신거리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대저 지조는 담박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는 비감을 좇음으로써 잃게 되느니라.
 
012. 面前的田地는 要放得寬하여 使人無不平之歎하고
    면전적전지는 요방득관하여 사인무불평지탄하고
 
    身後的惠澤은 要流得久하여 使人有不櫃之思니라.
    신후적혜택은 요류득구하여 사인유불궤지사니라.
 
    살아 있을 때의 심지는 활짝 열어 너그럽게 하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하는 탄식이 없게 하여야 하며,
죽은 뒤의 은혜는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하다는 마음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013. 徑路窄處엔 留一步하여 與人行하고 滋味濃的은
    경로착처엔 유일보하여 여인행하고 자미농적은
 
    減三分하여 讓人嗜하라. 此是涉世의 一極安樂法이니라.
    감삼분하여 양인기하라. 차시섭세의 일극안락법이니라.
 
    오솔길 좁은 곳에서는 한 길을 머물러 서서 남을 지나가게 하고, 기름지고 좋은 음식은 삼 분을 덜어내어서 남에게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의 하나일지니라.
 
014. 作人이 無甚高遠事業이라도 擺脫得俗情이면 便入名流요.
    작인이 무심고원사업이라도 파탈득속정이면 편입명류요.
 
    爲學이 無甚增益工夫라도 減除得物累면 便招聖境이니라.
    위학이 무심증익공부라도 감제득물루면 편초성경이니라.
    
    사람됨이 뛰어나게 높아 원대한 일은 못할지라도 능히 속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곧 명류에 들 것이요,
학문을 닦음에 있어서 뛰어나게 공부를 더 많이 하지는 못할지라도 을이 물욕을 덜어 버릴 수 있다면 이는 곧 성인의 경지를
뛰어 넘으리라.
 
 
015. 交友엔 須帶三分俠氣하고 作人엔 要存一點素心이니라.
    교우엔 수대삼분협기하고 작인엔 요존일점소심이니라.
 
    친구를 사귐에는 모름지기 삼 분의 의협심을 가져야 하며, 사람됨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지니라.
   
 
016. 寵利는 毋居人前하며 德業은 毋落人後하며
    총리는 무거인전하며 덕업은 무락인후하며
 
    受享은 毋踰分外하여 修爲는 毋減分中하라.
    수향은 무유분외하여 수위는 무감분중하라.
 
     은혜와 이익은 다른 사람에게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뒤떨어지지 말라.
받아서 누림은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을 닦는 행위는 분수 안으로 줄이지 말라.
 
 
017. 處世엔 讓一步를 爲高하나니 退步는 卽進步的張本이요
    처세엔 양일보를 위고하나니 퇴보는 즉진보적장본이요
 
    待人엔 寬一分이 是福이니 利人은 實利己的根基니라.
    대인엔 관일분이 시복이니 이인은 실이기적근기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때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이 여기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 곧 한 걸음 나아가는 근본이 된다.
사람을 대함에는 일 분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토대가 되느니라.
 
018. 蓋世功勞라도 當不得一個矜字이오. 彌天罪過라도 當不得一個悔字니라.
    개세공로라도 당부득일개긍자이오. 미천죄과라도 당부득일개회자니라.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일개 긍(矜)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큰 죄도 일개 회(悔)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리라.
 
019. 完名美節은 不宜獨任이니 分些與人이면 可以遠害全身이요.
    완명미절은 불의독임이니 분사여인이면 가이원해전신이요.
 
    辱行汚名은 不宜全推니 引些歸己면 可以光養德이니라.
    욕행오명은 불의전추니 인사귀기면 가이도광양덕이니라.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서 다 차지해서는 안 된다. 조금은 나누어 남에게 주어야 가히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위와 더러운 이름은 온전히 남에게 미루어서는 안 되니 조금은 끌어다 나에게 돌려야 가히 그로써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事事에 留個有餘不盡的意思하면 便造物도 不能忌我하고,
    사사에 유개유여부진적의사하면 편조물도 불능기아하고,
 
    鬼神도 不能損我하나 若業必求滿하고 功必求盈者는
    귀신도 불능손아하나 약업필구만하고 공필구영자는
 
    不生內變이면 必召外憂하나니라.
    불생내변이면 필소외우하나니라.
 
    일마다 조금쯤의 여유를 두어 다하지 못하는 생각을 남겨 둔다면 문득 조물주도 나를 꺼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일마다 반드시 가득 차기를 바라고 공마다 반드시 완전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반드시 밖의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21. 家庭에 有個眞佛하고 日用에 有種眞道니라.
    가정에 유개진불하고 일용에 유종진도니라.
 
    人能誠心和氣하고 愉色婉言하여
    인능성심화기하고 유색완언하여
 
    使父母兄弟間으로 形骸兩釋하고 意氣交流하면
    사부모형제간으로 형해양석하고 의기교류하면
 
    勝於調息觀心萬倍矣니라.
    승어조식관심만배의니라.
 
    집 안에도 한 분의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도 하나의 진정한 도(道)가 있다. 사람이 능히 마음을 성실하게 하고 기운을 부드럽게 하며 얼굴빛을 유쾌하게 하고 말을 완곡하게 하게 부모형제간으로 하여금 한 덩어리가 되게 하고 뜻이 통하게 한다면, 이야말로 숨결을 고르게 하고 마음을 관찰하는 것보다 만 배나 더 나으리라.
 
022. 好動者는 雲電風燈하고 嗜寂者는 死灰槁木이니라.
    호동자는 운전풍등하고 기적자는 사회고목이니라.
 
    須定雲止水中에 有鳶飛魚躍氣象이니 是有道的心體니라.
    수정운지수중에 유연비어약기상이니 재시유도적심체니라.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꺼진 재나 마른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멈추어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 가운데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도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다.
 
023. 攻人之惡에 毋大嚴하라. 要思其堪受니라.
    공인지악에 무대엄하라. 요사기감수니라.
 
    敎人以善에 毋過高라. 當使其可從이나라.
    교인이선에 무과고라. 당사기가종이나라.
 
    남의 악한 것을 공격하되 너무 엄격해서는 안 된다. 중용한 것은 그가 그것을 받아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선으로써 사람을 가르치되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되니, 마땅히 그가 따를 수 있는 것으로 하여야 하느니라. 
 
024. 糞蟲은 至穢나 變爲蟬하여 而飮露於秋風하고 腐草는 無光이나
    분충은 지예나 변위선하여 이음로어추풍하고 부초는 무광이나
 
    化爲螢하여 而耀采於夏月하나니 固知潔常自汚出하고  明每從晦生也니라.
   화위형하여 이요채어하월하나니 고지결상자오출하고  명매종회생야니라.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해서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화해서 개똥벌레가 되어 여름 달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은 것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남은 알 수 있으리라.
 
025. 矜高倨傲는 無非客氣니 降伏得客氣下而後에 正氣伸하고
    긍고거오는 무비객기니 항복득객기하이후에 정기신하고
 
    情欲意識은 盡屬妄心이니 消殺得妄心盡而後에 眞心現이니라.
    정욕의식은 진속망심이니 소쇄득망심진이후에 진심현이니라.
 
    뽐내는 것과 거만한 것은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이 객기를 굴복시켜 물리친 뒤에야 정기가 피어난다. 욕망과 생각은 다 망심에 속하는 것이니 이 망심을 소멸시켜 없앤 뒤에야 진심이 나타나리라.
 
026.  飽後思味,則濃淡之境都消。色後思婬,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능담지경도소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破臨事之癡迷,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사이사후지회오  파림사지치미  즉성도이동무부정
 
      배부른 뒤에 맛을 생각하면 맛의 있고 없음의 구분이 모두 사라지고, 관계한 뒤에 음욕을 생각하면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모두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제나 일이 끝난 뒤에 느끼는 후회와 깨우침을 가지고 일에 임할 때의 어리석음과 미혹을 깨트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즉 본성이 인정되어 행동에 그름이 없게 되리라.
 
027.  居軒冕之中,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높은 지위에 있을 때에도 자연에 묻혀 사는 취미가 없어서는 안 되며, 자연에 묻혀 살고 있을 떼에도 모름지기 국가를 경륜할 뜻을 풀어야 하느니라.
 
028.  處世,不必邀功。無過便是功。
     처세   불필요공  무과변시공
 
      與人,不求感德。無怨便是德。
     여인   불구감덕  무원변시덕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성공만을 바라지 말라. 허물없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남에게 베풀어줌에 있어서 그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덕이로다.
 
029.  憂勤是美德。太苦則無以適性怡情。
     우근시미덕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澹泊是高風。太枯則無以濟人利物。
      담박시고풍  태고즉무이제인이물
 
      근심과 부지런함은 아름다운 덕이긴 하나 수고가 지나치면 본성을 맞추고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한다. 맑고 깨끗한 것은 고상한 기풍이긴 하나 딱딱함이 지나치면 사람을 구제하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가 없느니라.
 
030.  事窮勢蹙之人,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要觀其末路。
     공성행만지사  요관기말로
 
     일이 막히고 세력이 위축된 사람은 마땅히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고 일이 뜻대로 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말로를 살필 수 있어야 하느니라.
 
031.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
     부귀가  의관후  이반기각
 
      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시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
     총명인  의렴장  이반현요
 
      是聰明而愚懵其病矣,如何不敗?
     시총명이우몽기병의  여하불패
 
     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고 후해야 하는데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하면 이것은 부기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거두어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黙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곳에 있어 본 뒤에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처해 본 뒤에야 빛을 향함이 눈부신 줄을 알게 되며, 고요한 것을 간직해 본 뒤에야 움직이기 좋아함이 지나치게 수고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길러 본 뒤에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되리라.
 
0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纔可入聖。  纔(재); 곧. 비로소
     방득도덕인의지심하  재가입성
 
     공명과 부귀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범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034.  利欲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蟊賊。
     이욕미진해심  의견내해심지모적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屛。
     성색미필장도  총명내장도지번병
   
     이욕(利欲)이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아집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벌레이고, 소리와 색깔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총명이 바로 가로막는 울타리이다.
 
 
035.  人情反復,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
     행불거처  수지퇴일보지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
     행득거처  무가양삼분지공
 
     인정은 변하기 쉽고 세상 길은 기구하다. 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갈 수 잇는 곳에서는 힘써 삼 분을 사양하는 공덕을 더해야 하리라.
 
036.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
     대소인  불난어엄  이난어불오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
     대군자  불난어공  이난어유례
   
    소인을 대함에는 엄격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기가 더 어렵고, 군자를 대함에는 공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기가 더 어려우니라.
 
037.  寧守渾噩,而黜聰明,有些正氣還天地。
     영수훈악  이출총명  유사정기환청지
 
      寧謝紛華,而甘澹泊,有個淸名在乾坤。
     영사분화  이감담박  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소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약간의 바른 기운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고,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담함을 달게 여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도록 하라.
 
038.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  즉군마퇴청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  기평  즉외횡불침
 
     악마를 항복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부터 항복 받으라. 마음이 항복하려면 뭇 악마들이 물러나게 된다. 횡포를 제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객기를 제어하라. 객기가 가라앉으면 횡포가 침입하지 못하게 되리라.
 
039.  敎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謹交遊。
     교제자  여양규녀  최요엄출입 근교유
 
      若一接近匪人,是淸淨田中,
     약일접근비인  시청정전중
 
      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
     하일부정종자  변종신난식가화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규중의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히 하고 교제를 삼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번 사람과 접근하게 되면, 이것은 깨끗한 밭에 더러운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기가 어려울 것이니라.
 
 
040.  欲路上事,毋樂其便而姑爲染指。一染指,便深入萬仞。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毋憚其難而稍爲退步。一退步,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욕정에 관계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다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손끝에 물들여서는 안 된다. 일단 물들이게 되면 곧 만 길이나 깊이 빠지게 되리라. 의리에 관계된 일은 그 어려움을 꺼려하여 조금이라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 일단 물러서게 되면 문득 천 산이 가로막힌 듯 멀어지게 되리라. 
 
 
041.  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
     염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  처처개농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事事皆淡。
     염두담자 자대박  대인역박  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艶,亦不宜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  불가태농염  역불의태고적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기에게도 후하고 남에게도 역시 후하여 곳곳마다 모두 두텁게 하고, 마음이 담백한 사람은 자기에게도 박하고 남에게도 역시 박하여 일일이 다 담백하게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상생활의 기호에 있어서 지나치게 농염하거나 지나치게 고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042.  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박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룡
 
      人定勝天,志一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상대가 부를 들고나오면 나는 인을 들고 나가고, 상대가 지위를 들고 나오면 나는 의를 들고 나가니, 군자는 진실로 임금이나 대신들의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고 뜻을 하나로 통합하면 기질도 움직이니, 군자는 또한 조물주의 틀 속에 갇히지도 않느니라.
 
 
043.  立身,不高一步立,如塵裡振衣̖泥中濯足,如何超達?
     입신  불고일보립  여진리진의 이중탁족  여하초달
 
      處世,不退一步處,如飛蛾投燭̖羝羊觸藩,如何安樂?
     처세  불퇴일보처  여비아투촉 저양촉번  여하안락
 
     몸을 세우되 한 걸음 더 높이 세우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초탈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되 한 걸음 물러나 처신하지 않는다면 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의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044.  學者要收拾精神,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
     여수덕이류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咏風雅,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안정심심
 
     학문하는 사람은 오직 정신을 수습하여 한길로 집중해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일의 성공이나 이름 드러내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결코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요, 책을 읽으면서 읊조리는 재미나 풍류에만 감흥을 의탁한다면 결코 깊은 핵심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045.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劊,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金屋茅簷,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전옥모첨  비량지야
 
      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나 유마와 도회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이고 정에 가리워 눈앞에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046.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趨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추욕경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착,  변타위기
 
     덕을 기르고 도를 닦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목석 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만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면 문득 욕심의 땅으로 내달리게 되리라. 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구름이나 물 같은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단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면 문득 위험한 지경으로 떨어지고 말리라.
 
 
047.  吉人無論作用安詳,則夢寐神魂,無非和氣。
     고인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無論行事狼戾,則聲音咲語,渾是殺機。
     흉인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착한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상서로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잘 때의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악한 사람은 하는 일이 사납고 어그러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있느니라.
 
 
048.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 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즉 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장에 병이 들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신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니,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049.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
     복막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으니,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바야흐로 일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화가 됨을 알리라.
 
 
050.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並用。
     처치세, 의방.  처난세, 의원.  처숙계지세, 당방원병용.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대선인, 의관.  대악인, 의엄.  대용중지인, 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원만하여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관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근엄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함과 근엄함을 함께 지녀야 하느니라.
 
 
051.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
      아유공어인, 불가념, 이과즉불가불념
 
      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
     인유은어아, 불가망, 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을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점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서는 안 되나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052.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
     시은자  내불현기  외불현인  즉두속가당만종지혜
 
      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雖百鎰難成一文之功。
     이물자  계기지시  책인지보  수백일난성일문지공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으면, 곧 한 말의 곡식이라도 가히 만(萬) 종(鍾)의 은혜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이익을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품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백일(百鎰)의 큰 돈 일지라도 한 푼의 공로도 이루지 못할 것이니라.
 
 
053.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  유제유부제  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리  유순유불순  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
     이차상관대치  역시일방편법문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갖춘 이도 있고, 못 갖춘 이도 있는데 어찌 나 혼자만 모두 갖추려 하겠는가. 자기의 마음을 보면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도리에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남들은 다 도리에 맞기를 바라겠는가. 이처럼 자기와 남을 견주어 가면서 나를 다스린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054.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
     심지건정  방가독서학고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불연  견일선행  절이제사  문일선언  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시우자구병이재도량의
 
     마음 바탕이 깨끗하여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면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고, 한 가지 착한 말을 들으면 빌려서 자기의 단점을 덮을 것이니, 이 도한 도둑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055.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
     사자  부이부족  하여검자  빈이유여
 
      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眞?
     능자  노이부원  하여졸자  일이전진
 
     사치스러운 사람은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니, 어찌 검소한 사람의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음과 같으랴, 능숙한 사람은 수고하고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성을 보전하는 것과 같으랴.
 
 
056.  讀書,不見聖賢,爲鉛槧傭。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독서,  불견성현, 위연참용.  거관, 불애자민, 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爲口頭禪。立業,不思種德,爲眼前花。
     강학,  불상궁행, 위구두선. 입업, 불사종덕,  위안전화
 
     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이나 베껴 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 같이 사랑하지 못한다면 관을 쓴 도둑이 될 것이며, 학문을 강론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못한다면 口頭禪이 될 것이고,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피었다지는 꽃이 되고 말리라.
   
 
057.  人心有一部眞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有一部眞鼓吹,都被妖歌艶舞湮沒了。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염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纔有個眞受用。재=겨우 재(비로소)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애용.
 
     사람의 마음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굳게 갇혀 있고, 한 가닥의 참된 음악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파묻혀 있구나,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外物을 쓸어내고 직접 본래의 마음을 찾아야 비로소 참다운 누림이 있으리라.
     
 
058.  苦心中,常得悅心之趣。
     고심중.  상득열심지취
 
      得意時,便生失意之悲。
     득의시, 변생실의지비
 
     고심하는 중에 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고, 득의한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나느니라. 
 
 
059.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如甁鉢中花,其根不植,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은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쑥쑥 자라나 번성하고, 공적으로부터 온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아서 문득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만약 권력으로써 얻은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그 마르는 것을 가히 서서 기다릴 수 있으리라.
     
 
060.  春至時和,花尙鋪一段好色,鳥且囀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幸列頭角,復遇溫飽,
     사군자, 행렬두각,  부우온포
 
      不思立好言行好事,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
     불사입호언행호사,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봄이 와서 시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도 또한 몇 마디 고운 소리를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으리라.
 
 
061.  學者要有段兢業的心思,又要有段瀟洒的趣味。
     학자요유단긍업적심사, 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是有秋殺無春生,何以發育萬物
     약일미렴속청고, 시유추살무춘생,  하이발육만물
 
     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일단 조심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되 또한 모름지기 시원스런 것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한 가지로 단속하여 청렴결백하기만 하다면 이는 가을의 살기만 있고 봄의 생기가 없음이니 어찌 만물을 기를 수 있겠는가.
 
 
062.  眞廉,無廉名。立名者,正所以爲貪。
     진렴  무렴명  입명자  정소이위탐
 
      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爲拙。
     대교  무교술  용술자  내소이위졸
 
     진실로 청렴한 것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이름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기교가 없으니,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곧 서툴기 때문이다.
 
 
063.  敧器,以滿覆。撲滿,以空全。
     기기  이만복  박만  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고군자영거무  불거유  영처결  불처완
 
     기기는 가득 차면 엎어지고 박만은 비어 있음으로써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에 살지언정 유에 살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라는 데 있을지언정 완전한 곳에 있지 아니하느니라.
 
 
064.  名根未拔者,縱輕千乘̖甘一瓢,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 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雖澤四海̖利萬世,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 리만세  종위잉기
 
     명리를 탐하는 마음을 뿌리뽑지 못한 사람은 비록 천 승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물을 달게 여길지라도 사실은 세속적인 정에 떨어져 있는 것이요, 객기를 융화시키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은혜를 끼치고 만 대에 이익을 줄지라도 끝내 부질없는 재주에 그치게 될 것이니라.
 
 
065.  心體光明,暗室中,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  유청천
 
      念頭暗昧,白日下,生厲鬼。
     염두암매  백일하  생려귀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밤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대낮에도 악귀가 나타나리라.
 
 
066.  人知名位爲樂,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락,  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人知饑寒爲憂,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위우,  부지불기불한지우위갱심
 
     사람들은 명성과 지위만이 즐거운 것인 줄 알고, 명성도 없고 지위도 없는 것이 진짜 최상의 즐거움인 줄은 모른다. 사람들은 배고프고 추운 것만이 근심인 줄 알고,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는 것이 더욱 심한 근심인 줄은 알지 못한다.
 
     
067.  爲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爲善而急人知,善處卽是惡根。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하면 악한 중에도 오히려 선의 길이 있고, 착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아주기를 서두른다면 선함 속에 곧 악의 뿌리가 있으리라.
     
 
068.  天地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
     천지기함, 불측.  억이신, 신이억
 
      皆是播弄英雄̖顚倒豪傑處。
     개시파롱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居安思危,
     군자지시역래순수, 거안사위,
 
     天亦無所用其伎倆矣。
     천역무소용기기량의
 
     하늘의 기미는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렸다가는 펴고 폈다가는 억누르니 이 모두 영웅을 우롱하고 호걸을 거꾸러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운명이 역(逆)으로 와도 다만 순리로 맞이하며, 편안하게 살 때에 위험을 생각하니 하늘도 또한 그 재주를 부릴 수 없으리라.
       
 
069.  燥性者,火熾,遇物則焚。
     조성자, 화치,  우물즉분
 
      寡恩者,氷淸,逢物必殺。
     과은자, 빙청,  봉물필살
 
      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絶。
     응체고집자, 여사수부목,  생기이절
 
      俱難建功業而延福祉。
     구난건공업이연복지
 
     성질이 급한 사람은 타는 불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버리고, 은덕이 적은 사람은 얼음처럼 차가와 닥치는 것마다 반드시 죽여 버리며, 마음이 막혀 고집스런 사람은 죽은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기가 이미 끊어져 버렸으니 이 모두 공적을 세우고 복을 누리기 어려우니라.
 
 
070.  福不可徼。養喜神,以爲召福之本而已。
     복불가요  양희신,  이위소복지본이이
 
      禍不可避。去殺機,以爲遠禍之方而已。
     화불가피.  거살기, 이위원화지방이이
 
     행복은 마음대로 불러들일 수 없으니 즐거운 마음을 기름으로써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따름이요, 재앙은 마음대로 피할 수 없으니 살벌한 기운을 없앰으로써 재앙을 멀리하는 방도로 삼을 따름이니라.
 
 
071.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騈集。
     십어구중,  미필칭기. 일어부중, 즉건우병집
  
      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訾議叢興。
     십모구성, 미필귀공.  일모불성,  즉자의총흥
 
      君子所以寧黙̖毋躁,寧拙̖毋巧。
     군자소이영묵, 무조, 영출. 무교
 
     열 마디 말 중에 아홉이 맞더라도 신기하다는 칭찬은 없지만 한 마디만 어긋나도 탓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모여들고, 열 가지 계획 중에 아홉가지가 성공하더라도 공이 돌아오지 않지만 한 가지 계획만 실패해도 비난의 소리가 떼지어 일어난다.
     군자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고 차라리 서툰 척할지언정 재주를 부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느니라.
 
 
072.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
     천지지기.  난즉생, 한즉살
 
      故性氣淸冷者,受享亦凉薄。
     고성기청냉자,  수향역량박
 
      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
     유화기열심지인,  기복역후, 기택역장.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자라게 하고 차가우면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정과 기질이 맑고 차가운 사람은 복을  받아 누림도 또한 차고 박하다. 오직 온화한 기질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그 복도 도한 두텁고 근 은택 또한 길리라.
      
 
073.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廣大宏朗。
     천리로상,  심관. 초유심,  흉중변각광대굉랑.
 
      人欲路上,甚窄。纔寄迹,眼前俱是荊棘泥塗。
     인욕로상,  심착  재기적, 안전구시형극니도.
 
     천리의 길은 매우 넓어 조금만 마음을 여기에 두어도 가슴속이 문득 넓고 명랑해짐을 깨닫게 되나, 인욕의 길은 매우 좁아서 조금만 여기에 발을 들여놓아도 눈앞이 모두 가시밭이요 진창이 되고 말리라.
 
 
074.  一苦一樂,相磨練,練極而成福者,其福始久。
     일고일락,  상마련, 연극이성복자,  기복시구.
 
      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眞。
     일의일신,  상참감, 감극이성지자,  기지시진.
 
     하나의 괴로움과 하나의 즐거움을 서로 연마하여 연마 끝에 이룩한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비로소 오래 가고, 하나의 의심과 하나의 믿음을 서로 참작하여 참작 끝에 이룩한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비로소 진실한 것이니라.
 
 
075.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
     심불가불허.  허즉의리래거.
 
      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
     심불가불실.  실즉물욕불입.
 
     마음은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비어 있어야 의리가 와서 산다. 마음은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니 차 있어야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076.  地之穢者,多生物。水之淸者,常無魚。
     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고군자당존함구납오지량,  불가지호결독행지조.
 
     더러운 땅에는 초목이 많이 자라지만 맑은 물에는 언제나 고기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될지니라.
 
 
077.  泛駕之馬,可就驅馳。躍冶之金,終歸型範。
     봉가지마, 가취구치.  약야지금, 종귀형범.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
     지일우유부진, 변종신무개진보.
 
      白沙云,?爲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眞確論也。
     백사운,  위인다병미족수,  일생무병시오우,  진확론야.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이라도 길들이면 부릴 수가 있고 마구 뛰어오르는 쇳물도 마침내 틀 속에 넣을 수 있다. 다만 한결 같이 우유부단하여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곧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니라.
     백사가 말하기를 “사람들에게 병 많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병 없는 것이 나의 근심이다.”라고 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이로다.
 
 
078.  人只一念貪私,
     인지일념탐사,
 
      便銷剛爲柔,塞智爲昏,變恩爲慘,染潔爲汚,
     변초강위유,  색지위혼, 변은위참,  염결위오,
 
      壞了一生人品。故古人以不貪爲寶,所以度越一世。
     괴료일생인품.  고고인이불탐위보, 소이도월일세.
 
     사람이 일단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마음이 생기면, 문득 강한 기운이 꺾여 나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어두워지며 은덕이 변하여 가혹해지고 깨끗함이 물들어 더러워져서 한평생의 인격을 파괴시키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으니 이것이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니라.
 
 
079.  耳目見聞爲外賊,情欲意識爲內賊。
     이목견문위외적,  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爲家人矣。
     지시주인옹,  성성불매, 독좌중당, 적변화위가인의.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적이고 정욕과 의식은 내부의 적이다. 다만 마음의 주인이 맑게 깨어 있어 흐려지지 않고 중당에 홀로 앉아 있는다면 적이 문득 변하여 집안 사람이 되리라.
 
 
080.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
     도미취지공,  불여보이성지업.
 
      悔已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
     회기왕지실, 불여방장래지비.
 
     아직 착수하지 않은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룩한 공을 지키는 것만 못하고, 이미 지나간 허물을 후회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잘못을 막는 것만 못하니라.
 
 
081.  氣象要高曠,而不可疎狂。心思要縝密,而不可瑣屑。
     천기요고광,  이불가소광. 심사요진밀, 이불가쇄설.
 
      趣味要冲淡,而不可偏枯。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
     취미요충담, 이불가편고.  조수요엄명,  이불가격렬
 
     기상은 모름지기 높고 넓어야 하지만 허술하거나 거칠어서는 안 되고, 마음은 모름지기 치밀해야 하지만 자잘해서는 안 되며, 취미는 모름지기 깨끗하고 맑아야 하지만 치우치거나 너무 메말라서는 안 되고, 지조를 지킴은 모름지기 엄하고 밝아야 하지만 과격해서는 안 되느니라.
      
 
082.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고군자,  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다가오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도 따라 비게 되느니라.
 
 
083.  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
     천능유용,  인능선단, 명불상찰, 직불과교.
 
      是謂?蜜餞不甛,海味不醎?,纔是懿德。
     시위밀전불첨,   해미불함,  재시의덕.
 
     청렴하면서도 능히 아량이 있고 어질면서도 능히 결단력이 강하며, 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살피지 않고 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이는 이른바 꿀 바른 음식이 달지 않고 해물이 짜지 않음이니 비로소 아름다운 덕이 되리라.
 
 
084.  貧家淨拂地,貧女淨梳頭,景色雖不艶麗,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열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裁?
     사군자일당궁수료락,  내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안도 깨끗하게 방을 쓸고, 가난한 여인도 깨끗하게 머리를 빗으면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하더라도 기품은 저절로 풍아 하리라.
     선비가 한 번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하였다고 해서 어찌 문득 스스로 포기하고 해이해질 수 있으랴.
 
 
085.  閑中不放過,忙處有受用。
     한중불방과, 망처유수용
 
      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
     정중불락공. 동처우수용
 
      暗中不欺恩,明處有受用。
     암중불기은, 명처유수용.
 
     한가할 때에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에 쓸모가 있고, 고요할 때에 마음을 허공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움직일 때에 쓸모가 있으며, 어두울 때에 숨기지 않으면 밝을 때에 쓸모가 있게 되리라.
 
 
086.  念頭起處,纔覺向欲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
     염두기처,  재각향욕로상거, 변만종리로상래
 
      一起便覺,一覺便轉。
     일기변각, 일가변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 절막경이방과.
 
     생각이 일어나 조금이라도 욕망의 길로 향하는 것이 자각되거든 곧 이성의 길로 따라오도록 잡아당기어라.
     한 번 일어나면 곧 깨달아야 하고 한 번 깨달으면 곧 돌려야하니 이것이 바로 재앙을 돌려 복이 되게 하고 죽음에서 일어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관건이다. 진실로 가볍고 쉽게 흘려버려서는 안 될 것이니라.
 
 
087.  靜中念慮澄徹,見心之眞體。
     정중염려등철,  견불지진체
 
      閑中氣象從容,識心之眞機。
     한중기상종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冲夷,得心之眞味。觀心證道,無如此三者。
     담중의지충이,  득심지진미.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고 투철하면 마음의 참된 본체를 볼 수 있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된 기틀을 알 수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취미가 깨끗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의 참된 맛을 알 수 있으니, 마음을 관찰하고 도를 터득하는 데에는 이 세 가지 만한 것이 없느니라.
 
 
088.  靜中靜非眞靜。動處靜得來,纔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苦中樂得來,纔見以體之眞機。
     낙처락비진락. 고중낙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가운데의 고요함은 진정한 고용함이 아니라,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 이것이 바로 천성의 참다운 경지이다. 즐거운 곳에서의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니, 괴로운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곧 마음의 참다운 기미를 볼 수 있으리라.
 
089.  舍己,毋處其疑。處其疑,卽所舍之志多愧矣。
     사기, 무처기의.  처기의,  즉소사지지다괴이.
 
      施人,毋責其報。責其報,倂所施之心俱非矣。
     시인, 무책기보,  책기보,  병소시지심구비의.
 
     자기를 버리기로 한 곳에는 그 의심을 두지 말라. 의심을 두게 되면 버린 마음에 부끄러움이 많으리라. 남에게 베풀었으면 그 보답을 따지지 말라. 보답을 따지게 되면 베풀어 준 마음까지 함께 그리치게 되리라.
      
 
090.  天薄我以福,吾厚吾德,以迓之。
     천박아이복, 오후오덕, 이아지.
 
      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
     천로아이형, 오일오심, 이보지
 
      天阨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天且我奈何哉?
     천액아이우, 오형오도, 이통지, 천차아내하재?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터이 하여 이를 맞이하며,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이를 보충하고, 하늘이 내 경우를 곤란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다하여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니, 하늘이라도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091.  貞士無心徼福,天卽就無心處牖其衷。
     정사무심요복,  천즉취무심처유기충   
 
      憸人著意避禍,天卽就著意中奪其魄。
     섬인착의피화,  천즉취착의중탈기백
 
      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가견천지귀권최신.  인지지교하익
 
     걷은 선비는 복을 구하는 데 무심하므로 하늘이 그 무심한 곳에 찾아가 속마음을 열어주고, 간사한 사람은 화를 피하는 데 집착하므로 하늘이 그 집착하는 가운데를 찾아가 그 넋을 빼앗으니, 가히 보라, 하늘의 기미와 권세가 가장 신묘함을! 사람의 지혜와 기교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092.  聲妓,晩景從良,一世之臙花無碍。
     성기,  만경종랑, 일세지연화무애.
 
      貞婦,白頭失守,半生之淸苦俱非。
     정부,  백두실수, 반생지정고구비.
 
      語云,?看人只看後半截?,眞名言也。
     어운,  간인지간후반절   진명언야.
 
     기녀일지라도 늘그막에 지아비를 따른다면 한평생의 분냄새가 허물될 것이 없고, 열녀일지라도 머리가 세어서 정조를 잃는다면 반평생의 수절이 모두 허사가 된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에는 다만 그 생의 후반을 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로다.
     
 
093.  平民肯種德施惠,便是無位的公相。
     평민긍종덕시혜,  변시무위적공상.
 
      士夫徒貪權市寵,竟成有爵的乞人。
     사부도탐권시총,  경성유작적걸인.
 
     평범한 백성이라도 즐겨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곧 벼슬 없는 세상이 되고, 사대부라도 헛되이 권세를 탐내고 총애를 판다면 마침내 벼슬 있는 거지가 될 것이니라.
 
 
094.  問祖宗之德澤! 吾身所享者是,當念其積累之難。
     문조종지덕택! 오신소향자시,  당념기적루지난.
 
      問子孫之福祉! 吾身所貽者是,要思其傾覆之易。
     문자손지복지! 오신소이자시, 요사기경복지이.
 
     조상의 은덕이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누리고 있는 바가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생각해야 하리라. 자손들의 행복이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끼쳐 주는 바가 그것이니, 모름지기 그 기울어지기 쉬움을 생각해야 하리라.
     
 
095.  君子而詐善,無異小人之肆惡。
     군자이허선,  무이소인지사악.
 
      君子而改節,不及小人之自新。
     군자이개절, 불급소인지자신.
 
     군자가 선을 위장한다면 소인이 마음대로 악한 것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군자가 절개를 바꾼다면 소인이 스스로 새로워짐만도 못하리라.
 
 
096.  家人有過,不宜暴怒,不宜輕棄。
     가인유과,  불의폭노, 불의경기
 
      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
     차사난언, 차타사은풍지.
 
      今日不悟,俟來日再警之。
     금일불오,  사래왈재경지.
 
      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纔是家庭的型範。
     여춘풍해동, 여화기소빙,  재시가정적형범
 
     집안 사람에 잘못이 있으면 지나치게 화를 내서도 안 되고 가벼이 흘려 버려서도 안 된다. 그 일로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빌어 은근히 빗대어 깨우쳐야 하고,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을 다시 깨우쳐 주어야 하니, 마치 봄바람이 언 것을 풀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하여야 비로소 가정의 규법이 되리라.
 
 
097.  此心常看得圓滿,天下自無缺陷之世界。
     차심상간득원만,  천하자무결함지세계
 
      此心常放得寬平,天下自無險側之人情。
     차심상방득관평,  천하자무험즉지인정
 
     내 마음을 살펴서 언제나 원만함을 얻을 수 있다면 천하는 스스로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고, 내 마음을 언제나 너그럽고 평화롭게 놓아 둘 수 있다면 천하에는 스스로 험악한 인정이 사라질 것이니라.
 
 
098.  澹泊之士必爲濃艶者所疑。檢飭之人多爲放肆者所忌。
     담박지사필위농염자소의.  검칙지인다위방사자소기
 
      君子處此,固不可少變其操履,亦不可太露其鋒芒。
     군자처차, 고불가소변기조리,  역불가태로기봉망.
 
     깨끗하고 욕심 없는 선비는 반드시 지나치게 화려한 자의 의심을 받고 엄격한 사람은 자주 방종한 자의 꺼리는 바 되니, 군자는 이에 처하여 진실로 조금도 그 지조와 행위를 바꾸지 말 것이며 또한 그 날카로움을 너무 드러내지도 말지니라.
  
 
099.  居逆境中,周身皆鍼砭藥石,砥節礪行而不覺。
     거역경중,  주신개침폄약석, 지절려행이불각
 
      處順境內,眼前盡兵刃戈矛,銷膏靡骨而不知。
     처순경내,  안전진병인과모, 소고미골이부지.
 
     역경 가운데 있으면 몸의 둘레가 모두 침이요 약이라 절개와 행실이 갈고 닦아도 깨닫지 못하고, 순경에 처하면 눈앞이 모두 칼과 창이라 기름이
녹고 뼈가 깎여도 알지 못하느니라.
 
 
100.  生長富貴叢中的,嗜欲如猛火,權勢似烈焰。
     생장부귀총중적,  기욕여맹화, 권세사열염
 
      若不帶些淸冷氣味,其火焰不至焚人,必將自爍矣。
     약불대사청랭기미,  기화염부지분인, 필장자삭이
 
     부귀한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은 그 욕심이 사나운 불길 같고 권세는 세찬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운을 띠지 않는다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데 이르지는 않더라도 장차 반드시 자기를 태워 버리게 되리라.
 
 
101.  人心一眞,便霜可飛̖城可隕̖金石可貫。
     인심일진,  변상가비,성거운, 금석가관.
 
      若僞妄之人,形骸徒具,眞宰已亡,
     약위망지인,  형해도구, 진재이망.
 
      對人則面目可憎,獨居則形影自媿。
     대인즉면목가증, 독거즉형영자괴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되면 곧 서리도 내릴 수 있고 성벽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 그러나 거짓되고 망녕된 사람은 형체만 헛되이 갖추었을 뿐, 진정한 주인은 이미 망해 버렸으므로 남을 대하면 면목이 가증스럽고, 혼자 있으면 형체와 그림자가 스스로 부끄러울지니라.
 
 
102.  文章做到極處,無有他奇,只是恰好。
      문장주도극처, 무유타기,  지시흡호.
 
      人品做到極處,無有他異,只是本然。
     인품주도극처, 무유타이,  지시본연.
 
     문장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음이 아니라 다만 알맞을 뿐이고, 인품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이함이 있음이 아니라 다만 본래대로의 모습일 뿐이니라.
 
 
103.  以幻迹言,無論功名富貴,卽肢體亦屬委形。
     이환적언, 무론공명부귀,  즉지체역속위형.
 
      以眞境言,無論父母兄弟,卽萬物皆吾一體。
     이진경언,  무론부모형제, 즉만물개오일체.
 
      人能看得破̖認得眞,
     인능간득파, 인득진.
 
      纔可任天下之負擔,亦可脫世間之韁鎖。
     재가임천하지부담, 역가탈세간지강쇄.
 
     환상적인 것으로 본다면 부귀공명은 물론 내 몸조차 잠시 빌어 가진 것이고, 실제적인 것으로 본다면 부모형제는 물론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로다. 사람이 능히 이것을 간파하고 이것을 체득할 수 있다면 천하의 짐을 가히 질 수 있으며 또한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라.
 
 
104.  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五分便無殃。
     상구지미,  개란장부골지약. 오분변무앙
 
      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五分便無悔。
     쾌심지사, 슬패신상덕지매. 오분변무회
 
     입에 맛있는 음식은 모두 창자를 끓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약이니 반쯤만 먹어야 곧 재앙이 없으며,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일은 모두가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물이니 반쯤에서 그쳐야 곧 후회가 없으리라.
 
 
105.  不責人小過。不發人陰私。不念人舊惡。
     불책인소과.  불발인음사. 불념인구악
 
      三者可以養德,亦可以遠害。
     삼자가이양덕,  역가이원해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날의 잘못을 염두에 두지 말라. 이 세 가지는 가히 그로써 덕을 기르고 또한 가히 그로써 재앙을 멀리할 수 있느니라.
 
106.  士君子持身不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閑鎭定之趣。
     사군자지신불가경. 경즉물능요아. 이무유한진정지취.
 
      用意不可重。重則我爲物泥,而無蕭灑活潑之機。
     용의불가중. 중즉아위물니.  이무소쇄활발지기.
 
     선비는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되니 가벼이 하면 곧 외물이 나를 흔들어 한가롭고 침착한 맛이 없어지느니라. 마음씀은 무겁게 하면 안 되니 무겁게 하면 곧 내가 외물에 빠져 시원하고 활발한 기상이 없어지느니라.
 
107.  天地有萬古,此身不再得。人生只百年,此日最易過。
     천지유만고.  차신부재득.  인생지백년. 차일최이과.
 
      幸生其間者不可不知有生之樂,亦不可不懷虛生之憂。
     행생기간자불가부지유생지락. 역불가불회허생지우.
 
     하늘과 땅은 만고에 존재하되 이 몸은 다시 얻을 수 없고, 인생은 다만 백년 뿐이로되 오늘이 가장 지나가기 쉽도다. 다행히 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생의 즐거움을 몰라서도 안 되고, 또한 헛된 인생의 근심을 품지 않아서도 안 되리라.
  
 
108.  怨因德彰。故使人德我,不若德怨之兩忘。
     원인덕창.  고사인덕아,  부약덕원지량망.  
 
      仇因恩立。故使人知恩,不若恩仇之俱泯。
     구인은립.  고사인지은. 불약은구지구민
 
     원망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니 남들로 하여금 나를 덕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덕과 원망 양쪽을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으며,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느니 남들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은혜와 원수를 모두 없애는 것이 나으리라.
  
 
109.  老來疾病,都是壯時招的。衰後罪孽,都是盛時作的。
     노래질병,  도시장시초적. 시후죄얼, 도시성시작적.
 
      故持盈履滿,君子尤兢兢焉。
     고지영이만, 군자우긍긍언.
 
     늙어서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부른 것이고, 쇠퇴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 흥성할 때에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젊고 흥성할 때에 더욱 조심하느니라.
 
     
110.  市私恩,不如扶公議。結新知,不如敦舊好。
     시사은, 불여부공의.  결신지.  불여돈구호.
 
      立榮名,不如種隱德。尙奇節,不如謹庸行。
     입영명,  불여종은덕. 상기절, 불여근용행.
 
     사사로운 은혜를 파는 것은 공론을 붙드는 것만 못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옛 친구와의 정을 두터이 함만 못하여, 영화로운 이름을 세우는 것은 숨은 은덕을 심는 것만 못하고, 기이한 절개를 숭상하는 것은 평범한 행동을 삼가는 것만 못하다. 
 
 
111.  公平正論,不可犯手。一犯則貽羞萬世。
     공평정론,  불가범수. 일범즉이수만세.
 
      權門私竇,不可著脚。一著則點汚終身。
     권문사두.  불가착각. 일착즉점오종신.
 
     공평한 정론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하니, 한 번 침범하면 곧 만세에 부끄러움을 남기게 되리라. 권세 있는 집안과 사유의 소굴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하니, 한 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곧 평생토록 몸을 더럽히게 되리라.
 
 
112,  曲意而使人喜,不若直躬而使人忌。
     곡의이사인희,  불약직궁이사인기.
 
      無善而致人譽,不若無惡而致人毁。
     무선이교인예, 불약무악이치인훼.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몸을 곧게 하여 남의 마음을 받는 것만 못하고, 선행도 없으면서 남의 기림을 받는 것은 덕행이 없으면서 남의 헐뜯음을 받는 것만 못하니라.     
 
 
113.  處父兄骨肉之變,宜從容不宜激烈。
     처부형골육지변,  의종용불의격렬.
 
      遇朋友交遊之失,宜凱切不宜優游。
     우붕우교유지실, 의개절불의우유.
 
     부모 형제와 같은 골육의 변고를 당하여서는 마땅히 침착하여야 하니 감정이 격해져서는 안 되고, 벗의 잘못된 점을 보면 마땅히 간절하게 충고하여야 하니 주저해서는 안 되느니라.
 
 
114.  小處不滲漏。暗中不欺隱。末路不怠荒。纔是個眞正英雄。
     소처불참루. 암중불기은.  말로불태황. 재시개진정영웅.
 
     작은 일에도 물샐 틈이 없고, 어둠 속에서도 속이지 않으며, 실패하여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하나의 진정한 영웅이라 할 것이니라.
 
 
115.  千金難結一時之歡,一飯竟致終身之感。
     천금난결일시지환, 일반경치종신지감.
 
      蓋愛重反爲仇,薄極翻成喜也。
     개애중반위구,  박극번성희야
 
     천금으로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운가 하면, 한 끼의 밥으로도 마침내 평생의 은혜를 이룰 수 있다. 대개 사랑이 무거우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박함이 지극하면 오히려 기쁨을 이루게 되느니라.
 
 
116.  藏巧於拙。用晦而明。寓淸于濁。以屈爲伸。
     장교어출.  용회이명. 우청우탁.  이굴위신.
 
      眞涉世之一壺,藏身之三窟也。
     진섭세지일호. 장신지삼굴야.
 
     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고 어둠으로써 밝음을 나타내며, 깨끗함을 혼탁함 속에 의탁하고 굽힘으로써 펴는 것은, 진실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항아리요, 몸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세 개의 굴이니라.     
 
 
117.  衰颯的景象,就在盛滿中。發生的機緘,卽在零落內。
     쇠삽적경상, 취재성만중. 발생적기함, 즉재영락내.
 
      故君子居安宜操一心以慮患,處變當堅百忍以圖成。
     고군자거안의조일심이노환,  처변당견백인이도성
 
     쇠퇴하여 쓸쓸한 모습은 곧 번성하고 가득 찬 속에 있으며, 새로이 자라나는 기미는 곧 떨어져 시드는 속에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하게 살 때에 마땅히 일심을 지녀 환란을 염려해야 하며, 변고를 당했을 때 백인을 견지하여 성공을 도모하여야 하느니라.
 
 
118.  驚奇喜異者,無遠大之識。
     경기희이자,  무원대지식.
 
      苦節獨行者,非恒久之操。
     고절독행자,  비항구지조.
 
     신기한 것을 놀라와 하고 이상한 것을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원대한 식견이 없고, 괴롭게 절개를 지키며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지조가 없느니라.
 
 
119.  當怒火慾水正騰沸處,明明知得,又明明犯著。
     당노화욕수정등비처, 명명지득,  우명명범착
 
      知的是誰? 犯的又是誰?
     지적시수  범적우시수
 
      此處能猛然轉念,邪魔便爲眞君矣。
     차처능맹연전념,  사마변위진군의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끓어오르는 때를 당하여, 분명히 이것을 알며, 또한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저지르니, 아는 것은 누구이며 저지르는 것은 누구인가? 이러한 때에 굳세게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악한 마귀도 문득 참된 마음이 될 것이니라.
     
 
120.  毋偏信而爲奸所欺。毋自任而爲氣所使。
     무편신이위간소기,  무자임이위기소사.
 
      毋以己之長而形人之短。毋因己之拙而忌人之能。
     무이기지장이형인지단.  무인기지졸이기인지능.
 
     한쪽 말만 들어서 간사한 사람에게 속지말고, 자기를 믿어서 객기를 부리지 말며, 자신의 장점으로써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고, 자기가 서틀다고 하여 남의 능숙함을 시기하지 말라.
 
 
121.  人之短處,要曲爲彌縫。如暴而揚之,是以短攻短。
     인지단처, 요곡위미봉.  여폭이양지,  시이단공단.
 
      人有頑的,要善爲化誨。如忿而疾之,是以頑濟頑。
     인유완적, 요선위화회. 여분이질지, 시이완제완
 
     다른 사람의 단점은 모름지기 간곡히 덮어 주어야 하니, 만약 이것을 드러내어 알린다면 이는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 되느니라. 다른 사람이 완고한 점이 있으면 모름지기 잘 타일러 깨우쳐야 하니 만약 화를 내어 그를 미워하면 이는 완고함으로써 완고함을 구제하려는 것이 될 뿐이니라.
 
 
122.  遇沈沈不語之士,且莫輸心。
     위침침불어지토,  차막수심.
 
      見悻悻自好之人,應須防口。 
     견행행자호지인, 응수방구.
 
     음침하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거든 아직 본심을 털어놓지 말라.
발끈하여 성을 내는 사람이 잘난 척하거든 마땅히 입을 다물도록 하라.
 
 
123.  念頭昏散處,要知提醒。念頭喫緊時,要知放下。
     염두혼산처,  요지제성. 염두끽긴시, 요지방하.
 
      不然,恐去昏昏之病,又來憧憧之擾矣。
     불연, 공거혼혼지병,  우래동동지우의.
 
     마음이 혼미하고 산란할 때에는 다잡아 깨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된 때에는 모름지기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미한 병은 없애더라도 다시 조바심하는 괴로움이 찾아올 것이다.
 
 
124.   霽日靑天,倏變爲迅雷震電。疾風怒雨,倏變爲朗月晴空。
      제일청천, 숙변위신뢰진전. 질풍노우, 숙변위랑월청공.
 
      氣機何常? 一毫凝滯。太虛何常? 一毫障塞。
     기기하상  일호응체. 태허하상  일호장색
 
      人心之體,亦當如是。
      인심지체, 역당여시
 
     개인 날 푸른 하늘도 갑자기 변하여 우레가 울리고 번개가 치며, 세찬 바람 성난 비도 갑자기 변하여 밝은 달 맑은 하늘이 되나니, 천기의 작용이 어찌 한결 같을 수 있겠는가. 털끝만큼의 걸림 때문이다. 하늘이 어찌 한결 같을 수 있겠는가. 털끝만큼의 막힘 때문이니, 사람의 마음의 본체도 또한 이와 꼭 같음이로다.
 
 
125.  勝私制欲之功,
     승사제욕지공
 
      有曰識不早,力不易者。有曰識得破,忍不過者。
     유왈식부조, 역부이자.  유왈식득파, 인불과자.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力是一把斬魔的慧劍。
     개식시일과조마적명주, 역시일파참마적혜검
 
      兩不可少也。
     양불가소야.
 
     사정(私情)을 이기고 욕심을 누르는 일에 대하여 어떤 이는 ‘일찍 알지 않으면 억제하는 힘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하고, 어떤 이는 ‘알아서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참는 힘이 모자란다’고 한다. 대개 안다는 것은 악마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고, 억제하는 힘은 악마를 베어 죽이는 한 자루의 지혜로운 칼이니 이 두 가지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126.  覺人之詐,不形於言。受人之侮,不動於色。
     각인지사, 불형어언.  수인지모,  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亦有無窮受用。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이 속이는 줄 알면서도 말로 나타내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받을지라도 얼굴빛에 나타내지 않으면, 이 가운데에 무궁한 의미가 있으며 또한 무궁한 효용이 있으리라.
 
 
127.  橫逆困窮,是煆煉豪傑的一副鑪錘。
     횡역곤궁,  시하련호걸적일부로추.
 
      能受其煆煉,則身心交益。不受其煆煉,則身心交損。
     능수기하련,  즉심신교익. 불수기하련,  즉심신교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하나의 용광로와 망치이다. 능히 그 단련을 받아들인다면 곧 심신에 다 유익하겠고, 그 단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심신에 모두 손해가 되리라.
 
128.  吾身,一小天地也。
     오신, 일소천지야.
 
      使喜怒不愆,好惡有則,便是燮理的功夫。
     사희로불건, 호오유칙,  변시섭리적공부.
 
      天地,一大父母也。
     천지, 일대부모야.
 
      使民無怨咨,物無氛疹,亦是敦睦的氣象。
     사민무원자, 물무분진, 역시돈목적기상
 
     나의 몸은 하나의 작은 천적이다. 기뻐함과 성냄으로 하여금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고, 좋아함과 싫어함으로 하여금 법도가 있게 한다면 곧 내 몸의 조화를 다스리는 공부가 된다.
 천지는 하나의 큰 부모이다.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없게 하고 만물로 하여금 병이 없게 한다면 이 또한 화목하게 하는 기상이 될 것이다.
 
 
129.  害人之心,不可有。防人之心,不可無。此戒疎於慮也。
     해인지심,  불가유. 방인지심,  불가무. 차계소어려야.
 
      寧受人之欺,毋逆人之詐。此警傷於察也。
     영수인지기, 무역인지사.  차경상어찰야.
 
      二語並存,精明而渾厚矣。
     이어병존,  정명이혼후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남의 침해를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고 한 것은 생각에 소홀함이 있을까 경계한 것이요.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남이 속일 것이라고 마루어 짐작하지는 말라’고 한 것은 지나치게 살펴 손상을 입게 될까 경계한 말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아울러 지닌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덕이 두터워 지리라.
 
130.  毋因群疑而阻獨見。毋任己意而廢人言。
     무인군의이조독견,  무임기의이폐인언.
 
      毋私小惠而傷大體。毋借公論而快私情。
     무사소혜이상대체.  무차공론이쾌사정.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 작은 은혜를 사사로이 베풀어 대체를 상하지도 말며 공론을 빌어 사사로운 감정을 해결하지도 말라.
 
 
131.  善人未能急親,不宜預揚,恐來讒讚之奸。
     선인미능급친,  불의예양, 공래참찬지간.
 
      惡人未能輕去,不宜先發,恐招媒蘖之禍。
     악인미능경거,  불의선발, 공초매얼지화.
 
     착한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없으면 미리 그를 칭찬하지 말라. 참소하여 이간질하는 간악한 사람이 있을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쉽게 물리칠 수 없으면 미리 말을 내지도 말라. 뜻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려우니라.    
 
 
132.  靑天白日的節義,自暗室屋漏中培來。
     청천백일적절의,  자암실옥루중배래.
 
      旋乾轉坤的經綸,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륜,  자림심이박처조출.
 
     청천백일과 같이 빛나는 절의는 어두운 방, 컴컴한 구석에서 길러지는 것이고, 천지를 뒤흔드는 경륜은 깊은 연못가에 서듯이, 살얼음을 밟듯이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133.  父慈子孝,兄友弟恭,終做到極處,俱是合當如此。
     부자자효,  형우제공,  종주도극처, 구시합당여차.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착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恩,便是路人,便成市道矣。
     여시자임덕,  수자회은, 변시로인, 변성시도의.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하고 아우가 공손한 것이 비록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이는 모두 당연히 그처럼 해야 하는 것이니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으로 볼 것이 아니다. 만약 베푸는 자가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자가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과 같으니 문득 장사꾼의 도가 되어 버리리라.
 
 
134.  有姸,必有醜爲之對。我不誇姸,誰能醜我?
     유연,  필유추위지대. 아불과연,  수능추아
 
      有潔,必有汚爲之仇。我不好潔,誰能汚我?
     유결, 필유오위지구,  아불호결,  수능오아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대비가 되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능히 나를 추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 대비가 되니,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가 능히 나를 더럽다고 할 수 있겠는가.
 
 
135.  炎凉之態,富貴更甚於貧賤。妬忌之心,骨肉尤狠於外人。
     염량지태, 부귀경심어빈천.  투기지심, 골육유한어외인.
 
      此處,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鮮不日坐煩惱障中矣。
     차청,  약부당이랭장, 어이평기,  선불일좌번뇌장중의.
 
     더웠다 써늘했다 하는 태도의 변화는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더욱 심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은 육친이 남보다 더욱 사납다. 이러한 처지에서 만약 냉정한 마음으로 감당하고 평온한 기운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하루도 번뇌 속에 앉아 있지 않은 날이 드물게 되리라.
 
 
136.  功過,不容少混。混則人懷惰墮之心。
     공과,  불용소혼. 혼즉인회타타지심.
 
      恩仇,不可太明。明則人起携貳之志。
     은구, 불가태명.  명즉인기휴이지지.
 
     공과 허물은 조금도 혼동하지 말아야 하니, 혼동하게 되면 곧 사람들은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은혜와 원수는 지나치게 밝혀서는 안 되니, 지나치게 밝히면 이반(離反)할 마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137.  爵位,不宜太盛。太盛則危。
     작위,  불의태성. 태성즉위.
 
      能事,不宜盡畢。盡畢則衰。
     능사, 불의진필.  진필즉쇠.
 
      行誼,不宜過高。過高則謗興而毁來。
     행의,  불의과고. 과고즉방흥이훼래.
 
     벼슬은 지나치게 성해서는 안되니, 지나치게 성하면 곧 위태롭다. 능한 일은 힘을 너무 다 쓰지 말아야 하니, 지나치게 소비하면 곧 쇠퇴한다. 행실은 너무 고상해서는 안 되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헐뜯음이 다가오리라.
 
 
138.  惡忌陰。善忌陽。
     악기음.  선기양.
 
      故惡之顯者禍淺,而隱者禍深。
     고악지현자화천,  이은자화심.
 
      善之顯者功小,而隱者功大。
     선지현자공소, 이은자공대.
 
     악은 그늘을 꺼리고 선은 햇볕을 꺼린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적고 숨은 악은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이 적고 숨은 선은 공이 클지니라.
 
 
139.  德者,才之主。才者,德之奴。
     덕자, 재지주.  재자  적지노.
 
      有才無德,如家無主而奴用事矣,幾何不魍魎而猖狂?
     유재무덕,  여가무주이노용사의, 기하불망량이창광?
 
     덕성은 재주의 주인이고, 재주는 덕성의 종이니, 재주가 있으면서 덕성이 없다면 이는 마치 집안에 주인이 없고 종이 일을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과 같으니라. 어찌 도깨비가 마구 날뛰지 않겠는가?
 
 
140.  鋤奸杜倖,要放他一條去路。
     서간두행, 요방타일조거로.
 
      若使之一無所容,譬如塞鼠穴者,一切去路,
     약사지일무소용, 비여색서혈자, 일체거로.
 
      都塞盡,則一切好物,俱咬破矣。
     도색진, 즉일체호물, 구교파의.
 
     간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막음에 있어 모름지기 그들에게 한 가닥 도망갈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만약 그들로 하여금 도망갈 곳이 없게 한다면 이는 비유컨대 쥐구멍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 도망갈 길이 다 막혀 버리면 곧 모든 좋은 물건을 다 물어뜯고 말리라.
 
 
141.  當與人同過,不當與人同功。同功則相忌。
     당여인동과,  부당여인동공. 동공즉상기. 
 
      可與人共患難,不可與人共安樂。安樂則相仇。
     가여인공환난,  불가여인공안락. 안락즉상구.
 
마땅히 허물은 남과 함께 해야 하지만 공은 남과 함께 하지 말라. 공을 함께 하면 곧 서로 시기하게 되리라. 가히 환난은 남과 함께 해야 하지만 안락은 남과 함께 누리지 말라. 안락을 남과 함께 하면 곧 서로 원수처럼 되리라.
 
 
142.  士君子,貧不能濟物者,
     사군자, 빈불능제물자.
 
      遇人痴迷處,出一言提醒之,遇人急難處,出一言解救之,
     우인치미처,  출일언제성지. 우인급난처,  출일언해구지.
 
      亦是無量功德。
     역시무량공덕.
 
     군자로서 가난하여 물질 남을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남이 어리석어 미혹한 지경에 빠져 있을 때 한 마디 말로 그를 이끌어 깨우쳐 주고, 남이 위급한 지경에 빠져 있을 때 한 마디 말로 그를 구제해 주어야 하니, 이 또한 무량한 공덕이니라.
 
 
143.  饑則附,飽則颺,燠則趨,寒則棄,人情通患也。
     기즉부,  포즉양, 욱즉추, 한즉기,  인정통환야.
 
     굶주리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달려오고 추워지면 버리는 것. 이것이 인정의 공통된 병폐로다.
 
 
144.  君子宜淨拭冷眼,愼勿輕動剛腸。
     군자의정식랭안,  신물경동강장.
 
     군자는 마땅히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아두고, 삼가 굳은 의지를 가벼이 움직이지 말지니라.
 
 
145.  德隨量進,量由識長。
     덕수량진,  양유식장.
 
      故欲厚其德,不可不弘其量。欲弘其量,不可不大其識。
     고욕후기덕, 불가불홍기량.  욕홍기량,  불가부대기식.
 
     덕은 도량을 따라서 발전하고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자라난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터이 하고자 한다면 그 도량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그 도량을 넓히고자 한다면 그 식견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146.  一燈螢然,萬籟無聲。此吾人初入宴寂時也。
     일등형연,  만뢰무성. 차오인초입연적시야.
 
      曉夢初醒,群動未起。此吾人初出混沌處也。
     효몽초성.  군동미기. 차오인초출혼돈처야.
 
      乘此而一念廻光,炯然返照,
     승차이일념회광,  형연반조.
 
      始知耳目口鼻皆桎梏,而情欲嗜好悉機械矣。
     시여이목구비개질곡,  이정욕기호슬기계의.
 
     외로운 등불 반딧불처럼 가물거리고 만상의 소리 고요해지면 이는 우리들이 비로소 편안히 잠들 때이다. 새벽 꿈에서 막 깨어나매 뭇 군상의 움직임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는 우리들이 비로소 혼돈해야 빠져나올 때이다.
 이때를 타서 한마음으로 빛을 돌려 밝게 비추어 보면 비로소 이목구비가 다 질곡이요, 정욕과 기호가 마음을 타락시키는 기계임을 알 수 있으리라.   
 
147.  反己者,觸事皆成藥石。尤人者,動念卽是戈矛。
     반기자,  촉사개성약석. 우인자,  동념즉시과모.
 
      一以闢衆善之路,一以濬諸惡之源,相去霄壤矣。
     일이벽중선지로,  일이준제악지원, 상거소양의.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부딪치는 일마다 모두 약이 될 것이요,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생각이 모두 창칼이 될 것이다. 하나는 그로써 모든 선의 길을 열고 하나는 그로써 모든 악의 근원을 파거니와, 서로의 거리가 하늘과 땅 사이로다.
 
 
148.  事業文章,隨身銷毁,而精神萬古如新。
     사업문장,  수신소훼, 이정신만고여신.
 
      功名富貴,逐世轉移,而氣節千載一日。
     공명부귀, 축세전이,  이기절천재일일.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문장은 몸과 더불어 사라지지만 정신은 영원토록 새로울지라. 공명과 부귀는 시대를 따라서 바뀌지만 절개는 천년이 하루와 같으니, 군자는 진실로 마땅히 저것으로써 이것을 바꾸지 말아야 하리라.
 
 
149.  魚網之設,鴻則罹其中。螳螂之貪,雀又乘其後。
     어망지설  홍즉리기중.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裡藏機,變外生變。智巧,何足恃哉?
     기리장기,  변외생변, 지교,  하족시재?
 
     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는 수도 있고, 사마귀가 먹이를 탐내는 곳에 참새가 또한 그 뒤를 엿보기도 한다. 계략 속에 계략이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다시 변고가 일어나니, 지혜와 솜씨를 어찌 족히 믿을 수 있으랴.
 
150.  作人,無點眞懇念頭,便成個花子,事事皆虛。
     작인,  무점진간념두, 변성개화자, 사사개허. 
 
      涉世,無段圓活機趣,便是個木人,處處有碍。
     섭세,  무단원활기취, 변시개목인,  처처유애.
 
     사람됨에 한 점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이는 일개 허수아비일지니 하는 일마다 모두 헛될 것이요, 세상을 살아감에 약간의 원만하고 활발한 기상이 없다면 이는 곧 한 개의 나무인형일지니 가는 곳마다 다 막힘이 있으리라.
 
 
151.  水不波則自定,鑑不翳則自明。
     수불파즉자정,  감불예즉자명.
 
      故心無可淸,去其混之者而淸自現。
     고심무가청,  거기혼지자이청자현.
 
      樂不必尋,去其苦之者而樂自存。
     낙부필심,  거기고지자이락자존.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려지지 않으면 저절로 맑다. 그러므로 마음을 맑게 하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니 그 호된 것을 없애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요, 즐거움을 찾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니 그 괴로움을 없애면 즐거움은 저절로 있게 되리라.
 
 
152.  有一念而犯鬼神之禁,
     유일념이범귀신지금.
 
      一言而傷天地之和,
     일언이상천지지화,
 
      一事而釀子孫之禍,最宜切戒。
     일사이양자손지화, 최의절계.
 
     하나의 생각으로도 귀신의 금기를 범하고 한 마디 말로도 천지의 조화를 해치며 한 가지 일로도 자손의 재앙을 빚을 수 있으니, 마땅히 가장 간절히 경계할지니라.
 
 
153.  事有急之不白者,寬之或自明,毋躁急以速其忿。
     사유금지불백자,  관지혹자명, 무조급이속기분.
 
      人有操之不從者,縱之或自化,毋操切以益其頑。
     인유조지부종자,  종지혹자화, 무조절이익기완.
 
     일에는 급하게 서둘면 드러나지 않다가도 너그럽게 하면 혹 저절로 명백해지는 것이 있으니, 조급하게 서둘러서 그 분노를 초래하지 말라. 사람에는 부리려고 하면 따르지 않다가도 그냥 놓아두면 혹 스스로 감화되는 사람이 있으니, 너무 심하게 부려서 그 완고함을 더하지 말라.
 
 
154.  節義傲靑雲,文章高白雲,
     절의오청운,  문장고백운.
 
      若不以德性陶鎔之,終爲血氣之私̖技能之末。
     약불이덕성도용지, 종위혈기지사, 기능지말.
 
     절의가 청운을 내려다볼 만하고 문장이 백설보다 높을지라도, 만약 덕성으로써 이를 도야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사사로운 말단의 되고 말리라.
 
 
155.  謝事,當謝於正盛之時。
     사사,  당사어정성지시.
 
      居身,宜居於獨後之地。
     거신, 의거어독후지지.
 
     일에서 물러서려거든 마땅히 그 전성기에 물러서야 하고, 몸을 두려거든 마땅히 홀로 뒤떨어진 곳에 두어야 하느니라.
 
 
156.  謹德,須謹於至微之事。
     근덕,  수근어지미지사.
 
      施恩,務施於不報之人。
     시은, 무시어불보지인.
 
     덕을 삼가 함에는  모름지기 아주 작은 일에 삼가 할 것이요, 은혜를 베풀려거든 보답하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라.
 
 
157.  交市人,不如友山翁。
     교시인,  부지우산옹.
 
      謁朱門,不如親白屋。
     알주문,  불여친백옥.
 
      聽街談巷語,不如聞樵歌牧詠。
     청가담항어,  불여문초가목영.
 
      談今人失德過擧,不如述古人嘉言懿行。
     담금인길덕과거,  불여술고인가언의행.
 
     시정(市井)의 사람과 사귀는 것은 산촌의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 권문세가의 대문에 배알하는 것은 오막살이와 친함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이나 목동의 노래를 들음만 못하고, 지금 사람의 실덕과 허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니라.
 
 
158.  德者,事業之基。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
     덕자,  사업지기. 미유기불고이동우견구자.
 
     덕은 사업의 기초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고서도 그 집이 오래 견딘 일은 이제까지 없었느니라.
 
 
159.  心者,後裔之根。未有根不植而枝葉榮茂者。
     심자,  후예지근. 미유근불식이지엽영무자.
 
     마음이란 후손들의 뿌리이니, 뿌리가 뽑히고도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느니라.
 
 
160.  前人云,?抛却自家無盡藏,沿門持鉢效貧兒?。
     전인운,   포각자가무진장, 연문지발효빈아.
 
      又云,?暴富貧兒休說夢,誰家竈裡火無烟?。
     우운,   폭부빈아휴설몽, 유가조리화무연.
 
      一箴自味所有。一箴自誇所有。可爲學問切戒。
     일잠자매소유.  일잠자과소유. 가위학문절계.
 
     옛사람이 이르기를 “자기 집의 무한한 재산을 버려 두고, 밥그릇 들고 이 집 저 집 거지 흉내낸다.”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벼락부자가 된 가난한 사람아, 꿈 이야기하지 말라. 뉘 집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 나지 않으랴!”고 하였다.
 
 하나는 스스로 가진 것에 어두움을 경계한 것이고, 하나는 가진 것을 자랑삼음을 경계한 것이니, 학문의 간절한 훈계로 삼아야 하리라.
 
 
161.  道是一重公衆物事,當隨人而接引。
     도시일중공중물사,  당수인이접인.
 
      學是一個尋常家飯,當隨事而警惕。
     학시일개심상가반,  당수사이경척.
 
     도는 하나의 공중의 것이니 마땅히 사람마다 이끌어 접하게 하여야 하고, 학문은 하나의 날마다 먹는 밥과 같으니 마땅히 깨우쳐 삼가야 할지니라.
 
 
162.  信人者,人未必盡誠。己則獨誠矣。
     신인자,  인미필진성. 기즉독성의.
 
      疑人者,人未必皆詐。己則先詐矣。
     의인자, 인미필개사.  기즉선사의.
 
     남을 믿는 것은 남이 반드시 다 성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은 성실하기 때문이요, 남을 의심하는 것은 남이 반드시 다 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163.  念頭寬厚的,如春風煦育,萬物遭之而生。
     염두관후적,  여춘풍후육, 만물조지이생.
 
      念頭忌刻的,如朔雪陰凝,萬物遭之而死。
     염두기각적,  여삭설음응, 만물조지이사.
 
     생각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은 봄바람이 따뜻하게 길러줌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살아나고, 생각이 편협하고 각박한 사람은 겨울 눈보라가 음산하여 얼어붙게 함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죽느니라.
 
 
164.  爲善,不見其益,如草裡東瓜,自應暗長。
     위선, 불현기익,  여초리동과, 자응암장.
 
      爲惡,不見其損,如庭前春雪,當必潛消。
     위악, 불현기손,  여정전춘설,  당필잠소.
 
     착한 일을 하여도 그 이익은 보이지 않지만 풀 속의 동아와 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고, 악한 일을 하여도 그 손해는 보이지 않지만 뜰 앞의 봄눈과 같아서 반드시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사라지리라.
 
    * 후절; 자신의 행복과 자신의 모까지도 망치게 된다는 뜻
 
 
165.  遇故舊之交,意氣要愈新。
     우고구지교,  의기요유신.
 
      處隱微之事,心迹宜愈顯。
     처은미지사, 심적의유현.
 
      待衰朽之人,恩禮當愈隆。
     대쇠후지인,  은례당유륭
 
     옛 친구를 만나면 뜻을 모름지기 더욱 새롭게 하여, 비밀스런 일을 당하면 마음자취를 마땅히 더욱 드러내야 하고, 쇠퇴한 사람을 대하면 은혜와 예우를 더욱 높일지니라.
 
 
166.  勤者,敏於德義,而世人借勤而濟其貧。
     근자, 매어덕의,  이세인차근이제기빈.
 
      儉者,淡於貨利,而世人假儉以飾其吝。
     검자, 담어화리,  이세인가검이식기린
 
      君子持身之符,反爲小人營私之具矣,惜哉。
     군자지신지부,  반위소인영사지구의, 석재.
 
     부지런함이 도덕과 의리에 민첩한 것을 말함인데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함을 빌어 그 가난함을 구제하는구나. 검소함이란 재물과 이익에 담백한 것을 말함인데 세상 사람들은 검소함을 빌어 그 인색함을 꾸미는구나.
 군자가 몸을 닦는 것은 방법이 도리어 소인이 사욕을 도모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니, 애석한 일이로다.
 
 
167.  憑意興作爲者,隨作則隨止,豈是不退之輪?
     빙의흥작위자,  수작즉수지, 기시불퇴지륜?
 
      從情識解悟者,有悟則有迷,終非常明之燈。
     종정식해오자,  유오직유미, 종비상명지등.
 
     즉흥적인 생각으로 시작하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그치게되니 어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수레바퀴라 하랴. 감정과 의식에 따라 깨달은 것 또한 깨닫자마자 곧 혼미하게 되니 끝내는 영원히 밝은 등불이 되지 못하리라.
 
 
168.  人之過誤,宜恕,而在己則不可恕。
     인지과오,  의서,  이재기즉불가서.
 
      己之困辱,當忍,而在人則不可忍。
     기기곤욕, 당인,  이재인즉불가인.
 
     남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 주어야 하나 자신의 잘못은 용서하지 말라. 자신의 곤란은 마땅히 참아야 하나 남의 곤란은 참아서는 안 될지니라.
 
 
169.  能脫俗,便是奇。作意尙奇者,不爲奇而爲異。
     능탈속,  변시기. 작의상기자.  불위기이위이.
 
      不合汚,便是淸。絶俗求淸者,不爲淸而爲激。
     불합오, 변시청.  절속구청자, 불위청이위격.
 
     능히 속됨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 곧 기인이니 뜻을 지어 기행을 숭상하는 자는 기인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일뿐이다.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면 이 곧 청렴한 사람이니 세속을 끊고 청렴을 구하는 자는 청렴한 것이 아니라 과격한 사람일뿐이다.
 
 
170.  恩宜自淡而濃。先濃後淡者,人忘其惠。
     은의자담이농, 선농후담자, 인망기혜.
 
      威宜自嚴而寬。先寬後嚴者,人怨其酷。
     위의자엄이관. 선관후엄자,  인원기혹.
 
     은혜는 마땅히 엷은 데서부터 짙게 하여야 하니, 먼저 진하게 하고 뒤에 엷게 하면 사람들은 그 은혜를 잊느니라. 위엄은 마땅히 엄한 데서부터 너그럽게 하여야 하니, 먼저 너그럽고 뒤에 엄하게 하면 사람들은 그 혹독함을 원망하느니라.
 
 
171.  心虛則性現。不息心而求見性,如撥波覓月。
     심허즉성현,  불식심이구견성, 여발파멱월.
 
      意淨則心淸。不了意而求明心,如索鏡增塵。
     의쟁즉심청. 불료의이구명심,  여색경증진.
 
     마음이 비어야 본성이 나타나니, 마음을 편안히 하지 않고 본성 보기를 구한다면 이는 마치 물결을 헤치면서 달을 찾는 것과 같으리라. 뜻이 깨끗하여야 마음이 맑아지리니, 뜻을 환하게 하지 않고 마음 밝아지기를 구한다면 이는 마치 거울의 맑음을 찾으면서 먼지를 더하는 것과 같으리라.
 
 
172.  我貴而人奉之,奉此峨冠大帶也。
     아귀이인봉지,  봉차아관대대야
 
      我賤而人侮之,侮此布衣草履也。
     아천이인모지, 모차포의초리야.
 
      然則原非奉我,我胡爲喜? 原非侮我,我胡爲怒?
     연즉원비봉아, 아호위희?  원비모아, 아호위노?
 
     내가 귀할 때 남들이 나를 받드는 것은 이 높은 관과 큰 허리띠를 받드는 것이고, 내가 천할 때 남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런즉 본래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기뻐할 것이며, 본래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성을 내랴!
    
 
173.  爲鼠常留飯,憐蛾不點燈。
     위서상류반, 연아부점등.
 
      古人此等念頭,是吾人一點生生之機。
     고인차등념두, 시오인일점생생지기.
 
      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
     무차, 변소위 토목형해 이이.
 
     ‘쥐를 위하여 언제나 밥을 남겨두고 부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옛사람의 이 같은 생각이야말로 우리 인생이 나고 자라는 한 점의 작용이로다. 이것이 없다면 이른바 흙이나 나무로 된 형체일 따름이리라.
 
 
174.  心體,便是天體。
     심체, 변시천체.
 
      一念之喜,景星慶雲。一念之怒,震雷暴雨。
     일념지희, 경성경운, 일념지노,  진뢰폭우.
 
      一念之慈,和風甘露。一念之嚴,烈日秋霜。
     일념지자, 화풍감로.  일념지엄, 열일추상.
 
      何者少得? 只要隨起隨滅,廓然無碍,便與太虛同體。
     하자소득? 지요수기수멸, 확연무애, 변여태허동체.
 
     마음의 본체는 곧 하늘의 본체와 같다. 하나의 기쁜 생각은 빛나는 별이며 상서로운 구름이요, 하나의 노여운 생각은 진동하는 우레며 쏟아지는 비요, 하나의 자비로운 생각은 따뜻한 바람이며 달콤한 이슬이요, 하나의 엄한 생각은 뜨거운 햇빛이며 가을 서릿발이니, 그 어느 것인들 없어서 되는 것이랴. 다만 모름지기 때에 다라 일어나고 때에 따라 없어져서 훤하게 막힘이 없어야만, 문득 태허와 더불어 동체가 되리라.
 
 
175.  無事時,心易昏冥,宜寂寂而照以惺惺。
     무사시, 심이혼명, 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心易奔逸,宜惺惺而主以寂寂。
     유사시, 심이분일,  의성성이주이적적.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하면서도 깨어 있는 지혜로써 비추어야 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흩어지기 쉬우니 마땅히 깨어 있는 지혜 가운데에 고요함으로써 주인을 삼아야 할지니라.
 
 
176.  議事者,身在事外,宜悉利害之情。
     의사자, 신재사외,  의싱이해지정.
 
      任事者,身居事中,當忘利害之慮。
     임사자,  신거사중,  당망이해지려.
 
     일을 논의하는 사람은 몸을 일의 밖에 두어 마땅히 이해의 실정을 다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몸을 일의 가운데에 두어 마땅히 이해에 대한 생각을 잊어 버려야 하느니라.
 
 
177.  士君子處權門要路,操履要嚴明,心氣要和易。
     사군자처권문요로, 조리요엄명, 심기요화이.
 
      毋少隨而近腥羶之黨,亦毋過激而犯蜂蠆之毒。
      무소수이근성전지당, 역무과격이범봉채지독.
 
     군자가 권세 있는 중요한 지위에 처하게 되면 모름지기 품행을 엄명하게 하고 마음을 온화하게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비린내나는 무리를 가까이하지 말 것이며 또한 과격하여 사악한 무리의 독침을 건드리지도 말지니라.
 
 
178.  標節義者,必以節義受謗。榜道學者,常因道學招尤。
     표절의자, 필이절의수방.  방도학자, 상인도학초우.
 
      故君子不近惡事,亦不立善名。
     고군자불근악사, 역불립선명.
 
      只渾然和氣,纔是居身之珍。
     지혼연화기, 재시거신지진.
 
     절의를 내세우는 사람은 반드시 절의 때문에 비난을 당하고, 도학을 내세우는 사람은 언제나 도학으로 인해 원망을 불러들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쁜 일을 가까이하지도 않지만 또한 좋은 평판을 내세우지도 않으니, 다만 혼연한 화기만이 몸을 보전하는 보배일 뿐이니라.    
 
 
179.  遇欺詐的人,以誠心感動之,
     우기사적인, 이성심감동지,
 
      遇暴戾的人,以和氣薰蒸之,
     우폭려적인, 이화기훈증지,
 
      遇傾邪私曲的人,以名義氣節激勵之,
     우경사사곡적인, 이명의기절격려지,
 
      天下無不入我陶冶中矣。
     천하무불입아도야중의
 
     속이는 사람을 만나면 정성스런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켜야 하고, 난폭한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기운으로 그를 감화시켜야 하며, 사악함에 기울어져 사욕만 탐하는 사람을 만나면 명분과 의리와 기개와 절조로 그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도 천하에 나의 가르침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자는 업ㅅ으리라.
 
 
180.  一念慈祥,可以醞釀兩間和氣。
     일념자상, 가이온양량간화기.
 
      寸心潔白,可以昭垂百代淸芬。
     촌심결백, 가이소수백대청분.
 
     하나의 조그마한 자비심이 천지간에 온화한 기운을 빗어내며, 조그마한 마음의 결백이 맑고 꽃다운 이름을 백대에 환히 드리우리라.
 
 
181.  陰謀怪習̖異行奇能,俱是涉世的禍胎。
     음모괴습, 이행기능, 구시섭세적화태.
 
      只一個庸德庸行,便可以完混沌而召平和。
     지일개용덕용행, 변가이완혼돈이소평화.
     음흉한 계략, 괴이한 습관, 이상한 행동, 기이한 능력 등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재앙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평범한 덕성과 평범한 행실만이 가히 온전히 하여 화평을 부를 수 있느니라.
 
 
182.  語云,?登山耐側路,踏雪耐危橋?,一耐字極有意味。
     어운  등산내측로,  답설내위교,  일내자극유의미.
 
      如傾險之人情̖坎坷之世道,
     여경험지인정, 감가지세도
 
      若不得一耐字撑持過去,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약부득일내자탱지과거, 기하불타입진망갱참재?
 
     옛말에 이르기를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을 때는 위험한 다리를 견뎌라’고 하였으니 이 ‘견딜 내자’에 무한한 의미가 들어 있다.
  만약 기울고 험악한 인정과 험난한 세상길에서 이 ‘내자’ 하나를 얻어 의지하여 지나가지 못한다면, 어찌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으랴. 
 
 
183.  誇逞功業,炫耀文章,皆是靠外物做人。
     과정공업, 현요문장,  개시고외물주인.
 
      不知心體瑩然,本來不失,
     부지심체형연, 본래불실.
 
      卽無寸功隻字,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
     즉무촌공척자, 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
 
     공업을 뽐내고 문장을 자랑함은 그가 외물에 의지하여 이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니라. 마음의 본체가 밝아서 그 본래적 모습을 잃지만 않는다면, 비록 한 치의 공적이 없고 한 글자의 문장이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 정정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184.  忙裡,要偸閒,須先向閒時討個杷柄。
      망리, 요루한,   수선향한시토개파병
 
      鬧中,要取靜,須先從靜處立個主宰。
      요중,  요취정,  수선종정처립개주재
 
      不然,未有不因境而遷̖隨事而靡者。
     불연,  미유불인경이천,수사이미자.
 
     바쁜 속에서도 한가한 틈을 내려면 모름지기 먼저 한가한 때를 향해 하나의 자루를 잡아 두라.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조용함을 취하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조용할 때를 좇아 하나의 주체를 세워 두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움직이고 일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느니라.
 
 
185.  不昧己心。不盡人情。不竭物力。
     불매기심,  부진인정. 불갈물력.
 
      三者可以爲天地立心,爲生民立命,爲子孫造福。
     삼자가이위천지입심,  위생민입명, 위자손조복.
 
     자기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말고, 남의 정을 다하지 말며, 물건의 힘을 다 쓰지 말라, 이 세 가지는 가히 그로써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비우고,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세우며, 자신을 위하여 복을 만드는 길이니라. 
 
 
186.  居官,有二語,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
     거관, 유이어,  왈유공즉생명, 유렴즉생위.
 
      居家,有二語,曰惟恕則情平,惟儉則用足。
     거가, 유이어, 왈유서즉정평, 유검즉용족.
 
     관직에 있음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오직 공정하면 밝음이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것이요. 집안을 다스림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오직 용서하면 정분이 공평해 지고, 오직 검소하면 비용이 넉넉해진다’는 것이니라.
 
 
187.  處富貴之地,要知貧賤的痛癢。
     처부귀지지,  요지빈천적통양.
 
      當少壯之時,須念衰老的辛酸。
     당소장지시,  수념쇠로적신산.
 
     부기한 처지에 있을 때에 마땅히 빈천함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젊을 때에 모름지기 노쇠함의 괴로움을 생각해야 할지니라.
 
 
188.  持身,不可太皎潔。一切汚辱坵穢,要茹納得。
     지신,  불가태교결, 일체오욕구예, 요여납득.
 
      與人,不可太分明。一切善惡賢愚,要包容得。
     여인, 불가태분명. 일체선악현우, 요포용득.
 
     몸가짐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하지 말라. 모든 더러움과 욕됨을 마땅히 다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느니라. 남과 사귐에 지나치게 분명하게 하지 말라. 모든 선함 사람과 악한 사람,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마땅히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느니라.
 
 
189.  休與小人仇讐,小人自有對頭。
     휴여소인구수, 소인자유대두.
 
      休向君子諂媚,君子原無私惠。
     휴향군자첨미, 군자원무사혜.
 
     소인과 더불어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은 저대로 상대가 있느니라. 군자를 향하여 아첨하지 말라. 군자는 원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느니라.
 
 
190.  縱欲之病可醫,而執理之病難醫。
     종욕지병가의, 이집리지병난의.
 
      事物之障可除,而義我理之障難除。
     사물지방가제,  이의리지장난제.
 
     욕심을 함부로 부리는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이론을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힘들고, 사물의 막힘은 없앨 수 있지만 의리의 막힘은 힘드니라.
 
 
191.  磨礪者,當如百煉之金。急就者,非邃養。
     마려는,  당여백련지금. 급취자, 비수양.
 
      施爲者,宜似千鈞之弩。輕發者,無宏功。
     시위자,  의사천균지노. 경발자, 무굉공.
 
     갈고 닦는 것은 마땅히 백 번 단련한 쇠와 같아야 하나, 급하게 성취한 것은 깊은 수양이 아니다. 실행하는 것은 의당 천균의 활과 같아야 하나, 경솔히 쏘는 것에는 큰 공이 없으리라.
 
 
192.  寧爲小人所忌毁,毋爲小人所媚悅。
     영위소인소기훼,  무위소인소미열.
 
      寧爲君子所責修,毋爲君子所包容。
     영위군자소책수, 무위군자소포용.
 
     차라리 소인으로부터 시기와 비방을 당할지언정 소인의 아첨과 칭찬을 받지 말라. 차라리 군자로부터 꾸짖음과 바로잡음을 받을지언정 군자의 포용은 받지 말라. 
 
 
193.  好利者,逸出於道義之外,其害顯而淺。
     호리자, 일출어도의지외,  기해현이천.
 
      好名者,竄入於道義之中,其害隱而深。
     호명자, 찬입어도의지중, 기해은이심.
 
     이(利)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밖에 멀리 벗어나 있으므로 그 피해가 나타나되 얕지만,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안에 깊이 숨어 있으므로 그 피해가 드러나지 않되 깊으니라.
 
 
194.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
     수인지은, 수심불보,  원즉천역보지.
 
      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
     문인지악, 수은불의,  선즉현역의지.
 
      此刻之極̖薄之尤也。宜切戒之。
     차각지극, 박지우야. 의절계지.
 
     남에게서 입은 은혜는 비록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한은 얕아도 그것을 갚으며, 남의 악함을 들으면 비록 확실하지 않아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착한 일은 확실해도 그것을 의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함의 극단이요, 야박함의 더욱 성함이니 모름지기 간절히 경계해야 할 것이니라.
 
 
195.  讒夫毁士,如寸雲蔽日,不久自明。
     참부훼사,  여촌운폐일, 불구자명.
 
      媚子阿人,似隙風侵肌,不覺其損。
     미자아인, 사극풍침기, 불각기손.
 
     참소하고 헐뜯는 자들은 마치 조각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저절로 밝혀지나, 아양하고 아첨하는 자들은 마치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살갗에 닿음과 같아서 그 해로움을 깨닫지 못하느니라.
 
 
196.  山之高峻處無木,而谿谷廻環,則草木叢生。
     산지고준처무목, 이계곡회환, 즉초목총생.
 
      水之湍急處無魚,而淵潭停蓄,則魚鼈聚集。
     수지단급처무어, 이연담정축,  즉어벌취집.
 
      此高絶之行̖褊急之衷,君子重有戒焉。
     차고절지행, 편급지충, 군자중유계언.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가 감도는 곳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곳에는 고기가 없으나 못물이 깊고 고요한 곳에는 물고기와 자라가 떼지어 모여든다. 이렇듯 지나치게 고상한 행동과 좁고 급한 마음을 군자는 깊이 경계해야 하느니라.
 
 
197.  建功立業者,多虛圓之士。
     건공입업자,  다허원지사.
 
      僨事失機者,必執拗之人。
     분사실기자, 필집요지인.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은 대게 허심탄회하고 원만하나, 일에 실패하고 기회를 잃는 사람은 반드시 집착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니라.
 
 
198.  處世,不宜與俗同,亦不宜與俗異。
     처세, 불의여속동,  역불의여속이.
 
      作事,不宜令人厭,亦不宜令人喜。
     작사, 불의령인염, 역불의령인희.
    
     처세함에 있어 세속과 더불어 같아도 옳지 않고 또한 세속과 더불어 달라도 옳지 않으며, 일을 함에 있어 남들이 싫어하도록 해도 안 되지만 남들이 기쁘게 하여도 마땅치 않느니라.
 
 
199.  日旣暮而猶烟霞絢爛,歲將晩而更橙橘芳馨。
     일기모이유연하현란, 세장만이갱등귤방형.
 
      故末路晩年,君子更宜精神百倍。
     고말로만년, 군자갱의정신백배.
 
     날은 이미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한 해는 장차 저물려 하되 등자와 귤은 새로운 향기를 풍겨낸다. 그러므로 군자는 인생의 만년에 새로이 정신을 백 배나 더해야 마땅하리라.
 
 
200.  鷹立如睡,虎行似病,正是他攫人噬人手段處。
     응립여수, 호행사병,  정시타확인서인수단처.
 
      故君子要聰明不露̖才華不逞,纔有肩鴻任鉅的力量。
     고군자료총명불로, 재화불정, 재유견홍임거적역량.
 
     때는 서 있되 조는 듯하고 범은 걸어가되 병든 듯하니, 바로 이것이 그들의 사람을 움켜잡고 사람을 깨무는 수단이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모름지기 총명을 드러내지 말고 재주를 나타내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곧 어깨가 넓어 큰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니라.
 
 
201.  儉美德也。過則爲慳吝,爲鄙嗇,反傷雅道。
     검미덕야. 과즉위간린,  위비색, 반상아도.
 
      讓懿行也。過則爲足恭,爲曲謹,多出機心。
     양의행야.  과즉위족공, 위곡근, 다출기심.
 
     검소함은 아름다운 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게 되고 비루해져서 도리어 바른 도리를 해치게 되고, 겸양은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지나치면 아첨이 되고 비굴이 되어 음흉한 속셈이 드러나게 되느니라.
 
 
202.  毋憂拂意。毋喜快心。毋恃久安。毋憚初難。
     무우불의.  무희쾌심. 무시구안. 무탄초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며 마음에 유쾌함을 기뻐하지 말라. 오랫동안의 편안함을 믿지 말며 처음의 어려움을 꺼리지 말지니라.
 
 
203.  飮宴之樂多,不是個好人家。
     음연지락다,  불시개호인가.
 
      聲華之習勝,不是個好士子。
     성화지습승, 불시개호사자.
 
      名位之念重,不是個好臣士。
     각위지념중, 불시개호신사.
 
     술잔치의 즐거움이 많으면 훌륭한 집안이라 할 수 없고, 명성을 탐내면 좋은 선비라 할 수 없으며, 높은 벼슬에 대한 생각이 깊으면 좋은 선비라 할 수 없느니라.
 
 
204.  世人以心肯處爲樂,却被樂心引在苦處。
     세인이심긍처위락,  각피락심인재고처.
 
      達士以心拂處爲樂,終爲苦心換得樂來。
     달사이심불처위락, 종위고심환득락래.
 
     세상 사람들은 마음에 맞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도리어 즐거운 마음에 이끌려 괴로운 곳에 있게 되고, 달관한 선비는 마음에 거리끼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바뀌어 즐거움이 오게 되느니라.
 
 
205.  居盈滿者,如水之將溢未溢,切忌再加一滴。
     거잉만자,  여수지장일미일, 절기재가일적.
 
      處危急者,如木之將折未折,切忌再加一搦。
     처위급자, 여목지장절미절, 절기재가일닉.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칠 듯 말 듯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한 방울 더하는 것도 간절히 꺼리고, 위급한 지경에 처한 사람은 마치 나무가 부러질 듯 말듯 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약간만 더 누르는 것도 간절히 꺼리느니라.
 
 
206.  冷眼觀人。冷耳聽語。冷情當感。冷心思理。
     냉안관인. 냉이청어.  냉정당감. 냉심사리.
 
     냉철한 눈으로 사람을 보고, 냉철한 귀로 말을 들으며, 냉철한 뜻으로 느낌을 감당하며, 냉철한 마음으로 이치를 생각해야 할지니라.
 
 
207.  仁人,心地寬舒。便福厚而慶長,事事成個寬舒氣象。
     인인, 심지관서.  변복후이경장, 사사성개관서기상.
 
      鄙夫,念頭迫促。便祿薄而澤短,事事得個薄促規模。
     비부, 염두박촉.  변록박이택단, 사사득개박촉규모.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느긋하므로 곧 복이 두텁고 경사도 오래 가며 일마다 너그러운 기상을 이룬다. 비루한 사람은 생각이 좁고 급하므로 곧 복록도 박하고 은택도 짧아서 일마다 하나의 좁고 급한 모양이 되느니라.
 
 
208.  聞惡,不可就惡。恐爲讒夫洩恕。
     문악, 불가취오.  공위참부설노.
 
      聞善,不可急親。恐引奸人進身。
     문선, 불가급친.  공인간인진신.
 
     악한 말을 듣더라도 곧바로 미워하지 말라. 참소하는 자를 위한 분풀이가 될까 두렵다. 착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성급히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를 이끌어 출세시킬까 두렵다.
 
 
209.  性燥心粗者,一事無成。
     성조심조자, 일사무성.
 
      心和氣平者,百福自集。
     심화기평자, 백복자집.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조잡한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이룰 수 없되, 마음이 온화하고 기질이 평온한 사람은 백가지 복이 저절로 모여들리라.
 
 
210.  用人,不宜刻。刻則思效者去。
     용인, 불의각.  각즉사효자거.
 
      交友,不宜濫。濫則貢諛者來。
     교우, 불의람.  남즉공유자래.
 
     사람을 씀에 마땅히 각박해서는 안 되니, 각박하면 공효를 이루려던 사람이 떠나고 말리라. 벗을 사귐엔 함부로 사귀지 말아야 하니, 함부로 사귀면 아첨하는 자가 몰려오느니라.
 
 
211.  風斜雨急處,要立得脚定。
     풍사우급처, 요립득각정.
 
      花濃柳艶處,要着得眼高。
     화농류염처, 요착득안고.
 
      路危徑險處,要回得頭早。
     노위경험처, 요회득두조.
 
     바람이 비껴 불고 빗발이 급한 곳에서는 마땅히 다리를 굳건히 세워야 하고, 꽃이 무르녹고 버들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눈을 높이 두어야 하며, 위태롭고 험한 길에서는 마땅히 머리를 발리 돌려야 하느니라.
 
 
212.  節義之人,濟以和衷,纔不啓忿爭之路。
     절의지인, 제이화충, 재불계분쟁지로.
 
      功名之士,承以謙德,方不開嫉妬之門。
     공명지사, 승이겸덕,  방불개질투지문.
 
     절의를 숭상하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을 길러야 곧 분쟁의 길을 열지 않을 것이며, 공명심이 강한 선비는 겸양의 덕을 이어 받아야 바야흐로 질투의 문을 열지 않게 되리라.
 
 
213.  士大夫居官,不可竿牘無節。要使人難見,以杜倖端。
     사대부거관, 불가간독무절. 요사인난견, 이두행단.
 
      居鄕,不可崖岸太高。要使人易見,以敦舊好。
     거향, 불가애안태고.  요사인이견, 이돈구호.
 
     선비가 벼슬자리에 있을 때에는 편지 한 장이라도 절도가 없어서는 안 되니, 마땅히 남들로 하여금 보기 어렵게 하여 요행을 탈 단서를 막아야 하느니라. 시골에 있을 때에는 위엄을 너무 높이 세워서는 안 되니, 마땅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만나볼 수 잇게 하여 옛정을 돈독히 하여야 하느니라.
 
 
214.  大人不可不畏。畏大人則無放逸之心。
     대인불가외. 외대인즉무방일지심.
 
      小民亦不可不畏。畏小民則無豪橫之名。
     소민역불가불외.  외소민즉무호횡지명.
 
     대인을 두려워하라. 대인을 두려워한즉 방종한 마음이 없어지리라. 소인도 또한 두려워하라. 소인을 두려워한즉 횡포하다는 이름이 없어질지니라.
 
 
215.  事稍拂逆,便思不如我的人,則怨尤自消。
     사초불역, 변사불여아적인, 즉원우자소.
 
      心稍怠荒,便思勝似我的人,則精神自奮。
     심초태황, 변사승사아적인,  즉정신자분.
 
     일이 조금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문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곧 원망이 저절로 사라지리라. 마음이 조금이라도 게을러질 때는 문득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정신이 저절로 분발하게 되리라.
 
 
216.  不可乘喜而輕諾。不可因醉而生嗔。
     불가승희이경약. 불가인취이생진.
 
      不可乘快而多事。不可因倦而鮮終。
     불가승쾌이다사. 불가인권이선종.
 
     기쁨에 들떠서 가벼이 승낙하지도 말고, 취함으로 인하여 화를 내지도 말라. 유쾌함에 들떠서 일을 많이 만들지도 말며 고달프다 해서 일의 끝맺음을 소홀히 하지도 말라.
 
 
217.  善讀書者,要讀到手舞足蹈處,方不落筌蹄。
     선독서자, 요독도수무족도처,  방물락전제.
 
      善觀物者,要觀到心融神洽時,方不泥迹象。
     선관물자,  요관도심융신흡시, 방불니적상.
 
     책을 잘 읽는 사람이라면 글을 읽어서 저절로 손발이 움직이며 춤추는 경지에 이르도록 해야 하니, 그래해야만 비로소 형식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사물을 관찰하는 사람은 심신이 사물과 융화되는 경지에 이르도록 관찰해야 하니, 그리해야만 비로소 외형에 구애되지 않으리라.
  
 
218.  天賢一人,以誨衆人之愚,而世反逞所長,以形人之短。
     천현일인,  이회중인지우, 이세반정소장, 이형인지단.
 
      天富一人,以濟衆人之困,而世反挾所有,以凌人之貧。
     천부일인, 이제중인지곤,  이세반협소유, 이능인지빈.
 
      眞天之戮民哉!
     진천지륙민재!
 
     하늘은 한 사람을 현명하게 하여 그로써 모든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였는데, 세상은 도리어 자신의 장점을 뽐내어 다른 사람의 단점을 드러내는구나. 하늘은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여 그로써 모든 사람의 곤궁함을 구하게 하였는데, 세상은 도리어 자신이 가진 것을 빙자하여 남의 가난을 업신여기니, 진실로 천벌을 받을 죄인들이로다.
 
 
219.  至人,何思? 何慮?
     지인, 하사? 하려?
 
      愚人,不識不知,可與論學。亦可與建功。
     우인, 불식부지,  가여론학. 역가여건공.
 
      唯中才的人,多一番思慮知識,
     유중재적인, 다일번사려지식,
 
      便多一番億度猜疑,事事難與下手。
     변다일번억도시의, 사사난여하수.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아는 것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으므로 가히 더불어 학문을 논하고 또한 함께 공을 세울 수도 있으리라. 오직 중간의 재주를 가진 사람이 한편으로는 생각과 지식이 많고 또 한편으로는 억측과 시기가 많아서, 일마다 함께 하기가 어려우니라.
 
 
220.  口乃心之門。守口不密,洩盡眞機。
     구내심지문. 수구불밀, 설진진기.
 
      意乃心之足。防意不嚴,走盡邪蹊。
     의내심지족. 방의불엄, 주진사해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니 입을 엄밀히 지키지 못하면 진정한 비밀이 다 새어나가고 말리라. 뜻은 곧 마음의 말이니 뜻을 엄밀히 막지 못하면 모두 사악한 길로 달려가고 말리라.
 
 
221.  責人者,原無過於有過之中,則情平。
     책인자, 원무과어유과지중, 즉정평.
 
      責己者,求有過於無過之內,則德進。
     책기자, 구유과어무과지내, 즉덕진.
 
     남을 꾸짖는 자는 허물 이는 가운데서 허물을 찾아야 마음이 편안할 r서이요, 자신을 꾸짖는 자는 허물없는 속에서 허물 있음을 찾아야 곧 덕이 발전하리라.
 
 
222.  子弟者,大人之胚胎。秀才者,士夫之胚胎。
     자제자, 대인지배태. 수재자, 사부지배태.
 
      此時,若火力不到̖陶鑄不純,
     차시, 약화력부도, 도주불순,
 
      他日,涉世立朝,終難成個令器。
     타일, 섭세립조, 종난성개령기.
 
     어린이는 어른의 싹이고, 수재는 사대부의 싹이다. 이때에 만약 불길이 완전하게 단련되지 않으면 훗날 세상을 살아가거나 조정에 섰을 때에 마침내 하나의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하느니라.
 
 
223.  君子處患難而不憂。當宴遊而惕慮。
     군자처환난이불우. 당연유이척려.
 
      遇權豪而不懼。對惸獨而警心。
     우권호이불구, 대경독이경심
 
     군자는 어려움에 처해서는 근심하지 않으나 즐거움을 당하여는 근심하며, 권세 있는 사람을 만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고독한 사람을 만나면 안타까와 하느니라.
 
 
224.  桃李雖艶,何如松蒼栢翠之堅貞?
     도리수염, 하여송창백취지견정?
 
      梨杏雖甘,何如橙黃橘綠之馨冽?
     이행수감, 하여등황귤록지형렬
 
      信乎! 濃夭不及淡久。早秀不如晩成也。
     신호! 농요불급담구. 조수불여만성야.
 
     복사꽃과 오얏꽃이 비록 아름다우나 어찌 저 푸른 송백의 굳은 절개와 같을 수 있으랴.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하나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와 같을 수 있으랴. 진실로 알겠도다. 고우면서 일찍 시드는 것은 맑으면서 오래가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일찍이 뛰어난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거소다 못하다는 것을!
 
225.  風恬浪靜中,見人生之眞境。
     풍념랑정중, 견인생지진경.
 
      味淡聲希處,識心體之本然。
     미담성희처, 식심체지본연.
 
     바람자고 물결이 고요한 가운데에 인생의 참 경지를 볼 수 있고 맛이 담담하고 소리가 희미한 곳에서 마음의 본성을 알 수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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