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보통 40대 후반부터 오는데, 이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은 호르몬 대체요법과 비호르몬성 물질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요즘은 비호르몬성 물질요법에 쓰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주목받고 있다.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식물 영양소
식물 영양소(피토케미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1926년에 알려졌다. 그 뒤 1946년에 붉은 클로버를 섭취한 양의 불임이 30% 이상 증가하는 이유를 조사한 연구에서, 붉은 클로버의 에스트로겐 유사 성분인 이소플라본이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졌고, 그때부터 식물 영양소의 에스트로겐 유사 성분을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렀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대두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이 대표적이다. 아마씨에 들어 있는 리그난과 붉은 클로버에 들어 있는 쿠메스탄도있다. 식물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민경진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인체에 흡수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에스트로겐 양을 조절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호르몬 효과나 항산화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폐경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피토케미컬로 알려진 식물 영양소의 한 종류다. 인체 내 에스트로겐과 구조적 또는 기능적으로 성질이 유사하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폐경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폐경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안면홍조 개선
폐경기에 접어든 서양 여성은 70~80%가 안면홍조 증상을 호소하는 데 비해, 동양 여성은 10~40%만 안면홍조를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콩 요리를 많이 먹는 동양 여성이 서양 여성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으로 본다. 북미폐경학회 역시 가벼운 안면홍조에 대두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거나, 이소플라본 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어느 정도 발현되는지는 연구 결과마다 차이가 심해서, 어느 정도를 복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비뇨생식기계 질환 예방
폐경 후 여성의 10~40%가 질, 방광, 요도 등 비뇨생식기계 위축을 경험하는데, 주요 증상은 건조감과 가려움증이다. 방광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분포돼 있으며, 에스트로겐은 방광과 요도의 상피세포 증식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두나 아마씨, 승마를 섭취하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질벽 상피세포 증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의미 있는 효과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골다공증 예방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골 소실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골소실 예방 가능성이 언급됐다. 그러나 반대의 연구보고도 있으므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다.
인지 기능 저하 예방
기억력 저하는 폐경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에 들어 있는 콩 섭취와 인지 기능에 관한 연구 결과, 전두엽 기능이 향상되고 단기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 기억력과 집중력 등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혈중 지질대사를 개선하는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섭취한 폐경 여성은 섭취하지 않은 폐경 여성에 비해 총 콜레스테롤과 몸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중성지방은 각각 11.3~12.9%, 9.3~22%, 10.5% 감소했고,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은 2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콩 단백질을 하루 25g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콩을 꾸준히 섭취하면 신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내인성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면서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폐경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일관성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식품 속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동일하게 섭취해도 사람마다 대사 상태·소변 배설량 등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정윤지 교수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호르몬 대체요법보다는 효과가 적지만, 위약군(가짜약을 먹은 군)보다는 안면홍조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명확하게 결론낼 만한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어디에 많이 들어 있는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일반 식품과 건강식품에 관해 알아보자.
이소플라본과 리그난이 대표적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는 식품은 콩, 그 중에서도 대두가 대표적이다. 대두는 대표적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이다. 폐경기 여성의 증상 중 안면홍조와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완화 및 예방에 관해서는 약간 의미 있는 효과가 있고, 기억력 저하 예방 등 뇌 기능과 비뇨생식기계 질환 예방에 관해서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두 외에다양한 종류의 콩과 된장·두부·두유 등 콩으로 만든 식품에도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3지방산과 오메가6지방산이 풍부한 아마씨 역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다. 아마씨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리그난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폐경기 증상인 안면홍조를 완화하는 데 효과 있다고 알려졌다.
승마와 당귀 등에도 들어 있어
독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는 식물인 승마는 안면홍조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승마를 하루 2회 투여한 결과, 안면홍조 등 폐경기 증상이 4주 후 56%, 8주 후 65%, 12주 후 70% 감소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승마는 폐경기 여성의 심한 안면홍조를 약간 개선시켰다. 한약재인 당귀와 달맞이꽃종자유는 폐경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호전시킨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안면홍조 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 건강식품
폐경기 증상 완화를 위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간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여성이 많다. 시판 식물성 에스트로겐 건강식품은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는 제품과, 달맞이꽃종자유가 들어 있는 제품이 있다. 이 두 제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이소플라본과 달맞이꽃종자유 건강기능식품이 폐경기 여성에게 도움될 수는 있지만, 효능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체내에서 대사물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정윤지 교수는 “이소플라본을 섭취 하면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에쿠올이라는 물질을 만들어서 폐경 증상 완화효과를 나타내는데, 에쿠올은 여성의 30~50%에서만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무턱대고 섭취하면 안 된다. 건강식품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은 많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도 크지 않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이미 갖고 있는 질환이나,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다르므로 조심해서 섭취해야 한다. 정윤지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따라서 폐경기 증상 완화를 위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섭취하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한 뒤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주요 공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