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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걷고 싶은 길

초암 정만순 2014. 9. 26. 11:03

이 가을, 걷고 싶은 길

 

 

 팔공산

가을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하늘과 바람, 기온 모두 완벽하다. 아직 대낮의 햇볕이 따갑지만, 숲 속엔 벌써 가을이 찾아들고 있다. 숲은 청량한 공기와 그늘, 그리고 길도 폭신해 걷는 데 그만이다. 그 길이 역사성이 있고 경관이 좋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가다가 체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대구에는 팔공산 대구 올레길을 비롯해 왕건길, 앞산 자락길 등 구석구석 걷고 싶은 길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또 녹색길 사업으로 조성한 달성군 강정고령보 녹색길과 달성보 녹색길, 와룡산과 청룡산을 잇는 쌍룡 녹색길, 동구 평광`둔산동 일대의 팔공산 녹색길 등도 걷기 좋은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각각 특징이 있는 길이다. 걷기 좋은 계절에 혼자서, 아니면 좋은 사람, 가족, 연인과 한번 걸어보자.

팔공산엔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산과 들, 농로, 마을길, 계곡은 물론 구석구석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고 있다.
▷대구 올레길=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2008년부터 직접 발품을 팔아 하나씩 찾아낸 길이다. 코스는 9개. 4개의 연결 코스까지 포함하면 13개 코스다. 이 중 현재 운영되는 것은 총 8개 코스로 왕복 5㎞(1시간 20분 내외)에서 10㎞(3시간 30분 내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걷는 도중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펼쳐놓고 파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는 것도 올레길 걷기의 즐거움이다. 어느 길을 택해도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북지장사 가는 길은 방짜유기박물관 입구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시인의 길이 길손을 맞이한다. 길 가장자리에 일렬로 늘어선 돌에는 김춘수, 윤동주, 천상병 등 시인의 시가 아로새겨져 있다.
방짜유기박물관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길옆으로 나란히 서 있다. 바람이 불면 솔잎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파도소리처럼 들리고, 솔내음은 가슴속을 시원하게 한다. 소나무 숲은 북지장사 가는 길의 ‘포토존’이다. 햇살이 은은한 아침이나 저녁이면 숲과 하늘이 어우러져 작품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친구와 하양에서 왔다는 이미영(41) 씨는 “팔공산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이 가을에 딱 걷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김현정(41) 씨는 “걷기에도 좋고. 솔바람, 솔향기가 정말 좋다”고 했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걷는다면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져 있는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이 가장 좋다. 신숭겸 장군이 태조 왕건으로 가장해 견훤과 싸우다 순절했던 공산전투의 현장이다.
▷왕건길=왕건길은 1천 년 전 고려와 후백제가 한판 승부를 벌인 곳이다. 당시 왕건의 전투 흔적을 따라 용호상박길(신숭겸 장군 사당∼열재`4.3㎞)를 비롯해 열린하늘길(열재∼부남교`4.5㎞), 묵연체험길(부남교∼물넘재`5.4㎞), 문화예술길(물넘재∼백안삼거리`3.3㎞), 고진감래길(백안삼거리∼평광종점`5.2㎞), 호연지기길(평광종점∼매여종점`5㎞) 등 8개 테마로 꾸몄다.
왕건과 견훤이 맞붙고(용호상박), 왕건이 견훤을 피해 고생 끝에 동쪽으로 도피(고진감래)했고, 안심동에 이르러 목숨을 구했다(구사일생)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치도 좋다. 열린하늘길에선 팔공산의 능선과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왕건 전망대와 초례봉에서는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올레길 코스
코스 이름 거리(왕복) 소요시간 볼거리
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 5㎞ 약 1시간 20분 시인의 거리`솔숲
2코스 한실골 가는 길 9.4㎞ 약 3시간 30분 신숭겸장군 유적지`파계사
3코스 부인사 도보길 9.8㎞ 약 3시간30분 용수동 당산`수태지
4코스 평광동 왕건길 7.4㎞ 약 2시간 30분 효자 강순항 나무`모영재(신숭겸장군 영각 유허비)
5코스 성재서당 가는 길 7~8㎞ 약 4시간 내동 보호수`추원재
6코스 단산지 가는 길 7.2㎞ 약 2시간 30분 불로동고분군
7코스 폭포골 가는 길 8.2㎞ 약 3시간 동화사
8코스 수태지 계곡길 7.1㎞ 약 2시간 30분 부인사`동화사

 

앞산

대구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앞산에도 가을이 물들고 있다.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자락길이 산 곳곳에 조성돼 있다.
▷앞산 자락길=고산골에서 출발해 청소년수련원까지 이어지는 15㎞의 숲길이다. 자락길은 산을 수직으로 오르는 기존의 등산로와는 다르다.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존의 등산로와는 다르게 등고선을 따라 산 2, 3부 능선에 조성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약 70~100m 위에 걸려 있는 자락길로 일반 임도형 콘크리트길은 배제하고 흙길만 찾아 연결했다. 수평으로 골과 골의 산책로와 오솔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힘들이지 않고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한준욱 시설담당은 “오솔길을 따라 경치가 아름다운 지점을 연결했기 때문에 숲을 마음껏 즐기면서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산 자락길에는 고산골 입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숲유치원, 공룡 발자국 흔적과 함께 1㎞에 이르는 맨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앞산 자락길을 걷다 보면 고려 태조 왕건의 유래와 관련 있는 사찰을 볼 수 있는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패하여 탈출하다가 3일간 숨어 지낸 ‘은적사’와 도망친 뒤 이곳에서 군사를 추슬러 쉬어 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임휴사’가 있다.

1구간 메타세쿼이아길(고산골~수덕사`0.9㎞`18분)을 비롯해 2구간 맨발산책길(고산골 수덕사~맨발산책길`0.9㎞`18분), 3구간 이팝나무길(맨발산책길 입구~케이블카`2.3㎞`50분), 4구간 호국 선열의 길(케이블카~충혼탑`1.1㎞`22분), 5구간 꽃무릇길(충혼탑~안지랑골`1.3㎞`26분), 6구간 소원성취길(안지랑공~매자골황룡사`1.4㎞`32분)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길은 5구간 ‘꽃무릇길’이다. 초입은 단풍나무 숲길이다. 수백m까지 이어진다. 오르막에는 식생매트(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쿠션도 돼 걷기에 그만이다. 단풍나무에 이어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 느티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그 가운데 생강나무도 보인다. 수목원이 따로 없다. 나무마다 팻말이 붙어 있어 나무에 관한 공부도 할 수 있다.
또 걷는다. 꽃무릇이 한창이다. 한두 그루가 아니다. 꽃무릇 군락 속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여느 꽃과 달리 잎이 없다. 꽃무릇은 다른 말로 피안화(彼岸花)라 하기도 한다. 꽃이 완전하게 진 후 잎이 자라나 겨울을 보내고 여름에는 자취도 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붉을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오른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꽃무릇 단지 내 체형별 체험시설에서는 한국인 표준체형(허리둘레)을 연령별로 체험하면서 건강과 재미,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다. 쉬어갈 수 있는 나무 의자도 곳곳에 있다.
숲해설가 김은숙 씨는 “전국에 올레길이 많지만 앞산 자락길은 접근성 면에서 단연 최고다. 두 사람이 같이 걸으면 소통이 된다”고 했고, 김수경 숲해설가는 “이 코스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아까시나무 등 식생이 다양하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길”이라고 말했다.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앞산에는 커피향이 나는 길도 있다.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이 바로 그 길이다. 남구 대명9동 옛 중앙정보부 근처 남명삼거리에서 대명천주교회까지 1.3㎞ 구간인데, 50여 개의 각종 카페가 산재해 있다. 걷다가 커피 생각이 나면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도 앞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쌍룡·강정고령보·달성보 녹색길
◆물길 따라 뚝방길·유적지·생태공원 등 잘 갖춰져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녹색 숲길도 있다. 달성군 강정고령보 녹색길과 달성보 녹색길을 비롯해 와룡산과 청룡산을 잇는 쌍룡 녹색길, 가창 누리길, 마비정 누리길이 바로 그 길이다.

◆쌍룡 녹색길
달서구 신당동 와룡산과 대곡동 청룡산을 연결하는 쌍룡 도보여행 코스다. 금호강과 낙동강을 잇는 수변 공간을 활용한 걷기 길로 느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코스는 와룡산에서 시작해 궁산, 금호강변, 대구수목원,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18㎞ 길이다. 와룡산에서 금호강으로 내려가 계명대 뒤 궁산까지 산길을 걷는다. 이어 금호강 제방길을 따라 유천교를 거쳐 대구수목원을 지나 앞산과 비슬산을 연결해주는 청룡산에 이른다. 금호강변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고, 특히 탁 트인 강변길을 체험할 수 있는 게 쌍룡길의 특징이다.

◆ 강정고령보 녹색길

강정고령보 녹색길은 강정고령보~달성 하빈 육신사에 이르는 19㎞(7시간) 파노라마 같은 길이다. 2011년 개장한 강정고령보 녹색길은 낙동강변을 따라 산길, 논길, 밭길, 마을길, 강변 뚝방길로 구성되어 있고 달성습지 및 강정고령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 길은 육신사와 삼가헌, 하목정 등의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다.

강정고령보에서 출발, 죽곡산 오르기로 시작하는 이 길은 낙동강 수변공간과 주변 숲길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특히, 모암봉 산길과 육신사 가는 산길은 조망이 좋다. 특히 해질 무렵 낙동강 일몰 경관은 탄성을 자아낸다.

강변 제방의 다양한 꽃길과 육신사 배롱나무길은 개화기가 되면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또 가는 중간에 매운탕의 원조로 알려진 식당과 장어를 주 메뉴로 한 맛집들이 있어 미식가 탐방길로도 손색이 없다. 강정전망대와 문산전망대, 영벽정, 하빈봉촌 낙동강전망대, 삼가헌 정자에서 쉬어갈 수 있다.

◆달성보 녹색길

달성보 녹색길은 대구수목원에서 출발한다. 남평문씨세거지를 거쳐, 까치봉과 기내미재를 넘어 달성군 화원과 옥포의 경계에 있는 함박산 전망데크로 오르면 대구시가지는 물론 사문진교, 낙동강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22㎞에 이르는 이 길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옥포 용연사 초입에 있는 옥연지와 송촌마을을 지나 약산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가벼운 몸으로 달성보에 가면 된다.

이 길은 보물, 민속자료, 대구시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된 200년 역사의 남평문씨세거지, 명심보감 목판이 보관된 인흥서원, 석가세존의 진신사리가 보관된 용연사, 소계 석재준 선생을 기념한 소계정 등 달성군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다. 또 달성보는 방문자센터와 어도관찰실 등 다양한 친수공간이 있고, 제방길은 자전거도로와 생태공원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가창 누리길·마비정 누리길

벽화마을과 연계한 마비정 누리길도 이 가을 걷기에 괜찮다. 1구간은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삼필봉을 잇는 1.5㎞ 길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올라가면 곧장 마비정마을로 갈 수 있다. 그다지 험한 길도 아니고 등산을 겸해 걸으면 된다. 3구간은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마비정으로 가는 1.4㎞ 길이다.

마비정에서 가창 정대를 연결하는 옛길을 따라 조성된 2구간 5.5㎞ 누리길은 말을 타고 장에 가거나 피란길로 걸어갔던 옛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길이다.
가창 누리길도 걷고 싶은 길이다. 이 길은 생태탐방로와 숲을 연결하고 중간에 스파밸리와 허브힐즈, 녹동서원, 운흥사, 남지장사 등 테마파크와 문화유적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