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동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안에
또 한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수천
수만번의 애달프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먹구름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의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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