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나도 '기자'] 내가 본 풍수지리
이번 주 ‘나도 기자’의 주인공 박동일(朴桐一)씨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고대민속학을 전공하고, 현재 한국 지리문화원 사무장으로 있습니다. 필자는 20대 초반부터 인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책과 씨름하고 도계 박재완 옹 손석우 옹 등 숱한 역학자들과 풍수지리가, 유학자, 초능력자, 기공명인, 예언가, 전생탐험가, 선도인, 민간의술의 이인 등을 만나 인생의 답을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남이 계속될수록 오히려 의문이 커졌다고 합니다. 한 때는 절망과 깊은 고뇌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배우는 자가
준비되면 반드시 스승이 나타난다.’는 인연법을 되뇌며 만행을 계속했습니다. 필자는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필자가 공부하고 체험한 내용을 ‘나도기자’ 코너를 통해 전하는 것입니다. -전문-
◇ 내가 만나본 풍수지리가들
나는 많은 풍수지리가를 만났는데 맨 처음 만난 사람이 육관도사로 불리던 손석우 옹이었다. 1980년대 중반 내가 20대 중반이었을 때였다. 손 옹은 강원도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기도 중 신안(神眼)이 열려 땅 밑을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분이다. 손 옹은 대통령, 고위관료, 장관, 재벌 총수, 대학총장, 군사단장 등 유명인들도 만나기 힘든 사람이었다. 당시 평범한 시민인 내가 손옹을 독대한 것은 행운이었다. 대구의 D관광호텔 한식당에서 저녁 7시 무렵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를 쏘아보는 안광(眼光)이 날카로웠다. 놀라운 기억력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경이로운 구변에 경외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때는 일왕 히로히토가 죽었을 무렵인데 손석우 옹은그날 히로히토의 아들인 아키히토의 초대를 받아 일본에 갔던 얘기도 들려줬다. 일 왕가도 제사를 지낼 때 시루떡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 연유를 물었더니 자신들의 선조들이 우리 한민족이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당시 손 옹은 대한민국 족보학회를 조직해서 우리들의 뿌리를 찾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기억나는 말씀은 “덕을 많이 쌓으면 구렁텅이에 체백(體魄)이 들어가도 명당이 되고, 죄를 많이 지으면 천하 명당을 찾아줘도 명당이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손옹은 “명당은 스스로 만들고, 나는 심부름하는 것 뿐”이라고도 했다. 손옹은 신안(神眼)이 열려 땅의 특정한 기운을 읽어냈기 때문에 풍수지리에 대한 정립된 학문적 이론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손옹의 풍수지리는 전승되지 못했다.
손옹과 비교되는 사람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이다. 최 전 교수는 손옹과 달리 이론으로 나름의 풍수지리학에 접근하고자 노력하신 분이며 한때는 우리사회에 풍수바람을 일으켰던 분이기도 하다. 책이나 강의를 통해 만나봤지만, 직접 만나 질문할 것이 없어 실제 독대해 본 적은 없다. 최 전 교수는 평소 “묘를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후손이 어떻게 된다면 지관이 자기가 쓰지 남에게 넘겨줄 이유가 없지요. 조선시대 때 용하다는 지관을 총동원해 왕릉을 잡았으나 왕권다툼으로 서로 죽이고 장자세습이 순탄하게 이뤄진 경우는 딱
한 번밖에 없었어요.” 라고 이야기 했다. 풍수지리를 학문적으로 접근 하고자 깊이 탐구한 학자가 하는 말치고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이다.
◇“명당은 따로 없고 사람마다 달라”
지리척도의 기본은 좌향(坐向)이다. 좌향이란 생기가 모여있는 위치를 가리키는 방향이며 여기에 좌가 정면으로 향하는 방위를 향(向)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혈심부를 정확하게 알기위해 붙여진 이름들이며 중요한 것은 혈심부가 지세나 산세, 당사자의 생기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저 곳에 무슨 곡식을 심어야 잘 자랄 것인가라는 것이 혈심부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혈심부라도 제각기 고유한 기후와 온도가 있어 거기에 맞는 씨가 들어가야 잘 자란다. 마치 약도 내 몸에 맞아야 이롭게 작용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혈심부란 말은 지금까지 출판된 지리서에는 없다. 혈심부란 용어가 생소하거니와 혹 들어봤다 하더라도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지리술은 원래 왕실과 귀족관리들끼리만 가문의 영달을 위해 거의 입으로만 전해왔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음식점 주인이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양념 비법은 며느리한테도 안가르쳐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 인심이다.
산은 명산과 적산(赤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적산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산을 말한다. 사람들은 사주팔자가 다르기 때문에 나쁜 사람은 적산에 가야 명당이 되고, 좋은 사람은 명산에 가야 명당이 된다. 명당이 따로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에게 맞는 명당을 찾을 때 반드시 그 사람의 사주에 나타난 기후와 온도에 맞는 땅을 일치시켜주는 것, 즉 사람과 땅의 조화로운 결합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주는 못 고쳐도 팔자는 고쳐”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자연의 이름을 갖기 마련이다. 이것이 사주이며 이러한 남자사주와 여자사주를 합하면 팔자가 된다. 예로부터 궁합의 직접적인 의미는 생식기의 결합을 말하며 남자사주와 여자사주가 합해졌을 때의 조화를 본다는 것이다. 사주가 즉 개인과 팔자 즉 두 사람이 합쳤을 때 우리인간은 비로소 자연으로부터 받은 본능을 발휘하며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때문에 사주가 아무리 좋다 해도 팔자가 그에 따르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고 반대로 사주는 나쁘지만 팔자를 그에 맞게 하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주는 타고나는 운명이지만 팔자는 남여가 합해져야 비로소 발생되는 운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때문에 사주는 못 고쳐도 팔자는 고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남녀가 결혼하여 3년이 지나면 몸의 구조가 바뀌어 버리며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몸의 고유온도가 변한다. 우리 몸도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후에는 다시는 처녀 총각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여기에 남녀 팔자의 핵심원리가 숨어있으며 풍수지리의 결정체가 된다.
이처럼 풍수와 지리가 가치 있다는 것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나 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조화란 예를 들면 밥을 짓는 과정은 과학이고 밥을 먹는 과정은 조화를 이루기위한 것이고 밥을 먹고 나면 비로소 조화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조화란 늘 과학을 바탕으로 생성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풍수와 지리는 과학인 것이다.
◇“실력 있는 풍수지리가, 어떻게 찾나”
전국 명리학자, 풍수지리학자를 만나보면 십인십색이다. 서로 “내가 비기를 전수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사
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는 1시간도 못 채울 만큼 단순하고 별 내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최고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느껴진다. 아는 것과 명성이 전혀 별개인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그다지 알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말한 각종 설(이론)들을 전해주는 사람이 많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는 속담과 딱 맞는 경우다. 진짜 실력 있는 풍수지리가를 알아보는 가장 현명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산이나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그가 거짓말을 하는지, 잘 모르면서 허투로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착한 마음`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 중요”
풍수와 지리가 혹세무민할 정도로 왜곡된 면이 있다. 그러나 풍수와 지리에는 인간이 하늘과 같이 하고자하는 마음, 땅과 같이 하고자하는 마음, 인간의 최종적 마음이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 즉 몸과 마음을 착하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 곧 풍수와 지리의 핵심사상이다. 여기에 우리 한민족의 지혜와 염원이 담겨있다. 그래서 풍수와 지리는 백의민족사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박동일 시민기자(한국 지리문화원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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