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穴學/경락 경혈

별혈(신혈, 기혈)과 침구 유의점

초암 정만순 2014. 2. 4. 15:28

별혈(신혈, 기혈)과 침구 유의점

 

침구경험방’과 ‘동의보감’은 별혈(別穴)의 보고다. 별혈은 경외기혈(經外奇穴)의 다른 이름인데,
기존 경락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경혈들을 말하는 것이다.
허준은 별혈의 기준에 대해, ‘동인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여러 방서에 산재하는 수혈’이라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40개의 별혈을 수록하고 있고,

‘침구경험방’에서는 이를 더 보충하여 58개에 이르는 별혈을 수록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별혈을 집록하고 있는 것은 타 침구서에서는
흔치 않은 일로 신혈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허임은 이들 별혈을 머리(9혈), 등과 어깨(11혈), 상지(15혈), 흉복부(8혈),
하지(14혈)의 순으로 부위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다음은 ‘침구경험방’에 수록되어 있는 별혈들이다.

 

별혈
신총(神聰)4혈, 당양(當陽)2혈, 태양(太陽)2혈, 명당(明堂)1혈, 미충(眉衝)2혈, 비준(鼻準)1혈,
이첨(耳尖)2혈, 취천(聚泉)1혈, 해천(海泉)1혈, 아시혈(阿是穴), 숭골(崇骨)1혈, 백로(百勞)2혈,
정궁(精宮)2혈, 갑봉(胛縫)2혈, 환강(環岡)2혈, 요안(腰眼)2혈, 하요(下腰)1혈, 회기(回氣)1혈,
낭저(囊底)1혈, 난문(門)2혈, 장요(腸)2혈, 견주(肩柱)2혈, 주첨(尖)2혈, 용현(龍玄)2혈, 여세(呂細)2혈,
중천(中泉)2혈, 이백(二白)4혈, 중괴(中魁)2혈, 오호(五虎)4 혈, 대도(大都)2혈, 상도(上都)2혈,
중도(中都)2혈, 하도(下都)2혈, 사봉(四縫)좌우16혈, 십선(十宣)10혈, 대공골(大空骨)2혈,
소공골(小空骨)2혈, 방정(旁廷)2혈, 통관(通關)2혈, 직골(直骨)2혈, 음도(陰都)2혈, 기문(氣門)2혈,
포문(胞門)1혈, 자호(子戶)1혈, 자궁(子宮)2혈, 학정(鶴頂)2혈, 슬안(膝眼)2혈, 풍시(風市)2혈,
영충(營衝)2혈, 누음(漏陰)2혈, 교의(交儀)2혈, 음양(陰陽)2혈, 음독(陰獨)8혈, 족내과첨(足內尖)2혈,
족외과첨(足外尖)2혈, 독음(獨陰)2혈, 내대충(內大衝)2혈, 갑근(甲根)4혈

허임은 실제 치료에 있어서도 이들 별혈을 적극 활용하였다.
실제 치료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외기혈은 20여혈에 이르며, 특히 독음혈은 그가 여러 병증에 애용한 혈이었다.
이러한 의욕적인 경외기혈의 활용은 기존 정경혈(正經穴)을 이용한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허임의 창의적인 치료정신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침구경험방’치료문에서 병증별로 선혈하고 있는 별혈을 모아본 것인데
이는 허임 자신이 직접 임상에 사용하였으리라 여겨진다.

근육·관절통은 눌러서 아픈 곳에 침뜸을 놓는다 [註 : 壓痛點 ]
아시혈(阿是穴)이란 눌러 보았을 때 아픈 곳을 혈자리로 삼는 것을 말하며,
바로 그 자리에 침을 놓거나 뜸을 떠서 병을 치료하게 된다.
‘아시’라는 말은 ‘아야! 거기가 맞아’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손사막이 처음으로 정의하였는데,
‘영추·경근(經筋)’편의 “아픈 곳을 혈자리로 한다(以痛爲輸)”는 개념이 바탕이 되었다.
후세에는 이를 천응혈(天應穴)이라고도 하였다.

허임은 아시혈에 대해 “해당처를 말한다”고 하며 별혈에 넣었다.
그는 아시혈을 사용하는 치료법을 일러 ‘수통수침법(隨痛隨鍼法)’,
즉 아픈 곳을 따라 침을 놓는 방법이라 칭하면서, 실제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가 아시혈을 많이 사용한 병증을 보면 주로 목이 뻣뻣한 증, 손과 팔의 근이 뒤틀리며 시고 아픈데,
낙상이나 타박상, 팔꿈치, 손목이 시면서 아픈 증상 등 오늘날로 치면 근육·관절 관련 통증에 다용하였다.
또한 아시혈점을 탐색하는 요령에 대해 “의사가 왼손 엄지로 근(筋)이 뭉쳐 통증이 있는 부위를
꽉 눌러 움직이지 않게 하고, 침으로 근이 뭉친 곳을 관자(貫刺)하여 근이 상한 곳에 침봉이 이르면
시고 아픈 것을 참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천응혈이다.
통증에 따라 침을 놓으면 신효를 본다”라고 설명한다.
아시혈에 대한 이러한 이해와 치법은 최근 서의학에서 근막통증증후군, 섬유근통 등의
병증에 방아쇠점(Trigger Point), 압통점(Tender Point)의 개념을 이용한 국소치료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많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일이다.

이외에 오수혈(五穴)이란 게 있다. 오수혈이란 12경맥에 속해 있는 각 경맥의 혈자리 중에
팔꿈치와 무릎 관절 이하에 위치하는 정(井), 형(滎), 수(), 경(經), 합(合) 다섯 개의 혈자리를 말한다.
오행이론에 따라 다섯가지 성질을 갖게 되는데, 침구임상에 매우 중요한 경혈들로 허임 역시 빈번히 사용하였다.
‘내경’에서는 “경맥의 기가 나오는 곳(出)이 정혈이고, 머무는 곳(溜)이 형혈이고,
주입되는 곳(注)이 수혈이고, 흐르는 곳(行)이 경혈이고, 흘러들어가는 곳(入)이 합혈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맥기의 흐름을 물이 발원지에서 시작하여(정), 가늘게 조금씩 흐르고(형),
적은 데서 많은 데로,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흘러 점차 왕성하게 흐르고(수),
큰 강을 이루어 물이 창통하게 되어(경),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합) 것에 비유하여 설명한 것이다.

‘난경·68난’에는 오수혈이 다스리는 병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註 : 편작의 저서]
정혈은 명치끝이 더부룩한 것을 치료한다(主心下滿).
형혈은 몸의 열을 치료한다(主身熱).
수혈은 몸이 무겁고 관절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主體重節痛).
경혈은 천식과 기침, 추웠다 더웠다 하는 증상을 치료한다(主喘咳寒熱).
합혈은 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설사하는 증상을 치료한다(主逆氣而泄).

침뜸을 금하는 혈자리와 주의점

고대의 금침혈은 후세로 가면서 깊이 찌르면 안 되는 혈자리도 포함하게 됨에 따라
숫자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 혈자리들은 주로 중요한 장기나 동맥 근처에 위치하여
침의 깊이나 방향이 잘못되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나 현대에 오면서 침도구가 발전하고 해부 지식도 명확해져 옛날에는 금침혈로 여기던
혈에도 침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금구혈도 마찬가지다.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 두 책 모두‘의학입문’에서 인용한 금침혈 34혈과
금구혈 49혈을 똑같이 수록하고 있다.

<침을 금하는 혈자리>
신정, 뇌호, 신회, 옥침, 낙각, 승영, 노식, 각손, 승읍, 신도, 영대, 운문, 견정, 전중, 결분,
상관, 구미, 오리, 청영, 합곡, 신궐, 횡골, 기충, 기문, 승근, 수분,
회음, 석문, 인영, 유중, 연곡, 복토, 삼음교, 삼양락

<뜸을 금하는 혈자리>
아문, 풍부, 천주, 승광, 임읍, 두유, 찬죽, 정명, 소료, 화료, 영향, 관료, 하관, 인영,
천용, 천부, 주영, 연액, 유중, 구미, 복애, 견정, 양지, 중충, 소상, 어제, 경거, 양관,
척중, 은백, 누곡, 조구, 독비, 음시, 복토, 비관, 심맥, 위중, 은문, 심수, 승읍, 승부,
계맥, 이문, 석문, 뇌호, 사죽공, 지오회, 백환수


다음은 ‘침구경험방’에서 특별히 주의를 요하는 혈자리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경거∼ 뜸을 뜨면 정신을 상한다.
척택∼ 침을 깊이 놓지 마라.
합곡∼ 임신부에게는 금침한다.
삼음교∼ 임신부에게 시술하면 태를 상할 수 있다.
소해∼ 두통에는 뜸을 뜨지 마라.
폐수, 간수, 신수∼ 각 장기에 찌르면 각각 3, 5, 6일에 죽는다.
견정∼ 깊이 찌르지 마라.

한편 침뜸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훈침(暈鍼)과 훈구(暈灸)가 있다.
훈침은 침을 맞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때론 가슴이 울렁거리고,
숨이 차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메스껍고, 토하고 싶으며, 사지가 싸늘해지기도 한다.
훈침은 침을 처음 맞는 사람에게 많은데 너무 긴장해서 침을 맞거나, 침 맞는 자세가 나쁠 때,
침자극이 너무 과도할 때, 허약한 체질, 심한 피로, 배가 고플 때, 땀을 많이 흘린 후, 설사 후,
출혈 후에 주로 발생한다. 훈침이 발생하면 즉시 침을 빼고 환자를 편안하게
눕혀 허리띠를 풀어 주고 쉬게 하면서 따뜻한 물 등을 준다.


침뜸에 꺼려야 할 것

너무 피곤할 때, 너무 배고플 때, 너무 배부를 때, 술을 마신 후, 몹시 놀란 후, 성낸 후,
갈증이 많이 날 때는 침을 놓지 않는다.

뜸에 금할 것 ∼닭·돼지고기, 술과 밀가루, 성생활, 바람을 접촉하지 말고, 怒[노]를 발하지 말 것.
만약 삼가 조섭하지 않으면, 비록 귀신이라 해도 낫게 할 수 없다.



잘못된 혈자리 바로잡기

침구경험방’에는 다른 침구서에는 없는 ‘와혈(訛穴)’이라는 독특한 항목을 책머리에 싣고 있다.

여기서는 경혈의 위치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를 지적하면서, 정확한 취혈을 할 수 있도록 교정해주고 있다.

많은 혈위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임상에서 많이 쓰이는 소상, 합곡, 신문, 견정,

절골, 삼리 등 6개의 경혈을 예로 들고 있다.



소상(少商) ― ‘동인경’에서는 엄지 안쪽의 손톱 모서리에서 부춧잎 간격 정도 떨어진 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춧잎에도 크고 작은 게 있는데 속의(俗醫)는 손톱에서 실낱 간격만큼만 띄운다.

바른 취혈은 손톱 모서리에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제1절횡문두와 서로 일직선이 되는 곳이다.

합곡(合谷) ― 합곡혈이 양명경 소속이라고 식지에 치우쳐 취혈하지 말고,

엄지와 식지 사이의 움푹한 곳을 취혈해야 한다.


신문(神門) ― 음경(陰經)과 양경(陽經)을 잘 분간해야 한다. 손목 바깥쪽에 있는

뾰족한 뼈 끝(銳骨端)의 태양소장경을 잘못 취혈하면 안 된다.


견정(肩井) ― 어깨 위에 있는 움푹한 곳의 대골(大骨) 앞 1촌반을 세 손가락(2,3,4지)으로 눌렀을 때
중지가 짚어지는 곳이 견정이다.


속의는 어깨 위의 대골 끝자락(大骨端)을 세 손가락으로 눌러 견갑 위에 있는
차골(叉骨) 사이 움푹한 곳에 잘못 취혈한다.


절골(絶骨) ― 절롱골(絶壟骨) 위를 취혈하지 말고, 절롱골 앞의 골육 사이를 취혈해야 한다.


삼리(三里) ― 슬개하 3촌 행골(骨)의 바깥 골변으로부터 옆으로 1촌을 재 해당하는 양 근육
중간의 움푹한 곳을 손으로 눌렀을 때, 발등 위의 태충맥이 뛰지 않는 곳을 취혈해야 효험이 있다.



<몇몇 경혈의 바람직한 취혈 자세>

곡지 ― 두 손을 가슴에서 마주잡고 취혈

견우 ― 팔을 위로 들고 취혈

음릉천, 음곡, 곡천 ― 무릎을 굽히고 취혈

소해 ― 팔꿈치를 굽히고 머리로 향하도록 취혈

소해, 천정 ― 팔꿈치를 굽히고 취혈

액문 ― 주먹을 쥐고 취혈

환도 ― (옆으로 누워) 밑에 놓인 다리는 펴고, 위에 놓인 다리는 굽히고 취혈

청회 ― 입을 벌리고 취혈

중봉 ― 발을 쭉 뻗어서 취혈

아문 ― 머리를 위로 우러러서 취혈

신도 ― 몸을 굽혀서 취혈

전중 ― 위를 보고 누워서 취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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