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효소와 식물활정효소(植物活精酵素)
흔히 '효소는 균인가?', '그것이 효모균인가?'하는 따위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효소는 균도 아니고 효모도 아니다. 예를 들어 포도당 용액에 효모를 넣어 두면 포도당이 분해되어 알콜과 탄산가스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발효라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효모 같은 미생물을 넣어야 발효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알콜효모(酒精酵母)를 갈아 넣는 용액만 있어도 가능하다. 발효는 직접 효모가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효모 속에 있는 '치마제'라는 효소가 일으키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물질이건 발효가 일어나면 미생물(효모, 곰팡이, 세균)이 번식해 각각 특유한 효소를 만들어내고, 이 효소들이 작용해 발효가 완성된다. 따라서 효소란 생물이 아닌 화학물질이며 그 역할은 촉매작용이다.
일본의 시바다 겐지(柴田欣志)가 발명한 이 효소법이 어떤 미생물의 작용에 의한 현상인지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해명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연구를 통해 판단해 볼 때, 원종(元種)은 몇 종류의 강력한 미생물 공동체(종합활성미생물)이며, 효소법은 그 종합적인 작용에 바탕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가 수많은 민족국가의 공동체로 이루어져 있듯, 이 원종 또한 효모와 곰팡이, 세균 같은 여러 미생물이 모여 이루어진 공동활정군(共同活精群)이다.
가. 동양의 효소법과 서양의 효소과학을 종합
동양에서는 옛부터 탁주 등의 주류나 된장, 간장을 제조할 때 효소법을 활용해 왔다. 고온다습하고 춘하추동의 변화가 뚜렷한 아시아 몬순지역의 기후가 효소법을 발전시키는데 아주 좋은 자연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신라시대부터 법주를 빚어 약주로 애용해 왔고, 이웃 일본 역시 옛부터 전해오는 양조법이 있다. 현재 자연농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도 전래의 우수한 양조법을 발전시킨 것이다.
서양의 효소화학은 화학방정식을 통해 이해·분석되며, 유리용기 안에서 실험, 배양된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자연농업은 직감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얻는 종합적인 판단에 의지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처럼 대규모의 설비를 갖추는 대신 항아리나 토기, 삼나무통 등을 사용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갖춘 원종을 배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이 효소법으로 생산한 원종은 과실효소를 아버지(陽)로 하고 전문효소를 어머니(陰)로 하는 종합활정효소이다. 과실과 설탕으로 만든 과실효소에서 발생한 효모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전분효소에서 발생한 사상균(絲狀菌)등 세균류와 곰팡이가 참여해 이루어진 이 종합적 공동활정군은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 실제로 이 효소법을 이용하는 농민들은 된장, 간장, 빵 등의 식료나 비료효과가 뛰어난 효소비료는 물론, 잡초나 잡분말로 사료까지 손쉽게 자급하고 있다.
동양의 효소법은 독특한 면이 있는 데다, 경험과 구전에 의해 습득되어 온 탓인지 과학적인 설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효소공업으로 발전시킨 것은 근대에 들어 서양의 효소화학이 도입되면서부터 이다. 그대신 예부터 있던 동양의 효소법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나 술을 빚을 때나 응용되는 형편이다. 이제야 말로 직감과 축적된 경험으로 형성된 동양의 효소법과 실험이나 분석적 화학기호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서양의 효소화학이 만나 새로운 효소과학을 탄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나. 과실효소
과실효소는 항아리나 삼나무통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효소는 친종(親種)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제조방법은 직접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보다는 여럿이 단체로 공부할 때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실효소는 영양활정효소(營養活精酵素)로 남성호르몬으로도 우수한 효과가 있다. 매일 조금씩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정력이 강해져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 또 조미료로 사용하면 설탕보다 맛이 뛰어나며, 흰 설탕처럼 몸에서 칼슘분을 빼앗는 등의 해독도 없다.
① 재료 : 흑설탕(흰설탕도 가능). 여름일 경우 과실 ·야채 1kg에 흑설탕 1.1kg∼1.2kg의 비율로 하고, 겨울에는 1kg으로 한다. 주재료로는 으름나무 열매가 가장 좋고 이어 무화과, 딸기, 포도, 오디, 당근, 멜론, 바나나, 사과, 앵두 등을 쓴다. 부재료는 주재료가 적을 때 조금씩 섞는데, 시금치 뿌리, 산마, 감자, 양배추, 무 등을 사용한다. 부재료를 쓸 때는 적어도 세 종류 이상을 함께 쓰되, 감이나 귤류는 냉기와 산기(酸氣)가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재료가 준비되면 항아리나 삼나무통에 흑설탕과 재료를 한층씩 번갈아 쌓아 샌드위치식으로 담는다. 맨 위에는 흑설탕을 충분히 넣고 한지로 뚜껑을 해 마무리한다. 재료의 양은 용기의 3분의 2를 넘지 않게 한다.
② 효과 : 숙성된 효소를 확대 배양해 양계나 양돈, 과수, 야채 등에 뿌려주면 병충해에 걸리지 않는다.
다. 식물성 활정효소
과실효소가 아버지고 전분효소가 어머니라면 식물성 활정효소는 그 2세에 해당한다. 병약한 부모가 튼튼한 아이를 길러낼 수 없듯, 효과가 약한 과실효소나 쉰 전분효소로는 우수한 식물성 활정효소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식물성 활정효소는 강력한 과실효소와 갓 만들어 적당한 발효상태에 있는 전분효소를 혼합해 만들어야 한다. 비율은 1대 1이다.
우선 과실효소에 약간의 흑설탕을 넣어 강화시키고, 전분효소 역시 미리 강화시켜놓는다. 강화가 끝나면 항아리나 삼나무 통에 과실효소를 조용히 부은 다음 전분효소를 조용히 붓는다. 여기에 다시 누룩과 밀가루를 넣고 그 위에 연수(軟水)를 부어 활정력을 증가시킨다. 전분효소가 딱딱할 때나 겨울철에는 물을 좀더 많이 붓고, 삼나무 젓가락으로 효소법에 따라 잘 저어준 뒤 한지로 뚜껑을 씌운다.
식물성 활정효소의 냄새나 맛은 복합적일수록 좋지만, 알콜화하거나 산화된 것은 효과가 없다. 숙성과정에서 큰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현상은 효소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며, 작은 거품이 한꺼번에 맹렬하게 끓어올라야 강력한 효소이다. 식물성 활정효소는 자연농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자재이다. 쓸모없는 자원을 활용한 효소사료, 효소식품 등 여러 곳에 응용할 수 있을뿐더러, 좋은 음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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