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 遺跡 /古懸板

통도사 금강계단 주련

초암 정만순 2021. 5. 17. 16:14

통도사  금강계단 주련

 

 

 

 


당나라 동안상찰 선사 게송
공·유 집착 막고 공으로 이끌어

 

 

통도사 금강계단 / 글씨 해강 김규진(1864~ 1933).

처음에는 공을 설하니 모두 집착하더니 / 뒤엔 공도 공유 아니라 하니 모두 버리네 /

용궁에 가득한 경율론 의사의 처방과 / 학수(鶴樹)에 마지막 설법도 현묘한 이치는 아니로다.

 

  • 이 주련은 당나라 때 수행했던 동안상찰(同安常察, ?~931) 선사가 지은 열수의 게송인 ‘십현담(十玄談)’에 나오는 두 구절을 인용한 문장이다.
  • 동안상찰 선사의 십현담은 ‘경덕전등록’ 권29, ‘연등회요’ 권30, ‘만(卍)’속장에 실려 있는 열수의 게송이다.
  • 통도사 금강계단 주련은 ‘십현담’ 가운데 다섯 번째인 연교(演敎)에서 인용한 것이다.

    공(空)은 모든 존재는 불변하는 속성과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실체는 곧 자아(自我)를 말한다. 불교에서 공은 다양한 조건에 의해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각기 변하고 스스로 독립해 존재할 수 있는 성품이 없음을 말한다.
  • 존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성이 없다는 뜻이기에 무자성(無自性)이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을 설하자 또 ‘공’에 집착해 공이라는 본질을 어긋나게 받아들이고 있다.
  • 공에 집착하는 것을 공집(空執)이라 하고 유(有)에 집착하는 것을 유집(有執)이라고 하며 이 두 가지의 집착을 공유이집(空有二執)이라고 한다.
  • 여기서 공집은 모든 것이 궁극에 없다고 하는 집착을 말한다.
  • 이에 반해 모든 것은 절대불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을 ‘유집’이라고 한다.

    이렇듯 통도사 금강계단의 주련은 공을 앞세워 반야사상을 드러내고자 하고 있다.
  •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공, 유 두 가지 견해를 일으키는데 이는 망상분별로 생기는 그릇된 견해이다.
  • 대승불교가 인도에서 성립할 때 크게 두 파로 갈라져 성립하게 된다.
  • 이들은 모든 존재의 본질을 공 또는 유라고 주장해 논쟁의 시발점이 된다.
  • 이를 공유논쟁(空有論爭)이라 한다.

    주련의 내용을 잘 보면 ‘공’도 ‘유’도 집착 하지 않게끔 해 결국 공으로 이끌고 있다.
  • 이 논리를 공과 유를 모든 버린다는 뜻의 공유쌍견(空有雙遣)이라 한다. 

    결론적으로 부처님의 말씀은 방편으로 내세운 가설일 뿐이기에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알아들어야 한다. 

    ‘용궁만장’이라고 하는 것은 용궁에 가득한 불교 경전이라는 뜻이다.
  • 이런 표현은 중국불교 특유의 전개 방식으로 신비감을 더해주는 표현일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 그러기에 통도사 주련에서 나타내고 싶은 표현은 ‘비록 수많은 대장경이 있더라도 이는 의원의 약방문’이라는 것이다.
  • 방의(方醫)라는 표현은 의원의 약방문이다.
  • 이는 중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제불의 가르침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학수(鶴樹)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장소를 말한다.
  •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니 더불어 대자연도 모두 슬퍼해 숲이 하얗게 변했다하여 이를 ‘학림’ 또는 ‘학수’라고 표현한다.
  • 종담(終談)은 마지막 말씀이란 뜻이다.
  • 곧 부처님의 최후설법을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의 팔만대장경은 의원의 약방문일 뿐이고 학수의 마지막 설법도 현묘한 이치는 아니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 바로 자성(自性)을 깨달으라고 하는 것이다.
  • 이러한 도리를 부처라고 하며 견성(見性)이라고 한다.
  • 스스로 증득해 깨치지 못한다면 숱한 문자의 바다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현묘한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 고로 불교는 신을 추종하는 것이 아닌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전해주는 종교인 것이다
  •  
  • 初說有空人盡執 後非空有衆皆捐 龍宮滿藏醫方義 鶴樹終談理未玄
  • 초설유공인진집 후비공유중개연 용궁만장의방의 학수종담이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