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봄과 맛
‘지리산 앉고/ 섬진강은 참 긴 소리다/ … / 이 미친 향기의 북채는 어디 숨어 춤 추나/ 매화 폭발 자욱한 그 아래를 봐라/ 뚝, 뚝, 뚝, 듣는 동백의 대가리들/ 선혈의 천둥/ 난타가 지나간다’(문인수ㆍ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시인의 귀엔 남도에 봄 오는 소리, 꽃 피고 지는 소리가 북소리로 들린다. 고수(鼓手)처럼 무겁게 앉은 지리산은 섬진강이 판소리 하듯 길게 흐르며 한 구비 틀 때마다 난타로 매화를 터뜨리고 동백을 떨어뜨린다.
지리산 자락 섬진강 변에 줄 폭죽 터지듯 봄 꽃이 망울을 터뜨렸다. 섬진강 하구는 제주를 떠난 봄이 뭍으로 올라서는 대문이다. 섬진강 서쪽, 광양 백운산 동쪽 자락 매화마을을 백매(白梅) 청매(靑梅)가 백설처럼 뒤덮었다. 보름 가까이 매향(梅香)을 뿌리던 봄은 조금씩 북상하면서 한 달 내내 섬진강 가에 꽃 대궐을 차린다.
- 화엄사 벚꽃. /오태진 기자
마이크 소리 요란하고 인파에 쓸려 다니는 북새통이 싫다면 섬진강 건너편 하동 땅으로 눈길을 돌려볼만 하다. 지리산 남쪽 능선 구제봉 아래 먹점마을에 별천지 매화 세상이 숨어 있다. 섬진강 동안(東岸)을 따라가는 19번 국도변 흥룡리로 들어서서 와룡사 언덕을 넘어가면 거기 은밀하게 들어앉은 마을이다.
- 화개장터 벚꽃
섬진강 매화를 터뜨린 꽃의 정령은 구례로 올라와 며칠 새 지리산 서북능선 만복대 기슭을 노랗게 물들인다. 늙고 말라빠진 검정 등걸에 노란 산수유 꽃불을 밝힌다. 사람을 달뜨게 하는 샛노랑이 아니라 눈도 마음도 편안한 연노랑이다.
산수유 꽃에 묻힌 고샅길 천천히 걷자면 탈속(脫俗) 따로 없어
구례군 산동면 마을들은 모두 3만 그루에 이르는 산수유 농사를 짓는다. 그중에 맨 윗자락 상위마을이 산수유 꽃이 가장 늦게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이다. 산수유 8500그루 중에 3 분의 1이 500년 넘은 고목들이다. 병아리 솜털처럼 몽글몽글 맺힌 꽃이 맑은 계곡 물을 닮아 더욱 영롱하다. 상위마을 역시 구례 산수유축제 내내 붐벼서 요즘엔 19번 국도 서쪽 현천마을을 찾는 이가 많다. 한적하고 소박한 마을, 산수유 꽃에 묻힌 고샅길을 천천히 걷자면 탈속(脫俗)이 따로 없다.
- 상위마을 산수유.
- 광양 매화.
동아식당 가오리찜, 야들야들 살점과 오돌오돌 물렁뼈 몇 젓가락에 막걸리 주전자 금세 동나
전남 구례읍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 봉동길에 동아식당이 있다. 70년 넘는 허름한 누옥에서 장사하다 길 건너 골목 안으로 옮겨 왔다. 세든 집이 팔렸기 때문이다.
- 동아식당 가오리찜.
야들야들한 살점, 오돌오돌한 물렁뼈 몇 젓가락에 막걸리 주전자가 금세 동난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도록 고아낸 돼지 족탕도 일품이다. 콜라겐이 걸쭉하게 섞인 우윳빛 국물에 넣어 먹는 라면도 별미다.
이 집에선 이것저것 음식을 주문하면 여주인이 나서 말린다. 일단 한 가지를 먹어보고 시키라고 한다. 딸려 나오는 곁 음식이 워낙 푸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접시 가득 담긴 달걀 프라이가 이 집 명물이다. 달걀 네댓 개를 한꺼번에 부치고 다진 부추와 고추를 올렸다. 시골 주막 후한 인심이 덩달아 얹혔다.
- 동아식당 밑반찬.
- 옛 동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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