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
낮은 지대의 잔디밭이나 풀밭에서 자란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끝에서 몇 개의 잎이 자란다.
높이 20∼50 cm이고 건조하면 다소 향기가 나므로 향모라고 한다.
무더기로 자라지 않고 드문드문 퍼지며 꽃줄기에 짧은 잎이 몇 개 달려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꽃줄기 끝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포영은 2개이고 첫째에 1맥, 둘째에 3맥이 있으며, 안에 3개의 작은 꽃이 들어 있으나 중앙의 1개만 열매를 맺고 털이 없다.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이와 비슷한 산향모(H. alpina)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라며 호영과 내영에 까끄라기가 있다.
잎
엽초에는 보통 짧은 털이 있으며 끝에 부드러운 털이 있기도 하다.
꽃대에 달린 잎은 길이 1-4cm이지만 근생엽은 자라서 길이 20-40cm로 되며 안으로 말리거나 편평하고 폭 2-5mm이며 표면에 잔털이 있거나 없고 뒷면에는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에 짧은 가시털이 있다.
엽설(葉舌)은 막질로 길이 1.5-3mm이며 절두 또는 둔두이고 끝이 갈라지며 털이 없으나 때로는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꽃
꽃은 4-5월에 피며 원뿔모양꽃차례는 넓은 달걀모양으로서 길이 4-8cm, 폭 1.5-3.5cm이고 마디에 가지가 2-3개씩 달리며 옆으로 벌어진다.
작은이삭은 넓은 거꿀달걀모양이고 다소 편평하며 길이 4-6mm로서 황갈색이 돌고 까락이 없으며 광택이 난다.
포영은 달걀모양으로서 안으로 접히며 예두이고 첫째 포영은 1맥, 둘째 포영은 첫째 것보다 다소 길고 3맥이 있다.
수꽃의 호영 하반부에는 잔점이 있으며 윗부분이 거칠고 보통 까락이 없다.
밑부분에는 모여나기하는 털이 없거나 간혹 있다.
양성꽃의 외영은 길이 2.5-3mm로 끝이 뾰족하며 윗부분에 잔털이 있다.
줄기
높이 20~50cm로서 원줄기는 매끄럽고 곧게 서며 모여나지 않고 작은 군락을 형성한다.
뿌리
백색의 가늘고 긴 땅속줄기가 가로 뻗으면서 번식하여 군집을 형성하고 향기가 있다.
용도
• 향내나는 땅속줄기를 말려서 옷장에 두면 좀벌레를 막을 수 있다.
• 땅속줄기는 토혈, 혈뇨, 신염, 부종 등에 쓰이며 꽃이삭은 복통, 중풍예방에 쓰인다.
향모는 주로 논밭의 두렁이나 초지의 늘 양지바르면서도 토양이 습윤한 장소에서만 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꽤 안정된 농촌 서식처환경에서 발견되는데, 그렇게 향모가 살만큼 안정된 농촌 서식처는 사실상 흔치 않다.
그래서 향모가 발견되는 곳이라면, 무리지어 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뿌리줄기가 발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며, 밟혀서 다져진 건조한 땅에서는 결코 살지 않는다.
향모는 오늘날 일반 사람들에게 낯선 풀이지만, 선조들은 잘 알고 있었다.
땅속에 달리는 뿌리줄기는 난(蘭) 뿌리를 연상케 하면서 향긋한 바닐라 향기를 풍기기 때문에 일찍부터 알려진 식물자원이다.
19세기 초 『물명고(物名考)』2)에는 향모를 지칭할만한 한자 명칭이 여럿 보인다.
그 가운데 모향(茅香)과 향모(香茅)란 한자명이 눈에 띈다.
모향은 뚜렷한 긴 뿌리가 있으며, 땅속 뿌리는 난(蘭)을 닮았다고 기록했고, 향모(香茅)는 잎에 뚜렷한 잎줄(脊)이 3개 있고, 향이 있다고 기록했다.
따라서 모향이란 명칭이 오늘날의 향모를 지칭하는 본래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한방에서는 향모의 꽃을 모향화(茅香花)라 해 약재로 이용한다.
그래서 고전 속에서의 향모는 띠를 지칭하고, 매월당 김시습의 오언시(五言詩) 향모도 띠를 지칭한다(띠 참조).
향모의 지하경은 난의 뿌리를 닮았고,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난다.
줄기 제일 위에 난 잎 모양과 잎집에 약간 아래로 향해 줄 지어 난 부드러운 털이 있다.
일본명 고우보우(香茅)는 그런 한자명을 음독(音讀)한 것이며, 중국에서는 모향으로 사용한다.
1932년의 기록3)에 지금의 산향모에 대해 모향(白茅香)이란 한글명으로 기재한 것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애당초부터 우리는 모향으로 불렀던 것이다.
이들 명칭들은 모두 땅속에 달리는 뿌리줄기(根莖)로부터 나는 향기에서 유래한다
종소명 오도라타(odorata)도 그런 의미의 라틴어다. 속명 히어로클로에(Hierochloe)는 희랍어의 성스러움(sacred)을 의미하는 hieros와 화본형 풀이라는 의미인 chloa와의 합성어다. 즉 성스러운 풀이란 의미로, 실제로 성스런 종교 축제에서 교회의 입구 문이나 바닥 앞쪽에 향기가 나도록 깔아두었다고 한다.4)
향모의 본종(Hierochloe odorata subsp. odorata)은 북미의 온대 초지에서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인디언들에게 이용된 민속적 정보가 풍부하다.5) 특히 향모류는 잠을 오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명상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약초로서 잎을 말려 태우는 향으로도 이용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종은 잎집(葉鞘)에 고운 털이 있다는 의미의 푸베센스(pubescens)라는 라틴명이 더해져 그 아종(subspecies)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인디언이 가진 민속식물 정보는 더욱 오래된 동아시아의 문명 속에도 이미 존재한다.
한반도에는 두 종의 향모 종류가 알려졌으며, 또 다른 한 종은 개마고원 일대에서부터 유럽까지 분포하며 높은 산지대에 사는 산향모(Hierochloe alpin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