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신종코로나와 면역

초암 정만순 2020. 3. 25. 09:24


신종코로나와 면역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다. 전쟁이 참혹하다지만, 독감은 전쟁보다 독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눈에 보이는 총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 공포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느낌이 아닐까.
 
동의보감 건강스쿨 68번째인 이번 편은 전염병, 그중에서 독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아울러 최근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독감의 예방과 관리 방법까지 다뤄보겠다.
 
몇 만이 되는 아즈텍 제국이 천 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에게 몰살당한 것은 군대의 힘보다 균의 힘이었다. 이 때 가장 큰 전염병으로 밝혀진 것이 천연두이다. [사진 Pixabay]

몇 만이 되는 아즈텍 제국이 천 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에게 몰살당한 것은 군대의 힘보다 균의 힘이었다. 이 때 가장 큰 전염병으로 밝혀진 것이 천연두이다. [사진 Pixabay]

 
인류에게 최초의 전염병으로 알려진 질병은 천연두이다. 기원전 1500년쯤 고대 인도에서 발병한 기록이 있고, 이집트 파라오인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천연두 흔적이 발견되었다. 2세기경 로마제국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동방 훈족과 전쟁을 치른 후 돌아오면서 천연두도 함께 들고 와 로마에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 군대가 남아메리카를 정복하게 된 일화는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잘 묘사되어 있다. 몇만 명이 되는 아즈텍 제국이 천 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에 몰살당한 것은 군대보다 균의 힘이었다는 것이 요지다. 이때 가장 큰 전염병으로 밝혀진 것이 바로 천연두였다.
 
중세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쥐를 매개체로 하는 이 병은 쥐 속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고, 사람에 의한 전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흑사병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았으며 사망에 이르는 시간이 너무나 짧아 손쓸 겨를도 없이 새까맣게 변해 죽기도 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평원지대에서 시작돼, 당시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몽골제국 킵차크 칸국의 군대가 감염됐고, 1347년 킵차크 칸국 군대가 크림반도를 침략하면서 퍼지게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공성전을 하면서 몽골군이 취한 방법의 하나가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성안으로 날렸는데 지금으로 치면 화학전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중세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쥐를 매개체로 하는 이 병은 쥐속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서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고, 사람에 의한 전염은 서로간에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중세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쥐를 매개체로 하는 이 병은 쥐속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서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고, 사람에 의한 전염은 서로간에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

 
1347년 10월경 흑해에서 출발해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에 도착한 상선에 탔던 대부분의 선원이 사망한 상태였다. 살아 있는 사람도 피를 뒤덮은 고름에 검은색으로 변한 상태로 죽어가고 있어 죽음의 배라고 알려져 있다. 항구의 주민들도 선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어갔고, 곧 이탈리아 각지로 파급됐다.
 
1347년 연말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감염 보고가 있었다. 1349년엔 영국의 웨이머스항에 퍼지고, 1350년엔 북유럽 일부를 제외하고 유럽 전역으로 흑사병이 퍼져 나가다 1351년에서야 비로소 소강상태가 됐다. 이때 사망자 수가 어마어마해 당시 유럽 인구가 30~50%까지 줄었다고 한다. 흑사병은 중국으로 퍼져 원나라가 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집트 인구도 3분의 1이 줄어드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전염병은 한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예전에는 주로 전쟁과 상선 때문에 옮겨졌다면 요즘은 국가 간 자유로운 왕래와 여행으로 인해 더 손쉽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공항은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이긴 하지만, 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이중적인 곳이기도 하다. 
 
20세기에 유행한 전염병 중 무시무시한 것이 독감이다. 특히 크게 발생한 독감이 몇 차례가 있는데, 그중에서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전쟁보다 더 큰 공포와 후유증을 낳았다. 프랑스에 주둔하던 한 미군 병사에서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그해 8월부터 1920년 6월까지 전 세계로 퍼지며 최대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재앙이었다. 다른 국가들은 쉬쉬하고 있을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인 스페인 언론이 연일 보도하는 바람에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졌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1주일에 4500명 이상이 죽어갔고, 우편배달부에 의해 감염된 알래스카 일대 주민들 대부분이 숨졌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조선에서도 발병해 14만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무오년 발생했다고 해 무오 독감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구조 및 단면도. [사진 Wikimedia Commons]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구조 및 단면도. [사진 Wikimedia Commons]

 
1898년 네덜란드 미생물학자 마루티누스 베이제린크는 새로운 형태의 감염체를 발견하고 이를 바이러스라 명명했다. 그러다 스페인 독감이 발병하고 십년이 지난 1932년이 되어서야 미국의 세균학자 리차드 쇼프가 독감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후 백신이 등장하게 된다.
 
바이러스는 굉장히 특이한 생물체다. 어떤 과학자는 세포도 없이 기생하는 특징이 생물의 특성과는 조금 달라 반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명체에 기생할 때는 생물적 특징을 나타내고, 감염 증상을 발현하면서 숙주를 괴롭힌다. 사람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일어나는 면역반응이 과하거나, 2차 감염이 일어나거나 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1977년 러시아 독감,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이어지는 큰 독감은 항상 두려울 정도의 증상을 나타냈다. 특히 홍콩 독감은 6개월 정도 기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호흡기 증상, 오한, 발열, 근육통,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이 지금의 신종 코로나와 비슷하다. 1967년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메르스 등이 유명한데, 이번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또다시 발병하고 있다. 아직 공기 감염 사례가 없는 것은 다행스럽다.
 
2000년 전 한의학 의서에서도 독감을 다루고 있다. 후한 시대에도 독감이 퍼져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당시 일족 대부분이 전멸한 장사지역의 태수였던 장중경은 독감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통해 독감이 어떻게 시작되며, 변화가 어떻고, 나아지는 경과와 약초 배합에 관한 처방전과 함께 한약을 잘못 썼을 때 생기는 문제까지 기술했다. 이렇게 쓰인 상한론은 감기와 독감 연구에 귀감이 되어 후세 한의사들도 독감을 연구해 발전 계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독감이 발생할 때마다 한의학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사스와 메르스 때 한약을 함께 먹은 그룹에서 치료에 빠른 진전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중의사가 많이 투입돼 각 시와 성에 맞는 처방을 하고 있다. 쓰촨성에서는 한약치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신종 코로나 사태 지휘부) 전문가 그룹은 한약이 면역력을 좋게 해 쉽게 감염되지 않게 하고, 이겨내는 힘을 발휘하며, 중증으로 변화되는 것도 막아준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없애며 특히 약초에 해당하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잘 먹기를 권고한다. 한의학은 독감 사태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한의학과 양의학이 분리된 시스템적인 문제로 한의학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전염성 질환에 한의학이 가치 있게 쓰이길 바란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면역력 길러주는 한약, 중국선 신종코로나 치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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