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백출

초암 정만순 2020. 3. 24. 18:32



백출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71)

 
질병이라고 하면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중증 질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가벼운 경증 질환이다. 온도 조절을 조금만 잘 못 해도 생기는 감기, 일이나 운동을 하고 나서 생기는 통증, 음식조절을 잘못했을 때 생기는 소화기 질환 같은 것이 가벼운 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볍다고 우습게 여길 것이 못 된다. 언제 어떻게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고, 생기면 여간 성가시지 않다. 무거운 중증 질환은 가벼운 증상을 방치해서 누적되어 생긴 결과다. 감기를 방치하면 만성피로에서 면역질환으로, 통증은 관절염이나 만성 근육통으로, 소화기 질환은 만성위염·간염·대장암 등으로 변할 수 있다. 이번 편은 소화기를 다스릴 수 있는 약초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현대인은 예전보다 음식을 아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대부분 많이 먹어 불편한 증상이 많아졌다. 식단의 문제와 함께 식습관도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체하거나 급성위염, 만성위염,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십이지장염, 변비, 설사 같은 소화기 자체 뿐 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소화기관인 간, 담, 췌장, 이자 등 여러 곳에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백출'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며, 명치가 그득하고 장이 꼬이고 토하면서 설사하는 등의 소화기관을 다스린다. [중앙포토]

동의보감에 따르면 '백출'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며, 명치가 그득하고 장이 꼬이고 토하면서 설사하는 등의 소화기관을 다스린다. [중앙포토]

 
많이 먹어 미처 소화가 안 되어 생기는 문제를 한의학에서는 ‘습’에 의한 것이라고 파악하고 식체, 담음, 담적 증상 등으로 구분한다. 수많은 소화기 처방을 분석해 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약재가 있는데, ‘습’을 없애 말려주고 담음을 없애주는 것으로 ‘백출’을 손에 꼽을 수 있다. 백출은 가벼운 체기부터 위에 언급한 소화기의 대부분의 질환에도 적용해 기본 바탕이 되는 약초로 소화기의 명약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며, 명치가 그득하고 장이 꼬이고 토하면서 설사하는 등의 소화기관 장애를 다스린다. 또 복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이질을 치료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에 따르면 백출의 약리학적 효능을 10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임상에서 쓰이는 관점에서 중요한 순으로 설명하자면 무엇보다 소화기관에 작용하는 것으로 제산효능과 위장운동, 간보호 작용을 들 수 있겠다. 급성 위염모델과 만성 위염모델 등의 실험을 통해 보니 위산을 억제해 위액 분비량을 감소시키며 위장 운동을 통해 속이 그득해질 때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사가 진료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이 소화기에 관한 것이고, 동의보감 등 여러 한의서의 백출 부분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간독성을 억제하는 부분이다. 한약 처방을 할 때 아주 신경 쓰는 부분이 간 기능이다. 세간에 잘 못 알려진 오해와는 정반대로 한약을 꾸준히 오랫동안 복용한 후에 간 기능이 좋아지는 사례를 자주 관찰할 수가 있다. 많은 약초 중에서도 백출이 하는 역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험에서도 간세포 독성을 현저히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밝혀졌다.
 
염증들 때문에 붓기가 생기고 부어서 순환이 안 되는 부위에 만성적인 염증 현상을 유발하는데 관절염 역시 그렇다. 이런 만성적인 염증을 근본적으로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약초가 백출이다. [사진 pixabay]

염증들 때문에 붓기가 생기고 부어서 순환이 안 되는 부위에 만성적인 염증 현상을 유발하는데 관절염 역시 그렇다.

이런 만성적인 염증을 근본적으로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약초가 백출이다. [사진 pixabay]

 
또 다른 효능으로 항관절염 작용이 있다. 관절활막세포의 염증물질생성을 억제하고, 혈청 내 항콜라겐항체 농도를 감소시켜 항관절염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염을 분석하는 여러 원리 중에서 위에서 언급한 ‘습’의 영향을 크게 보고 있다. 습한 기운 중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성분을 특별히 ‘담’ 혹은 ‘담음’이라고 하는데 (담, 담음에 관한 것은 기존에 기고한 ‘근육은 혈액 덩어리, 담 결림은 피 순환 잘 되면 자연 풀려’ 칼럼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담음이 쌓이는 곳에 따라서 여러 질병이 생긴다.
 
특히 관절에 담음이 쌓이기 쉽고 그렇게 되면 뻑뻑해지면서 붉게 붓고 열이 나다 나중에는 형태가 변하고 굵어지면서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몸에서 생기는 미세염증이 담음의 일종이고, 염증 때문에 붓기가 생기고 부어서 순환이 안 되는 부위에 만성적인 염증 현상을 유발하는데 관절염 역시 그렇다. 한의학에서 하는 설명과 양의학에서의 설명이 거의 일치한다. 이런 만성적인 담음, 염증을 근본적으로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약초가 백출이다.
 
또 심혈관계에 특정 인자 발현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으며, 감정적인 면에서는 항우울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 밖에 거의 모든 약초에서 나타나는 항산화, 항염증, 항암 효과가 있다. 최신 연구 동향에 따르면 대장암, 진통효과, 염증 억제, 지질 대사에 관한 작용 등을 밝히고 있다. 한의사가 처방할 때 정신 집중력을 높이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처방에도 백출을 이용하는 것이 이런 효능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백출은 소화기가 안 좋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구황기나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갈 때도 아주 요긴한 약초로 사용됐다.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소화장애·관절염에 좋아 피난 때도 챙겼던 이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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