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春拳
영춘권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한 간략한 소개.
1. 개요.
영춘권은 중국권법의 한 문파로, 광동/복건 지역을 대표하는 권법 가운데 하나이며 한자로는 詠春拳, 영어 표기로는 Wing Chun(영춘의 광동어 발음), 내지는 '차이니즈 복싱(Chinese boxing)' 이라고 보통 표기된다.
광동성과 복건성의 지도. 화남지역에 속하며 홍콩과 포산(佛山:불산)시는 광동성에 속한다. 이 지역의 권법을 남권(南拳)이라고 칭하고 대표적인 권법들로는 가라테(空手)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백학권(白鶴拳), 황비홍의 홍가권(洪家拳), 채리불권(蔡李佛拳)이 있으며 영춘권(詠春拳) 역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권법 중 하나다. 이 중 영춘권 외에도 홍가권의 적통이 한국에 있다. 인천 정무문 쿵후총본관이며 이곳의 관장인 필서신 관장은 홍가권의 직계 제자이기며 계보에도 올라있다. 더불어 노문금 계열의 영춘권도 전수받았고 그 외에도 당랑권, 태극권 등 다양한 쿵후를 수련한 분이니 인천 산다면 배움을 청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엽문이 살던 포산(佛山)의 위치.
영춘권의 고향은 광동 지방이지만 엽문에 의해 꽃피운 곳은 홍콩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리적 요건에 의해 다양한 중국 권법 가운데 비교적 일찍 서양에 잘 알려졌다. 특히 다름아닌 절권도의 창시자이며 유명한 배우인 이소룡이 배운 권법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엽문 노사와 수련 중인 이소룡.
영춘권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름은 엄영춘(嚴詠春)이라는 이름이다. 엄영춘이 영춘권을 직접 창시했다는 설, 소림오로 중 하나인 오매사태가 엄영춘에게 전했다는 설, 오매사태가 엄영춘에게 전한 권법을 엄영춘이 새롭게 다듬어 만들었다는 설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어쨌든 세계 무술사 중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여성이 창시한 무술'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영춘권에서 강조하는 여러가지 포인트들을 살펴보면 여성이 창시했다는 설이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오긴 한다.
그리고 계보가 내려오다 영춘권왕이라 불리우는 '양찬' 이라는 사람이 본업이 바빠서 제자를 아들 둘을 포함해 네 명만 길렀는데 그 중 한명이 진화순(陳華順)이고 진화순이 가르친 제자 중 한 명이 바로 영춘권의 중흥조라고도 할 수 있는 엽문(葉問)이다. 엽문은 어려서 몸이 허약해서 영춘권을 배웠는데 다 배우기 전에 진화순이 죽는 바람에 사형인 오중소(吳仲素)에게 배우다가 홍콩으로 건너가서 양찬의 큰아들인 양벽(梁璧)에게 영춘권을 모두 배우게 된다.
양벽 노사.
홍콩에 정착한 엽문은 생계를 위해 도장을 열게 되는데, 제자들이 길거리 대련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자 영춘권은 홍콩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뻗어나가게 된다. 영춘권도 불산파부터 시작해서 분파가 여럿 있지만 홍콩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서 엽문파 영춘권이 가장 지명도가 높다. 또한 액션스타인 이소룡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영춘권의 특징
영춘권은 타격에 있어서 초근접전을 추구하는 무술로 여느 무술보다 상대와의 간격이 매우 좁다. 기본기인 충권(衝拳)도 다른 무술과 달리 보통 완전히 팔을 펴지 않은 상태로 주먹을 쓰며(펴도 크게 상관 안하는 유파도 있음.) 일반적인 拳의 상식과 달리 정권을 쓰지 않고 하삼지(중지, 약지, 소지)를 쓴다. 이때문에 부상위험에 대해서 태클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춘권의 주먹은 세로로 치는 종권(縱拳)이라서 부상 위험이 적다. 이것은 맨손 권투인 베어너클 시절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영춘권에서는 손가락, 장저, 손날 등 손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공격하며 충권은 다른 많은 손기술의 일부일 뿐이다.
영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치는 주먹과 손기술만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지만 발기술도 존재하는데 크게 차지 않고 상대의 무릎이나 골반을 빠르게 차는 스타일이며 단수로 쓰기보다는 손기술과 합쳐 쓰게 된다.
위 사진처럼.
또한 영춘권이 단순히 타격만이라고 오해를 사곤하는데 유술(柔術)기법 역시 존재한다.
유술을 주로 쓰는 쪽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상대의 공격을 움켜쥐는 것보다는 손목이나 팔뚝, 손바닥을 이용해 공격을 흘리거나 누르거나 걷어내는 방식을 취하는 유술로 남쪽 지방의 특성상 옷깃을 잡는 유술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리라 추정한다. 어쨌든 타격일변도의 무술이 아니고 유술도 존재하며 이런 기술들을 조합해 적을 격퇴하는 무술이다.
여성이 창시한 무술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로 '감각' 을 매우 중요시하며 이러한 개념이 극대화되어 나온 수련법이 바로 영춘권의 꽃이라고 하는 치사오(黐手)다.
치사오는 상대와 팔을 맞댄 상태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수련법으로 감각의 인지를 매우 중요시여기며 기본기를 익혀 영춘권의 기술과 드릴들을 탑재한 후에는 죽어라고 이 치사오 수련을 하게 된다. 이 감각의 수련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스승이 제자를 가르칠 때도 투로를 시키고 보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잡아주고 계속 상대를 해줘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영춘권을 많은 사람이 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실 스승이 제자를 많이 가르칠 수도 없었다.
치사오 中
또한 투로가 소념두(小念頭), 심교(尋橋), 표지(標指), 목인장 투로 뿐으로 다른 중국권법들에 비하면 비교적 간결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소념두는 손의 기본기술, 심교는 초마를 비롯한 보법과 함께 사선으로 흘리고 공격하는 동작들, 표지는 일종의 독한 공격법 정도라고 볼 수 있고 목인장은 연습을 위한 보조 도구로서 사용한다.
소념두 투로 시연 中.
목인장도 유명한데 사실 목인장은 홍가권이나 채리불권에서도 쓰이는 도구다. 샌드백과는 다르게 걷어내고 공격을 들어가게 하는 방법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은 에스크리마 같은 무술에서도 많이 차용한다.
목인장.
무기로는 팔참도와 육점반곤이 있다.
팔참도.
육점반곤의 수련.
이러한 직관적이며 합리적인 수련체계로 인해 전 세계에 수많은 수련자들이 있다.
3. 미디어에서의 영춘권.
예전에는 이소룡으로 인해서 영춘권도 유명해졌다. 그가 수련하던 방식들이나 목인장 수련 등등이 서양인들에게는 신기해보였을지도 모르고......이소룡은 절권도를 만들면서 영춘권의 치사오나 기타 수련방식들을 배제한 듯 하지만 그래도 동양무술치고는 이론과 실기가 매우 합리적인 영춘권이 서양인들의 구미에 맞았던 것 같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뽕을 끊고 재활하며 배운 무술로도 유명하다. 아이언맨 3에서는 아예 목인장이 나오기도 하고 로다주의 영춘권 경력이 있어서 그런가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셜록홈즈에서 영국 빈민가에서 행해지는 근대 권투신도 멋지게 나온다. 사실 슈거레이 로빈슨과 퀸즈베리 룰 이전의 베어너클 복싱은 중국 남파권법이랑 큰 차이가 없다.
베어너클.
영춘권의 대표적인 미디어 견자단 주연 '엽문'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엽문' 이 있다.
견자단이 주연을 맡았고 엽문의 일대기를 각색해서 민족투사로 만들었는데 그것과는 별도로 한국의 영춘권에 대한 유명세는 이 영화를 빼놓기가 어렵다. 결국 영춘권이 전 세계인에게 태극권만큼이나 사랑받는 것은 무술 자체의 합리성, 무술을 대표하는 스타(이소룡이 배운 권법)에다 최근에는 미디어(엽문/영화)까지 합쳐져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영춘권식 치사오나 이런 방식은 보통 절권도를 통해서 알려졌었다. 한국 모관장이 홍콩의 모모씨에게 절권도를 배운 뒤 한국에서 교습을 하는데 그 모모씨의 방식에는 영춘권식 수련이 들어있어서 그랬던 듯. 문제는 그 홍콩의 모모씨가 본인이 이소룡에게 절권도를 배웠다고 하는데 이소룡의 절권도 인스트럭터는 테드 웡과 댄 이노산토 둘 뿐이었다. 이것에 얽힌 문제는 절권도에서 알아서 할 문제이니 관심있으면 그쪽 가서 알아보길.
4. 한국의 영춘권 수련터.
하여튼 그러다가 엽문의 히트 이후로 한국인들도 간지도 나고 실전성도 있다고 하고 하는 영춘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한국에도 영춘권을 배울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도장은
https://blog.naver.com/karelian/220606366209
위 링크를 참조. 과거 2008년 무렵에는 홍대와 도곡동(당시엔 양재)밖에 없었는데 이 정도면 많이 늘었다.
모두 네이버 카페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검색해 볼 것. 그 밖에 영춘권을 가르친다 표방하는 여러 무술 도장들이 종종 있지만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출처나 계보가 정확한 곳은 위의 도장들과 그 계열들이다. 사정상 도장에서 배우다가 이사 등의 이유로 나가기 어려울 경우 허락을 맡고 몇몇 사람들과 수련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상기한 곳에서 충분히 배우고 난 뒤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곳도 있을 수 있고 해외에서 분파한 계열에서 배운 사람도 있을수 있으니 저기 없다고 해서 모두가 사이비라고 볼 수는 없고 내가 모르는 것일수도 있다. 해외 유학이나 여행, 어학연수가 자유로워진 요즘은 외국에서 다른 계열의 영춘권을 배운 사람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굳이 이걸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이템으로서 가치가 아직 꽤 희소한 편인 영춘권은 지금도 그냥 유튜브 보고 가르치는 사기꾼들이 존재하며 영춘권은 엄연히 족보있는 정종무술이니 자신이 배울 곳이 어느 계열인지 정도는 잘 알아보고 배우도록 하자.
보통 계보가 정확하면 자신의 계파와 스승을 밝히게 마련이다.
최소한 저 도장들의 계보는 명확하니 기준선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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