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강판권의 나무 인문학

[나무와 창의성]1월의 나무: 버드나무

초암 정만순 2019. 1. 4. 09:24




[나무와 창의성]1월의 나무: 버드나무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강판권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창의성은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창의성은 태어나면서 갖는 천성, 인성, 정체성, 자존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생명체의 삶은 곧 창의성의 구현 과정이다.

 예수와 석가와 공자 등 성인들이 남긴 말씀의 본질이나 중국 고전 '대학'과 '중용'의 핵심 내용도 창의성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창의성의 실현은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준다.

창의성을 구현하는 방법은 아주 많지만 자세하게 살피는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관찰은 사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게 할 뿐 아니라 상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찰은 통찰력의 단서를 열어준다.

관찰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관찰의 대상도 중요하다.

관찰의 대상 중 나무는 창의성을 구현하는 데 유용하다.

창의성은 대부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나무의 다양한 종류와 모습은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다.


유사 이래 나무의 관찰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낸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두부를 발명한 중국 한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여러 사람들과 공동 편찬한 '회남자'(淮南子) 중 제5편 '시칙'(時則)에는 1년의 특징을 나무로 이해한 정보가 담겨 있다.


잎의 가장자리 톱니 귀신 막아

'회남자·시칙'의 나무 정보는 태음력에 기초한 중국 하(夏)나라의 역법에 따른 중국 고대인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에 불과하지만, 세상의 이치를 읽는데 적잖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나는 '회남자시칙'의 기록에 따라 매월 한 그루의 나무를 선정해서 창의성의 문제를 고민하고자 한다.

'회남자·시칙'에서 언급한 1월 맹춘(孟春)의 나무는 버드나무다.

'회남자·시칙'에 따르면 1월의 방위는 동쪽이다.

동쪽은 중국 고대 삼황(三皇) 중 한 사람이자 '역경' 중 팔괘를 만든 복희씨(伏羲氏)가 나무의 덕으로 다스린 곳이다.

그래서 복희씨는 목덕(木德)의 천제(天帝)라 불린다.

버드나무를 1월의 나무로 삼은 것은 봄이 오기 전에 가지가 돋기 때문이다.

버드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버드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유(柳)와 양(楊)이다.

버드나무는 탁월한 부드러움과 강한 생명력을 갖춘 나무다.

잇몸을 닦는 양치의 기원인 양지(楊枝)와 미인의 허리를 의미하는 유요(柳腰)는 버드나무의 부드러운 특성을, 이별할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준 것은 이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특히 버드나무는 사악한 기운을 없애주는 벽사력(辟邪力)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국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이 편찬한 중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종합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따르면,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문간에 달아두면 100가지 귀신이 들어오지 못했다.

 사람들이 버드나무에게 벽사의 힘을 믿었던 것은 이 나무의 강한 생명력과 양기를 가진 힘, 그리고 잎 가장자리의 톱니 때문이었다.

만주족은 버드나무의 이 같은 힘에 끌려 이 나무를 천지개벽 및 인간 창조의 여신으로 받들었다.

양류관음(楊柳觀音)이 버드나무 가지로 중생의 고통을 들어주는 것도 버드나무의 부드러움 때문이다.

이 같은 버드나무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해와 놀라운 상상은 모두 이 나무에 대한 관찰의 결과이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많은 사람들이 버드나무를 사랑한 것은 버드나무가 부드러움이라는 타고난 창의성을 밖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승강'(柔勝强)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나무다.

버드나무는 중국 고대에 봉분조차 없는 피지배층인 백성의 무덤에 심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명대 이시진(李時珍)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버드나무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버드나무의 이 같은 삶의 태도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할 때 아름다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