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산 국토 정보

통도사 암자 순례길

초암 정만순 2018. 11. 15. 09:20



통도사 암자 순례길

마음을 비우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영축산 자락 곳곳 아기자기한 19개 암자…탁했던 마음 맑아지네




순례는 성인의 행적을 좇아가며 신심을 굳게 하고 속죄하며 자신을 스스로 다잡는 신성한 행위를 말합니다.

요즘 이 순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힐링(치유)과 걷기 열풍 덕분에 순례의 의미는 이미 종교를 넘어선 듯합니다.

자신의 종교가 없더라도 이름난 순례길을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명상하고 사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순례길 하면 스페인 산티아고를 떠올릴 정도로 이 길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지역의 이 기독교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곱(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 구간입니다.

완주하는데 40일이 넘게 걸릴 만큼 장대한 걷기 코스인데도 관련 여행상품이 쏟아질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닐지라도 이 길은 수많은 배낭여행자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멀리 스페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도 여러 유명한 순례길이 있습니다.

전남 순천 조계산의 굴목이재가 대표적입니다.

조계산 동쪽의 선암사와 서쪽 송광사를 잇는 6.5㎞의 이 산길은 우거진 숲 속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선암사 인근의 편백숲이 유명하죠.

천주교 성인들의 순교성지를 잇는 순례길도 있습니다.

순례길이라 이름 붙여지진 않았지만 경주 남산에서는 어느 코스를 산행하든 곳곳에 산재한 불상 석탑 등 불교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부산 가까이에는 통도사 암자 순례길이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는 불지종가 통도사의 19개 암자를 연결하는 통도사 암자 순례길을 만들어 문화해설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문의 양산시 종합관광안내소 055-382-4112).

 스님들의 수도 도량인 암자는 대체로 작지만 통도사의 암자들은 웬만한 절 수준으로 규모가 크고 건축미 등 각기 다른 아름다움과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하루에 19개 암자를 모두 둘러보기가 어려우므로 양산시는 코스를 크게 2개로 나뉘어 놨습니다.

1코스는 산사 초입의 무풍한송로와 통도사를 거쳐 제2주차장 왼편의 보타암~취운암~수도암~서운암~사명암~옥련암~백련암까지 5.5㎞(약 2시간30분 소요)이고,

2코스는 무풍한송로와 통도사를 지나 안양암~자장암~서축암~반야암~극락암~비로암까지 6.5㎞(약 4시간 소요) 구간입니다.

코스에 구애받지 않고 22㎞ 정도에 이르는 19개 암자 종주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스대로 가도 좋고 19개 암자 중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 걸어도 좋습니다.

백운암을 제외하고는 차로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침 5월 6일이 석가탄신일입니다.

황금연휴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면 통도사 암자들을 순례하며 힐링 여행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5월 6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통도사 암자를 순례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불지종가, 영축총림 통도사에는 19개 암자가 자리잡고 있다.

암자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잡는다.

통도사의 주요 암자를 이현분 양산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봤다.


①무풍한송로

   
바위 벽면에 조각된 4m 규모의 자장암 마애불상.

통도사 암자 순례길의 출발점은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이다. 산문 입구 무풍교부터 제2주차장 청류교까지 1㎞ 구간의 보행자 전용도로로, 마사토가 깔려 있어 걷기 쉽다. 곧게 뻗은 큰 키의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산림욕을 하기에 좋다. 통도사의 소나무는 독특하게도 홍송 또는 적송, 즉 붉은 소나무인데 이런 적송의 솔밭길이 산사 입구까지 길게 뻗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무풍한송로는 수백 년 수령의 적송들이 마치 춤을 추듯 어우러지는 풍광을 연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달 24일 무풍한송로는 이른 아침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따가운 아침 햇살을 가려주고,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까지 덤으로 얹어주는 붉은 소나무 아래를 30여 분 걷다 보니 어느새 산사에 다다랐다. 무풍한송로 중간중간에 경전의 가르침이 새겨진 비석들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 법구경의 한 구절에 눈길이 갔다. '욕심보다 더한 불길이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이 없으며/ 몸뚱이보다 더한 짐이 없고/ 고요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


②안양암 수도암

   
안양암 전경.

통도사 대웅전과 금강계단, 부처의 진신사리 등 본 절의 경배를 마치고 안양암으로 향했다. 우거진 숲 속 비탈길을 타고 조금 올라가면 아담한 안양암에 이른다. 안양동대라는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잡은 암자다. '안양'은 불교의 서방정토, 즉 극락세계를 뜻한다.

안양암은 북극전(北極殿)으로 더 잘 알려졌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47호로 지정된 이 법당은 북두칠성을 모시는 곳으로 칠성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민속신을 모시는 칠성각이 절 내 있는 것은 한국불교의 독특한 풍경인데, 불교의 토착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예전에는 북극전 건물 한 채만 있어 이를 안양암이라 불렀는데 이후 두 채가 건립되면서 현재의 안양암이 완성됐다.

안양암에서 뒤로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수도암에 이른다. 골짜기 안쪽에 위치해 있고 여행객도 많이 없어 수도하는 암자라는 명칭답게 암자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곧게 뻗은 나무 숲 사이에 위치한 전망대는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③서운암

   
서운암 십육만 도자대장경이 보관된 장경각.

통도사 암자 중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절을 꼽으라면 단연 서운암이다. 서운암은 삼천불전과 야생화밭, 약된장, 십육만 도자대장경 등 볼거리로 가득한 곳이다. 서운암에 들어서면 입구 왼쪽에 커다란 가마가 보이는데 너구리 모습이라 해서 '너구리가마'라 불린다. 이 너구리가마에서 만들어진 도자불상과 도자대장경이 서운암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자의 법당은 도자로 만들어진 30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해서 삼천불전이라 칭해진다. 이곳 성파 스님이 1985년부터 5년간 완성한 도자불상이다. 재미있는 체험도 해보자. 삼천불전 내 불상의 시작 지점을 임의로 정하고, 자기 나이대로 한 방향을 따라 센다. 나이 수에 해당하는 불상의 형상이 현재 자기 모습과 닮았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서운암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십육만 도자대장경이다. 야생화 꽃길을 타고 20분 정도 산으로 걸어 올라가면 장경각에 이른다. 도자판에 새겨진 반야심경 등 불교경전 16만 판이 보존된 곳이다. 서운암은 1991년 시작해 23년 만인 지난해 경판과 장경각을 모두 완성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목판이어서 앞뒤로 경전을 새겨 8만 개가 되지만, 도자는 앞판에만 새기다 보니 경전의 수가 총 16만 개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꽤 긴 미로를 따라 십육만 대장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도자로 만든 3000개의 불상이 모셔진 서운암 삼천불전.

장경각을 나오면 광대한 영축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산의 명칭이 예전에는 영취산 영축산 등으로 여러 가지였는데 양산시는 2001년부터 영축산으로 바꿨다. 양산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한 인도의 영축산과 그 모습이 닮았고, 인도 범어의 발음인 '축'을 따르자는 의견에 따라 영축산으로 표기가 통일됐다.

장경각에서 내려오면 야생화 꽃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활짝 핀 꽃이 부처의 머리와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불두화를 비롯해 영축산 일대에 많이 피는 금낭화, 그 외 철쭉 할미꽃 유채꽃 황매화 작약 등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봄을 알린다. 꽃길에는 거위 공작 닭 토끼 등 야생으로 방목해서 키우는 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매년 봄 서운암에서는 야생화 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행사를 취소해 아쉬움을 남긴다. 암자의 옻칠 체험장에서는 옻칠공예를 배울 수 있다. 약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전통 장을 만들어내는 서운암의 수많은 장독도 눈길을 끈다. 암자 입구 한쪽에 마련된 판매대에서 서운암 약된장을 직접 살 수 있다.


④사명암 옥련암 백련암

   
백련암의 은행나무.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도착한 사명암은 사명대사가 수도하면서 통도사 금강계단을 수호한 암자라 해서 이름 지어진 곳이다. 아기자기하게 가꿔진 외형이 아름답다.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이 주석하는 곳이어서 더욱 명성이 높다. 단청은 청 적 황 백 흑 등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건축물과 공예품에 무늬와 그림을 그려 채색하는 것을 말한다. 단청의 최고 기술을 가진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사명암의 동원 스님은 올해 석가탄신일에 특별한 이벤트를 연다. 오는 4~6일 단청 시연회가 그것이다.

사명암 스님에게 차 한잔을 얻어 마신 뒤 암자의 정자인 '무작정(無作亭)'에 잠시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리를 털고 산 쪽으로 더 올라가니 옥련암에 다다랐다. 옥련암은 불당의 현판을 한자가 아닌 한글(큰빛의 집)로 만든 것이 독특하다. 현판 아래 새겨진 '중생이 함께 성불하도록 하여 주소서' '중생의 무명을 지혜로 바꾸어 주소서' 등의 기도문 역시 한글로 새겨놓았다. '재난을 모두 소멸해 주소서'라는 문구는 세월호 사고를 떠올려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만해 한용운이 기거한 곳으로 알려진 백련암은 산속의 고요한 암자다. 초입의 곧게 뻗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여행객을 반긴다.


⑤자장암 극락암

   
자장암의 금와보살. 이날 개구리가 보이지 않아 사진은 절에서 제공받았다.

자장암은 통도사의 창건주 자장율사가 통도사 창건(646년) 전 수도했던 암자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 조그마한 암자는 방문객들로 늘 북적인다. 불심이 깊은 사람들에게만 모습을 보인다는 금와(金蛙)보살 덕분이다. 법당 뒤편 암벽에 난 조그마한 구멍에 사는 개구리가 바로 금와보살이다.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했다고 한다. 법당 사이에 난 긴 줄이 금와보살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이날 금와보살은 믿음이 부족해서인지 기자에게는 아쉽게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자장암도 볼만 하지만 암자로 올라가는 길 옆의 너른 계곡은 더욱 좋다. 나무그늘에 앉아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한낮 더위를 잊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근현대 고승 경봉 스님이 주석했던 곳으로 유명한 극락암.

자장암 인근의 극락암은 근현대 고승으로 추앙되는 경봉 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수덕사 전 방장인 원담 스님, 은해사 전 조실 일타 스님, 해인사 원로 도견 스님, 화엄사 전 주지 도광 스님 등 조실 스님들이 정진한 선원으로 불가에서는 꽤 유명하다. 암자 입구의 극락영지는 영축산의 봉우리가 비친다는 연못이다. 그 연못을 홍교라는 다리가 가로지른다. 선방 뒤편에 위치한 독성각의 경배를 마치고 '영축산의 산정기로 된 약수로 나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으로 먹어야 모든 병이 낫는다'는 산정약수를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켰다.

자장암에 계곡이 있다면 극락암에는 소나무 산림욕장이 있다. 암자 초입에 우거진 붉은 소나무숲은 무풍한송길 못지 않은 장관을 이룬다.

   
   
약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담긴 서운암의 장독들.
   
서운암 유채꽃밭을 걷는 여행자들의 모습.
   
서운암에서 장경각으로 가는 길에 황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아기자기한 외형이 아름다운 양산 통도사 사명암. 이곳에서는 4~6일 중요유형문화재 단청장 동원 스님의 단청시연회가 열린다.




'雲水 天下 > 산 국토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천 여행 코스_11선 (제5 비토섬)  (0) 2019.04.23
베틀산(해발 324m, 구미시)  (0) 2018.11.16
대구 진골목  (0) 2018.11.13
대구지명의 유래  (0) 2018.11.01
安東 旅行코스 27 綜合 모음   (0) 201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