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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힐링 여행 삼총사

초암 정만순 2018. 10. 19. 17:52


창녕 힐링 여행 삼총사



햇살 튕기는 가을 억새밭…



화왕산, 우포늪, 부곡온천 창녕 관광 삼총사
은빛 억새물결, 생명의 어우러짐, 추억의 힐링공간
여행 나침반 남쪽, 대구에서 40분 거리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의 평원에 은빛 억새물결이 바람에 살랑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의 평원에 은빛 억새물결이 바람에 살랑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여행 나침반을 남쪽으로 돌렸더니 '창녕'이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경남 창녕이라 쓰지만 대구에서 40분 거리다. 화왕산, 우포늪, 부곡온천특구가 포진했다. '창녕 힐링여행 삼총사'다. 고맙다. '대한민국 관광의 별'급 관광지가 모여 있어줘서.

산행으로 뺀 땀을 온천수로 식히고, 물가를 걸으며 추억을 씹는 그대라면 창녕과 궁합이 잘 맞다. 산꼭대기 억새가 은빛 춤을 추고, 민물향이 개구리밥과 범벅이 되고, 아침 최저기온 10도를 밑도는 가을에는 따지고, 물어볼 것도 없다. 다 왔다. 현풍 지나니 창녕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 억새평원의 은빛 물결사이로 등산객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 억새평원의 은빛 물결사이로 등산객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2018년 화왕산

억새는 또 자랐다. 까까머리처럼 검게 앉았던 풀은 무성하게, 무심하게 다시 자랐다. 누런 은빛 억새 사이로 초록색이 유난히 강하다. 2009년 2월, 그날의 큰 불이 꺼진 뒤부터 칡넝쿨이 자생하고 있다. 자연의 회복력이다. 달라진 건 많지 않다. 아, 남문에 세련된 화왕산성 성벽이 반지르르하다. 지난 해 여름 쌓아올렸다.

밤이면 들려오던 풀벌레의 오케스트라를 낮에도 들을 수 있다. 별은 늘 빛났지만 우리의 조명이 너무 환해 별빛이 보이지 않던 것처럼 풀벌레의 합주도 사람의 소리를 줄이면 들린다. 밤에만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해서 풀벌레를 야행성으로 규정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억새 사이로 사람이 다니라고 내놓은 길에 고라니, 멧돼지 똥이 영역 표시처럼 놓여있다. 고라니, 멧돼지도 다니기 좋고, 편한 마음으로 볼 일 보기 좋은 곳이다. 사람들의 영역인 줄 알았더니 막상 모든 생물의 공공장소인 이곳은 화왕산 정상부, 화왕산성 내부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의 평원에 은빛 억새물결이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부근의 평원에 은빛 억새물결이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화왕산을 오르는 경로는 크게 두 곳이다. 가파르지만 풍광이 좋은 자하곡 코스와 소나무로 우거져 솔향기가 진한 옥천 코스다. 된비알을 즐기며 장딴지 기운을 느끼려면 자하곡 코스가, 관룡사도 들러 이것저것 살피는, 여유 있는 트레킹을 원한다면 옥천 코스가 어울린다.


화왕산 가는길에는 '허준'등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화왕산 가는길에는 '허준'등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최근 화왕산은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고애신(김태리 분)이 스승과 사격 연습을 하던 장소로 등장했다. 화왕산에서 찍으면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이어진다는 설이 있는 건 아니나 20년 전에도 MBC 드라마 '허준'이 세트장을 이곳에 짓고 한껏 촬영했었다. 세트장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방문객들은 발길 대신 눈길만 보내고 지나친다.

◆누가 골라도 명산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아웃도어 의류업체 선정 100대 명산, 산 전문 월간지 선정 100대 명산. 쉽게 말해 누가 고르더라도 명산으로 꼽히는 화왕산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랑해온 곳인지 정상석으로 가는 외길은 등산객들의 발길로 맨들맨들하다. 해발 757m 정상에 올라서면 18만㎡에 이르는 억새평원이 활짝 열린다. 화왕산성의 외곽 둘레도 한 눈에 보인다. 곁눈질로도 눈에 들어오는 창녕읍내도 있다.


화왕산은 정상인 봉우리를 중심으로 가운데 평지를 둘러싸고 여러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봉우리를 연결하는 사면을 따라 화왕산성의 성벽이 이어진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화왕산은 정상인 봉우리를 중심으로 가운데 평지를 둘러싸고 여러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봉우리를 연결하는 사면을 따라 화왕산성의 성벽이 이어진다.
   

태종 10년에 고쳐지었고 성종 때 성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한다. 100년 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의병 활동 본거지로 썼다. 평화로울 때나 '힐링공간'이다. 지금의 평화에 한 번 더 감사한다. 따뜻하게 안아줄 듯 억새 끝 부분이 솜털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자 사람들이 억새 안으로 파고든다. 억새 솜털이 사람들을 보듬는다.

억새는 10월 하순이 절정이다. 억새 중간에 드문드문 섞인 코스모스도 10월이 제철이라 연보랏빛을 더한다. 억새의 맨 얼굴에 연보라 터치로 화장한 듯 요염하다.


화왕산 억새평원 가운데에는 창녕 조(曺)씨 시조의 전설이 전해지는 용지(龍池)가 있다.
화왕산 억새평원 가운데에는 창녕 조(曺)씨 시조의 전설이 전해지는 용지(龍池)가 있다. 
   

가을 햇살이 좋아 해를 등지고 서서 한참을 맞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차지만 햇살엔 여름 기운이 남았다. 이런 햇살을 먹고, 맞고 자란 억새는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모델이다. '은빛 물결'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석양이 강물에 반사되면서 햇빛 알갱이들이 반짝인다면 억새에 반사된 햇살은 바람에 흔들려 빛을 산란시킨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역광만 걸리면 햇살이 튀어나가는 장면을 잡을 수 있다"고.

 

원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이른아침 사공이 돛단배를 타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우포늪을 가로지르고 있다.
원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이른아침 사공이 돛단배를 타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우포늪을 가로지르고 있다. 
   

◆자연이 만든 댐, 우포늪

신록으로 푸르던 우포늪 수생식물과 그 친구들인 나무들 사이로 스멀스멀 초록이 빠지기 시작한다. 초록색이 잠시 주황색으로 바뀌고 빨간색으로 넘어가는 신호등처럼 한참 초록으로 있던 여름이 가고 잠시 가을이 스쳐 갈 것이란 신호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 내륙 습지'라는 설명만큼 간결한 개념 정리도 없다. 개념 정리된 문구를 더 간결하게 정리하면 이곳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내륙에 있는 가장 큰', '자연 습지'다. 저절로 생긴 습지인데 크기 1등이다. 전체 면적 2.3㎢. 축구장 규모로 환산하면 210개 구장이다. 축구장 210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면 최근 축구선수로 전향한 우사인 볼트가 전력으로 드리블을 해도 6분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우포늪은 저절로 생긴, 그러니까 제멋대로 생기다보니 크게 4곳으로 나뉜다. 그리고 훨씬 더 다양한 모습과 길을 내준다.

4곳의 습지는 각기 이름이 있다.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이다. 최근에는 복원 사업으로 조성한 산밖벌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3포 2벌'이라고들 한다.

방문자 대부분은 가장 큰 우포를 찾는다. 세진주차장에 주차하고 우포늪생태관에서 발걸음을 뗀다. 우포늪생태체험장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글자수로 구분하든지 단단히 확인해야 한다. 자그마치 3.5km 떨어져 있다.


우포늪생태체험장을 찾은 가족들이 돛단배 체험을 하고 있다.
우포늪생태체험장을 찾은 가족들이 돛단배 체험을 하고 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원점회귀형 흙길인 '우포늪생명길'이 있어서다. 총 8.4km다. 주의할 점은 수위 상승으로 사초군락이 폐쇄됐는지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초군락이 폐쇄됐다면 걸어야할 길은 10km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생명길이 '고난의 길'로 바뀔 수 있다.

우포는 생각보다 넓다. 체력 안배는 필수다. 때문에 동쪽과 서쪽에 각각 똬리 튼 버들군락이 있는 곳까지 다녀오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학술적인 목적을 갖고 왔다면 구석구석 둘러보라.

우포늪의 넓은 면적에 지레 겁을 먹고 자동차로 둘러보는 걸 택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 미리 알려두자면 걸어가는 게 낫다. 자동차를 위한 길이 잘 없다. 있다손 쳐도 둘러가야 한다.

1천 종이 넘는 동식물이 사는 곳인 만큼 그들에게 속도를 맞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친환경적, 동식물 서식에 유리한 조건 덕에 1998년,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돼 있기도 하다.

◆부곡온천특구

대한민국에서 부곡온천은 온천 본연의 역할보다 추억 저장소로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인 휴양지였으면서, 1980년대 중반 제주도에 자리를 내줬지만,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까지 손에 꼽히던 신혼여행지여서다.

1970년대 사글세 단칸방에서 시작하던 신혼은 1980년대 아이들을 데리고 와 휴가를 즐겼고, 1990년대 중년이 되어 반신욕의 맛을 알았고, 2000년대 정년을 맞고 찾은 사우나에서 인생 2모작을 계획했고, 2010년대에는 같이 살아줘서 고마운 사람과 다시 찾았다. 단순한 기능성 온천 이상이다.

화왕산 등산, 우포늪 걷기로 움직여 흘린 땀은 정직하다. 움직인 만큼 노폐물이 몸 밖으로 나오니 노력한 만큼 나온 결과물이다. 그런데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면, 부곡온천도 대안이 된다. 등산과 걷기가 무리라면 반신욕이나 사우나로 흘린 땀도 '배출의 즐거움'으로는 엇비슷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지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요즘 용어로 '정신 승리'다.

그렇다고 '정신 승리'로 치부하기엔 물이 좋다. 1970년대 느낌이 드는, 2000년대 부곡온천 홍보 문구를 그대로 차용하자면 '섭씨 78도 국내 최고의 수온을 자랑하는 부곡관광특구에서 말끔히 피로를 씻을 수 있다.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피부 미용효과와 아토피, 성인병 예방, 노화 방지 등 의료적 효능이 탁월한 유황온천수로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간단히 말해, 온천욕을 하고 나면 '보약에 담근 몸'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뿔싸, 지난해 부곡하와이가 폐업하면서 부곡온천특구 전체가 폐업한 것처럼 국민적 오해를 사 창녕군청과 관계기관들이 '정상 영업 잘 되고 있다'고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는 여전히 온천수 콸콸 쏟아지고 있으니 '니혼온센(日本溫泉)'만 찾지 말고 '부곡온천'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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