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풀
설사와 변비 동시에 고치는 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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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풀은 가을철이면 높은 산꼭대기의 풀밭이나 개울가의 빈터 같은 곳에 무리지어 연한 보라빛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 꽃빛깔이 가을 하늘보다 맑고 청초하다. 꽃이 피기 전에는 눈에 잘 뜨이지 않아 그런 풀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초가을철 산꼭대기 넓은 들에 꽃이 가득 만개하여 밤하늘 별빛처럼 수놓은 뒤에야 사람들이 야,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갖는 풀이 이질풀이다.
줄기는 30-60센티미터쯤으로 땅에 비스듬하게 깔려서 뻗어나가고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4-5개 갈라진다. 꽃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기차게 피었다 진다. 꽃잎은 다섯 장이며 흰 빛, 보라빛, 연보라빛, 붉은 빛 등 여러 색깔로 핀다. 꽃이 지고 나면 하늘로 향해 곧게 서는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맺히지만 그 속에는 씨앗이 들어 있지 않다. 씨앗은 꼬투리 밑에 있는 조그마한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열매가 익으면 꼬투리가 벌어지며 뒤로 밀려올라가다가 주머니 속에 있는 씨앗을 멀리까지 쏘아 보낸다. 스스로 씨앗을 활로 멀리 쏘아 보내는 식물이 이질풀이다.
이질풀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약초다. 일본인들은 짜고 매운 것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장이 몹시 약하다. 그래서 이질이나 급성 장염에 걸리면 쉽게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매운 고추를 더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질 같은 것은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는다.
20년쯤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이질풀을 채취하여 일본으로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였다. 나도 열 대여섯 살 무렵에 소백산에서 스무 날 가량을 머물면서 일본으로 보낼 이질풀을 열심히 채취했던 적이 있다.
이질풀을 한자로는 노관초(老菅草), 또는 노학초(老鶴草)로 쓴다. 현초(玄草), 또는 현지초(玄之草)라고도 하며 이질풀, 쥐손이풀, 둥근이질풀, 꽃쥐손이, 털쥐손이 등의 닮은 식물이 여럿 있으나 다 같이 약으로 쓴다.
이질풀은 카타르성구균, 황색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폐렴균 등 갖가지 균을 죽이고 갖가지 바이러스를 억제하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열을 내리며 경련 및 마비, 악창, 타박상, 장염 등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맛은 약간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근육과 뼈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것, 팔다리의 마비나 경련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만성 이질을 낫게 한다.
이질풀은 장염 치료에 효력이 뛰어나다. 말린 것을 20-50그램씩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는다. 진하게 달여 농축액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세균성 설사, 급성이나 만성 장염, 아메바성 설사 등에 2-3일 복용하면 효과를 본다. 이질풀은 황색포도상구균, 폐렴구균, 연쇄상구균 등 갖가지 균을 죽인다. 장염에 쓰는 약초는 성질이 찬 것이 많으나 이질풀은 성질이 따뜻하여 우리나라 사람의 체질에 거의 잘 맞는다.
술에 담가 우려내어 먹으면 중풍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데 효과가 뛰어나고 흑설탕과 반씩 섞어서 발효시켜 복용하면 만성, 장염, 중풍, 신경통 등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이질풀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출혈을 멎게 하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손발의 마비나 경련을 치료한다.
신경통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근육과 뼛속이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데는 신선한 이질풀 50킬로그램을 가마솥에 넣어 물을 붓고 달여서 건더기를 건져내고 물엿처럼 되게 농축한 다음 꿀 3킬로그램을 넣고 잘 섞어서 한 숟갈씩 따뜻한 물에 타서 하루 2-3번 먹으면 효험이 있다. 23년 전에 소백산에서 이질풀을 채취할 때 일생을 약초 채취로 살아 온 한 노인한테서 귀동냥으로 들은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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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풀을 여러 질병에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적는다.
① 뼈와 근육이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데 : 깨끗하게 씻은 신선한 이질풀 50킬로그램을 스테인레스 솥에 넣고 물로 달여서 우려낸 다음 그 물을 걸러서 다시 15킬로그램이 될 때까지 달여서 농축한다. 그런 다음에 찹쌀로 빚은 증류주를 1리터쯤 붓고 10분쯤 끓인 뒤에 좋은 꿀을 3킬로그램 넣어 고루 섞어 20분 동안 끓인다. 이것을 식혀서 항아리에 담아 두고 한 번에 한두 숟갈씩 하루 3-7번 먹는다.
② 세균성 설사 : 이질풀 4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신다. 4-10일 복용하면 설사가 멎고 장 속에 있는 나쁜 세균도 없어진다.
③ 감기, 인후염 : 이질풀 말린 것 15-30그램을 물 1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④ 빈혈 : 이질풀 30그램, 당귀 30그램, 엉겅퀴 뿌리 30그램에 물 3되를 붓고 약한 불로 물이 3분지 1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 밥먹고 나서 먹는다.
⑤ 치질로 인한 출혈 : 이질풀 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하는 한편 이질풀을 진하게 달인 물로 아픈 부위를 씻는다. 이질풀을 달이면서 나오는 증기를 치질 부위에 쏘이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