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겨우살이

초암 정만순 2018. 5. 6. 15:07




겨우살이





겨우살이로 협심증과 관절염을 고치다


겨우살이들  

        
올해 예순 아홉인 조찬수 할아버지는 아무도 할아버지로 보지 않는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을 탈 때 역무원한테 경로우대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얼굴만 보고 표를 내주었지만, 요즘은 반드시 경로우대증을 내보여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승차권을 준다.

세월이 거꾸로 흘러가기라도 했는지 누가 봐도 조찬수 할아버지의 얼굴이 적어도 10년은 젊어졌다.

주름살도 줄어들고 살결도 고와졌으며 50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체력도 몹시 튼튼해져서 요즈음 새벽 4시에 집을 나와서 저녁 어두워질 때까지 강원도의 높고 험한 산들을 오르내리고, 또 쉬지 않고 하루 20시간씩 운전을 해도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다.

예전에 협심증으로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다가 살아나기도 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기운이 몹시 떨어지고 무릎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20대 젊은이보다 오히려 더 활기차고 건강해졌다.
조찬수 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은 토종약초 몇 가지를 차로 마시는 것뿐이다.


“늘 겨우살이차를 마시는 것이 건강비결”

그는 겨우살이를 늘 차로 달여서 물 대신 마신다.

산에 갈 때도 겨우살이를 달여서 물병에 넣어 지니고 다닌다. 겨우살이차는 그에게 생명수와 같다.

겨우살이 덕분에 그는 협심증과 고혈압, 관절염, 요통을 고쳤다.

“10여 년 전에 심장병으로 쓰러져서 4시간을 죽었다가 살아났습니다. 심장이 쪼개지는 듯이 아프고 숨을 쉴 수가 없어 병원으로 실려 가서 응급치료를 받고 깨어났지요. 그 뒤에도 가끔 가슴이 조이는 것처럼 아파서 병원에서 주는 약을 늘 먹었습니다. 그런데 토종약초를 알게 되면서부터 겨우살이차를 마셨더니 심장이 아픈 증상이 없어졌어요. 그 뒤로 병원에서 주는 약을 받아서 먹지는 않고 몸에 지니고는 다녔으나 요즘은 아예 갖고 다니지도 않고 병원에 가지도 않습니다. 우리 약초를 잘 활용하면 교통사고나 전염병 같은 것이 아니라면 병원에 갈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고 관절이 시큰거리고 무릎에 힘이 없어졌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다리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몇 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약을 먹어 봤으나 먹을 때만 약간 통증이 줄어들 뿐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역시 겨우살이가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겨우살이를 진하게 달여서 물이나 차 대신 열심히 3개월 동안 마셨더니 통증이 없어지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생겼다.

“겨우살이가 허리와 무릎이 아픈 데에도 좋은 효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리가 뻐근하거나 무릎이 시큰거릴 때 겨우살이를 달여서 먹으면 천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증이 없어집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 경비원 몇 분이 허리가 좋지 않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여 겨우살이를 달여서 몇 달 먹으라고 했더니 다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질질 끌며 다니는 분이 겨우살이를 몇 달 복용하더니 지팡이를 던져 버리고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더군요. 겨우살이는 양약처럼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3-4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겨우살이로 협심증과 요통, 관절통에 효험을 본 그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한테 겨우살이를 권하여 많은 사람들이 겨우살이로 병이 낫거나 호전되었다.

겨우살이는 고혈압, 관절염, 요통, 신경통, 중풍으로 인한 마비, 손발이 저린 증상, 협심증 등에 두루 효험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겨우살이 중에서 꼬리겨우살이가 가장 효과가 좋고 맛도 좋았다.

꼬리겨우살이에 흑설탕을 넣고 발효하여 음료로 만들면 그 맛과 향이 천하일품일뿐더러 효과도 훨씬 빨랐다.

그러나 꼬리겨우살이는 몹시 귀해서 구하기 힘든 것이 문제였다.


겨우살이의 효능 미슬토 겨우살이 부작용  


삶과 죽음을 부르는 식물,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숭배의식, 신화, 전설, 설화 등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지위를 차지하여 왔다. 성탄절 때 이 묘한 황금빛이 도는 초록 식물의 가지를 걸어 놓고 입맞춤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그 밑으로 데려오려고 애쓰는 기이한 전통은 도대체 왜, 어디서 생겼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초록 덮개에 관한 의문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 대답은 우리 옛 선조들의 주술적, 종교적 행위에서 찾을 수 있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참나무를 신성하게 여긴 한편, 참나무가 지신의 굵은 가지에서 자라는 기이한 기생식물한테도 신성함을 나누어 준다고 믿었다. 이런 생각은 그 뒤로도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이어졌다. 1600년대에 의사, 약초학자이자 점성술사인 니콜라스 컬피퍼는 <완전식물지>에서 겨우살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참나무에서 자라는 그것이 목성의 성질 중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참나무가 목성의 나무 중 하니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참나무에 자라는 것이 왜 가장 가치 있는가 하고 물으면, 나는 그것이 가장 희귀하고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밖에 대지 못하겠다.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겨우살이는 크게 세 종류이다. 그 중 하니인 서양 겨우살이만이 영국 제도를 포함한  유럽 온대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이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로 살면서 숙주를 약하게 만들었다가 결국 죽이고 만다. 서양겨우살이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는 살지 않는다. 북아메리카에도 고유종인 미국겨우살이가 있는데, 주로 미국꽃단풍과 느릅나무에 산다. 세 번째 종은 잎이 없이 꽃만 피는 난쟁이겨우살이인데 영국에는 몹시 드물고, 침엽수에 큰 피해를 입힌다.

서양의 설화와 전설에 나오는 겨우살이는 서양겨우살이다. 이 겨우살이는 본래 참나무에 기생하지만, 로마 시대의 저술가 클루시어스에 따르면, 그 무렵에는 배나무에도 흔했다. 오늘날 서양겨우살이는 사과나무와 사시나무 같은 다른 낙엽수들에서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주 높은 가지에서 덤불처럼 수북하게 자라곤 한다. 이 덤불은 숙주의 나무껍질에서 달라붙은 부위와 가지를 두껍게 만들면서 자란다. 처음에는 즙이 많고 황록색을 띠다가 오래될수록 목질로 차츰 바뀌어 간다. 잎은 달걀꼴에 가깝고, 두껍고 육질이 많은 가죽과 같은 느낌이 든다. 꽃은 아주 작고 작은 꽃잎이 달려 있다. 겨우살이는 한겨울에 가장 눈에 잘 띈다. 반투명한 하얀 장과가 두드러져 보이는데, 부드럽고 다소 끈근한 과육 안에 씨가 하나 들어 있다. Mistletoe라는 이름은 앵글로색슨족의 단어에서 온 것으로, '똥'이라는 뜻의 미스틸(mistel)과 '나뭇가지'라는 뜻의 '탠'(tan)이 합쳐진 것이다.

그 이름은 씨를 퍼뜨리는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가 열매를 먹으면 끈끈한 씨는 창자를 통과해 그대로 배설물과 함게 나뭇가지에 쌓인다. 또 새가 먹다가 부리에 달라붙은 씨를 나뭇껍질에 대고 비벼대서 떼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지 시는 나뭇가지의 갈라진 틈이나 패인 곳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게 된다.

플리니우스는 겨우살이를 의식에 이용하는 장면과 겨우살이와 달의 신비적인 관계, 드루이드교도들이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서술하면서 간결하고도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통찰력을 보여 준다.

 

겨우살이는 아주 희귀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겨우살이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그 주위에 모여 엄숙한 의식을 치른다. 무엇보다도 행사는 그 달의 엿새째 되는 날에 연다. 그 해, 30년 주기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6일째 되는 날이다. 달의 엿새째에는 정기가 넘치며, 달이 반도 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무 밑에서 산 제물을 바치고 축제를 열 준비가 되면, 그들은 겨우살이가 만물의 치료약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뿔을 한 번도 묶은 적이 없는 하얀 황소 두 마리를 끌고 온다. 하얀 예복을 입은 사제 한 사람이 나무 위로 올라가서 황금으로 된 낫으로 겨우살이를 잘라내어 그것을 흰 옷에 받는다. 그런 다음 황소를 제물로 바치면서 신에게 번영을 기원한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로 만든 약물이 새끼를 낳지 못하는 동물들한테 새끼를 갛게 하고, 겨우살이가 모든 독을 풀어 준다고 믿는다.

 

클루시우스는 플리니우스의 짧은 말에, 겨우살이를 자를 때 쇠를 써서는 안 되며, 자른 것이 땅에 닿으면 마법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클루시우스는 그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지만, 중세 시대의마법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두렷하게 알 수 있다. 땅에서 떨어져서 자라고 있거나 땅에 닿지 않은 채로 있는 것에는 마녀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살이는 마법을 막는데 특히 효험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그것은 겨우살이가 땅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힘입은 바가 많았다.

중세 시대에는 마녀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겨우살이 가지를 문 위에 걸어두었고, 17세기에 니콜라스 컬피퍼는 <완전식물지>에서 겨우살이 가지를 목에 걸면 마법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조언하였다.

플리니우스가 묘사한 의식에는 겨우살이가 자라는 나무 밑에서 황소 두 마리를 도살하는 과정도 있다. 참나무에 자라는 겨우살이는 다산과 관련이 있는 주술적인 특성이 강하다. 황소 역시 고대에는 다산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이 의식은 겨우살이와 황소의 마력을 결합하려는 목적을 지닌 것이 틀림없다. 고대 켈트족은 독특한 생활 방식 때문에 부족민 뿐만 아니라 가축의 번식력을 많이 염려하였다. 제물을 바치는 일이 끝나면, 드루이드 교도들이 켈트족의 관습을 따랐다면, 점을 치고 동물의 피와 내장을 살펴보면서 미래를 예측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겨우살이 의식의 정확한 의미와 목적을 다만 추측에 의존할 수밖애 없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하얀 여신>에서 황소를 도살하는 것이 신성한 숲에서 다산의 여신을 위로하기 위해 젊은 후게자가 늙은 사제를 거세하고 살해하는 행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켈트족한테서 이런 암살이 실제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실제적은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알프스 산맥 북쪽에 살았던 고대 켈트족만이 겨우살이를 신성한 식물로 숭배한 것은 아니었다. 겨우살이의 명성은 고대 그리이스와 로마에도 퍼져 있었다. 또 다른 로마의 저술가 베르길리우스의 저술에는 겨우살이를 자르는 의식이 동지에 가까운 계절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명확하게 암시되어 있다. 이 무렵은 겨우살이의 열매가 한창 무르익을 때이며, 헐벗은 참나무 가지 사이에 있는겨우살이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또 베르길리우스는 겨우살이와 저승세계의  관계를 명쾌하게 보여 준다. 그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 6권에 아폴론의 신탁을 전하는 무녀인 시빌들이 아이네이아스에게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하세계의 왕비인 페르세포네가 통치하는 왕국으로 가는 길에는 음침한 계곡이 있지만, 죽은 자들이 관문을 통과하여 다시 안전하게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로 돌아오려면, 먼저 의식을 집행해야 했다.

 

그늘을 드리운 나무에 황금빛 잎과 나긋나긋한 줄기로 된, 지하세계의 유노(페르세포네)에게 봉헌된 가지가 숨어 있다. 숲 전체가 이것을 감추고 있으며, 그늘이 음침한 계곡을 덮고 있다. 하지만 그 나무에서 황금빛 잎이 달린 열매를 잡아 뜯은 사람 외에는 땅 밑의 숨겨진 곳을 지나갈 수 없다. 이것은 아름다운 페르세포네 자신이 정한 규칙이다. 첫번째 가지가 찢어져도, 두번째는 그렇지 않을 것이고 금덩어리와 같은 잎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눈을 들어 찾아보라. 찾았으면 손으로 잡아뜯어라. 그것이 스스로 편안하고 손쉽게 당신을 따를 것이다.

                                                                                                                 <아이네이스>

 

아이네이아스는 그 곳에 도착해서 시빌이 보낸 비둘기 두 마리의 뒤를 따랐다. 여기서 베르길리우스는 겨우살이가 홈참나무에서 자란다고 적었다. 또 제임스 프레이저 경이 <황금가지>에서 주장한 것처럼, 베르길리우스가 겨우살이를 디아나 네모렌시스 여신에게 봉헌된 아리키아의 유명한 숲에 있다는 신비한 황금가지와 동일시하려고 한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듯도 하다. 이 장면은 월리엄 터너의 그림 덕분에 유명해졌다.

 

비둘기들은 재빨리 날아올랐다가 상쾌한 공기를 가르고 내려가 둘로 갈라진 나무에 앉는다. 가지들 사이에 다양한 색조의 황금빛이 반짝이고 있다. 추운 겨울에 숲 한가운데서 겨우살이는 이질적인 나무에 꿰매인 체 황금빛을 발하고 있고, 날씬한 줄기에 노랑 열매를 달고 있다. 그늘진 홈참나무 위에 잎 모양의 황금이 놓여서 산들바람에 그 금박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듯하였다.

                                                                                                               <아이네이스>

 

프레이저는 사제이자 왕을 주기적으로 살해하는 네미 숲의 의식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덜 폭력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고, 숲의 수호자를 살해하는 행위가 도망친 노예를 '숲의 왕' 곧 렉스 네모렌시스와 맞붙게 하는 풍습으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했다. 노예들한테는 숲의 한가운데 있는 신성한 나무의 일부를 꺾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노에가 그 일을 성공하고 왕과 싸워서 이기면, 일 년동안 숲의 왕 자리를 맡았다. 프레이저는 이 풍습이 지하 세계로 내려 가기 전에 보호수단으로 겨우살이를 움켜쥔다는 베르길리우스가 말한 아이네이아스 전설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에는 네미 숲의 신성한 나무에 겨우살이가 자란다는 것이 암시되어 있다.

전래되었건, 독자적으로 생겨났든 간에, 겨우살이를 다산 및 죽음과 연관짓는 풍습은 게르만과 북유럽 민족들한테서도 나타난다. 겨우살이는 오딘의 아들인 발드르가 기이한 죽음을 맞을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발드르는 북유럽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이었으며 다산의 신이기도 했다. 바이킹의 에다 시편 중 무녀들의 에언인 <볼루스파>에는 전혀 해가 없어 보이는 겨우살이가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하여 발드르를 죽일 것이라고 나와 있다.

 

나는 고귀한 신 발드르,

위그의 사랑하는 아들, 그의 숨겨진 운명을 보았네.

높은 나무들 위에

초록빛으로 빛나는 겨우살이가 살았네.

눈먼 전쟁의 신이 던지자

그 가느다란 가지는

살해 무기가 되었네.

              -<운문 에다>

 

12세기의 아일랜드 역사가인 스노리 스툴루손은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발드르가 꿈에서 자신이 겪을 운명을 보자, 그의 어머니 프리그는 아들한테 어떤 위험도 닥치지 않게 해 줄 방법을 찾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맹세하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었다. 신들의 왕인 로키가 프리그에게 물었다. "모두가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게 아니었소?" 프리그는 대답했다. "발할라의 서쪽에 나무의 싹이 자라고 있어요. 겨우살이라고 하지요. 맹세를 요구하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아요." 그러자 로키는 신들이 모이는 곳으로 겨우살이의 가지를 가져왔다. 그 곳에서는 발드르가 어떤 것에도 다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드르에게 이것저것 던지는 장난이 벌어지곤 했다. 그 연회장의 한쪽 구석에 눈먼 신인 호드르가 서 있었다. 로키는 눈치채지 못하게 호드르의 손에 겨우살이를 쥐어주고는 어디로 던져야 할 지 말해 주었다. 호드르는 겨우살이를 던졌다. 그러자 해를 끼칠 것 같지 않던 그 가지는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고, 발드르는 쓰러져 죽고 말았다. 발드르를 죽인 그 식물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약속하기도 했다. 파멸의 시간인 라그나뇌크가  찾아온 뒤 발드르가 부활하여 새로운 세대의 신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고대 세계의 신앙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죽음과 생식력이라는 주제는 서로 떼어낼 수 없이 얽혀 있다. 이런 전통들과 신화들 덕분에 겨우살이는 번식에 효험이 있는 강력한 부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발드르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는 역설적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부적 역할도 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가 겨우살이를 페르세포네에게 바치고 지하세계에서 안전하게 돌아왔다면, 보통 사람들이 어둠의 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겨우살이와 관련된 전통들을 이것 저것 살펴보았다. 이제 몇 가지 고고학적인 증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비록 이 증거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요크셔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의 목관을 분석한 결과 겨우살이의 흔적이 나왔다. 또 체셔의 린도모스에 묻혀 있던 켈트 족의 의식 때 산 제물로 바쳐진 사람의 위장에서도  겨우살이의 열매 조작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그가 죽기 전에 겨우살이가 섞인 제사 음식을 먹었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겨우살이 열매가 다른 이유로 그의 위장에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플리니우스는 켈트족이 겨우살이를 중요한 치료제로 여겼으며, 그것을 만병통치약으로 불렀다고 하였다. 간질과 악성 종양 등 겨우살이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적어도 열 한 가지는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린도스에 던져진 희생자가 이미 병을 앓고 있었을 수도 있다. 간질은 시악한 영혼이 들어온 증표로 여겼고, 그러므로 간질은 린도인이 겨우살이를 먹은 이유 뿐만이 아니라 일찍 죽음을 맞은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암을 고치기위해서 겨우살이를 먹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겨우살이와 관련한 여러가지 신비한 풍습 중에서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도 있다. 그것은 겨우살이를 생식력 및 한겨울에 낡은 한 해를 보내는 일과 관련짓는 것이다. 그것은 왜 성탄절 때 겨우살이 밑에서 입맞춤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준다. 그 풍습은 겨우살이를 걸어두고 리본과 장식으로 꾸몄던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사실상 우리는 일 년 중 자연이 죽은 듯이 보이는 시기에 저승세계의 세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겨울이 봄으로 바뀔 때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작은 의식을 올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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