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草房/운림의 식품과 의학

피나무

초암 정만순 2018. 4. 24. 22:40



피나무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약효 지닌 피나무, 불면증 우울증에 탁월한 효능

 

십리 절반 오리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입 맞춘다 쪽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충남 예산 지방의 민요인 나무 노래에 나오는 피나무의 자는 칼에 베었을 때 나오는 피가 아니라 껍질 피()를 가리키는 말이다. 피나무는 껍질에 그 특징이 있다. 껍질이 쓸모가 아주 많다. 겉껍질을 보면 거무튀튀하여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속껍질은 하얗고 매끄러우며 아주 질기다. 명주나 삼베보다도 질기고 물속에서도 잘 썩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이 질긴 속껍질로 노끈, 삿자리, 그물, 자루, 망태기, 미투리 등을 만들었고 기와나 너와, 굴피 대신 지붕을 이는 데 쓰기도 했다.


 

쓰임새가 많은 피나무 껍질

피나무 열매나 피나무의 사촌쯤 되고 열매가 피나무 열매보다 더 굵은 염주나무의 열매에 구멍을 뚫고 실로 꿰어서 염주를 만든다.

전라북도 정읍에 피나무와 염주나무를 수백 그루 심어 두고 그 열매를 따서 염주를 만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염주나무나 피나무야말로 꽃이 아름답고 꿀이 많이 나며 목재로도 가치가 크고 열매로는 염주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이 땅의 큰 보물이라고 자랑하였다.

실제로 초여름 피나무 꽃이 만발할 무렵에 그의 농장에 가 보면 수십 년 묵은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피나무 숲에 꽃이 만개한 모습이 마치 꽃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처럼 아름다우며 꽃향기가 온 천지에 진동하여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피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밀원식물로도 이름이 높다. 피나무 꿀은 빛깔이 맑고 향기가 좋아 꿀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피나무 꽃에는 모든 꽃 가운데서 꿀이 가장 많다. 피나무 숲 3천 평에서 한 해에 2-5톤의 꿀이 나오며 피나무 숲에 있는 꿀통 하나에는 하루에 3-5킬로그램의 꿀이 모인다고 한다.

피나무를 불교에서는 보리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디 보리수는 피나무가 아니라 인도나 태국 같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반얀나무를 가리킨다.

그러나 반얀나무는 열대지방에서만 자라고 온대지방에는 자라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반얀나무와 잎모양이 비슷한 피나무를 대신 보리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음악에도 보리수라는 가곡이 있다.

이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 역시 인도에서 자라는 보리수가 아니라 피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다.

피나무는 동양보다는 서양에 훨씬 더 흔하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 보면 숲에도 피나무가 흔할 뿐만 아니라 가로수로 심은 곳도 많다. 피나무는 잎이 넓고 둥글둥글해서 보기에 좋고 수형이 단정하며 곧게 자라며 키가 훤칠하게 크게 자라고 가지치기를 해서 모양을 다듬기에 좋으므로 유럽에서는 가로수로 널리 심는다.

피나무 목재는 빛깔이 희고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결이 치밀하면서도 단단하여 옛날부터 여러 종류의 가구를 만드는 데 귀중하게 써 왔다.

옛날에는 나막신이나 그릇을 만드는 데 많이 썼고 요즈음에는 조각품, 피아노와 오르간의 소리판, 바둑판, 연필, 성냥개비 등을 만들거나 고급 종이의 원료로 쓴다.

울릉도 성인봉 북쪽 비탈에는 수백 년 묵은 피나무 거목들이 떼를 지어 자라고 있는데 줄기가 썩어 구멍이 생겨 그 구멍 속에 두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있다. 예전에는 성인봉 전체가 피나무 원시림으로 덮여 있었으나 일본인들이 모두 베어 가 버리고 지형이 너무 험해서 운반하기가 불가능한 곳에 자라고 있는 것만 남겨 둔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옛날에는 우리나라 곳곳에 아름드리 피나무가 많았으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베어 가고 그 뒤에는 함지박이나 목기를 깎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베는 바람에 거의 없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지리산 칠선계곡에도 굵은 피나무들이 많아서 거대한 피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초등학생 20여 명이 앉아서 점심을 먹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피나무는 목재와 껍질이 쓸모가 많아 수난을 당했다. 미인은 박명(薄命)하기 쉽고 천재는 요절(夭折)하기 쉽다. 무엇이든지 잘난 것은 화를 당하기 쉬운 법이다.

 

신경쇠약 불면증에 효험

피나무는 약으로의 쓰임새도 매우 크다. 초여름에 피는 피나무 꽃은 향기가 좋고 땀을 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 감기와 몸살을 치료하는 약으로 널리 쓴다. 마음을 편안하고 차분하게 하는 작용도 있어서 신경쇠약이나 불면증 치료에도 많이 쓴다.

피나무 꽃에는 향기가 나는 정유 성분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며 통증을 멎게 하는 기능이 있다. 피나무 꽃은 류마티스성 관절염, 위암, 헛배 부른 데, 위염, 위궤양, 만성 장염, 설사, 이질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피나무 꽃은 향기가 뛰어나서 최고급 향료를 얻는다. 꽃잎만을 모아서 증류하여 얻은 정유 성분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감기와 기침을 치료하는 효능이 높고 달콤한 향기 또한 일품이어서 유럽 사람들한테 특히 인기가 있다. 피나무 꽃, , 껍질의 주요성분은 정유성분과 후라보노이드 배당체, 사포닌, 타닌, 망간 등이다. 특히 껍질에는 쿠마린이 많이 들어 있어서 고혈압과 기침 치료에 특히 좋은 효능이 있다. 피나무껍질에는 이 밖에 기름성분과 밀랍, 펙틴 등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염증을 삭이고 악성 종양을 억제하며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피나무를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보약으로 쓸 수도 있다. 중국에서 펴낸 <절강천목산약식지(浙江天目山藥食誌)>에는 힘든 노동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빠진 데에는 피나무껍질이나 잔뿌리 3백 그램을 물로 달여서 설탕을 넣고 좋은 술을 타서 아침저녁으로 밥 먹기 전에 먹으면 좋은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또 만성 기침에 뿌리껍질을 30-40그램을 말려서 꿀을 발라서 구은 다음 물로 달여서 밥 먹기 전에 마시면 좋다고 적혔다.

피나무 꽃은 초 여름철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달여서 복용한다. 피나무 꽃은 열을 내리고 땀을 잘 나게 하며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탁월하므로 모든 소화기관과 호흡기계통의 모든 염증성 질병과 열병, 감기, 몸살 등에 두루 쓸 수 있다.


 

피나무의 약효는 팔방미인(八方美人)과 같다. 초여름에 피는 피나무 꽃에는 꿀이 많을 뿐만 아니라 향기도 매우 짙다. 만발한 피나무 꽃 아래에 서 있으면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취하여 정신이 몽롱해진다. 피나무 꽃은 발산(發散)하는 작용이 강하다. 그래서 발한약(發汗藥)으로 쓴다. 곧 땀을 잘 나게 하는 약이다. 감기나 몸살에 피나무 꽃차를 한 잔 마시면 땀이 쭉 나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거뜬해진다. 피나무는 훌륭한 감기치료약이다. 염증을 삭이면서 땀을 나게 해서 병독(病毒)을 밖으로 내쫓기 때문이다.

피나무 꽃은 발산하는 작용이 강하므로 울화병을 치료하는데 좋은 효능이 있다. 화병은 신경을 많이 써서 생기는 신경성 병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화병에 걸린다. 우리나라 여성의 절반 이상이 화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불을 가슴 속에 담고 있으면 속이 시커멓게 타지 않을 수 없다. 피나무 꽃의 향기 성분 곧 정유 성분이 울체(鬱滯)된 화기를 발산(發散)시켜 몸 밖으로 내보낸다. 피나무 꽃은 신경쇠약, 불면증, 우울증, 신경성 위장병 등에 모두 좋은 효과가 있다. 초여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따서 말린 것 1015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30분쯤 달여서 하루 3-5번 물이나 차 대신 마신다.

피나무 껍질과 꽃에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기침을 삭이고 염증을 없애며 열을 내리고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 점액질은 위장, 기관지, 소장과 대장의 점막에서 점액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치료하며 항암 효과도 높다. 점액질이 많은 식물에는 항암효과나 염증 치료 호과가 좋은 것이 많다. 느릅나무 껍질에 들어있는 점액질이나 접시꽃 뿌리에 들어있는 점액질, 벽오동나무의 껍질에 들어 있는 점액질, 심지어는 소가 씹어서 되새김질한 먹이에 들어 있는 점액질 같은 것도 항암효과나 항염증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피나무에 들어 있는 점액질 성분도 위암이나 장암, 식도암 같은 소화기관의 암에 좋은 치료약이 된다. 피나무 껍질이나 꽃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강력하여 류머티스 관절염, 위궤양, 위염 등에 좋고, 만성 장염으로 뱃속에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부를 때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피나무의 꽃과 잎, 껍질에는 정유 성분과 플라보노이드 배당체, 사포닌, 타닌, 망간 등이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갖가지 균을 죽이고 면역력을 늘리며 신진대사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사포닌은 비누처럼 몸 안의 노폐물을 씻어주고 기력을 돋우며 타닌은 염증을 억제하고 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한다. 망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성기능을 튼튼하게 한다.

피나무 껍질에는 일종의 향기성분인 쿠마린이 많이 들어 있다. 쿠마린은 약간 달콤한 향기가 나는데 서양의학에서 주로 고혈압과 동맥경화 치료약의 원료로 쓴다. 쿠마린은 핏덩어리를 풀어주고 염증을 삭이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암세포는 스스로 혈관을 만들어 그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서 자란다. 암세포는 혈관을 만들지 않으면 2밀리미터 이상 자랄 수 없다. 그러므로 암세포가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암세포는 영양을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피나무에 들어 있는 쿠마린 성분이 암세포가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그 밖에 쿠마린은 혈압을 낮추고 혈액 응고를 억제하며 염증을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 쿠마린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은 피나무 말고도 계피, 물푸레나무, 도라지, 당귀, 백지, 미나리 같은 것들이 있다.

피나무 꽃은 초여름철에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차로 마신다. 3-5그램을 뜨거운 물 200-300밀리리터에 넣고 2-3분 동안 우려내어 마시면 된다. 하루 3-4번 생각날 때마다 마신다. 피나무 꽃은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모든 염증성 질병과 열병에 두루 쓸 수 있다.

피나무 줄기와 껍질 역시 악성 종기와 종양에 효과가 있다. 골수염으로 수십 년을 고생하던 사람이 피나무 진액을 내어 먹고 골수염을 고치는 것을 보았다. 피나무 진액은 골수염, 골수암, 위암, 간암, 폐암 등 갖가지 암과 잘 낫지 않는 염증에 좋은 효과가 있다.

 

골수염과 골수암에 특효 피나무 기름

골수암이나 골수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피나무 기름을 내어 먹는 것이 좋다. 실제로 피나무 기름으로 악성 골수염과 골수암을 고친 사람이 꽤 여럿 있다. 피나무 기름을 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깊은 산 속에서 자란 굵은 피나무 줄기를 잘라 20-30센티미터쯤의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잘게 쪼개어 3(60리터) 이상 들어가는 오지항아리에 넣는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 약간 더 큰 항아리 하나를 목만 나오도록 땅을 파서 묻는다.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 주둥이를 삼베로 두 겹을 덮어씌우고 명주실로 단단히 묶은 다음 땅에 묻힌 항아리 위에 거꾸로 엎어놓고 굵은 새끼줄로 항아리 전체를 칭칭 감는다.

그 위에 물로 진흙을 이겨 5센티미터쯤의 두께로 항아리 전체에 바르고 항아리 주둥이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잘 밀봉한 다음 그 위에 왕겨를 아홉 가마니쯤 쏟아 붓고 불을 붙여 태운다.

왕겨가 다 타기까지 대개 일주일에서 열흘쯤 걸린다. 왕겨가 다 타고 항아리가 식으면 아래 항아리에 고여 있는 피나무기름을 꺼내어 여과지로 여러 번 걸러서 타르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유리병에 담아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보관하여 두고 약으로 쓴다.

복용하는 방법은 하루 3-5번 한 번에 30-50밀리리터씩 먹는다. 맛이 거북하므로 처음에는 조금씩 먹다가 차츰 양을 늘려 나가는 것이 좋다.

피나무기름은 갖가지 염증과 종기, 피부병, 갖가지 암, 위장병 등에도 효력이 좋다. 이밖에 뼈를 튼튼하게 하고 무릎과 관절을 튼튼하게 하며 부은 것을 내리고 근육과 힘줄을 튼튼하게 하는 등 그 효력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뛰어나다.


 

피나무의 어린 싹은 부은 것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그러므로 갖가지 신장질병에 효과가 아주 좋다. 봄철에 새순을 따서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물로 달여서 먹는다. 하루 1015그램에 물 1리터를 붓고 15분쯤 달여서 35번에 나누어 마신다.

피나무 껍질은 신장결석이나 통풍(痛風)을 치료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피나무의 흰 속껍질을 잘게 썰어 가마솥에 넣고 잘 볶은 커피 빛깔이 날 때까지 은은한 불로 천천히 볶는다. 숯처럼 까맣게 태워도 안 되고 덜 태워도 안 된다. 안과 겉이 모두 진한 갈색이 나도록 볶는 것이 요령이다. 이처럼 약재를 반쯤 태워서 새로운 기능이 있는 약으로 만드는 것을 반탄흑상법(半炭黑霜法)이라고 한다. 반탄흑상으로 가공한 약재는 약효는 10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독성은 10분지 1 이하로 줄어든다. 반탄흑상은 약성을 강화하고 독성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통풍에는 반탄흑상한 피나무 속껍질 5-10그램을 물 1.8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3-6시간 달여서 까맣게 우러난 물을 한 번에 100-200밀리리터씩 하루 3-10번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

통풍은 요산이 몸속에 쌓여 생기는 병이다. 주로 발가락 끝이나 손가락 끝에 생기는데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하여 통풍(痛風)이라고 부른다. 주로 고기와 술, 설탕을 많이 먹는 사람한테 생긴다. 통풍을 현대의학에서는 고칠 수 있는 약이 없다. 반탄흑상한 피나무 속껍질은 요산(尿酸)을 분해하여 소변으로 빨리 내보낸다. 반탄흑상한 피나무 속껍질은 통증을 없애고 결석도 녹아나오게 한다. 물이나 차처럼 오래 복용하면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이 모두 빠져 나가고 혈관과 혈액이 깨끗해져서 체질이 아주 강건하게 바뀐다.

피나무 껍질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에도 좋다. 피나무 속껍질 1520그램에 물 1(1.8리터)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차처럼 수시로 마신다.

피나무 껍질은 훌륭한 미용제이기도 하다. 피나무 껍질에는 점액질 성분과 아주 훌륭한 섬유질이 들어 있다. 이 섬유질이 피부와 근육을 탄력 있게 만들어 준다. 점액질 성분은 살결을 보호하고 윤택하게 한다. 껍질을 우려낸 물로 얼굴을 씻거나 목욕을 하면 살결이 고와지고 기미, 주근깨 같은 것들이 없어진다.

피나무를 한자로 단수(椴樹)로 쓴다. 영어로는 린덴(Linden)으로 부르고 학명은 틸리 유로파이아(Tilia Europaea). 피나무를 보리수(菩提樹)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는 피나무를 가리킨다. 보리수는 뽕나무과 무화과속에 딸린 나무로 학명이 픽스 렐리구사(Ficus Religiosa)로 열대지방에서만 자라고 온대지방에는 자라지 않는다. 보리수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큰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피나무는 키는 30미터 지름은 1미터까지 자란다. 수형이 우람하고 수명이 길어서 나이가 천 년이 넘은 것도 있다. 주로 잎과 꽃을 약으로 쓰며 꽃에서 나는 향기를 모아서 향수를 만든다.

피나무 꽃에서 얻는 꿀은 향기가 진하고 맛이 좋아서 제일로 친다. 피나무 꽃에도 좋은 향기가 있어서 유럽에서는 피나무 꽃을 따서 말려서 차나 음료로 만들어 마신다. 떡이나 과자 같은 것을 만들 때 향료로 넣기도 한다. 피나무 꽃차는 땀을 잘 나게 하고 감기를 예방하고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 피나무 꽃에 들어 있는 케르세틴(Quercetin)이라는 성분이 활성산소를 없애고 항산화작용을 하며 염증을 치료한다.

피나무 열매는 잎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피나무 뿌리도 약으로 쓰는데 맛은 쓰고 성질은 따뜻하다. 바람기를 없애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며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풍습으로 인한 통증과 맞아서 아픈 것, 팔다리가 마비된 것을 낫게 한다. 20그램에서 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피나무 껍질은 몹시 질기고 물 속에서도 잘 썩지 않아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만들기도 했다.

독일 사람들은 피나무꽃차를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효능이 있다고 해서 어머니의 차(Mother’s Tea)라고 부른다. 피나무꽃차를 마시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긴장이 풀리며 불면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피나무는 초여름인 6월에 꽃이 피어서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피나무 꽃에는 비타민 C가 많고 정유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살결을 곱게 하고 주름살을 생기지 않게 하는데 좋다. 피나무꽃차를 마시면 주근깨와 기미가 없어지고 거칠고 건조한 살결이 촉촉하고 탄력 있게 바뀐다. 꽃과 잎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늘 불면증과 우울증이 없어지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없애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중풍과 심근경색을 예방한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몸속에 쌓인 독을 풀고 체중을 줄이는 데에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을 곱게 하고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혈액을 맑게 하고 간을 편안하게 하고 기운이 잘 소통되게 하며 효소와 호르몬이 잘 나오도록 도와준다.

유럽 사람들은 밥을 먹고 나서 피나무꽃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 피나무 꽃차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근심걱정이 줄어들고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또 혈액 속의 지방질을 녹여서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피나무꽃에 들어 있는 케르세틴 성분은 염증을 없애고 병원균을 죽이며 세포의 노화를 막고 암세포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케르세틴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 심장병, 협심증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

피나무껍질과 뿌리껍질도 약으로 쓴다. 피나무 껍질과 꽃에 들어 있는 점액과 휘발성 정유에는 플라보노이드와 사포닌 등이 들어 있고 껍질에는 지방질, 수지, 젤라틴 등이 들어 있다.

피나무꽃은 맛은 쓰고 맵고 성질은 서늘하다. 땀을 잘 나게 하고 열을 내리며 경련을 멈추는 작용이 있으며 풍한으로 인한 감기와 오래된 기침을 치료한다. 피나무꽃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풍한으로 인한 감기에는 피나무꽃 3g을 뜨거운 물 150-200밀리리터에 넣어 3-5분 동안 우려내어 마신다.

2.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꿈이 많은 데에는 피나무꽃 3g을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마시거나 피나무껍질 20그램에 물 500밀리리터를 붓고 절반이 되게 달여서 맑은 술과 함께 마시거나 꿀을 타서 마신다.

피나무 껍질이나 뿌리껍질은 맛은 떫고 성질은 평하며 담낭염이나 매독(梅毒), 임질을 낫게 하며 수렴작용이 있어서 출혈을 멎게 하며 종기와 염증을 삭이고 고름을 빼내는 작용이 있다. 당뇨병의 혈당치를 내리는 작용이 있으며 치통과 치은염, 인후염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치통에는 피나무껍질을 달인 물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통증이 멎고 입안에 생긴 염증이나 잇몸 염증 등이 잘 낫는다.

 

긴털잘라 댕강나무 불싸질러 검은재 나무

춤이라도 추자나무 반말찍찍 야자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삐까 번쩍 광나무

입었어도 벚나무 죽어서도 살구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괴롭구나 고로쇠나무

와들 와들 떨기나무 부들부들 사시나무

망했구나 작살나무 조졌구나 개피나무

다갔는데 오구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화가 나도 참나무 미안하다 사과나무

두손싹싹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사귑시다 아가시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한푼두푼 돈나무 목돈 되네 은행나무

젖먹어라 수유나무 육지에도 배나무

어릴적도 대나무 논에심어도 전나무

말매놔도 소나무 방구 뀌어 뽕나무

칠안해도 도장나무 크긴크다 말좆나무

    나무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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