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목본(나)

노린재나무

초암 정만순 2018. 4. 2. 09:25




노린재나무


다른 표기 언어 Sweet Leaf , 黃灰木 , サワフタギ沢蓋木



요약 테이블
분류 노린재나무과
학명

Symplocos chinensis for. pilosa          


녹음이 짙어 가는 늦봄의 끝자락인 5월 말이나 6월 초쯤이면 숲속의 큰 나무 밑에서 새하얀 꽃 뭉치를 잔뜩 달고 있는 자그마한 노린재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다.

다섯 장의 갸름한 꽃잎 위로 노란 꽃밥과 긴 대궁을 가진 수술이 수십 개씩 뻗어 있어서 꽃잎은 묻혀 버리고 작은 솜꽃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듯하다. 게다가 은은한 향기도 갖고 있어서 등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노린재나무란 이름은 황회목(黃灰木)에서 유래되었으며, 특별한 쓰임새가 있다.

자초(紫草)나 치자 등 식물성 물감을 천연섬유에 물들이려면 매염제(媒染劑)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린재나무는 전통 염색의 매염제로 널리 쓰인 황회를 만들던 나무다.

잿물이 약간 누런빛을 띠어서 노린재나무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는 숲속의 수많은 이름 없는 자그마한 나무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천에 물감을 들일 때 꼭 필요한 귀중한 자원식물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중종 8년(1514)에 ‘죽청’이란 중이 “지금 황회목(黃灰木)으로 돈 버는 일 때문에 곽산에 와 있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상방정례(尙方定例)》각주1) 에는 “명주를 보라색으로 염색할 때는 한 필에 지초 8근, 황회 20근, 매실 1근으로 염색한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규합총서(閨閤叢書)》각주2) 에는 “자초 염색을 할 때는 노란 잿물을 받아 사용한다”라고 하여 조선조 때는 황회가 염색에 빠지지 않는 매염제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황회를 이용한 염색기술은 멀리 일본에까지 수출하기도 했다.

《대화본초(大和本草)》라는 일본의 옛 문헌에 따르면 “조선 사람의 도움을 받아 노린재나무의 잎을 끓인 즙으로 찹쌀을 물들여 떡을 만들고 사각형으로 잘라서 팔았다”라고 전해진다.

역시 같은 책에 “잎을 건조시키면 대개 황색으로 되고, 염색할 때 이것을 명반 대신에 사용하므로 한자 이름을 산반(山礬)이라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 후 황회를 이용한 염색법이 널리 퍼지게 되었고, 제주도의 섬노린재를 일본인들은 아예 탐라단(耽羅檀)이라고 불렀다.

노린재나무는 숲속의 키다리 나무 밑에서 자라나는데, 크게 자라도 4~5미터 남짓하다.

굵기라야 고작 팔목 굵기 정도인 줄기를 위로 내밀어 사방으로 가지를 여기저기 뻗는다.

거의 수평으로 긴 타원형의 수많은 잎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 있노라면 노린재나무가 살아가는 처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햇빛을 더 많이 받아 보겠다는 처절한 경쟁에서 물려받은 유전인자로는 가당치도 않으므로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음지는 물론 추위와 메마른 땅, 공해에 찌든 도심, 갯바람을 마주하는 바닷가까지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건 상관없이 잘 자라는 뛰어난 적응력을 과시한다.

꽃이 지고 나면 팥알보다 좀 굵은 갸름한 열매가 열린다.

초가을에 들어서면서 익어 가는 열매의 색깔로 노린재나무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열매가 짙푸른색이면 노린재나무, 검은 빛깔을 띠면 검노린재나무, 푸른색이 너무 진하여 거의 검은빛을 띠면 섬노린재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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