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종 교수의 최신 임상본초와 약리 ② 소식제 사용법
공격인자 ‘소식제’, 음식물이 위에 적체돼 있을 때 처방해야
소식제의 음양=음식물 정체(위산)+위 점막 상호 작용(생체 항상성)
소도제(=소식제=소화제)의 의미는 소화 능력을 강화해 소화흡수가 잘 되게 하고 또한 위장계의 운동을 조절하거나 촉진하는 방제이다.
위장계의 연동 운동은 작용 부위에 따라 한약의 분류가 설정돼 있다. 소식제에 대응하는 유형은 크게 대별해 음식물 적체증과 소화기계의 종양성 병증이 상정되는데 이번 호에는 전자에 주안점을 두기로 한다.
▲ 음양의 개념
한의학의 음양은 주어진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만사형통의 개념으로, 상당히 모호하다. 분류법에서 한의학의 음양은 양의(兩儀)로 이분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의미(POYSEMY)이므로 주어진 조건이 파악되지 않거나 생략된 조건이 전후방 조응적으로 또는 행간에서 그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그 지시어의 외연이 넓어 혼란에 함몰되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침구학에서 음양은 이분법에서 발아되어 오덕종시설에 의한 천기와 지기가 경락에 대입되었다. 또한 인체의 부위에 따른 안팎의 개념, 굴곡과 신전의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본초학에서는 기와 음의 과소와 전통적 약동학에 따른 약능의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 진단과 감별에서는 병인과 병증을 다루는 개념으로 확대 및 전개되었다.
▲ 소식제의 음양
소식제에도 음양의 개념이 응용될 수 있다. 소식제의 적응증에서 음양은 음식물의 정체에 따른 위산과 위 점막의 상호 작용에 따른 생체의 항상성 유지라는 의미가 된다.
위장 질환에 대해서 1841년 로키탄스키(ROKITANSKI)는 소화성 궤양을 뇌 질환, 신경성 질환으로, 1950년 셀리에(SELYE)는 스트레스 이론을 각각 제시했다.
1974년엔 섀이와 선(SHAY& SUN)은 천칭설을 주장해 소화성 궤양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이는 위벽에 대한 공격인자와 방어인자가 상호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성 인자의 종류에는 위산, 펩신, 미주신경의 과다항진, 위벽 세포의 수, 헬리코박테리아, 약물인자는 NSAIDS,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항류마티스제, 항생제 등이 있다. 또한 환경인자는 과다 스트레스, 연령, 폭음폭식, 술, 알코올, 자극성 음식 등이 있다.
공격인자 억제제는 H2차단제, 제산제, 항펩신제, 미주신경 억제제 등이며 방어인자는 점액, 점막의 저항도, 점막의 혈액순환, PROSTAGLANDIN, SOMATOSTATIN(활성산소 제거제) 등이다. 여기서 방어인자의 증가는 점막 보호제, 조직 회복제, 말초 순환 개선제 등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한방 소식약은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미혹된다. 임상에서는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 소식제가 사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소식제의 사용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점이 바로 이 점이다.
그런데 소식약으로 분류된 본초가 있음에도 보약의 정체에는 소식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를테면 육미지황음의 농도 짙은 점액질에는 이수삼습약인 택사가 사용되어 그것이 적체되지 않도록 배려되어 있다. 방향화습약인 사인도 보허약에 사용되고 있지만 소식약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 방향화습약은 본초학에서는 독립성이 확보되지만 방제학에서는 그 존재가 사장되어 어떤 방제의 구성 요소가 될 뿐이다.
▲ 소식제의 목표.
소식약은 공격인자에 속한다. 소화기계의 기능 저하인 비기허에는 보기약, 소화액이 위에 남아 있는 경우는 방향화습약을 적용한다. 그 증상의 경중에 따라 한약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본초의 구성도 다양해지지만 비기허약의 근본은 보기약과 방향화습약이며, 소식약은 음식물이 어떤 원인으로 위에 정체되어 있는 증상에 적용한다.
위에 음식물이 정체된다는 것은 유문에 이상이 발생되어 그것이 열리지 않거나, 위무력증이 수반된 경우가 일차적으로 상정된다. 위의 내압이 올라가면 우선 트림, 애부탄산, 구토, 천식, 식도염, 심하통, 복통, 심하비경, 어깨결림까지 고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체된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가 관점이 되는데 소식약은 대부분 위산 분비 촉진약이므로 위산 과소증에는 적합한 약물이다. 그러나 연령이 많을수록 방어인자가 감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음식물이 정체됐다고 아무런 고려 없이 위산 촉진약을 다량 투여하면 노인성 위장 질환에 불을 지피는 격이다.
청장년기에는 공격인자가 증가해 음식물과 함께 중화되지 않은 위산이 유문을 열고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면 위염과 함께 십이지장염이 발생한다. 이 증상에 또 소식약을 다량 투여하면 위궤양과 십이지궤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위벽을 보호하는 방어인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한약에도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약이 있는가. 전통적 약능이 눈을 흐리게 하면 보이지 않지만 개안이 되면 없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산 분비 촉진약이 소식제라면 위산 억제약은 현호색, 창출 등이며 점액 혈류량 증가에는 인삼, 창출, 손상 세포 수복 촉진에는 감초, 인삼 등이며, 프로스타글란딘(ROSTAGLANDIN)유사 작용에는 시호, 황금이다.
이 본초를 포괄하는 방제는 시호계지탕, 사역산, 반하사심탕, 육군자탕 등이다. 시호계지탕의 방제 약리에는 방어인자의 증가와 억제 작용이 모두 있으며 이 방제에는 계지탕, 사역산, 소시호탕을 포함한다.
과소 위산과 위무력증은 다르게 봐야 한다. 세모의 폭음폭식에는 지방질과 탄수화물의 소화가 모두 고려된 보화환이 적합하다. 그러나 증상의 다랑이 감별에 따라 치자시탕, 치자시감초탕, 소체환, 향사지출환, 황련탕, 지실도체환, 목향빈랑환, 계비탕, 대안환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어인자와 공격인자에 따른 증상의 각인 없이 무작정 위산 분비 촉진제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위무력증이면 위 연동운동 강화 그리고 소장, 회장, 대장 연동 운동 촉진, 배설 촉진 등에 해당되는 본초가 고려된다면 음식물 정체가 오로지 위장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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