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알레르기 비염, 눈 질환 한방으로 증세완화
#1 주부 A씨. 화사한 계절 봄을 좋아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채기, 맑은 콧물에 코막힘까지 외출이 두렵기만 하다.
#2 직장인 B씨는 날리는 꽃가루에 한창 피는 꽃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모두들 꽃구경을 떠난다며 들뜨지만 그는 눈이 가렵고 빨갛게 충혈되는 안구질환으로 안과 치료를 달고 산다.
남쪽부터 들려오던 꽃소식이 성큼성큼 북쪽으로 올라오며 개나리, 목련, 진달래 등 봄꽃들이 앞다퉈 피기 시작한다.
바람은 훈훈하고 햇살은 따사롭지만 봄만 되면 찾아오는 춘곤증과 알레르기성 질환 같은 불청객으로 벌써부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 나른해지는 춘곤증…음식으로 잡아라
춘곤증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철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증세. 질병이 아니므로 1~3주 정도 지나면 이런 증세는 자연히 사라진다.
춘곤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원인에는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 활동량의 변화, 영양 요구량 증가,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없어진다.
봄철마다 찾아오는 춘곤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잠을 충분히 자고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주중에 못잔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경우도 있는데 이보다는 점심식사 후 15~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졸음이 온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과식, 음주, 흡연을 하는 경우 오히려 피로가 더 가중되니 주의해야 한다.
춘곤증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 지혜로운 조상들은 음식에서 답을 찾았다.
조상들이 즐겨먹던 봄철 음식에는 오미자를 우려낸 물에 녹두 국수를 말은 화면(花麵),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초장에 무친 탕평채 등이 있다. 이들 음식은 대부분 신맛으로 미네랄과 비타민 흡수를 도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실제 신맛 음식은 간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제철 나물 섭취로 나른해진 신체리듬을 회복하고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김장김치 대신 파릇파릇한 봄동을 생으로 무쳐먹고 냉이와 달래 등 봄나물을 즐겼다. 봄동은 비타민C가 풍부해 춘곤증 증상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다. 냉이는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주고 간기능을 강화시키며 달래는 기혈의 순환을 돕고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와 빈혈예방에 좋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만성피로증후군을 춘곤증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의 피로를 동반한 심각한 질환이니 춘곤증과 구분이 필요하다.
◆ 나풀나풀 꽃가루, 간질간질 알레르기 질환의 주범
봄철에는 소나무 등 여러 나무에서 꽃가루가 발생한다.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꽃가루도 크게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봄철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을 들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은 인체의 표피를 방어하는 기가 허약해졌거나 기후변화에 의해서 나타난다.
발작성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그 외에 눈이나 입 특히 콧속의 가려움증이 있을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황사먼지나 꽃가루 등 작은 입자가 눈의 점막을 자극해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눈이 많이 가렵거나 눈물이 나기도 하고 빨갛게 충혈되어 이물감이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좋은 컨디션과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 애정을 갖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과로를 가급적 피하고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를 확인할 수 있다면 유발 인자에 대한 노출을 삼가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치료가 어려운 고질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앞으로 치료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의학연에서는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진행된 다국가 임상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규명했다. 총 238명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짜침군 97명, 가짜침군 94명, 무처치 대조군 47명을 무작위 배정하여 임상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진짜침군의 침 치료는 영향(迎香), 상성(上星), 인당(印堂), 합곡(合谷), 사백(四白), 족삼리(足三里) 혈을, 가짜침군은 혈자리가 아닌 비경혈을 사용하여 얕게 자침(刺針, 침을 꽂음)하여 4주간, 주 3회 진행됐다. 무처치 대조군은 4주간 진짜침이나 가짜침 어느 조치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진짜침군 침 치료 혈자리 ‘상성, 인당, 영향, 사백, 합곡, 족삼리’>
실험 결과 코 증상에 대해 가짜 침군은 24.6%, 무처치 대조군은 2.4% 감소했으나, 진짜 침군은 36.4% 감소하며 현저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런 효과는 침 치료 종료 후 4주 후에 측정했을 때도 계속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非) 코 증상에 대해서도 치료 전 증상의 중증도 면에서 가짜침군은 28.7%, 무처치 대조군은 4.1% 감소했으나, 진짜침군은 29.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상생활이나 수면 등의 알레르기와 관련된 삶의 질 평가에서도 모든 항목에 대해 진짜침군은 치료 전에 비해 37.4% 호전되어, 가짜침군 29.1%, 대조군 4.6%에 비해 높은 효과를 보였다.
한의학연은 이번 연구를 통해 침술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 후에도 효과가 지속될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침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들이 더 많아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