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숲 일반

<숲이 건강이다> (2) 영혼을 맑게 하는 ‘깊은 숨의 미학’

초암 정만순 2017. 8. 29. 07:20



[숲이 건강이다] 

(2) 영혼을 맑게 하는 ‘깊은 숨의 미학’


온국토를 월드컵이 휩쓸고 갔다. 월드컵은 왜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걸까?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고, 또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월드컵 축구’에는 사람들이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그야말로 ‘매력덩어리’ 대상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숲이다.

생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들여다보라.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휴식하고,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렇듯 숲에 열광하는가? 그 이유 역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고, 또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각각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곧 숲이 사람들에게 좋은 기능, 즉 편익(便益, Benefits)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숲이 제공하는 이와 같은 편익 때문에 누가 잡아끌지 않아도 항상 숲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이유가 곧 숲의 순기능(順機能) 때문이라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기능, 즉 편익은 무엇일까?

몇 해 전 국립산림과학원은 충북대학교와 공동으로 이와 같은 숲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편익에 대해 과학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조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도시 속의 숲, 즉 도시숲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의 목적은 과연 도시민은 도시숲이 제공하는 편익 중 어떠한 편익을 가장 중요하게 느끼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조사장소를 도시근린형 공원과 산악형 도시숲으로 구분하여 이들 두 장소 간 중요도에 차이가 있는가를 조사하였다.

즉, 도시근린형은 도시 내부에 위치하며 운동시설, 편의시설 등 시설물 조성 위주로 도시민의 이용을 도모한 형태라면, 산악형 도시숲은 비교적 면적이 크고 최소한의 시설물을 설치한 자연생태적 숲의 특징을 가진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조사를 위해 먼저, 숲에 대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도시민이 느끼는 도시숲의 편익을 평가할 수 있는 측정척도를 개발하였다.

개발된 측정척도는 환경적, 건강적, 경제적 및 사회·심리적 편익 등 4개 영역으로 구분되며, 각 영역별 세부항목을 제시하여 그 중요도를 표시하게 하였다.

환경적 편익에 포함되는 세부항목은 도시의 미적 아름다움(Amenity)을 증가시키고, 물을 맑게 해주며,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기능,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능 등이며, 건강적 편익은 도시민에게 휴식공간 및 등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휴양기회를 제공하는 기능,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등 정신건강 증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경제적 편익은 도시 미세기후를 조절함으로써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키고, 숲이 있음으로써 부동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기능 등이 포함되며, 마지막으로 사회·심리적 편익은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증대시킨다든지, 가족·친구·직장동료 간 친목 및 유대를 강화하거나 산림환경 교육의 장소 제공 기능 등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4개 영역별 항목에 대해 전국 12개 장소를 선정하고 현지에서 도시민 이용자 2,2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편익에 대한 총합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산악형 도시숲 이용자가 느끼는 편익수준(76.3점)이 도시근린형 공원 이용자가 느끼는 편익수준(71.9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4개 영역별 조사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 편익수준은 이용만족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용만족도가 높을수록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공원이나 숲에 대한 편익의 수준이 높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도시숲 이용자들은 시설 위주의 도시근린형 공원보다는 산림자원의 물리적, 생물적 다양성이나 역사적 의의 등이 상대적으로 큰 산악형 도시숲에서 더 높은 이용만족을 얻고, 제공되는 편익도 크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숲을 찾는 가장 큰 이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기능, 즉 편익은 무엇이었을까?

조사결과, 그 답은 건강적 편익이었다. 건강적 편익은 다른 편익에 비해 평균점수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는데,

즉 사람들은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 숲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숲속에 들어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자연과 하나되어 즐김으로써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비로소 웰빙의 삶을 찾는 것이다.

숲은 이렇듯 우리 건강증진의 장소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에 대해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하고 있다.

숲이 제공하는 이와 같은 건강적 편익을 증진시키려면 무엇보다 숲이 많아야 한다.

많은 숲이 우리 주위에 있어 그 혜택을 손쉽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조사결과가 보여주듯, 자연자원이 빈약하고 시설 위주로 조성되는 인공적인 공원보다는 자연 및 문화자원이 풍부한,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의 확대가 필요하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정한 관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사람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숲은 생태적 안정성을 위해하는 요소가 많으므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무를 심는 일에서부터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주고 빽빽한 나무들을 솎아 베는 일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이다.

우리는 혹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숲’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주말 숲을 찾게 되면 고마운 그들의 건강도 챙겨보는 숲지키미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유리화 국립산림과학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