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숲 일반

[숲이 건강이다](1) 숲과 자연의학

초암 정만순 2017. 8. 25. 08:43



[숲이 건강이다](1) 숲과 자연의학


제5회 산림문화사진전 입선작 ‘산행’.

우리는 누구나 자연과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푸른 초원, 흐르는 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롭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산을 찾는 것도 그래서이다.

자연에 가까이 있을 때 인간은 행복하고 심신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우리는 자연을 떠나게 됐다.

인간의 불행, 공해, 건강악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앙이 여기서 비롯된다.

근래 들어 빈번히 일어나는 기상이변만이 아니라, 건강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경종을 울린 지가 한참이나 되었다.

도시인의 70%는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고 신생아 넷 중 하나는 아토피성 질환을 앓게 된다니 참으로 가공할 일이다.

환경성 질환만이 아니다.

소위 생활 습관병도 우리가 자초한 자연성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문명의 발달은 편의, 쾌적, 효율을 추구한다.

덕분에 살기에 편해졌고 모든 게 능률적으로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기엔 인간의 지나친 편의주의가 뒤따른다.

심신이 모두 나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의 저하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고혈압, 심장병, 비만, 당뇨…. 듣기에도 끔직한 이러한 생활 습관병이 인류의 안녕을, 아니 존망을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 서구 선진 사회에선 그 폐해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차원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을까. 육식을 줄이고 채식과 소식(小食)을 권장하고, 타지 말고 걷기를 부르짖고 있다. 최근의 웰빙 붐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다. 효율보다 인간이다. 효율 숭배에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빠름에서 느림으로, 동(動)에서 정(靜)으로의 인식 전환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의 고전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과학문명이 가져다준 달콤한 맛에 빠져 있다. 한 블록도 멀다고 타고 가는 사람, 지하철 러시아워에 에스컬레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 그 옆의 널찍한 계단은 텅 비워두고, 한 걸음이라도 편하게, 마치 계단공포증에 걸린 사람들 같다.

우리의 회식 장면은 솔직히 끔찍하다. 폭음, 폭식, 아예 허리띠를 풀어놓고 만포장이다. 춥다고 히터, 덥다고 에어컨, 게다가 도시엔 밤이 없다. 생활 리듬도 밤낮이 거꾸로 돼 올빼미 족이 늘어나고 있다.

수만년 동안 인류는 해가 지면 자고 낮에는 활동했다. 우리 조상은 하루에 3만보를 걸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이 수만년 인류의 유전인자 DNA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렇게 생활하도록 우리 인체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불과 100년도 안되는 세월에 바뀔 리가 없다. 갑자기 폭식에다 육식, 너무 편해지니 우리 유전인자가 적응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보라. 피부가 싸늘해진다. 냉방병만인가! 피부질환, 암까지 발생한다. 이야말로 반유전적인 폭거다. 감히 인간의 본성에 도전하는 만용이다. 이러고 어찌 인체가 여기에 적응할 수가 있겠는가.

잃어버린 자연성의 회복, 이게 현대의학의 화두다. 맑은 공기와 물, 식자재 등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 산이요, 숲이다. 우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그야말로 천혜의 보고에 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축복도 없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영산신앙(靈山信仰)이 돈독했다. 산에 든다고 했지 등산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산은 신령스러운 곳, 인간의 심신과 영혼을 편히 쉬게 해주는 엄마의 품이었다.

하지만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자연은 곧 이용, 지배, 점령, 개발의 대상이 되었고, 이 좁은 강산이 난도질을 당하기 시작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온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의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드디어 지구가 인간의 오만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발이 지나쳐 자연이 파괴되고 보니 자연보호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자연보호라니? 이 역시 인간 중심의 오만이다. 이제 인류가 못 살게 되었으니 보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늦게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자연은 처음부터 보호 대상이 아니고 인류와 함께 사는 고마운 이웃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 속에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산정에 올라선 등산객이 ‘야호!’ 하고 고함을 친다. 물어보자. 당신네가 무슨 특권으로 평화롭게 잠든 산 짐승의 잠을 깨울 권리가 있느냐고. 이런 오만 방자한 생각에 도취되어 있는 이상 자연은 점점 인류를 배척하게 된다.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숲이 주는 아늑함에 젖어보자. 도심에선 오감을 닫고 산다. 꼴보기 싫은 것에 눈을 감고, 소음에 귀를 막고, 악취에 코를 막는다. 열려 있는 건 오직 비상체제적 감각뿐이다. 소매치기? 치한? 이런 것들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행여 도둑이 들까, 밤중에도 비상이다. 여기에 극심한 경쟁, 스트레스, 물과 공기오염….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이 어디인가는 자명해진다. 자연이요, 숲이다.

이제 숲은 도시인의 찌든 심신,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는 치유의 장으로 등장했다. 지난 가을에 산림청, 산림과학원과 관련 NGO 등이 뜻을 모아 산림치유 포럼을 한국에서 결성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다. 숲을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현장에 응용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많은 전문 분야가 참여하고 있다. 삼림과학을 비롯하여 환경과학, 약용 동식물학, 생태학, 동서양의학, 심리학, 공중위생학, 운동의학, 인간사회학 등 여러 전문 지식이 총동원되어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중이다. 일본 산림청에서도 적극 참여해 공동연구가 진행중이다. 구체적으로 숲속 생활이 인간 치유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리, 생화학, 정신, 심리적 측정을 통해 연구, 의학적 응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숲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의학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이다. 동서의학을 통합한 제3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자연의학회가 구성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연의학연구 등 예방적 치유를 위한 시설이 강원도 깊은 숲속에 건설중이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본 연구원도 의학분야뿐 아니라 많은 관련 전문분야 및 건강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종합 연구원이다.

한국은 평균 수명 80세에 육박하는 장수국가이지만, 건강수명은 67세로 중하위권에 머문다. 해마다 노인의료비가 20%씩 치솟고, 전체 의료비의 21%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50%를 상회하면 국가재정이 흔들린다. 현재 추세로 볼 때 그렇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보건 당국의 걱정이다. 해답은 예방 양생이요, 자연의학의 적극적 개발 연구 실천뿐이다.

〈이시형 산림치유포럼 회장·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