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임산부

숲에 관한 상식 - 숲 이야기

초암 정만순 2017. 6. 11. 07:07



숲에 관한 상식 - 숲 이야기



바다를 살리는 숲의 비밀

산림과 바다는 너무 멀어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산림과 바다는 생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산림이 없어진다든지 숲 가꾸기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바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숲 속에서는 낙엽이 분해되지 않고 토양유실이 심해지게 되며, 결국 유기질이 풍부한 낙엽토양층이 없어지게 된다.

낙엽토양층이 없어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다시마, 미역과 같은 해조류의 영양원이 되는 철분이 바다에 공급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바다 생물들이 죽거나 어획량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토양 침식과 유출이 더욱 심해져 바다로 이어지는 하구가 토사로 매몰될 경우, 하구 부근에 사는 넙치 같은 물고기들이 죽고 만다.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실제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산에 나무를 심은 사례는 많다.

이와 같이 풍요로운 산림은 풍요로운 바다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산림이 공급하는 정도의 철분을 포함한 수많은 원소나 영양염류를 인위적으로 공급하려면 작은 하천의 경우라도 연간 수백억 원이나 들 것이라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산림의 세대교체

극상림(極相林)이란 구성 수종이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안정된 산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극상림 상태가 수 천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꽃가루를 분석해 보면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극상림에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이 주를 이루며 극상림은 변화가 매우 작으며 그 속도 또한 느리다.

그렇지만 아무리 변화가 작은 극상림일지라도 하나 하나의 나무에는 수명이 있다. 나무는 수백 년을 살 수는 있어도 수천 년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가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산림에도 항상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극상림으로 간주되고 있는 경기도 광릉의 소리봉 천연림에도 굵은 줄기가 바람에 쓰러지거나 잘리고, 혹은 병이나 충해를 입어 죽어있는 나무가 상당히 많이 있다.

이와 같이 큰 나무가 없어지면, 그 때까지 어두웠던 숲 속이 마치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훤히 뚫리게 되어 숲 바닥이 밝아진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그 동안 자라지 못하고 있었던 수많은 나무들이 서로 질세라 앞을 다투며 쑥쑥 자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산림의 세대교체인 것이다. 이러한 세대교체 속도는 나무의 구성이나 숲의 상태에 따라 다르며, 1년간 구멍이 나는 면적이 0.2%인 경우 500년, 1%인 경우에는 100년이 걸린다.


가지런한 숲은 좋지 않다.

빽빽하게 들어선 잣나무 숲에 들어가면 잣나무 향과 함께 줄을 잘 맞춘 정돈된 숲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돈된 숲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만은 않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는,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 숲이 오히려 건강한 숲이다. 숲 바닥을 이루고 있는 작은 나무나 풀같은 하층식생은 숲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잘 발달된 숲의 모양이다. 이런 상태라야 키가 큰 나무들도 잘 자란다.

하층식생에 작은 나무나 풀이 없다는 것은 위 쪽의 나무가 너무 빽빽하여 햇볕이 숲 바닥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키 큰 나무도 서로 경쟁하여 잘 자라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하층식생은 숲의 습도를 높여 준다. 또 키 큰 나무가 없어졌을 때 빨리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고, 작은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앞으로 숲에 가면 숲 바닥에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숲이 움직인다. –천이과정

숲이나 생태계에서 긴 시간 동안에 걸쳐 일어나는 자연적인 변화를 천이라고 한다. 산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그만큼 묵히는 밭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밭들을 관찰하면 숲의 천이과정을 알 수 있다. 산촌의 묵밭에는 망초, 개망초, 뚝새풀, 꽃다지, 바랭이와 같은 한해살이 풀들이 순식간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쑥, 토끼풀, 억새처럼 여러해살이 풀들이 비집고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묵밭을 쑥대밭이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다.

이들 여러해살이 풀들은 차츰 한해살이 풀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싸리나무류나 찔레나무, 진달래와 같은 키 작은 나무(관목)들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이때쯤이면 소나무 씨가 날아 들어와 소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몇 년 사이에 숲은 온통 소나무 숲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사람의 간섭 없이 그대로 두면 소나무 숲은 어느 틈에 참나무류에게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참나무류도 영원한 승자는 아니다. 참나무 숲 그늘 밑에서 기다리던 서어나무나 박달나무가 참나무보다 더 높이 솟아 오르면서 숲은 또 다른 주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숲의 발달은 이렇게 100년에서 200년에 걸쳐 일어나는 긴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숲이 변하는 모습의 일부만 볼 수 있다

나무가 빽빽한 숲은 필요없다.

숲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무가 너무 빽빽이 들어선 숲은 토양의 물리성이 악화되어 흙이 유실되기 때문에 물 저장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잘 가꾸어진 숲은 하층식생이 발달하고 토양이 스펀지와 같이 되어 빗물이 잘 스며들고, 빗물을 모아두는 기능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숲에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우거지면 햇빛이 나무 윗 부분에서 차단되어 하층식생이 발달하지 못하고, 토양이 스펀지와 같은 성질을 잃어 물을 많이 저장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빗물이 숲에 떨어질 때 그 양의 일부는 나뭇가지와 잎에 묻어 잠시 머물러 있다가 숲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바로 대기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숲의 강우 차단기능이라고 한다. 이 기능은 비가 많이 올 때 그 일부를 대기 중으로 보내 홍수를 줄일 수 있지만 숲이 너무 빽빽하면 빗물의 약 35% 정도가 땅에 내려오기도 전에 다시 대기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일 10mm 정도의 적은 비가 올 때에는 20% 정도만이 땅이 스며들게 된다. 따라서 너무 빽빽한 산림을 방치할 경우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그 만큼 적어지므로 솎아베기 등 숲 가꾸기를 잘 해야만 이용수량을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맛있는 물을 만드는 숲

지하 암반층이나 모래가 쌓여있는 지층에서 뽑아 올린 맛있는 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맛있는 물은 산림토양이 만든다. 산림에는 나무, 초본 등의 생물과 나무가 만든 토양이 있다. 식물에 내린 비는 잎과 줄기를 통해 토양 속으로 스며드는데, 이 때 식물체로부터 미네랄 성분이 공급된다. 토양 속으로 스며든 빗물은 미세한 공간이 발달한 산림토양을 통과하면서 중금속과 같은 불순물이 토양에 달라 붙거나 이온의 교환 및 불용화 과정을 통해 걸러지며 냄새를 없애는 기능도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토양의 Ca, Mg과 같은 미네랄이 물에 녹아 함유된다. 또한 유기물을 분해하는 토양 미생물과 식물 뿌리의 호흡으로 생긴 탄산가스도 물에 녹아 적당한 산도(pH)를 갖게 된다. 땅 속으로 스며든 빗물은 토양온도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와 같이 산림토양은 다른 어느 토양보다 맛있는 물을 만드는 기능이 뛰어나다.

시원한 숲속의 여름

숲 속에서 사는 사람은 숲에서 떨어져 사는 사람보다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왜 그럴까? 한 그루의 나무나 숲은 햇볕을 막아주거나 어떤 표면으로부터 반사된 복사열을 차단함으로써, 태양복사열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선은 비교적 엷은 잎을 가진 낙엽수의 잎을 통해 지표면에 도달하며, 나무에 부딪히는 태양복사열은 나무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응달쪽이 햇볕을 받는 쪽보다 온도가 더 낮다.

이렇듯 산림은 나무가 없는 지역과 비교하여 최고, 최저 기온차이를 2도에서 4도 올리거나 낮추어 적절한 기후조건을 조성한다. 또한 토양 수분이 충분히 존재할 때 한 그루의 나무는 하루에 대략 400리터의 물(대형 룸에어컨 5대를 20시간 가동하는 효과)을 잎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뿜어내는데 수증기 형태로서 안개비보다 더 미세한 물방울이다. 그러므로 숲에 가깝게 살고 있으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까닭은 나무중의 수분이 증발하여 발산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또한 지면에서 나오는 열을 나무의 잎이나 가지가 차단해주므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산림 –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된 생태계

도시림이 건강하면 가로수의 해충피해도 준다. 때때로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살아 있는 나무나 목재를 수입할 때 함께 묻어 들어온 해충들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잘 자란 우리의 산림을 망쳐 놓기도 한다. 따라서 해충이 들어오지 않도록 미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단 한번 들어오면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구제를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해충들이 산림에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안정된 생물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에 걸쳐 생물 상호간에 긴밀한 관계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낯선 종류의 이방충(異邦蟲)이 산림에 들어오더라도 바로 잡아 먹히게 되므로, 이방충은 자기 나라 산림에서 살던 것처럼 자리잡고 살 수가 없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수는 피해를 막기가 쉽지 않다. 도시의 가로수는 인간이 만든 것으로서, 드문드문 서있어서 생물 사회가 단순하고 상호관계가 불충분하여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 속에서도 주위 환경에 따라 그 피해는 다르게 나타난다.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녹지 면적이 좁은 곳은 피해가 심하고, 녹지대의 규모가 클수록 그 주변은 피해가 적다. 이와 같이 도시에 녹지대를 늘리는 일은 해충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에도 대단히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숲이 당신에게 주는 106만원

숲은 지구상에서 재생 가능한 자원 중의 하나이다. 끊임없이 쓰고도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숲의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잘 가꾸지 않으면 숲은 우리에게 혜택 대신 시련을 주기도 한다. 숲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목재 등 임산물을 제공하는 경제기능과 더불어 공익기능을 갖고 있다. 공익적 기능이란 숲의 혜택 중에서 돈을 받고 파는 임산물 이외의 것을 말하는데 이 공익기능은 환경기능과 문화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기능은 우리가 쾌적한 생활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치’를 제공하는 기능이며, 문화기능은 문학·예술·교육·종교 등의 터전을 제공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러한 공익기능 가치 즉, 숲의 혜택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숲이 없을 때를 가정하여 다른 재화로 숲의 역할을 대신할 때, 그 재화의 가치로 평가하거나 숲의 혜택에 대해 우리가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숲의 공익적 혜택을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능은 수원함양, 대기정화, 토사유출방지, 산림 휴양, 수질 정화, 토사붕괴방지, 야생동물 보호 등 7가지이며, 산림청 임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 전체 산림(643만 ha)이 1년간 제공하는 공익기능의 평가액은 49조 9,510억에 상당한다고 한다. 이는 국내총생산 517조 966억원의 9.7%, 농·임·어업 총생산 24조 8,334억 원의 약 2배, 임업총생산 1조 7,268억원의 약 29배에 상당한다. 또한 산림으로부터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약 106만 원의 혜택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 평가액에는 소음방지, 기상완화, 방풍, 생물종 보전 등의 환경가치와 문학, 예술, 교육, 종교 등 문화가치는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산림으로부터 받는 혜택의 총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림의 공익기능을 늘리고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난개발 방지 등 산림보전 뿐만 아니라, 나무를 많이 심고 적극적으로 숲을 가꾸며, 산불 및 병충해 방지 등 산림을 잘 관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산사태의 정체

산사태는 비가 많이 올 때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가 오면 빗물은 대부분 비탈면을 따라 하류로 흘러가지만 일부는 땅 속으로 침투된다. 땅 속으로 들어간 빗물은 흙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이동하게 되는데, 비탈면내에서 불투수층을 만나면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 고이게 된다. 고인 물은 그 부분의 흙의 강도(마찰력)를 약하게 만들어, 그 위의 흙이 물에 뜬 배처럼 비탈면 아래로 미끄러지게 한다.

즉 빗물의 침투로 인해 흙의 마찰력이 토사의 전단력보다 약해질 때 산사태가 일어난다. 산사태는 지진과 같은 큰 외력이 비탈면에 작용하여 흙의 구조가 변화될 때에도 일어난다. 우리 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달리 토사의 깊이가 1∼3m로 비교적 얕기 때문에, 튼실한 산림을 조성하면 수목의 뿌리가 흙을 고정시켜 효과적으로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비탈면에서의 산사태 발생률은 자연사면에서의 그것에 비해 약 5.7배나 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비탈면을 조성한 후에는 비탈면의 안정을 위해 충분한 안전시설을 마련해야만 한다.

순간적이고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산사태를 사전에 모두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늦여름과 초가을에 찾아오는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산사태 위험지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붕괴 위험지에 대해서는 붕괴 예방 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유사시 대피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숲은 거대한 녹색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아마도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 나라에서 1년간 내리는 비의 양은 평균 약 1,274mm에 달하고, 이 양을 수자원 양으로 환산하면 약 1,267억 톤이나 된다. 이중 45%는 증발되어 없어지고, 55%인 697억 톤만이 하천으로 흐른다. 이 중에서도 37%인 467억 톤은 홍수가 일어날 때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평상시에는 18%인 230억 톤만 강으로 흐르게 되며, 이 중 우리 나라에 설치된 인공댐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연간 강수량의 10% 정도인 126억 톤이다.

그런데 숲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은 약 180억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는 소양강댐, 안동댐, 대청댐, 충주댐, 임하댐, 합천댐, 주암댐, 남강댐, 섬진강댐 등 우리 나라 9개 다목적댐과 기타 저수지의 물을 합친 126억 톤 보다 약 1.6배나 많다. 숲은 토양과 토양입자 사이의 공간에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 서서히 물을 내보내는 녹색댐인 것이다. 숲의 토양은 스펀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히 크고, 빗물이 급격히 흘러 나가는 것을 감소시켜 줌으로써 홍수 같은 물에 의한 피해를 막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숲은 홍수를 조절해 주는 자연적인 댐의 역할을 하므로 거대한 녹색댐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녹샘댐 기능은 침엽수림보다 활엽수림이 더 좋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단위면적당 잎의 면적 합계는 침엽수림이 활엽수림보다 많아 수관차단 및 증산에 의한 물 손실량은 침엽수림 51%, 활엽수림 38%로 침엽수림이 활엽수림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침엽수림은 낙엽 분해 속도가 활엽수림보다 느려 토양공극 발달이 나쁘고, 바늘처럼 좁은 낙엽들은 빗방울 충격으로부터 토양공극을 잘 보호하지 못한다.

특히, 리기다소나무림과 같은 침엽수림의 계곡이 잘 마르는 것은 낙엽이 잘 분해되지 않고 잎에 함유되어 있는 큐틴이란 물질이 빗물의 땅 속 침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잎이 나무에 달려 있는 기간을 보면, 활엽수는 6개월에 불과하나 침엽수는 1년 내내 달려있기 때문에 증산손실량도 활엽수림보다 침엽수림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침엽수 인공림 220만 ha을 잘 관리하면, 수자원을 약 57 억톤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수자원총량의 약 4.5%에 해당하는 양이다. 숲의 토양은 녹색댐 기능 외에도 공해로 오염된 빗물을 다양한 정화작용을 통해 깨끗하게 해주는 천연정수기 작용도 한다.

맛있는 물을 만드는 숲의 마술

사람들이 맛있게 마시고 쓰는 물은 우리 빗방울들이 만든다. 최근 들어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 빗방울들이 하늘나라에서 내려 올 때는 대개 많이 더러워진 상태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과 같은 더러운 공해물질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먼지를 가지고 지상에 내려오게 되는데, 요즘은 pH 5 내외의 산성비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 비가 온 뒤 하늘이 맑아지는 것은 우리 빗방울 덕택이다. 그렇다면 빗물은 어떤 맛일까?

빗물에 녹아 있는 성분의 종류나 양은 하천수나 지하수 보다 훨씬 적으며, 더욱이 일시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호우의 성분은 증류수에 가까운 순도이다. 아무 것도 함유하고 있지 않은 물은 맛이 없기 때문에 증류수를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먹는 수질의 산도 기준은 pH 5.8∼8.5로서, 빗방울 자체는 산도만으로도 마시지 못하는 물일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빗물 자체는 맛이 없다. 그렇다면 빗방울들이 맛있는 물로 변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지하 암반층이나 사력층에서 뽑아 올린 맛있는 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맛있는 물은 산림토양이 만든다. 산림 지대에 내린 빗방울들은 어떻게 될까? 산림에는 나무들과 초본류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각종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으며, 이들이 만든 스펀지 같은 푹신한 토양이 있다.식물에 내린 빗방울들은 잎과 줄기를 통과할 때 서로 어우러지며, 이 때 식물체들로부터 미네랄 성분을 공급 받는다. 이어 토양 속으로 침투한 빗방울들은 곧 토양의 얕은 곳에서 밖으로 빠져나가 계곡을 타고 큰 하천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깊은 데까지 이리저리 긴 여행을 하게 된다.

빗방울은 공극 곧, 미세한 공간이 발달한 산림이 만든 토양 속을 여행하면서 토양입자에 중금속과 같은 불순물이 흡착되거나 이온의 교환 및 불용화 과정을 통해 여과되며, 나쁜 냄새도 없어지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토양에 함유된 Ca, Mg과 같은 각종 미네랄을 녹여 우리들 몸 속에 저장한다. 더욱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토양 미생물과 식물 뿌리의 호흡으로 생긴 탄산가스도 물에 녹아 적당한 산도(pH)도 갖게 된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빗방울은 맛있는 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빗물이 만드는 조각품을 감상만 할 수 없는 까닭

빗물은 작은 돌이나 낙엽 혹은 나뭇가지와 같은 것들이 드문드문 있는 곳에 빗방울을 힘차게 내려 보내서 그 주변의 흙을 조금씩 깎아 조각품을 만든다. 빗방울의 파괴력은 상상 밖으로 크다. 예를 들면, 직경 2㎜의 빗방울이 초당 6m의 속도로 떨어질 때의 운동에너지는 100g의 물이 시속 300㎞로 낙하하는 것과 같다. 이같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빗방울의 힘으로 산림의 토양을 깎아 흙 기둥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돌이나 낙엽, 나무 조각을 모자처럼 머리에 쓴 것 같은 모습을 한 흙 기둥이 그 조각품인데, 그 길이는 1∼2㎝의 작은 것에서부터 20㎝정도나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각품도 숲이 잘 가꾸어진다면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천연림이나 손질을 잘한 인공림에는 키가 작은 나무나 초본류가 우거져 있어, 빗방울이 이들 식생의 잎에 떨어지게 되면 충격이 흡수된다. 낙하 속도가 초당 20∼30㎝로 감소될 뿐만 아니라 스펀지 토양이 잘 발달되어 있고, 그 위를 낙엽이 잘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지표면을 침식시킬 수도 없고, 흙 기둥도 만들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는 산림은 빗방울 충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빽빽하고 황폐화된 산림 속은 너무 어두워 키 작은 나무나 초본류가 자라지 못하게 되고, 높은 나무에 닿아 커진 빗방울이 바로 표면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김새가 기묘하기도 하고,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는 흙 기둥 조각도 실은 토양 표면이 침식되어 유실된 산물이다. 산림을 가꾸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산림 황폐화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구 온난화와 산림 감소

지구온난화란 환경파괴로 인하여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더워진다. 100년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15℃정도였는데, 지금과 같이 환경파괴가 계속될 경우 2030년에는 2∼3℃정도가 올라갈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 정도의 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겠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는 경우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늘어나 육지가 잠기게 되고 펭귄이나 북극곰은 멸종을 할 것이다. 또한 눈이 많이 내리던 지방이 눈이 내리지 않게 될 것이며 더운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는 야자나무가 무더워진 서울에서도 쑥쑥 자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고 뭐고 온 지구가 뒤죽박죽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산림파괴를 들 수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증가 원인은 우선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대량소비 때문이다. 산림의 감소 또한 지구 온난화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하면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자신의 몸 속에 저장하고 있다. 지구의 숲은 대기 중에 있는 전체 탄소량의 2배를 몸 속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나무를 가리켜 탄소통조림이라고 부른다. 사라지고 있는 산림의 대부분은 열대림이며 그 원인은 주로 화전을 일구거나 땔감 채취하는데 있다. 숲에 불을 질러 화전을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역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큰 원인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면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모두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생산된 것들이다. 같은 쓰임의 물건이라 하더라도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달라지므로, 배출량이 적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숲을 잘 가꾸는 일 또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건강한 숲에서는 탄소통조림인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라고도 부르는데 이 밖에 프레온가스, 메탄가스도 온실가스에 속한다. 프레온가스는 자동차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로 주로 사용되었으나 국제적 규제로 사용이 줄고 있으며, 메탄가스는 대부분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오고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 매립지에서도 나온다.

온실가스들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내리쬐는 방사선의 경우 에너지는 크며 파장이 짧아 이산화탄소를 잘 투과하여 지구까지 도달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구표면으로부터의 방사선은 에너지가 작고 파장도 길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잘 투과하지 못해 지구 표면 가까운 범위에 머무는 상태로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좁은 온실 속에서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는 것과 같다하여 온실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불 피해지역을 되살리는 방법

영동지방의 큰 불로 산림이 순식간에 타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렇게 산불로 인해 타버린 산림은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자연의 힘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인공복구가 좋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되고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회복과 인공복구가 함께 추진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연복구 사례로는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있다. 좋은 사례이기는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영동지방 산불지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 곳은 땅 깊이가 깊고, 생태적으로 안정되어 있던 지역이기 때문에 자연회복에 의존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또한 땅 넓이가 워낙 다르니 국토관리에 대한 기본 사고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그곳은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처럼 폭우가 내리지도 않는다. 회복을 위한 조건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영동지방 산불 피해지역은 사람이 사는 지역과 인접해 있어 당장 큰 비라도 오면 인명·재산 피해를 걱정해야하고, 산림의 추가 손실이나 복구를 점점 어렵게 하는 상황의 발생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이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은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 영동지방 산불 피해지역과 유사한 지형인 고성 산불지역 중 복구를 하지 않은 지역 가운데는 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벌거숭이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을 면밀히 검토하여 심을 곳은 심고, 그냥 둘 곳은 두고, 산불 재발을 막기 위한 교육장소나 복원연구 등으로 활용할 곳은 또 그러한 용도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산불이 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모르는 산불의 파괴력

어린 나무가 자라 큰 어른 나무가 되기까지는 수 십 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나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병충해, 바람, 눈에 의한 피해도 있고, 산불과 같은 피해도 있다. 이러한 피해들 중 산불은 사람들이 조심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재해지만, 일단 불이 나면 우리가 가꾼 나무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존재이다.

이렇게 무서운 산불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번질까? 경사가 완만한 곳에서 산불의 확산 속도는 1분에 3∼5m 정도이나 경사진 산지에서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1분에 30m나 타게 된다. 또한 뜨거운 산불로 발생하는 상승기류를 타고 불꽃이 먼 거리로 이동하여 제 2, 제 3의 새로운 불로 번져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거리는 풍속이 5m 이하일 때 100∼300m, 15m 이상일 경우에는 1,500∼3000m나 날아가게 된다.

산불로 나무의 형성층(나무껍질 바로 속)이 열을 받으면 나무가 죽게 되는데, 나무가 죽게 되는 온도는 60∼7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무가 불에 견디는 능력은 나무의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 나무 껍질에 코르크층이 잘 발달한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나 아왜나무, 소귀나무 등 활엽수는 상대적으로 불에 강한 종류이다. 침엽수 가운데 산불에 잘 견디는 나무는 낙엽송, 은행나무가 있다.

하지만 어떤 나무든 산불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는 없고, 일단 산불이 날 경우 우리의 소중한 환경, 경제, 문화 자산인 숲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산불조심을 생활화해야 한다.

산불이 좋아하는 계절

산불이 발생하는 날을 일년에 걸쳐 살펴보면, 산불이 잦은 계절과 그렇지 않은 계절이 있다. 장마철에 산불이 나는 것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은 물과 상극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불이 날 수 없는 것이다. 비는 대지를 적실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습도를 높여준다. 습도가 높아지면 장마철에 성냥이 눅눅해져 불을 켜기 어려운 것처럼 산불이 잘 나질 않는다. 숲 속에 있는 낙엽이나 나뭇가지들이 축축해져 웬만해서는 불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습도는 계절에 따라 높낮이가 매우 다르다. 여름에는 높은 반면 봄(3∼5월)과 늦가을(11∼12월)에는 매우 낮다. 이 때는 고기압과 대륙풍의 영향으로 비가 거의 오지 않으며 건조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건조한 바람은 숲 속의 습도를 낮게 하여 땅 위에 쌓인 낙엽이나 죽은 가지를 바짝 말리며, 나무도 수분을 조금만 머금고 있다. 그래서 성냥불이 스치기만 해도 불이 붙는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대부분이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봄 가을에 산에 갈 때는 성냥이나 라이터, 가스렌지 같은 화기를 절대로 가지고 가지 말아야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수십 년 동안 자란 녹색 숲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남는 것은 새까만 잿더미뿐이기 때문이다.

물방울의 숲 속 여행

물은 땅과 바다에서 하늘로, 다시 하늘에서 땅과 바다로 끊임없이 순환을 한다. 땅과 강, 바다에 있던 물은 태양이 전해주는 580kcal의 에너지를 가지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작은 먼지들과 함께 뭉쳐서 구름이 된다. 점점 커진 구름은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집 마당 그리고 숲과 강, 바다로 다이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이빙 하는 빗물 중 2/3는 숲 속으로 떨어지는데, 숲은 이 빗물을 스펀지 같이 푹신한 땅에 잘 저장했다가 천천히 나누어 흘려보내기 때문에 홍수도 막아주고 가뭄도 생기지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숲에 떨어지는 빗물 중 나무와 나무 사이 혹은 나무 기둥을 타고 숲바닥에 도달하는 물방울은 스펀지 같은 땅 속으로 금새 숨어버린다. 하지만 열 방울 중 적어도 세 방울은 땅에 닿지도 못하고 나무의 가지와 잎에 머물렀다가 태양과 바람을 타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숲 바닥의 땅 속에는 지렁이, 땅강아지, 들쥐 등 많은 숲 속 생물들이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은 지하통로가 수 없이 나 있다. 이러한 땅 속에 스며든 물방울은 지구의 힘(중력)에 이끌려 이 지하통로를 통해 실개천으로, 강으로, 다시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땅 속에는 지구의 힘(중력)으로도 어떻게 하지 못할 만큼 세차게 붙어 있는 물방울이 많이 있다.

이 물방울들은 스펀지 같은 땅 속에 스며든 후 천천히 빠져 나와 한 달, 두 달 혹은 그 이상 땅 속을 이리 저리 여행하면서 온갖 먼지와 더러움을 벗고, 깨끗하고 맛있는 물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숲 속의 빗물 중 일부는 나무의 뿌리에 흡수되어 몸통을 타고 나뭇잎까지 올라간다. 나뭇잎까지 올라간 물방울은 태양과 바람의 도움을 받아, 길거나 넓적한 잎을 통해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지금도 물은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숲 속에 쌓이는 눈의 가치

겨울철에 내린 눈은 봄철 가뭄기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에 쌓인 눈은 서서히 녹아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 계곡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계절적 편중이 심하여 여름철에 절반정도가 내리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에는 물이 모자라게 된다. 여름철 장마에 이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건조한 가을에 접어들게 되는데 겨울을 거쳐 봄에 이르면 내리는 비의 양이 더욱 줄어 모내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숲은 물이 부족하기 쉬운 이러한 때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은 햇볕이 직접적으로 들지 않고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에 내린 눈이 잘 녹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물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숲 바닥에 되도록 많은 눈이 쌓이도록 해야 한다. 나뭇가지나 잎에 쌓인 눈은 햇볕을 받으면 증발되어 하늘로 그냥 날아가게 되므로 쓸 수 있는 물하고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는 양을 숲 바깥하고 비교하면, 낙엽이 지지 않는 침엽수림은 지나치게 우거진 경우 10% 정도 덜 쌓이고 활엽수림에서는 10%정도 더 쌓인다. 숲에 공간을 내면 20%정도 더 쌓이게 된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여 공간이 없는 곳은 솎아베기나 가지치기를 해 주어 공간을 열어주어 나뭇가지나 잎에 걸리는 눈을 적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봄철에 유난히 비가 오지 않는 나라는 숲 속에 눈이 많이 쌓이게 하여 수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나무비

숲은 내리는 비를 숲 속 토양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이 빗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도 한다. 빗물이 숲의 토양 속을 서서히 흐르는 동안 빗물에 녹아 있던 오염물질을 포함한 각종 물질이 토양에 흡착되거나 이온을 교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물이 깨끗하게 된다. 빗물과 숲 토양을 통과한 물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숲은 강한 산성의 빗물을 중성에 가깝게 개선하며(pH4.6 → pH6.7) 질소(14.3ppm → 1.7ppm)나 인(0.45ppm → 0.20ppm)과 같은 성분의 농도를 현저히 낮추는 등 수질 개선 효과가 뚜렷한 것이 실험상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수질개선 효과는 빗물이 토양 속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수록 높아지므로 토양이 부드럽고 그 깊이가 깊을수록 더욱 맑은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어디에든 토양은 있지만 숲의 토양이 탁월한 수질정화능력을 갖는 것은 숲 토양의 독특한 구조와 높은 활성 때문으로서 숲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큰 수질 개선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숲의 토양을 통과한 물은 원래 빗물에는 없던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는 특징도 보인다. 이것은 빗물이 숲 토양층 아래에 있는 암석을 지나는 동안 미네랄이 녹아 나오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 빗물은 맛이 좋은 물로 태어나게 된다. 화강암지대의 물맛이 석회암지대의 물맛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숲은 비를 더 내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미세한 물방울인 안개가 나뭇잎과 가지에 물방울로 맺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나무비(tree rain)라고 부른다. 외국의 경우, 해발이 높은 고산지대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400mm나 되는 나무비를 관측한 사례가 있다.

홍수를 막는 숲

홍수는 토양이 저장하는 능력을 초과하여 토양 위로 흐르는 물이 갑자기 많아질 때 생기며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준다. 도시의 발달과 건설은 홍수량을 증가시키고 횟수도 많게 하며, 토양의 황폐나 땅다짐도 홍수피해 발생위험성을 높인다.

때문에 큰 면적의 숲이 일시에 베어지면 그 곳은 빗물을 흡수할 수 없어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큰 피해를 입게된다. 그러한 예로 북한의 산에서 식량생산을 위해 넓은 면적의 숲을 한꺼번에 베어내고 다락밭을 만든 결과 땅이 황폐화되어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졌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일은 국경을 넘어 엉뚱한 나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네팔과 인근 인도히말라야의 무절제한 숲 파괴는 국토의 황폐화를 초래하였으며 하류에 있는 방글라데시나 인도 평야지대에 막대한 홍수피해를 끼치고 있고 게다가 모래흙까지 쏟아내고 있어 국제문제화 되어있다.

필리핀 중북부지역의 경우, 너무도 넓은 숲을 한꺼번에 베어내 화전을 일구고 다시 초지를 조성하여 이제는 숲이 겨우 드문드문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곳이 많다. 그 결과, 하류의 논의 일부는 이전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도 벼농사를 할 수 있어 1년에 2∼3차례 벼를 거두어들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비가 오는 시기만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된 곳도 있다. 대규모 숲을 파괴함으로써 빗물을 흡수·저장할 수 있는 흙이 손실을 입었을 때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되어 홍수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흙의 손실이 심해질수록 빗물 흡수능력도 더욱 떨어져 가뭄피해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숲이 있으면 숲의 토양으로 인해 빗물 침투 능력과 저장능력이 늘어나 웬만한 비가 내려도 지표를 흐르는 물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석유나 철과 같은 자원은 한번 캐어 쓰면 다시 만들 수 없으나 나무는 다시 만들 수 있는 재생가능한 자원이다. 필요에 의해서 나무를 활용해야 할 경우 전문가들은 그 면적을 10ha(1ha는 100m x 100m)이하로 하고 넓은 면적을 한꺼번에 베지 말도록 권장하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음 세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적절히 잘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숲과 바람과 안개

숲은 사람들에게 산소 공급이나 공기정화, 수자원 보호, 목재 제공, 휴양 등 많은 혜택을 주는데, 그 중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숲의 보호기능 중 하나로 숲이 우리에게 주는 큰 혜택이다. 바람으로부터 거대한 장벽역할을 하는 숲은 바람을 막아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도 하지만, 지표면에서의 증발이나 바람에 의한 침식을 막아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옛날부터 바닷가에서는 숲의 이러한 기능을 이용하여 농경지나 주택에 모래가 날아드는 것을 막거나 소금성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바람을 막는 숲인 방풍림은 사계절 푸른 상록수에 키가 큰 나무가 있는 숲일수록 효과가 크며 적어도 7줄 정도는 되어야 바람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숲이 바람의 방향에 대하여 수직으로 있을 때에 가장 효과적이며 나무에서 잎과 가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60%정도가 되어야 이상적이다. 이러한 정도의 숲이라면 40% 정도의 바람만 통과하게 되는데 육지쪽으로는 나무 높이의 35배,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도 약 5배 거리까지 방풍효과가 있다. 바람은 일부 통과하는 것이 좋으며, 바람을 너무 완벽하게 차단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소용돌이가 생겨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해안선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막으려면 숲의 폭이 100m정도는 되어야 한다.

숲의 또 다른 보호기능으로는 안개의 이동을 차단하여 냉해와 같은 농작물 피해를 막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안개를 막는 효과 역시 나무의 키가 클수록 좋으며 활엽수림보다는 잎이 가늘고 많은 침엽수림이 차단 효과가 높다. 상습 안개 발생지역에 안개를 막기 위한 숲을 조성했을 때 곡식 수확량이 50%나 많아진 사례도 있다.

숲은 저수지랍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지만 2/3 이상이 장마와 태풍이 찾아오는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일년 중 고르게 물을 이용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숲의 나무들이 어리고 숲의 토양이 건강하지 못하여 일시에 내리는 빗물을 충분히 저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많은 빗물이 바로 강으로 흘러가 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빗물 이용률은 약 1/4밖에 되지 않는다.

물은 늘 필요하고, 비는 한꺼번에 내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댐을 만들어 빗물을 가두고 조금씩 흘려 보낸다. 그러나 요즘엔 자연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댐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녹색댐이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숲은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깊은 흙을 만들고 그 속에 빗물을 흠뻑 머금고 있다가 서서히 물을 흘려 보내주기 때문이다. 숲의 흙은 이 지구상에 있는 흙 가운데 빗물을 가장 잘 흡수하는 힘이 있는데 그 양이 나무가 없는 장소의 30배나 된다고 한다. 숲의 토양은 빗물을 머금는 힘뿐만이 아니라 물을 서서히 흘려보내는 힘도 크다. 숲의 표면은 부드럽지만 깊이가 깊어질수록 단단해지는 독특한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와 같은 큰 비가 내려도 울창한 숲이 있으면 홍수가 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숲은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능도 있는데 이것은 공기 중의 대기오염 물질로 더러워진 빗물이 숲의 흙 속을 서서히 통과하는 동안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숲이 홍수피해를 막고, 가뭄이 들 때 계곡으로 물이 흐르도록 해 주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도 빗물이 땅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커지게 되므로, 숲에 있는 흙을 부드럽고 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저수지 역할을 하는 숲의 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꾸준히 숲을 키워 나가야 얻을 수 있다.

숲과 함께 사라진 문명

세계 4대 고대문명 발상지는 중국, 인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이들 네 곳이다. 큰 문명이 형성되고 발달한 지역은 모두 큰 강의 하류였다. 이러한 강 하류에는 원래 숲이 울창하게 형성되어 있었으며, 물이 풍부했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오늘날 모두 황폐화되었거나 사막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숲은 건축물이나 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목재를 제공했으며, 땔감을 얻는 곳이기도 했다. 또한 숲이 발달한 곳은 토양이 건강하고, 양분이 많기 때문에 숲을 잘라내고 밭을 만들면 농작물이 아주 잘 자랐다.

사람들은 숲을 무분별하게 파괴했으며,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곡식을 심었다. 문명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상류 수원지대까지 숲 파괴가 확대되었으며, 이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었다. 결국 숲은 사라지고 문명도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7세기 영국의 문인 존 이블린은 “이 시대의 영국은 나무가 없는 것보다 차라리 황금이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과장이 좀 섞이긴 했지만 나무가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과장만은 아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나무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나무를 토대로 최초의 문명을 꽃피웠고, 숲이 사라지자 그들의 제국도 무너졌다. 에게해의 한 섬에 불과한 크레타는 메소포타미아인들과의 나무교역에서 얻은 부(富)로 지중해를 지배했고 찬란한 도시 크노소스를 건설했지만, 숲이 고갈되자 쓰러져 갔다. 이처럼 울창한 숲과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생하고 번성하였으나 사막으로 변해버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린 예는 수도 없다. 이 고대문명들이 사라진 것은 전쟁이나 화산폭발 같은 이유보다도 숲이 사라짐에 따라 농토의 생산력이 떨어져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것이 더 큰 이유인 것이다. 숲은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요건이며, 이러한 숲을 잘 보호하고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가꾸어가지 않는 곳이 있다면 아마 그 문명도 사라질 것이다.

산성비는 숲에도 해로운 존재

1950년대 북부 유럽에서는 원인을 모르는 채 숲이 말라죽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원인은 산성비라고 판명되었다. 물론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의 피해는 영국, 독일 등 대기오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그 이전부터 있었으나 공기나 물의 오염과 거리가 먼 스웨덴을 비롯한 북부 유럽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산성비의 원인은 영국, 독일 등 중부 유럽의 공장지대나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나 폐기물을 태우거나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유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바람을 타고 북부 유럽이나 스위스, 오스트리아까지 날아가 비에 녹아 내리면서 산림을 파괴하는 것이다.

산성비의 피해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폐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체코슬로비키아와 독일 국경에 걸친 에르츠 산지는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성비 때문에 메마른 산림이 몇 십킬로미터 나 이어지는 볼품없는 산이 되고 말았다. 서독에서는 전체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산림 중에서 산성비에 의한 피해 면적이 55%나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산림 면적의 40%, 스위스 33%, 프랑스 20%가 산성비의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렇듯 산성비는 사람에게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산림에도 무척이나 해로운 존재이다.

현재 산성비 피해는 폴란드 등 동부 유럽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일부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성비는 국경을 넘는 환경오염으로서 자기 나라만의 문제로 다루어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청정 대체 에너지 개발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이웃 나라들과 서로 감시하고 협조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성비에 의해 산림이 말라죽고 있는 현상을 열대림 파괴보다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찬사와 부러움을 받는 기술로 가꾸어지고 보존되어온 독일의 숲도 뾰족한 방도를 찾지 못한 채 산성비에 의해 말라죽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비는 숲에 치명적인 적이다.

숲은 생태계의 보물창고

숲에는 몸집이 큰 동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숲에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모여 살고 먹이사슬이 잘 짜여진 것은 바로 나무가 있기 때문이므로 자연생태계의 중심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먹이사슬 중 어느 하나가 사라지는 경우는 생태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만일 어떤 숲에 뱀이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면 생태적으로 온전한 숲이 아니다. 그 숲에는 분명히 뱀의 먹이가 되는 개구리와 같은 생물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뱀이 살고 있지 않은 숲에 개구리를 풀어놓는다면 아마 개구리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그 숲은 개구리도 살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뜻이며, 개구리나 뱀 이상의 훨씬 폭넓은 먹이사슬이 파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숲이 사라지는 것을 나무가 잘려나가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매년 경험하는 것이지만 숲이 사라져 아파트, 골프장과 같은 시설을 만든 곳을 중심으로 큰 홍수피해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어쩌다 잠시 받는 피해일 수도 있으나,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곳에서 살던 온갖 생물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며 어떤 종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숲은 야생동물의 보호자

숲은 수많은 새나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숲에는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을 먹는 벌레는 작은 새가 잡아먹고 작은 새나 물고기는 몸집이 큰 새나 짐승들의 풍부한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숲 속에 수많은 생물들이 모여 사는 또 다른 이유는 숲이 안전한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한 생물들은 자신의 몸을 숨길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들판에서 사는 경우는 적의 눈에 띌 가능성이 많지만 숲 속이라면 숨을 곳이 많아 안전하다.

무성한 나뭇잎이나 가지는 몸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고 굵은 나무줄기나 푹신 푹신한 땅속에 구멍을 파고 있어도 되니 숨을 곳이 많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가 집을 지을 때 나뭇가지라는 기초가 있으니 약간의 수고만 해도 집을 만들 수가 있고 새끼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안전을 확보한다는 면에서도 그만이다.
이렇게 야생 동물은 숲에서 보호를 받지만 숲을 보호하기도 한다. 나무에 해를 주려고 덤비는 벌레가 있으면 새가 와서 잡아주고 땅 속에 사는 생물들은 낙엽을 잘 분해하여 양분이 풍부한 땅으로 만들어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해준다. 야생나무 열매를 먹는 새들은 멀리 날아가 배설하여 먼 곳까지도 씨앗이 뿌려질 수 있도록 해준다.

야생조류가 해충을 포식하여 얻는 방제효과면적 2,520천 ha는 우리 산림면적의 약 39%이고 야생동물 보호기능을 해충방제비용으로 환산하고 수렵기능까지 감안하면 매년 7,7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숲은, 숲을 구성하는 모든 생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해 가는 전형적인 곳이다. 어느 한가지 생물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은 이미 숲이 아니다. 그래서 숲을 가리켜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도 부른다. 그렇지만 이처럼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불리우는 숲이라 하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야생동물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숲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먹이나 은신처, 혹은 둥지의 유무 등과 관계가 있는데 일상적으로 나무들을 심어서 약 10-20년 정도 자라면 빼곡한 산림이 되는데 이럴 때는 야생동물의 수가 적다.

이와는 달리 어린 지역(1-10년 생)과 빼곡한 숲을 간벌(솎아내기)하여 조금 여유가 있는 약 20-60년생 정도의 산림에는 그것보다는 많은 야생동물이 보인다. 그러나 야생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산림은 나이가 60-200년 이상 되는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그 주변에는 어린 나무들이 보이는 그런 장소이다. 이런 곳에는 특히 새들이 많은데 땅위에 바로 알을 낳는 종류, 관목 숲에 둥지를 트는 종류 그리고 나무에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 모두 살 수 있어 그런 것이라고 한다.

사하라사막도 숲이였다.

사막은 강수량이 극단적으로 적고, 식물이 생육할 수 없는 지역에서 확장하고, 발달하게 된다. 이는 비가 적게 오는 기후 특성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사막의 면적은 육지의 약1/3에 달한다. 우리 나라 국토면적의 약 400배나 되는 광대한 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막도 태고적부터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기후변화에 의해 그 위치나 크기가 변화해 왔다. 아프리카 사막의 경우를 보자.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지 200만 년 동안, 빙하기가 여러 차례 반복하는 기후변화가 있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에 의해 아프리카 대륙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비가 내리는 지역도 달라졌다. 이에 따라 사막과 산림의 분포는 수십만 년 단위로 큰 변동이 있었다.

과거에 사막이었는가, 혹은 산림이었는가 하는 것은 호수 바닥 퇴적물인 꽃가루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분석을 통해 과거에 살았던 식물의 종류와 양을 알 수 있으며, 호수 기슭에 남아 있는 물 높이 흔적 조사로 과거의 건조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인 사하라사막도 과거에는 산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위성사진을 통하여 사하라 차드호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차드호는 15년만에 호수의 물이 말라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사실은 현재 급속하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환경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의 영향에 의한 사막화이다. 사막화는 산림자원 그 자체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사막화는 어느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적인 문제인 것이다.

바다를 살리는 숲의 비밀

산림과 바다는 너무 멀어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산림과 바다는 생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산림이 없어진다든지 숲 가꾸기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바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숲 속에서는 낙엽이 분해되지 않고 토양유실이 심해지게 되며, 결국 유기질이 풍부한 낙엽토양층이 없어지게 된다.

낙엽토양층이 없어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다시마, 미역과 같은 해조류의 영양원이 되는 철분이 바다에 공급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바다 생물들이 죽거나 어획량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토양 침식과 유출이 더욱 심해져 바다로 이어지는 하구가 토사로 매몰될 경우, 하구 부근에 사는 넙치 같은 물고기들이 죽고 만다.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실제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산에 나무를 심은 사례는 많다.

이와 같이 풍요로운 산림은 풍요로운 바다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산림이 공급하는 정도의 철분을 포함한 수많은 원소나 영양염류를 인위적으로 공급하려면 작은 하천의 경우라도 연간 수백억 원이나 들 것이라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산림의 세대교체

극상림(極相林)이란 구성 수종이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안정된 산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극상림 상태가 수 천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꽃가루를 분석해 보면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극상림에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이 주를 이루며 극상림은 변화가 매우 작으며 그 속도 또한 느리다.

그렇지만 아무리 변화가 작은 극상림일지라도 하나 하나의 나무에는 수명이 있다. 나무는 수백 년을 살 수는 있어도 수천 년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가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산림에도 항상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극상림으로 간주되고 있는 경기도 광릉의 소리봉 천연림에도 굵은 줄기가 바람에 쓰러지거나 잘리고, 혹은 병이나 충해를 입어 죽어있는 나무가 상당히 많이 있다.

이와 같이 큰 나무가 없어지면, 그 때까지 어두웠던 숲 속이 마치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훤히 뚫리게 되어 숲 바닥이 밝아진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그 동안 자라지 못하고 있었던 수많은 나무들이 서로 질세라 앞을 다투며 쑥쑥 자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산림의 세대교체인 것이다. 이러한 세대교체 속도는 나무의 구성이나 숲의 상태에 따라 다르며, 1년간 구멍이 나는 면적이 0.2%인 경우 500년, 1%인 경우에는 100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