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잎으로 염색하기
칡 잎으로 물들인 | |
산과 들에 진녹색으로 자라는 풀과 나무들을 보면서 "저 잎을 따서 물을 들이면 녹색으로 물들까?" 붉게 핀 꽃들을 보면서 "저 꽃잎으로 물들이면 무슨 색이 나올까?" 하는 생각은, 자연 염색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이 모두들, 한번씩은 가져 보는 궁금증이다. 그러나 녹색의 잎이나 붉은색의 꽃잎은 그 색 그대로 천에 옮겨지지는 않는다.
식물의 잎을 끓여서 염액으로 만들어 염색을 해 보면 거개가 누런색으로 염색이 된다. 그래서 식물성 염료로는 녹색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의 식물은 녹색을 내는 염색 재료로 쓸 수 있다. 칡이나 으름, 구절초의 잎은 녹색의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녹색을 얻을 수 있다.
칡은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팔월에 자줏빛 꽃이 피고, 시월에 가늘고 긴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맺힌다. 녹색의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칡은 예부터 우리 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으며 그 부분에 따라 각각 쓰임새도 다양하다.
칡의 여러 가지 쓰임새
칡은 원산지가 중국과 일본인데 이 지역들에서는 뿌리와 줄기에서 녹말과 섬유를 얻기 위해 칡을 오랫동안 재배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널리 쓰여 왔는데 잎은 소나 염소들과 같은 가축의 사료로 활용되었으며 농사에 쓰는 퇴비를 만들기도 하고, 오월 이전에 피는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였다.
칡의 뿌리는 생즙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말려서 약재로 쓰기도 하는데 이를 "갈근"이라 한다. 칡의 뿌리는 흉년에는 구황식물로 활용되기도 했다. 초겨울에 잎과 줄기가 마른 뒤 뿌리를 캐서 깨끗이 씻은 다음 잘게 잘라 절구에 찧어 물에 담가 녹말을 얻는다. 이 녹말은 물 속에 앙금 상태로 가라앉는데 이 녹말 앙금을 촘촘한 헝겊에 밭치거나 편평한 양철이나 또는 옹기 뚜껑을 뒤집어 거기에 말리면 이것이 녹말가루, 곧 "갈분"이 된다. 이 갈분으로 묵, 죽, 과자, 떡, 국수 들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본래 갈분이란 칡의 녹말을 일컫는 말이다. 요즈음은 감자 녹말가루를 흔히 갈분이라고 하나, 기왕이면 갈분과 다른 종류의 녹말가루를 그 명칭을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겠다.
칡의 줄기는 밧줄이나 섬유를 만들었으며 벽지를 만들기도 한다. 줄기는 매우 질기고 단단하여 밧줄을 만들어 다리를 놓는 데 쓰거나 닻줄과 주낙줄로 사용하였으며, 삼태기나 바구니를 만들기도 하고 그릇을 묶는 데도 썼다.
칡 줄기를 섬유로 이용하려면, 여름 중복 무렵에 줄기를 길게 잘라 솥에 넣고 푹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내 만든 실로 하얀 섬유를 짜는데 이 옷감을 "갈포"라고 한다. 갈포는 한때 눈처럼 희고 반짝반짝 윤이 나 옷감 가운데 최상품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삼베, 모시만을 생산할 뿐 갈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한때는 칡 줄기로 만든 벽지를 수출하기도 하였으나 요즈음은 실크벽지 같은 고급 벽지들이 개발되어 칡 줄기로 만든 벽지는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칡의 꽃은 여름에 말려 한약재로 쓰는데 "갈화"라고 부른다.
번식력이 큰 것이 장점이자 단점
칡은 콩과에 속하는 | |
이 밖에도 칡은 가파른 둑이나 산사태가 난 곳에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시켜 비로 인한 침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사방공사에 많이 이용되었다. 그러나 여름 한철에 길이가 십팔 미터까지 자라기도 하여 교목이나 관목 위뿐만 아니라 벌거벗은 땅으로 쉽게 퍼져 나가 주변의 큰 나무들까지 말라 죽게 한다.
칡은 씨앗으로도 번식하고, 줄기 마디마디마다 뿌리가 생겨나 줄기로도 번식을 하여 빨리 없애지 않으면 일, 이 년 사이에 그 주변이 모두 칡밭이 되고 만다. 특히 야생차밭에 칡이 번식을 하게 되면 차나무를 덮기 때문에 차나무가 죽게 되어 이를 없애는 데 많은 노력과 돈이 든다. 그래서 요즈음 농촌에서는 칡을 없애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도시에서는 칡의 넝쿨을 이용하여 햇볕을 막고 그늘을 만들어 잎과 줄기, 자줏빛의 꽃을 보는 매력적인 관상식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촌이나 산촌에서는 칡이 주는 이득보다 피해가 훨씬 더 크므로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칡을 없애는 데 인력이나 자금들을 동원해 우리의 산림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기왕에 있는 칡을 이용해 공예품으로, 약재로, 염색 재료 들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야겠다.
칡 염색으로 녹색 빛깔을 얻으려면
칡 잎을 써서 염색을 하면 연노랑, 녹색, 갈색으로까지 염색이 된다. 하지만 칡 잎은 녹색 색소를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녹색 염색을 하는 데 쓰면 좋다. 단, 뿌리와 줄기는 갈색의 색소가 많다.
보통 녹색의 칡 잎을 채취하여 끓여 보면 누런 색소가 먼저 우러나온다. 녹색의 색소를 얻으려면 이 누런 색소를 먼저 없애야 하는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처음에는 칡 잎이나 으름, 구절초, 인진쑥 들의 잎만을 따서 물을 넣고 끓인 뒤 첫 물은 버린다. 첫 물에는 누런 색소가 먼저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 끓이는 물에는 탄산칼륨이나 잿물을 넣어 끓인다. 알칼리 용액에서 염액 추출이 잘 되므로 알칼리 성분을 이용한다. 이때 알칼리의 농도는 피에이치 구 정도이다.
잎의 녹색 색소가 다 우러나오도록 네댓 번 정도 끓인다. 끓여서 모은 염액에 산(식초)을 넣어 약산성(피에이치 육)에서 염색을 하면 된다. 이때 염액의 농도가 너무 진하면 천에 얼룩이 생기거나 처음에 넣은 부분과 끝자락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염액을 덜어내어 써야 한다. 먼저, 덜어낸 염액에 물을 조금 섞어 희석시킨 다음 초벌 염색을 하고 매염을 한 다음 다시 두 번, 세 번 염색을 되풀이하다가 염액의 농도가 옅어지면 남은 염액을 넣어 다시 염색을 하면 된다. 한 번 염색한 것보다 몇 번 되풀이해서 염색을 하면 색도 깊어지고 짙어지며 견뢰도도 높아진다.
매염제는 초산동을 쓰는데 녹색이 짙어지면 매염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칡 잎으로 물들이고 남은 줄기나 뿌리를 이용해서도 물을 들일 수 있다. 칡 줄기와 뿌리는 잎과는 달리 갈색의 색소가 많으므로 갈색으로 물들이려면 칡 줄기와 뿌리를 이용하면 된다. 매염제에 따라 연갈색부터 흑갈색까지 낼 수 있다.
칡 잎으로 물들이려면
[재료]
칡 잎, 초산동, 탄산칼륨, 식초, 명주
[염액 만들기]
1. 칡 잎을 솥에 가득 넣고 물만 부어 이십 분 동안 끓인 다음 물을 쏟아 버린다.
2. 칡 잎이 담긴 솥에 물 십 리터에 탄산칼륨 오 그램 정도를 넣고 피에이치 구가 되게 하여 이십 분 동안 끓인다. 끓인 염액을 따라 두고 네댓 번 이상 되풀이해서 끓이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3. 여러 번 끓인 염액을 모아 식초를 넣어 약산성으로 만든다. 이때의 피에이치는 육이다.
[염색하기]
1. 모아 둔 칡 잎의 염액에 깨끗이 빤 명주를 넣고 염색을 한다. 이때 물의 온도는 육십 도이다. 염색을 이십 분 동안 하고 두 번 헹궈 탈수한다.
2. 육십 도의 물에 초산동 십팔 그램을 녹여 매염액을 만든다. 이 물에 염색한 명주를 담그면 점점 녹색으로 색이 나타나는데 이때 천을 뒤집어 가며 매염한다.
3. 매염한 명주를 깨끗이 헹구어 다시 본 염색을 한다. 이렇게 염색과 매염, 헹구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짙은 녹색을 얻을 수 있다.
4.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명반 매염으로는 연푸른노랑색, 초산동으로는 녹색, 철 매염으로는 카키색을 얻을 수 있다.
칡 줄기로 물들이려면
[재료]
칡 줄기 또는 뿌리, 명반, 탄산칼륨, 식초, 명주
[염액 만들기]
1. 칡 잎을 따고 남은 줄기를 따로 모아 탄산칼륨 오 그램을 넣고 이십 분 동안 끓인다.
2. 이와 같은 방법으로 세 번을 끓여서 염액을 만든다.
[염색하기]
1. 탄산칼륨을 넣어 끓인 염액에 식초를 넣어 약산성으로 만들어 염색을 한다.
2. 명반 매염은 갈색, 철 매염은 흑갈색으로 염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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