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임산부

숲이란 무엇인가?

초암 정만순 2017. 6. 6. 05:20



숲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수풀은 그저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태계를 말한다.

이 생태계의 주인공은 나무다. 나무가 존재함으로써 다양한 동식물이 삶을 유지한다.

숲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매우 동적인 생태계인 셈이다.

하지만 나무가 많다고 해서 모두 숲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다'는 표현 역시 주관적이어서 정확하게 숲을 정의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연 숲이 무엇일까? 숲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몇 그루의 나무가 필요할까?

100그루? 아니면 천 그루? 차라리 숲은 모든 생명체가 서로 자기 역할을 하면서 나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거대한 제국이다.

숲에 대한 정의는 각 분야마다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생태적 관점에서 숲을 바라보기로 하자.

숲을 정의하는 데 우선 필요한 것은 나무의 숫자보다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기후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이다.

왜냐하면 기후와 토양은 3억년이 장구한 세월 동안 숲의 제국을 늘 변화하게 했던 근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숲이라고 불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완벽하면서도 또한 늘 불안정한 생활 공간은 바로 그 숲을 감싸고 있는 기후와

토양의 상태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달라진다.

결국 나무와 토양 그리고 대기로 채워져 있는 공간 사이에서의 상호 작용이 숲의 제국을 일구어 고 볼 수 있다.

이제 숲을 둘러싸고 있는 기후에 대해 살펴보자.

더운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이 숲을 찾아간다. 도시의 아스팔트를 차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벗어나  푸른 산 맑은 계곡에서 자리를 잡고 한잠 푹 자고 나면 심신의 평안을 얻는다.


여름철에 인간들의 휴식처이던 숲은 겨울이 되면 동물들의 안식처로 변한다.

숲에 사는 수많은 야생 동물에 숲속에 다양한 형태의 집을 마련하고 긴 겨울잠에 들어간다.


숲은 외부 세계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고 고유한 기후를 형성해 간다.

무더운 여름에도 숲속은 시원하고,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고 숲의 날씨는 상대적으로 온화하다.

우리는 평균 기온이 논이나 밭 같은 바깥 세계와 5이상 차이 나는 지역을 통상적인 숲, 다시 말해 '생태적 관점에서의

 숲'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숲은 외부의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므로 밤과 낮의 온도 차이 또한 바깥 세계에 비해 크지 않다.

이처럼 안정적인 기후 상태는 온도 변화에 민감한 야생 동물들이 숲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근원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된다.


숲의 토양은 어떠할까? 인간이 경작을 시작한 이래로 인공적인 수로와 비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식물이 살기 위해서 필요한 토양 속의 물과 양분이 사람에 의해 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숲의 토양은 다르다.


숲의 나무는 물을 머금거나 내뿜어 수분을 조절하고, 낙엽을 떨구어 숲속 토양의 영양 상태를 유지시킨다.

이렇게 사람의 간섭을 없이도 숲은 스스로 생장하면서, 해마다 수많은 식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고 또 거대한 나무들이


무리 없이 잘 자라게 한다.

숲을 기반으로 식물과 동물이 숲을 떠나지 않고 대를 이루어 숲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숲의 자생력 덕분이다.

숲에서는 죽음마저도 가치가 있다.

가령 참나무류가 많은 숲에 사는 대형 곤충인 사슴벌레는 반드시 죽었거나 병들어 가는 나무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

또한 그런 곤충이 있어야만 딱따구리 같은 조류가 살 수 있다.

실제로 가장 건강한 숲은 산 나무만 있는 숲이 아니다. 죽은 나무가 적당히 섞여 있는 숲이다.

이처럼 삶과 죽음, 그리고 다양한 동식물이 퍼즐 조각처럼 끼워 맞추어질 때 비로소 숲은 생태계가 된다.


이처럼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숲은 그 넓이나 나무의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에 관계없이 스스로 고유한 기후와 토양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가는 곳을 말한다.

이것은 매우 다양한 종이 서식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안정적인 숲의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이러한 기능을 갖춘 숲의 제국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희망하고 또 절실히 갈구하는 세상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온대 지역 나무들은 대략 46월에 땅에서 물을 강렬하게 빨아올린다.

이 계절에, 특히 햇빛이 많은 오전 11시부터 낮 1 사이에 숲에 가서 나무에 청진기를 대보면 수이 활발하게 이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소리는 줄기뿐 아니라 나뭇잎이나 가지에서도 을 수 있다.


물은 나무의 뿌리에서 가장 위쪽 잎까지 이렇게 이동하는 것일까?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물은 나무의 어디를 통해 이동하며. 또 양분은 어떻게 나르는 것일까?

직접 나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생명을 새로이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눈을 감고 세상에 집중하면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을 가리고 주변의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아보면 숲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식물은 독특한 향기 물질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자기를 해치고자 하는 생물들을 멀리하기 위해 고약한 물질을 내뿜기도 하고,

수정을 도와주는 다른 생물들을 유혹하기 위해 자기에게 필요한 향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식물의 향기는 식물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존 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특정 식물의 향기에 대해 좋고 나쁨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판단 기준에 의한 것일 뿐이다.

인간은 더 이상 인간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자연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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