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우리동네 나무얘기

소나무

초암 정만순 2017. 5. 15. 08:21



소나무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


- 소나무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우리 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라도 꼭 찾아볼 수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도시의 모든 나무들이 그렇긴 하지만, 역시 처음부터 저절로 도시에 자리잡고 자란 나무는 아니지요.

마치 우리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도심이든 농촌이든 꼭 심어 키우는 나무입니다.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나무! 무슨 나무인지 아시겠지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지만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백두산 주변의 고원 지대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소나무만큼 넓은 지역에서 골고루 자라는 나무가 없을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그렇다고 이 소나무들이 모두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저절로 자란 건 아닙니다.



솔방울 ⓒ 고규홍


소나무가 어떻게 우리 땅에 이처럼 번성하게 됐는지를 살펴보려면 사람이 간섭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숲이 겪는 변화 과정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거쳐 숲이 변화하는 과정을 숲의 천이라고 하지요.


천이의 첫 단계인 황폐한 땅에 처음 들어오는 식물은 뿌리가 얕은 식물들입니다.

돌무지 땅에 흙 한 줌만 있어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식물이지요.

우리 식물을 예로 들면, 진달래가 그런 개척자적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진달래 외에 담쟁이 류의 덩굴식물들도 개척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식물이지요.

이들은 숲에 다른 식물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때 이 땅에 찾아 드는 나무는 식물교과서에서 한자말로 침엽수(針葉樹)라고 부르는 바늘잎나무입니다.

소나무가 그 중 대표적인 나무이죠.

진달래가 일궈준 땅에 들어온 소나무가 긴 세월을 거쳐 잘 자라 숲을 이루면 그 다음에는 활엽수(闊葉樹)라고 부르는 넓은잎나무가 들어올 차례입니다.

우리 땅에서는 신갈나무, 떡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종류의 나무가 그런 나무들입니다.


참나무 종류의 나무들이 소나무 숲에 뿌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소나무가 지어낸 그늘을 뚫고 자라는 건 쉽지 않습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지요.

어느 정도의 크기로 자라기만 하면 참나무 종류의 나무들은 잎이 넓어서 많은 양의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광합성으로 지어내는 영양분이 풍부해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런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넓은잎나무들은 바늘잎나무의 키 위로 훌쩍 솟아오릅니다.


이쯤 되면 바늘잎나무들에게 위기가 찾아온 겁니다.

가뜩이나 잎이 가늘어서, 광합성으로 지어내는 양분이 적은 처지인데, 넓은잎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니, 광합성에 꼭 필요한 햇빛 모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거죠.

다시 또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바늘잎나무들은 서서히 스러져 가고, 넓은잎나무들이 숲의 왕좌를 차지하게 됩니다.



소나무 ⓒ 고규홍


그런데 우리 숲은 좀 이상하지요.

참나무 종류의 나무들이 섞여서 자라는 게 분명하지만, 유난히 소나무가 많거든요. 그렇다면 자연 상태의 천이과정이 어디에선가 멈추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요?


저절로 그리 된 건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매우 중요시했지요.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금송령(禁松令)’을 비롯해서, 소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게 하는 여러 법령을 제정할 정도였어요.


가난한 백성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소나무를 몰래 베어가는 상황이 생기면, 소나무 대신 참나무 종류를 베어다 쓰라고 장려했지요.

또 일부 소나무 숲에는 황장금표를 세우고, 나무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기까지 했지요.

그만큼 소나무를 극진히 보호하는 바람에 저절로라면 풍성하게 자랐을 참나무 종류의 나무가 우리나라의 숲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 거죠.

결국 우리 땅의 소나무는 자연 상태에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적극적인 보호에 의해 위세를 떨치게 된 것입니다.


우리네 살림살이와 무척 가까웠던 소나무는 쓰임새도 무척 다양합니다.

가장 유용한 쓰임새는 아무래도 목재로서의 쓰임새입니다.

소나무로 지은 집은 물론이고, 장롱 뒤주 상자 등의 가구와 가래 물레 등의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소나무는 무척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쓰임새에서 뿐 아니라, 생김새만으로도 소나무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나무였습니다.

옛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는 선비의 절개를 가리키기 위한 상징이었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아들을 낳으면 늘 푸른 절개를 갖춘 선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들은 집 안팎에 소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우리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만큼 소나무를 극진히 대접하는 건 아니지만, 소나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집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 산림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소나무를 심어 키우는 이유입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도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함께 소나무를 심어 키웁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 뿐이 아닙니다. 주변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는 물론이고, 근처의 학교라든가 관공서 건물에서도 소나무는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 마을이 아닌 우리나라의 여느 마을이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대표적인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글 고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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