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조류

올빼미

초암 정만순 2017. 4. 1. 05:41



올빼미



요약 테이블
분류 올빼미과(Strigidae)
문화재 지정 천연기념물 324-1호
서식지 영국, 유럽에서 서시베리아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소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북부, 히말라야에서 중국 동부와 남부, 한국, 대만에 분포한다.
크기L39~43cm
학명Strix aluco Tawny Owl


서식

영국, 유럽에서 서시베리아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소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북부, 히말라야에서 중국 동부와 남부, 한국, 대만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흔한 텃새이지만 야간에 움직이는 습성이 있어 관찰하기 힘들다.

행동

평지나 산지의 숲속에 서식한다. 낮에는 나뭇가지에서 휴식하고 어두워지면서 활동한다. 둥지는 나무 구멍에 만든다. 번식기인 3월부터 야간에 "우 우" 또는 "우후후" 하는 소리를 낸다. 알을 3~5개 낳으며, 포란기간은 28~29일, 새끼는 부화 29~35일 후에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들쥐와 작은 조류 및 곤충이다.

특징

긴점박이올빼미보다 약간 작다.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크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다. 귀깃이 없다. 가슴과 배에 폭 넓은 흑갈색 세로 줄무늬가 많으며, 각 세로 줄무늬에는 가느다란 가로 줄무늬가 많이 있다.

분류

지리적으로 11아종으로 나누지만 아종 간 구별이 어렵다. 외형적 특징 및 울음소리를 근거로 2종 Tawny Owl (S. aluco)과 Himalayan Wood Owl (S. nivicolum)로 나누기도 한다. 이 경우 올빼미(S. nivicolum)는 히말라야에서 인도 동북부, 중국 중부와 남부, 미얀마 서부와 동부, 대만 남부, 중국 동북부, 한국에 분포한다. 국내 서식 아종은 중국 동북부와 한국에 분포하는 ma이다.

실태

천연기념물 324-1호다.

올빼미 성조(2012.4.8. 전북 정읍 내장산)
올빼미 성조(2011.5.8. 충북 충주시 엄정면)
올빼미 성조(2011.5.8. 충북 충주시 엄정면)
올빼미 새끼(2011.5.8. 충북 충주시 엄정면)




불효의 새, 올빼미


못된 새를 죽인 이야기

조관빈(趙觀彬, 1691~1757)의 『회헌집(悔軒集)』에는 「일악조설(殪惡鳥說)」이란 글이 실려 있다. 못된 새를 죽인 이야기란 뜻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임신년 봄 내가 강화에 머물러 있을 때 일이다. 정당(正堂)의 남쪽에 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까치 두 마리가 그 위에 둥지를 틀었다. 온 병영의 장수와 아전들이 모두 길조라며 좋아들 했다. 나 또한 전부터 몇 차례 경험이 있던 터여서 이를 자못 기이하게 여겼다. 땔감의 잔가지를 주워서 둥지 짓는 것을 돕게 했지만 모진 바람이 불어와 둥지가 땅에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어 밖에 있을 때나 안에 있을 때나 눈을 떼지 못했다. 둥지가 마침내 완성되었고 나도 마침 바로 돌아오게 되었다.

부(府)의 아전이 와서 나와 이야기하다가 말이 까치의 둥지에 미치게 되었다. 아전이 말하기를 내가 병영을 떠난 뒤에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못된 새가 까치를 쫓아내고 그 둥지를 차지해버리고는 편안히 살 수 없게 하므로 까치는 이따금 와서 우짖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도 몰래 분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놈의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니, 올빼미 종류인데 몸집이 조금 작고 부리가 날카로우며 발톱이 뾰족하니 못된 종자가 분명하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까치는 영물이다. 어찌 저 새가 제멋대로 못된 짓을 하게 내버려둔단 말이냐. 병영 막사에 남아 있는 비장들에게 명령을 내려 총을 잘 쏘는 자를 시켜 쏘아 죽이도록 해라.” 이렇게 해서 세 마리를 잡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산 채로 잡아 내게 가져왔다. 내가 그 모습을 살펴보니 과연 아전의 말과 같았다. 마침내 어린 하인 중 성질이 사나운 녀석에게 맡겨 묶어다가 가차 없이 발로 차서 죽이게 했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러한 못된 것들은 흉악하고 요망한 기운에서 나온 것이니 하늘 이치로 보아 마땅히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그러나 벌레 가운데는 뱀이 있고 짐승 가운데는 범이 있으며 새 중에는 또 올빼미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그중에서도 심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때 기운이 혹 잘못 불어넣어져서 선과 악이 뒤섞여 살게 되었고, 악한 것이 반드시 선한 것을 해치게 만드는 것일까? 요임금은 산택(山澤)을 태우고 주공(周公)은 맹수를 몰아냈으니 위대한 성인이 백성을 위해 해로운 것을 제거하는 지극한 뜻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때 일은 이미 아득히 멀고 이러한 법도 폐해진 지가 오래되었다. 새나 짐승 가운데 흉악한 놈들이 제멋대로 날뛰며 새끼를 낳아 번식하는데도 죽여 끊어버릴 수가 없다면 도리어 상서롭고 착한 동물이 그 해를 입게 될 것이니 이것이 무슨 이치란 말인가? 내가 둥지의 까치를 위해 못된 새를 죽인 것은 또한 옛 성인이 산택에 불을 놓고 맹수를 몰아낸 뜻을 본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종류는 매우 많으니 그 누가 이를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총을 잘 쏘아 맞춘 자를 권면하지 않을 수 없어 돈과 베를 내려 후하게 상을 주었다. 그러고 나서 붓을 휘둘러 이 글을 쓴다.

올빼미가 까치를 몰아내고 그 둥지를 차지해버렸다. 까치는 널리 길조로 인식되어왔으므로 집에 까치가 둥지를 틀면 상서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 하여 모두들 기뻐하곤 했다. 까치가 강화도의 병영 앞뜰에 둥지를 틀기에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싶어 기뻐했는데 못된 올빼미가 나타나 둥지를 빼앗았다는 말을 듣고 격분하여 조총을 쏘아 올빼미를 죽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나 죽였다. 그중 한 마리는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끈으로 묶어놓고 발로 차서 죽였다. 올빼미는 예전에는 불길하고 재수 없는 새로 여겨졌기에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다.

선악의 가치 기준에 따라 새들을 판단해서 남의 둥지를 빼앗았다고 총을 쏘아 죽이는 것은 지금 입장에서 볼 때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일로 여겨진다. 인간의 선악 판단을 기준으로 착한 새와 못된 새를 구분하여 악을 징치(懲治)하는 장면은 옛사람들의 도덕적 가치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재앙을 불러오는 재수 없는 새

서양에서 올빼미는 지혜자의 상징이다. 어린이 만화영화에서도 올빼미는 돋보기를 걸치고 나무에 앉아 주인공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들려준다. 사람보다 수십 배나 뛰어난 시력을 지녀 암흑 속에서도 물체를 또렷이 보는 그 속성에서 끌어와 잘 알 수 없는 사물의 이치를 훤히 꿰뚫어보는 현자로 자주 등장한다.

반면 동양에서 올빼미는 집에 와서 울면 그 집 주인이 죽고 그 집에 재앙이 드는 아주 불길하고 재수 없는 새로 알려져왔다. 『시경』에 「치효(鴟鴞)」편이 있다. 치효는 올빼미의 한자 이름이다.

올빼미야 올빼미야!
鴟鴞鴟梟
내 자식을 이미 잡아먹었으니
旣取我子
내 집은 헐지 말아다오.
無毁我室

여기서 올빼미는 다른 새의 새끼를 잡아먹고 그 집까지 차지해버리는 못된 새로 그려져 있다. 또 『금경』에는 괴복(怪鵩)이라 하고, “일명 휴류(鵂鶹)라고도 한다. 강동 지역에서는 괴조(怪鳥)라고 부른다. 울음소리를 들으면 재앙이 많이 생기므로 사람들이 이를 미워하여 귀를 막곤 한다”고 적혀 있다. 화조(禍鳥)로도 불렸다.

한나라 때 유명한 문인 가의(賈誼, 기원전 200~기원전 168)가 장사 땅에 귀양가 살 때, 자기가 거처하던 집 횃대 위로 올빼미가 날아들었다. 이 지방에는 올빼미가 인가에 날아들면 그 집 주인이 죽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가의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며 「복조부(鵩鳥賦)」, 즉 올빼미의 노래를 불렀다. 이후 올빼미는 더욱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새로 깊이 각인되었다.

한나라 때 유향의 『설원』에 재미있는 우화가 실려 있다. 올빼미가 비둘기를 만나니 비둘기가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올빼미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내 울음소리를 싫어하므로 동쪽으로 이사가려 한다고 했다. 그러자 비둘기는 네 울음소리를 고치면 되겠지만 고칠 수 없다면 동쪽으로 이사해봤자 소용없을 거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다.

조선 중기의 권필도 올빼미를 노래한 것이 있다. 「야좌취심주필성장삼수(夜坐醉甚走筆成章三首)」 가운데 셋째 수다.

숨어서 사는 집은 구석진 거처
幽居所居屋
집 둘레엔 묵은 나무가 많네.
繞屋多古木
새 있어 한밤중 울어대는데
有鳥半夜鳴
어린애 울음소리 비슷하구나.
聲如小兒哭
그 이름 올빼미라 부른다 하니
其名曰訓狐
울면은 주인에게 재앙이 오지.
鳴則主人厄
주인이 올빼미에게 이야기했네.
主人語訓狐
“네 소리 비록 심히 독해도
爾聲雖甚毒
세상 사람 모두 다 너처럼 독해
擧世皆爾曹
상서롭지 못한 것이 어찌 너뿐이랴.
不祥爾豈獨
아첨하여 교묘히 혀를 놀리고
哫訾弄巧舌
번득이며 간사한 눈빛을 하지.
睗睒張奸目
얼굴 빤히 보면서 함정 만드니
對面設機阱
빠지면 꼼짝도 할 수가 없네.
陷人動不測
너를 세상 사람과 견주어보면
以爾比世人
어찌 알리, 외려 복이 되지 않을 줄.”
焉知不爲福

훈호(訓狐)는 올빼미의 다른 이름이다. 6구까지는 올빼미에 대한 속신(俗信)을 설명했다. 이하 8구에서 끝까지는 주인이 올빼미에게 하는 말이다. 올빼미의 뾰족한 부리와, 깊은 밤 나무 위에서 어린애 울음같이 울어대는 음험한 소리, 밤중에도 불길하게 번득이는 간사한 눈빛. 이 새의 이러한 외형과 생태는 재수 없는 새, 불길한 징조로 올빼미의 이미지를 굳혀놓았다. 하지만 올빼미를 싫어하는 세상 사람들은 어떤가. 간이라도 꺼내줄 듯한 교언영색의 아첨,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번득이는 교활한 눈빛, 밤도 아닌 대낮에 상대의 면전에서 덫을 놓아 빠뜨리는 권모술수. 기실 올빼미보다 더한 존재가 인간 아닌가. 이 시는 올빼미에 가탁하여 교활한 권모술수로 남을 음해하고 해악을 끼치는 인간들을 풍자하고 있다.

옛 문헌 설화에도 올빼미는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 『태평한화(太平閑話)』라는 설화집에는 집 근처에서 올빼미가 울면 그 집안사람이 올빼미를 따라 계속 같은 소리를 내서 끝까지 지지 않아야 하는데 만약 올빼미에게 지면 그 집에 재앙이 온다고 적고 있다. 이어 안선생이란 사람이 집 근처에 와서 우는 올빼미 소리를 듣고 밤새도록 대응해서 소리를 내다보니 나중엔 지쳐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올빼미가 계속 울자 그는 하인들을 불러다가 교대로 울게 하여 마침내 아침이 되어 올빼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계속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정국의 『사재척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시대에는 올빼미가 주로 집에 화재를 불러온다는 속신이 널리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올빼미 때문에 생긴 여러 차례의 불상사를 적고 있다. 명례방에 살 때 아침에 일하는 아이가 놀라 소리치는 것을 듣고 나가보니 부엌 들보 위에 올빼미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막대기로 이 새를 쳐서 떨어뜨렸는데, 그날 밤 큰집 사랑채에 큰불이 났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를 잃고 장례를 치르는데 올빼미가 제사를 준비하던 종의 아내 가슴에 앉았다. 요괴롭다 하여 여자를 접근치 못하게 했는데, 그날 밤에 어린 종이 실수로 산기슭에 불을 떨궈 묘막(墓幕)을 다 태워버렸다. 또 대낮에 올빼미가 사람에게 와 닿았다. 불조심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불이 나서 이웃집을 반 넘어 태운 일도 있었다. 이런 설화를 보면 올빼미가 조선시대에 어떤 새로 인식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어미를 잡아먹는 패륜

한편 까마귀가 반포조(反哺鳥)라 하여 부모에게 먹이를 가져다 먹이는 효성스런 새로 알려진 데 반해 올빼미는 은혜를 저버리고 제 어미를 잡아먹는 패륜적인 불효조로 알려졌다.

중국 양나라 때 유협(劉勰)이 엮은 『유자(劉子)』에는 “올빼미는 그 새끼를 백 일 동안 품어 기른다. 날개가 생겨나면 어미를 잡아먹고 날아간다”고 했다. 『금경』에서도 “올빼미는 둥지에 있을 때는 어미가 이를 먹여 기른다. 날개가 생기면 어미의 눈알을 쪼아먹고 날아가버린다”고 했다. 물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이런 속설 때문에 올빼미는 공연한 수난을 많이 겪었다. 『둔제한람(遯齊閒覽)』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다.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를 행하는 까닭에 옛사람이 국을 끓이고, 또 나무에다 그 머리를 내걸었다. 그래서 후인들이 적의 머리를 내걸어 무리에게 보이는 것을 일러 효수(梟首)라고 하였다.” 효수형이란 목을 베어 장대에 매달아 사람들에게 이를 구경하도록 하는 형벌이다. 옛사람들이 이 새가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조라 하여 몸뚱이는 국을 끓여 먹고 머리는 나무에 매달았으므로 이를 본떠 사람의 머리를 장대에 매다는 것을 효수라 했다는 것이다. 올빼미는 이래저래 억울하고 원통한 점이 많았을 듯하다.

옛 문헌에서 부엉이와 올빼미가 특별히 구분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부엉이는 휴류(鵂鶹)라 하는데 막상 그 설명을 보면 올빼미와 혼동되고 있다. 휴류(休留)는 머물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재수 없으니 이곳에 머물지 말고 다른 데 가라는 뜻으로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본떠 이름 지은 것이다.

부엉이가 ‘봉황’ 하며 울음을 우니
鵂鶹聲鳳凰
이름과 실지를 어이 살피랴.
名實安可詳
칠흑 밤에 그 모습 감추어두고
黑夜藏其形
흉내내어 조양(朝陽)에서 울음을 우네.
倣象鳴朝陽
암컷이 ‘갓갓’ 하고 웃기만 하면
其雌笑呵呵
아녀자들 허둥지둥 달아난다네.
兒女走遑遑
우맹이 손숙오 흉내를 내고
優孟亂叔敖
동시가 서시 따라 찡그렸다지.
里婦效西子
신(新)의 왕망 주공 이름 참칭을 하니
新莽僭周公
천하에 시비가 어지럽구나.
天下眩非是

유몽인의 「휴류조(鵂鶹鳥)」다. 시인은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봉황’으로 들어, 부엉이가 자꾸만 저를 봉황새라고 우긴다는 의미로 읽었다. 유머다. 칠흑 같은 밤중에 제 모습을 감추고서 부엉이는 자꾸만 ‘봉황 봉황’ 하고 울어댄다. 한밤중에 우는 야행성의 이 새는 마침내는 스스로를 봉황으로 착각해 아침 해가 떴는데도 계속 ‘봉황 봉황’ 하며 울어댄다. 이를 보다 못한 암컷이 웃자 그 음산히 웃는 소리에 놀라 길 가던 아녀자들이 달아나더라고 했다. 실제로 부엉이는 푸드득 날 때는 ‘걋걋’ 하며 우는데 그 저음의 소리가 마치 숲속에서 귀신이 키득이며 웃는 소리 같아서 듣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무서워 달아난다고 한 것이다.

우맹이 죽은 손숙오의 흉내를 내 초나라의 군신을 다 속인 일이 있다. 그렇지만 천하 미녀 서시(西施)의 찡그림을 흉내내다 온 마을 사람들의 혐오감만 불러일으켰던 동시(東施)와, 예악문물 제도를 주나라의 그것으로 되돌리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제풀에 망하고 말았던 신나라 왕망의 일도 있다. 부엉이가 ‘봉황’이라고 운다 해서 봉황새가 될 수 없다. 가짜는 가짜다. 그런데 세상은 시비가 전도되어 어느 것이 진짜인지 누가 옳은지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논의가 이쯤 되면 단순한 해학을 넘어 풍자의 의미가 한 자락 깔린다.

부엉이는 귀신 수레 몬다고 말하는데
鵂鶹自是鬼車侔
한밤중 가증스레 괴상한 새 우짖는다.
中夜可憎怪鳥啁
낮에는 몰래 숨어 눈에 뵈지 않다가
當晝潛藏眸不見
어둠 틈타 오가면서 먹을 것을 구하네.
乘昏踥蹀口能求
정성 다해 봉황새를 흉내내보다가
一心莫擬鸞鳳族
두 날개는 제비 참새 기꺼이 따라가네.
雙翼肯隨燕雀流
화복과 길흉이야 상관할 바 아니지만
禍福吉凶非管我
간간이 귀에 들려 근심 일으키는구나.
兩三聲入使人愁

조언유의 「야문휴류(夜聞鵂鶹)」란 작품이다. 밤중에 부엉이 소리를 듣고 쓴 시다. 부엉이는 귀거(鬼車), 즉 귀신이 탄 수레를 끄는 전령이라는 속신이 있다. 그런 새가 낮에는 숨어 있다가 어둠을 틈타 먹이를 찾아 오간다. 우는 소리는 앞서 유몽인의 시에서 보았듯 ‘봉황 봉황’ 하며 봉황의 소리를 흉내내지만 실제 하는 짓은 제비나 참새만도 못하다. 인간의 화복길흉이야 사람의 뜻으로 안 되는 것이지만 한밤중 문득 들려온 부엉이 울음소리 때문에 공연히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했다.

부엉부엉 울어야 속이 풀리지

한시의 이런 불길하고 재수 없는 느낌과는 달리 현대시에서 부엉이는 매우 정겹고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꾀꼬리 사설
두견의 목청
좋은 줄을 누가 몰라

도지개 지내간 후
쪼각달이 걸리며는

나는야
부엉부엉 울어야만
풀어지니 그러지.

조운의 「부엉이」란 시조다. 꾀꼬리처럼 두견이같이 곱고 슬픈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깊은 밤중만 되면 ‘부엉부엉’ 하고 저 깊은 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울음을 울어야만 마음속에 맺혀 있던 설움이 풀린다고 했다.

미움과 욕으로 일삼는 대낮에는
정녕 조상을 꺼려서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
약보다는 좋은 효험이라 생각하였다.

부엉이는 또한
싸움으로 일삼는 낮에사
푸른 나무 그늘 바위틈에서
착하디착하게 명상하는 기쁨이
복이 되곤 했었다.

모든 영혼이 쉬는 밤
또 하나의 생명과 영혼이 태어나는 밤

이 밤이 좋아서 신화는
부엉이를 눈을 뜨게끔 하였다.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며 이슬을 보낸다.
나무가 숨 쉬며 바람을 보낸다.
꽃이 피려고 향을 풍긴다.

한하운의 「부엉이」다. 미움과 욕이 난무하고 싸움만 일삼는 대낮에는 차라리 눈을 감고 외면한다. 모든 영혼이 쉬고 또 하나의 생명과 영혼이 태어나는 밤이 좋아서 부엉이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별이 보내는 이슬, 나무가 숨 쉬는 바람, 꽃이 피려는 향기를 느낀다.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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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아울러 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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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사전
새 문화사전 | 저자정민 | cp명글항아리 전체항목 도서 소개

옛사람들의 새에 대한 이해 방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새에서 새를 보기보다는 인간을 보았다. 새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의 삶을 반추해보았..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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