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사는 여성 산악인 남난희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하면 지리산으로 오세요"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계곡 상류의 용강마을.
옛 분위기 물씬 풍겨나는 시골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지난 1984년, 여성 으로는 최초로 태백산맥 단독종주에 성공한 남난희씨.
당시의 이야기들을 묶어 <하얀 능선에 서면> 을 펴낸 바 있다.
그의 책은 산악도서로는 드물게 3만권 이상이 팔리며 이 분야에선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도서 중 하나.
물 빠진 티셔츠에 개량 한복바지 차림,
그의 얼굴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고 안은 지리산만큼이나 편안해 보였다.
영락없는 시골 아주머니가 된 그이지만 20여 년 전 그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유난히 큰 눈이 많았던 그 해 겨울,
혹한을 뚫고 76일 동안의 태백산맥 종주에 성공한 그는 누구나 밟는 순서처럼 히말라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여성으로는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7455m)에 올랐다.
1991년에는 청맥산악회 이현옥씨와 함께 '금녀의 벽' 이라 여겨지던 토왕성빙폭을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여성들만으로 이뤄진 팀으로는 최초의 일,
지금과는 달리 빙벽등반을 하는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의 얘기다.
여성 산악인들로 꾸려진 에베레스트 원정대 훈련대장을 맡기도 했던그가
80~9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산악인 중 한명이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경북 울진이 고향인 그가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은 건 지난 2003년 초,
18년간의 서울생활을 마감하고 산에 기대 살기로 마음먹으면서부터다.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강원도 정선이었다. 산속에 위치한 폐교를 개조해 일반인들을 위한
정선자연학교를 운영했지만 2002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가 수년간 일군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아끼던 모든 걸 잃다시피 했집만 운명이라 여겼다.
그리고 자리를 잡은 곳이 지금의 용강마을.
섬진강을 굽어보는 남향 흙집은 첫 만남에서부터 그렇게 맘에 들 수가 없었다고.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산을 오르지 않은 제 자신을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지금요? 너무 행복해요. 지리산은 사람을 안아주는 포근한 산이에요.
간혹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것도 제 삶의 일부려니 하고 받아들이죠.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거나
세상사에 지쳐 쉴 곳이 필요하면 차 한 잔 하러 들러요."
집 뒤 텃밭을 일궈 수확했다는 녹차 잎으로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는 남난희씨.
그는 젊은 시절 올랐던 높은 산 대신 집에서 도보로 한 시간 안팎 거리인 작은 산중 암자에 올라
108배로 매일 아침을 열고 있다.
- 김민수 기자
-mountaim 7월호 133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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