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의 침 치료
귀에서 소리가 나는 질환을 이명(耳鳴)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흔히 생기는 병이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발생한다.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 오랫동안 일를 했던 사람이나, 아니면 스트레스에 의한 자율신경 실조증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갑상선의 기능항진이나 고혈압은 자율신경의 실조로 인한 증상인데 이 때에 이명을 동반하게 된다. 빈혈도 이명을 수반하며 항생제나 여러 가지의 약물 중독에 의한 부작용으로 생기기도 한다.
이명은 귀에서 나는 소리가 뚜렷하여 환자가 거의 미쳐버릴 것만 같은 심한 증상에서부터 조용한 곳에서 들으려고 의식을 해야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증상도 있다. 매미가 우는 소리, 파도소리, 신경을 몹시 거슬리게 하는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 TV의 방송 전 삐-이 하는 소리와 같은 종류 등 다양하다.
평소에는 귀에서 소리가 나질 않다가 갑자기 충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귀가 막히는 듯하다가 소리가 날 경우도 있다. 여성들에게는 갱년기 장애에 의한 경우일 수도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이명을 신허(腎虛)로 본다. 요통이나 무릎통증과 함께 이명은 신허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귀에서 소리가 난다. 뿐만 아니라 신허한 사람은 정력도 부족하다. 신장은 선천지본이라하여 오장육부 중 가장 중요시 여기는 장기다. 신장의 기능이 약하게 되면 나머지의 장기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신장이 튼튼하면 남녀모두 생식능력이 뛰어나고, 정력이 왕성하여 부부생활도 만족스럽게 이루어진다. 동양의학의 관점이다.
현대의학에서의 신장은 오줌을 걸러내고 체내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대사시킨 후 신장으로 흘러들어가면 여과과정을 거쳐 인체에 불필요한 노폐물만 오줌으로 내보내고, 포도당이나 단백질, 비타민류, 미네랄 등의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은 재흡수를 한다. 신장은 또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를 작동시켜 혈압을 조절하기도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화학성 약물이나 가공식품에 포함된 식품첨가물 등은 인체가 독으로 인식하여 간이 효소를 이용하여 해독을 시킨다. 해독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은 신장을 통해 체외로 배설하게 된다. 또한 과다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암모니아라는 독성의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데 이 암모니아를 간이 독성이 덜한 요소로 바꿔 신장을 통해 배설한다.
따라서 가공식품과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섭취는 간과 신장을 혹사시켜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그뿐인가. 지나친 음주가 간과 신장을 망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간과 신장이 건강하지 못하고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천지본인 신장이 망가지니까 나머지의 장기들도 반 건강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명은 현대의학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간과 신장의 기능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명환자들의 대부분이 간과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을 침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통의학적인 방법대로라면 간과 신을 튼튼히 해줄 수 있는 경혈에 자침하면 된다.
사암침술의 간정방과 신정방을 합방하는 방법이 있고, 배유혈의 간유와 신유를 태충, 복유, 태계, 합곡, 삼음교 등과 배혈하여 자침하는 방법도 있다.
이명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격자침을 비롯하여 귀의 주변에 있는 국소취혈을 해줘야 한다.
귓볼 뒤의 예풍혈과 신혈(新穴)의 예명혈이 있다. 이 혈들은 귀 뿐만 아니라 눈의 질환까지 치료하는 총이명목(聰耳明目)의 효능을 가진 중요한 혈이다. 의롱혈도 마찬가지의 쓰임새로 귀의 뒤에서 이들 세 혈을 자침하고 귓볼 앞에 있는 청궁이나 기혈(奇穴)인 청총이나 청혈을 자침한다. 이 혈들에다 풍지, 안면, 솔곡, 합곡, 중저, 후계, 현종, 임읍, 족삼리, 태충 등을 교체로 배혈하여 꾸준히 침 치료를 하게되면 서서히 낫게 된다. 급성의 이명은 한 두번의 자침으로 그치게 된다.
간과 신장을 튼튼하게 보호하는 길은 올바른 식생활과 바른 생활습관에 있음을 유의하자.
침술의 치료 대상은 거의 무한대이다. 다시 말하면, 침술로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만병통치의 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침 시술자들이나 환자들이 직접 느끼는 침술의 효과는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허리가 아파서 한의사나 침쟁이에게 시술을 받았을 때 만족을 느끼는 환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허리의 통증이나 어깨의 통증과 같은 외과적인 통증은 침술만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침 시술자들이 제대로 시술을 못하고 있으니까 침을 맞는 환자들의 입에서 "침을 맞아도 소용 없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침 시술자들이 그들의 환자들에게 시술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환자들의 아픈 부위에 침을 무수하게 꽂아 놓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른바 '요리책식 침법(cook book acupuncture)'이라 하여 다양한 질병마다 각각에 해당하는 경혈을 나열하여 놓은 책을 보고 침을 꽂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술법들은 침 시술의 원칙에 대한 성찰없이 기계적으로 침을 꽂는 행위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치료의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것이다. 엉터리 침법으로라도 침을 놓다 보면 소가 뒷걸음치다 쥐 한 마리를 잡은 것처럼 간혹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침소봉대하여 자신의 실력을 주위 사람들에게 과시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아픈 곳에다 무작정 침을 꽂아대는 부류와 요리책식 침법의 부류 외에 자신들은 꽤나 침을 제대로 놓는다고 믿는 또 다른 부류들이 있다. 오행침(五行鍼)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암 오행침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 침법은 맥을 짚어 장부의 허실을 판단하여 침을 놓기 때문에 스스로들 대단한 침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부류들이다. 맥을 짚어 장부의 허실을 판단하는 자체도 넌센스이지만, 보사법의 침법으로 허한 장기는 보해주고 실한 장기는 사해준다고 믿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들은 한 술 더 떠서 사암 오행침법이야말로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침을 놓아 효과가 있었다면 그 효과는 지속적이어야 한다. 침 한 번 놓아 일시적으로 나타난 듯한 효과에 대해서 과대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맥을 짚어서 장부의 허실을 알아낸다는 것과 허실의 장부를 보사법으로 교정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전혀 이치에 합당하지 않는다.
침술을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침을 적정한 경혈에 꽂아 놓기만 하면 질병이 치료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요리책식 침법"으로 침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침술에 관한 대부분의 책자들은 경락이론과 여러 가지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들을 요리책 식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요리책식 침법이라 하며 침술을 가르치는 사람들 또한 각각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경혈들만을 열심히 나열해 줄 뿐이다. 여기에 음양론적인 이론이 보태어져 침술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침술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들을 뛰어넘지 않으면 침술에 대해서 크게 실망할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내가 침술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여러 가지의 질병마다 침을 꽂는 경혈들을 기록한 노트만도 여러 권이나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동씨 기혈침법, 사암 오행침, 복침 요법, 두침 요법, 평형침 등등의 요리책식 침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에 침술에서 기대하는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질 않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침술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침술에 대한 접근 방법을 완전히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즉, 전통 침구 이론에서의 무의미하고 신비주의적이고, 그래서 허구투성이의 이론들을 모두 배척하고 과학적 이론으로 접근했다. 침술에 대한 과학적 이론의 접근은 나의 침술을 점차적으로 실용성이 뛰어난 침술로 탈바꿈하게 해주었다. 여기서 과학적 이론이란 사람이라는 생명체 안에서 생명유지를 위한 세포 수준 또는 분자 수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생명 현상과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이나 이론들을 말하는 것이다.
침술에서 내가 가장 실망을 느꼈던 것은 허리통증을 침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였다. 지금도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 낯이 붉어지는데 침을 좀 찌를 줄 안다고 하여 주변에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침으로 고쳐주겠다며 요리책식 침법에 나와 있는 몇 개의 경혈에 침을 꽂아 놓고는 통증이 없어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침술에 관한 어느 책에서나 허리를 치료할 수 있는 공통적인 경혈은 위중, 곤륜, 요양관, 대장유이다. 그러나 많은 책자들은 허리통증에 침을 놓을 수 있는 경혈을 사지 말단과 체간의 여러 부위에 나열해 놓아 혼란스럽기가 이를데가 없다. 실망스럽게도 허리통증에 유효하다는 어느 경혈에 침을 꽂아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효과가 있다는 경혈 몇 개를 선택하여 침을 꽂으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분명한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늘 내 탓으로 돌리고는 했었다. 결국은 나 뿐만 아니라 침술을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 이상의 치료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명은 귀 주위에 있는 경혈, 즉 완골, 안면, 천유, 풍지 등은 두통에도 특효하지만 이명과 같은 귓병에 유효한 혈이다. 편두통이 심하다고 하여 귀 주위에 있는 혈들을 골라서 침을 놓아주었고, 이명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고 몇 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아 자극을 한 후 20분 정도 유침 시켰다. 침을 맞은 사람은 10분 정도 지나자 머리가 맑아진다고 했다. 시간이 되어 침을 뽑은 후에는 귀에서 나던 소리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머리가 맑아졌다는 말에는 충분히 인정을 했으나 이명이 없어졌다는 말에는 내심으로는 반가워 하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잊고 있었는데 머리 아픈 것도 없어지고 귀에서 소리가 나질 않아 살 것 같다며 나에게 여간 고마워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언제부터 귀에서 소리가 났느냐고 물어 보았다. 왜냐하면 급성의 이명은 쉽게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명에는 소장경의 청궁과 담경의 청회, 삼초경의 이문, 예풍혈에 자침을 해야하나 환자들이 자침 시 고통스러워 하는 혈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혈들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귓볼과 천용혈 중간 지점 에 침을 꽂는다. 이 혈은 이명뿐만 아니라 뇌졸중으로 혀가 마비되어 말을 못할 때나 편도선염, 인후통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침쟁이들은 귀 주위의 혈자리 뿐만 아니라 태계, 신유, 태충과 같은 원격 취혈도 한다. 이들 경혈은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곳으로 귀는 신장의 기(氣)가 개규한다는 동양의학적인 관점 때문이다. 즉, 신장이 허하면 귀에서 소리가 나며 신장을 튼튼하게 하여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전통의학자들은 믿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도 않는 이론에 근거하여 엉뚱한 곳에 침을 놓으니 소용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귀 주위에 있는 예풍, 청궁, 청회, 완골, 안면, 천유 같은 곳에 침을 단순히 꽂아 놓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침의 깊이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아주 정교한 행침법(行鍼法)의 자극이 가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침술은 제대로만 시술하면 그야말로 만병을 고칠 수 있는 탁월한 의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충 배운 침술로 시술하려니까 탁월한 치료 효과를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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