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林 江湖/채리불권

채리불가권

초암 정만순 2015. 7. 17. 13:17

 

채리불가권




채리불권(蔡李佛拳)은 영국식민지였던 홍콩에서 1960~70년대에 이름을 널리 떨친 중국권법이다. 홍가권, 영춘권과 함께 광동 남권을 대표하는 권법으로 손꼽힌다.

당시 홍콩에는 문화대혁명의 탄압을 피해 중국에서부터 건너온 무술가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문파 사이에 '옥상 시합'이라고 불리는 결투가 활발히 이루어졌었다. 이소룡영춘권사로서 옥상 시합에 참여했는데 여기서 채리불권을 견식하고 "채리불권은 다수의 적과 싸우는데 가장 효과적인 스타일이다. 태국으로 원정가서 타이 복싱과 싸우고도 지지 않은 유일한 중국 무술이다"라고 평했다...는 카더라 썰이 존재한다.[1]

채리불권 계파들의 공통된 전승에 따르자면, 채리불권은 나라 시절 1836년 진향(陳享)이 창시한 권법이라고 한다. 진향은 태평천국의 난 때 익왕(翼王) 석달개(石達開)의 막하 장수로 활약했다는 인물이다. 진향은 일곱살 때에 북소림에서 권법을 익힌 삼촌 진원호(陳遠護)로부터 권장기술 중심의 불가권(佛家拳)을 익히고, 열다섯살에는 진원호의 소개로 그의 친구이며 남소림 권사인 이우산(李友山)으로부터 이가공부(李家功夫)를 배운다. 진향의 재능을 높이 산 이우산은 북소림계 권사이자 스님인 채부(蔡褔)에게 진향을 소개시켜 불도와 채가권(蔡家拳)을 비롯한 각종 소림권을 익히게 한다. 채부는 원래 무술을 가르치지 않으려 했고 불도만을 가르쳤으나 진향의 극진함에 못이겨 권법을 전수해주었다고 한다. 스물여덟살에 고향으로 돌아온 진향은 익힌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스승들의 권법에서 한자씩 따와서 채가권의 채, 이가권의 이, 불가권의 불을 합쳐 1836년 채리불권을 창시한다.

채리불권을 창시한 후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배움을 청해 찾아왔으나, 아편전쟁이 벌어지자 진향은 영국에 맞서기 위해 청군에 가입했다. 청군이 패하고 진향은 1842년 고향 징메이(京梅)로 돌아온다. 징메이에서 무관을 열었던 시기 열여덟명의 제자를 두어 십팔나한(十八羅漢)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청대의 부패에 실망한 진향은 1850년대 태평천국의 난에 뛰어들어 중국 남부에서 채리불권을 가르쳐 청나라에 맞서는 비밀결사 등에 퍼트린다. 원래의 제자 십팔나한과 징메이 외부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현재 채리불권 계파들을 형성했다. 하지만 청말의 혼란 속에서 채리불권 내부의 계보가 전하는 이름이나 역사 또한 혼란을 겪어서 각 계보가 말하는 내용이 서로 좀 달라지는 경우도 자주 있는듯.

채리불권은 남소림에서 비롯한 남파의 강한 주먹과 파괴적인 팔기술에 더해, 북소림에서 기원한 북파의 빠른 보법과 매끄러운 원을 그리는 체술과 유연한 자세, 빠른 스피드와 대담한 발차기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자세는 무게중심이 홍가권보다 높지만 영춘권처럼 아주 높은 것은 아니며,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빠른 이동이 가능케 한다. 대체로 양 팔 모두 동일하게 사용하기 위해 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다른 권법과는 달리, 채리불권은 약간 몸을 틀어서 더 긴 리치와 동시에 상대에게 노출되는 몸의 체적을 줄이려 한다. 동체를 비틀면서 원심력을 얻어 치는 기법과 남권의 단타 기술이 혼재하며, 기법의 적용이 매우 다양하다. 직선으로 쳐들어가지 않고, 약간 사선에 서서 상대의 측면을 노리며 들어가 로우킥이나 부인각으로 발을 봉쇄한 뒤에 강력한 손기술로 상대를 끝장내는 것이 주요한 전법으로 삼는다.

수법은 금(擒), 나(拿), 괘(掛), 소(掃), 삽(插), 포(拋), 당(撞), 조(爪), 편(鞭), 벽(劈), 뢰음(擂陰)이 있고
각법은 탱(撐), 정(釘), 료척(撩踢), 소(掃), 절(截), 구(勾), 탄(彈)이,
이런 권각을 적용하는데는 음(陰), 양(陽), 강(剛), 유(柔), 허(虛), 실(實), 투(偷), 류(溜)의 여덟가지 원리가 가미된다.

채리불권은 소림권 계통의 세 무술을 합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법과 투로의 숫자도 무수히 많다. 기법만 해도 250여개가 넘으며 다루는 무기도 50개가 넘는다. 거기에 신체를 단련하는 연공법이 부위 별로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채리불권 권사도 이 모든 기법을 다 익히지는 못한다. 계보가 갈라지면서 투로와 기법도 달라지고, 내제자에게만 가르치는 기법도 많다. 시작시에는 오륜마(五輪馬)와 오륜추(五輪搥)로 기본자세와 격법을 익힌다.

청말 태평천국의 난 당시에 채리불권을 익힌 권사는 장을 뿌릴때는 "약!", 호조로 긁을때는 "왁!", 권으로 칠때는 "하!", 조로 후빌때는 "혹!", 각으로 걷어찰때는 "딕!" 하는 식으로 공격 기법마다 기합이 달라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것은 기합을 중시하는 중국 남권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기합을 내는 데에 자체적인 교범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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