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사찰음식은 힐링이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웰빙식에서 마음까지 치유하는 힐링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문화로서의 본래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있다. 바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다. 6월12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 126명에 사망자만 11명에 이르고 있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은 9개 시도 55곳으로 늘었다. 점차 감소세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계나 언론 등은 메르스 예방법을 유행처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이 이미 질환을 가진 고령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발표들이 잇따르면서 ‘면역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면역력 강화에 좋은 음식 10가지’ 혹은 ‘면역력 높이는 식재료 7가지 공개’ 등의 제목을 달며 시선을 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 의학계는 음식의 면역 증가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당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세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언론이 제시한 면역력 강화 식재료에는 오신채를 포함한 강하고 자극적인 재료가 언급돼 있다. 마늘이나 양파, 고추냉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질환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었다. 고령자에게 자극적인 음식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지금, 오신채를 일체 쓰지 않는 사찰음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요즘 TV 채널만 돌리면 등장하는 ‘셰프’들이 내놓는 음식과는 다르다. 절대적인 맛을 추구하고 코를 자극하는 향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하는 시중의 음식이 아니라, 사찰음식은 ‘약’이다. 이는 ‘오관게’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불교에서 음식은 여법한 수행을 위해 몸이 버틸 수 있을 만큼만 필요했을 뿐, 맛을 탐닉하기 위한 대상물이 아니다.
이렇듯 스님들은 음식을 약으로 여기고 섭취했다. 여기에 수행이 더해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므로 심각한 병을 앓는 비율이 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간한 ‘제2차 사찰음식 원형문화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이같은 사실이 증명된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해 연세 60세 이상의 노스님 4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많은 스님들이 사중에 아픈 스님이 있으면 흰죽을 쑤어 먹이거나 ‘갱죽’을 만들어 먹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스님들은 아픈 스님이 많지 않았다고 말한데서, 사찰음식이 몸에 좋은 약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또 특별한 보양식이나 건강식, 환자를 위한 병인식(病人食)이 있었다는 증언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사찰음식의 평소 효용성을 뒷받침한다.
스님들은 아플 때 어떤 음식을 섭취했을까. 광주 신광사 경인스님은 “산중에서는 주로 감기나 조금씩 앓지 큰 환자가 없었다. 감기환자가 생기면 댓잎, 말린 박속, 인동넝쿨, 오갈피 그런 걸 푹 끓여서 꿀 타서 한 사발씩 먹고 땀을 푹 내면 감기가 떨어졌다. 솥으로 하나를 끓여서 감기 걸린 사람만 먹이지 않고 대중이 다 먹게 한 사발씩 퍼서 돌렸다. 박이 산중에는 없지만 촌에 가면 많으니까 그거 하나씩 얻어다 꿰매서 달아놓고 말렸다”고 말했다.
안양 안흥사 수현스님은 “감기 들면 생강차를 먹고 환자가 있으면 흰죽을 끓여줬다. 그냥 감기나 심하지 않은 환자는 김치, 콩나물, 표고버섯 넣고 밥 넣고 수제비를 넣고 끓여서 주는데 그걸 갱죽이라고 한다. 그걸 못 먹으면 가까운 상좌들이 잣죽, 깨죽 쒀서 드렸다. 절집에 있는 상좌들이 마을에 있는 며느리, 딸보다 더 잘했다. 가끔은 밤을 따서 갈아가지고 밤죽도 쒀서 드렸다”고 증언했다. 서울 청량사 동희스님은 “아팠을 때는 보통 죽을 먹었다. 건강식으로는 토란줄거리나 우엉줄거리 등의 나물 종류에 들깨를 갈아서 즙을 내서 끓여먹었다. 어른 스님들이 속이 좀 허전하다 싶으면 ‘우리 두부 좀 만들어 먹자’ 그러면 두부를 해서 들기름이나 산초기름에 부쳐서 어른 스님들 드리면 밑에서 다 모여 앉아서 김치에 싸서 드셨다. 그런 것 외에 콩고물 묻혀서 인절미를 해서 사중 스님들이 모여서 잡숫고 또 시봉하는 스님들이 알아서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건강식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세 분의 노스님의 말씀에도 드러나듯이 특별한 밥상은 없다. 특별한 건강식은 없다. 사찰음식의 특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제철의 식재료를 사용해 소박하고 정갈하며 꾸밈없는 밥상이 바로 건강식이자 보양식인 셈이다. 김경임 혜전대학교 교수는 “사찰음식의 장류, 김치에는 발효 유익균, 식이섬유소 등이 풍부해 장운동을 도와준다”며 “식재료로 곡류, 견과류, 콩, 녹황색 야채와 과일 등을 사용하고 있어 영양부족의 염려가 없으며, 항산화와 면역 증강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행 정진하며 사찰음식과 같은 식단을 평소 섭취한다면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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