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 백하수오, 백수오, 이엽우피소
백하수오의 심장형 잎모습
하수오(何首烏)에 는 두가지 종류로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백하수오와, 마디풀과에 속하는 적하수오(赤何首烏)의 두가지 종류가 있다.
요즈음에는 옛부터 흰머리를 검게도 한다는 하수오가 적하수오냐, 백하수오냐 하는 하수오 진위논쟁을 필두로, 하수오에는 당초부터 백하수오란 것은 있지도 않았으니, 백하수오란 명칭은 백수오(白首烏)로 바꾸어 불러야 옳다는 개명논쟁과, 현재시중에 백하수오로 유통되고 있는 있는것은 백하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耳葉牛皮消)로, 백하수오와는 다르다는 또 다른 백하수오 진위논쟁이 있다.
이러한 논쟁에 대해 아직까지 속시원하게 만장일치로 정리 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수오에 대해 연구하고 재배,채취도 하는 전문동호인 사이에서도 백하수오냐 백수오냐 하는 논쟁은 지금도 뜨거운 감자로, 뭐라 했다간 입 데이기 일쑤인 모양이다.
이러한 논쟁의 실체를 나름대로 확인 하려면 우선 고서(古書)의 내용과, 현재의 쓰임새와 과학적인 분석을 참고하면 어느정도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동의보감 탕액편 본초에 나와있는 하수오의 형상묘사를 보면,
蔓紫花黃白葉如薯橅無而不光生必相對根大如拳有赤白二種赤者雄白者雌根形如烏獸山岳之狀者珍也.
덩굴은 자(紫 :자줏빛 자)색이고 꽃은 황백색 잎은 마(薯 : 참마 서)와 비슷하나 광택이 없고 반드시 마주하여 살고, 뿌리는 주먹크기(根大如拳)이고, 적과 백이 있는데 적(赤)은 숫놈 백(白)은 암놈이고 뿌리모습이 오수산악지상(烏獸山岳之狀 - 갈가마귀처럼 검은 산의 형상)으로 생긴것이 보배(珍)와 같이 좋다 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아리송한 것은 적과백의 숫놈,암놈으로 혼란이 오는데 이 문장 뒤에는
春末夏中初秋候淸明日兼雌雄採之 - 라하여 늦은 봄과 초가을의 청명한 날에 암,수를 같이채취하여 凡修合藥須雌雄相合喫有驗 - 무릇 수치하여 약으로 한다면 자(雌:암컷, 백색), 웅(雄:수컷, 적색)을 서로 합해 먹어야 유험하다 라고 나와 있다.
위의 내용을 보면 줄기가 자주빛이라는 것이 적하수오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듯 한데 자웅의 암,수는 공통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나머지 표현은 백하수오에도 해당 된다고 생각된다.
채취하다 보면 백하수오도 나란히 두뿌리가 같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하다. 하수오를 일컫는 교등(交藤), 야합(夜合)이라는 이명이 있기도 하지만, 구진등(九眞藤)이라는 이름은 아문방(兒門方)에 의하면 뿌리를 캐서 만일 9개의 뿌리가 있는것을 캐서 먹으면 신선이 된다 해서 구진등이라 한다 했으니 이것도 백하수오에 해당 안된다고 볼 수도 없다. 9개는 못봤어도 4~5개는 종종 발견 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의보감 첫머리에 강원도명은 "온죠롱", 황해도명은 "새박불휘"로 부른다는 설명이 있어 문헌상으로도 확정 짓기 힘든 부분도 많다. 현재의 우리나라 생약규격집도 백하수오의 기원식물로 큰조롱만 수재되어 있기도 하다. (온=큰)
백하수오(세척후) -사진클릭- 적하수오(세척후)
지금의 상황으로는 적하수오는 중국과 일본의 약전과 우리나라의 대한약전외 한약(생약)규격집에 등재 되어 있으나, 백하수오는 "백수오(白首烏)"로 우리나라의 대한약전외 한약(생약)규격집과 북한약전에만 등재 되어 있다. 중약대사전에는 은조롱을 기원으로 하는 약재는 없으며, 중국 일부지역 에서만 백수오를 쓴다고 간략히 소개만 되어 있다.
결론짓자면 중국에는 백하수오가 별로없어, 그 지역에 많은 적하수오를 쓰고 백하수오는 우리나라에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약효도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둘이 별로 차이가 없으나 적하수오는 안드라퀴논(Anthraquinone)유도체가 1.8%의 주성분으로 사하(瀉下)작용과 약간의 독성이 있어 법제(法製)가 필요하고, 백하수오는 사포닌(Saponin)이 많아소종(消腫)의 작용이 우세하고 별 독성없이 순하여 생용(生用)할 정도이고, 몸을 보하는 작용도 있어 딱히 어느게 좋다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하수오는 법제해야 철분이 몸에 흡수되기 쉽게 변하므로 섭취에 유리하다.
이렇게 보면 논쟁보다는 좀 귀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백하수오를 같이 먹으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둘다 있으니까 체질에 맞추어 먹으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구별해야 한다.
말하자면 요즈음 유통되는 백하수오는 3 종류인셈이다. 그것은 야생백하수오, 재배한 백하수오, 중국종자를 재배한 이엽우피소로 볼 수 있다.
토종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뿌리가 언듯보면 비슷해 보여도 잠시만 보면 금방 구별되는데 우선 구슬혹 모양이 없고, 잘게 패인 마디의 굴곡도 없이 매끈하며, 껍질이 얇아 잘 벗겨지며 무엇보다 실뿌리 같은 수염뿌리도 있다. 이엽우피소는 박주가리과의 식물로 비래학(飛來鶴)이라는 한약명으로 쓰인다. 백하수오를 손질해본 사람은 마디의 굴곡으로 손질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알것인데, 이엽우피소는 몸통에 걸리는게 없고 쭉 뻗어 손질이 울퉁불퉁한 무우손질과 비슷하다. 재배농민에 따르면 토종백하수오는 씨뿌리고 2~3년후 수확인데 이엽우피소는 씨뿌린 당해 가을에 수확가능하며 수확량도 은조롱 보다 훨씬 뛰어나 농업기술원에서는 백하수오의 기원식물로 이를 추가해 줄것을 건의 했으나 중앙약사심의 위원회에서 부결 됐다고 한다.
(위) 이엽우피소 잎
백하수오 뿌리 -사진클릭- 이엽우피소 뿌리
이엽우피소가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에서 자라는 이엽우피소는 중국일부에서 백수오의 별명(別名 : 다른이름)인 대근우피소(大根牛皮消)와 명칭이 유사해 이엽우피소를 국내농가에서 잘못 알고 도입하게 된것이라 한다. 중국에서의 백수오는 박주가리과의 대근우피소의 덩이뿌리이고, 중국 남경지방에서는 이엽우피소의 덩이뿌리를 백수오로 쓰기도 하는데, 이엽우피소는 격산소(隔山消)라는 식물을 기원식물로 하고 있으니 상황이 복잡하다. 식약청에서는 별명(別名) 또는 이명(異名)이 한약을 오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며 국가에서 정하고 있는 명칭으로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관계자는 더 이상 이엽우피소의 뿌리가 한약재 하수오 또는 백수오로 사용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여기서 새롭게 알 수 있는것은 백하수오를 식약청에서는 백수오로 표현하고 있는 사실인데 정확한 언질이 없어 백하수오, 백수오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생약규격에 수재된 명칭은 백수오로 되어 있지만, 백하수오로 오랜기간 불러 왔으므로 이견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름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백하수오의 효능을 밝혀 내는데 힘을 쏟는것이 이익일듯 하다. 요즈음의 백하수오 연구동향의 주류는 다음과 같다.
*청량음료용 백하수오 엑기스 제조방법-특허
*하수오와 백하수오의 기원과 명칭에 대한 연구.
*백하수오로부터 추출한 암세포의 다중약제내성 조절작용을 갖는 폴리옥시프레그난 배당체의 제조법-특허
*백하수오 약침의 항산화작용에 관한 실험적연구.
*백하수오 추출물투여가 쥐의 체내지질과산화와 항산화효소활성에 미치는 영향.
*백하수오 발효제품섭취가 화학적으로 유도된 대장암발생에 미치는 영향.
*백하수오와 적하수오가 高콜레스테롤로 유발된 죽상동맥경화에 미치는 영향.
이상의 현대적 연구결과를 참고하여 백하수오와 적하수오를 동시에 이용하면 하수오의 약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 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의 백하수오 줄기 -사진클릭- 겨울의 백하수오 씨방모습
백하수오는 겨울에도 채취 할 수 있고 ,잎이 떨어진 상태라 줄기와 달려 있는 씨방으로 찾는데 씨방은 안보일 때도 있으므로 줄기를 보고 찾는 경우가 많다. 겨울줄기에는 검은 반점이 생기고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반점이 검고 많은데, 나무가 적은곳에서는 반점의 검은색이 엷고 적다. 또 하나의 특징은 두잎이 달렸던 자리에 혹 같은것이 튀어나오게 되므로, 다른 덩굴과 비교해 땅을 파서 뿌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백하수오는 음지,양지에따라 섬이나 바닷가인지, 산동네근처 인지에 따라 모양에 특색이 있고 토양도 거름기 많은 땅에서는 길이가 긴 대신 가늘고, 부드러운 땅에서는 주근이수직으로 내려 가기 때문에 깊이로 파려면 고생 좀 해야한다. 마디가 굵고 껍데기층이 여러겹일 수록 약성이 좋다고 본다. 오래 될 수록 주근이 목질 비슷하게 단단해 진다.
대물 백하수오의 여러모습 (사진클릭- 관찰가능)
백하수오를 만나기란 쉽지는 않다. 주로 어느정도 규모가 있고 나무의 수령도 있으면서 중키 이상의 큰나무가 많은 산의 경사지에 많다. 약초산행 할때 일단 정상까지 오른 다음 내려오면서, 햇볕이 드는 쪽의 경사면의 지형을 살피는것이 편하다. 큰 강가의 산이나 절벽, 바닷가의 절벽 같은 곳에도 많은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찌하여 내려가긴 해도 채취 후 올라 올때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고, 채취 중 작은 진동으로 윗부분에서 낙석이 발생 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산 초입의 자갈점토 토양이나 모래자갈 토양의 풀밭에서 발견 되기도 한다.
대나무칼과 거피작업 -사진클릭- 손질후의 백하수오
캐왔으면 손질을 해야 구증구폭의 법제를 하든지, 쌀뜨물에 담그든지, 술을 담거나 할 것인데 껍질손질에는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쇠붙이칼은 사용치 않으며, 주로 대나무 칼(竹刀)을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마디나 굴곡의 껍질을 일일히 벗겨낸다.
동의보감에는 폭건도말주복칠일(暴乾搗末酒腹七日-햇볕에 바싹말려 가루내어 술에타서 7일 복용함)하면 이성이 생각나며, 백일이 지나면 모든 병이 낫고 10년 후에는 여러명의 아들을 낳고, 130세까지 장수한다고 적혀있는데, 증기에 찌고 말리길 9번하는 9증9폭의 방법은 약성의 보력(補力)이 비교적 강해지고, 겸하여 수렴(收斂)하므로 습담(濕痰)이 중한자는 복용을 금한다 라고 나와 있으니, 몸에 부종이나 묽은가래, 위에 물이차거나 하는 사람들은 습담을 없앤 후에 복용해야 할 것이다.
(위) 자생 백하수오의 거피는 굴곡이 많아 의외로 힘들다
(윗 사진) 백하수오를 통째로 건조한 모습
썰어 말리는 백하수오 절편
햇볕에 말려먹는 방법은 청열, 통변, 해독에 유효하고, 쪄서 말린것은 보간신(補肝腎), 윤장(潤腸), 익정혈(益精血)에 유효하게 소개되어 있다. 소종(消腫)작용으로 임파선염,얼굴과 머리의 뾰루지, 치질, 심통(心痛)을 치료하며, 혈기를 복돋우고 머리카락을 검게하고 안색을 좋게하며, 오래복용하면 강근골(强筋骨), 정수충만(精髓充滿)으로 수명을 늘린다고도 소개 되어있다. 또한 산모의 산후질환및 부인의 질환을 치료한다고 되어있다. 백하수오는 보기제인 인삼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보혈제인 숙지황 대신 쓰이기도 하는데, 오행상 水茶로 신.방광을 보하기도 하는 쓰임새 많은 약초이다. 복용시에 무우, 파, 마늘, 돼지, 양고기는 함께 먹지 말아야 할 음식금기로 되어있다. 차로 마실때는 10~15g을 끓여 마신다.
하수오를 채취 할 때는 작은뿌리는 약성이 미미하므로 캤다 하더라도 다시 묻어 주면 살게되고, 잔뿌리도 묻어 주어야 한다. 몸통이 큰 경우는 뇌두부분을 잘라서 묻어주면 다시 소생한다. 작은 뿌리를 묻어 줄 때에는 세우지 말고, 뉘어 묻어 주어야뿌리가 크게 뻗고 소생에 유리하다.
박주가리 -사진클릭- 참마(산마)
산에서 만나는백하수오와 비슷한 잎의 식물로는 박주가리(박조가리, 라마)가 제일 비슷한데 이것은 인가 근처의 들판에도 많으며, 뿌리는 수염뿌리로 괴근이 없고 줄기나 잎의 하얀즙액은 옛날 손등의 사마귀에 바르기도 하고, 열매의 털은 인주의 재료로도 쓰였으며 푸른열매를 따서 단맛의 즙을 빨아먹기도하던 추억의 식물이다.
백하수오와 박주가리잎은 마주난다(對生:대생). 참마잎도 비슷한데 끝이 뾰족하고 전체에 보라빛이 감돌아 쉽게 구별된다. 그래도 의심이 간다면 파보라!!
그러면 한겨울이라도 줄창 비지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울퉁불퉁한 모습의 백하수오는 없고 쭉 뻗은 뿌리에 털이 듬성듬성한 참마뿌리가 수직으로 내려가 있어, 우물(?)을 파야 할지도 모른다.
보기드문 모습의 대형 백하수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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