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행 인구는 1500여만 명. 성인 인구에선 3명 중 1명꼴로 등산을 즐긴다(산림청 자료). 하지만 산행 인구가 늘수록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 소방방제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8년~2010년) 산악사고는 총 2212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글·사진=배지영 기자 < jybaejoongang.co.kr >
-청바지를 '최악의 옷'이라 했다. 뭐가 나쁜가?
"요즘 같은 계절엔 100m만 올라가도 기온이 0.6도씩 낮아진다. 700~800m의 산은 평지보다 10도 이상 낮다. 땀이 잘 마르지 않는 청바지는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길이라도 잃은 상태에서 이런 옷을 입고 있다간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처음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서 의식이 희미한 '허탈 증상'에 이르기까지 평균 1시간, 사망하는 데까지는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또 젖은 청바지는 관절의 가동 범위를 좁혀 돌에 걸리거나 위험한 지대를 밟았을 때 쉽게 넘어진다."
-왜 이렇게 복장을 꼼꼼하게 갖춰 입나.
"복장·장비=목숨줄"이다. 날고 기는 산악인일수록 낮은 산을 올라갈 때도 장비를 갖춰 올라간다. 방심은 한 순간이고, 날씨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겸허한 마음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어느 장소에서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특히 체온조절을 위한 등산복을 꼭 갖춰 입어야 한다. 내의는 땀이 빨리 흡수되고 마르는 쿨맥스 소재가 좋다. 그 위에 가볍고 보온성이 좋은 폴라폴리스 소재의 재킷, 또는 모직류의 남방을 입는다. 하지만 방수·방풍 기능은 약하므로 고어텍스 소재의 겉옷을 하나 더 걸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때를 대비해 오리털이나 물새털로 만든 재킷을 하나 더 준비한다. 바지 역시 땀이 잘 마르고 무릎 굽힘이 좋은 소재(스트레치·쉴러)를 선택해 입는다."
-등산화는 어떤 걸 골라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이 방수성과 통기성이다. 물이 스며들지 않게 설계된 것(주로 고어텍스 소재 사용)을 고른다. 크기는 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딱 맞는 등산화는 겨울에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큰 등산화는 하산 시 발가락이 앞으로 쏠려 통증을 유발한다. 발 전체를 감싸듯하면서 밑창이 잘 굽혀지는 등산화가 좋다."
-배낭 안엔 뭐가 들었나.
"땀에 젖을 것에 대비한 옷과 보온 기능이 있는 겉옷 하나를 더 넣었다. 물·선글라스·방한용 모자·장갑·깔개 등이 들어 있다. 선글라스는 흘러내리지 않는 고글 형태가 좋고, UV코팅렌즈를 선택한다. 너무 짙은 색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낮아 눈이 피로할 수 있다. 표정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색을 고른다. 장갑은 폴라텍 소재의 것이 좋고, 한겨울엔 그 위에 방한용 장갑을 덧낀다. 겨울엔 모자도 중요하다. 머리와 목에서 체온의 60%가 발산된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보온효과가 뛰어난 발라클라바(복면)를 준비한다. 그 위에 방한 모자를 써 보강하면 더욱 좋다."
"근거 없는 소리다. 등산을 할 땐 땀과 호흡으로 수분이 다량 빠져 나간다. 이때 수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피로감이 커지고, 체온 조절에도 실패한다. 중간중간 수분을 섭취하며 등산해야 혈액순환이 잘 돼 젖산(피로 유발물질)이 쌓이지 않는다. 아침은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다. 고단백·고지방 음식은 소화 시간이 오래 걸려 산행을 방해한다. 사탕·양갱·과일·초콜릿 등의 간식을 가져가 2시간마다 섭취하면 좋다."
-스틱을 꼭 사용해야 하나.
"처음 적응하기 어렵지 몇 번 사용하면 적응된다. 특히 40대 이상은 꼭 스틱을 사용하길 바란다. 올라갈 때는 팔을 굽힌 각도가 직각 정도가 적당하다. 내려올 때는 좀 더 길게 잡는다. 하체로 가는 체중을 30% 이상 분산시켜야 관절에 무리가 적다. 반드시 양손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등산은 어떤 건강학적 효과가 있나.
"특정 근육만 쓰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전신 근육을 쓴다. 올라갈 때는 호흡기관·심혈관기관을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고(유산소운동) 내려 올 때는 허벅지 근육을 단련시킨다. 스트레스 해소와 노폐물 배출에도 좋다. 나는 일부러 땀을 빼려 조금 덥게 껴입고 등산한다.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좋다. 거기다 향균·항염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가 전신을 소독해 1석2조다. 특히 10~12시 사이 산 중턱쯤에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
-처음엔 너무 천천히 걸어서 놀랐다.
"처음 20~30분간은 무조건 천천히 걷는다. '예열 단계'다. 천천히 걸으면서 목·팔·어깨·허리 등 전신 관절을 풀며 올라간다. 제일 안타까운 게 지하철 역에서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경쟁하듯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몸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절과 근육을 많이 움직이면 젖산이 많이 쌓이고,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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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다. 갑자기 찬 바람을 쐬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상승한다. 관절염 환자는 꼭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무릎 보호대를 착용해 무릎에 걸리는 부담을 줄인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주입 1시간 뒤 산행하며 당분이 많은 비상식량을 반드시 가져간다. 흡수·건조가 잘 되는 기능성 양말과 발을 조이지 않는 등산화를 착용해 발 합병증에도 대비한다."
-조난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하나.
"왔던 길 흔적대로 다시 간다. 그것도 어렵다면 자리에 있는 게 최선이다. 휴대폰으로 구조요청을 하고 기다린다. 산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닳아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간다. 호루라기·헤드렌턴(머리에 쓰는 조명)도 신호를 보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멧돼지를 만났다면 절대 등을 보여선 안 된다. 눈을 응시하거나 호루라기를 길게 부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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