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요리

[겨울철 별미] 동해안 별미

초암 정만순 2015. 1. 8. 19:47

[겨울철 별미]

 

동해안 별미

 

추운 겨울철엔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더 맛있다. 동해안을 끼고 있는 대구경북은 그중에서도 대게와 물곰, 과메기가 제철을 만났다. 겨울 바닷바람에 말린 꼬들꼬들한 과메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대게, 시원한 국물 맛이 제격인 물곰탕은 겨울 미각을 부추긴다. 추운 날, 주위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겨울 별미 대표선수 ‘대게’

대게가 제철이다. 대게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1월이 돼야 몸통까지 속살이 차기 시작한다. 대게는 들어 올렸을 때 묵직하고 힘차게 움직여야 튼실한 놈이다.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이 속이 꽉 찬 대게다. 배와 다리 부분을 눌렀을 때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찜이다. 통째 삶아 촉촉하게 육즙이 배어 나온 대게 살은 포들포들하면서도 탄력이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어서 옛말에 ‘소 한 마리 잡아도 소문이 안 나는데 대게 한 마리 쪄 먹으면 온 동네 소문이 난다’고 할 정도로 구수한 풍미가 진동한다.
가정에서 대게를 찔 때는 배 부분이 위로 가도록 하여 쪄야만 게장과 진액이 빠지지 않는다. 속살을 다 먹은 뒤 게 껍데기에 참기름과 잘게 썬 당근, 김 등을 넣고 비벼먹는 게장비빔밥은 한마디로 끝내준다. 채소와 함께 끓인 대게해물탕은 깔끔하면서도 시원하다.

울진 먼바다에서 직접 건져 올린 대게로 손님을 맞고 있다는 울진참가자미회(대구 수성구 만촌동) 김재근 선주는 “대게는 겨울 별미 가운데 대표주자”라며 “찬바람이 부는 지금이 살이 올라 일 년 중 가장 맛있는 때”라고 했다. 이 집에서는 또 다른 별미로 ‘생대구+대게탕’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물곰탕’

찬바람이 부는 지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곰탕이다. 물곰의 표준어는 꼼치다.

꼼치는 몸길이가 1m 정도 되는 퉁퉁한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하여 ‘곰치’ 혹은 ‘물곰’이라고도 부른다. 그 모습이 징그러워 20, 30년 전만 해도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놓아줬다. 물속에 빠뜨릴 때 ‘텀벙텀벙’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보통의 생선은 수놈보다 암놈이 맛이 더 좋지만 꼼치는 예외다. 검은색을 띠는 수놈은 암놈보다 살이 단단하고 알주머니가 없어 맛이 더 좋다. 그래서 같은 크기라도 흑곰이 더 비싸다. 꼼치는 흐물흐물 생김새는 못났어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고 푹 끓여낸 시원한 맛은 누가 먹어도 반할 만한 별미다.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해 속풀이로 최고다.

김재근 선주는 “꼼치는 물컹물컹한 살 때문에 예전에는 바닷가 사람들도 먹지 않던 생선이었지만 비린 맛이 없는 데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으로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며 “추울수록 맛이 있어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바닷바람의 작품 ‘과메기’

과메기는 이제 ‘전국구’ 음식이 됐다. 겨울이면 자그마한 횟집에서도 메뉴판에 과메기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청어나 꽁치를 겨울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과메기는 다른 음식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낸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꾸들꾸들 잘 숙성된 과메기를 초장에 듬뿍 찍어 먹거나 마늘`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 먹는다.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대신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물론 배춧속으로 쌈 싸 먹어도 괜찮다. 덜 말라 비린 과메기는 집에서 하루 정도 말렸다 먹으면 된다. 이때 뉘어서 말리면 기름이 빠지지 않으므로 끈에 꿰어 늘어뜨려 달아야 한다.

과메기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할 수 있다. 구이는 덜 마른 과메기를 써야 딱딱하지 않고 씹는 맛이 좋다. 소주에 잰 후 조리면 담백한 과메기 조림이 된다. 과메기를 김에 싼 후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과메기튀김도 맛있다.

식당에서 만난 한 애주가는 “과메기는 소주와 어울린다. 쫄깃쫄깃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은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며 “소주가 그냥 술술 넘어간다”고 했다.

 

이것도 맛있어요
요즘 굴맛이 ‘꿀맛’ 알 꽉찬 도루묵찌개도 일품

날씨가 추워지면 얼큰한 국물에 식감이 쫄깃한 조개요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보통 술안주로 인기지만, 맛좋고 영양 많은 조개는 한 끼 식사용으로도 훌륭하다. 생으로 먹거나 끓는 물에 데친 후 양념해 먹어도 좋다. 또 수많은 알들이 입 안에서 터지는 알배기 도루묵의 환상적인 식감도 추운 계절에나 느낄 수 있다.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 ‘굴’

제철 맞은 굴이 요즘 꿀맛이다. 추울수록 속이 알차고 맛이 풍부해지는 굴은 겨울철 가장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어패류점 주인은 “굴은 빛깔이 선명하고 유백색이며 광택이 있어야 싱싱한 것”이라며 “육질이 희끄무레하고 퍼져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이니 잘 살펴서 사야 한다”고 했다. 굴을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생굴을 그냥 먹는 것이다. 집에서 생굴을 먹을 경우 찬물에 몇 차례 씻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굴이 물을 많이 먹으면서 몸통이 불어나므로 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특유의 영양소도 희석된다. 굴은 소금물에 살짝 헹궈 먹는 게 가장 좋다. 취향에 따라 초고추장, 겨자고추장, 간장고추소스 등에 찍어 먹는다. 굴밥도 집에서 해먹을 수 있다. 무와 밤, 대추 등을 넣어 밥을 하다가, 뜸 들일 때 굴을 넣어 5분에서 10분 정도 뜸을 들이면 굴밥이 완성된다. 굴전을 할 때는 알이 굵직한 것이 좋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밀가루를 입혀 살살 털어준 뒤 풀어놓은 달걀물에 적셔 부치면 된다. 굴을 보관할 때는 비닐에 바닷물과 굴을 함께 넣어 밀봉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을 채워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찬바람이 불면 더 맛있는 ‘꼬막’

겨울을 나기 위해 꼬막은 통통해진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요즘이 가장 쫄깃쫄깃해 식감이 좋다. 꼬막은 자연산 참꼬막과 양식된 새꼬막, 그리고 피꼬막 세 가지로 나뉘는데, 최고는 역시 참꼬막이다. 껍데기의 세로줄이 듬성듬성하고 골이 깊이 파여 있고 표면에 털이 없는 것이 참꼬막이다. 껍데기 색이 엷고 솜털을 지닌 새꼬막은 골이 없이 줄무늬만 있다. 피조개와 닮은 주먹만 한 피꼬막은 주로 회로 먹는다. 꼬막은 양념을 하지 않고 삶아 그냥 까 먹어도 맛있다. 꼬막은 전남 벌교가 유명하지만 요즘은 대구에서도 꼬막의 다양한 맛을 한 상 가득 만날 수 있다. 꼬막을 송송 썰어 넣어 부치는 꼬막전, 맛깔스럽게 튀겨내어 달달한 소스와 함께 내어 놓는 꼬막 탕수육, 그리고 새콤달콤 꼬막 무침을 얹어 쓱쓱 비벼내는 꼬막 비빔밥까지 다양하다. 한 식당 주인은 “꼬막이 건강 음식이고 제철을 맞은 이유도 있지만 다른 조개와 달리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도루묵’

겨울철 별미 중 도루묵도 빼놓을 수 없다. 비늘이 없는 도루묵은 고단백이면서도 담백한 맛이 나는데, 씹히는 알과 입 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무와 감자 등을 밑에 깔고 도루묵을 넣어 갖은 양념으로 끓이는 도루묵찌개나 소금을 치거나 양념장을 발라 굽는 도루묵구이로 먹는다. 특히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석쇠에 올려놓고 ‘톡톡’ 알 터지는 소리를 음미하며 먹는 노릇한 도루묵 소금구이는 겨울철 별미다. 계산식당(대구 중구 계산동) 손순호 사장은 “도루묵은 찬바람이 불면 제맛이 나는데 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해 술안주로 많이 찾고, 찌개는 시원한 국물맛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삶은 꼬막 까는 법=삶은 참꼬막은 입을 꼭 다물고 있어 쉽게 껍질 까는 방법을 모르면 괜히 손톱만 상한다. 꼬막의 뒷부분 껍데기가 맞물리는 부분에 젓가락 하나를 끼워, 살짝 비틀어 주면 껍데기가 쉽게 벌어진다. 이때 힘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센 힘이 들어가면 조개 껍데기만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