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부 아기자기한 암릉 등산로, 좌우 경관 탁 트여 날갯짓하며 산 타는 듯
만연산(萬淵山)은 국립공원 무등산의 경계에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른데 화순읍 쪽에서 바라보면 날카로운 바위무리가 솟아 있고 곳곳에 너덜이 있어 험하게 보인다. 예부터 나한산(羅漢山)으로 불렸으나 산 아래에 만연사가 자리해 있어 만연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나한산은 화순현의 북쪽 6리에 있으니 진산이다’고 기록되어 있고 ‘여지도서’에는 ‘나한산은 광주 서석산(瑞石山) 남쪽 기슭에서 뻗어 나와, 고을의 으뜸이 되는 산줄기를 이룬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립공원인 무등산이 남녘의 안양산(853m)을 향해 가다 장불재를 지나자마자 서남 방향으로 곁가지를 일으킨다. 이 산줄기에 만연산과 수레바위산, 지장산이 이어져 있고 너릿재로 내려선다. 너릿재를 지난 산줄기는 광주와 전남의 도계를 이루며 서쪽으로 달려 소룡봉, 정광산, 건지산, 죽령산 등을 일으킨 후 영산강 상류인 지석강에서 산줄기를 마감한다. 등산의 시작점은 광주에서 화순으로 이어지는 22번 국도의 너릿재 고갯마루다. 화순 쪽으로는 비포장길이, 광주 쪽으론 포장길이 이어져 옛고개까지 소형차량으로 오를 수 있다. 대형차량은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우측에 세우고 100번을 걸어도 싫증나지 않는 비포장길을 25분 정도 걸어 고갯마루에 닿는다.
너릿재에서는 무등산국립공원 지역임을 확인시키는 이정표와 시설물들이 최근에 설치되었다. 말끔히 정비된 너른 등산로로, 헬기장을 지나면 삼거리다. 이곳부터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등산로는 점점 좁아진다. 소나무 한 그루가 참나무를 휘감은 곳을 지나자 너럭바위 두 개가 있는 지장산 정상이다. 얼마 전까지 아무런 표식이 없었으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이정표 표지 목에 세로로 ‘지장산 356m’라 적혀 있다.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다 보면 진행 방향으로 바위로 형성된 봉우리 두서너 개가 바라보인다. 좌우 바위봉우리 모양이 수레바위의 바퀴처럼 보인다. 애써 올랐던 해발을 다시 내려서자 운동장처럼 너른 안부다. 작은 산소 하나와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 한 그루가 커다란 가지 하나가 부러진 채로 서 있는 게 보인다.
한참을 다시 오르니 우측에 바위 하나가 나타나고 전방에 바위봉이 우뚝하다. 집채만 한 거대한 바위를 지나 나무계단을 지그재그로 타고 바위 봉에 오른다. 뒤돌아 바라보니 조금 전 지나온 지장산 능선을 비롯해 이름 모를 산과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져 시원스럽다. 충분히 조망을 즐긴 다음 잠시 내려섰다가 바윗길을 통해 오름길을 오르니 무덤 하나를 지나고 곧이어 수레바위산 정상이다. 국립공원이 설치한 이정표에 ‘수레바위산 504m’라 적혀 있고 좌우 날개에는 ‘←너릿재 3.1㎞’, ‘장불재 4.3㎞→’, ‘만연산 1.7㎞→’라 적혀 있다. 삼면이 잡목이라 조망이 그리 좋지 못하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네거리인 ‘갈림길’에 도착하게 된다. 좌측이 장불재, 우측은 만연사, 직진이 만연산 정상과 큰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뒤쪽 동편이 탁 트인 바위지대가 만연산이다. 국립공원이 설치한 이정표에 ‘만연산 668m’라 적혀 있고 돌탑이 있다. 빗돌로 만든 정상석 뒤에 나무벤치가 놓여 있고 뒤쪽이 바위 전망대다. 동쪽 전방으로 안양산, 동북쪽으로 무등산 정상부와 통신탑이 바라다보이고 발아래엔 지방도가 숨바꼭질하듯이 숨겨져 있다. 남동쪽엔 하산지점으로 이용되는 큰재와 대동산이 바라보이고 계속 진행해야 할 능선 끄트머리에 그림 같은 바위봉 하나가 우뚝하다. 만연산 등산 중 최고 하이라이트 구간은 만연산 정상에서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가 있는 바위봉까지다.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암릉 등산로에 좌우가 딱 트여 날개를 달고 능선을 타는 듯 착각마저 든다. 군데군데에 멋진 바위 전망대가 산재해 멈춰 서면 그대로 주변은 그림 같은 전경이 된다. 바위봉에 철다리가 설치된 곳을 내려서면 잠시 후 우측으로 떨어지는 등산로와 만난다. 화순군이 명명한 ‘오감연결길’로 이쪽으로 내려서면 키가 큰 소나무 숲을 지나 만연사로 연결된다. 계속 능선을 이어 타면 바위능선이 우락부락하고 두 개의 바위 절벽을 연결한 나무구름다리에 도착하게 된다.
구름다리는 오늘 등산 중 최고의 전망 터. 말갈기 같은 백마능선이 북쪽에 이어지는 게 보이고 수만리 목장지대가 그림엽서처럼 한눈에 든다. 우측 아래로 고개를 돌리면 800년 역사를 간직한 만연사가 조감도처럼 내려다보인다. 유일한 옥에 티라면 정상이 아닌데도 구름다리 옆에 세워진 ‘만연산 609m’라는 표석이 혼동을 준다. 그러나 뒤쪽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빼어나 그것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내림길을 내려서노라면 화순 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좌측이 큰재, 직진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만연폭포로 내려서는 등산로다. 능선 쪽으로 위험하다는 팻말이 걸려 있고 로프로 막아 놓았다. 그러나 바로 만나는 바위지대에서 위험하게 직진하지 말고 좌측에 보면 우회로가 보인다. 그곳을 통과하면 길은 뚜렷한 편이다. 그러나 마지막 봉우리에서 내려서는 등산로가 매우 가파르다. 큰재까지 내려섰다가 만연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권할 만하다. 운치 있는 숲길이다.
너릿재에서 등산을 시작해 만연폭포로 내려서는 데 약 8㎞의 거리다. 등산 시간은 4시간 정도로 거리는 짧지만 생각보다 오르내림이 많다. 하산지점인 만연폭포는 인공적인 노천탕으로 계곡물을 막아 호스를 통하여 떨어지게 하여 물을 맞는 방식이다. 돌담으로 남탕 여탕 구분하여 오랜 세월동안 화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피서의 명당이다. 고려 희종 4년(1208년) 만연선사가 창건한 만연사는 산 이름이 비롯된 800년 고찰이다. 1783년에 제작된 보물 1345호 ‘만연사 괘불’을 소장한 고찰의 옛 건물은 한국전쟁 때 전소되었고 1978년 이후 지금의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등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큰재와 만연사 입구까지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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