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術 殿堂/篆刻

전각이란 무었인가

초암 정만순 2021. 4. 8. 17:38

전각이란 무었인가

 

 

 

도대체 전각이 뭘까?

 

인사동에 가면 수제도장이나 패션도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도장을 파는 가게가 꽤 많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 두 군데에 불과했었는데,  이제는 꽤 많이 늘어서 열 군데도 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수제도장이나 전각도장이라고 검색을 해 보면 꽤 많은 사이트가 뜨기도 한다. 


사실 지금은 신분증과 사인으로 자신을 증명하기 때문에 도장이 필요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책에 도장을 찍어서 소유자를 표시하기도 하고, 결혼한 사람에게 선물로 하기도 한다. 또, 새로 태어난 아이나 이름을 바꾼 사람에게도 기념으로 예쁜 도장을 선물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도장가게에서 만든 도장과 구별해서 돌에 새겨 넣은 이런 도장을 전각도장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전각이라는게 뭘까?

 

일경도췌거마 日庚都萃車馬 전국시대의 연나라에서 만들어진 인장.

아직 전서가 통일되기 이전의 인장이라 글자가 통상적인 전서와는 다르다.

 

전각을 한자로 보면 자와 자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篆은 한자의 다섯 가지 글씨체(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중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전서 篆書를 의미하고, 刻은 새긴다는 뜻이다.

즉, 전각을 가장 좁게 해석하면 전서체의 한자를 도장에 새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 버리면 전각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한 것 같다.

관해자난위수 觀海者難爲水. 오양지 吳讓之(1799 ~ 1870) 작품.

 

전각을 할 때 새기는 글자는 전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한자 서체를 다 사용하고 있다. 물론 거의 제대로 된 전각도장이라고 하면 전서가 기본이고 다른 한자체를 쓰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다. 게다가 한글이나 다른 외국어에는 전서체라는 게 없고, 초형인 肖形印이라고 해서 동물과 사물의 형상을 새겨 넣기도 한다. 그리고 원래는 도장에 새기기만 했는데 전각에서는 무엇이든 새길 수 있으면 다 새기고 있다. 도장을 새기는 예술이 다른 조각과 맞물려서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각을 좀더 넓게 정의하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각은 전서를 인장에 새기는 전통적인 기법을 이용 및 응용하여 칼을 도구로 글자와 형상을 돌, 나무 등의 여러 가지 재료에 새기는 예술이다.

※ 위에서 적은 정의는 어디 나와 있는 건 아니고 글을 쓰면서 정리해서 적은 겁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저는 현재 전각을 공부하고 있는데, 전각에 대한 지식 정리를 겸해서 이 포스트를 쓰고 있습니다. 최대한 여러가지 자료를 살펴서 교차검증하면서 쓰고는 있지만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포스팅할 내용에서 잘못되거나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석인자실 石人子室. 오창석 吳昌碩(1844 ~ 1927) 작품

 

이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중국 전통 예술

 

전각은 중국에서 시작한 예술이다.

사람들이 처음 인장(지금부터는 도장이라는 말보다 인장이라는 말을 쓰도록 하겠다)을 만들 때는 예술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물

론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예술성이 높아 보이는 멋진 인장이 많이 있지만, 사실상 인장은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은 殷 시대의 인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세 개의 인장이 있다. 

만약 이 도장이 정말 저 때의 도장이라면 은이 멸망한 것이 기원전 1,000년 경이니, 인장의 역사는 3,000년이 넘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공자가 활동했던 춘추시대(기원전 770년 ~ 403년)에 시작해서 전국시대(기원전 403년 ~ 221년)에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 시대의 인장(추정). 글자는 해독되지 않고 있다.

 

※ 참고 / 고대 중국의 왕조( ~ 진)


하  (B.C. 3500년 ~ B.C. 1600년경)
전설상의 황제인 삼황오제가 다스렸다는 중국 최초의 국가이다.

역사적 사실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전설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 논란이 있다.


상  (B.C. 1600년경 ~ B.C. 1046)
오랫동안 전설상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가 은허의 발굴로 인해 실존했다는 것이 밝혀진 중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 

은허 殷墟로 수도를 옮긴 후에는 은 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갑골문의 시대.


주 周 (B.C.1046 ~ B.C. 770)
무왕이 세운 봉건제 국가. 서주 西周라고도 한다. 

글자를 새겨 넣은 청동기물이 많이 남아 있다.

강태공이라고 유명한 태공망이 주의 개국공신이다.


춘추 春秋 시대 (B.C. 770 ~ B.C.453)
주가 낙읍으로 수도를 옮긴 이후를 동주 東周라고 하는데, 동주의 전반기를 춘추시대라고 한다.

공자가 썼다(고 하지만 전해지지는 않)는 춘추라는 책에서 시대의 이름이 붙여 졌다.

주왕은 실질적인 권력은 없지만, 제후들은 명분으로서 주왕의 권위는 인정했다.


전국 戰國 시대 (B.C.453 ~ B.C. 221)
주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제후들이 왕을 자칭하고 천하통일을 위하여 부국강병과 전쟁에 힘쓴 시대이다.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하기 이전인 이 시대까지를 선진 先시대라고 한다.


진  (B.C.221 ~ 207)
시황제가 제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한 중국 대륙 통일 국가이다.

비록 15년밖에 통치하지 못했지만 진시황의 강력한 통치에 의해 중국 문화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장수 人長壽. 제백석 齐白石(Qi Báishí 치바이스, 1860 ~1957) 작품

 

어쨌든 흔히 고새 古璽라고 하는 오래된 인장은 진 이전인 선진시대(흔히 알고 있는 춘추전국시대)의 것부터 있으니 최소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 실용성을 벗어나 전각이 예술로서 인식된 것은 명나라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전까지 주로 금속에 새기던 것에서 벗어나 돌에 새기는 방법을 발전시키고, 전각의 유파를 형성했던  문팽 文彭 (1498~1573)이라고 하는 명나라의 전각가를 그 기원으로 삼고 있다.

 

전서 篆書, 한자의 가장 초기 형태이다. 전서는 또다시 시황제가 글씨체를 통일하기 이전의 대전 大篆과 통일한 이후에 사용된 小篆으로 나눈다.

전각을 할 때 필요한 공부

그냥 글씨 예쁜 도장을 새기려고 하면 그다지 공부라고 할 필요가 없다.

인사동에서 전각용 돌 몇 개 사고 전각도 하나 사면 예쁘게 파서 자신만의 전각도장을 가질 수 있다.

비싸지도 않다. 돌 하나에 몇 천 원, 칼 하나에 만원 조금 넘게 주면 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각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그림을 배우지는 않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전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전각은 분명히 격식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픙등취음설 운문후폭천 風磴吹陰雪 雲門吼瀑灥 등산목 鄧散木

전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공부가 필요하다.


1.자법 字法 : 기본적으로 전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전각은 전서를 새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잘 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2. 서법 書法 : 글자만 알아서는 소용이 없다.

당연히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 말로 하면 서예를 잘 해야 한다. 

처음엔 그저 도장이나 예쁘게 파면 될 줄 알았지 초등학교 이후에 손놓아 버린 붓글씨를 다시 써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전각을 하다 보니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좋은 인장도 만들 수 없다는 걸 결국 깨닫고는 거의 매일 2~3시간씩 글씨를 쓰고 있는 중이다.


3. 도법 刀法 : 칼을 다루는 방법을 말한다.

칼을 다루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다루는 방법에 따라 새겨지는 글자의 느낌도 사뭇 달라진다.


4. 장법 章法 : 글자를 새길 때 인면 印面(인장을 찍는 면) 구성하는 방법이다.

그림으로 따지면 구도를 잡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장법에도 여러 가지 이론이 있는데 생각보다 적용이 만만치는 않다.

보는 건 쉬워도 만드는 건 어려운 법이다.

현대전각 퇴설우목 堆雪牛目. 이준호 선생 작품.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 포스팅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도서>

전각학, 등산목 지음 고봉주 옮김, 1984, 운림필방
돌의 미학 전각, 조해명 지음, 전영숙 옮김, 2004년, 학고방
전각문답 100, 탕조기 지음, 조성주 옮김, 2004, 이화문화출판사
아틀라스 중국사, 박한제·김형종·김병준이근명·이준갑 지음, 2007, 사계절출판사
한자의 탄생,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2015, 김영사
이이화의 한문 공부, 이이화 지음, 2009, 역사비평사
문자 이야기, 앤드류 로빈슨 지음, 박재욱 옮김, 2003, 사계절출판사
만화 중국서예사 上, 下, 우오즈미 가츠아키 편저, 임경택 옮김, 2009, 소와당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초판 개정 14쇄, 1998, 동아일보

'藝術 殿堂 > 篆刻'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각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  (0) 2021.04.08
전각의 용구와 재료  (0) 2019.06.13
瓦刻(無)  (0)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