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연주대
용이 몸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형상
관악산 최고봉 절벽 위에 연주대(戀主臺)가 있다.
연주란 주인을 사모하여 그리워한다는 뜻이고, 대는 높고 평평한 곳이라는 의미다.
고려가 이성계의 의해 멸망하자 고려의 충신인 강득룡, 서견, 남을진 등이 이곳에서 멀리 개경 쪽을 바라보면서 통곡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인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로 연주대라 하였다.
처음 이곳에 터를 닦은 사람은 의상대사다.
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지금의 연주암 자리에 관악사를 지을 때 깎아지른 바위틈에 돌을 채워 위를 평평하게 만든 후 의상대를 세웠다.
그리고 좌선을 하며 도를 닦았다.
연주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조선 3대 왕 태종은 장자인 양녕대군(1394~1462)을 폐하고 셋째인 충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하였다.
양녕대군과 두 번째 왕자인 효령대군(1396~1486)은 궁궐에 있다가는 왕좌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권력을 탐하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을 수없이 목격했다.
제1차 왕자의 난(1398)과 제2차 왕자의 난(1400) 때 혈육을 죽이는가 하면, 왕권강화에 방해가 된다며 민무구·민무질(1410)과 민무휼·민무회(1416) 등 외삼촌들을 모두 죽였다.
그런 태종이기에 충녕(세종)의 왕권승계에 방해가 된다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눈치 빠른 양녕대군은 일부러 미친 체 하며 해괴한 행동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러나 효령은 아버지에게 잘 보여 자신이 세자가 되려는 마음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양녕이 효령에게 “아버지를 모르느냐”며 현실을 깨닫게 한 후 같이 왕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둘은 발길 닿는 대로 방랑하다 관악사에 들렸다.
그렇지만 왕위에 대한 미련은 쉽게 누를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연주대에 올라 궁궐을 바라보며 왕좌를 그리워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연주암이라는 전설이다.
그래서일까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의 묘는 모두 관악산 지맥에 있다. 양녕대군 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221-8(양녕로 167) 지덕사(至德祠)에 있고, 효령대군 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191(효령로 191) 청권사(淸權祠)에 있다.
풍수적으로 연주대는 괴교혈(怪巧穴)에 해당한다.
괴교혈은 괴혈 또는 교혈로도 부르는데 일반적인 혈과 다른 것을 말한다.
대개의 혈은 태조산에서 중조산, 소조산, 현무봉을 거쳐 야트막하고 순한 곳에 맺는다.
전기에 비유하자면 발전소격인 태조산에서 변전소격인 중조산과 변압기격인 소조산, 두꺼비집(커버나이프 스위치)격인 현무봉을 거쳐 전등격인 혈에 도달한다.
그런데 연주대는 태조산인 관악산 꼭대기에 있다.
산 아래에서는 꼭대기에 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연주대를 혈로 보는 이유는 용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속리산에서 올라온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582m)과 백운산(566m)에 이르러 북쪽으로 산맥 하나를 뻗는다.
바라산(427.5m)과 국사봉을 거쳐 청계산(616.3m)에 이르기 전 서쪽으로 맥이 갈라져 나와 매봉산을 만든다. 그리고 과천과 인덕원 경계인 고개를 지나 관악산(632.2m)을 세웠다.
관악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연주대다.
전망대에서 보면 송신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기상대(축구공처럼 생긴 건물)가 있는 봉우리를 거쳐 연주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거대한 용이 상하로 몸을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능선의 끝 절벽 위가 연주대이고 응진전(應眞殿)이라는 작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의상대사가 좌선을 했던 자리다.
연주대의 모습은 등잔대에 등잔을 걸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하여 괘등혈(掛燈穴)이라고 한다.
등잔불로 어둠을 밝게 하듯 의상은 이곳에서 도를 닦으며 산 아래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혹시라도 일반인이 이러한 곳에 생활하면 큰일이 날 수 있다.
기가 세고 험한 곳은 스님들의 도량 터로 알맞다.
스님들은 고행을 통해서 도를 닦고자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집도 순하고 편한 땅을 골라야 한다.
이러한 곳은 가끔 와서 심신을 달래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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