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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지 넣고 푹 끓여…추울수록 시원한 맛이 더
찬바람이 불면 울진에는 물곰탕 바람이 분다. 1년 내내 맛볼 수 있지만 찬바람이 부는 지금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물곰의 표준어는 꼼치다. 지역마다 이름도 달라 미거지, 물미거지, 잠뱅이, 물잠뱅이 등으로 불린다. 퉁퉁한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하여 ‘곰치’ 또는 ‘물곰’이라고도 한다. 그 모습이 징그러워 20년 전만 해도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놓아줬다고 한다. 물속에 빠뜨릴 때 ‘텀벙텀벙’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물곰은 뭉툭한 큰 입에 머리와 같은 크기로 길게 뻗은 몸통, 미끄덩거리는 껍질, 흐물흐물한 살결을 보면 도무지 음식으로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꽤 오래전부터 음식으로 즐겼다. 어부들이 추운 겨울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포구에서 그물 말리는 일을 할 때 언 몸을 녹이려고 국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물곰탕의 기원이다. 물곰은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유일한 생선이다.
보통의 생선은 수놈보다 암놈이 맛이 더 좋지만 물곰은 예외다. 검은 물곰(흑곰)은 수놈으로 암놈인 붉은 물곰보다 살이 단단하고 껍질이 거친데다 암놈과 달리 알주머니가 없어 맛이 더 좋다. 같은 크기라도 흑곰이 1.5~2배 정도 비싸다.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물곰은 전문적으로 조업하는 어선이 없다. 요즘은 대게철이라 물곰을 잡는 사람이 없어 귀해졌다.
물곰은 동해안에서 고루 잡히지만 울진 근해에서 잡히는 놈이 크고 맛도 있어 몸값도 비싸다. 버릴 것도 없다. 머리와 껍질, 내장, 등뼈, 알 등이 탕 재료에 들어간다. 회로 먹어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물곰은 흐물흐물 생김새는 못났어도 부드러운 육질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이 때문에 신김치를 넣고 끓여낸 곰치국은 속풀이로 최고다. 남해와 서해에서는 무와 대파, 그리고 마늘만 들어간 맑은탕으로 먹지만 울진에서는 특이하게 물곰을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인다.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고 푹 끓여낸 시원한 맛은 누가 먹어도 반할 만한 별미다. 소문이 퍼져 물곰탕을 먹으러 일부러 울진을 찾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울진 죽변항에서 장모에 이어 물곰탕집 우성식당(054-783-8849)을 40년째 하고 있는 김상진(62) 씨는 “물곰은 냉동이 안 돼 3일이 지나면 살이 녹아 못 먹는다”며 “추울수록 맛이 있어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일출은 죽변항·망양정
주요 일출 포인트는 이른 아침 고깃배가 분주히 드나드는 죽변항과 망양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죽변항은 대게잡이 등 고깃배가 분주히 드나들며 풍성한 포구의 정취를 자아낸다. 이른 아침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항하는 배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맞이도 색다르다. 또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한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도 빼놓을 수 없는 일출 포인트이다. 내년 1일 오전 5시 30분부터 울진 망양정해수욕장에서는 일출 예정 시각인 7시 35분까지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소원성취 기원제를 시작으로 시낭송, 성악, 타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참석자에게는 떡국과 어묵, 커피, 음료 등이 제공된다. 또 최근 일출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황금대게공원(기성리 망양리)에서도 황금대게를 배경으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평해읍 월송리의 월송정 또한 해맞이 명소로 꼽힌다. 울창한 솔숲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면 월송정이 나타나는데, 달빛 감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신라의 화랑들이 찾아와 달빛을 즐겼다는 곳으로 소원성취 기도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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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통까지 속살 차올라 바닷속 담백한 맛 제대로
포항 과메기로 겨울 바다의 ‘기름진 맛’을 느꼈다면 이번엔 영덕 대게의 ‘담백함’을 맛보자. 동해를 오른편에 두고 영덕 강구항으로 향한다. 해돋이로 유명한 강구항은 우리나라 최대 대게 유통 산지로 꼽힌다. 영덕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1월이 되어야 몸통까지 속살이 차기 시작한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게는 대략 대게, 청게, 홍게, 물게 등이 있다. 대게라고 다 같은 대게가 아니다. 대게 중에서도 속이 꽉 찬 놈을 ‘박달대게’라고 한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박달대게 또는 참대게라고도 부른다. 반대로 속이 물렁하고 텅 빈 놈은 수게, 혹은 물게라고 부른다. 대게와 비슷한 것으로 홍게가 있다. 생김새는 비슷하나 빛깔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옅은 주황빛을 띠는 것이 대게,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한 것이 홍게다. 특히 대게는 배와 다리 안쪽이 흰 빛을 띠지만, 홍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대게와 홍게 사이에 청게라고 부르는 게가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대게와 비슷해 쉽게 구별이 가지 않는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대게의 등은 갈색 빛이 도는데 비해 청게는 불그스름하다. 가격은 대게보다 싸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청게를 ‘너도대게’라고 부른다. 셋 중에서 대게가 맛과 향에서 앞선다. 홍게는 대체로 짠맛이 강하고 맛도 떨어진다. 너도대게는 대게에 비해 싱거운 맛이지만, 홍게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다.
대게는 들었을 때 묵직하고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놈이다.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이 속이 꽉 찬 대게다.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다리 안에 물이 보이는 것은 속이 덜 찬 ‘물게’다. 일단 경매를 거친 것은 물게일 가능성이 적다. 선원들이 미리 물게나 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들은 골라내 따로 팔기 때문이다. 어판장 주변에서 이들을 모아 파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값은 싸지만, 몸집만 크고 속은 부실한 물게일 경우가 많다. 강구항 주변에는 200여 곳의 대게요리 식당이 들어서 있다.
31년째 산호대게(054-733-4023)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경화(68) 씨는 “청게는 맛이 대게와 별 차이가 없어 많이 찾는다. 3㎏(15만~18만원) 정도면 네 가족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일출은 풍력단지·강구항·삼사공원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와 강구항, 삼사해상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바람의 언덕’인 창포리 풍력발전단지는 이색적이고도 역동적인 해맞이를 볼 수 있다. 풍력발전기의 힘찬 날갯짓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에서 삶의 에너지는 물론 밝은 희망까지 느낄 수 있다. 풍력단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미리 포인트를 잡아 두는 수고가 필요하다. 또 산 능선을 옮겨 가며 넓은 풍력단지를 속속들이 둘러보자면 4륜구동 차량이 필수다.
강구항도 괜찮다. 이른 아침 강구항을 찾으면 해가 솟아오르기 전부터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환하는 고깃배를 만날 수 있다. 싱싱한 대게를 어판장에 부리고 곧장 경매에 나서는 모습은 포구 기행의 진수를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31일과 내년 1월 1일 양일간 영덕 삼사해상공원에서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31일 오후 2시 30분 새해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영해별신굿을 시작으로 지역예술단체의 음악공연과 풍물패의 길놀이, 인기가수들의 노래가 이어진다.
1일 오전 6시 40분부터 대북공연과 여성합창단 공연 등 본격적인 해맞이 행사가 벌어진다. 이날 떡국 등 세시음식나누기, 영덕 특산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장터도 준비돼 있으며 새해 운세를 점쳐볼 수 있는 소원성취 타로점과 포토큐 부스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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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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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어, 30년 만에 재등장…'원조' 그 맛은 과연?
겨울 맛기행의 1번지는 역시 동해안이다. 포항에서 영덕을 거쳐 울진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겨울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해안선을 거슬러 올라 가다 보면 꼬들꼬들한 과메기, 살이 꽉 찬 박달대게, 물곰 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을 돌게 하는 별미들이 즐비하다. 먼저 포항을 찾으면 겨울 햇살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과메기가 기다리고 있다. 또 7번 국도를 따라 영덕, 울진으로 북상하다 보면 대게 찌는 냄새가 진동하고 시원한 물곰탕이 겨울 미각을 부추긴다. 일출은 덤이다. ◆와인색처럼 붉은 빛 돌아야 상품
겨울철 포항의 별미로는 단연 과메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과메기 집산지인 구룡포는 요즘 해변을 따라 빨래처럼 널린 꽁치가 장관이다. 과메기 맛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다. 어떤 날씨, 어떤 바람에 말리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짭조름한 영일만의 해풍과 산을 타고 내려오는 하늬바람이 비리지 않고 고소한 과메기 맛을 만들어낸다.
과메기는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배를 따서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숙성시킨 것은 ‘배지기’, 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은 ‘통마리’라고 한다. 숙성기간을 보면 배지기는 3, 4일이면 되지만, 통마리는 15일 정도가 걸린다. 포항 사람들은 통마리를 더 좋아한다. 과메기 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배지기가 낫다. 과메기 맛은 말리는 기술에 따라 다르다. 바닷바람에 말려야 구수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없다. 덜 말려도 너무 말려도 맛이 떨어진다. 요즘엔 바닷바람이 아닌 열풍기로 말린 것들도 많지만, 바닷바람으로 자연스레 말린 것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꾸들꾸들 잘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 먹는다.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대신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물론 배춧속으로 쌈 싸 먹어도 괜찮다.
올겨울에는 꽁치가 아닌 청어로 만든 원조 과메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약 30년 만이다. 1960년대 말까지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지만 이후 과메기용 청어 생산량이 줄어 1980년대부터는 꽁치로만 과메기를 만들어왔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꽁치보다는 청어 과메기의 맛과 영양이 더욱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포항엔 과메기 전문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특히 구룡포 항구 일대는 과메기 판매장이나 다름없다. 어디를 가나 신선하고 맛있는 과메기를 먹을 수 있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김점돌 이사장은 “구룡포는 과메기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조합(054-276-0760)으로 주문하면 택배도 가능하다”고 했다.
40년간 과메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해구식당(포항시 북구 남빈동`054-247-5801) 지영자(71) 씨는 “과메기는 장밋빛, 즉 와인색이 돌 만큼 붉은 것이 상품”이라며 “김과 배춧속, 물미역을 차례로 겹친 위에 초고추장 찍은 과메기를 얹고 다시 마늘과 쪽파, 고추 등을 얹어 쌈으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과메기 도시락 2개, 배춧속, 물미역, 쪽파, 쌈추, 김, 초고추장, 쌈장, 고추, 마늘, 젓가락 등을 포장해 4만원(택배비 포함)에 판매하고 있다.
◆31·1일 호미곶 해맞이 축제도 흥겨워
31일과 내년 1월 1일 호미곶 광장에서 ‘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린다. 31일 오후 8시부터 해넘이 행사의 하나로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한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들려주는 ‘호미곶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된다. 또 7080 통기타 등 지역 동아리와 각종 축제의 수상자들의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일출 후 대박 터트리기에 참여하는 2천14명 참여자에게는 별도로 떡국을 먹을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이외에도 토정비결 풀이, 타로점 보기, 민속놀이는 물론 먹거리 장터와 농특산물 판매행사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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