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이맛에 단골

'곱창전골 1번지' 버들식당

초암 정만순 2019. 5. 7. 09:29


'곱창전골 1번지' 버들식당




반세기 동안 끓여온 '곱창전골 1번지' 버들식당


곱창과 대창, 그리고 부드러운 소불고기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환상의 맛 전골'을 설명하고 있는 유희옥 사장.

곱창과 대창, 그리고 부드러운 소불고기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환상의 맛 전골'을 설명하고 있는 유희옥 사장.

 

어머니에 이어 버들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옥 사장이 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머니에 이어 버들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옥 사장이 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대 사장 박옥자, 2대 유희옥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 풍부한 영양으로 많은 식도락가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곱창과 막창. 고기가 흔하지 않은 시절, 서민들의 든든한 먹거리가 되어 주었던 곱창·막창은 요즘에는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별미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50년 전통의 버들식당은 곱창 1번지로 오래된 세월만큼 단골이 많다. 이곳 곱창을 먹어보지 않은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손님은 없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곱창전골 1번지 '버들식당'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곱창전골 1번지' 버들식당은 1967년 박옥자(88) 씨가 처음 문을 연 이후로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반세기 이상 수리 한번 하지 않고 1960년대 디자인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버들식당은 그동안 주인과 손님 간의 추억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벽지는 누렇게 변했고, 옆으로 밀고 닫는 미닫이문도 눈길을 끈다. 박옥자 씨 딸 2대 유희옥(63) 사장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손 잡고 식당을 찾았던 단골 고객들의 추억이 알알이 영글어 있는 곳이기에 다소 허름해도 인테리어를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설명했다.

버들식당의 역사는 성당못 근처에 있었던 도축장과 함께 시작된다(도축장은 1980년대 초 서구 중리동, 2000년대 들어 유통단지로 이전했다). 그곳은 싱싱한 가축 부산물이 매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부산물 전문식당이 입점하기 좋았다. 도축장 측에서는 부패 속도가 빠른 가축 부산물을 빨라 처리해야 했고, 식당 역시 신선한 부산물로 요리했을 때 더욱 맛이 좋으니 서로간의 궁합이 맞았던 셈이다.

1대 사장 박옥자 씨는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식당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수레를 끌고 도축장으로 달려갔다. 늦게 가면 곱창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염통와 허파 등이 함께 들어갔으며 곱창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끓여 낸 투박한 음식이었다. 유희옥 사장은 "지금은 곱창이 귀한 음식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돈이 없어 고기를 사먹을 수 없는 서민들이 주로 먹던 음식이었다"고 했다.

금방 가져온 신선한 재료로 끓인 전골이 소문나면서 인근에 곱창집이 여럿 들어서 곱창 골목을 이뤘다. 하지만 도축장이 이전하면서 다른 식당들은 모두 떠났지만 버들식당을 비롯해 두 곳만 남았다.

단골도 세월따라 바뀌었다. 옛날에는 아저씨나 어르신들이 소주 한잔 하기 위해 들렀지만 지금은 20, 30대 젊은이들이 맛있는 곱창을 먹기 위해 찾는다. 최근들어 곱창이 인기를 끌면서 아가씨 손님이 많다고 했다. 유 사장은 ""곱창 냄새 난다면서 도망가는 아가씨도 우리집 곱창은 '맛있다'며 먹는다"고 했다.

유 사장은 아버지·어머니 손잡고 오던 손님이 요즘에는 아이 손잡고 오는 분도 있다고 했다. "한번은 호주로 이민간 분이 우리나라에 다니러 왔다가 '외국에 사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이집 전골이었다''며 수십만원어치를 포장해 갔다"고 했다.

최근들어 전국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식도락가들이 늘면서 주말에는 줄을 서야할 정도다. "단골인데도 손님이 많을 땐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해 미안하지요.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음식을 요리한다"고 했다.

 

◆'곱창+대창+불고기=환상의 맛 전골' 개발

버들식당의 인기 메뉴는 먹는 순간 입에서 사르르 녹는 전골이다. 그 중에서도 속이 꽉 찬 곱창과 대창, 그리고 부드러운 소불고기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환상의 맛 전골'이 최고 메뉴이다. 이 메뉴를 개발한 이는 1980년 중반 가업을 이어 받은 유희옥 사장이다. 손님들이 곱창, 대창, 불고기를 한꺼번에 먹고 싶다며 섞어달라는 주문이 많아지자 삼합전골을 개발해 낸 것. "단골들이 수시로 '각기 떨어져 있는 별도 음식을 한꺼번에 먹고 싶다며 섞어 달라 해 삼합전골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쫄깃쫄깃한 곱창과 야들야들한 대창, 부드러운 불고기에 얼큰한 국물까지 환상적인 이곳 환상의 맛 전골은 손님들의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손질도 직접 하는데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매콤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비법 양념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각각의 개성이 잘 어우러지는 전골은 다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김치와 콩나물, 미나리, 들기름, 김가루 등을 넣은 볶음밥도 별미로 정착됐다. 유 사장은 "숟가락을 들고 바닥이 뚫어져라 긁어대는 아가씨들이 많다"며 웃었다.

 

 

◆"아들에게 물려 줄 겁니다"

수입 재료가 판을 치고 있지만 버들식당은 아직도 국내산 한우 곱창과 대창을 고집하고 있다. "수십년 단골을 속일 수 없죠. 지금도 친정어머니가 내장 손질을 도와준다"고 했다.

유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자는 유혹도 많이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했다. "진천점 딱 한 곳이 있는데 더 이상 안 한다. 물량 대기도 힘들고 본점 만큼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진천점도 맛을 유지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한때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면서 찾아 오는 손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사장의 아들은 현재 손자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음식 관련 공부를 하고 있으니 언젠가 대를 이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내가 건강하지만 힘에 부치면 돌아와 이어 받겠지요. 아들도 물려받지 않는다고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맛있는 전골을 요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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