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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북암산·문바위·수리봉 종주

초암 정만순 2014. 2. 1. 16:39

밀양 북암산·문바위·수리봉 종주

 

# 영남알프스에 숨은 훤칠한 바위봉, 조망도 산행도 스릴 만끽

경남 밀양은 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1,000여m가 넘는 봉우리인 영남알프스의 주봉 천황산과 재약산을 비롯해 높이는 낮다하나 산세만큼은 두 산을 뛰어 넘는 아름다운 명산이 즐비하다. 그 대표적인 산이 북암산과 문바위, 그리고 수리봉이다.

수리봉은 예전부터도 산꾼들 사이에서는 조금 이름이 알려졌지만 북암산과 문바위는 마을 주민에게만 겨우 전해 내려오던 지명이다. 문바위는 마을에서 올려다보면 문짝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북암산은 정상 서쪽의 바위인 북쪽의 암봉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밀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언양으로 향하다보면 좌측 전방으로 기가 막힌 바위봉들이 훤칠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과 스릴이 교차할 정도로 멋진 봉우리들이다. ‘가인교차로’라고 적힌 안내판 아래에 ‘산내면사무소, 가인리’라고 적혀 있고 우측을 지시한다. 지시를 따르면 대형버스는 가인리 마을회관 앞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등산 채비를 마치고 시멘트 임도를 따라 ‘봉의저수지’ 밑 인골산장까지 몸을 풀면서 과수원 속으로 든다. 산장 뒤에 있는 저수지 우측 입구에 산으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길이 가팔라 초입부터 지그재그다. 계속 이어지던 오름 길이 지능선 우측으로 감아 돌더니 평평하고 드넓은 안부에 도착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 잠시 숨을 고르며 두 번째의 오름길을 준비한다.

안부를 통과하면서 만나는 거대한 바위 두 개가 암산임을 암시한다. 가파른 7부 능선에 오르면 비로소 앞이 탁 트이는 바위 전망대가 좌측에 열린다. 그곳을 바위를 잡고 올라야만 산내면의 황금 들녘과 천황산이 훤칠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9부 능선에 첫 번째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 아래로 250여m를 비스듬히 내려서야만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았던 거대한 북바위 위에 도착할 수 있다. 북바위에서 내려다보는 봉의저수지와 가인리의 조망이 매우 뛰어나지만 솔직히 북암은 마을에서 바라볼 때가 훨씬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잠시 후 북암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뿐 사면이 나무로 가려져 있다. 매력적인 암봉의 아름다움과 조망은 북암산을 넘어서면서 열린다. 잠시 후 우측 면이 평평한 바위에 올라서면 천 길의 벼랑 위다. 이곳 바위 전망대 위에서 원 없는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북쪽에 펼쳐진 멋진 문바위를 바라보며 걷는 등산은 거의 환상이다. 우측이 절벽이라 좌측의 넓은 우회로를 선택해 걷는다.

군데군데 거대하게 하얀 몸집을 드러내는 북바위는 보면 볼수록 명불허전. 안부에서 무덤을 지나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길이 두 갈래다. 직진해도 되지만 어차피 갈림길이라 우측으로 미리 치고 오른다. 막상 올라서면 멀리서 보는 것으로만 아름다운 암봉이 아니라 누구나 신선이 되고도 남는 바위봉이다. 운문산과 능동산, 천황산 등 주변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북쪽으로 난 평지 같은 오름길을 조금 따르면 삼거리다. 직진은 사자봉(924m)을 통해서 억산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아래 길이 수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숲속 언저리 평지에서 중식을 먼저 해결한다.

수리봉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조금 가파르다. 내림 길의 첫 번째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바위는 또 다른 매력이다. 두 번째의 전망대는 앙팡진 작은 바위봉이다. 로프가 매여져 있다. 바위 봉에 올라서서 사면의 조망을 살핀다. 멋진 경치가 저절로 보장되지만 역시나 뒤돌아서서 바라보는 북바위 주변의 조망이 가장 빼어나다. 수리봉 못 미쳐 오름 길에 바위전망대 한 군데가 더 나타난다.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끌며 아름다운 조망과 겹쳐진다.

수리봉에도 정상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북암산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우거져 있어 조망이 어렵다. 정상석의 좌측으로 5, 6분 정도 가면 수리덤 암벽 위에서 석골사를 내려다보는 바위전망대다. 수리봉으로 되돌아와 조금씩 가팔라지는 내림 길을 잠시 내려서면 아름드리 노송들이 우거진 등산로를 만난다. 네 번째로 만나는 바위 전망대는 길이 좌측으로 바로 꺾여지는 앞쪽의 너른 반석이다. 넓은 반석 주변으로 노송들이 우거져 운치를 더하고 억산과 운문산, 능동산과 천황산을 잇는 능선들이 차례대로 두 눈에 들어온다.

길이 점점 가팔라지더니 뚜렷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이 석골사 입구, 우측이 산허리를 감아 돌아 석골사의 부도밭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관계없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울창한 숲속을 20분쯤 내려서면 석골사로 진입하는 시멘트 임도다. ‘수리봉 1.6㎞, 문바위 3.1㎞, 북암산 4.1㎞’ 라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좌측 아래가 계곡미가 아름다운 수량이 풍부한 맑은 계곡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계곡이 깊고 시원스럽다. 등산 중 흘린 땀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올라가기도 힘이 들지만 내려오기도 만만찮다. 산행거리가 겨우 7.5㎞지만 거리만 믿고 무턱대고 등산에 나섰다가는 혼쭐이 나기 십상이다. 막상 산 속으로 들면 가인리에서 북암산으로 오르는 길이 만만찮고 북바위산에서 수리봉을 거쳐 석골사 입구로 내려서는 길이 생각보다 길고 뻐근해 한나절 등산이 보장된다. 가인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북암산과 북바위산, 수리봉을 거쳐 원서리로 내려서는 데 순수한 등산시간만 4시간, 휴식 시간 포함하면 5시간 이상이 넘는다.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되는 곳이 가인리와 석골사 입구의 원서리다. 그러나 어느 곳으로 들머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등산 소요시간이 길어지고 힘이 더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골사 입구를 들머리로 잡지만 필자는 가인리를 추천한다. 북바위를 정점으로 하면 가인리에서 북암산을 넘어 북바위까지 소요되는 시간보다도 석골사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수리봉을 넘어 북바위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더 길고 힘이 든다. 거기다가 등산 중 흘린 땀을 깨끗이 씻을 만한 장소는 석골사 입구가 최고다. 가인리에는 저수지는 있지만 계곡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