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생강 한 쪽이 산삼보다 낫다
옛날, 어느 고을에 한 장수촌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특별히 오래 사는 한 집안이 있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120세, 그 노인의 아들은 102세, 그 노인의 아들은 70세, 그 노인의 아들은 40살, 그 아들은 22살, 그 아들은 3살로서 모두 6대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부자가 살았다. 돈이 몹시 많아서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창고에는 돈과 재물이 가득 쌓여 있고 또 아들이 현청의 관리인 까닭에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누리고 있었다. 부자는 돈과 권력을 지닌 채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었다.
어느 날 부자는 보물을 많이 갖고 오래 사는 집을 찾아가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한테 말했다.
“당신의 집안은 대대로 장수한다고 들었소. 그 비결을 좀 가르쳐 주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소.”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안에 전해 오는 특별한 장수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나는 지금 밭에 일하러 가야 합니다.”
노인은 괭이를 들고 밭으로 일하러 가버렸다. 부자는 몹시 실망하여 보물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자는 오래 사는 노인이 장수비결을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날 있었던 일을 편지로 써서 현청에 관리로 있는 아들한테 보냈다. 편지를 받아 본 아들은 몹시 화가 났다. 아들은 그 지방을 다스리는 하급관리한테 반드시 그 집안의 장수비결을 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급관리도 장수비결이 탐이 나서 곧 나이가 가장 많은 노인을 관청으로 불러들였다.
“너희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장수비결이 있다고 들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
“우리 집안에 장수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희 집안은 대대로 장수를 누리고 다른 집안은 그렇지 못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수명은 하늘이 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비결을 말하지 않으면 목을 베어 버리겠다. 빨리 그 비결을 말하라!”
“정말로 우리 집안에는 감추어 둔 장수비결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안에서는 모든 가족이 날마다 무즙과 생강즙을 마시고 고기를 먹지 않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 말고 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관리는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다.
“나는 너보다 늘 좋은 음식을 먹고 편하게 사는데 너희들보다 장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꾸물거리지 말고 감추어 둔 비결을 말하라.”
“목이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없는 것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발 분노를 풀고 저를 돌려 보내주십시오.”
관리는 몹시 화가 나서 노인을 감옥에 가두었다. 나이가 120살이 된 노인이 감옥에서 고초를 겪다 보니 한 달 뒤에 감옥에서 죽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노인의 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서 관청의 벽에다 붙였다.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으면
밤에 자기 전에 무즙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강즙을 마셔야 하네.
고기와 생선을 먹지 말고
채소를 많이 먹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자며
많이 걷고 열심히 일해야 하네.
관리는 그 노래를 몇 번이나 읽어보았지만 그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관리는 의사를 불러서 함께 장수마을로 가서 조사를 해 보기로 하였다. 관리는 먼저 장수하는 집안의 이웃을 찾아갔다.
“저 집안 사람들이 왜 장수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가?”
“잘 모릅니다. 운이 좋았겠지요.”
“저 집안에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우리와 꼭 같은 것을 먹습니다. 다만 고기와 생선을 전혀 먹지 않고 날마다 밤에 무즙을 마시고 아침에는 생강즙을 마십니다.”
“저 집안 사람들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가?”
“해가 저물면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서 마을을 3-4바퀴 돌고 와서 생강즙을 마시고 반 시간 뒤에 아침밥을 먹습니다.”
관리가 이웃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노래에 적힌 내용과 이웃 사람들의 증언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감옥에서 죽은 노인한테 죄가 없다는 것을 온 고을에 알리고 노인의 가족들한테 상금을 후하게 내렸다. 그리고 온 고을에 사는 백성들한테 무와 생강을 먹고 장수하는 방법을 널리 알려 실천하게 하였다. 그 뒤로 그 고을에서는 백 살이 넘도록 오래 사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낡은 살을 없애고 새살이 돋게 하는데 제일
우리 조상들은 생강을 모든 독을 푸는 해독제로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조상들이 만든 약 중에 강부탕(薑附湯)이라는 약이 있는데 생강과 부자(附子)를 같이 넣고 달인 탕약이다. 강부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가 좋은 약이다. 부자에는 독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부자를 먹으면 온 몸의 혈관이 터져서 죽는다. 옛날에 임금이 죄를 지은 신하한테 내리던 사약(死藥)이 부자였다. 그러나 부자를 생강과 같이 달이면 부자의 독성이 줄어들고 성질이 순해져서 약성이 아주 좋아진다. 부자의 열독(熱毒)을 생강이 중화하는 것이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면역력을 늘려 준다. 모든 전염병이나 감기 같은 병은 체온 저하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체온이 낮아지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그 틈을 타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하여 병이 나는 것이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면역력을 늘리고 온갖 질병을 예방한다.
생강은 온갖 약재의 약성을 서로 조화하고 순하게 하고 독을 푸는 기능이 있다. 생강은 성질이 뜨거운 부자를 만나면 부자의 열을 내려 주고, 설탕처럼 성질이 차가운 것을 만나면 그 차가운 성질을 없애 준다.
이를테면 반하(半夏)라는 약초가 있는데 독이 아주 많다. 콩알 만한 반하 두세 개를 먹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반하는 담(痰)을 삭이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반하를 달일 때 생강을 같이 넣고 달이면 반하의 독성은 없어지고 약성만 남는다. 또 반하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 생강을 먹으면 해독할 수 있다. 생강은 반하의 독성 뿐만 아니라 식중독, 복어독, 뱀독, 지네독, 옻독 같은 온갖 종류의 독을 풀 수 있다.
임산부한테는 마땅히 쓸 만한 약을 찾기 어렵다. 산후(産後)에 임신중독으로 인해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눈이 안 보일만큼 부었을 때에도 생강 한 가지만을 물로 달여서 먹으면 부은 것이 금방 내린다. 다른 어떤 약을 쓰는 것보다 효과가 빠르다. 예전에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서 단백질 부족으로 부항이 들어 피부가 누렇게 뜨고 퉁퉁 부었을 때에도 생강탕을 열 첩만 먹으면 씻은 듯이 부기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생강은 동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발에 동상에 걸리면 겨울철보다는 이른 봄철 추위가 풀리기 시작할 때 가려움과 통증이 더 심해진다. 발이 몹시 부어올라서 구두나 고무신 같은 것을 신을 수 없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발을 손으로 한 번 누르면 쑥 들어간 손자국이 한 시간 이상 남아 있고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증상에도 생강탕을 먹으면 일주일 안에 동상이 낫고 부기가 싹 빠진다.
또 여름철에 상한 음식이나 찬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이나 식중독, 황달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에도 억지로 입을 벌리고 생강즙을 몇 숟가락 떠 먹이면 곧 정신이 돌아온다.
홍역으로 인해 열이 치솟을 때에도 생강이 좋은 치료약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대로 열로 열독을 푸는 것이다. 홍역으로 인해 열이 40도 넘게 올라갈 때에도 생강탕을 먹이면 열을 세기 전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한다.
생강은 번식력이 아주 뛰어난 식물이다. 손가락 한 마디만한 뿌리 한 조각을 밭에 심어 두면 옆으로 한 마디씩 한없이 뻗어나가서 큰 밭 하나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이처럼 생신력이 강하고 잘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생강은 거구생신(去舊生新) 곧 낡은 살을 없애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데 제일 좋은 약이 된다.
옛날에는 여자들한테 유종(乳腫)이 많이 생겼다. 유종으로 인해 젖통이 곪아서 고름이 가득 차 있을 때 칼로 곪은 부위를 째면 고름이 한 종지 넘게 나온다. 그러나 새살이 살아나오고 상처가 아물어서 흉터가 남지 않아야 다 나은 것이다. 고름은 빠져 나왔지만 새살이 잘 살아나오지 않을 때 새살을 잘 돋아나오게 하는 약으로 생강탕이 제일이다.
낫이나 칼에 베어 살이 떨어져 나갔을 때에도 생강탕을 먹으면 새살이 잘 돋아나오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 옛날 부모님이 중병에 들었을 때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이 엉덩이나 허벅지의 살을 한 웅큼 베어서 국을 끓여 드리는 일이 더러 있었다. 그럴 때 살을 베어내고 나서 새살을 빨리 돋아나게 하는 약으로 생강을 달여 먹었다.
생강은 날씨가 더운 열대지방이 원산지다. 천 년쯤 전에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생강은 우리나라 땅에 적응하여 원산지나 중국에서 나는 것보다 약성이 훨씬 좋아졌다. 토종 생강은 충청남도 서산에서 주로 나는데 맛이 지나치게 맵지 않고 성질이 순해서 오래 먹어도 몸에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은 토종 생강을 약생강이라고 불렀다. 온갖 종류의 염증과 감기, 소화불량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강은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여 온 개량종이다. 개량종은 자잘한 것도 엄지손가락만큼 굵고 토종 생강은 굵은 것도 손가락만큼 자잘하다. 토종 생강은 소출이 개량종의 삼분지 일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가에서 개량종 생강을 심는다. 그러나 개량종 생강은 맛이 너무 독해서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오래 먹으면 몸에 탈이 난다.
생강은 추위와 바람, 습기를 소탕한다
토종 생강은 아주 훌륭한 염증 치료약이다. 온갖 염증에 다 잘 듣는데 특히 소화기관의 염증에 좋다. 위염이나 위궤양에는 생강을 연하게 달여서 한 번에 한 숟갈씩 먹으면 잘 낫는다.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한다. 생강을 연하게 달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심할 때마다 한 숟갈씩 먹으면 뱃속이 따뜻해져서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위염이나 위궤양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낫는다.
겨울철에 추위를 타지 않고 몸을 훈훈하게 하려면 토종 생강으로 생강즙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생강을 얇게 썰어 꿀이나 설탕을 생강 부피의 3분지 1쯤 넣고 버무린 다음 젓가락으로 몇 번 저어주면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생강 속에 있는 즙이 빠져나와서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다. 이렇게 만든 생강즙은 병에 담아두고 수시로 조금씩 먹는다. 맛이 좋아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나게 하며 면역력을 키우고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아주 좋은 약이다.
생강즙을 날씨가 아주 추운 날 산에 갖고 가서 찻숟가락으로 하나씩 먹으면 금방 몸이 후끈후끈하게 더워지고 황소처럼 힘이 난다.
즙을 빼내고 남은 생강조각은 하나씩 꼭꼭 씹어서 수시로 과자처럼 먹는다. 그런대로 맛이 좋다. 병에 담아 두고 젓가락으로 하나씩 꺼내어 한 쪽씩 먹으면 맛도 좋고 몸이 따뜻해지며 기운이 난다.
옛날, 추운 겨울철에 궁궐이나 현청 문앞에서 보초를 서야 하는 사령(司令)들이 생강즙을 먹지 않으면 몸이 춥고 시리고 떨려서 문지기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생강즙을 약한 불로 오래 졸이면 생강엿이 된다. 옛날에 허약하고 기력이 약한 사람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력회복제로 생강엿보다 더 나은 것이 없었다. 생강엿은 한겨울철 몹시 추울 때 산에 올라갈 때 추위를 이기게 하고 지치지 않게 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효능이 있다. 산에서 모닥불도 못 피우고 뜨거운 물도 못 마시고 추워서 덜덜 떨고 있을 때 생강엿을 한 숟갈 먹으면 몸이 난로처럼 더워져서 추위를 모르게 되고 기운이 샘솟듯이 솟아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생강은 추위와 습기, 바람기를 소탕하는데 제일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강엿은 당뇨병 환자들한테 생기기 쉬운 저혈당증에도 최고의 명약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저혈당증이 왔을 때 10분 안에 사탕 같은 것을 먹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생강엿을 갖고 다니다가 저혈당 증세가 나타날 때 먹으면 즉시 저혈당 증세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차츰 당뇨병도 호전된다. 토종 생강을 조금씩 먹으면 당뇨병을 뿌리뽑을 수 있다. 생강은 가장 훌륭한 당뇨병 치료약이기도 하다.
생강을 먹으면 부정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한다
생강은 특별한 향기와 매운 맛을 지니고 있다. 음식에 맛과 향기를 더해 준다. 그래서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양념이다. 요리를 할 때 생강을 넣으면 매운 맛과 향기가 음식 재료 속으로 스며들어 맛과 향기가 좋아진다. 생선이나 고기, 채소를 요리할 때 생강을 짓찧어 넣거나 채로 썰어 넣으면 음식의 맛을 훨씬 돋우어 줄 뿐만 아니라 온갖 독을 풀어 준다. 또 생강은 비린내와 노린내를 없애 주므로 생선을 요리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기도 하다.
생강은 날로 먹거나 익혀 먹을 수도 있고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거나 즙을 내거나 가루로 만들거나 술로 담그거나 말려서 먹을 수도 있다.
‘생선을 요리할 때 생강이 없으면 안 되고, 고기를 요리할 때 간장과 된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또 ‘아침에 일어나서 생강 세 조각을 먹는 것이 산삼을 먹는 것보다 낫다’ 는 말도 있다.
중국 명나라의 약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먼 길을 가거나 산에 오르는 산꾼들이 생강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출발하면 안개와 이슬로 인한 질병을 막을 수 있고 부정하고 나쁜 기운들이 몸속으로 침입하지 못한다.’
생강의 효능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이 전해진다.
‘겨울에 생강만 있으면 추위와 바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겨울에 무를 먹고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어떤 병도 없고 나쁜 일도 생기지 않으며 장수할 수 있다.’
몸이 차가워져서 체질이 허약해지면 찬바람(風寒)이 몸속으로 침입하기 쉽고 이와 함께 온갖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병원균에 감염되면 열이 나고 기침이 나며 머리가 아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상풍(傷風) 감기라고 하는데 몸 속에 있는 찬바람을 몰아내면 감기가 물러간다.
생강을 먹고 나면 땀이 난다. 그것은 생강 속에 들어 있는 강랄소라는 성분 때문이다. 강랄소는 심장과 혈관을 자극하여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액순환을 빠르게 한다. 생강을 먹으면 몸이 후끈후끈하게 열이 나게 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땀구멍이 열려서 땀이 많이 나온다. 땀은 열을 내릴 뿐만 아니라 병원균으로 인해 생긴 독소를 몸밖으로 내보낸다. 곧 생강은 바람과 추위, 그리고 세균으로 인한 독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 좋은 약이다.
생강으로 건강을 지킨 공자와 소동파, 서하객
2천 5백 년 전 공자가 편찬한 <논어(論語)>-향당 편에 ‘불철강식(不撤薑食)’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끼니 때마다 반드시 생강을 잊지 말고 먹어라.’ 는 뜻이다.
공자가 멀리 여행을 갔다가 어느 집에서 음식을 대접받았다. 공자는 생선의 색깔이 변한 것을 보고 하인들에게 상을 물리라고 명령했다. 다만 생강을 함께 먹는 사람만은 그 생선을 먹어도 좋다고 하였다.
공자는 끼니 때마다 생강을 조금씩 먹었고 그 덕분에 73살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그 때부터 민간에서 ‘생강을 조금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 는 말이 생겨났다.
송나라의 문호 소동파(蘇東坡)가 항주(杭州) 지사가 되어 내려갔을 때 서호 호숫가에서 있는 정자사라는 절에서 나이가 80살이 넘은 한 노승을 만났다. 노승은 40여 살 정도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고 몸이 매우 강건했으며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소동파는 그 노승한테 늙지 않고 오래 사는 비결을 물었다. 노승은 생강을 40년 동안 먹은 덕분에 늙지 않을 수 있었다고 대답하였다. 소동파는 그 노승한테서 생강으로 연년익수(延年益壽)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얻었다.
‘생강을 갈아서 즙을 내어 항아리 속에 넣어 가라앉힌다. 윗층에 있는 노랑색 물은 걷어내어 버리고 바닥에 가라앉은 희고 진한 즙을 모아 그늘에서 말려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강유(薑乳)’라고 부른다. 생강 한 근에서 한 냥쯤의 강유가 나온다. 강유에 밀가루를 3배쯤 넣어 골고루 섞은 다음 수증기로 쪄서 떡을 만든다. 이 떡을 날마다 빈속에 한두 개씩 먹는다. 오래 먹으면 온갖 병이 물러가고 수명이 늘어난다.’
서하객(徐霞客)은 중국 역사상 가장 걸출한 여행가이다. 그는 중국의 명산대천을 30년 동안을 걸어서 여행하면서 중국 기행 문학 중에서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서하객유기(徐霞客遊記)>라는 책을 남겼다. 서하객이 여행을 하는 동안 가장 위험한 것은 질병에 걸리는 것이었다. 서하객은 괴나리봇짐 속에 반드시 생강을 넣어서 갖고 다녔다. 그는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강 한 조각을 입에 넣고 껌을 씹듯이 씹어서 먹는 버릇이 있었다.
서하객은 산속이나 들에서 노숙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노숙을 할 때마다 서하객은 생강탕을 끓여 마셨기 때문에 감기를 비롯한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한겨울의 문턱에서
찬바람이 솔솔 하니
매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여
화끈한 그 맛이
농익은 여인 같구나!
한 모금에
입술을 적시니
아따! 고 입술 달콤하고
아랫도리가 후끈하니
온몸을 데우는구나!
어어! 옹녀로다.
변강쇠가 예 있구나!
본시 뿌리에서
울어 나오는 맛이
고것이 참맛이로고
훨훨 감기야! 물러서라!
열혈청춘 나가신다.
눈밭에 내 뒹굴어도
요 기운에 안 춥겠다.
조강지처 눈 흘긴다.
무슨 질투가 그리 많나!
마음으로 간음하는 자도
그 죄가 있음이냐!
생강차 한잔에 여는 기분
오호!
흥취에 웃음 껄껄
생강차/임인규
생강으로 벙어리를 고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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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간의학자이며 숨은 명의인 최극호 선생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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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처녀가 오후 한 시경에 잦아 왔다. 이미 초여름 더위라 한낮에 뙤약볕을 쬐며 걷는다는 것은 상당히 더웠다. 그녀는 얼굴에 흘러 내리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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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생리불순 약으로 다섯 첩만 지어주세요! 한 첩에 얼마죠?”
“백 오십원이요. 나이가 몇 살이죠?”
“열 아홉이요. 우리 나이로요.”
“그럼 언제부터 생리통이 있었어요?”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한 2년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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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이는 나이와 이름을 묻고 노트에 기재해 놓고 조경종옥탕(調經種玉湯)이라는 약 다섯 첩을 지어서 그녀에게 주면서 하루에 두 첩 한 첩씩 달여서 오전 오후에 나눠서 먹고 그 두 첩의 약 찌거기를 합해서 재탕을 해서 저녁에 복용하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약을 달여서 먹는 도중에 귀가 심하게 아리더니 느닷없이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 처녀 어머니는 그 벙어리가 된 자기 딸을 데리고 환이한테 왔다.
멀쩡했던 내 딸이 당신 약을 먹다가 벙어리가 됐으니 빨리 정상으로 고쳐 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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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내 딸 고쳐 내! 내 딸! 멀쩡했던 내 딸이 당신이 지어준 약을 먹다가 이렇게 벙어리가 되었으니 당신! 당신이 고쳐 내!”
하고 울음섞인 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
환이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 세상에 그런 부작용이 나는 약도 있답데까? 어디 천지 사방에 다가서 물어보시오. 그 약이 그런 약인가?”
그렇게 그녀 어머니에게 말을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작정 자기 딸을 고쳐 내라고 떼를 썼다. 느닷없이 조용했던 약방에서 싸움소리가 나니까 사람들이 무슨 구경굿이라도 난듯 그 싸움굿을 보려고 우르르 하니 몰려들었다.
어린애들 아주머니들 그리고 동네 어른들. 거기에는 정영감도 있었고 이장 김만두도 있었다. 약을 네 첩 먹고 나서였다.
그 처녀가 귀가 사정없이 아리드니 그만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됐다고 하소연을 했다.
듣다 듣다 참지 못한 김만두 이장이 그 아주머니한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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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 안 된 말씀이고 순 어거지이니까 그러시지 마시고 지금 빨리 따님 데리고 큰 병원에나 가 보세요. 그리고 그 한 첩 남은 그 약을 증거물로 잡고 검사해 보세요. 그리고 거기서 그 약이 그럴 수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 손해 배상을 법적으로 청구하세요! 그것이 좋겠네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지금 빨리 따님 데리고 큰 병원에 가 보세요!
지금 여기서 그렇게 어거지 써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러세요 아주머니. 여기서 그렇게 어거지 쓸 일이 아니구만. 그렇게 어거지 쓴다고 될 일이 아니여. 순리대로 해야지. 그럼 못 써. 혹여 침을 잘못 놨다면 몰라도 그런데 침은 한 방도 안 맞았다며? 무슨 약이 벙어리가 될 약이 있어? 그럴라니까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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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인 김만두가 그렇게 한 마디 하니까 이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나서서 웅성웅성 환이 편을들어서 한 마디씩 했다. 또 어떤 아주머니는 어디서 와서 그 경우에도 없는 행패를 부리려 하냐고 그녀에게 싸울 듯이 대들었다.
‘아이 분통이 터질라고 해서 못 참겠네’ 하고 두신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동네 아주머니들이 벌떼 같이 환이 편을 들어 싸울려고 나서니까 그 처녀의 어머니도 기가 꺾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 처녀의 어머니는 신세타령조로 아예 맨 땅바닥에다 털썩 두 다리 뻗고
“아이고 이제 난 어찌할꼬? 이 신세를 어찌할꼬 잉!”
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독천이고 영암읍이고 안 가 본 게 아니여. 어디 병원으로 가면 좋을거나 하고 물어서 찾아 가 볼라고. 다 다녀보고 나서 왔어. 어디가 벙어리 고쳐 주는 병원이 다 있다요? 하고 갈 곳도 없다는 거여. 이 우리나라에 이 벙어리 고친다는 병원은 난 못 들어봤다고 다들 그래. 그래서 여기로 온 거여. 큰 병원 큰 병원 하지만 큰 병원 무슨 과로 가냐 이 말이여. 아이고 이 신세를 어쩔거나. 내 딸 벙어리를 치료해 줄 의사가 이 세상에는 없으니 내 딸 신세를 어쩔거나 응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내 신세를 어쩔거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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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머니는 그렇게 마당 한가운데에서 두 발을 쭈욱 뻗고 신세 한탄을 하면서 대성통곡을 했고 말 못하는 그 갑자기 벙어리가 된 그녀는 눈물젖은 눈으로 환이를 빤히 처다보고만 있었다.
환이는 그녀의 눈빛이 애처러웠다. 여기서 내가 못 고친다고 내쫓으면 그녀는 평생을 그렇게 벙어리로 살 것이 아닌가? 아무리 내가 좋은 약을 줬다고 해도 내가 약을 잘못 줘서 그 약 부작용으로 자기가 벙어리가 됐다고 생각하고 나를 원망하면서 평생을 그렇게 살 것 아닌가. 그녀가 불쌍했다.
“아주머니 그럼 따님을 여기 맡겨놓고 가세요! 제가 한 번 고쳐 볼게요.”
“아니 어쩌려고?”
이장 김만두는 환이를 못마땅한 결정을 했다는 투로 그렇게 말했다.
정영감 역시 환이가 답답한 사람이라고 아 이 참 원 답답해서 하고 혀를 차면서 가셨다.
마당에 가득했던 동네 아주머니들도
“아니 세상에 완전히 벙어리가 됐드만 벙어리가. 아니 그런 벙어리를 어떻게 고친담. 그런 벙어리를.”
하고 부인들은 두신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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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열 아홉살 먹은 처녀는 환이가 거처하는 옆 방 이장 만두씨 아이들이 공부하던 공부방에 거처키로 하고 그녀 어머니도 다음다음 장날에 들리마 하고 자기 딸에게 말하고서 거기를 떠나고 해는 저물었다.
해는 서산으로 붉은 저녁 노울의 여운을 길게 남기고 넘어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환이는 그날 저녁부터 벙어리를 고칠 수 있는 약이 어디에 기재되어 있는지 다 찾아 보았다. 의서들을 여기저기 찾아보느라고 의서란 의서는 다 내려놓고 뒤적거렸다. 그렇지만 마땅한 처방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병들은 그 수많은 처방들이 있는데 벙어리 치료에 대해서는 많은 선배들이 아마도 관심 밖이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치료의 결과가 안 좋았던 모양이라고 환이는 생각했다.
그러나 반신불수 즉 뇌출혈로 한쪽 뇌의 운동신경이 출혈로 인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수 없이 많은 처방이 있고 침치료법이 있고 구안와사 즉 얼굴이 비틀어진 현상도 치료법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말 못하는 것도 똑 같은 신경마비 현상인데 왜 그 벙어리 치료에 대해서눈 선배들이 그렇게 무관심 했을까?
왜 그토록 그 병에 데한 족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환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치료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중풍, 즉 반신불수 치료나 아니면 그 삼차신경마비 얼굴이 반쪽 신경마비가 되는 거나 그 치료법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 한 곳에 불언증(不言症) 해 가지고 복령보심탕(茯笭補心湯)이 있었다. 야 이거라도 써 보자 환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복령보심탕을 첩약으로지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달여서 그 처녀에게 주었다. 그 처녀도 열심히 주는 대로 잘 먹었다. 그러나 약 이 한 제가 다 먹어가도 요만큼도 그 벙어리가 치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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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어디서 벙어리를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 봤는가?”
어느 날 정영감이 환이에게 물었다.
“네 듣긴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하도 황당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환이 머리에 섬광처럼 무엇이 스쳤다. 그렇다. 생강 바로 생강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 때 익화 선생은 지리산 쌍계사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역술을 공부하려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 때가 아마 겨울 어느 날인것 같았다. 대밭에서 묏새들과 삔치들이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참새들이 그렇게 떼지어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것은 어디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바람이 무섭게 불어 오는데도 새들은 싸웠다. 몇 날 며칠을 걸려서 전쟁을 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새들이 죽어서 대밭이 새들의 시체로 수두룩했다. 큰스님은 중들을 시켜 그 죽은 새의 시체를 가마니에 담아 땅에 묻으라고 했다. 날마다 수십 가마니씩 죽은 시체를 주어다 묻었다. 그 치열한 새들의 전쟁은 한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게 무슨 징조일가요?”
“글쎄요. 아마도 큰 전쟁이 일어날 모양입니다.”
늙으신 큰스님은 익화선생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 후 몇 년 뒤 대동아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익화선생은 그 절 다른 방에 어떤 젊은 여인이 와 있는 걸 보고 큰스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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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저 방에 저 젊은 여인은 누군데 왜 하필 이 절에 와 있을까요?”
“네 참 딱한 여인입니다. 저 젊은 여인은 여수에서 기생을 했던 사람인데 갑자기 벙어리가 돼서 백방으로 고쳐 보려 했지만 아직 못 고쳤고 저렇게 혼자 여기 산사에 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의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한 번 이야기를 해 볼게요.”
“아 그러시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말을 전혀 못해서.”
“귀는 들린답니까?”
“네 귀는 이상이 없나 봅니다.”
“네 그럼 됐어요. 제가 말로 묻고 글로 답하라고 하면 됩니다.”
“아 그럼 되겠네요. 그럼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길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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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화선생은 그녀와 늘 만났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딱히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혹 무슨 음식을 가장 즐겨 드셨는지요?”
하고 익화가 묻자 그녀는
“많이 먹진 못했지만 저는 꿩고기를 가장 즐겨 먹었습니다. 늘 자주 먹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꿩? 꿩이라고?”
그래서 익화는 꿩에 대해서 몇날 며칠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떤 답이 나오질 않앗다.
그래서 하루는 꿩을 잡아다가 배를 따 봤다. 꿩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걸 알아보려고 배를 따 보니 꿩의 뱃속엔 끼무릇 즉 한약으로 쓰는 반하(半夏)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독한 반하를 꿩은 먹고 살았다. 아마 그녀는 반하독으로 인해 벙어리가 된 것이 아닐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반하독은 생강으로 해독한다. 반하를 법제하려면 생강즙에 담근다. 하고 익화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매일 매일 생강즙을 들게 했다. 그녀는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한 석 달 후 그녀는 말이 터졌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까마귀 울음소리처럼 크고 탁했다.
그런데 계속 그 생강즙을 먹이니까 나중에는 본래의 자기 음성으로 돌아왔다. 기생은 그렇게 해서 병이 나아서 여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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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그 기생이 말 한 필을 보내 왔다. 그 말을 타고 여수로 와 달라는 초청장과 함께. 익화선생은 별로 반갑지 않았다. 그녀의 벙어리 신세를 면하게 했다는 것이 별로 자랑할 만한 의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의 특수한 상황은 일반적인 것이 못 되며 어디 꿩고기 먹고 벙어리 된 사람이 이세상에 또 있을 리도 없지 않은가. 익화 선생은 그녀가 벙어리가 된 것은 꿩고기를 먹어서 반하독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부처님 뜻으로 그러한 인연을 익화와 맺어 줬기에 그런 결과겠지. 그져 부처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면 됐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것은 다 하늘의 뜻이 닿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를 그리로 보냈고 그녀 역시 나를 만나려고 거기 와 있었던 거야. 그래서 그녀의 벙어리가 나은 거지.”
익화선생은 늘 그 인연이란 걸 강조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 하늘의 징조인 그 새 떼들의 치열했던 싸움은 머지않아 대동아 전쟁이 일어날거라는 하늘의 메시지였다고 악화 선생은 말씀하셨다. 이렇듯 익화선생은 운이니 인연이니 하는 운명을 중시하시는 역술 신봉자이셨다.
아마 익화선생이 ‘벙어리는 생강으로 치료할 수 있어. 내가 생강을 먹여서 벙어리를 치료한 경험이 있지.’ 하고 이야기를 했다면 환이는 생강에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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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익화선생의 진실된 진리는 부처님의 그 인연이라는 흑막 속에 가려지고 말았다. 그생강의 효능은 반하의 제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강의 독특한 통혈 통기 통맥의 효능에 있었다는 사실을 익화 선생은 몰랐다. 그러나 생강의 효능으로 막혔던 혈맥이 통해서 그 여수 기생 벙어리가 나았을 거라고 환이는 생각했다.
“안 가시면 되겠습니까?”
“타고 오시라고 말까지 보내 왔는데 그 중생도 마음의 짐을 덜어 줘야지요. 그녀에게 은혜를 보답하지 못했다는 평생 한을 심어 주시렵니까?”
하고 말하는 그 쌍계사 큰 스님의 권유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익화는 그 말을 타고 여수에 갔다. 여수에 도착하자 한 60여 명의 기생들이 마중을 나와 차례차례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익화선생을 가마에 태웠고 그 가마 뒤에는 줄을 맨 60여 명의 기생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그야말로 시가 퍼레이드를 벌였던 것이다.
여수 시민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깜작 놀라 모두 구경을 나왔다. 선생은 그렇게 그 여수 기생들의 그 정성어린 그 융숭한 대접을 받고 3일 후 그 쌍계사 절로 돌아왔다. 그 말씀을 익화선생은 자기 일생일대에 가장 화려했던 클라이막스 였다고 늘 자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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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생강 생강이다.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그 벙어리 처녀에게 먹인단 말인가? 환이는 생각했다. 생강은 맵다. 그 매운 맛을 이용하여 만든 약이 대건중탕이다. 대건중탕은 그 매운맛이 알싸한 천초 즉 고기잡을 때 쓰는 제피나무 열매를 생강 말린 것 즉 건강과 함께 인삼을 약간 넣고 달여서 그 물에 엿을 녹여 달게 마시는 약이다. 강력한 통혈맥의 작용이 있고 그 강한 매운 맛 때문에 급성맹장염이나 복막염이나 장협착증의 통증 그리고 회충을 죽이는 약이다. 대건중턍에 들어있는 천초는 생강보다 강한 매운 맛으로 막힌 구멍을 뚫고 나가는데 훨씬 강하고 예리하다.
그래서 엿 같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완화제를 넣지 않으면 입 안부터 쏵 훑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입안이 다 벗겨질 수가 있다. 그래서 엿을 넣어 마신다. 환이는 그렇게 약을 지어서 그녀에게 줘 보기로 마음 먹고 대건중탕을 지었다. 저녁에 한 첩을 달여 복용시키고 아침에 또 한 첩을 복용 시켰다.
그 약은 자극성이 강하므로 꼭 식후에 먹였다. 그 처녀는 성이 조가였다. 그래서 환이는 그녀를 ‘조양! 조양!’ 하고 불렀다. 조양은 약을 착실히 잘 먹고 있었다. 대건중탕(大建中湯)은 천초 20g 건강 20g 인삼 5g 그리고 엿이 들어간다.
조양은 날마다 바깥으로 놀러 다녔다. 말을 못 하는 것 외 다른 곳은 다 이상이 없이 건강했으므로 때로는 김만두 이장님의 막내 늦동이를 업고 마실에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식사 때면 함께 밥상머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어느 날 환이는 그가 벙어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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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 조양집 식구는 몇이지?”
하고 물었다.
“다섯이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누구 누구?”
하고 환이는 또 물었다.
“오빠 내외하고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나하고 해서 다섯이요.”
“아이 이것이 말을 해야!”
옆에 있던 주모가 놀라 소리를 쳤다.
“아!”
환이도 그녀도 다 같이 놀랐다
아 조양이 벙어리였지. 그걸 환이와 조양은 다 같이 몰랐다. 실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단 대건중탕 두 첩에 말문이 터졌다. 세 번 째 약은 달이기는 했지만 아직 먹지 않은 상태였다. 참으로 신비로운 효과였다. 그녀는 말문이 터졌고 그 날이 마침 장날이어서 오후에 그녀 어머니니가 세 번째 혹시 어쩐가 하고 딸이 있는 환이 약방을 들렸다가 말을 하는 딸을 보고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장에 갔다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서 일어난 일이다. 실로 눈물겨운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