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동안 햇볕을 받아 빨갛게 익은 고추에는 태양의 양기가 가득 쌓여 있다. 고추는 양기의 상징이며 결정체다. 양기는 음기를 내쫓는다. 고추를 먹으면 피가 뜨거워지고 백절불굴의 용기와 정열이 솟구친다. 고추를 잘 먹으면 열혈남아의 기질이 생긴다. 고추의 매운맛은 온갖 나쁜 기운과 귀기, 음기를 내쫓는다.
고추의 매운맛은 정신과 몸을 일깨우는 가장 훌륭한 자극제이다. 고추의 매운맛은 위와 장, 뇌를 비롯한 몸의 모든 세포들이 깨어 일어나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자극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말이 있다. 고추는 게으르거나 잠자고 있는 세포를 깨워서 열심히 일하라고 채찍질을 한다.
맵고 짜게 먹으면 우울증·불면증 사라져
고추를 많이 먹으면 몸과 정신이 부지런해진다. 고추는 잠들어 있는 신경과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고추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열적이다. 맵지 않은 피망이나 파프리카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 고추는 매운 것이 본분인데 본분을 잃어버린 것은 기능이 없다. 가짜한테서 진짜의 효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고추의 매운맛이 혀끝을 자극하면 말초신경이 대뇌에 신호를 보내고 대뇌에서는 즉시 온몸을 경계 태세로 돌입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침과 땀이 많이 나온다. 위와 장이 활발하게 운동하고,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한다. 매운 고추를 많이 먹을수록 엔도르핀이 더 많이 나온다.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 캅사이신(capsaicin)은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물질이다.
고추는 맛이 맵고 성질이 뜨겁다. 맵고 뜨거운 것은 침투하는 힘과 발산하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매운 고추는 훌륭한 인경약이고 발한제다. 고추는 몸속에 있는 사기(邪氣)와 한기(寒氣)를 몸 밖으로 몰아낸다.
매운 고추를 많이 먹는 사람들한테는 병이 없다. 성격이 매우 발랄하고 깨끗하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없다. 우울증이나 정신병 환자들은 그 대부분이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을 매우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에는 매운 고추나 후추 같은 것을 먹으면 잘 낫는다.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대개 정의감이 강하다. 마음이 뜨거우므로 의협심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배신하는 사람이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거침이 없다. 마음속에 감추는 것 없이 자신을 모두 드러낸다. 우울증이나 불면증, 정신병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 하여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음식을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다.
매운 고추를 익혀서 먹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입 안이 헐거나 상하지 않으며 미각이 더욱 민감해진다. 달콤한 것을 먹으면 미각이 둔해지지만 매운 것을 먹으면 미각이 활발하게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침이 잘 나오고 소화액이 많이 나오며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 된다.
고추는 혈액순환에도 아주 좋다. 하지만 매운 고추는 절대 날것으로 먹으면 안 된다.
세포에 상처를 입힌다. 매운맛이 나는 성분의 입자는 그 끝이 바늘처럼 날카롭다.
매운 고추를 날것으로 많이 먹으면 위장의 점막이 파괴되고 미세한 뇌신경이나 시신경에 염증을 일으켜서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이 없어지며 오래 먹으면 치매가 온다. 또한 기관지염, 치질, 인후염, 위염 같은 병이 잘 생긴다.
하늘을 찌르듯 하늘을 향해 빳빳하게 서 있는 멕시코 고추나 월남 고추 같은 것은 좋지 않다. 이런 고추는 오직 매운맛밖에는 다른 맛이 거의 없다. 끝이 뾰족한 고추를 브라질이나 멕시코에서는 ‘마귀고추’라고 부른다. 끝이 하늘을 찌르듯 뾰족한 고추를 많이 먹으면 열이 위로만 솟구쳐 올라서 고혈압, 중풍, 심장병 같은 것이 생기고 몸이 바싹 말라서 몰골이 마귀처럼 흉해진다.
매운 고추는 암세포를 죽인다
매운 고추는 고추장이나 김치, 젓갈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 때 넣어서 발효하여 먹거나 반드시 끓여서 익혀 먹어야 한다. 고춧가루는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넣어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매운 고추를 가열해 익히거나 김치나 고추장을 담가서 발효하면 미생물들이 캅사이신 성분을 분해해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입자를 잘라내어 뭉툭하게 만든다. 창날처럼 날카로운 것을 망치처럼 만드는 것이다. 같은 힘을 가지고 바늘로 찌르면 상처가 깊게 나지만 손바닥으로 두드리면 가볍게 마사지를 하는 것과 같은 법이다.
매운 고추는 암세포의 천적(天敵)이다. 고추에 들어 있는 매운맛 성분은 몸속에 있는 암 세포를 비롯한 기형 세포를 파괴한다. 암세포는 4차 기형세포이다. 정상적인 세포가 악랄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란을 일으켜서 1차, 2차, 3차를 걸쳐 4차 기형세포가 되면 마치 불사신처럼 되어 끝없이 분열을 계속하는데 이것이 바로 암세포이다.
매운 고추는 훌륭한 암 치료약이다. 암세포는 매운 고추를 아주 싫어한다. 그러나 맵지 않은 고추는 소용이 없다. 매운 고추는 암세포에 영양 공급을 차단한다. 암세포는 육식성이고 혐기성이다. 암은 불량한 단백질과 설탕을 많이 먹는 데서 오는 병이다.
고기와 설탕을 먹으면 암세포가 아주 잘 자라고,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하고 미네랄이 많은 알칼리성 음식을 먹으면 암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팀은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해서 죽이는 효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폐암과 췌장암 세포를 배양해 고추 추출물에 넣어 고추 추출물이 어떻게 암세포를 죽이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캅사이신은 암세포만 죽일 뿐 건강한 세포에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노팅엄대학의 티모시 베이츠(Timothy Bates) 박사는 암 환자들에게 매운 음식을 많이 먹도록 권장했다. 암 환자는 매운 것을 많이 먹되 반드시 소금으로 발효해 푹 익힌 고추 곧 고추장이나 김치를 많이 먹어야 한다.
고추에는 비타민 C와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carotene)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고추에는 비타민 B군이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B6이 많다.
고추에는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철분이 풍부하다.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s)라는 성분이 암세포를 죽이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은 암세포가 생기지 않게 하고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형이 되지 않게 한다.
지방 분해·당분 분해 효능
학자들은 캅사이신이 몸무게를 줄이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고추는 세포가 운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자극해 열을 발산시킨다. 고추는 잘 먹으면 당뇨병을 예방하고 고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같이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적게 나와도 당분을 잘 분해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고추의 캅사이신은 진통제나 마취제 같은 역할도 한다. 관절의 통증과 헤르페스 감염으로 인한 통증, 당뇨병성신경병, 유방절제 수술 후의 통증, 두통 등 갖가지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캐나다의 퀘벡에 있는 라발대학교(Laval University) 연구팀은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같이 먹는 사람들은 고추를 전혀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하루에 1,000㎈ 이상의 열량을 더 소모한다고 발표하였다.
매운 고춧가루를 절대로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김치나 고추장 같은 것을 담가서 먹거나 찌개나 국 같은 것을 끓일 때 넣어 익혀 먹어야 한다.
고추는 심장박동을 왕성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잘되게 하여 몸무게를 줄인다.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 지방을 빨리 분해해 태워 없앤다.
매운 고추는 혈압을 낮춘다. 미국 심장협회에서는 고추 100g에 26㎈로 열량이 낮고 지방이 거의 없어서 스트레스를 없애고 몸무게를 줄이는 데 매우 좋은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비만증으로 인한 살집은 기형세포가 모인 것이다. 기형세포는 세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날마다 먹고 잠만 자고 말썽만 부릴 뿐이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은 기형세포의 세포벽을 깨트려서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잘 익은 고추장과 김치는 아주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고추는 훌륭한 청혈제이다. 고추는 피를 잘 돌게 하고 피를 깨끗하게 한다. 매운 고추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춘다. 미국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퍼시픽 웨스턴 대학교(Pacific Western University)의 영양학 교수 얼 민델(Earl Mindell)은 ‘동물 실험에서 매운 고추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준다’고 영국 영양학회지에 발표했다.
매운 고추는 혈액 속에 포함되어 있는 필요 없는 지방을 연소시켜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고추에 들어 있는 ‘케르세틴(quercetin)’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LDL(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낮추고,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여 주며, 트리글리세리드 곧 중성지방을 분해한다. 그래서 고추를 먹으면 기름기 많은 음식이 먹기 싫어진다.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 고추는 ‘심장과 비장으로 들어가며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한기를 몰아내며 위(胃)를 열고 식욕을 좋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고추는 영양 가치가 높다. 특히 비타민 C와 비타민 A,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섬유질과 칼슘과 인과 철분과 베타카로틴과 니코틴산과 레몬산과 주석산과 사과산 등이 들어 있다.
고추에서 캅사이신을 추출해 안면신경통과 건선(乾癬), 인선(鱗癬),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고춧가루를 늘 조금씩 먹는 사람은 건강하다. 여간해서는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걸렸다 할지라도 금방 낫는다.
매운 고추는 발산하는 작용이 있다. 매운 고춧가루를 먹으면 땀이 많이 난다. 여름철에 고춧가루를 먹으면 땀이 많이 나와서 열을 식히는 데 좋다. 더운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음식을 맵게 먹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겨울철에 고춧가루를 먹으면 몸속에 쌓여 있는 한기를 몰아낸다. 병원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하므로 감기를 예방한다. 동상이나 사지궤양, 관절염, 만성 요통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온갖 종기를 삭이는 효능도 있다.
고춧가루 6g과 진피 6g을 35℃ 이상의 증류주 500g에 일주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한 번에 2g씩 하루에 세 번 마시는 한편 아픈 관절 주위에 발라 주면 관절염과 요통, 신경통의 통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이 음허화왕(陰虛火旺) 상태가 된다. 기침을 하거나 눈병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먹지 말아야 한다.
<약성고(藥性考)>에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화기(火氣)가 동하여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했다. 매운 고추를 오래 먹으면 치질, 치통, 인후염 같은 것이 생긴다.
고춧가루는 자극이 강하므로 구강, 식도, 위장, 항문 등의 소화기관에 있는 점막에 자극을 주어 충혈되게 한다.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소화액이 너무 많이 나오고 몸이 퉁퉁 부으며 위장의 연동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서 위경련이 생기기 쉽다. 만성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만성결장염, 고혈압, 각혈, 눈병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요도염, 간염, 기관지염, 인후염, 치질 같은 염증이 있는 사람도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추의 알칼리성 성분, 강력한 진통 효과
최근 일본의 과학자들은 고추에 진통작용이 있는 알칼리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른 고추에 통증을 멎게 하는 물질이 0.15~0.65% 들어 있다.
고추에서 추출한 알칼리성 성분을 흰쥐의 척수 신경에 주입했더니 신경전도 물질의 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됐다. 고추의 알칼리성 성분은 진통 효과가 강력할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말기 암 환자들한테 고추의 알칼리성 성분을 진통제로 써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추 명절 고추 잔치
각 나라와 민족마다 고유의 명절이 있다. 세계의 수많은 명절 중에 독특한 것으로 ‘고추 명절’이 있다. 미국 뉴멕시코 주 산타페(Santa Fe)에서는 해마다 9월 5일을 ‘고추의 날’로 정하고 고추 잔치를 벌인다. 이 날에는 갖가지 고추의 품종을 전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추로 만든 음식들을 선보이고 고추로 갖가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며 고추를 원료로 하여 만든 술이나 음료 같은 것들의 품평회가 열린다.
고추의 원산지는 남미다. 15세기 스페인 탐험대가 태평양을 건너 동남아 인도네시아 등에 고추를 전파했다. 그 뒤로 고추는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이 때부터 고추는 많은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되었다. 고추는 가지과에 딸린 풀로 열대지방에서는 여러 해를 살고 온대지방에서는 한 해를 살고 말라 죽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추의 품종은 7천 가지가 넘는다. 크기가 가장 작은 고추는 멕시코의 ‘완두고추’이며 가장 큰 고추는 미국에서 나온다. 가장 끝이 뾰족한 고추는 브라질 중부에서 생산되는 ‘마귀고추’다. 그 외에 단고추, 우유고추, 향고추 등 품종이 많다.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 고추는 ‘심장과 비장으로 들어가며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한기(寒氣)를 몰아내며 위(胃)를 열고 식욕을 좋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되게 한다’고 적혔다.
고추는 영양 가치가 높다. 특히 비타민 C와 비타민 A와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섬유질과 칼슘과 인과 철분과 베타카로틴과 니코틴산과 레몬산과 주석산과 사과산 등이 들어 있다.
고추에서 매운 맛이 나는 성분인 캅사이신(Capsaisin)을 추출하여 안면신경통과 건선(乾癬), 인선(鱗癬),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질환 등을 치료하는데 쓴다.
고춧가루를 늘 조금씩 먹는 사람은 건강하다. 여간해서는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걸렸다 할지라도 금방 낫는다.
매운 고추는 발산하는 작용이 있다. 매운 고춧가루를 먹으면 땀이 많이 난다. 여름철에 고춧가루를 먹으면 땀이 많이 나와서 열을 식히는데 좋다. 열대지방사람들이 대부분 음식을 맵게 먹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겨울철에 고춧가루를 먹으면 몸속에 쌓여 있는 한기(寒氣)를 몰아낸다. 병원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하므로 감기를 예방한다. 동상이나 사지궤양, 관절염, 만성 요통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온갖 종기를 삭이는 효능도 있다.
관절염과 요통, 신경통에 고춧가루 6g과 진피 6g을 35도 이상의 증류주 500g에 일주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한 번에 2g씩 하루에 세 번 마시는 한편 아픈 관절 주위에 발라주면 통증이 사라진다.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이 음허화왕(陰虛火旺)의 상태가 된다. 기침을 하거나 눈병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먹지 말아야 한다.
<약성고(藥性考)>에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화기(火氣)가 동하여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하였다. 매운 고추를 오래 먹으면 치질, 치통, 인후염 같은 것이 생긴다.
고춧가루는 자극이 강하므로 구강, 식도, 위장, 항문 등의 소화기관에 있는 점막에 자극을 주어 충혈되게 한다. 고춧가루를 지나치게 먹으면 소화액을 너무 많이 나오고 몸이 퉁퉁 부으며 위장의 연동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서 위경련이 생기기 쉽다.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 12지장궤양, 만성결장염, 고혈압, 각혈, 눈병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요도염, 간염, 기관지염, 인후염, 치질 같은 염증이 있는 사람도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매운 고추나 고춧가루를 날것으로 먹으면 위에서 말한 대로 여러 가지 해롭거나 탈이 생길 수 있지만 고추장, 김치, 젓갈 같은 염장 발효식품을 만들 때 넣어서 잘 발효된 것은 몸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과학자들은 고추에 진통작용이 있는 알칼리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통증을 멎게 하는 물질은 마른 고추에 0.15%에서 0.65%가 들어 있다. 흰쥐의 척수 신경에 고추에서 추출한 알칼리성 성분을 주입하였더니 신경전도 물질의 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고추 알칼리성 성분은 진통 효과가 강력할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장저이 있다.
일본에서는 말기 암 환자들한테 고추의 알칼리성 성분을 진통제로 써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운 고추는 암세포를 죽인다
열혈남아들은 매운 맛을 좋아한다. 반대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은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다. 매운 것을 먹으면 성격이 호탕해진다. 싸움닭한테 고추장을 먹이면 용감무쌍해진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은 영웅호걸이 될 수 없다.
매운 고추는 암세포의 천적(天敵)이다. 고추에 들어 있는 매운 맛 성분은 몸 속에 있는 암 세포를 비롯한 기형 세포를 파괴한다. 암 세포는 4차 기형세포이다. 정상적인 세포가 악랄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란을 일으켜서 1차 2차 3차를 걸쳐 4차 기형세포가 되면 마치 불사신처럼 되어 끝없이 분열을 계속하는데 이것이 바로 암세포이다.
매운 고추는 훌륭한 암 치료약이다. 암세포는 매운 고추를 아주 싫어한다. 그러나 맵지 않은 고추는 소용이 없다. 매운 고추는 암 세포에 영양 공급을 차단한다. 암 세포는 육식성이고 혐기성이다. 암세포는 단백질과 설탕을 먹고 자란다. 암세포는 고기와 설탕을 좋아하고 산소를 아주 싫어한다. 암은 불량한 단백질과 설탕을 만이 먹는 데서 오는 병이다. 고기와 설탕을 먹으면 암 세포가 아주 잘 자라고,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하고 미네랄이 많은 알칼리성 음식을 먹으면 암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굶어죽는다.
영국 노팅엄대학교(The University of Nottingham) 연구팀은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매운 맛 성분인 캅사이신(capsaicin)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하여 죽이는 효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노팅엄 대학 연구팀은 폐암과 췌장암 세포를 배양하여 고추 추출물에 넣어 고추 추출물이 어떻게 암세포를 죽이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고추에 들어 있는캅사이신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를 공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캅사이신은 암세포만 죽일 뿐 건강한 세포에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노팅엄 대학의 티모시 베이츠(Timothy Bates) 박사는 암 환자들에게 매운 음식을 많이 먹도록 권장하였다. 암 환자는 매운 것을 많이 먹되 반드시 소금으로 발효하여 푹 익힌 고추 곧 고추장이나 김치를 많이 먹어야 한다.
잘 익은 고추장과 김치는 살집을 빼는데 아주 좋다
고추에는비타민 C와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carotene)이 풍부하게 풍부하다. 고추에는 비타민 B군이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B6이 많다. 고추에는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철분이 풍부하다.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s)라는 성분이 암세포를 죽이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운 고추에 들어있는 캅사이신은 암세포가 생기지 않게 하고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형이 되지 않게 한다.
학자들은 캅사이신이 몸무게를 줄이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고추는 세포가 운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자극하여 열을 발산시킨다. 고추는 잘 먹으면 당뇨병을 예방하고 고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같이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적게 나와도 당분을 잘 분해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고추의 캅사이신은 진통제나 마취제와 같은 역할도 있다. 관절의 통증과 헤르페스조스터(herpes zoster)로 인한 통증, 당뇨병성신경병, 유방절제 수술 후의 통증, 두통 등 갖가지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캐나다의 퀘벡 주에 있는 라발 대학교(Laval University) 연구팀은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같이 먹는 사람들은고추를 전혀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하루에 1000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더 소모한다고 발표하였다.
매운 고춧가루를 절대로 날것으로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김치나 고추장 같은 것을 담가서 먹거나 찌개나 국 같은 것을 끓일 때 넣어 익혀 먹어야 한다.
고추는심장 박동을 왕성하게 하고신진대사를 잘 되게 하여 몸무게를 줄인다.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지방을 빨리 분해하여 태워 없앤다.
매운 고추는 혈압을 낮춘다. 미국 심장 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는 고추 100그램에 26칼로리로 열량이 낮고 지방이 거의 없어서 스트레스를 없애고 몸무게를 줄이는데 매우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비만증으로 인한 살집은 기형세포가 모인 것이다. 기형 세포는 세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날마다 먹고 잠만 자고 말썽만 부릴 뿐이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은 기형 세포의 세포벽을 깨트려서 기형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잘 익은 고추장과 김치는 아주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고추의 매운 맛은 기형 세포를 내시처럼 만들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게 하여 살집을 줄인다.
고추는 훌륭한 청혈제이다. 고추는 피를 잘 돌게 하고 피를 깨끗하게 한다. 매운 고추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춘다.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퍼시픽 웨스턴 대학교(Pacific Western University)의 영양학 교수 얼 민델(Earl Mindell)은동물 실험에서 매운 고추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준다고 영국 영양학회지에 발표했다. 매운 고추는 혈액 속에 포함되어 있는 필요 없는 지방을 연소시켜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고추에케르세틴(quercetin)이라고 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케르세틴은 LDL(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낮추고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여 주며 트리글리세리드 곧 중성지방을 분해한다. 그래서 고추를 먹으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기 싫어진다.
토종고추를 말하다
고추는 중남부 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다. 그 지역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고추 종류가 자라는데, 대부분이 야생이고 재배하는 것은 네 종류의 품종이다. 멕시코나 페루 같은 나라는 ‘고추에 미쳐 있다’고 할 정도로 고추를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다. 이들 나라는 고추를 재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산이나 들에 야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고추를 따서 먹는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 유럽 대륙에 널리 가꾸고 있는 고추는 안눔(capsi-cumannuum var annuum)이라는 품종이고 다른 세 가지 품종은 아메리카 지역에서만 재배한다. 안눔 품종은 품종의 변이가 심하여 피망처럼 큰 것, 가늘고 긴 것, 아주 작은 것, 또 달콤한 것부터 지독하게 매운 것까지 생김새와 맛이 다양하다.
모든 고추 종류가 다 매운 맛이 나는데 단 맛이 나는 것은 안눔 품종 뿐이다. 안눔 품종을 널리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이 남미를 지배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6500~5000년의 지층에서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눔 고추 씨앗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고추는 인류가 가장 먼저 재배하기 시작한 작물의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고대부터 고추의 매운 맛이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 주는 효능이 있고, 밀이나 보리, 옥수수 같이 녹말이 많고 맛이 단조로운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먹으면 훨씬 먹기가 좋기 때문에 향신료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임진왜란 무렵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안눔 품종의 고추는 1493년 콜롬부스가 스페인으로 가지고 온 이후부터 유럽과 아시아에 널리 펴졌다. 처음에는 약용식물이나 관상용으로 심다가 1550년께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퍼져 널리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1592년에서 1600년 사이, 곧 임진왜란 무렵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경로에 대해서는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과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의 두 가지 추측이 있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 이수광(李時光)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고추에는 대독(大毒)이 있다. 일본에서 들어왔으므로 왜개자라고 부르며 더러 재배한다. 술집에서 이것의 맛이 맹렬한 것을 이용하여 혹 소주에 타서 팔기도 하는데, 마시는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였고, 이규경(李圭景)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料文長壽散槁>에서 조선 광해 무오년(光海戊午年 : 1618년)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였다.
민간에서 전해 오는 얘기로는, 임진왜란 때에 일본군들이 우리 민족을 독살하려고 독한 고추를 가지고 왔으나 오히려 우리민족은 그것을 재배하여 고추장을 담가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대화본초(太和本草>나 <물류칭호(物類稱呼)>, <왜훈금(倭訓禁)>, <대화사초(大和事初)>같은 책에는 한결같이 고추를 임진왜란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서 가져왔다고 적혀 있다. 일본에서는 고추가 조선에서 왔으므로 ‘고려후추’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고추가 중국에서 조선으로 들어왔다면 명나라의 이여송이 이끄는 원군이 갖고 들어왔을 것이다.
고추를 전쟁무기로 썼다는 기록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온다. 곧 고추를 태운 연기를 적진에 날려 보내서 눈을 못 뜨게 하고 매운 기침이 나게 하여 혼란을 일으킨 다음에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화생방 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고춧가루를 얼굴에 뿌리는 방법도 있었고, 또 겨울에 전쟁을 할 때에는 발바닥 밑에 고춧가루를 깔아 발이 시리지 않게 하기도 하였다.
고추를 처음에는 고초(苦草), 남만초(南蠻椒), 번초(蕃淑), 당초(唐椒) 또는 신가(新茄)라고 했다. 평안도에서는 당가지(唐茄)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중국에서 가져온 가지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왜겨자고도 하고 지방에 따라 고초, 꼬치, 고쵸, 고츄 등으로도 불렀다.
고추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사백년이 채 안 되지만 우리 겨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일 식품의 하나가 되었다. 어떤 외국인 학자가 우리 겨레를 '고추에 중독된 민족' 이라고 불렀을 만큼 우리 선조들은 고추를 다양하고 슬기롭게 이용하는 방법들을 찾아내어 우리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의 하나로 정착시켰다.
매운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룬 조선고추
고추는 재배하는 지역의 땅이나 기후에 따라 모양, 색깔, 크기, 맛 등에 차이가 많이 나는 작물이다. 또 바람에 꽃가루가 날려 수정이 되는 까닭에 다른 품종과 교잡종이 쉽게 만들어지므로 품종 고정이 매우 어려워 대단히 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재래종 고추만 해도 품종이 3백 가지가 넘는다.
재래종 고추는 열매의 생김새에 따라 열매가 긴 것, 둥근 것, 원뿔형인 것 등으로 나누고, 재배지역에 따라 은평고추, 경산고추, 영양고추, 고성고추, 서동고추 등으로, 쓰임새에 따라서는 영양고추, 풍각고추, 새고추 등으로 나눈다.
요즈음에는 외국에서 여러 가지 고추종자를 들여와 잡종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고 있는데, 이들 개량종 모두를 통틀어 호고추라고 하고 재래종 고추는 조선고추로 불러 구분한다.
재래종 고추는 개량종 고추보다 크기가 잘아서 길이가 6-8센티미터쯤이고 껍질이 얇으며 매운 맛이 강하고 고유의 독특한 단맛이 섞여 있다. 맵되 톡 쏘면서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은은하면서 깊이 있는 매운 맛이 나는 것이 토종 조선고추의 특징이다.
개량종 고추는 길이가 9-11센티미터쯤으로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풋고추 때에는 매운 맛이 별로 없으나 다 익으면 적당하게 매운 맛이 생긴다. 개량종 고추가 껍질이 두껍고 씨앗이 적어 고춧가루가 많이 나므로 요즘은 주로 개량종 고추를 재배하고 토종 조선고추는 찾아보기 어렵다.
토종고추는 재배지역의 명칭을 따서 영양, 천안, 음성, 청송, 임실, 제천, 제주, 정선, 장단, 여천, 진안, 무주, 금산, 강경, 보은 고추 등으로 부르는데 각기 나름대로 고유의 특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 고유의 품종들이 거의 모두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추가 많이 나고 품질이 좋기로 이름난 곳은 경상북도 영양이다. 영양은 '영양 사람은 고추와 담배로 산다'는 말이나 '8월 초순이면 영양 산천이 붉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름난 고추 생산지다. '영양고추'는 빻으면 가루가 많이 나고, 색깔이 선명하게 붉으며, 매우면서도 단맛이 많이 나고, 국에 넣어도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난 것보다 인기가 높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으로 이민을 가서 사는 사람들도 김치를 담글 때만은 우리나라 고추를 수입해서 쓴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 고추의 맛과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재래종 고추에는 미국의 타바스코, 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주메 같은 품종보다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한 배 반쯤, 당분은 세 배에서 다섯 배까지 더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 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수입한 고추는 맵기만 하지 고추 특유의 향기와 단맛이 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풍토(風土)와 기후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중남미나 인도 등 따뜻한 지방에서는 고추가 여러해살이식물로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다.
고추는 꽃 필 때 바람이나 곤충이 수정을 하므로 교잡종이 생기기 쉬우므로 순종을 보존하기가 매우 어렵다. 영양고추를 비롯하여 몇 가지 남아 있는 재래종 고추도 특별히 보존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서 잡종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외따로 떨어진 지역에 영양고추를 비롯한, 토종고추재배단지를 만들어 보존,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고추는 고추장을 담글 때나 김치를 담글 때에 가장 중요한 재료이고, 또 갖가지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는 양념이다. 풋고추는 날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서 먹거나 조림, 볶음, 전, 구이 등을 만들어 먹고 된장찌개를 끓일 때에도 넣고 겉절이에도 넣어 맛을 낸다. 고춧잎도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장아찌로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먹는다.
영양고추를 제일로 알아준다
가을철에 볶은 고추를 시골집 지붕 위에 널어 말리는 모습은 매우 시적인 정경이다. 이렇게 말린 고추를 양건(陽乾)고추, 햇건고추, 태양초라고 한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말리거나, 햇볕이 잘 안 날 때에는 방 안에 불을 때어 말리거나 그늘에서 말리는데, 이를 음건(陰乾)고추라 하며, 제 맛이 안 나므로 값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 요즈음 대량생산을 하는 이들은 전기로 화력건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영양가의 손실이 많고 맛이 떨어지므로 좋지 않다. 고추에는 비타민 C가 모든 채소와 과일 가운데서 가장 많아서 사과의 50배쯤 들어 있으나, 햇볕에서 말리면 70퍼센트쯤이, 그늘에서 오래 말리면 80퍼센트쯤이 파괴된다.
고추의 붉은 색은 ‘캡산친’이라는 성분이고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일종의 알칼로이드이다. 고추에는 단백질, 당분, 지방, 칼슘이 들어 있고, 주석산, 구연산, 사과산 등도 풍부하다. 특히 풋고추와 고춧잎에는 비타민 A와 비타민 B가 아주 많아 우리나라에 유럽에서 흔한 괴혈병, 구루병, 일본에 많은 각기병과 야맹증 환자가 거의 없는 것은 김치와 고추장, 풋고추 등 고추를 사철 먹기 때문이다.
고추는 그 매운맛이 위액을 잘 나오게 하여 식욕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다. 또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며, 회충과 조충을 죽이고, 신경통 류머티스 등에도 약으로 쓴다.
고추는 성질이 크게 따뜻하고 독이 없다. 몸의 습성(濕性)을 없애고 혈기(血氣)를 윤활하게 하며 풍한(風寒)을 방지한다. 또 비린내를 없애고 입맛을 돋우며, 대장을 순조롭게 한다. 그러나 성질이 매워서 몸이 허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건강에 도리어 해롭다. <임원십육지>에서는 고추의 성질이 대온(大溫)하여 매우 맵고, 많이 먹으면 화가 동하고 종기가 생기며 낙태한다고 하였다. 중국 <약용식물사전>에는 고추를 가열성(加熱性) 건위약으로 소화불량, 수종, 장풍(腸風) 등에 쓰며 동상, 신경통, 기관지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썼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타서 훌훌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 땀을 푹 내고 나면 잘 나았는데, 이는 고춧가루가 땀을 잘 나오게 하여 열을 내리므로 몸을 개운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추는 피부를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므로 추운 겨울날에 먼 길을 가거나 산을 오를 때에 씨를 뺀 말린 고추를 잘라 가늘게 썰어 밑에 깔면 웬만큼 추워도 발이 시리지 않다. 군인들이 겨울철에 보초를 설 때 양말 속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신으면 발이 훈훈하여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배를 따뜻하게 하려면 천으로 복대를 만들어 그 속에 고춧가루를 넣는다.
옛날에 추울 때 흙벽을 바를 때 진흙 반죽에 고춧가루를 섞으면 흙이 얼지 않고 바르기도 쉽다고 하였다. 동상에는 고추껍질을 소주에 담갔다가 붙이거나 고춧가루를 밥풀로 반죽하여 종이에 발라서 붙이면 잘 낫는다. 이 방법은 신경통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고추약엿은 궤양과 어혈에 양약
고추는 방부, 살충, 살균 효과가 있어서 마른 고추를 쌀독 밑에 넣어두면 쌀벌레가 잘 나지 않으며, 장롱이나 서랍 속에 넣어두면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 애완용 새나 닭이 병들었을 때에도 고춧가루를 물에 타서 먹이면 잘 낫는다.
고추로 만든 약엿도 소화불량, 위궤양, 어혈, 신경통, 관절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토종 무 20근, 밭마늘 10근, 조선고추 2근, 수수쌀이나 찹쌀 한 되를 넣고 오래 달인 다음, 엿기름을 넣고 당화시켜서 만드는데 고추는 진한 생강즙을 풀어 하룻밤을 재운 뒤에 시루에 쪄야 고추에 있는 독성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 고추 약엿을 아침저녁으로 밥 먹기 전에 한 숟갈씩 먹으면 소화기관의 갖가지 염증과 궤양을 없애며 어혈을 풀고 신경통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조선고춧가루 세 되와 우슬(牛膝) 두 근, 모과 한 근, 또는 백두옹(할미꽃 뿌리) 한 근을 가루 내어 찹쌀 다섯 되와 함께 담가서 먹어도 신경통을 치료하고 어혈을 푸는데 좋은 약이 된다. 갑자기 근육이 마비되어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때에는 조선고춧가루 두세 근을 더운 물에 풀고 그 속에 몸을 담그고 온 몸을 잘 문질러 주면 마비가 풀린다.
農心 되살려야 조선 고추가 산다
고추장과 김치는 우리의 식품문화가 낳은 걸작품으로 발효식품의 극치를 이룬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김치를 담글 때 산초와 젓갈을 쓰던 것이 고추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김치’와 ‘고추장’이라는 위대한 발효식품이 탄생한 것이다. 고추장 가운데 ‘순창 고추장’은 그 청렬한 기운과 감향주(甘喜酒) 같은 향기, 연붉은 빛깔이 천하일품으로 온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겨레의 지혜가 만든 자랑할 만한 유산인 전통 고추장이 재래종 고추가 점차 사라져가면서 그 맥이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해동죽지>에는 순창 고추장을 노래한 시가 있다.
고추로 장 담그는 일
딴 나라엔 없고
오직 우리나라
일미의 음식이라네
그 중에
순창 고추장이야
으뜸가는 맛이지.
우리 민속에 아들을 낳은 집에서 금줄을 칠 때 크고 탐스러운 고추와 숯덩이, 그리고 솔잎을 새끼줄에 끼워서 대문간에 걸었는데, 이는 고추가 사내아이를 상징하는 뜻도 있지만, 고추의 붉은 빛과 독한 맛이 귀신을 내쫓고 악한 것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사음식에 고추를 쓰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믿음 때문이고, 봄철에 간장을 담글 때에 숯과 함께 고추를 띄우는 것도 고추가 부정한 것을 막아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뛰어난 고추에 살균, 살충효과가 있다는 것을 요즈음 과학으로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고추를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고추를 키울 때 농약을 많이 치기 때문이다. 농약을 제일 많이 치는 작물 가운데 하나가 고추다. 농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고추밭에서 농약을 치다가 쓰러졌다거나 고추를 따다가 농약에 중독되어 쓰러졌다는 말이다. 이런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방학을 되어 시골집에 왔던 대학생 아들이 고추밭에서 풋고추 따는 것을 돕다가 고추 하나를 따서 맛을 보자 곁에 있던 아버지가 아들의 뺨을 후려갈기며 ‘이 자식아 죽을려고 그걸 따먹어’라고 욕을 했다는 것이다.
고추의 매운 맛이 역시 농약의 매운 성분인 수은을 잘 흡수한다.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이 황폐화된 오늘날의 현실이 무섭다.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 농법으로 가꾼 고추를 구해서 먹는 지혜가 필요하고, 또 농사꾼들이 잃어버린 ‘농심(農心)’을 되찾는 일이 절실하다. 그럴 때에 ‘토종고추’가 되살아나 제 맛을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
매운 고추를 먹어야 영웅호걸의 기상이 생긴다
빨갛게 익은 고추에는 태양의 양기가 가득 쌓여 있다. 고추는 양기의 상징이다. 남자의 성기를 고추라고 하지 않는가? 고추는 불이다. 빨갛게 익은 고추 하나하나가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불을 하늘로 타오르지만 고추는 아래로 타오르는 불이다. 불은 어둠을 물리치고 양기는 음기를 내쫓는다. 고추를 먹으면 피가 뜨거워지고 백절불굴의 용기와 정열이 솟구친다. 고추를 잘 먹으면 열혈남아의 기질이 생긴다. 고추의 매운 맛과 뜨거운 성질이 사악한 기운과 차가운 기운과음산한 기운을 내쫓는다.
고추의 매운 맛은 가장 훌륭한 자극제이다. 위와 장, 뇌를 비롯한 몸의 모든 세포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자극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말이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게으르거나 잠 자고 있는 세포를 깨워서 열심히 일하라고 채찍질을 한다. 고추는 정신과 몸을 아주 부지런하게 만드는 식품이다.
매운 것을 잘 먹으면 영웅호걸의 기상이 생긴다
고추를 많이 먹으면 몸과 정신이 부지런해진다. 느긋하던 성격이 급해진다. 음울하던 성격이 발랄해진다. 뇌를 자극하여 두뇌의 회전이 빨라진다. 고추는 잠들어 있는 신경과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그래서 고추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와 같고 혁명가들은 고추를 좋아한다. 고추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열적이다. 맹렬한 정열(情熱)은 고추에서 나온다. 고추를 먹으면 대장부다운 영웅호걸의 기상이 생긴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은 맵지 않은 오이고추나 피망 파프리카 같은 것들이다. 맵지 않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고추는 매운 것이 본분인데 본분을 잃어버린 것은 기능이 없다. 가짜 고추에서 진짜 고추의 효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고추의 매운맛이 혀끝을 자극하면 말초신경이 대뇌에 신호를 보내고 대뇌에서는 즉시 온 몸을 경계 태세로 돌입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침과 땀이 많이 나온다. 위와 장이 활발하게 운동을 하고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한다. 매운 고추를 많이 먹을수록 엔도르핀이 더 많이 나온다.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매운 고추를 날것으로 먹지 말라
매운 고추는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한다. 고추를 익혀서 먹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입 안이 헐거나 상하지 않으며 미각이 더욱 민감해진다. 달콤한 것을 먹으면 미각이 둔해지지만 매운 것을 먹으면 미각이 활발하게 살아난다. 그뿐만 아니라 침이 잘 나오고 소화액을 많이 나오며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 된다.
매운 고추는 절대로 날것으로 먹으면 안 된다. 날것으로 먹으면 매운 맛이 나는 입자가 세포에 상처를 입한다. 매운 맛이 나는 성분의 입자는 그 끝이 바늘처럼 날카롭다. 마치 수백 개의 바늘이 달린 밤송이와 같은 것이다. 바늘을 삼키고 밤송이를 삼키면 뱃속이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세포를 마치 비닐로 만든 비옷을 쇠갈쿠리 같은 것으로 마구 긁어 놓은 것처럼 될 것이다.
매운 고추를 날것으로 많이 먹으면 위장의 점막이 파괴되고 미세한 뇌신경이나 시신경에 염증을 일으켜서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이 없어지며 오래 먹으면 치매가 온다. 매운 고추를 날것으로 많이 먹는 사람한테 기관지염, 치질, 인후염, 위염 같은 병이 잘 생긴다.
매운 고추는 고추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 때 넣어서 발효하여 먹거나 반드시 끓여서 익혀 먹어야 한다. 고춧가루는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넣어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하늘을 찌르듯 하늘을 향해 빳빳하게 서 있는 멕시코 고추나 월남 고추 같은 것은 좋지 않다. 하늘을 찌르는 것은 역천(逆天)이다. 하늘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다. 뾰족탑을 세우면 그 땅에 가뭄이 든다. 뾰족탑을 많이 세운 땅은 사막이 된다.
끝이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고추는 오직 매운 맛 밖에는 다른 맛이 거의 없다. 가장 끝이 뾰족한 고추를 브라질이나 멕시코에서는 ‘마귀고추’라고 부른다. 끝이 하늘을 찌르듯 뾰족한 고추를 많이 먹으면 열이 위로만 솟구쳐 올라서 고혈압, 중풍, 심장병 같은 것이 생기고 몸이 바싹 말라서 몰골이 마귀처럼 흉해진다.
매운 고추를 가열하여 익히거나 발효하면 미생물들이 캅사이신 성분을 분해하여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입자를 잘라내어 뭉툭하게 만든다. 창날처럼 날카로운 것을 망치처럼 둔탁하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힘으로 바늘로 찌르면 상처가 깊게 나지만 손바닥으로 두드리면 가볍게 마사지를 하는 것과 같은 법이다.
매운 고추를 알맞게 먹으면 위장병이나 우울증, 심장병, 고혈압, 비만증 등 여러 가지 질병을 고칠 수 있다. 고추는 대략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1.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가 잘 된다
고추의 매운맛은 구강과 위장을 자극하여 위와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여 소화액이 잘 나오게 하고 식욕을 좋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내의 이상발효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위궤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또 매운 고추는 전립선소(前立腺素)에서 E2를 잘 분비하게 하여 전립선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위 점막을 잘 살아나게 하여 위장세포의 기능을 정상으로 만들어 위궤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2. 담낭 결석을 예방한다
풋고추를 먹으면 담낭 결석이 생기지 않는다. 풋고추에는 비타민 C가 거의 모든 채소 중에서 제일 많이 들어 있다. 풋고추에 들어 있는 비타민 C가 콜레스테롤을 담즙산으로 바꾸어 주므로 담낭 결석을 예방한다. 담낭 결석 환자들은 풋고추를 많이 먹으면 결석이 천천히 녹아서 없어진다.
3. 심장이 튼튼해진다
매운 고추와 마늘, 산사(山楂) 같은 것을 먹으면 심장의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진다. 매운 고추를 수시로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고 혈전이 생기지 않으므로 심장혈관 계통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
4. 당뇨병의 혈당을 낮춘다
고추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좋다. 고추의 매운 맛은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당분을 딸리 태워 없앤다. 자마이카(Jamaica)의 학자들은 매운 고추 속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이 혈당을 낮추는 효능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5. 통증을 완화한다
고추의 매운 맛은 통각 신경을 마비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학자들은 캅사이신이 갖가지 피부병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6. 몸무게를 줄인다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들은 몸 속의 지방을 태워 없애고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일본에서는 매운 고추로 만든 식품이 여성들이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모택동은 고추장 없이 밥을 먹지 않았다
모택동(毛澤東)은 자주 ‘불흘랄초불혁명(不吃辣椒不革命)’라고 말했다. ‘매운 고추를 먹지 않으면 혁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택동은 매운 고추를 구운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매운 고추(辣椒)를 즐겨 먹었으며 이를 혁명사상의 도구로 삼았다.
모택동은 《이십사사(二十四史)》를 탐독하면서 국가를 다스리는 영감(靈感)을 얻었다. 모택동은 ‘치대국여팽소선(治大國如烹小鮮)’ 곧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모택동은 편식을 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었으며 매운 고추와 불에 구운 돼지고기, 생선, 신선한 채소, 잡곡밥을 좋아했다. 모택동은 매운 고추를 양생의 도구로 여겼다. 1936년 7월 모택동이 연안(延安)에서 연회를 열어 때미국의 기자에드가 스노우(Edgar Snow(1905-1972))를 초청하였다. 잔칫상에 매운 고추가 올라왔다.
모택동은고추를 먹으면서 옛날부터 호남(湖南) 지방의 민간에 전해 오는 《랄초가(辣椒歌: 매운 고추의 노래)》를 흥겹게 불렀다.
“멀리서 온 나의 벗님아! 여기 앉아서 내 노래를 들어라! 벗님아! 호남(湖南) 사람이 벗님한테 반드시 고추를 대접한다고 비웃지 말아다오. 우리는 날마다 호남 토산 고추를 먹고 산다네. 매운 고추가 어째서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가? 고추를 몇 개 먹으면 몸 안의 습기가 없어지고심장의 박동이 세어지며 비위(脾胃)가 튼튼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네! 기름에 살짝 튀긴 고추는 맛이 제일이지. 고추처럼 좋은 안주는 세상에 없네!”
호남(湖南) 사람들이 고집이 세고 기질이 강건한 이유는 고추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호남 지방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다른 랄초가(辣椒歌)도 있다.
“要吃辣椒不怕辣 要戀情姐不怕傻 刀子架在脖頸上 眉毛不跳眼不眨.”
“매운 고추를 먹으면 어려움도 물리칠 수 있고 사랑에 빠져 있는 처녀도 똑똑하게 만들어 주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도 한 번 깜박하지 않게 하네.”
매운 고추는 호남 요리의 영혼(靈魂)이고사천 요리의 특색(特色)이다. 모택동은 호남에서 태어났으므로 매운 고추의 성질을 닮아 혁명가적인 기질이 몸에 배어 있다. 매운 고추는 투쟁정신을 고취시켜 준다.
혁명가들은 매운 고추를 좋아한다. 호남에서 모택동을 비롯하여 황흥(黄興), 진천화(陳天華), 팽덕회(彭德會), 나영환(罗荣桓), 왕진(王震), 하룡(夏龍) 등 혁명가들이 많이 나왔다.
프랑스와 스페인, 멕시코, 소련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역시 혁명가들이많이 나왔다.
1949년 소련 공산당 중앙 특파 정치국 위원 아나스타스 미코얀(Anastas Mikoyan)이 하북성(河北省) 석가장시(石家庄市) 평산현(平山县) 서백파촌(西柏坡村)에서 모택동과 비밀회담을 가졌다. 서백파촌에 중국 공산당 중앙 최고기관과 중국 인민 해방군 총본부가 있었다.
비밀회담을 마치고 모택동과 미코얀 소련 특파원은 함께 식사를 하였다. 모택동은 미코얀에게 매운 고추를 먹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미코얀은 매운 고추 한 개를 다 먹지 못하고 중간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고 온통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미코얀은 매워서 기침을 콜록콜록 해 댔다.
모택동이 이를 보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매운 고추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철저한 혁명가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 미코얀 동지는 철저한 혁명가가 아닙니다.”
미코얀은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중국 고추는 지독하게 맵군요! 중국 나름대로 특색이 있겠지만 매운 고추를 먹어야 철저한 혁명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혁명가적인 기질은 우리 소련사람들이 따라 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모택동은자주 이렇게 말했다.
“호남 사람들은 매운 고추를 좋아하여 매운 고추 없이 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호남 사람들의 몸에서는 매운맛이 난다.”
모택동은 늙어서 중병에 걸렸다. 1973년부터 모택동의 병이 더욱 악화되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기력이 떨어져서 혼자서는 숟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간병인이 매운 고추장을 젓가락으로 모택동의 입에 넣어 주었다. 모택동이 말했다.
“아! 고추장의 향기가 기가 막히게 좋구나. 매운 맛이 발끝까지 사무치네!”
모택동은 죽기 직전까지 매운 고추를 먹었고 매운 고추장 없이는 밥을 먹지 않았다.
맵고 짜게 먹으면 우울증 불면증 정신병이 없다
고추는 맛이 맵고 성질이 뜨겁다. 맵고 뜨거운 것은 침투하는 힘과 발산하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매운 고추는 훌륭한 인경약이고 발한제다. 인경(引經)이란 경락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약효성분을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안내자와 같은 것이다. 발한(發汗)은 땀을 나게 하는 것이다. 땀으로 몸속의 독소와 노폐물이 빠져나오는 것이다. 고추는 몸속에 있는 사기(邪氣)와 한기(寒氣)를 몸 밖으로 몰아낸다.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병이 없다. 성격이 매우 발랄하고 깨끗하다. 성질이 시원시원하여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없다.
우울증이나 정신병 환자들은 그 대부분이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을 매우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은 매운 고추나 후추 같은 것을 먹으면 잘 낫는다. 매운 것을 잘 못 먹고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손으로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불면증, 정신질환 같은 것에 걸리기 쉽다. 매운 고추는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아주 좋다.
고추는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는 데에도 아주 좋다. 위와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효소를 잘 나오게 하며 모든 세포들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고추는 우울증을 다스리는데 제일 좋은 약이다. 매운 것을 즐겨 먹는 사람은 한 번 말하는 것으로 끝이고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잘못한 것에 대해 한 번 말하고 바로 잊어버린다.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질이 화끈하다.
음식을 싱겁게 먹는 사람은 마치 고장 난 축음기 같아서 했던 말을 끝없이 반복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꽁 하고 속에 감추어 두는 데서 갖가지 병이 온다. 음식을 맵게 먹는 사람들은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거나 중상모략(中傷謀略)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음모를 꾸미고 뒤에서 험담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음식을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다.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대개 정의감이 강하다. 마음이 뜨거우므로 의협심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배신자가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거침이 없다. 마음속에 감추는 것 없이 자신을 모두 드러낸다. 우울증이나 불면증, 정신병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고 하여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은 다 음식을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