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용성 반룡산
- 산행 입구 우사서 들려오는 음악
- 왕의 행차 알리는 풍악 울리는듯
- 총 8㎞ '왕재둘레길'서 힘찬 출발
- 산행 중 대천리·발백산 갈림길
- 이정표 없으니 초보산꾼 주의
- 정상석 옆 나무엔 곰인형 눈길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산행지로 왕이 다녔다는 전설이 서린 경북 경산 반룡산과 왕재 코스를 찾았다.
해를 넘겨 뒤숭숭한 나라 사정을 보며 왕재 둘레길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을 온몸으로 느껴봤다.
왕재 둘레길은 신라인들이 신라의 승전을 맹세하고 삼국통일의 꿈을 다졌던 곳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외손자인 설총을 보기 위해 넘어다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산행은 육동마을행복센터(경산 학생야영장)에서 시작해 저수지~정자~잇단 삼거리~전망대~왕재~발백산 갈림길~반룡산 정상~반룡사~망운제(재실)~용문교~용천2교 합류점~마을행복센터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거리 8㎞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 걸린다.
야영장에서 오른쪽으로 10m 앞에 있는 왕재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전망대는 3.1㎞ 떨어져 있다. 용천2교를 건너 왼쪽 우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직진한다. 소를 위한 음악이지만 취재팀에게는 왕재를 걷는 우리를 위한 풍악이라 여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저수지 옆에 왕재 등산로 안내도와 유래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왕재는 경산시 동쪽 끝의 구룡산과 반룡산이 이어지는 7부 능선에 있으며 경산시 용성면과 청도군 운문면을 연결하는 옛길이다. 눈앞에 보이는 임도 대신 왼쪽으로 저수지를 끼고 걸으면 '왕재길'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산길로 진입한다. 길 중간중간에 왼쪽으로 빠지는 샛길이 나오지만 문중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니 흔들리지 말고 직진하자. 땅속의 물이 얼면서 생기는 서릿발을 밟는다. 바닥이 살짝 꺼지는 게 땅을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름길'과 '능선길'로 표기된 이정표가 나온다. 코스가 짧은 편인데 지름길로 갔다가는 독자들의 원망을 들을까 봐 능선길을 택한다. 석현교(2.5㎞)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석현교로 가는 길인데 출발지인 육동마을로도 이어진다. 우리는 왕재 전망대(0.9㎞)가 있는 왼쪽으로 오른다. 쌍무덤이 나오고 앞선 지름길과 만난다.
왕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운문호 너머 서지산 옹강산 등이 보인다. |
Y자 삼거리를 지나니 두 번째 '지름길'과 '능선길' 갈림길이다. 오르막인 능선길과 달리 지름길이 평평해 마음이 동했지만 직전에 능선길을 올랐기에 또다시 능선길로 간다. 왕재 전망대 직전 대천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가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다시 찾는 근교산 시절 대천버스정류장에서 오를 때 붙였던 노란 리본이 아직 매달려 있다. 10여 년을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신기하고 반갑다. 전망대 직전 뜬금없는 이정표가 있다. 거꾸로 내려가면 석현교(3.4㎞)로 갈 수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대천리로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전망도 한쪽 일부만 열리는 곳에 과한 전망대가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를 짓거나 규모를 줄여 이정표를 제대로 설치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겨우 전망이 열린 곳을 통해 서지산 옹강산 도롱굴산(까치산) 방음산 지룡산 가지산 운문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 곧바로 만나는 이정표, 바로 밑 왕재의 이정표 두 곳은 오른쪽에 대천리 표시를 해놨지만 길도 보이지 않는다. 왕재에 내려서니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추워진다. 반룡산 정상은 직진인데 왼쪽으로도 길이 보인다. 가만히 보니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나무 계단이 그쪽으로 이어진다. 전망대 직전 지름길이 이어진 것으로 보이며 너무 방치된 듯하다.
반룡산 정상 나뭇가지에 매달린 고무 곰 인형. |
왕재를 지나 반룡산 정상으로 가는 직진 길은 경사가 심하고 낙엽으로 미끄러워 스틱으로 땅을 콕콕 찍으며 가야 할 정도다. 눈앞에 정상이 아닐까 싶은 우뚝 솟은 봉우리가 떡하니 서 있다. 반룡산보다 높지만 정상은 아니다. 까까머리에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어 전망도 없는 것이 정상의 요건에는 미달한다. 봉을 넘어서니 딴 세상이다. 이전에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고 까마귀 여러 마리가 양 옆에서 울어댄다.
발백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여전히 이정표가 없어 이창우 대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아차린다. 곧 정상에 올라선다. 경산시 중반동 이지형 씨가 기증했다는 반룡산 정상석(630m)이 없었다면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정상석 옆 나뭇가지에 붙은 리본들 사이에 특급공신이라는 띠가 붙은 조그만 고무 곰 인형이 매달려 있다. 정상에만 이런 인형리본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직진 방향으로 전망이 살짝 열린다. 중앙쪽에 봉긋한 산이 보이는데 지난해 11월에 소개한 용산이다. 사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내공 부족이 들통난 것이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산행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반룡사가 가까워지자 소나무가 많아진다. 반룡사 뒤에서 임도로 내려서면 반룡사가 보인다. 관음보살상과 대웅전 등이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 11월 용산 편에서 인근 가볼 만한 곳으로 반룡사를 소개할 때 본 왕재 둘레길 안내판이다. 이번 산행을 이끈 안내판이다.
반룡사에서 임도로 내려서 저수지를 왼쪽으로 끼고 직진하면 고성 이씨 재실인 망운제를 지나며 전신주에 붙은 '우와농장'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으면 포도농사를 준비하는 야트막한 하우스들이 늘어서 있다.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꺾으면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겨 걷다가 용문교가 나오면 다리를 건너지 말고 제방둑길을 따른다. 용천3교가 오른쪽으로 인도하지만 눈길을 피하고 직진하니 음악이 들리던 우사에서 이제는 뉴스가 나온다. 산행을 시작할 때 건넌 용천2교를 반대로 건너 왼쪽으로 돌면 출발지인 육동마을행복센터(경산학생야영장)가 나온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청도 가면 스님 위한 '사찰짜장' 맛보세요
반룡산 인근 청도 동곡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강남반점(054-373-1569)은 스님짜장으로 유명하다.
메뉴에는 사찰짜장이라고 돼있다. 스님들도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며 면도 시금치 물로 색깔을 내 초록색을 띠고 있다.
대구에서 운문사로 가려면 청도 동곡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스님들이 짜장면을 한 그릇씩 먹고 갔다고 한다. 이를 본 유홍준(전 문화관광부 장관) 씨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 이후 '스님짜장'을 찾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이곳 주인인 장기철 씨는 "스님에게 누를 끼칠까봐 스님짜장이라 부르지 않다가 하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사찰짜장으로 에둘러 이름을 붙였지만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동안거 하안거가 끝나면 전국 곳곳에 있는 사찰 요청으로 출장을 가기도 하고 평소에도 오후 5시가 넘으면 문을 닫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고기 대신 버섯으로 만든 '사찰탕수이'도 특이하다. 가격은 사찰짜장이 7000원, 작은 사찰탕수이가 2만5000원이다.
# 교통편
- 부산역서 KTX로 경산역 이동
- 990번 버스 타고 용천리 하차
부산역에서 경산역으로 이동한다. 이른 시간부터 운행하는 KTX·무궁화호 열차가 다수 있다. 경산역에서는 시내버스 990번을 타면 된다. 오전 8시~8시25분 사이 지나는 버스 또는 오전 9시45분~10시10분 사이에 지나가는 버스 등 2대가 있다. 만약 이 버스를 놓치면 자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오전 10시40분께 마을버스 용성1번을 타면 목적지인 육동버스정류장(용천리)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시내버스 990번(오후 3시40분, 4시50분, 6시10분, 8시50분)을 타면 된다. 여의치 않으면 자인으로 넘어간 뒤 경산역으로 갈 수도 있다. 차량으로 갈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경산학생야영장을 검색하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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