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千字文

천자문 해석

초암 정만순 2017. 8. 3. 14:06

천자문 해석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2]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 : 우주는 넓고 거칠다.

天(하늘 천) 地(따 지) 玄(검을,아득할 현) 黃(누루 황)
宇(집 우) 宙(집 주) 洪(넓을,큰물 홍) 荒(거칠 황)

[총설(總說)]

서양문명의 정신적 뿌리인 성경(Bible)의 첫 장(章)인 창세기(創世記)는 ‘태초에 하나님이 돝?우주: heavens and earth)를 창조하셨다’로 시작한다. 그런데 동양의 한문문화권에서는 천자문에서부터 형이상적이고 철학적인 용어인 ‘천지(天地)’와 ‘우주(宇宙)가 나온다. 천자문을 철학책이라 하는 이유이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핵심단어중 하나인 ’天地‘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생성하는 근본으로서 자연만물의 부모(父母)를 상징하며, 우주는 자연만물의 생활무대인 무궁광대(無窮廣大)한 시간과 공간(時空)을 가리킨다.

주역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양과 음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는 동양철학으로서 음양(陰陽)학이라 하기도 한다. 하늘(天:양)과 땅(地:음)은 양과 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자연만물이다. ‘天地玄黃’은 주역에서 최초로 음과 양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는 곤괘(坤卦)문언전의 ‘天地之雜 , 天玄而地黃(하늘과 땅이 섞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니라)'에서 발췌하였다. 바깥짝 구절인 ’우주(宇宙)’는 전국시대 사상가인 시자(尸子)의 저서 ‘尸子‘에서 ‘上下四方曰 宇 , 往來古今曰 宙’(상하사방을 ‘우’라 하고, 오고가는 옛날과 지금을 ‘주’라 한다)라 풀이하고 있다.

하늘의 빛을 현색(玄色)으로 표현한 것은 하늘이 끝이 없고 아득하며 가물가물하여 보이지 않음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같으므로 검다는 의미로 쓰였다. 땅의 빛을 누런 황색(黃色)으로 표현한 것은 땅의 흙색이 누런 색이기도 하지만, 땅이 자연만물을 화육결실(化育結實)하는 모체로서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철에 곡식이 누렇게 익어 있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주역에서는 하늘은 높고 멀다는 고원(高遠)함을, 땅은 넓고 두텁게 감싸주는 광후(廣厚)함을 나타내고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양과 음 사이에는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고 했다. 天의 玄색과 地의 黃색이 섞이면 푸른 색(蒼 : 푸를 창, 무성할 창)이 나오는 이치가 그렇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듯 주역 역시 음양의 교합(交合)작용에 의해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다음에 자연만물이 생성되었다고 본다. 천지에 의한 탄생물을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고 하는데, 이 억조창생에 玄색과 黃색의 혼합에 의해 나오는 蒼색이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때를 뜻하는 '초창기(草創期)에 푸른색을 띠는 草(풀초)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지구가 푸르다.' 며 탄성을 내었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방위상으로 동(東)에 해당하고 오행상으로 목(木)에 속하는 봄은 생명이 움터 나오는 계절로서 푸른 싹의 빛깔인 청색(靑色)을 대표하고 있다. 봄의 푸름과 세상이 창조되면서 나오는 첫 색깔인 푸른 색(蒼)은 같은 의미인 것이다.

천지와 상대되는 것이 무한대의 시.공간으로 펼쳐지는 광대무변의 우주이다. 우주는 홍황(洪荒) 뜻 그대로 넓고 거칠다. 우주라고 하면 끝없는 공간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는 시간(宙)적으로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역에서의 ‘태극(太極)’ 개념이다.

태극은 ‘처음 태(太)’와 ‘끝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시간’을 의미하며, ‘클 태(太)’와 ‘덩어리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천지만물이 열리기 이전의) 공허한 혼돈상태를 태극(太極)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태극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끝이 없기 때문에 무극(無極)이라고도 한다. 송나라 때의 주렴계는 이를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 하였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혼돈 상태의 우주를 ‘홍황(洪荒)’이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문 초학자의 기초 입문서에 불과하다는 천자문은 처음부터 하늘과 땅 , 우주 , 천지창조 등의 심원한 이치를 드러내고 있다.

[낱글자 풀이 : 字解]

1. 天(하늘 천) : 大(큰 대)部
앞글 ’주역의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있는 천자문‘에 나오는 ’천자문이 왜 철학책인지 첫 글자인 天의 예를 들어보자‘ 참고

2. 地(지) : 土(흙 토)部
地는 '흙 토(土)'변에 '이끼 야(也)'를 합한 글자로 토(土)는 땅 속(밑의 一)에서 흙(위의 一은 지표)을 뚫고(丨 : 뚫을 곤) 초목이 움터 나옴을 상형하였다. 본래 也(乙部 : 싹 을)는 아기가 자라는 여성의 모태와 성기를 본뜬 글자이다. ‘흙으로 뭉쳐있는’ 土가 ‘품고 키우는 모태‘의 성정을 지닌 也와 합쳐지면서 땅인 地는 만물의 모체라는 성정을 지니게 된다.

한편 也는 천자문 맨 끝에 있는 글자로, 문장을 마치는 종결 어미로 쓰이는 어조사(語助辭이며, ‘더 이상은 없다’는 뜻이다. 土+也는 곧 ' 흙외에는 더 이상 없다‘ 또는 '더 말할 나위없이 土이다’로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문장 끝에 也를 넣으면 '더 이상은 없다'는 뜻으로, 그 뒤로는 더 이상 이의(異議)가 없다는, 다시 말해서 더 이상 글자를 덧붙여서는 안된다는 결정사(決定詞)로 본다. 천자문이 처음에 '하늘 천'으로 시작해서 '이끼 야'로 끝나므로 '天也(하늘이라)'라 하면 하늘의 이치를 설명한 천자문을 모두 마쳤다라는 의미이다. 공자께서 주역 384효의 효상전(爻象傳) 말미에다가 야(也)를 붙인 까닭도 후학들이 더 이상 손대지 못하게 한 것이다.

3. 玄(가물 현, 검을 현) : 玄部
작은 실타래(幺:작을 요)와 실끝의 여러 가닥(小:작을 소)을 뜻하는 형성문자인 糸(실 사, 실 멱)에서 파생하였다. 뚜껑이나 덮개를 가리키는 '亠(머리 두, 돼지해머리두) 밑에 실(糸)과 같이 작고 가늘음을 뜻하는 幺(작을 요)가 합친 글자이다. 본래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듯 가느다란 실이 하늘거림(가물가물함)을 의미하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함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통하므로 색이 검다는 뜻으로 쓰였다. 玄이 하늘을 대표하는 색으로 쓰이면서 玄의 다른 뜻인 ‘아득하다’는 하늘의 심오한 이치를 일컫는 '玄妙(현묘)하다'에도 쓰이고 있다.

玄과 관계된 대표적인 글자로 畜(쌓을 축, 그칠 축)을 들 수 있는데, 玆(이 자, 불을 자)+田의 會意문자이다. 부지런히 농사일을 하여 수확물을 불리다라는 뜻이다. 물건이 쌓이고 나면 '쌓은 상태로 그쳐 있는' 모습에서 '그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주역 64괘에는 '조금 쌓는다'는 풍천소축(風天小畜 : )괘와 '크게 쌓는다'는 산천대축(山天大畜 : )괘가 있다. 소축과 대축 모두 하늘의 양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쌓이는 형상(形象)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래 기초부터 견고히 쌓지 않으면 계속 물건을 재어 올라갈 수 없으므로 下卦인 내괘에 견실한 하늘괘를 두었다. 상괘인 외괘의 모습(象)으로 볼 때 바람이 위에서 불면 흔들려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없으므로 小畜이고, 산과 같이 요지부동으로 그쳐 있으면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있으므로 大畜이다.

* 亥(돼지 해, 열두번째 지지 해) 幼(어릴 유) 幻(꿈 환) 眩(어지러울 현)

4. 黃(누루 황, 누를 황) : 黃部
글자 형태에 의해 八은 음양의 씨앗을 상징하는 것을 비롯해, 由는 만물의 싹틈을, 一은 지표를, 풀초(艹)와 유사하면서 十 과 十이 합친 卄(스물 입)과 一은 볏집단을 묶은 것으로 각자의 뜻이 합쳐진 글자이다. 봄에 종자가 싹트고 여름에 곡식이 자라며 마침내 가을에 이르러 수확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黃은 土와 매우 긴밀히 관련된 글자이다.

5. 宇(집 우) : 宀(집 면, 갓머리)部
宇宙(우주)는 모두 갓머리로 되어 있는데, 이는 집안을 말한다. 宇(우)는 어떤 장소를 들어감(于)을 의미하니, 상하사방 즉 공간(六合)을 가리킨다.

6. 宙(집 주) :  (집 면, 갓머리)部
宙는 왕고래금(往古來今)의 시간을 표상한다.
밭(田 : 밭 전)에 싹(l)이 움틈으로 인해 생명이 유래(由來)됨과 같이 由(말미암을 유)는 시간적 변화를 의미하므로, 宙에는 시간에 대한 뜻이 담겨 있다.
* 甲(첫째천간 갑, 갑옷 갑), 申(아홉째지지 신, 펼 신)

7. 洪(넓을, 큰물 홍) : 氵(삼수변, 水)部
洪은 여러 골짜기와 내에 흐르는 물(氵)들이 다같이(共 : 같이 공)합하여 넓고 크게 됨을 말한다.

洪은 홍수(洪水)의 洪자로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물과 관련이 깊은 글자이다. 중국 상고시대의 치수(治水)와 관련하여 정치이념을 다룬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의 洪과 같은 글자이다. 순(舜)임금 시절의 하우씨(夏禹氏)가 홍범구주를 토대로 치수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우씨는 치수의 공덕으로 순임금으로부터 제위를 선양받아 하나라를 세웠다. 홍범구주는 오행(五行), 오사(五事), 팔정(八政), 오기(五紀), 황극(皇極), 삼덕(三德), 계의(稽疑), 서징(庶徵) 및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을 말한다.

8. 荒(거칠 황) : 艹(초두, 艸)部
荒은 아무런 손길이 미치지 못해 풀(艹)이 무성하고 물이 제멋대로 흘러 川을 이루지 못함(亡 : 없을 망, 잃을 망)을 뜻한다. 따라서 황은 황량하고 거친 황무지(荒蕪地) 상태를 뜻한다. * 流(흐를 류)

[3] 日月盈昃하고 :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4] 辰宿列張이라 : 별자리가 벌려 베풀어져 있다.

日(날 일) 月(달 월) 盈(찰 영) 昃(기울 측)
辰(별 진) 宿(별 수, 잘 숙) 列(벌릴 렬) 張(베풀 장)


9. 日(날 일) : 日部

‘날 일’은 하루를 지칭하는 동시에 해를 지칭하기도 한다. 지구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一周天(일주천, 한바퀴 돌음)함으로써 하루의 날짜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자에서는 둥근 모양을 대개 口로써 대신 표현하고 있으므로 해의 둥근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가 日이다. 둥근 테두리 속의 ‘한 일(一)은 일정불변한 해의 항구한 모습을 나타낸 동시에 하루의 운행도수를 뜻하며 밝은 양의 부호를 상징한다.
* 旦(아침 단) 甲(갑옷 갑, 첫째천간 갑) 申(납 신, 아홉째지지 신)

[易解]
易은 상수리(象數理)를 근본으로 하는 학문이다. ‘유물유칙(有物有則)’이라는 말과 같이 자연 현상과 천지만물의 실상(象)에는 반드시 일정 고유한 이치(理致)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매개 소통하는 수단은 오로지 수에 의한다.
대개 홀수는 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까닭에 陽數(또는 天數)라고 하며, 짝수는 서로 짝하여 대치하는 까닭에 陰數(또는 地數)라고 있다. 수(數)의 음양동정(陰陽動靜)은 天一과 地二에서 비롯하니, 수의 머리인 홀수 一은 하늘의 一陽을 상징하고, 一에 대응하는 짝수 二는 땅의 二陰을 상징한다.
一이 二보다 앞서는 것은 양이 늘어나는 오전(變 : 변할 변)이 먼저 앞서고 음이 늘어나는 오후(化 : 될 화)가 뒤따르는 이치이다. 양(−)과 음(ꁌ)의 획수도 각기 1획과 2획을 이루고 있다. 음양을 대표하는 日月에 각기 一과 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一(양)이 二(음)의 근본이 되듯이 해가 달의 근본임을 보여준다.


10. 月(달 월) : 月部

‘달 월’은 밤을 밝히는 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동시에 한 달을 뜻한다. ‘날 일’이 해를 가리키고 하루를 뜻함과 동일한 이치이다.
月 밖의 테두리는 초생달의 모양에서 본뜬 것이고, 안의 二는 달이 음의 정화(精華)임을 뜻한 것이다. 초생달로써 표상한 것은 항구한 해의 모양과 달리 달의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이고 二를 넣은 까닭은 양의 정화인 해(一)의 반영(反影)으로써 달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 有(있을 유, 日月의 상대적 교합을 뜻하는 有는 해와 사귀어(乂 : 사귈 예, 交也) 달의 모양이 있게 됨을 뜻하니, 삼라만상의 소식영허(消息盈虛)와 같이 본래 허상(虛像)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明(밝을 명, 左陽右陰의 법칙이 잘 드러나 있다.), 易(바꿀 역), 朝(아침 조), 朋(벗 붕)

[참고] 月(월), 肉(육), 舟(주)

옛날 사람들은 肉과 舟는 달(月)의 이치와 그 의미가 서로 통한다고 보았다. 사람의 육신(肉身)이란 본래 달과 같이 무상(無常)한 것이며, 배(舟) 또한 어두운 밤중을 비추는 달과 같이 험한 물길을 건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에 月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달 외에도 肉이나 舟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肉을 부수로 쓸 경우는 月의 형태로 쓰기 때문에 흔히 육달월이라고 칭한다. 여기에 속하는 글자로는 肝(간 간), 肖(닮을 초) 育(기를 육) 등이 있다.
舟가 생략되어 月(이 경우 ‘배주 월’이라고 칭한다)의 형태가 되는 문자가 있다. 진시황제 이후 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朕(나 짐)과 服(옷 복, 탈 복, 복종할 복) 등이 본래는 배주 월에서 유래되었는데, 부수는 月部로 분류된다.


11. 盈(찰 영) : 皿(그릇 명)部

‘찰 영’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차듯 물건이 꽉 들어참을 의미한다. 곧 盈은 乃+又+皿이 모여 이루어진 회의(會意)문자로 ‘乃(이에 내)’는 펴진 활의 상형, ‘又(또 우, 본래는 오른 손의 상형으로 右의 본글자. 어떤 사물을 중복해서 가진다는 데서 ’또’의 뜻으로 전용)는 손을 본뜬 것으로 덜 펴진 활을 손으로 잔뜩 당기듯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올려 가득차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又를 夕, 곧 多의 줄임으로 보고 그릇에 음식을 많이 담아놓음을 뜻하기도 한다. 위의 乃에는 숨이 차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자 ‘이에’라고 하여 말의 중간을 이어주는 뜻이 담겨있다.
여기서 盈은 달이 점차 커져 보름이 되면 만월(滿月)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역수(曆數)상으로는 한 해의 365와 1/4일 가운데 주천상수(周天常數) 360일보다 넘치는 5와 1/4일을 기영(氣盈)이라고 한다.
* 益(더할 익) 溢(넘칠 일) 盛(성할 성) 盡(다할 진)


12. 昃(기울 측) : 日部

‘기울 측’은 사람이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듯 해가 서쪽으로 기울음을 뜻한다.
昃은 日과 仄(기울 측)에서 뜻과 음을 위한 것으로 대개 서산에 기우는 해를 측일(仄日)이라고 한다. 仄은 언덕(厂 : 언덕 엄)이 비스듬히 기울어 있으므로 사람(人)이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昃은 日의 기울음을 말한다.

日月盈昃 구절은 『周易』 55번째 괘인 뇌화풍괘(雷火豐卦) 단전(彖傳)의 ‘일중즉측(日中則昃) 월영즉식(月盈則食)’ 즉 ‘해가 가운데 하면(南中하면) 기울어지며 달이 차면 먹나니‘ 하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周易』계사하전 제5장), 차면 기우는 것이 일월의 현상이다. 중천에 오른 해와 보름의 둥근 달은 가득찬 상이 되고, 점심 때를 지난 해와 보름 뒤의 달은 기우는 상이다. 다시 말하면 음이 극성하면 다시 양이 생겨나고(變) 양이 극성하면 다시 음이 생겨나는(化) 것은 음양변화의 기본 이치이다.


13. 辰(별 진, 별 신, 때 신, 다섯째지지 신) : 辰部

辰은 춘삼월 언덕(厂 : 언덕 엄)에 아지랑이가 올라와(二 : 두 이) 초목의 싹(氏 : 각시 씨, 뿌리의 형상)이 나오는 것을 뜻하며, 이때 하늘에 전갈자리(房星 : 동방7宿의 한가운데인 네 번째 별자리)가 나타난다.
‘별 진(신)’은 음력 춘삼월이 되면 하늘에 자리잡는 전갈자리로서 하늘의 ‘별’을 가리키지만, 농사철의 때를 알려주는 별자리라는 점에서 ‘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성신(星辰)이라고 할 때, 星(별 성)은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말하고 辰(때 신)은 일월이 서로 만나 교차하는 12時 즉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가리킨다.
12지지(地支)상으로 볼 때에 辰은 다섯 번째 지지에 속한다. 한 해상으로 가장 중요한 때인 음력 삼월(하루로 볼 때는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의 농번기에 해당하므로 12지지 가운데 홀로 때를 대표한다.

『周易』으로 보면 5陽이 남은 1음을 결단하는 澤天夬卦( )에 해당한다. 매사에 있어 결단할 때 결단하지 못하면 크게 일을 그르치게 된다. 결단의 시기가 중요하므로 주역을 마치는 잡괘전 마지막 구절에서 孔子는 ‘夬者(쾌자)는 決也(결야)ㅣ라 剛決柔也(강결유야)ㅣ니 君子道長(군자도장)이오 小人道憂也l라'(쾌는 결단함이라 강이 유를 결단함이니 군자의 도는 길고 소인의 도는 근심이 되느니라)는 말씀으로 끝맺고 있다. 辰의 때는 가장 중요한 농사시기로 이때를 놓치면 한 해의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되는 것이다.
* 農(농사 농) 振(떨칠 진) 震(우레 진) 晨(새벽 신) 辱(욕될 욕)


14. 宿(잘 숙, 별자리 수) : 宀(집 면, 갓머리)部

宿은 집안(宀)에 모든(百 : 일백 백) 사람(人)이 있는 것을 말하니, 곧 잠드는 뜻이다. 낮에 자는 것은 낮잠일 뿐이고, 밤중에 자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는 것이므로, 宿에는 밤중의 ‘별자리’라는 의미로 쓰인다.
참고로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있는데 북극성을 중심으로 그중 28수가 별들을 대표한다. 동방 7수인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 북방 7수인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 서방 7수인 규루위묘필자삼(奎婁胃昴畢觜參),남방 7수인 정귀류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이 있다.
우리의 고유 풍속인 윷놀이의 말판은 하늘의 북극성을 중심으로 28수가 자리한 모습이다. 윷 네 가락과 네 마리의 말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 변화를 표상하며, 도(1) 개(2) 걸(3) 윷(4) 모(5)로 말이 나아가는 것은 水(1) 火(2) 木(3) 金(4) 土(5) 오행의 운행 원리이다. 오행은 하늘의 5星(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에 합한다.
28수는 상하(남북)로 운행하고 5星은 좌우(동서)로 운행한다. 상하의 축은 경(經)이 되고, 좌우는 위(緯)가 되기 때문에 5성을 緯星이라 하고, 28수를 經星이라고 한다.


15. 列(벌릴 렬) : 刀(칼 도, 刂 : 선칼 도)部

列은 본래 죽은 시신의 앙상한(歹 : 앙상할 알) 뼈를 칼(刀)로 해체하여 사방에 벌려 놓은 것을 의미하므로 列과 死(죽을 사)는 그 뜻이 서로 통한다. 대개 물건을 벌려 놓는다는 포괄적인 의미는 列이 되고, 옷감을 끊거나 찢는 구체적인 의미는 裂(찢을 렬)로써 표현한다.

참고로 옛날 우리나라에서 바라본 별자리를 그린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란 그림이 있다. 고구려 때 그려진 것이 있다고 하나 지금 남아있는 것은 조선 태조 다시 그려진 것과 숙종본이 있다.
여기서 天象이란 하늘의 모습이란 뜻으로 하늘에 떠 있는 천체, 특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과 은하수를 그린 天文(천문)을 이른다. 列次에서 ‘次’는 하늘의 적도 부근을 세로로 열두 구역으로 나눈 단위다. 그러므로 列次는 ‘차에 따라 벌려 놓았다’는 뜻이다.
목성(木星)을 옛날에는 세성(歲星)이라고도 했는데, 세성의 위치는 해마다 다르며 12년쯤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해마다 세성이 보이는 곳을 기준으로 천구의 적도를 열두 구역으로 나누고 그 영역을 차라고 부른 것이다.
제문(祭文)을 읽을 때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唯歲次某年某月某日)’이라고 하는데 이 뜻은 바로 ‘아아, 오늘은 목성이 하늘의 아무개 차에 드는 해의 몇 년 몇 월 몇 일이옵니다’는 뜻으로, 우리 조상은 제사를 우주적인 의식으로 여겼다.
고대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왕은 경기 지방만 직접 다스리고 나머지 땅은 8개로 나눠 제후가 다스리게 했다. 이는 하늘의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방식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즉 하늘의 회전축인 북극성과 그 둘레의 별을 옥황상제가 직접 다스리는 경기 지방으로 보았고, 하늘의 적도 지방은 제후가 다스리는 제후 국가로 보았다. 이렇게 ‘나누었다’는 뜻으로 分이라 했고, 제후가 다스리는 주(州)에 대응하는 하늘의 영역을 野라고 했다.
따라서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을 차에 따라 늘어놓은 그림’이 된다.


16. 張(베풀 장) : 弓(활 궁)部

張은 활의 모습을 본뜬 弓(활 궁)과 길게 늘이는 뜻인 長(긴 장, 어른 장)이 합친 것으로, 활줄을 길게 잡아늘여 베푸는 뜻이다. 긴장(緊張)과 이완(弛緩)은 모두 활을 끌어당기고 풀어놓은 것에서 나온 단어이다. 張은 별자리 이름으로 남방 7수 가운데 하나이다.

[易解]
태극이 一動一靜(일동일정)하는 음양변화가 마치 활 모양과 같이 휘어지는 모습이므로 태극을 弓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싹이 움터나오는 乙의 모습에서 태극을 취하기도 한다. 弓弓乙乙이라 함이 이것이다.
長은 길다는 뜻 외에도 어른이라는 뜻이 있다. 만물은 태극이 삼변하여 양의(兩儀) 사상(四象) 팔괘(八卦)를 이루는 과정에 따라 성장한다. 뿌리(氏 : 각시 씨)에서 줄기를 뻗고, 줄기에서 가지를 치며, 가지 끝에서 열매를 맺는 세 가지(三) 단계의 성장 과정(丨: 뚫을 곤)이 곧 長의 뜻이다. 여기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가 나오고 완숙되었다는 의미에서 ‘좋다’는 뜻과 ‘어른’의 뜻이 나온다.

[5] 寒來暑往하고 : 추위가 옴에 더위는 물러가고
[6] 秋收冬藏이라 :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다.

寒(찰 한) 來(올 래) 暑(더울 서) 往(갈 왕)
秋(가을 추) 收(거둘 수) 冬(겨울 동) 藏(감출 장)

[총설]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또 찬 것이 가는 것이다. 이 또한 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따온 글귀로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하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쳐서 한 해를 이룬다(寒往則暑來하고 暑往則寒來하여 寒暑相推而歲成焉하며)”고 한 공자의 말씀에서 인용하여 寒來暑往이라고 하였다. 천풍구괘(天風姤卦 )와 지뢰복괘(地雷復卦 )의 상을 잘 살펴보면 이치를 알 수 있다.
덧붙여 공자는 “가는 것은 굽힘이요 오는 것은 펴는 것(信은 펼 신, 伸과 같은 뜻)이니 굽히고 폄이 서로 느껴서 이로운 것이 생하느니라(往者는 屈也ㅣ오 來者는 信也ㅣ니 屈信이 相感而利生焉하니라)”고 하였다.
여기 두 구절에서는 사계절의 덕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치로 설명하고 있는데, 따뜻한 봄에는 만물이 촉터 나오고(生), 여름의 더운 기운에 무럭무럭 자라(長), 가을의 서늘한 기운에 열매를 맺으니 거두어 들이고(收), 겨울에는 씨를 감추어 놓고 벌레마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니 감추는 것이다(藏).
전체적으로 보면 한서의 왕래 속에, 곧 음양의 조화 속에서 계절이 나옴을 설명하고 있다.


17. 寒(찰 한) : 宀(집 면, 갓머리)部

寒은 집안에서 지내야 하는 겨울철의 차가운 추위를 뜻한다. 겨울은 음기가 극성한 계절이다.
글자를 풀어보면,
①집안(宀)에 짚(井 ⇒ 艹 + 艹)을 두터이 침상(一 + 八 / 一은 침상 윗면, 八은 침상 다리)에 깔고 지내는 것으로 날씨가 차고 춥다는 뜻이다.
② 깊은 우물(井 : 우물 정)의 샘구멍(穴 : 구멍 혈)에서 나오는 물은 시리고 차갑다(冫 : 얼음 빙, 氷)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

우물을 만들려면 샘을 파서 물이 나오는 구멍에다 井자형으로 침목(沈木)을 댄 후 우물벽을 쌓아올려야 한다. 井은 우물을 가리키지만 이와 더불어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의미도 있다. 이는 井자형으로 밑바닥에 통나무를 깔고 다시(再) 겹겹이 쌓아올리는 뜻인 構(쌓을 구)에 잘 나타난다.


18. 來(올 래) : 木(나무 목)部

來는 나무(木)에 매달린 열매들(人+人)을 상징하므로 뿌린 씨앗대로 결실이 돌아온다는 뜻(인과응보, 因果應報)이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뜻으로 쓰인다. 人人은 從(쫓을 종)의 本字이기도 하며 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봄에 거두는 보리(麥 : 보리 맥)의 原字이기도 하다.
來와 짝하는 글자인 往이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이므로 이를 함께 묶어 사람이 통행하며 오가는 뜻으로 볼 수 있다.
五行상으로 木은 본래 생명이 움트는 봄의 방위인 동방을 뜻한다. 인류문명의 근원도 해가 동트는 동방이다. 오전(선천)에는 햇볕이 동쪽으로부터 점차 서쪽으로 비쳐가지만(往) 한낮을 지나 오후(후천)가 되면 서쪽의 햇볕이 다시 동쪽으로 되돌아오므로(來), 예로부터 서방을 약목(若木)이라 하고 동방을 부상(扶桑)이라고 부른다.
來에는 서쪽으로 갔던 기운이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서기동래(西氣東來)의 철학적 의미가 있으며, 본성의 밝음을 회복하는 지뢰복괘(地雷復卦)에도 칠일래복(七日來復)이란 말이 있다.


19. 暑(더울 서) : 日(날 일)部

해(일)라고 하는 것(者)은 찌는 듯한 더위를 낳는다. 者는 받침대 위에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익히다’의 뜻을 나타낸다. ‘煮(지질 자, 삶을 자)’의 원자(原字)로 곧 해가 장작과 같이 만물을 덥혀 준다는 뜻이다. 가차(假借)하여 ‘놈’의 뜻으로 쓰임.

[참조]

者(놈 자, 것 자) : 지팡이(丿)로 땅을 짚어야 할 정도로 허리굽은(匕 : 비수 비, 숟가락 시) 노인을 老(늙을 로)라고 한다. 노인이 나이 어린 아이를 보고 ‘이 놈, 저 놈’ 부르는(白 : 사뢸 백, 흰 백) 데에서 者를 ‘놈 자’라고 하고, ‘이것, 저것’을 가리키는 데서 ‘것 자’로 쓰인다.
者에서 白을 제한 윗부분은 본래 爻(사귈 효, 효 효)로서 음양의 사귐을 뜻하는 동시에 ‘본받는다(效 ; 본받을 효)’는 뜻이 들어있다. 爻를 대표하는 것이 성숙한 부모이므로 어른(老)을 가리키고 그 행동거지를 본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 效(본받을 효) 孝(효도 효) 考(상고할 고, 죽은 아비 고) 學(배울 학)


20. 往(갈 왕) : 彳(자축거리 척, 두인변)部

往은 본래 彳+ 生(날 생)의 글자로서 안(어두움)에서 밖(밝음)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뜻이다. 후에 彳에다 촛불을 뜻하는 主(주인 주 : 촛대와 촛불의 형상. 어두운 밤중에 밝은 등불을 중심으로 풀벌레와 곤충이 모이듯, 집안의 중심은 주인이라는 뜻)를 합하여 현재의 往으로 글자가 바뀌었다.
彳은 왼쪽의 넓적다리․정강이․발의 세 부분을 나타내어 처음 걷기 시작함을 뜻하지만 부수상으로 쓰일 때는 대개 사람들(두 사람 이상)의 행동거지를 가리키는 行(다닐 행, 행실 행)에 대한 의미를 갖는다.

* 行 : 좌측의 彳은 왼쪽 걸음, 우측의 亍(자축거릴 촉)은 오른쪽 걸음을 뜻한다. 또한 井의 가운데 口를 제외한 글자 형태로 보아 사방으로 뚫려 사람이 왕래하는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축거린다의 ‘자축’은 지지(地支)의 子丑(자축)과 그 의미가 통하니, 하루의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자시와 축시에 이루어짐과 같이 처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往來의 글자 속에는 각기 두 사람의 人이 내포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의 통행에 대한 뜻을 담고 있다.

[易解]

往은 밝은 빛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춤이요, 來는 갔던 밝은 빛이 다시 본래의 처소인 동쪽으로 돌아옴이니, 來에 동방을 뜻하는 木이 들어있다. 선후천 이치로 말하자면 선천은 往(旣往, 기왕), 후천은 來(未來, 미래)에 해당한다. 만물이 生하는 선천은 태양이 올라가는 오전 과정으로서 順行(순행, 往)하고, 만물이 成하는 후천은 태양이 내려오는 오후 과정으로서 逆行(역행, 來)한다.


21. 秋(가을 추) : 禾(벼 화)部

秋는 무더운 여름 햇볕을 받아 백곡초목(百穀草木)이 무르익는 가을철을 뜻한다.
禾는 초목(木)에 열매가 매달려 고개 숙인 형상이다. 농경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벼이므로 이를 벼이삭이 팬 것으로 보며, 부수로 쓰일 때는 대개 결실, 수확의 의미를 갖는다. 가을에 벼가 익기 전에 먼저 여름의 뜨거운 뙤약볕을 쪼여야 하므로 禾에 火를 덧붙여 가을을 표현한 것이다.
* 利(이로울 리) 和(화할 화)


22. 收(거둘 수, 가둘 수) : 攵(攴 : 칠 복의 변형, 등글월문)部

收는 줄로 얽어매어 가두는 뜻과 이삭의 낟알을 거두는 뜻 두 가지로 쓰인다.
왼편의 丩는 본래 줄에 얽어맨 모습이기도 하고 이삭에 낟알이 얽힌 모습이기도 하다. 오른편의 攵(攴 : 두드릴 복, 칠 복)은 文과 비슷한 형태이므로 속칭 ‘등글월 문’으로 읽히나, 손에 든 나뭇가지나 채로 물건을 치거나 때려서 체벌을 가하거나 사기를 고무진작(鼓舞振作)하는 뜻으로 쓰인다.
收는 죄인을 때리고 포승줄로 묶어 가두는 뜻에서는 ‘가둘 수’[수감, 收監], 팬 이삭을 막대기 등으로 쳐서 거두는 뜻에서는 ‘거둘 수’[수확, 收穫]이다.
* 糾(얽힐 규, 꼴 규) 叫(부르짖을 규)


23. 冬(겨울 동) : 冫(氷, 얼음 빙, 이수변)部

冬은 사계절을 마치는 때로서 대지가 얼어붙는 겨울철을 뜻한다.
아래의 冫(冰)은 氷의 古字로 단독 글자로 쓰일 때는 ‘얼음 빙’이지만 부수로 읽을 때에는 ‘이수변’이라고 한다. 양은 늘어나고 음은 줄어드는 원리에 따라(양진음퇴, 陽進陰退), 물(水)을 뜻하는 氵(삼수변)에서 한 획을 줄임으로써 물이 응고(凝固)되어 얼어붙음을 冫으로 표현한 것이다.
위의 夂(뒤질 치)는 발걸음이 남보다 늦은 것을 의미하니, 冬은 계절의 끝을 의미한다. * 終(마칠 종)

[참조]

夜(밤 야)의 오른편 아래는 저녁(夕)을 지나 밤이 되면 달(月)이 뜸을 보여주지만 세밀히 살피면 이 夂의 형태이다. 조석주야(朝夕晝夜)의 하루로 볼 때에 가장 뒤늦은 때가 밤인 것이다.
夂와 유사한 글자로 발이 엇갈려 빨리 나아가지 못한다는 ‘夊(천천히 걸을 쇠)’가 있다. 夊와 관계된 글자로는 復(돌아올 복, 다시 부)과 夏(여름 하) 등을 들 수 있다.


24. 藏(감출 장, 갈물 장) : 艹(艸 : 풀 초, 초두변)部

藏은 추수한 수확물이 겨울의 냉해(冷害)에 피해 입지 않도록 짚으로 두터이 덮어 갈무리함을 말한다.
艹 밑에 臧(숨길 장, 착할 장)을 보태어 풀로 곡식 등을 덮어 잘 간직한다는 뜻이다. 臧은 戕(창 장)과 臣(신하 신)이 합한 글자로서, 대개 신하가 임금 앞에 나아갈 때 마땅히 무기를 은밀한 곳에 풀어놓고 임금을 뵙는다는 뜻이다.
臧을 ‘착할 장’으로 보면 藏은 착한 것을 드러내지 않고 잘 갈무리함을 말한다. 겨울의 덕(德)을 상징하기도 한다.

[7] 閏餘成歲(윤여성세)하고 :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루고
[8] 律呂調陽(율려조양)이라 : 율려(6률과 6려)로 음양을 조화한다.

閏(윤달 윤) 餘(남을 여) 成(이룰 성) 歲(해 세)
律(법 률) 呂(법 려) 調(고를 조) 陽(볕 양)

[총설]

閏餘成歲는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때를 주관하는 태양의 운행은 약 365일과 6시간(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을 주기로 춘하추동 사시의 한 해를 이룬다. 고대에는 천체 법도를 일정불변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360일의 상수(常數)로써 한 해의 주천상수(周天常數)를 삼고 태양이 실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365일과 1/4일을 주천도수(周天度數)라고 하였다.
태음력수로는 초하루 자정에서 보름을 거쳐 다음 달의 초하루 직전까지 걸리는 달의 삭망주기인 29일과 499/940일이 삭망월(朔望月)이므로 한 해의 12삭망월의 운행도수가 354일과 348/940일이다. 한 해 역수상 주천상수에 과도한 태양력수의 5일과 235/940일(5와 1/4일)을 '기운이 넘친다'는 뜻에서 기영(氣盈), 부족한 태음력수의 5일과 592/940일을 '초하루가 빈다'는 뜻에서 삭허(朔虛), 이 기영과 삭허를 합친 10일과 827/940일을 한 해의 기삭(氣朔)이라고 한다.
즉 기영은 陽의 과(過)함이고, 삭허는 陰의 미급(未及)함을 뜻하므로 이는 日月[陰陽]의 진퇴동정(進退動靜)이 역수(曆數)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에 윤달을 남겨 놓지 않는다면 처음 3년까지는 계절이 제때 오지만 그후로는 한달이 달라지고, 나중에는 봄이 여름이 되고 여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고 겨울이 봄이 된다. 그러므로 윤달을 남겨 놓아서 3년만에 한달, 5년에 대략 또 한달, 정확히는 19년에 모두 일곱달의 윤달을 넣음으로 해서 완전히 해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백성을 다스리려면 하늘의 운행법칙을 알아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경 요전(堯典)을 보면 이미 4천년전에 요임금이 신하인 희씨(羲氏)와 화씨(和氏)에게 "하늘을 공경하고 일월성신을 역상(曆象 : 운행도수를 재고 천체현상을 살핌)해서, 人時를 경수(敬授 : 고영하여 때를 정해줌)하라"하시고, "한 해의 운행도수(朞, 돌 기)는 366일이니 윤월로써 사시를 정하여 歲를 이루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제8구인 律呂調陽은 앞의 閏餘成歲에 짝하는 구절이다. 천지일월의 음양조화는 사람이 가장 즐거워하는 악기에 부합한다. 사람이 즐거워 춤추고 노래하는데 쓰이는 악기에까지 율려의 법칙을 정함으로써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한 해가 홀짝의 순으로 陽半(자인진오신술) 陰半(축묘사미유해)의 12달을 이룸과 같이 음악을 만드는 기구인 6률과 6려로써 천지간의 음양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음악의 율법 즉 악기를 놓고 조율하는 것은 음양조화를 이루어야 가락이 맞고 소리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거문고와 비파를 금슬(琴瑟)이라고 하는데, 이 금슬이 음양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리가 어긋나 잘 나오지 않는다. 양율음려(陽律陰呂)의 음양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남녀가 부부로 만나서 서로가 화합을 이루고 잘 사는 것을 '금슬이 좋다'라고 한다.


25. 閏(윤달 윤) : 門(문 문)部

윤달은 달력상 평상적인 달이 아닌 까닭에 임금이 궁궐 문 안에 거처하며 종묘의 제례와 군신의 조회를 열지 않고 근신(謹愼)하는 달을 이른다.
閏은 王이 궁궐의 門안에 거처하여 밖으로 출입하지 않는 뜻으로 평상적인 달과 달리 예외적으로 불어나는(潤 : 불을 윤) 달이다. 일월운행의 역수에서 벌어지는 틈새 즉 간격을 메꾸는 것이 윤달이므로 閏은 '사이 간(間)'자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 開(열 개) 閉(닫을 폐) 閑(막을 한, 한가할 한) 閣(누각 각) 關(닫을 관, 통할 관) / 門과 같거나 유사한 발음인 問(물을 문) 聞(들을 문) 悶(부끄러울 민)은 각기 口 耳 心을 부수로 한다.


26. 餘(남을 여) : 食(밥 식)部

餘는 밥 식(食) + 나 여(余)의 회의형성문자로 내 자신의 배를 채운 뒤에 남는 여분의 밥을 의미한다. 홍범구주의 세번째 절목인 八政에도 첫째가 '食'이라고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政事에 있어서 백성의 먹는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였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듯이 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餘裕)가 있는 것이다.
食은 사람(人)에게 있어 가장 좋은(良 : 좋을 량, 어질 량) 밥을 뜻하기도 하고 한 뿌리(艮 : 뿌리 간, 그칠 간, 동북 간)를 이루는 사람들이 함께(亼 : 모을 집) 밥먹는 것을 가리킨다.
余는 외기둥(干)에다 버팀목(八)을 받쳐 지붕덮개(人)를 씌운 정자(亭子)를 본뜬 글자로서, 幹(줄기 간)에서 왼편을 줄이고 八을 보탠 글자형태이다. 또는 宇(집 우)에서 지붕을 뜻하는 宀(집 면) 대신 人으로써 지붕 덮개를 표현하고 于(어조사 우, 일정한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모습)에다 버팀목을 받쳐준 형태로도 볼 수 있다.

**余는 餘의 속자로 쓰이기도 하고, 홀로 선 외기둥의 정자같이 팔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모든 근원이 곧 내 자신이라는 뜻에서 '나 여'의 의미로 쓰인다. 대개 양기운이 가득찬 음력 4월(乾月)을 余月이라고 하니, 하늘이 모든 것을 주장하고 관장하는 줄기(干)에 해당함과 같이 내 자신 또한 하늘처럼 모든 중심이 되는 위대한 존재이다(人乃天).


27. 成(이룰 성) : 戈(창 과)部

成은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장정(丁)이 창(戈)과 방패(丿)를 들고 지키는 것으로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이룬다는 뜻이다.
天干의 운행 이치로는 화왕지절(火旺之節)인 여름의 丁(陰火)이 戊土(陽土)를 火生土(화생토)하는 것으로 만물이 다 자라 완전한 몸체(己)를 이루기 직전의 과정이 成이다.


28. 歲(해 세) : 止(그칠 지)部

歲는 춘하추동 사시가 운행하고 寒暑가 왕래하는 한 주기를 마치는 1년 즉 한 해를 의미한다. 한 해를 나타내는 글자로는 연사세재(年祀歲載)가 있는데, 지금의 年은 주나라 때부터 썼고, 은나라에서는 祀, 하나라에서는 歲, 요순시대에는 載로써 연기(年紀)를 사용하였다.
歲는 步(걸을 보)와 戌(열한번째지지 술)을 합한 글자로 日月往來의 행보에 의해 주야가 교역하고 사시가 운행하여 마침내 한 해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止는 정강이 발목 발바닥의 모습을 본뜬 글자(足과 통함)이며,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멈추고 그친다는 의미로 쓰인다. 긴 세월에 걸친 발자취(止)를 남기는 데에서 '지내다' '전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歷(지낼 력, 曆의 古字)자에 止가 내포된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步는 앞뒤로 두 발이 번갈아 나아가는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겨 걷는 걸음을 뜻한다. 대개 발걸음으로써 일월운행을 가리키니, 年 또한 좌우의 발걸음을 옮기는 舛(어그러질 천)자의 오른편을 줄이고 人을 보태어 사람이 해를 넘김을 표현하고 있다.
戌(열한번째 지지 술, 개 술)은 본래 滅(멸할 멸)에 대한 뜻이 있다. 戌은 하루상으로는 일몰(日沒)하는 때이고 방위상으로는 한냉한 서북 乾方에 해당한다. 월령상으로 늦가을(음력 9월)인 때로서 9월의 중기(中氣 : 半)는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므로 만물이 조락(凋落)하고 소멸(消滅)하는 때이다. 12시괘(時卦)로는 음기가 극성하여 마지막 남은 종자(陽)마저 깍아먹는 山地剝卦( )로, 사람이 죽은 후 매장하는 葬運에 속한다.


29. 律(법 률) :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部
律은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과 행동을 뜻하는 彳에다가 붓을 뜻하는 聿(붓 율, 붓털(二)이 달린 붓대롱(l)을 손으로 움켜쥐고(彐, 고슴도치머리 계 : 손으로 잡는 모습인 又와 같은 뜻으로 많이 쓰임) 글을 쓰는 모습)을 합하여, 사람의 행할 바를 붓으로 써서 문서로 기록한 법령 등을 가리킨다. 붓은 대롱이 곧은데다 글씨를 쓸 때는 붓의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세워서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은 곧고 올바른 말씀을 써야 하므로, 마땅히 中直한 법도가 있어야만 律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律은 음률(音律)인 율려(律呂)를 가리키는 것으로 律은 陽의 음률에 속하고 呂는 陰의 음률에 속한다. 1歲의 12월(月令)에는 30일의 大月과 29일의 小月이 있다. 음률에 있어서도 홀수번째의 달에 속하는 6律과 짝수번째에 속하는 6呂가 있다.


30. 呂(법 려) : 口(입 구)部

呂 또한 律과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양의 음률인 律과 상대 배합을 이루는 陰의 음률을 가리킨다.
呂는 사람 등(背 : 등 배)의 뼈마디인 척추(脊椎)를 본뜬 상형문자로서, 좌우로 두 마디씩 질서정연하게 배열되는 데에서 일정한 법도의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뒷면은 어두운 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陰의 음률을 呂라고 한다.


31. 調(고를 조) : 言(말씀 언)部

調는 '말한다'는 言과 '두루한다'는 周(두루 주)를 합친 글자이다. 言은 입(口)을 통하여 말하고자 할 때 뾰족한 꼬챙이나 침으로 찌르듯 핵심 내용을 찌르는 말을 뜻하고 周는 입(口)을 써서(用) 의사소통을 두루 원활하게 하는 것을 이른다. 따라서 調는 한편에 기울거나 일방적인 데에 치우치지 않도록 두루 살펴서 고루 조화있게 말함을 이른다.

[참조]

語(말씀 어)는 나 자신(吾 : 나 오)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관적 견해를 피력하는 말
說(말씀 설)은 悅(기쁠 열)과 통하므로 무리지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말
議(의논할 의)는 사물에 내재된 올바른(義 : 옳을 의) 이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
論(논할 논)은 전체의 의사를 묶고자(侖 : 뭉치 륜) 함께 나누는 이야기 또는 기승전결(起承轉結) 내지는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어 전체적인 틀을 짜맞춘 글.


32. 陽(볕 양) : 阝(阜 : 언덕 부)部

陽의 본자는 원래 昜이었지만 나중에 阝를 보태어 해가 비치는 언덕이 곧 양지바른 곳이라는 뜻에서 '볕 양'이라고 하였다. 볕이 들면 환히 드러나고 따스하며 만물이 생동하므로 易에서는 만물의 바탕과 시공의 근원이 되는 태극의 활동적인 측면을 陽으로 정의한다.
부수인 阝는 좌편에 있으면 '언덕 부(阜)'변으로 쓰이고 우편에 있으면 '고을 읍(邑)'변으로 쓰인다. 昜은 지표(一)를 중심으로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는 것으로 밤이 지난 후에 다시 밝은 대낮이 됨을 뜻한다.
陽과 陰의 부수가 모두 阝(阜)인 것은 음과 양이 상대적이고 교역변화함을 가리킨다. 즉 한쪽이 볕들면 반대편의 다른 한쪽이 그늘지기 마련이고, 일월왕래에 따라 볕든 곳이 그늘지고 그늘진 곳이 다시 볕이 든다는 것이다.
대개 陽은 환한 낮을 의미하고 陰은 어두운 밤을 의미한다. 밤과 낮의 교역은 일월의 왕래에 의하므로 음양의 뜻은 일월에 짝한다. 음양의 근원을 태극(太極)이라고 하며, 태극은 음양을 낳아 천지만물을 생성 변화한다.

[9] 雲騰致雨(운등치우)하고 :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고
[10] 露結爲霜(노결위상)이라 :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雲(구름 운) 騰(오를 등) 致(이룰 치) 雨(비 우)
露(이슬 로) 結(맺을 결) 爲(하 위) 霜(서리 상)

[총설]

앞서의 구절들에서는 거대한 우주의 운행 속에서(天地玄黃 宇宙洪荒) 음양의 交易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 일월의 낮과 밤이 생기고(日月盈昃 辰宿列張), 낮과 밤이 쌓여 四時가 오고가며(寒來暑往 秋收冬藏), 1년간 쌓이는 해와 달의 운행 차이로 말미암아 윤달을 두는 이치(閏餘成歲 律呂調陽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천지의 음양 두 기운이 교통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가 이루어짐을 因果律로써 표현하고 있다. 즉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고 찬이슬(寒露)이 내린 후에 서리(霜降)가 내림을 통하여 24절기의 기후 변화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주역의 건괘( ) 단전(彖傳)에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 모든 물건이 제각기 모양을 갖춘다(雲行雨施 品物流形)"고 하였듯이 음양의 사귐이 있어야만이 만물이 생성됨을 설명하고 있다. 남녀의 사귐을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주역의 곤괘( ) 初六에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르느니라(履霜하면 堅氷이 至하나니라)"고 하였다. 양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구, 음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육이라고 한다. 주역의 효사를 지은 주공은 처음 나오는 음효인 곤괘 초육에 서늘해진 음의 기운이 서리가 되고(履霜) 마침내 추워져 굳은 얼음이 이르는 이치를 말하였다(堅氷至). 곤괘가 순음인 괘이고 음은 거두어 갈무리하는 때이므로 가을과 겨울의 기후변화로 설명한 것이다.

모두가 음인 땅괘는 草木歸根의 때인 음력 10월에 해당한다. 양이 하나도 없는 10월을 양달(陽月)이라고도 하는데, 양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른다. 10월인 곤월(坤月)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草木歸根之時'로 초목이 모두 뿌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군자가 서리를 밟고 '有惻隱之心', 즉 울적하고 슬퍼지는 마음이 발동되는 것이다. 모든 나무도 역시 뿌리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사람이 되어서 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때 조상을 생각하여 묘소를 찾아가 해마다 한 번씩 제사지내는 것이고, 서리를 밟고 와서 하룻밤 서로 모여 정담을 나누는 누각이라고 하여 묘제를 지내는 누각을 이상루(履霜樓)라고 한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는 서리가 내리는 10월이 지나면 얼음이 어는 동짓달(11월)이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음이 점차 커지고 단단해진다는 뜻이다. 사람이 악한 데로 길들여지면 나중에는 굳어져 풀래야 풀 수 없으며 초기에 치료하지 않아 병이 깊어지면 치유가 불가능해지는 것에도 비유해 볼 수 있다.

곤괘 대상전(大象傳)에서 공자는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는 것은 음이 처음 엉겨 붙어 점차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린 음일 때부터 순히 길들여서 유순정고한 음의 도리에 잘 이르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뜻이다(象曰 履霜堅氷은 陰始凝也ㅣ니 馴致其道하야 至堅氷也하나니라).

참고로 음양에 관한 개념은 공자가 주역에서 처음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주역에서 건괘 초구는 처음 나오는 양효이므로 공자는 그 대상전에서 '潛龍勿用은 陽在下也라' 하였고 곤괘 초육은 처음 나오는 음효이므로 그 대상전에 '履霜堅氷은 陰始凝也라'고 하였다. 즉 주역의 맨 첫번째와 두번째 괘인 하늘괘와 땅괘의 가장 첫 효에서 양과 음이 언급되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33. 雲(구름 운) : 雨(비 우)部
雲은 비를 뜻하는 雨에다 공기가 회전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단 云(이를 운)을 합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을 가리키는 회의형성문자이다. 원래 云은 雲의 古字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말할 때 입김이 밖으로 퍼져 나온다는 뜻에서 '이를 운'으로만 사용한다.
雲과 陰은 그 글자의 의미가 서로 통한다. 陰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 있는 云을 놓은 까닭도 구름이 모여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그늘이 지는 것을 말한 것이다.
云(二部)의 二는 상하의 하늘과 땅을 합친 숫자로서 천지의 사이를 뜻하고 아래의 厶는 공기가 올라가는 형상이므로, 地氣가 하늘 위로 올라 구름을 이룬다는 뜻이다. 二는 땅을 대표하는 수로서 구름과 이에 다른 그늘에 대한 뜻도 들어 있다.
대개 厶(사사 사, 마늘 모)는 주머니 형상으로서 자신의 私적인 소유물을 뜻하기도 하므로 云은 땅에서 거둬진 기운이 모여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34. 騰(오를 등) : 馬(말 마)部

騰은 勝(이길 승)과 음과 뜻이 통한다. 力(힘 력) 대신에 馬를 넣어 거친 말을 잘 다스리고 이겨서 마침내 말위로 올라타는 것이 騰이다.
또 한편으로는 券(문서 권) 아래의 刀를 생략한 형태에 舟의 변형체인 月을 보탠 글자인 朕(조짐 짐, 나 짐)에다 馬를 합한 글자로 볼 수도 있다. 朕은 천자가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호칭으로 쓰이지만 본래는 양쪽으로 갈라진 틈새를 뜻한다. 그러므로 騰은 뱃전 틈새로 솟구치는 물과 같이 말이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계된 글자로 滕(물솟을 등)이 있다.

[참조]

* 朕은 조짐(兆朕)의 뜻이 있다. 옛날에는 점을 칠 적에 거북의 마른 껍질을 구워서 등위에 갈라진 균열된 형태를 보고 점을 쳤으며, 그 형상을 본뜬 글자가 兆이다. 틈새가 벌어지고 갈라지는 뜻에 있어서는 兆나 朕이나 마찬가지이다.
* 券(문서 권) : 거래 계약을 맺을 때 양쪽(半 + 半)에서 각기 나누어(刀) 보관하는 계약서 등의 문서를 말한다.
* 卷(말을 권, 책 권, 구부릴 권) : 팔다리의 관절이 한쪽으로만 구부러지는(㔾: 마디 절, 節의 약자인 卩의 변형) 것과 같이 대쪽을 갈라 글을 쓴 후 끈으로 엮어맨 책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죽간(竹簡)으로 만든 책을 둘둘 말아 보관하였다.
* 拳(주먹 권) : 양손의 손가락(手)을 모두 말아 움켜쥔 상태의 주먹을 의미한다. 반면 손가락을 편 상태인 손바닥을 掌(손바닥 장)이다.
* 眷(돌아볼 권, 돌볼 권) : 좌우 양쪽을 모두 살펴보는 것으로 잘 돌봄을 의미한다.


35. 致(이룰 치, 이를 치) : 攵(攴: 두드릴 복)部

致는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至(이를 지)와 치고 두드린다는 攵이 합한 것으로 채찍질하거나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끝내 목적지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뜻이다. 至는 정점에 완전히 이른 상태를 말하고,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완료과정은 致로써 표현한다.
至는 일반적으로 새 또는 화살이 내려와 땅에 '이르렀음'을 의마한다고 본다. 역학적으로는 땅(土)이 만물의 모체(厶, 주머니 형상으로 자궁을 뜻하기도 함)로서 하늘의 기운을 받아 어린 생명(一)을 길러내는 것으로, 출산의 때가 '이르다'는 뜻이다. 나아가 두터운 땅의 덕이 지극하므로 '지극할 지'로 쓰인다.
하늘은 大, 땅은 至로써 일컬으니 천지부모의 德을 至大하다고 한다.


36. 雨(비 우) : 雨部

雨는 帀(두를 잡)과 水(물 수)를 합한 글자 형태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 두터운 구름을 이루고 마침내 엉긴 물방울이 무거워져 비가 되어 아래로 떨어짐을 표상한 것이다.
帀은 수건(巾 : 수건 건)이나 천 등으로 띠를 두른(一) 것으로 '둘러싸다'는 뜻이다. 대개 巾에는 천으로 아래 부위를 가리는 데에서 '덮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위에서 아래를 잘 감싸서 다스리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 帝(임금 제), 帥(장수 수, 거느릴 솔), 布(베 포, 펼 포), 師(스승 사)


37. 露(이슬 로) : 雨部

露는 길을 뜻하는 路(길 로)와 雨가 합친 글자로, 길가에 맺혀 있는 물방울 즉 이슬을 가리키는 회의형성문자이다. 대개 절기상으로 처서(處暑)를 지나면 흰 이슬이 맺히는 백로(白露)가 오고 추분(秋分)을 지나면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가 이른다.

[참조]

路는 제각기(各 : 각기 각) 발걸음(足 : 발 족)을 옮겨나가는 구체적인 각자의 길을 뜻하고, 道는 머리(首 : 머리 수)를 따라 몸과 수족이 움직이듯이(辶: 쉬엄쉬엄갈 착) 모든 근원이 되는 큰 길(법도)을 의미한다. 途는 내 자신(余)의 나아갈 길, 塗는 나아가기 힘든 진흙창(水+土)의 길로서 아무리 험난한 길일지라도 내 자신의 길을 내가 가야 함을 말한다.


38. 結(맺을 결) : 糸(실 멱)部

結은 가닥난 실을 뜻하는 糸과 길하다는 뜻인 吉(길할 길)을 합친 것으로 매사를 마침에 있어서 항시 길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結은 물건을 묶는다는 뜻이니, 결혼(結婚)을 할 때에도 청실과 홍실을 묶어 부부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하는 것이다.

糸은 幺+小의 글자로 가느다란 실끝의 갈려진 실가닥의 모습을 본뜬 글자이고, 吉은 士+口(言의 줄임)의 합성글자로 선비의 말을 따르면 사리와 법도에 맞으므로 길하게 된다는 뜻이다.


39. 爲(하 위) : 爫(爪,손톱 조)部

爲는 윗부분이 손으로 움켜쥐는 의미를 담고 있는 爫이고, 아래가 발을 뜻하기도 하는 灬(불화발/火의 변형), 가운데는 及(미칠 급)의 변형으로 곧 손이나 발을 움직이고 써서 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뜻이 된다. 일설에는 象(코끼리 상, 모양 상)과 흡사하므로 자연의 물상을 본떠서 물건을 만드는 뜻으로 爲를 보기도 한다.
* 僞(거짓 위)


40. 霜(서리 상) : 雨部

霜은 물방울을 뜻하는 雨와 초목의 싹눈을 의미하는 相(서로 상)을 합한 글자로 싹눈과 같이 엉겨붙은 이슬이 추위로 인해 하얀 서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늦가을인 음력 9월의 中氣는 상강(霜降)으로, 이때가 되면 이슬이 서리로 바뀐다.

[참고]

相은 본래 초목(木)의 싹눈(目 : 눈 목)이 나타남을 뜻하는 데서 '모양 상', 보는 것에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있기 마련이므로 '서로 상', 힘을 서로 합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도울 상', 나라의 안녕과 민생의 안정을 돕는 지위높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재상 상' 등의 여러 의미로 쓰인다.

[11] 金生麗水(금생여수)하고 : 금은 여수에서 나오고
[12] 玉出崑崗(옥출곤강)이라 : 옥은 곤륜산에서 나온다.

金(쇠 금) 生(날 생) 麗(고울 려) 水(물 수)
玉(구슬 옥) 出(날 출) 崑(메 곤) 崗(메 강)

[총설]

여수는 중국 운남성(雲南省) 영창부(永昌府)라는 곳에 있는데, 이 지방 사람들이 물 속에서 모래를 건져내어 백번을 도태(淘汰, 쌀일 도, 씻길 태 : ①물에 일어서 쓸데없는 것을 흘려 버림 ② 적자생존의 이치에 따라 환경이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이 멸망함)하면 금이 나온다는 데서 금생여수라 했다. 이것은 금생수(金生水)라는 오행상생(五行相生)의 법칙을 설명한 것이다.
옥출곤강은 곤륜산에서 나는 옥이 아름답다는 뜻인데, '완벽(完璧)'의 어원을 낳게 한 화씨벽(和氏璧)의 산지이기도 하다.
위의 두 구절은 지역과 토질에 따라 이름난 특산물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玉, 生과 出, 水와 崗의 글자가 서로 對(대)를 이루고 있다.


41. 金(쇠 금, 성 김) : 金部

'쇠 금'은 흙(土) 속의 입자가 단단히 엉겨 붙어(亼, 모을 집) 광채를 발산함을 뜻하는 八(여덟 팔)이 합친 글자로서 단단한 광물질인 쇠붙이를 의미한다. 글자 아래의 자형이 光(빛 광)의 윗부분과 같다.
金은 五行의 하나로서 서쪽 방위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오곡백과가 영글고 단단히 열매맺는 가을을 상징한다.
옛적에 우리 민족과 중국에서는 오행은 태극의 음양조화로 인해 생성되며, 만물 생성과 운행법도가 이 다섯 가지 구성 원소에 의한다고 보았다.


42. 生(날 생) : 生部

生은 초목이 땅(土)에서 싹터 나오는 모습(乙)을 본뜬 상형문자이다. 生의 글자 윗부분이 사람(人)인 까닭은 아마도 만물을 대표하는 사람을 취하여 생명을 탄생을 말하려 한 듯하다.
흙은 만물이 나오고 생활하는 근본인 동시에 다시 돌아가 쉬는 안식처로서 만물의 어머니에 해당한다. 주역의 곤괘단전(坤卦彖傳)에 보면 "지극하도다, 땅의 원대함이여! 만물이 이에 힘입어 나온다(至哉 坤元 萬物資生)"고 하였다.
역(易) 또한 생생(生生)하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계사전에 이르기를 "역이 태극을 보유하니, 태극이 양의(음양)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팔괘로써 길흉이 정해지고 길흉은 대업을 낳는다"고 하였다.


43. 麗(고울 려, 걸릴 리, 나라이름 리) : 鹿(사슴 록)부

麗는 본래 두 마리 사슴(鹿)이 서로 겨루다 뿔이 걸린 것으로 음과 훈이 '걸릴 리'이다. 걸린다는 뜻에서는 罹(근심 리, 걸릴 리)자와 통한다. 뒤에 사슴의 문양과 자태가 곱다는 뜻에서 '고울 려'라고 하였으며, '꾀꼬리 리(鸝)' 대신 쓰기도 한다.
麗의 古字는 사슴의 머리·뿔·네 발을 본뜬 鹿 위에, 밝고 빛나는 뜻인 丙(남녘 병, 빛날 병)을 나란히 겹쳐 올려 놓은 형태( )이다. 사슴은 화려한 문양과 아름다운 뿔이 있으므로 예로부터 명예 지위 등을 상징하였다. 그러므로 명예와 지위를 추구하는 것을 축록(逐鹿)이라 하고 국회의원 선거전을 축록전(逐鹿戰)이라고 한다.


44. 水(물 수) : 水部

水는 만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원천인 물을 가리킨다. 水는 물의 줄기에 해당하는 본류와 곁으로 갈라져 흐르는 지류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이다. 또한 물을 뜻하는 감중련(坎中蓮) 괘상( )에서 글자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생명의 발원이 바다에서 비롯되고 사람이 부모의 정혈(精血)에 의해 태어나며 몸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 오행상으로도 가장 먼저 생성되는 것이 물로서 생성 시초가 1(陽數)와 6(陰數)의 배합에 의해 水가 생성된다.


45. 玉(구슬 옥) : 玉部

玉은 세 개의 옥돌을 끈으로 꿴 상형문자로 몸에 차는 패옥(佩玉)을 가리킨다. 한자의 구성에서 변으로 쓰일 때는 王으로 표현하지만 호칭은 '구슬 옥변'이라고 한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그 자형이 土를 상하로 뒤집어 겹쳐놓은 王(천지인 三才의 이치를 하나로 합하고, 중정무사한 덕으로 천하만민을 다스려야 한다는 글자 모양이다. 이러한 三才合一(삼재합일)의 법도가 오행으로는 水火木金의 중심인 土에 해당하므로, 상하로 土를 겹친 글자로 보기도 한다)에다 丶(별똥 주)를 더하여, 빛이 곱고 모양이 아름다워 귀히 여기는 옥돌을 상징한다. 金玉은 모두 흙에서 출토되므로 金과 玉에 모두 土가 들어있다.


46. 出(날 출) : 凵(입벌릴 감, 위 튼 입 구)部

出은 凵에  (싹날 철)을 보태어, 입을 벌리고 생명이 움터나오는 것을 뜻한다.
또한 出을 상하로 나누어보면 山이 거듭한 형태이다. 산은 움직임이 없는 상으로 후중(厚重)히 그치는 덕이 있으며, 그칠 때 그쳐야만 나아갈 때 나아갈 수 있으므로 行은 止를 근본으로 한다.(걸음을 옮기는 足과 일월의 운행에 의한 歲, 지나온 세월의 기록을 뜻하는 歷의 글자에는 모두 止가 들어있다.) 방위상으로는 동북방의 艮卦로써 산을 칭하니,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북 艮方이라고 하였다.
고대 하나라에서는 산을 만물생성의 근원처로 보아 중산간(重山艮)을 머릿괘로 한 연산(連山)으로써 역의 명칭을 삼았다. 乾卦 단전(彖傳)에서 '머리가 서물 가운데에서 나온다'는 수출서물(首出庶物)과 설괘전(說卦傳)에서 '帝가 진방에서 나온다'는 제출호진(帝出乎震)의 내용에도 出이 나온다.


47. 崑(메 곤, 산이름 곤) : 山(메 산)部

崑은 山과 昆(맏 곤)을 합하여 집안의 장자와 같이 산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큰 산을 의미한다. 昆은 모든 별들과 견주어(比) 볼 때 해가 가장 맏이가 된다는 뜻에서 '맏 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형제(兄弟)를 곤제(昆弟)라고도 부른다.
崑은 중국 서쪽에 있는 최대의 영산(靈山)으로서 서왕모(西王母)가 살며 아름다운 옥이 많이 난다고 전하는 곤륜산(崑崙山)을 가리킨다.


48. 崗(메 강) : 山部

崗은 그물(网, 그물 망)처럼 능선(山)이 펼쳐진 뜻인 岡에다 다시 위에 山을 더한 글자로서 높은 산을 뜻한다. 崗은 岡의 속자(俗字)이다.

[13] 劍號巨闕이요 : 검은 거궐이 이름나고
[14] 珠稱夜光이라 : 구슬로는 야광주를 일컫는다.

劍(칼 검) 號(이름 호) 巨(클 거) 闕(집 궐)
珠(구슬 주) 稱(일컬을 칭) 夜(밤 야) 光(빛 광)

[총설]

巨闕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보검이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보검 여섯 자루를 얻었는데, 오구(吳鉤), 담로(湛盧), 간장(干將), 막야(莫邪), 어장(魚腸)이며 巨闕도 그중의 하나이다.
夜光은 진주의 이름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隨)나라 임금이 용(龍)의 아들을 살려주자, 용은 지름이 한 치가 넘는 진주를 주어 그 은혜에 보답하니, 진주가 빛나 밤에도 대낮과 같이 환하였다. 이것을 초왕(楚王)에게 바치니 초왕은 크게 기뻐하며 몇 대가 지나도록 수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 구절에서는 號와 稱을 두어 서로 상대되게 하였다.


49. 劍(칼 검) : 刂(선칼 도)部

劍은 모두를 뜻하는 僉(다 첨)에다 칼을 세워놓은 刂를 합쳐, 칼의 양날이 다 날이 선 칼을 의미한다. 僉은 여러 사람이 모여(亼) 서로 외쳐(口+ 口) 따름(人人 , 從의 본자)을 나타내는 데에서, '모두, 다'를 뜻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양쪽 사람이 서로 합하여(合+合) 쫓는 뜻이 있다.


50. 號(부를 호) : 虍(범 호)部

號는 본래 범(虎)이 큰소리로 부르짖는다는 뜻인 号(범이 울 호)에서 나온 글자이다. 왼편의 口 아랫부분은 亏(어조사 우, 于의 본자)와 관련된 글자이다. 亏에서 위의 一은 내쉬는 숨이 고름을, 그 아래는 숨이 막힘을 뜻한다. 여기서는 막혔던 숨이 돌연 터져 큰 목소리로 부르짖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號의 속자로 号를 쓰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에게서 받는 이름을 名(이름 명), 성장하여 성인 의식을 치를 때에 받는 것을 字(글자 자), 사회적으로 자신을 떳떳이 알리기 위해 스스로 짓거나 스승에게서 받는 것을 號(부를 호)라고 한다.


51. 巨(클 거) : 工(장인 공)部

巨는 대목들이 쓰는 공구인 자(工)를 손(彐, 고슴도치머리 계에서 一을 뺀 형태. 彐는 又(손 우)의 변형으로 보기도 함)으로 움켜쥔 모습에서 본뜬 상형문자로서, 자를 균제방정(均齊方正)하게 활용하여 큰 일을 능히 해냄을 뜻한다.
『大學』에서 평천하(平天下)하는 도의 요체가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혈구지도(絜矩之道)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이는 巨의 '크다'는 뜻과 통한다.
본래 工(장인 공, 이을 공)은 천지(二 : 두 이) 사이에 사람이 서서(ㅣ) 천지법도에 맞게 일을 한다는 뜻이며, 도구와 연장을 만드는 '장인'의 뜻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공부(工夫)의 의미는 천지의 법도와 이치를 깨우쳐 사람의 할 바를 올바르게 알고 행하는데 있다.
한편 二를 수준기(水準器)로 보고 가운데의 ㅣ을 먹줄로 보아 대목이 연장을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이 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장인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52. 闕(집 궐) : 門(문 문)部

闕은 본래 천자가 거처하는 대궐 또는 궁문을 상징하는 글자로서 궁문 옆 양쪽에 세워놓은 두 개의 대(臺)를 말한다. 천자는 만민의 근본이 되므로 수에서 헤아리지 않는 뜻에서 '빠지다' 또는 '부족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대개 임금이나 귀인의 이름을 쓸 때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 글자의 획을 생략하여 쓰는 궐획(闕畫)과 한두 글자 쓸 자리를 비우거나 줄을 바꾸는 궐자(闕字)에서도 이런 면을 살필 수 있다.
闕은 양쪽 문을 형상한 門에다 숨차 쿨룩거리는 (숨찰 궐)을 합친 글자이다. 의 오른편 欠(하품 흠, 부족할 흠)은 기운이 부족하여 하품한다는 뜻이고, 왼편의 (거스를 역)은 아래에서 떠받쳐 되받아내는 뜻이다.


53. 珠(구슬 주) : 玉(구슬 옥)部

珠는 玉과 붉음을 뜻하는 朱(붉을 주)를 더한 회의형성문자로, 붉은 빛을 발하는 옥을 뜻한다. 朱는 나무를 베고난 밑둥의 색이 붉다는 뜻에서 '붉을 주'라고 한다.


54. 稱(일컬을 칭, 달 칭, 저울 칭) : 禾(벼 화)部

稱은 禾(벼 화)에 爪(손톱 조)와 再(두 재, 거듭 재)를 합친 글자로 볏단을 들어 무게를 단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稱은 무게를 달고 눈금을 읽는다는 뜻에서 일컫다는 뜻으로 쓰이고 저울을 가리키는 말로 되었다.
『周易』15번째 괘인 謙卦에 '많은 것을 덜어내 적은 데에 보태어서 물건을 달아 고루 베푼다(裒多益寡 稱物平施, 부다익과 칭물평시)'고 하였다. 謙은 땅 아래 산이 있는 괘상으로 후중한 덕으로 남 아래에 처함을 말하니, 天道가 아래로 내려 광명하고 地道가 스스로를 낮추어 위로 나아가는 것이 謙의 법도이다. 군자 또한 겸손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니,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서(易地思之, 역지사지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남을 앞세우고 자신을 비운다.


55. 夜(밤 야) : 夕(저녁 석)部

夜의 위는 亠(머리 두)의 형태이지만 본래는 入(들 입)이다. 아래 왼편의 人은 사람으로서 만물을 뜻하며, 아래 오른편은 저녁(夕)을 지나 달(月)이 떠올라 천천히 나아감을 뜻한다. 즉 만물이 다 자기 처소로 돌아가서 잠드는 때가 달이 비추는 한밤중임을 표현한 글자이다. 낮은 해가 밝히고 밤은 달이 밝히므로 晝夜(주야)에 각기 日月이 들어 있다.


56. 光(빛 광) : 儿(어진 사람 인)部

光의 위에 있는 小의 형태는 해와 달과 별들이 내뿜는 빛을 표현한 것이고 아래의 兀(우뚝할 올)은 음양(二)의 씨앗이 움터나오는 하늘 아래의 지표(一)를 뜻한다. 여기에서 땅을 비추는 하늘의 밝은 빛에 대한 뜻이 나온다.
또는 땅(一)속에서 음양 종자가 움터(儿) 마침내 줄기(l)를 뻗고 가지(八)를 치는 것에서 생명의 밝은 빛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천지를 낳는 태극의 광명한 이치에 따르면, 가운데 一에는 태극, 위의 小에는 상천(上天)을 대표하는 수인 삼천(參天), 아래의 儿에는 하지(下地)를 대표하는 수인 양지(兩地)에 대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참고로 수의 본체가 되는 生數 1 2 3 4 5에서 하늘의 수는 홀수인 1 3 5 세 가지이고, 땅의 수는 짝수인 2와 4 두 가지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수를 3과 2로써 대표하며, 이를 삼천양지(參天兩地)라고 한다.

[15] 果珍李柰하고 : 과일은 오얏과 벚을 보배롭게 여기고
[16] 菜重芥薑이라 : 채소는 겨자와 생강을 중히 여긴다.

果(열매 과) 珍(보배 진) 李(오얏 리) 柰(벚 내, 능금 내)
菜(나물 채) 重(무거울 중, 거듭 중) 芥(겨자 개) 薑(생강 강)

[총설]

땅에서 나는 식용식물 가운데 별미를 지닌 귀중한 것으로 오얏(자두)과 벚(능금), 겨자와 생강을 들고 있다. 즉 나무 열매로는 오얏과 벚을 으뜸으로 치고, 매운 맛을 내어 조미료로 쓰이는 겨자와 생강을 채소의 한 종류로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57. 果(열매 과) : 木部

果는 木위에 둥근 열매(田)가 달린 모양을 취한 상형문자이다. 한자에서는 이응( ㅇ)의 형상을 口로 표현하기도 하므로 여기서의 田은 밭의 뜻이라기보다는 완성의 수인 열(十)에다가 口를 붙여 열매가 맺혔음을 나타낸 것이다.
천지의 조화가 10干(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을 본체로 돌아가고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열달만에 화육되어 나온다. 오행으로 살피면 十은 음토로서 천간의 己에 해당하므로 몸체를 이루는 열매와 그 뜻이 통한다. 土의 작용은 심고 거두는 가색(稼穡)에 해당하니, 생수의 끝인 五가 양토로서 씨를 뿌리는 인(因)이라면 성수의 끝인 十은 음토로서 열매를 거두는 果로 볼 수 있다. 洛書(낙서)의 오용십작(五用十作)의 원리가 이러한 이치를 잘 보여준다.


58. 珍(보배 진) : 玉部

珍의 오른쪽은 머리를 빗는 참빗으로 '참빗 진'이라고 한다. 오른편에 玉을 보태어 섬세하고 고운 결을 지닌 옥이 보배롭다는 뜻을 취하였다.


59. 李(오얏 리) : 木部

李는 木에다가 종자(열매)를 뜻하는 子를 더하여, 초목의 열매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오얏을 가리킨다.

[참조]

老子는 본래 동이(東夷)족의 후손으로 어머니 태중에 80세 동안 있다가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머리가 희었으므로 老子라고 하며, '동방의 아들'을 뜻하는 李에서 자신의 성씨를 취하였다고 전한다.


60. 柰(벚 내, 능금 내) : 木部

柰는 木에다가 神을 뜻하는 示(보일 시)를 합쳐, 제사에 쓰이는 능금이 곧 神木의 열매임을 뜻하고 있다. 대개 奈와 柰는 같은 글자로 보지만 주로 奈는 '어찌 내', 柰는 '능금 내'의 의미로 쓰인다.


61. 菜(나물 채) : 艹(艸, 풀 초)部

菜는 손으로 캐 뜯는 뜻인 采(캘 채)에다 풀(艹)을 합쳐서, 사람이 들이나 산에서 캐어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는 나물을 말한다. '캔다'는 采의 의미를 採로써 대신 쓰기도 한다.


62. 重(무거울 중, 거듭 중) : 里(마을 리)部

重은 부수가 里이지만 본래는 車(수레 거)에서 나온 글자로서 바퀴축(l)에다 겹바퀴(상하의 二)를 끼어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큰 수레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바퀴를 거듭 끼었다고 하여 '거듭하다'는 뜻과 큰 수레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으므로 '무겁다'는 뜻으로 쓰인다.
한편 重을 里와 壬(아홉째천간 임, 짊어질 임)을 합친 글자로 보면 田土에서 나오는 곡식을 짊어지는 것으로 짐이 무겁다, 차곡차곡 재어 싣는다는 뜻에서 '무겁다' '거듭하다'는 뜻이 나온다. 또한 臿(가래 삽)에 土를 합친 글자로 보면 가래질하여 일구는 흙이 두텁고 무겁다는 뜻이 된다.

[易解]

重속에는 車가 들어 있고 車에는 申(납 신)이 들어 있다. 申은 아홉째 지지로 '펼쳐 평평히 한다(伸也)'는 뜻이지만 시간(日)의 운행축(l)에 대한 의미가 숨어 있다. 車 또한 수레의 짐과 바퀴, 축을 본떠 짐을 실어 옮기는 수레를 나타내나 일정한 축(l)에 의해 돌아가는 해(日)의 주야운행 즉 시간을 운행하는 수레를 뜻하는 것이다. 申의 상하에 二를 거듭 놓은 重은 시간상의 네 수레바퀴인 年月日時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해의 12시로 인해 하루가 이루어지고 이 하루가 계속 쌓여 한달을 이루고 달이 거듭하여 계절과 해를 이루는 데에서, 거듭하는 뜻이 있다. 申 또한 거듭한다는 의미도 있다.


63. 芥(겨자 개) : 艹(艸)部

芥는 풀을 뜻하는 艹에다 介(끼일 개)를 합해 나물(음식)에 두루 끼어 매콤한 맛을 내는 겨자를 뜻한다. 겨자는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돌게 한다.


64. 薑(생강 강) : 艹(艸)部

薑은 풀을 뜻하는 艹에다 畺(지경 강)을 합해 나물과 나물 사이에 넣어 상충되는 맛을 조화되도록 만드는 생강을 뜻한다. 생강은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신명(神明)을 통하게 하고 예악(穢惡 : 악취)을 제거한다.

[易解]

畺은 두 田 사이에다 三을 넣어 땅의 경계를 가르는 밭두둑 등을 나타낸다. 역학적으로 보면 四口인 4년의 운행 역수에 상응하므로 두 田은 곧 8년의 운행 역수이다. 달력상의 기영과 삭허가 8년을 주기로 87일(29일x3)이 발생되어 삼윤(三閏 : 석달의 윤달)으로써 보간(補間)하여야 하니, 곧 8세(歲) 3윤법(閏法)의 이치가 畺에 들어 있다.
지경(地境) 즉 경계는 땅과 땅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음식물의 중간(경계)에 끼어 맛을 돕는 나물이 곧 생강인 것이다. 겨자(芥)에 介(끼일 개)字가 들어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17] 海鹹河淡(해함하담)하고 : 바닷물은 맛이 짜며 하수의 물은 싱겁고
[18] 鱗潛羽翔(인잠우상)이라 : 비늘 달린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 있고 깃달린 새는 난다.

海(바다 해) 鹹(짤 함) 河(물 하) 淡(싱거울 담)
鱗(비늘 린) 潛(잠길 잠) 羽(깃 우) 翔(날개 상)

[총설]

海鹹河淡은 바닷물의 짠 맛과 강물의 싱거운 맛을, 뒤의 鱗潛羽翔은 물속에 사는 어류와 하늘을 나는 조류를 각기 상대적으로 대비한 문장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아직 바다로 흘러가기 전의 강물은 맛이 싱겁다. 본래 물은 아래로 흐르면 흐를수록 뭍의 짠 성분이 녹아들어 짜게 된다.
대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百年河淸(백년하청)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년 동안 장구한 세월을 기다려도 하수(河水, 중국의 黃河, 황토로 인해 항시 강물이 누렇고 흐림)의 물이 맑게 되랴'는 뜻이다. 문장 그대로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을 뜻하기도 하는데 반어적(反語的) 뜻으로 많이 쓰인다.
鱗潛羽翔에서는 앞의 구절에 뜻을 더 붙여 아래 물 속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를 언급해 짝을 이루었다. 『中庸』에도 『詩經』의 싯귀를 인용하여 '솔개가 날아 하늘로 훨훨 오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펄펄 뛰니, 위와 아래를 살피면 이치를 알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鳶飛戾天이어늘 魚躍于淵이라 하니 言其上下察也니라)'고 하였다.

<참고>

이상 18구절까지의 글은 천자문이 주역의 陰陽생성론과 서경 홍범구주의 五行論, 그리고 황제음부경의 五賊論에 의거하여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의 자연철학에 의거해 먼저 천지현황의 음양론과 일월영측의 음양변화에 따라 하루와 한달, 사시와 일년이 생겨나고 그 사이 일월운행의 차이로 인해 윤달을 두고(윤여성세), 그 음양의 생성변화 속에서 오행이 생겨나는 이치를 금생여수란 글귀 속에 담아내고, 황제음부경의 오적론에 의거해 검호거궐이란 글귀 속에 인간이 만물의 이치를 잘 조리하여 인간에 이로운 물건들을 생산해내는 과정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용사화제의 귀절 이하부터는 인간의 역사와 인륜의 법도 등에 대해 두루두루 짚어나감을 알 수 있다.
천자문에서 이러한 이치를 잘 궁구해 가면서 공부한다면 그 기초가 탄탄하여 차후 사서삼경을 비롯한 동양학을 공부해 나가는데 그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많은 내용들에 대해 보다 정확한 틀을 갖고 해석해내고, 보다 진일보한 이론을 창출해내리라고 본다.


65. 海(바다 해) : 氵(삼 수 : 水)部

海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氵)가 매양(每 : 매양 매) 한데로 모여들어 이루어지는 바다를 가리키며, 여러 자식이 늘상(매양) 낳아준 어머니 품을 그리워 해 돌아가려 함과 같이 모든 것을 담아 안는 바다가 곧 생명의 모체임을 암시하고 있다.
每는 위(人)가  (싹날 철)이고 아래가 母(어미 모)이다. 싹( )이 포기(母)에서 계속 잇달아 나오는 데에서, '매양, 늘' 등의 뜻이 있다.


66. 鹹(짤 함) : 鹵(소금 로)部

鹹은 鹵(소금 로)와 咸(느낄 함)을 합해서 소금에서 느끼는 짠맛을 뜻한다. 鹵안의 점(丶) 넷은 소금밭의 모습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은 西(서녘 서)의 古字 형태로서, 중국의 서쪽 지방에서 나오는 '돌소금'을 뜻한다고 한다. 대개 소금이 있는 곳에는 풀이 자라지 않으므로 '거칠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鹵를 占(점칠 점, 차지할 점)과 乂(벨 예, 다스릴 예)에다 丶(점 주, 별똥 주) 넷을 더한 글자로 보면, 소금밭을 점유(占有)하여 잘 다스리는 뜻이 있다.

[참고]

五行論을 펼친 洪範(홍범)에는 오행의 성질과 더불어 각각이 낳는 五味를 언급했는데 다음과 같다.
'물은 아래로 내려감이요, 불꽃은 위로 오름이요, 나무는 굽으며 곧음이요, 쇠는 따르며 바꿈이요, 흙은 이에 심으며 거둠이니라(水曰潤下ㅣ오 火曰炎上이오 木曰曲直이오 金曰從革이요 土爰稼穡이니라). 윤하는 짠맛을 짓고, 염상은 쓴맛을 짓고, 곡직은 신맛을 짓고, 종혁은 매운맛을 짓고, 가색은 단맛을 짓느니라(潤下는 作鹹하고 炎上은 作苦하고 曲直은 作酸하고 從革은 作辛하고 稼穡은 作甘이니라).'


67. 河(물 하) : 氵(水)部

河는 氵변에 可(옳을 가)를 합한 것으로 可에는 '옳다, 마땅하다(가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이 뜻을 취하여, 가히 물이라고 할 만한 '큰 물'을 뜻한다. 본래 可는 입으로 하는 말이 사리에 맞아 떳떳하고 정정함(丁은 正也라. 나무가 줄기를 힘차게 뻗은 상)을 뜻하므로 '옳고 크다'는 뜻이 있다.


68. 淡(싱거울 담, 맑을 담) : 氵(水)部

淡은 물(氵)과 炎(불꽃 염)을 합한 글자이다. 물을 끓여 증류수를 만들면 그 맛이 싱거우므로 '싱겁다'는 뜻이 된다.


69. 鱗(비늘 린) : 魚(고기 어)部

鱗은 燐(도깨비불 린)에서 火를 뺀 데에다 魚를 더하여, 물고기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표현하였다. 米(쌀 미)는 빛이 放射(방사)하는 모습이고 舛(어긋날 천)은 발이 엇갈리는 모습이므로, 여기저기서 빛이 반짝이는 뜻이다.


70. 潛(잠길 잠) : 氵(水)部

潛에서 왼편의 氵를 제외한 오른편 글자는 입(曰 : 가로 왈)에서 가늘게 나오는 숨 또는 입김을 뜻하므로 '입김낼 첨'이라고 한다. 자맥질하여 물(氵) 속에 들어가기 직전에 입김을 내뿜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뜻에서 '잠기다'는 뜻이 나온다.


71. 羽(깃 우) : 羽部

羽는 새의 두 날개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대개 羽는 양 날개를 접은 모습이고 飛의 오른편은 활짝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升) 모습이다.


72. 翔(날을 상) : 羽部

翔의 왼편은 무리(群 : 무리 군)를 짓고 순백한 빛을 가지고 있는 羊(양 양)이므로, 새들이 하얗게 떼지어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뜻을 담고 있다. 양떼를 몰 때 뒤에서 모는 것은 대개 양이 남보다 앞장서 나아가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義(옳을 의), 善(착할 선)

[19] 龍師火帝하고 : 용의 스승이요 불의 임금이고
[20] 鳥官人皇이라 : 새의 벼슬이요 사람의 임금이라

龍(용 용) 師(스승 사) 火(불 화) 帝(임금 제)
鳥(새 조) 官(벼슬 관) 人(사람 인) 皇(임금 황)

[총설]

옛날 중국의 상고(上古) 시대 때 성인인 복희씨(伏羲氏)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 하늘의 계시로 하수(河水)에서 신비로운 용마(龍馬, 머리는 용이요 몸은 말의 형상을 했다고 함)가 나왔는데 그 등에는 1에서 10에 이르는 수를 나타낸 무늬가 있었다고 한다. 복희씨가 이를 보고 '천지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이치가 그 무늬(그림)에 있음, 곧 10수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를 법하여 팔괘(八卦)를 시획(始畫)하고 또한 벼슬(관직)의 명칭을 여러 용으로 정했다고 한다. 龍師는 풍운조화를 부리는 용으로 벼슬을 삼았다는 동시에 복희씨를 가리킨다.
복희씨의 뒤를 이은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는 처음으로 불을 때서 익혀 먹는 방법을 연구해내, 그때부터 화식(火食)이라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불은 밝고 하늘의 해와 같으므로 해가 천하를 비추듯 밝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에서, 火의 덕을 숭상해 정치를 하였다고 전한다. 여기서 火帝는 곧 炎帝 신농씨를 말한다.
소호씨(少昊氏, 少호씨)라 하는 임금 때에는 성인이 나와야 출현한다는 봉황(鳳凰)새가 나와서 상서로움을 알려주었음으로 새(鳥) 이름으로써 모든 관직의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복희씨 때는 용으로 관직을 정했는가 하면 소호씨 때는 새로 관직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春秋左氏傳』‘昭公 17년조 가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노나라를 방문한 담자(郯子)가 관제(官制)에 대해 묻는 소공과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옛날에 黃帝氏는 구름을 바탕으로 삼은(수호신으로 삼은) 고로 雲師가 되어 구름으로 이름하였고, 炎帝氏는 火師가 되어 불 이름으로 하였으며, 共工氏는 물을 바탕으로 하여 水師가 되어 물 이름으로 하였고, 태호씨(大皞氏, 복희씨)는 용을 바탕으로 삼아 龍師가 되어 용이름으로 하였으며, (담자의 조상인) 소호지(少皞摯)가 왕이 되었을 때 봉새(鳳鳥)가 나타나 새를 기원으로 하여 鳥師가 되어 새 이름으로 하였으며, 鳳鳥氏는 歷을 바로 잡았으며(曆을 관장했으며), 玄鳥氏는 춘분과 추분의 시기를 구분하는 일을 맡았고(司分), 伯趙氏는 하지와 동지를 구별하는 일을 맡았고(司至), 靑鳥氏는 양기가 만물의 힘을 열어주는 일을 맡았으며(司啓), 丹鳥氏는 음기가 만물의 힘을 정지케 하는 것을 관장했고(司閉), 축구씨(祝鳩氏)는 司徒가 되었으며, 저구씨(鴡鳩氏 : 물수리)는 司馬가 되었으며, 시구씨(鳲鳩氏 : 뻐꾸기)는 司空이 되었으며, 상구씨(爽鳩氏)는 司寇가 되었으며, 골구씨(鶻鳩씨 : 송골매)는 農工을 맡았으며(司事), 다섯 구(五鳩)의 官은 백성들을 모아 영도했으며, 다섯 치(五雉)의 官은 다섯 분양의 工人들을 맡은 관장이 되어 도구를 편리하게 하고(利器用), 도량의 법을 바르게 하여 백성들을 편하게 하였오(正度量하여 夷民者也라). 아홉 호(九扈)의 관은 아홉 가지 농정을 맡아 백성들을 안착시켜 게으르지 않게 하였다. 그러나 전욱씨(顓頊氏) 이래로 우리 인간 사회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수호자로 삼지 못하고 가까운 것을 바탕으로 삼아(不能紀遠 乃其於近) 백성임금은 백성만을 거느리는 존재가 되어 백성의 일을 가지고 관명으로 삼으니 이는 인간 밖의 것을 부릴 수가 없어서 그랬음이오((爲民師而命以民事하니 則不能故也라)”라 했다.

人皇은 사람을 위주로 정치하는 황제(皇帝)가 등극하였다는 뜻이다. 아득한 태초의 삼황(三皇) 시대 즉 하늘의 天皇, 땅의 地皇, 사람의 人皇도 있지만 여기서는 인문(人文) 사회를 열었다는 고대 중국의 黃帝(황제)로 볼 수 있다. 대개 皇帝는 큰 임금이라는 뜻으로 하늘의 아들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임금인 天子를 말한다.
삼황오제(三皇五帝)는 天皇氏, 地皇氏, 人皇氏가 三皇이 되고, 伏羲氏·神農氏·황제·堯·舜이 五帝가 되는데, 대개 皇은 형이상적인 존재로 형이하적인 帝보다 상위개념이고, 그 帝 밑에 王(임금 왕)과 君(임금 군)이 차례한다.
그러므로 글자 뜻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미 보통명사화하여 일반적인 호칭이 되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 국조(國祖)인 단군(檀君)의 호칭을 단황(檀皇) 또는 단제(檀帝)라고 존칭함이 마땅할 것이다.
전국시대 때 진왕(秦王) 정(政)이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를 황제(皇帝)라 칭한 것은 바로 자신이 삼황오제(三皇五帝)와 같은 존재란 의미이다.


73. 龍(용 용) : 龍部

龍은 뿔(卜)과 비늘(三)이 달린 몸체(己 : 몸 기, 月 : 육달 월→肉)을 치켜세우고(立 : 설 립) 하늘로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여 본뜬 상형문자이다.
후한 때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용은 鱗蟲之長(인충지장) 즉 비늘 달린 부류의 首長(수장)으로 능히 幽明(유명)과 長短(장단)을 자유자재로 하며, 춘분에는 하늘로 오르고 추분에는 못에 잠긴다고 하였다.
용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형이상적이고 상상적인 동물로 신비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조화를 부리므로 하늘괘인 乾卦의 陽爻들을 용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 潛龍·見龍·飛龍·亢龍

龍을 상형문자로 풀이하여도 무난하지만 易理(역리)를 바탕으로 해석해보면 우레를 나타내는 동방진괘와 관련된 뜻으로 볼 수 있다. 우레는 땅의 음기가 하늘의 양기와 사귀어, 아래에서 위로 공기가 회전해 올라가는 것으로 용이 못속에 잠겨있다가 하늘로 오르는 이치와 같다.

四時의 德으로 본다면 龍은 머리에 해당하는 봄의 元德에 해당하므로 방위상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동방에 속하며, 팔괘 방위상으로는 동방의 震卦( )가 된다. * 文王의 후천팔괘도와 사신도 참조

낙서의 구궁수로 볼 때 정동방인 震이 三에 해당하므로 三震이라고 부른다. 龍字안의 卜(점 복)은 卦(괘)를 뜻하며 三은 정동방을 뜻하므로 三震( )을 뜻한다. 이것은 동방의 청룡과 대비되는 서방의 白虎에서도 입증된다. 대개 虎(범 호)를 범의 가죽무늬를 본뜬 상형문자로 풀이하지만, 龍과 마찬가지로 괘를 뜻하는 卜과 정서방을 뜻하는 七(일곱 칠)이 들어 있다. 七은 구궁수로 볼 때 정서방에 위치하고 서방태( )는 바로 범(백호)에 해당한다.

역수(曆數)상으로 보면 8歲(총99삭망월)를 주기로 생성되는 석달의 閏(3윤법)을 상징한 것이 龍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달력상으로 己는 하도의 10土에 해당하므로 본체인 8歲간의 평달(96삭망월)이 되고 三卜月立은 석 달의 閏(氣朔 87일 = 29x3)이 들어서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지하 연못 속에 잠긴 용이 때를 타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나, 평소에는 쓰지 않다가 때가 되면 윤달을 두어 일월운행을 합치시키는 이치나 매한가지이다. 용의 몸에 달린 세 개의 비늘(參天兩地의 三으로도 볼 수 있음)이 곧 평달에 붙어 있는 석달의 閏이 되는 것이다.

虎의 경우는 19歲 7閏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윤달은 보태는 달이므로 潤(불을 윤)과 통하고 潤澤(윤택)한 것은 연못에 상응한다.


74. 師(스승 사, 무리 사, 군사 사) : 巾(수건 건)部

師의 왼편은 흙이 쌓여 있는 阜(언덕 부)에서 十을 뺀 형태이고 오른편은 帀(두를 잡, 수건으로 머리를 두르거나 행주치마를 허리에 두른 모습에서 두르다는 뜻이 나온다. )이므로, 사방으로 물이 언덕(땅) 주위를 에워싸고 있듯이 주변에 많은 무리가 모여 있음을 뜻한다.
이를 帥(장수 수, 거느릴 솔)와 一(한 일)이 합친 글자로 보면, 한 사람의 장수가 모든 군사를 인솔한다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 스승 밑에 많은 제자가 따르는 것을 의미해 '스승 사'라고 한다.


75. 火(불 화) : 火部

火는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로 이를 약간 변형한 형태이다. 人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사람의 밝은 생명력이 활동적이고 환히 비추는 불과 같다는 뜻이고 八은 밖으로 불꽃이 흩어지는 모습니다.
八은 --의 상과 통하므로 흐리고 탁한 陰을 상징한다. 불의 속성은 밖은 陽的으로 환하지만 안의 본체는 陰的이어서 外明內暗(외명내암)한 것이다. 탁한 것이 타올라 밖으로 밝은 빛을 내다가 사그러지는 불이나, 만물과 사람이 활동하며 살다가 마침내 죽는 이치가 다같은 것이다. 소성괘로 보면 불을 뜻하는 離虛中의 괘상이 이므로 外明內暗하다.


76. 帝(임금 제) : 巾部

帝는 큰 면류관(冕旒冠, 六으로 상징)을 쓰고서 허리에 관대(冠帶, 冖로 상징)를 두르고 곤룡포(袞龍袍, 巾으로 상징)를 입은 제왕을 뜻하는 상형문자로 본다.
六을 大로 보고 그 아래를 出을 뒤집은 형태로 보면 어머니 뱃 속에서 태아가 머리(大)를 거꾸로 하여 밑으로 나오는(出) 이치가 있다. 즉 위 하늘로부터 아래 땅으로 큰 것이 내려오는 뜻으로 上帝의 명을 받은 天子가 세상에 출현함을 뜻한다고 하겠다. 만백성의 표준이 되고 사표(師表)가 되는 임금이 맨윗자리에 거처하면서 온 천하에 명을 내리니(出命), 命이란 본래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는 것이다.
易에서는 帝出乎震이라고 하여 제왕이 동방인 震方에서 나온다고 하였고 하늘괘인 乾卦에도 首出庶物(머리가 뭇 물건 가운데에서 나옴)을 말하였다. 해가 동방에서 나오려면 먼저 새벽 방위인 동북 艮方을 거쳐서 나오니, 出에는 또한 重山艮( )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帝(六出)를 '때로 여섯 마리 용을 타서 하늘을 수레 몰 듯이 운전한다(時乘六龍 以御天)'는 의미(사람은 때를 잘 살펴 행동할 때만이 어긋남이 없다는 뜻으로 與天地合其德을 말한다)로도 볼 수 있다.


77. 鳥(새 조) : 鳥部

鳥는 새의 벼슬과 눈(白), 그리고 날갯죽지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이와 비슷한 글자로 灬(火)部의 烏(까마귀 오)가 있는데, 까마귀는 검은색(白과 반대)인데다가 눈도 검어 구별이 잘되지 않으므로 鳥에서 눈동자를 뜻하는 一을 빼었다. * 鳴(울 명) 嗚(탄식할 오)
참고로 鳥는 꽁지가 긴 새를, 隹는 꽁지가 짧은 작은 새를 가리킨다.


78. 官(벼슬 관) : 宀(집 면, 갓머리)部

官은 흙이 층층이 쌓이듯 많은 계층의 무리가 일하는 집(宀)이라는 데에서, '관청'을 뜻하기도 하고 '벼슬아치'를 뜻하기도 한다. 또는 층층이 놓인 섬돌과 같이 위계(位階)가 엄정하다는 뜻도 있다. 직위에 따라 하는 바 책무가 다르므로 '맡다, 관장(管掌)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글자로 宮(집 궁)이 있다.


79. 人(사람 인) : 人部

人은 서로 한짝을 이룬 남녀를 뜻한다. 左陽右陰의 이치에 따라 人의 왼편은 남자(丿: 삐칠 별), 오른편은 여자(乀: 파일 불)를 뜻한다. 사람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서로 사랑으로 이끌어주고 두텁게 받쳐주는 글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人과 仁(어질 인)은 그 의미와 발음이 서로 통한다.
남자(陽)가 위에 있고 여자(陰)보다 앞서는 이치가 글자의 모습과 획순에서 나타나는데, 明(밝을 명) 또한 이러한 이치로 되어 있다. 入(들 입)과 글자 형태를 대비해보면, 人은 양이 음보다 위에 있어서 밝고 동정인 생명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반면, 음이 양보다 위에 있는 入은 안으로 들어가서 어둡고 정적인 의미를 보여준다.


80. 皇(임금 황) : 白(흰 백)部

皇은 왕보다 높은 황제를 뜻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먼저 白과 王을 합친 글자 형태로 보면 태양의 흰 빛처럼 모든 왕들의 근원 중심이 된다는 뜻이고(백색은 색의 바탕), 白을 自(스스로 자)의 획 줄임으로 보면 호흡하는 코를 본뜬 自에 '비롯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왕의 조종(祖宗)이 되는 황제에 대한 뜻이 나온다.

[21] 始制文字(시제문자)하고 : 비로서 문자를 만들고
[22] 乃服衣裳(내복의상)이라 : 이에 의상을 입음이라

始(비로서 시) 制(지을 제) 文(글월 문) 字(글자 자, 시집갈 자)
乃(이에 내) 服(입을 복, 옷 복, 따를 복) 衣(옷 의) 裳(치마 상)

[總說]

앞 구절 龍師火帝와 鳥官人皇 당시만 하더라도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先史時代)였으며, 풀을 엮거나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사람의 치부를 가리고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뿐이었다. 고대 인류의 문명은 문자를 사용하고 의복을 입으면서부터 급격히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이러한 문자의 창제와 의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始制文字는 비로서 문자를 짓게 되었다는 뜻으로, 전해오는 말로는 黃帝 때 창힐(倉頡)이라는 신하가 새의 발자국을 보고서 글자를 지은 것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대개 고대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까지는 그림과 기호(부호)와 문자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역의 음양과 팔괘는 인류 최초의 부호라 할 수 있다.
주역 계사전에도 '상고에는 노끈을 매어서 다스리더니, 후세에 성인이 서계로써 바꾸어 백관이 이로써 다스리고 만민이 이로써 살피니 대개 저 쾌괘(夬卦)에서 취하니라(上古앤 結繩而治러니 後世聖人이 易之而書契하야 百官이 以治하며 萬民이 以察하니 蓋取諸夬니라)'고 하였다. 결승이치(結繩而治)는 문자가 없을 당시에 노끈을 꼬아가면서 큰 사건은 크게 매듭짓고 작은 사건은 작게 매듭지으며, 기결(旣決)은 옭매고 미결(未決)은 헐겁게 하여 정치를 하였던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사람과 사건이 점차 많아져 복잡다단한 사회가 되면서 문서로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므로 서계(書契, 문자의 시초로 나무에 새긴 글자를 말한다)를 만들게 된다. 주역의 택천쾌 夬卦( )는 다섯 양이 하나 남은 마지막 음마저 결단하는 괘인데, 곧 서계로서 법령을 제정하고 의사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문자를 살펴보면 文은 부모이고 字는 그 자녀에 해당한다. 즉 글자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을 '글월(그림을 그리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이라고 하고 文을 조합하여 만든 글자(그림이 낳은 자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를 字라고 한다. 후한 때의 학자인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어 한자의 구조체계를 육서(六書)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별도의 글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始制文字와 마찬가지로 주역의 계사전에서는 '황제와 요순이 의상을 드리워 천하를 다스렸으니, 대개 건괘와 곤괘에서 취한 것이다(黃帝堯舜이 垂衣裳而天下治하니 蓋取諸乾坤하고)'고 하였다. 황제와 요순 당시만 하여도 나뭇잎을 엮어서 앞을 가리다가, 짐승도 가죽이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마땅히 몸의 치부를 가려 예를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옷을 지어 입었다. 대개 하늘은 검은 색이며 양은 한 획이므로 윗도리는 검은 색으로 둥글게 한 통으로 해 입고, 땅은 누런 색이며 두 획이므로 아랫도리는 누런 색으로 갈라지게 해서 두 쪽으로 해 입었다고 한다.


81. 始(비로서 시) : 女(계집 녀)部

始는 여자(女)가 아이를 배어서 뱃속에서 기르는(台 : 기를 이, 기뻐할 이, 별 태) 뜻으로 어머니 품에서 생명이 나오는 처음 때를 가리킨다. 모든 생명의 활동이 출생하는 때부터 비롯된다는 뜻에서 '비로소 시'라고 한다.
공자는 주역의 머릿괘인 하늘괘(乾卦) 단전에서 '만물자시(萬物資始)'를, 그 다음 땅괘(坤卦) 단전에서 '만물자생(萬物資生)'을 말씀하셨다. 만물이 비롯되는 근원이 하늘이고 실제 만물이 나오는 모태는 땅이므로 만물의 시생(始生)이 천지를 부모로 한다는 뜻이다. 여자가 아기를 배어 회임(懷妊)하는 것은 남자의 정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이고, 땅이 만물을 낳아 화육(化育)하는 것은 하늘의 양기운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참고]
女는 여자가 다소곳이 모로 꿇어앉은 정숙한 모습을 본뜬 글자로 보기도 하고, 口와 비슷한 형태로 보아 아기를 낳는 여자가 만물의 모체인 땅 또는 생명의 바탕인 물이 나오는 구멍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女의 윗부분인 一(한 일)이 陽의 표상과 통하므로 陽(종자 즉 생명)을 陰이 머금고 있는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밭을 가는데 힘쓰는 男(사내 남)자를 보면 배(田 : 밭 전) 아래 힘(力 : 힘 력)의 중심이 달려 있는 상이므로 남성의 성기로 볼 수 있고, 女는 생명의 출구(口)이므로 여성의 성기라고 할 수 있다.
'별이름 태'로도 쓰이는 台는 본래 자궁을 뜻하는 厶(마늘 모, 사사 사)와 생명이 나오는 문인 口를 합한 것으로 뱃속의 아이가 길러져 밖으로 나와 출산(出産)됨을 말한다.


82. 制(지을 제, 마름질할 제) : 刂(刀)部

制의 왼편은 未(아닐 미)가 변형된 형태이고 오른편은 나무를 베는 칼이므로, 재목으로 만들어 쓰기 위해서는 제멋대로 무성히 자란 나무의 가지 등을 칼로 베어 마름질함을 의미한다. 未 대신에 朱(붉을 주)의 변형자로 보아 나무를 베고난 뒤 밑둥의 그루터기가 붉은 색을 띤다(株 : 그루터기 주)는 뜻에서, 나무를 벤다는 뜻을 취하기도 한다.
한편 制의 왼편을 牛(소 우)에 冂(멀 경, 에워쌀 경)이 합한 것으로 보면, 소를 유순히 잘 길들여 부릴 수 있도록 고삐와 멍에를 만들어 씌우는 뜻도 있다.
* 製(옷마름질할 제, 지을 제) 掣(당길 체, 당길 철)


83. 文(글월 문, 문채 문) : 文部

文은 위가 亠(머리 두)이고 아래가 乂(사귈 예, 다스릴 예, 풀벨 예)이므로 천지 음양이 사귀어 만물이 文彩(문채, 생명의 빛)가 나타나는 뜻이 있다. 또한 만물의 머리는 天地이고, 자녀의 머리는 父母이므로 부모에 대한 뜻이 은연 중 文에 내포되어 있다. 성숙한 陰陽이어야 서로 사귈 수 있으니(乂), 이는 文에 바탕한 字에 자녀에 대한 뜻이 있는 데에서 더욱 비교된다.
文은 일반적으로 글자의 기본이 되는 象形(상형, 구체적으로 물체의 모양을 본뜬 글자)과 指事(지사, 추상적인 뜻을 갖춘 기호 형태의 글자)를 합한 것을 말하지만, 여러 글자가 모여 전체적인 글 뜻을 갖춘 문장, 문단의 의미로도 쓰인다.


84. 字(글자 자, 시집갈 자) : 宀部

字는 위가 집을 뜻하는 宀이고 아래가 자식을 뜻하는 子이므로, 여자가 시집가서 자식을 낳아 그 집안의 혈통을 잇는 데에서 '시집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자는 아들인 男子와 딸인 女子 모두를 일컫는다.
예전에는 성년의식으로서 남자의 나이가 20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치르고 여자의 나이가 15세가 되면 비녀를 꼽는 계례(笄禮)를 치르는데, 이때 이름(名) 대신 字를 지어준다.
또한 字는 象形과 指事 등 文에 바탕한 글자를 조합한 글자인 會意(회의, 두 글자의 뜻을 합해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形聲(한쪽은 形 즉 뜻을 나타내고 또 다른 한쪽은 聲 즉 발음을 나타낸 글자)을 말한다. 대개 한자는 회의와 형성을 같이 겸한 會意形聲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85. 乃(이에 내) : 丿(삐칠 별)部

乃는 모태(母胎) 안에서 아직 손발의 모양도 불분명한 채 몸을 동그랗게 구부린 태아(胎兒)를 본뜬 모양으로 孕(아이 밸 잉)의 原字이다. 假借(가차)하여 '너', '이에'의 뜻으로 쓰인다.
한편 乃의 오른쪽은 숨이 차서 말하는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지는 상이고 왼편은 입김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표상한 것으로 보고, '이에'라는 어조사(語助辭)로도 쓰인다. * 乃至(∼내지는)


86. 服(입을 복, 옷 복, 따를 복, 먹을 복) : 月(달 월)部

① 服의 왼편은 신체를 뜻하는 月(육달 월)이고 그 오른편은 卩(병부 절)에 又(또 우, 잡을 우)를 합해서 손(又)으로 절도있게(卩= 節 : 마디 절) 움직여 일을 다스린다는 '다스릴 복'이다. 따라서 몸을 다스리기 위해서 옷을 입거나, 음식이나 약을 먹는 뜻이 나온다. * 內服, 服用

② 한편 月을 舟(배 주)로 보면 배가 목적지까지 잘 도달하도록 선장의 명령에 따르는 뜻이 있다. 腹의 오른편에 손(又)을 움직여 절도있게(卩) 배(舟)를 노질하는 것이 보인다. * 服從, 服務, 服役

③ 月을 '달 월'로 보면 달력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뜻과 농사의 때를 잃지 않도록 月令을 백성이 잘 따라야 한다는 뜻이 나온다.


87. 衣(옷 의) : 衣部

衣의 위는 갓(亠 : 머리 두)의 형태이고 아래는 저고리의 모양으로 신체 상부를 덮는 윗도리를 가리킨다. 글자의 왼편 부수인 변(邊)으로 쓰일 때는 이를 衤로 표현한다.
* 依(의지할 의) 表(겉 표) 裏(속 리)


88. 裳(치마 상) : 衣部

裳은 사람이 고상한(尙 : 숭상할 상) 품위를 지키려면 신체상의 부끄러운 부위인 아랫도리를 가려야 한다는 뜻에서 글자의 받침에다 衣를 놓았다. 常(떳떳할 상, 항상 상)과 비교해 음미해 볼 글자이다.

[23] 推位讓國은 : 자리를 밀쳐(미루어) 나라를 사양한 이는
[24] 有虞陶唐이라 : 유우씨(有虞氏 : 舜)와 도당씨(陶唐氏 : 堯)이다.

推(밀 추) 位(자리 위) 讓(사양할 양) 國(나라 국)
有(있을 유) 虞(나라 우, 몰이꾼 우, 근심 우) 陶(질그릇 도, 사람이름 요) 唐(나라 당, 큰소리칠 당)

[총설]

推位는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나 직위를 남에게 밀쳐주는 것이고, 讓國은 나라를 양보함을 가리킨다. 즉 천자의 자리를 슬그머니 밀쳐서 나라를 사양한다는 선양(禪讓) 또는 선위(禪位)를 말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분으로는 有虞氏와 陶唐氏(堯임금이 처음에는 陶란 땅에 살다가 唐이란 땅으로 이사하였으므로 도당씨라고 한다)를 들 수 있는데, 곧 당나라의 堯와 虞나라의 舜이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는데도 순임금 虞를 먼저 쓴 까닭은 'ㅇ'의 운자를 맞추기 위해서이다.
도당씨 堯임금은 유우씨 舜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고, 순임금은 또 우(禹)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하였고 우임금 이후로는 그 후손이 천자의 자리를 이었는데 이때부터 중국 고대의 첫 왕조인 하(夏)나라 시대가 시작되었다.


89. 推(밀 추) : 扌(재방변, 手)部

推는 扌(손 수)에 隹(새 추)를 더해서, 새가 위로 날아오르듯이 손으로 밀쳐서 밀어준다는 뜻이다. 手를 부수로 할 때는 扌로 쓰는데, 그 글자 형태가 才(바탕 재)와 비슷하므로 그 음을 따서 '재방변'이라고 한다.

90. 位(자리 위, 벼슬 위) : 人部

位는 人에 立(설 립)을 하였으므로 본래는 사람이 서 있는 곳을 뜻한다. 물건이 제각기 자기 처소에 자리하고 있듯이, 사람 또한 자신의 위치에 따라 그 본분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임금 앞에 있는 신하가 그 선 자리에 따라 차례로 품계(지위)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벼슬 위'라고도 한다.
주역의 乾卦 단전(彖傳)에 '六位時成(여섯 자리가 때로 이룸)'이라고 하였다. 六位는 六爻의 자리인 初位, 二位, 三位, 四位, 五位, 上位를 말하는데, 상하사방의 六合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시간으로는 12時(地支)가 이 六位를 통해서 이루어지니, 곧 양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子丑寅卯辰巳와 음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午未申酉戌亥로써 陰과 陽이 오르내리고(승강, 昇降) 줄고느는 (소장, 消長) 운행을 한다.

[참고]
立은 땅(一) 위에 사람(大 :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를 본뜬 글자인데,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큰 존재라는 뜻)이 우뚝 선 모습에서 뜻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는 一(양)과 六(음)에 대한 수리적인 뜻이 들어있다.
천지자연이 생성변화하는 이치가 河圖(하도)의 1에서 10에 이르는 수에 갖추어져 있으며, 하도의 안에 있는 1∼5를 생수(生數)라 하고, 밖에 있는 6∼10을 성수(成數)라고 한다. 수가 생성되는 시초는 다름 아닌 一과 六이며 이 一과 六이 짝함으로써 '설 립(立)' 즉 모든 기본이 서게 되는 것이다. 오행의 생성도 一六이 배합하여 水를 생성함으로부터 시작된다.
立은 아래가 一이므로 乾( ), 위가 六이므로 坤( )이다. 이를 상하로 놓아 대성괘를 지으면 地天泰卦( )가 된다. 태괘는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의 기운이 위로 올라 천지가 잘 교합하여 만물을 생성하는 괘상인데다, 공간적으로는 三陰三陽의 조화된 균형을 이루고 시간적으로는 天開(子). 地闢(丑)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人生(寅)에 이른 정월달괘이다.
天地人 三才의 기본이 확립되고 한 해의 첫달이 정립되는 태괘에서, 논어에서 말한 '本立而道生'을 볼 수 있다. 괘명인 泰(열릴 태, 클 태)에도 天( ) 地( ) 人 삼재에 대한 뜻과 一과 六이 교합해서 水를 생성하는 오행이치가 들어 있다. 만물은 오행의 水를 근본하여 생성된다.
주역의 괘서상으로도 泰卦는 열한번째에 놓여 있다. 이 또한 하도의 1에서 10에 이르는 수가 내외로 배열된 다음에 비로소 一과 六이 교합하여 水를 생성해냄으로써 마침내 만물이 열려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은미(隱微)한 단서라 하겠다.


91. 讓(사양할 양) : 言(말씀 언)部

讓은 말씀을 뜻하는 言과 도움을 뜻하는 襄(도울 양, 오를 양, 본래는 옷을 풀어헤치고 밭가는 뜻이 담겨 있다)이 합친 글자이므로, 말로써 남의 도움을 사양한다는 뜻도 되고, 그 반대로 남을 도와주는 말 즉 겸손하게 자신의 덕이나 능력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남을 칭찬하고 천거하는 말을 가리킨다.
* 謙讓(겸양), 辭讓(사양), 讓步(양보)


92. 國(나라 국) : 口(에울 위, 큰입 구, 圍와 國의 古字이기도 하다)部

國은 사방의 경계를 뜻하는 口에다 或(혹 혹, 행여 혹)을 더한 글자이다. 口안에 있는 或에는 창(戈 : 창 과)을 들고 일정한(一) 땅(口)을 지키는 나라에 대한 뜻이 들어 있지만, 그 뜻을 보다 강조하기 위하여 후에 사방의 경계를 뜻하는 口를 더한 것으로 본다. '혹 或'은 외적의 침입이 혹시 있지 않을까를 경계하고 지킨다는 뜻에서 '혹시'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것을 연계해보면 民心이 天心인데 천심인 백성의 뜻을 거슬리면 나라가 혹 바뀔 수 있다는 뜻도 된다.

[易解]
주역의 乾卦 九四에 或躍在淵(혹약재연, 혹 뛰어 보았다가 다시 연못으로 들어감)이라 하고, 坤卦 六三에도 或從王事(혹종왕사, 혹 왕의 일을 좇아서)라고 하여 或을 말하였다. 或은 세상에 예기치 못한 때의 변동이나 일의 변화가 혹 발생한다는 뜻이다.
或의 古字는 본래 戈+一+日로 되어 있다. 역수(曆數)의 이치로 살피면 달력상으로 혹 하루의 변동이 생기는 때가 있으므로 그 일월운행의 때를 잘 살펴서 어긋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戈는 찌르는 창을 가리키므로 때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잘 찔러 넣어야 한다는 의미).
즉 태음력상으로 삭망월(朔望月 : 초하루에서 보름을 거쳐 다시 초하루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의 주기인 29일과 499/940일, 약29.53일)은 대월 30일과 소월 29일로 거듭하여 두 달(朋 : 벗 붕)이 59일(정확히는 59일과 58/940, 약59.06일)인데, 32삭망월을 주기로 운행 일수가 대략 하루 늘어난다(944일→945일).
태양력상으로도 한 해가 365와 235/940일(보다 정확히는 365.2422일)을 기본으로 하지만 대략 4년을 주기로 하루가 늘어난다(1,460일→1,461일). 역수상으로도 或躍在淵이 일어나는 것이다.


93. 有(있을 유, 둘 유) : 月(달 월)部

有는 사귐을 뜻하는 乂에 月을 더하여, 달이 해와 사귐으로써 모양의 圓缺(원결, 둥글어지고 이지러짐)이 있게 됨을 뜻한다. 철학적 의미로는 달의 모양이 소식영허(消息盈虛)하지만 본래는 해에 의해 反映(반영)되는 虛象(허상)일 뿐이듯 천지우주간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본바탕은 無常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易解]
天地之間에는 人間(만물의 대표)이 존재하고 上下左右의 사이에는 자연 中間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물의 실재(有)는 空間과 時間의 틈 속에 존재하므로 間(사이 간)과 有는 그 의미가 상통한다. 역법에 있어서도 일월운행에 따른 간격을 補間(보간)하기 위해서 置閏(치윤, 윤달을 둠)의 방편을 쓰는데, 有에는 이러한 補間 즉 置閏에 대한 의미가 있다.
주역의 계사전에는 5세 再閏法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60갑자(간지)에 상응하는 60일을 常數(關門, 관문)로 해서 달의 운행은 하루 부족한 59일(두 달)이 되고, 해의 운행은 하루 늘어난 61일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60일을 甲이라고 하는데, 갑을 양쪽으로 나눈 것이 門이므로 門은 곧 상수 60에 대한 의미가 있다. 그 문을 중심으로 일월이 출입하면서 각기 하루씩 줄고 늘어나는 운행을 하므로, 역수의 간격이 이틀 벌어진다. 여기에서 問(물을 문), 間(사이 간), 그리고 閏(윤달 윤) 등의 글자가 연유하는 것이다.
5歲再閏法은 한 해 동안에 달의 운행은 6일이 부족하고(朔虛), 해의 운행은 6일이 늘어나서(氣盈), 5세 동안에는 30일의 삭허와 30일의 기영이 발생하므로, 삭허와 기영을 합한 60일의 기삭을 두 달의 윤달로써 보충함을 말한다.
易은 음양 상대성의 원리가 있으므로 有와 無 또한 상대적으로 풀이해봄직하다. 有와 無를 비교해보면 달력상으로 윤달을 두어 일월운행의 벌어진 틈새를 補間하는 뜻이 有에 들어 있는 반면 그 틈새가 없는 것이 無이다.
일월의 운행은 이미 堯舜 때부터 관측 연구되어 왔고 하나라 이후 은나라부터는 이미 정밀한 역법이 발달하여, 기본 역법인 8歲 3閏法과 극히 정확한 역법인 19歲 7閏法이 달력상의 치윤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有와 無의 상대적 관계는 이 3윤법과 7윤법의 합치를 구하는 데에서 나온다.
3윤법은 8세를 주기로 넘치는 기영도수가 42일이고, 부족한 삭허도수가 45일로 총87일의 기삭이 발생하므로 이를 석달(29x3=87)의 윤달로 간주하여 보간하는 치윤법이고, 7윤법은 19세를 주기로 일곱달의 윤달을 넣어주는 치윤법(章法, 장법)인데, 8세와 19세의 최소공배수를 구하면 152세(8x19)가 된다. 그 사이에 3윤법으로는 57윤(3x19)이 발생하지만 7윤법으로는 56윤(7x8)이 발생하여 한달의 윤차(閏差)가 발생하므로, 3윤법상 마지막 제57윤은 보간해 넣을 수 없는 윤달이다. 즉 8세 3윤법으로는 제56윤까지는 有(置閏)이지만 제57윤은 無(無閏)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적으로는 3윤과 7윤의 최소공배수인 21윤의 합치를 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 즉 3윤법으로는 56세(8세x7)를 주기로 21윤이 되고 7윤법으로는 57세(19세x3)를 주기로 21윤이 되므로, 기본 역법인 8세 3윤법상으로는 제56세 동안 3윤법을 그대로 적용하다가 제57세에는 기삭이 없는 無氣朔인 해로 간주하여, 12달(354일)의 평월만 놓는 방편을 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有를 낳는 중심이 無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56세에 이르기까지는 일월역수가 틈이 벌어져서 有에 해당하고(有間), 이를 21윤으로 메꾼 다음 제57세인 때에는 일월역수가 빈틈없이 합하므로 無에 해당한다(無間). 일월의 교역 왕래 속에 생성되는 21개월의 윤달도 또한 하나의 物(만물 물)로 풀이할 수 있으니, 곧 20에 1을 보탠 상이 牛(소 우)이고 月을 변형한 형태가 勿(말 물)이다.
無는 본래 숲이 울창하여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 또는 시신을 마른 짚과 장작으로 화장하니 그 자취가 사라지고 없다는 뜻으로 본다. 그러나 역수에 의거하여 無를 파자하면 人 아래 卌(마흔 십) 一(한 일) 灬(불 화, 또는 '발 족')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共共을 하나로 묶어놓은 모습이다. 共(같이 공, 함께 공)은 두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 취한 글자다. 사람의 두 손을 하나(一)로 합치면 모두 28이므로 卄(스물 입)에 八(여덟 팔)을 하고 여기에 一(한 일)을 하여, 共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28宿가 북극성 하나(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윷판의 상이기도 하다.
無자 아래의 共共을 하나로 묶은 데에서, 56(28+28)+1 즉 57이 나오는데, 즉 40(卌)에 아래의 16(八八)과 중간의 1(一)을 더한 57인 때에는 사람(人)이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57세를 주기로 기삭이 없는(빈틈이 없는) 이치를 보여주는 은미한 단서이다.
주역의 57번째 괘를 보면 괘명이 巽(공손할 손)이다. 巽을 파자해 보아도 두 몸(己 : 몸 기)이 함께(共 : 함께 공) 어우러져 있는 모습으로서, 無자와 글자 형태가 유사하다. 즉 3윤법과 7윤법이 함께 어우러져 일치된다는 뜻이다. 干支上으로도 57번째 干支는 '고쳐서(更) 다시 편다(伸)'는 의미인 庚申이다. 庚과 申에도 모두 햇곡식을 절구질하는 뜻이 있으니, 곧 일월역수를 도정(搗精)한다는 뜻이 나온다.


94. 虞(나라 우, 몰이꾼 우) : 虍部

虞는 옛날 순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다. 그러므로 순임금을 우순(虞舜)이라고도 부른다.
虞는 범을 뜻하는 虎의 줄임자인 虍에다 吳(나라이름 오, 떠들썩할 오)를 더한 글자이다. 吳에는 입을 크게 벌려 외치는 뜻이 있으므로 범(虍)을 잡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는 몰이꾼, 虎患(호환)에 대한 근심이 있다는 뜻에서 근심을 뜻하기도 한다.


95. 陶(질그릇 도) : 阝(阜 : 언덕 부)部

陶는 언덕(阝)을 파서 가마터(勹 : 쌀 포, 包의 줄임)를 만들고 그 속에 옹기(缶 : 장군 부, 장구 부, 질그릇 부)를 굽는다는 뜻이다. 왼편의 匋
또한 '질그릇 도', '구울 도'라고 한다.
사람의 이름으로는 '요'라고 읽기도 하는데 皐陶(고요)의 예에서 볼 수 있다.

[참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자기(陶瓷器)는 도기(陶器)와 자기(瓷器)를 말한다. 이 둘은 흙의 질(質)과 성분, 굽는 온도가 다르다.
陶는 질흙(진흙)으로 만든 그릇으로 흔히는 질그릇, 오지그릇이라 부른다. 날로 그 쓰임새가 밀리고 있는 항아리나 뚝배기 등 투박하면서도 정감넘치는 그릇이 바로 질그릇에 속한다.
반면 瓷(사기 자)는 흔히 고령토라고 부르는 흙으로 만든다. 중국 강서성에 있는 고령산에서 나는 흙이 가장 이상적인 瓷土라 고령토를 자토의 대명사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색이 흰빛이라 白土라고 하거나 본질이 돌가루이기 때문에 사토(砂土)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瓷器를 흔히 사기그릇이라고 부르며 인간이 흙으로 빚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그릇으로 일컫기도 한다.
그래서 瓷器를 만드는 사람을 사기장(砂器匠)이라고 하고, 그 굽는 곳을 사기막이라고 한다. 자기는 1300℃ 이상에서 구워야 하고, 질그릇은 1000℃∼1200℃ 정도에서 굽는다. 瓷를 磁로 쓴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일본식 표현이니 가급적 안쓰는 것이 좋다.
陶工이라 함은 질그릇을 굽는 장인을 말하고, 그 굽는 곳을 도요(陶窯)라고 한다. 토기(土器)라고 불리우는 것은 500∼600℃에서 구워지는 그릇으로 유약을 입히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유약을 바르고 더 높은 온도에서 굽는 陶器와 구분하기 위한 일본식 분류법이다.


96. 唐(나라 당, 큰소리칠 당) : 口(입 구)部

唐은 요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다. 그러므로 요임금을 당요(唐堯)라고 부르기도 한다. 훗날의 唐나라도 요임금을 숭상한데서 國名을 본뜬 것이다.
唐은 庚(고칠 경, 일곱째 천간 경)에다 口를 붙여서, 세상을 고친다고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치는 뜻이 있다. 또한 庸(떳떳 용)에 口를 더한 글자로 보면 떳떳한 말은 남에게 큰소리칠 만하다는 뜻이 唐에 있다. 반면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말을 함부로 내세우는 황당(荒唐)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요순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 唐과 虞인데, 모두 큰 소리로 외치는 뜻이 들어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5] 弔民伐罪(조민벌죄) [26] 周發殷湯(주발은탕)

[25] 弔民伐罪는 : 백성을 조문(위로)하고 죄를 친(정벌한) 이는
[26] 周發殷湯이라 : 주나라 무왕(發)과 은나라 탕왕이다.

弔(조문할 조, 위로할 조) 民(백성 민) 伐(칠 벌) 罪(허물 죄)
周(나라 주, 두루 주) 發(필 발, 쏠 발) 殷(나라 은, 성할 은) 湯(끓을 탕)

[총설]
조민벌죄는 안짝이고 주발은탕은 바깥짝이다. 백성을 조문한다는 弔民은 도탄(塗炭)에 빠진 백성들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줌을 말하고, 죄를 친다는 伐罪는 백성을 해롭게 하는 폭군의 죄를 물어 정벌함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周發殷湯, 즉 은나라 폭군인 주(紂)를 치고 周나라를 일으킨 武王 發과 夏나라 폭군인 걸(桀)을 치고 은나라를 일으킨 湯임금을 그 예로 든 것이다. 시대적으로 무왕보다 탕임금이 앞서 있지만 바깥짝의 'ㅇ' 운을 맞추기 위해서 '주발은탕'이라고 하였다. 앞 절구의 '有虞陶唐'과 같은 방식이다.
桀紂는 폭군을 대표하고 堯舜은 성군을 대표하는 분들이다. 앞의 '推位讓國 有虞陶唐'은 천자의 자리를 밀쳐서 나라를 사양한 요순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禹(우)임금부터는 나라를 사양하지 않았으므로 도당씨와 유우씨만 말한 것이다. 여기서는 하나라 우임금의 후손 중에서 桀이라는 폭군이 나와서 은나라 탕임금에게 망하고, 은나라 탕임금의 후손 중에서 紂라는 폭군이 나와서 주나라 무왕에게 망한 역사적 사실을 들어, 민심을 얻지 못하면 천명이 바뀌어 혁명(革命)이 일어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요순이나 탕무는 모두 성인(대인)으로서 그 덕이 같지만 다만 천시변화에 따른 치란성쇠(治亂盛衰)의 때가 다르다. 易으로 비유하자면 요순은 용대인(龍大人)에 해당하고, 탕무는 호대인(虎大人)에 해당하는데, 동방청룡은 운행우시(雲行雨施)하는 봄의 어진 덕을 상징하고, 서방백호는 숙살호변(肅殺虎變)하는 가을의 의로운 덕을 상징한다.
주역의 澤火革괘의 彖傳에도 "천지의 도수가 바뀌어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임금과 무왕이 혁명을 해서 천명에 따르고 백성이 응하였으니, 고치는 때가 참으로 크도다!(天地革而四時成하며 湯武革命하야 順乎天而應乎人하나니 革之時大矣哉라)"고 하였다.


97. 弔(조문할 조, 위문할 조) : 弓(활 궁)部

弔는 죽은 사람을 찾아가 조문하는 것을 말하며, 나아가 '위문(慰問)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口 아래에 巾을 더해서, 굴건(巾)을 쓴 상주가 곡한다는(口) 의미를 나타내는 吊(조)가 있는데, 이는 弔의 俗字일 뿐이다.
弔는 弓(활 궁)에 人을 변형한 ㅣ(뚫을 곤)이 더해진 글자로 본래는 활을 든 사람을 뜻한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치를 때에, 부드러운 흰 띠풀(茅 : 띠 모)을 깔고 땔나무나 가시덤불로 시신을 덮어 들에다 두었는데, 들짐승이나 날짐승들이 시신을 뜯어 먹으러 오기 때문에, 조문간 사람이 활을 쏘아 쫓아내었다. 弔는 이러한 고대 장례의 예법에서 나온 글자이다.
이와 유사한 글자인 引(끌 인)은 활(弓)에다 화살(ㅣ)을 매겨 팽팽하게 끌어당긴다는 뜻이다.
공자는 澤風大過괘를 설명하면서 고대 장례법에 대해 "옛적의 장례는 땔감이나 나무 등으로 두터이 시신을 덮고 들에다 내놓았다. 그리고 봉분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지 않았으므로 초상을 치르는 기한이 없었다. 이를 후세의 성인이 관곽(棺槨 : 관은 시체를 넣는 속널이고, 곽은 관을 덮는 덧널임)으로 바꾸어 매장하게 하였다(古之葬者는 厚衣之以薪하야 葬之中野하야 不封不樹하며 喪期无數러니 後世聖人이 易之棺槨하니 蓋取諸大過라)"고 하였다.


98. 民(백성 민) : 氏(각시 씨)部

民은 본래 모든 싹들이 움트는 모양에서 취한 글자라고도 하며, 여인이 몸을 구부려 젖을 먹이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위의 口는 넓은 땅(口 : 큰 입 구→만물의 어머니)을 말하고 아래의 氏는 뿌리를 나타내므로,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뜻이 있다.
民이 氏部에 속해 있는 것에서 서경(書經)에 이른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民惟邦本) 근본이 든든하면 나라가 태평하다(本固邦寧)'는 민본사상을 살필 수 있다.
民과 艮은 글자 형태와 음운이 유사하며, 뿌리를 가리키는 의미 또한 서로 통한다. 艮은 '해돋는(日) 뿌리(氏)' 즉 동북방을 말하며, 사람의 눈(目) 또는 만물의 씨눈을 가리킨다.


99. 伐(칠 벌, 자랑할 벌) : 人(사람 인)部

伐은 人에 戈(창 과)를 보태어 사람이 창을 들고 싸움을 뜻한다. 적과 싸워 이기면 전공을 내세울 수 있다고 해서 자랑한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代와 유사한 형태의 代(이을 대)는 물고기가 주살(弋 : 주살 익)에 차례로 꿰이듯이, 조상부모에서 혈통을 받은 자손들이 계속 세대를 이어나간다는 뜻이다.


100. 罪(허물 죄) : 罒(网 : 그물 망)部
罪는 그물을 본뜬 罒에다 서로 등지고 벌어진 모양의 非(아닐 비, 그릇될 비)를 합친 글자로서, 어긋난 행동을 해서 법의 그물에 걸려든다는 뜻이다. 허물이라는 뜻도 여기에서 나온다.
罒이 든 글자는 법망과 관계된 글자가 많은데, 罔(속일 망, 없을 망), 置(둘 치, 놔둘 치), 罰(벌할 벌), 署(관청 서), 罷(파할 파, 그만둘 파), 罹(근심할 이, 걸릴 이) 등에서 볼 수 있다.


101. 周(두루 주, 고루 주, 나라 주) : 口部
周는 用(쓸 용)에 口를 더해서, 입을 활용하여 두루 자신의 뜻을 상대에게 표현한다는 뜻이다. 한편 口를 동그라미의 형태로 보면, 천체를 둥글게 돌면서 밖으로 운행 작용하는(用) 일월의 주기적 의미가 있다.

[참고]
周易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이므로, 본래 周는 나라의 명칭을 가리킨다. 그러나 易에 일월의 晝夜 交易에 대한 뜻이 담겨 있듯이, 周에도 천체의 일월운행과 관계된 뜻이 내포되어 있다.

① 用(朋) + 口(ㅇ) : 用을 쪼개면 朋이 되는데 곧 두 달의 상수인 60일에 해당하고, 口는 ㅇ의 변형자로서 천체의 운행을 뜻한다. 이를 미루어보면 周에는 天干인 10干과 地支인 12支의 조합에 의한 60간지의 운행 주기에 대한 뜻이 들어 잇다.
주역의 60번째 괘는 수택절(水澤節)이며 그 마지막 효도 한 해의 주천상수에 해당하는 360번째 효인데, 공자는 절이제도(節以制度) 즉 절로써 도수를 짓는다고 말씀하셨다. 천도운행의 節度를 구하고자 60干支를 활용한 것이 周이다. 60干支를 節用으로 하는 달력(태음태양력)이 周易 원리에 바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用(卜+中)+口 : 卜과 中(가운데 중, 맞출 중)을 합한 用은 사물의 길흉화복을 점쳐서 중도에 맞게(절도있게) 쓴다는 뜻이다. 따라서 周는 입을 활용해서 두루 의사 소통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한편으로 편중되지 않고 사리에 맞게 말한다는 뜻도 있다.


102. 發(필 발, 쏠 발) : 癶(등질 발, 걸을 발→필발머리)部

發은 본래 발로 풀을 뭉개는 뜻인 '짓밟을 발(癹)'에 弓을 더해서, 두 발로 힘있게 땅을 디디고 활을 쏜다는 뜻이다. 활시위를 당겨 쏘는 것이 마치 맺혀 있던 꽃망울이 활짝 터져 꽃피는 것과 같으므로 대개 '필 발'이라고 한다.


103. 殷(성할 은, 나라 은) : 殳(창 수, 칠 수)部

殷의 왼편은 身(몸 신)의 비틀림 즉 몸을 뒤집고 비트는 反身의 상이며, 殳는 몽둥이(막대기) 또는 창을 본뜬 것으로 치고 두들기는 뜻이 있다. 몸을 비틀면서 춤추고 북과 장구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가운데 '풍악의 성대함'이 나온다.


104. 湯(끓을 탕) : 氵(水)部

湯은 물을 뜻하는 氵에다 따스한 볕을 뜻하는 昜(陽의 本字)을 더해서 불을 때어 데운 물이 마침내 펄펄 끓음을 말한다.

[27] 坐朝問道하고 : 조정에 앉아서 도를 묻고
[28] 垂拱平章이라 : 팔짱끼고 골고루 평안하게 다스린다

坐(앉을 좌) 朝(아침 조, 조정 조) 問(물을 문) 道(길 도)
垂(드리울 수, 늘어놓을 수) 拱(꽂을 공, 팔짱 공) 平(평할 평, 고를 평)
章(빛날 장, 문장 장)

[총설]

옛날 성군인 요순이 다스리던 시대에는 임금이 조정에 가만히 앉아서 어진 이를 모두 등용하여 도를 물어서 정치하였으므로(坐朝問道), 임금이 팔짱만 낀 채 그대로 있어도 온나라가 고루 환하게 잘 다스려졌다(垂拱平章).
여기의 坐朝問道와 뜻은 다르지만 공자께서 '朝問道면 夕死可矣라'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말씀이 있다.
또한 垂拱平章에서 垂拱은 은나라 말기의 폭군 주를 치고 주나라를 세운 武王의 정치를 말한다. 서경(書經) 필명(畢命)에 나오는 이야기로 무왕은 紂를 친 뒤 갇혀 있던 기자를 풀어주고, 비간의 무덤에 봉분을 만들어주었으며, 녹대(鹿臺)의 재물과 거교(鋸橋)의 곡식을 풀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고, 작위는 다섯 가지 즉 공(公) 후(侯) 백(伯) 자(子) 男(남)으로 나누고, 관리는 어진 이로 쓰고, 일은 능력에 따라 시켰다. 또한 오륜(五倫)과 食喪祭를 중히 여기게 하고 믿음을 두터이 했으며, 덕을 높이고 공에 보답하는 정치를 하니 자연 垂拱의 정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공자께서 주역 계사전에 '垂衣裳而天下治하니(의상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리니)' 즉 곤룡포만 걸치고 앉아서도 제대로 평정한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역사적으로 무왕의 정치를 두고 한 말씀이다. 이는 모두 無爲而治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무것도 힘쓰는 것 없어도 제대로 정치가 잘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平章은 서경 첫 대목인 堯典편에 나오는 단어이다. 요임금이 큰 덕을 밝혀(克明峻德) 구족(九族)을 화목하게 하니 자연 백성이 밝게 다스려졌다(平章百姓)는 이야기이다. 대학의 3강령 8조목과 통하는 내용이다.
즉 잡아다 가두고 군대를 일으키고 하는 일이 절대없이 가만히 앉아서 어진 이에게 도를 물어 정치를 하니 손이 할 일이 없어서 팔짱만 끼고 앉아서도 천하가 고루 빛나게 다스려진다는 의미이다.
垂拱과 平章의 내용 또한 운을 맞추기 위해 앞뒤의 역사적 사실에 따른 내용을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으며 垂拱平章이란 구절 자체로도 완성된 문장이다.


105. 坐(앉을 좌) : 土(흙 토)部

坐는 土 좌우에 두 사람(人+人)을 더해서, 토방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은 상태를 가리킨다. 坐는 주로 동사로 쓰이며, 앉는 자리를 뜻하는 명사로는 座가 있다.


106. 朝(아침 조) : 月部

朝는 해돋는 아침을 뜻하는데, 밝은 아침이 되면 임금과 신하가 조정에 모여 정사를 논의하는 조회를 하므로 '조정 조'라고도 한다. 아침이 되면 세상이 밝아지듯 조정은 백성을 고루 밝혀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朝의 왼편은 천간(10간)의 순환 반복인 先甲十日, 後甲十日로, 천간의 머리인 甲을 분기점으로 해서 하늘의 무궁한 시간적 운행을 표현한 것이다. 왼편에 들어 있는 日(左陽)과 오른편의 月(右陰)을 합친 明은 아침의 밝음을 뜻하는 동시에, 달이 가고 해가 와서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는 일월의 왕래교역(주야변화)이 아침 때에 이루어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왼편의 중간과 아래에 들어 있는 早(일찍 조, 새벽 조)에서 '조'의 음이 나온다. 早는 본래 日과 甲이 합쳐진 글자로 해가 '동방 갑(甲)'의 방위에 있다는 뜻이다. 24 방위로 동방은 甲卯乙인데, 卯는 정동이고 甲은 동동북이며 乙은 동동남이므로 早가 이른 새벽을 가리키는 것이다.
상고시대로부터 우리나라를 '새벽이 동터오르는 신선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여, 朝鮮이라고 일컬어왔다. 우리나라의 태극기로 견주어보면 태극 속의 붉은 색은 불의 빛깔로 해를 상징하고 푸른 색은 물의 빛깔로 음적인 달을 상징한다. 선천팔괘와 방위도로 보면 明의 형상이다.
음양의 본체인 태극은 순전(純全)하며, 이러한 의미가 鮮(깨끗할 선, 드물 선)에도 나타난다. 왼편의 魚와 오른편의 羊에서 상대적인 음양이 대비되는데, 물고기는 차가운 물속에 잠긴 음물이고, 양은 무리짓고 앞장서는 기질이 있는 양물이다. 오행상으로 魚는 북방수에 속하고 羊은 서방금에 속한다. 수리적으로 보면 水의 성수는 6(태음수)이고 金의 성수는 9(태양수)이므로, 사상적 측면에서는 水가 순전한 음인 태음이고 金은 순전한 양인 태양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魚는 태음, 羊은 태양에 해당한다.


107. 問(물을 문) : 口部

問은 사람의 입을 형상화한 口에 문의 모습을 본뜬 門을 더해서 문을 찾기 위해 입을 열어 묻는 것, 혹은 입문을 열어 물어 본다는 뜻이다.
한편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耳部의 聞인데, 둘다 門에서 음을 취하였다. 이치와 도리를 묻고 올바른 가르침을 들어 인격이 완성되면 곧 口와 耳가 通明한 '성인 성(聖)' 즉 성인이 되는 것이다. 問에 상대되는 글자로는 答(답할 답, 합당할 답)이 있다. 물음에 절도있게(節 : 마디 절) 합치하는 (合 : 합할 합) 즉 如合符節(여합부절)로 상응하는 것이다.
반면 開(열 개) 閉(닫을 폐) 間(사이 간) 閏(윤달 윤) 閑(막을 한) 關(빗장 관) 등은 모두 門部에 있다. 12地支 가운데 卯의 글자 형태는 門을 좌우로 활짝 열어 젖힌 상태로 해가 정동에서 일출하는 때인 음력 2월로 한봄에 해당한다. 즉 만물과 사람이 다같이 문을 열고 나오는 때라는 것이다.


108. 道(길 도) : 辶(辵: 쉬엄쉬엄갈 착, 책받침)部

道는 머리의 모습을 본뜬 '머리 수(首)'에다가 천천히 나아간다는 辶을 더해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자연 몸뚱이와 팔다리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이다.
또다른 의미에서 首는 삼라만상의 근원인 태극을 말하고 부수인 辶(辵)은 태극에 따라 움직여 나아가는 과정을 뜻하므로, 발(足)이 一二三의 세 단계로 나아가는 뜻이 있다. 이는 天一地二人三 즉 머리인 태극이 자연하게(自) 一生二法(하나가 둘을 낳는 이치)에 의해서 一二三을 化成하는 것으로 태극에 의해서 천개(天開) 지벽(地闢) 인생(人生)이 있게 되고, 음양(一變) 사상(二變) 팔괘(三變)가 전개됨을 나타낸다.
주역 계사전에서는 道를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一陰一陽之謂道)이라고 정의했다. 천지만물의 근원인 태극의 양면성은 음양의 동정변화(動靜變化)로써 나타나는데, 그 나아가는 길이 곧 道이다.
道에 대한 개념 정의는 中庸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하늘이 명령한 것이 성품이고(天命之謂性), 그 성품을 따르는 것이 길이며(率性之謂道), 그 길을 닦아놓은 것이 가르침(修道之謂敎)이라고 하였다.
길과 관련된 글자로는 途와 塗 등이 있는데, 道가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의미로 쓰이는 반면 途는 주로 내 자신이 나아가는 길을 말하고, 塗는 진흙길로서 험난한 과정에 대한 뜻을 함축하고 있다.


109. 垂(드리울 수) : 土部

垂는 흙(土)에서 줄기를 벋은 식물의 가지에 열매가 매달려 아래로 축 늘어진 모양이다. 위가 臿(가래 삽, 찧을 삽)과 유사한데 이는 절구공이를 세워놓은 것처럼 줄기가 곧게 땅위로 뻗음을 말하고 좌우의 十은 열매를 상징한다.


110. 拱(꽂을 공, 두 손 맞잡을 공) : 扌(재방변, 手)部

拱은 손을 뜻하는  에다가 함께한다는 共(같이 공)을 보태어 인사할 때 두 손을 맞잡는 것이다. 또는 양 손을 모아 하나로 맞잡은 것으로 팔짱끼다는 뜻으로도 뜻인다.


111. 平(고를 평, 평평할 평) : 干部

平은 하늘의 운행법도를 가리키는 干(천간 간)에다가 나눔을 뜻하는 八을 더해서 하늘이 공정무사하여 만물에게 골고루 은택을 내려줌을 말한다.

[참고]
干은 一에 十을 더한 글자로 하늘이 하나로부터 열에 이르는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로 운행됨을 말한다. 또한 1은 비롯하는 수이고, 10은 마치는 수이므로 一 아래에 十을 놓아서, 하나(형이상)가 열(형이하)로 화하여 하늘의 一道에 의해 十方이 생성됨을 말하는 한편 삼라만상이 하늘에서 비롯되어 하늘로 돌아가 마침을 보여준다. 대개 몸을 보호하는 '방패 간', 남을 침범하는 '범할 간'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112. 章(빛날 장, 문장 장) : 立(설 립)部

章은 이른 새벽을 뜻하는 早에다 立을 더해, 새벽이 들어서서 밝은 하루가 시작되므로 밝다, 빛나다는 뜻이 나온다. 한편 章을 辛+日로 볼 수 있는데, 辛은 新(새 신)에 대한 의미가 있으므로 새로운 날, 즉 날이 새로워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또한 章은 音(소리 음)과 十이 합쳐진 글자이다. 十은 수를 대표하므로 많은 수를 뜻하며, 音은 글자가 읽혀지는 발음 즉 소리이므로 여러 글자들로 이루어진 문장에 대한 뜻이 있다.

[29] 愛育黎首하고 : 백성(黎首는 黎民으로 백성을 가리킴)을 사랑하고 기르니
[30] 臣伏戎羌이라 : (이민족인) 융과 강이 신하로 따른다

愛(사랑 애) 育(기를 육) 黎(검을 려) 首(머리 수)
臣(신하 신) 伏(엎드릴 복) 戎(오랑캐 융, 되 융) 羌(오랑캐 강)

[총설]

모여있는 많은 무리(군중, 백성)를 멀리 위에서 바라보면 단지 머리의 검은 부분만 보이므로, 백성을 가리켜 검은 머리를 뜻하는 黎首라고 일컫는다. 즉 愛育黎首는 검은 머리인 백성을 사랑해서 기른다는 말인데, 늙게 되면 모두 머리가 희어지지만 태어날 적에는 검은 머리를 받아서 나온다. 앞서의 垂拱平章과 더불어 이 글귀는 서경의 맨첫장인 요전(堯典)에 나오는 문장에서 취한 글귀이다. 옛적 요임금의 덕을 생각하며 지은 공자님의 말씀으로 다음과 같다.
'曰若稽古帝堯컨대 曰放勳이시니 欽明文思이 安安하시며 允恭克讓하사 光被四表하시며 格于上下하시니라. 克明峻德하사 以親九族하시고 九族이 旣睦하니 平章百姓하시고 百姓이 昭明하니 協和萬邦하사 黎民이 於變時雍하니라'(옛적 요임금을 상고하건대 지극한 공을 세우셨으니 공손하고 총명하고 우아하고 신중하시어 온유하셨고, 진실로 공손하고 사양하시며 빛을 온 세상에 펴시니 하늘과 땅에 이르렀다. 큰 덕을 밝히시어 구족을 친하게 하셨고, 구족을 화목하게 하시니 백성이 밝게 다스려졌고, 백성이 밝게 다스려지니 온 세상이 평화롭게 되었고, 백성들이(온천하가) 온 천하가 고루 화합하게 되었다.)
운을 달은 바깥짝인 臣伏戎羌은 백성을 사랑하면서 길러주니, 무지막지한 오랑캐인 이민족 융이나 강까지도 모두 와서 신하가 되겠다고 복종을 한다는 것이다. 대개 '南蠻北狄西戎東夷(남만북적서융동이)'라고 하는데, 만적융강이 모두 중국 변방의 서쪽 오랑캐를 말하지만 '戎羌'이라고만 해도 모두를 포함한다. 곧 선하고 어진 정치를 하는 인군 밑에 와서 다 신하로 엎드림을 말한다.
다시 말해 龍師火帝와 鳥官人皇으로부터 始制文字하고 乃服衣裳을 하고, 推位讓國을 한 有虞陶唐, 弔民伐罪를 한 周發殷湯이 坐朝問道를 하고 垂拱平章의 경지에서 愛育黎首를 하니 자연 臣伏戎羌에 이름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韻을 맞추어간 탁월한 문장의 펼침을 볼 수 있다. 千字文을 白首文이라고 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113. 愛(사랑 애) : 心(마음 심)部

愛의 윗부분은 受(받을 수)에서 又대신 心을 넣어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이고, 夊(천천히 걸을 쇠)를 받침으로 해서 오랫동안 귀여워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글자의 머리에 해당하는 爪(손톱 조)와 冖(덮을 멱)에는 손으로 어루만지고 얼싸안는 의미 그리고 받침에 속하는 夊에는 꾸준히 상대에게 마음이 따라가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로의 사랑은 진실로 나를 비우고 상대를 받아들임에 있다. 사랑과 관계된 대표적인 괘로는 서로를 느끼고 교감·교통하는 澤山咸괘를 들 수 있는데 그 大象에도 '虛(허)로 受人하라'고 하였다.


114. 育(기를 육) : 肉(고기 육)部

育은 充(가득할 충, 채울 충)에서 儿(어진 사람 인, 걸을 인)을 빼고, 몸의 살을 뜻하는 肉(月 : 육달월)을 더한 글자로 살이 통통하게 올라 몸이 다 자랄 때까지 충실히 기르는 것을 말한다. 본래는 열달 동안 어린 생명을 충실히 기르는 뜻으로 대개 몸을 기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흔히 三育이라 함은 德育·體育·智育 즉 덕·체·지 세 가지를 기르는 것을 말한다.
굳이 月(달 월)과 관련지어 보면 달이 초생(初生) 즉 초생달로부터 보름달(滿月)로 커져 가득차는 과정이 育에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充은 어린 생명(亠→人의 변형)이 모태인 자궁(厶) 속에서 완전히 다 자라(一) 밖으로 배출되어(l) 나오는 것으로 만삭(滿朔)에 대한 의미가 있다.


115. 黎(검을 려) : 黍(기장 서)部

黎는 漆(옻 칠)에서 따 온 글자로서 '칠흑(漆黑)같다'는 말처럼 검은색을 의미한다. 옻칠을 하면 검은 빛이 반짝반짝 광(윤)이 나는 데다가 기장(黍 : 기장 서)의 까끄라기가 어두운 밤중에 빛나는 데에서 '동트다'는 뜻도 가진다. '여명(黎明)'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黎는 黍를 부수로 하지만, 글자 머릿부분이 利(이로울 리)를 변형한 것으로 본다. 음 또한 利에서 취한 것이다. 글자의 받침인 水는 오행방위상으로 북방에 속하므로 검은색을 의미한다. 四神圖에서도 북방을 주관하는 神獸(신수)는 玄武이다.
黍는 禾(벼 화)에다 入(들 입)과 水를 더해서, 물을 부어 술을 빚는데 가장 좋은 벼과(禾) 식물인 기장을 뜻한다.


116. 首(머리 수) : 首部

首는 부수 자체로 쓰며 신체 상부에 해당하는 머리를 뜻한다. 머리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몸이 따라 움직이므로 가장 중요한 곳이 머리이다. 그러므로 으뜸, 우두머리 등을 首로 표현한다.
首는 頁(머리 혈)의 받침인 八을 빼어 맨 위에 올려놓은 형태로 머리에 난 머릿털을 나타내고 있다. 아래의 自(스스로 자, ∼로부터 자)는 본래 사람의 코를 본뜬 글자로서, 코는 얼굴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데다 가장 긴요한 생명 활동인 호흡을 하는 기관이므로 자기 자신을 대표한다.
또한 생명의 시작과 삶이 자연적인 호흡 활동에서 비롯하는 데에서 自에는 '스스로 비롯되다' 또는 전치사의 하나인 '∼로부터' 등으로 쓰인다.
首에는 하나가 둘을 낳는 一生二法의 자연적 이치를 뜻한다. 太極生兩儀, 즉 태극 하나가 한번 動하고 한번 靜하여 陽과 陰을 낳은 것이 일생이법이므로 首는 다름 아닌 태극의 道를 가리킨다. 삼라만상이 태극을 머리로 삼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117. 臣(신하 신) : 臣部

臣은 임금을 도와 정사를 의논하고 백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벼슬아치를 말한다.
臣은 흔히 임금 앞에서 몸을 삼가 끓고 있는 모습을 취한 것으로 보지만 巨(클 거)와 연계하여 살피면 사사로운 小事가 아닌 국가의 大事를 받치는 동량(棟樑, 기둥 : 巨자의 상하에 l(기둥)을 받치면 臣이 됨)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직각자(또는 자막대기)를 뜻하는 巨가 '장인 工'部에 있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막대기를 가지고 제도를 해야 하므로, 나라의 정사를 도모하고 기획하는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도 천하를 평치하는 도를 '혈구지도(絜矩之道)라고 하였다.


118. 伏(엎드릴 복) : 人部

伏은 人과 犬(개 견)을 합친 글자로 개와 주인 사이의 상호 주종관계를 보여준다. 개가 항시 주인 곁을 떠나지 않고 엎드려 있는 데에서, 주인에게 충실한 개와 같이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에게 항시 겸손하고 충직하게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119. 戎(오랑캐 융, 되 융, 군사 융) : 戈(창 과)部

戎은 戈에다 十을 더해서 열 사람이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므로, 창을 든 많은 사람 즉 군사를 의미한다. 중국 서쪽 변경의 이민족이 창을 잘 쓰는 데다 군사를 일으켜 자주 국경을 침범하였던 데에서 변방 민족의 명칭(되)이기도 하다. 十 대신에 卄(스물 입)을 넣으면 경계한다는 戒가 된다.
* 戊(다섯째 천간 무)  (도끼 월) 戍(지킬 수, 수자리 수) 戌(개 술, 열한째지지 술) 戒(경계할 계) 成(이룰 성)


120. 羌(오랑캐 강) : 羊(양 양)部

羌은 본래 戎과 마찬가지로 중국 서쪽 변경에 사는 이민족인데, 羊과 儿
의 모양에서 볼 수 있듯이 양을 치는 유목민들을 가리킨다.
* 佯(거짓 양)

[31] 遐邇壹體(하이일체)하고 : 멀고 가까운 곳의 모든 이들이 한 몸이 되어 가지고
[32] 率賓歸王(솔빈귀왕)이라 : (식솔을) 거느리고 손님이 되어 임금에게 돌아가느리라


遐(멀 하) 邇(가까울 이) 壹(한 일) 體(몸 체)
率(거느릴 솔, 따를 솔) 賓(손 빈) 歸(돌아갈 귀) 王(임금 왕)

[총설]

앞 구절인 愛育黎首와 臣服戎羌에서 옛적의 성군들이 천하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함에 따라서 변방의 이민족들까지 다 신하로 복종한다고 하였으므로, 모두 한 몸이 되어 사해일가를 이루며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성군을 찾아오는 손님이 된다는 구체적 내용으로 뒷구절을 잇고 있다.
遐邇는 곧 遠近을 말하는데, 흔히 쓰는 단어는 遠近이고, 遐邇는 천자문에서나 나오는 단어로 문자로써만 쓴다. 안짝인 하이일체는 오랑캐들이 다 와서 신하로 복속하니까 중원땅에서 먼 데나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온천하가 일체됨을 말하는 것이다.
率賓은 자기 집안의 가솔을 모두 이끌고 옴을 뜻하는데, '손'이라 함은 봉건국가 시대에 다른 제후국에서 이쪽 제후국으로 옮겨오는 것, 또는 임금에게 찾아와 벼슬하는 것을 이른다. 歸王은 마치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이 왕에게 귀향(귀순)하는 것으로, 바깥짝인 '率賓歸王'은 모든 이들이 식솔(식구)을 거느린 채 임금의 손님이 되고자 임금에게 돌아옴을 뜻한다. 중화일체의 국가관을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다.


121. 遐(멀 하) : 辶(辵)部

遐는 '빌 가(叚)'에 책받침(辶)을 하여, 없는 연장이나 도구를 빌리러 멀리까지 가야 하는 데에서 '멀다'는 뜻이 된다. 叚의 오른편은 양손(又+又)을 형상하고 왼편은 연장의 모습이므로 양손에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연장만 들고 있어서, 남에게 경작할 논밭을 빌어야 한다는 뜻이지만 빌린 물건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므로 가짜 즉 '거짓'이라는 뜻도 있다. 거짓이라고 할 때는 주로 假를 쓴다.
* 霞(놀 하) 蝦(새우 하) 瑕(티 하) 暇(겨를 가)  (빌 가) 假(거짓 가)


122. 邇(가까울 이) : 辶(辵)部

邇는 '너 이(爾)'에 책받침(辶)을 하여, 바로 앞에 있는 상대(너)를 직접 가리킬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는 데에서 '가깝다'는 뜻이 된다. 爾(너 이)처럼 상대를 지칭하는 글자로는 汝(너 여)와 而(너 이)를 들 수 있다.
爾의 글자 형태는 帀(두루 잡)에다 아래의 좌우로 爻(사귈 효, 효 효)를 거듭하고 두 팔을 뜻하는 八을 더하였는데, 두 팔을 둘러 상대방을 껴안을 만큼 가까이 사귀는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사이라면 맞대놓고 직접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爾의 아래를 촘촘한 그물(网: 그물 망)의 형태로 보면, 양손에 든 그물을 던져 물고기나 사냥감을 포획하는 것인데 이처럼 거리가 아주 가깝다는 뜻에서 '상대방(너)'을 가리키기도 한다. 邇와 유사한 彌(두루 미)도 帀에서 그 글자 뜻이 나온다.
遐가 물건을 빌리러 멀리까지 가는 것이라면, 邇(가까울 이)는 손에 든 그물로 직접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123. 壹(한 일) : 士(선비 사)部

壹은 술병의 뚜껑과 그릇 모양을 본뜬 壺(병 호, 단지 호)에서 나온 글자이다. 아래의 豆(제기 두, 콩 두)는 옛날 제사나 의식에 쓰이던 굽 높은 그릇(또는 잔대)인데, 古字로는 이 豆가 吉(길할 길)로 되어 있으므로 길한 것을 병 속에 잘 넣어둔다는 뜻이다. 오직 길한 마음을 속에 품고 있다는 뜻에서 '오로지', '오직'의 뜻을 나타내며, 한결같다는 면에서 나중에 '한 일'로 그 뜻이 전용되었다고 한다.
豆는 본래 '콩 두'인데 굽 높은 그릇과 그 모양이 같아 '제기 두'로 쓰인 것으로 보여진다. 관련된 글자로는 登(오를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 제기를 들고 제단 위에 걸어 올라가(癶: 걸을 발) 제물을 올린다는 뜻이다. 登과 祭 두 글자를 혼용한 豋(제기 이름 등)이 있다.
* 壺(병 호, 단지 호)  (대궐 안길 곤, 문지방 곤)


124. 體(몸 체) : 骨(뼈 골)部

體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 즉 몸의 형태를 말한다. 몸을 뜻하는 글자로는 躬(몸 궁 = 躳) 己(몸 기) 身(몸 신) 등을 들 수 있다. 己는 몸을 굽혀 웅크린 형상이고, 身은 몸을 편 형상이며, 躳은 등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형상이다. 躬을 躳으로 쓰기도 하는데, 呂(음률 려, 등뼈 려)는 신체의 등뼈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주로 남(人)과 상대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는 己라 하고, 허리를 펴서 밖으로 활동하는 의미로는 身(申의 半字)을 쓴다. 이를 아우르는 것이 躬(躳)인데, 등허리를 활과 같이 둥글게 굽혔다(弓) 폈다(身)하면서 屈伸(굴신) 작용을 하는 몸을 가리킨다.
體는 뼈를 뜻하는 骨에다 豊(풍대할 풍)을 보탠 글자로, 골격에 살이 넉넉히 붙어 있어 풍대한 몸을 이룬다는 뜻이다. 본래 豊(= 豐: 풍년 풍, 풍대할 풍)은 禮(예도 례)의 古字로서 가지런히 켜놓은 제물이 山처럼 높이 쌓여서 제기(豆) 위에 그득한(丰 + 丰) 상태를 나타낸다. 丰은 生과 통하는 글자로서 뿌리가 튼튼히 내린(ㅣ) 모습이며,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나 가지도 무성하기 마련이므로 풀이 무성하다, 예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의 음이 '봉' 또는 '풍'인 데에서 豐의 음이 나온다.
사람의 언행이나 몸가짐에 있어서 예절은 그 본체가 되기에 禮는 곧 體라고 할 수 있다. 몸에 관절이 없으면 수족을 올바로 쓸 수 없고, 예에 절도가 없으면 행동거지를 올바로 할 수 없는 것이다(禮는 體也라)

[易解]
豐( )은 주역의 55번째 나온는 괘명이다. 풍괘는 明以動 즉 밝음(內明)으로써 움직이는(外動) 괘덕을 갖추고 있는데, 禮란 사람의 근본 도리를 밝혀(內本) 밖으로 행동해나가는(外末)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괘사에도 宜日中(대낮처럼 밝게 행동하는 것이 마땅함)이라고 하였다.
공자는 河圖(하도)의 1에서 10까지를 모두 더한 55를 천지의 수로 정의하는 한편 '이로써 모든 변화를 이루고 귀신을 행하는 바라'고 말씀하셨는데(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이니 天數ㅣ五오 地數ㅣ五ㅣ니 五位相得하며 而各有合하니 天數ㅣ 二十有五ㅣ오 地數ㅣ 三十이라. 凡天地之數ㅣ 五十有五ㅣ니 此ㅣ 所以成變化하며 而行鬼神也ㅣ라) 이는 55가 천지의 體(骨+豊)가 됨을 보여준다. 마침 풍괘의 괘서도 55번째 놓여 있으니, 豐이 곧 體가 되고 禮가 됨을 보여주는 은미한 실마리이다. 천지는 하도의 열 가지 수를 바탕으로 음양오행의 조화를 만물에 베풀고(干 : 천간 간, 주장할 간), 사람은 이에 의해 건순오상(健順五常 : 건순은 천지음양을 본받은 남녀의 굳건하고 유순한 덕성을 말하고 오상은 수화목금토 오행에 의한 사람의 다섯 가지 떳떳한 덕인 인의예지신을 가리킴)의 성품을 부여받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과 기질로 인해 천부지성(天賦之性)이 더럽혀지기에 이를 되찾기 위해서는 삿된 마음을 버리고 克己하여 본성의 순연함을 되찾아야 한다(士 : 선비 사). 논어에 안자(顔子)가 仁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자기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과 기질을 극복해서 예로 회복하는 것이 인을 행하는 것이다(克己復禮ㅣ爲仁)"라고 답하셨는데, 1로부터 10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바로 禮(豐)를 이행(履行)하는 순차가 되고 그 총합인 55로써 예의 실체(實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겠다.
1에서 10에 나아가는 점진적 과정이 士의 진덕수업(進德修業 : 덕을 쌓는데 힘쓰고 업을 닦는데 노력함)이라면 천지의 수인 55를 완전 이룬 경지는 大人의 天人合一에 비견된다.
공자께서 乾卦文言傳에서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ㅣ며 況於鬼神乎ㅣ여(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해와 달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하고 흉함을 합해서, 하늘보다 앞서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아니하며, 하늘을 뒤 해도 하늘을 받드나니, 하늘이 또한 어기지 아니하곤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랴!)"라고 대인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 글자수도 마침 55자이다.
한편 豐에서 豈(어찌 기)를 빼면 글자 형태가 좌우로 겹친 모습이므로 30이 거듭한 60이 나온다. 주역 60번째 괘가 水澤節이므로 예의 범절, 몸의 관절 등의 뜻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풍괘를 살피면 내괘의 이허중(離虛中 : )은 남방화로서 禮를 대표하고 외괘인 진하련(震下連 : )은 동방목으로서 仁을 대표하므로, 안으로 밝게 예를 회복함으로써(內離→復禮) 밖으로 仁을 행해나가는(外震→爲仁) 괘상이기도 하다.


125. 率(거느릴 솔, 따를 솔, 비율 률) : 玄部

率의 위는 아득한 하늘의 빛을 뜻하는 玄(검을 현)이고 아래는 모든 무리를 뜻하는 十(열 십)이며 좌우는 나래를 펼쳐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玄은 우두머리를 뜻하고 아래의 十은 따르는 무리(家率, 食率)를 뜻하므로, 우두머리 새를 따라 모든 새들이 질서정연히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또한 질서있게 統率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법도(척도)가 있어야 하는 데에서 비율의 뜻으로 전용되어 쓰인다.
'거느릴 率'과 같은 의미로 쓰는 글자로는 帥(거느릴 솔, 장수 수)가 있다. 대학에 "堯舜이 帥天下以仁하신대 而民이 從之하고"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때 '帥'자를 '솔'로 읽는다.


126. 賓(손 빈) : 宀部

賓은 집을 뜻하는 '집 면(宀)에다 중간에 일정 분량을 뜻하는 一+少를 더하고 재물을 뜻하는 '貝'를 더해서 손님이 오면 재물을 조금 덜어(나눠) 접대해야 한다는 뜻에서 손님이라는 뜻이 나온다.
* 貧(가난할 빈)


127. 歸(돌아갈 귀, 시집갈 귀) : 止(그칠 지)部

歸는 본래 자기 처소 또는 제 갈 길로 돌아간다(돌아온다)는 뜻이다. 婦(지어미 부, 며느리 부)와도 연관되는데, 여자가 돌아가야 할 곳이 시집이라는 뜻에서 歸에는 시집간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歸의 원래 古字는 止옆에 帚(비 추)를 더한 형태였으나, 후대에 들어와서 변형되었다. 帚는 헝겊(巾 : 수건 건)을 손(彐: 돼지해머리 계, 又의 변형)에 들고 일정 경계(冂: 멀 경)를 닦는다는 뜻이었다가 나중에 깨끗이 쓸어내는 비의 의미로 전용되었다. 부수인 '그칠 止'는 발의 모습 또는 초목의 뿌리를 본뜬 글자로 보는데, 그치다보면 쌓이게 되므로 언덕을 뜻하는 阜(부)를 보탠 것이다. 결국 歸는 모든 것을 비로 깨끗이 쓸어내 버리고(一掃 : 일소) 본연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친다(머무른다)는 뜻이다. 도연명(陶淵明)도 속세를 떠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읊었다.
주역의 64괘명중에 歸를 내포한 것은 누이를 시집보내는 괘인 雷澤歸妹가 유일하다. 歸妹( )는 아래에 있는 소녀(신부 : )가 위에 있는 장남(신랑 : )을 따라 친정에서 시집으로 신행(新行)을 떠나는 괘상인데, 이 신행을 于歸(우귀)라고 한다. 歸에 시집가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돌아간다는 측면에서는 歸妹괘와 더불어 復괘가 있다. 復(돌아올 복, 다시 부)이 잃어버린 본성의 밝음을 되찾는 것이라면 歸妹는 친정에서 婦道를 읽히고 賢德을 쌓은 뒤에 마침내 시집가서 여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양이 다시 始生하는 것이 復괘이고, 여자가 친정에서의 삶을 마치고 시집가서 새로운 인생을 始作하는 것이 歸妹괘이므로 다같이 終則有時(마치게 되면 비롯함이 있음)하는 측면이 있다.(歸妹는 人之終始也라)


128. 王(임금 왕) : 玉(구슬 옥)部

王은 가로 세 획을 그어 세 개의 옥돌을 나타내고 세로 한 획을 그어 옥줄로 꿴 끈을 나타내므로, 佩玉(패옥)을 형상한 글자라고 한다. 玉은 사물을 칭찬하거나 귀하게 여김을 나타내는 미칭(美稱)인데, 이러한 훌륭함과 귀중함을 고귀한 지위에 있는 왕에다 견준 것이라 하겠다.
한자에 王이 들어 있을 경우는 玉으로 쓰일 때가 많으며, 王도 그 부수가 玉이다. 예를 들면 現, 理, 寶 등이 있는데 '임금 왕변'이라고 하지 말고 '구슬 옥변'이라고 불러야 바른 호칭이다.
왕을 天地人 三才를 뜻하는 三과 이를 하나로 꿴 ㅣ으로 보면 삼재의 덕을 한 몸에 갖춘 이어야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나온다. 위로는 하늘의 굳건함과 아래로는 땅의 후중함을 아울러 갖추고 중간으로는 사람의 인의중정을 다하는 사람이라야 왕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33] 鳴鳳在樹하고 : 우는 봉황새는 나무에 있고(깃들고)
[34] 白駒食場이라 : 흰 망아지는 마당에서 풀을 뜯어먹는다


鳴(울 명) 鳳(봉새 봉) 在(있을 재) 樹(나무 수)
白(흰 백) 駒(망아지 구) 食(먹을 식) 場(마당 장)

[총설]

앞 구절의 遐邇壹體와 率賓歸王 즉 멀고 가까운 곳의 모든 이들이 한 몸이 되어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성군을 찾아오는 손님이 된다는 내용에 이어, 성인의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봉황새가 나무에 앉아 즐거이 울고, 마당에는 깨끗한 흰 망아지가 태연히 풀 뜯는 한가로운 정경을 읊고 있다.
옛날 舜임금이 음악을 연주하자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추었고, 문왕의 탄생시에 기산(岐山)에 봉황이 나와 울었다고 전하는데, 그 성질이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非梧桐不棲)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非竹實不食) 한다. 여기서의 樹는 오동나무를 가리키는데 唐本에는 '竹'으로 되어 있다. 성인이 출현하면 세상에 자취를 나타낸다고 하는 상서로운 瑞鳥로 먼저 봉황을 앞세우며, 鳳은 수컷이고 凰은 암컷이다. 남방에 속한 신령한 새로 일컫는 朱雀도 봉황의 일종이다.
鳴鳳在樹나 白驅食場, 두 구절은 모두 시경에서 따온 글들이다.
시경 大雅편의 "鳳凰鳴矣(봉황명의)니 于彼高岡(우피고강)이로다 梧桐生矣(오동생의)니 于彼朝陽(우피조양)이로다(봉황새가 저 산등성이에서 우네 / 오동나무가 산 동쪽 기슭에서 자라네)"에서 鳴鳳在樹를, 小雅편의 "皎皎白駒(교교백구)이 食我場苗(식아장묘)라 하여 縶之維之(집지유지)하여 以永今朝(이영금조)하여 所謂伊人(소위윤인)이 於焉逍遙(어언소요)케 하리라(하얀 망아지가 내 밭의 싹을 먹었다 하여 / 붙잡아 이 아침 다가도록 매어두어 / 바로 저 사람이 이곳에서 노닐도록 하리라)"에서 白驅食場을 따와 현인이 찾아와 머문다는 의미로 나라의 평화로움을 상징한 내용이다.


129. 鳴(울 명) : 口(입 구)部

鳴은 口에 鳥를 더하여 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저귀고 있는 것에서 운다는 뜻이 된다.
* 嗚(탄식할 오)


130. 鳳(봉새 봉) : 鳥部

鳳은 '무릇 凡'에다 '새 鳥'를 더한 글자로, 봉황이 세상에 나오면 뭇새들이 모두 모여들어 따르므로 새 중에서 으뜸이라는 뜻이다. 암컷인 凰에도 으뜸이라는 의미의 皇(임금 황)이 내포되어 있다.

[참고]
凡은 책상 따위의 기대앉는 상을 본뜬 '책상 궤'에다 하나로 똘똘 뭉쳐지는 뜻인'점 주(丶)'를 더한 글자로서, 흩어진 물건을 틀 속에다 넣어 하나로 뭉뚱그린다는 데에서 무릇 또는 모두의 뜻으로 쓰인다.
한편으로는 凡을 바람(風)을 안고 있는 돛의 모양에서 나온 글자로 풀이하는데, 바람과 돛이 하나로 뭉뚱그려졌다는 데에서 '무릇'의 뜻이 나온다. 배를 물 위에 띄우는 汎(뜰 범)에 이러한 의미가 잘 나타난다.


131. 在(있을 재) : 土部

在는 만물이 천지간에서 생명활동을 영위하며 實在함을 가리킨다.
在는 才(바탕 재)에다 土를 더하여 흙 속에서 새로운 싹이 움터나와 생명이 존재하고 있음을 뜻하고 才에서 발음을 취한 것이다. 存(있을 존)은 천지의 음양 기운이 교통함으로써 모든 생명의 씨앗(子)이 생성된다는 뜻이다. 在가 객관적이고 외면적인 측면이라면 存은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측면이 있다.

[참고]
才는 땅 속에서 돋는 싹의 모습을 본뜬 글자인데 在의 글자 형태에 나타나듯이 천지음양의 사귐(乂 : 사귈 예)으로 인해서 만물이 나옴(丿: 삐칠 별)을 말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세 가지 바탕(재질)을 天地人 三才 즉 天才 地才 人才로 대표한다.
孔子는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힘에 있으며 백성을 사랑해서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히 착함에 그침에 있다(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民하며 在止於至善이니라)"고 말씀하였다. 대학의 도를 三綱領으로써 풀이한 문장 속에는 三才의 도에 근거한 三在가 있는데, 밝은 하늘의 도에 바탕한 在明明德, 두터운 땅의 도에 바탕한 在親民,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의 도리에 바탕한 在止於至善이 그것이다.
주역의 乾卦 육효의 효사에서도 하늘자리(五位, 上位)에 속한 九五의 飛龍在天, 땅자리(初位, 二位)에 속한 九二의 見龍在田, 사람자리(三位, 四位)에 속한 九四의 或躍在淵에서 이 三才가 은연중 암시되어 있다. 易이 陰陽學인 동시에 그것이 三才之道인 것이 여기에서도 입증된다.
만물의 생성 변화는 水火木金土 五行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 행해지는데, 土로써 오행이 완성되고 이 土가 사방의 수화목금을 거느리는 주체로서 오행의 중심이 된다. 앞서는 수인 생수(1 2 3 4 5)는 天道에 상응하고 뒤따르는 수인 성수(6 7 8 9 10)는 地道에 상응하며 이 천도의 생수와 지도의 성수가 서로 배합한 결과 비로소 오행이 생성되니 곧 人道(만물)에 상응한다. 생수와 성수의 끝인 五와 十이 배합하여 생성하는 것이 바로 土이므로 곧 天地人 삼재의 도가 궁극적으로 완성됨을 의미한다. 在가 土部에 속한 까닭도 이렇게 삼재에 관련지어 볼 수 있다.


132. 樹(나무 수) : 木部

樹는 木에다 '세울 주(尌)'를 합친 글자로서 줄기가 곧게 세워져서 위로 뻗어 올라가는 나무를 뜻한다. 尌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손(寸 : 마디 촌, 헤아릴 촌)으로 壴(악기이름 주)를 곧추 세운다는 뜻에서 바로 세움을 말한다.
세운다는 의미로 쓰이는 유사한 글자로 竪(세울 수, 豎의 俗字)가 있으니 똑바로 세워놓는 것을 竪立 또는 樹立이라고 한다.
樹에서 壴를 뺀 村(마을 촌)은 나무를 심어놓은 사이로 질서정연히(寸) 집들이 늘어선 마을을 뜻한다. 마을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防風用으로 나무를 잘 심어놓아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133. 白(흰 백, 말씀 백) : 白部

白은 본래 丶에다 日을 더했으므로 햇살 즉 해의 빛살을 가리킨다. 해가 비치면 만물의 본래 모습이 환히 밝혀지므로 모든 색의 바탕으로 흰색을 삼는데, 紅靑黃은 삼원색으로 천지인을 상징한다. 色을 '빛 색'이라고 하는 데에서 모든 색의 바탕이 모두 햇빛(白)에서 연유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맏이가 되는 우두머리를 伯이라고 쓰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주야의 관계로는 대낮의 환하고 밝음을 白이라 하고 본색이 드러나는 가을철(西方)의 색을 또한 白으로써 일컫는다. 한낮을 白日中天이라 하고, 한낮에 시험보는 것을 白日場이라 하며, 서방을 白軍 또는 白虎로 부르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白書는 어떤 사건에 관계된 모든 내용을 明白히 조사하여 밝힌 글을 말하는데, 속마음을 횐히 밝혀 말한다는 측면에서는 '사뢸 백, 말씀 백'이 된다.


134. 駒(망아지 구) : 馬(말 마)部

駒는 馬에다 句(구절 구)를 보태서 짧은 글귀처럼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망아지, 곧 태어난 지 두 살 미만의 어린 말을 뜻한다. 句 바깥의  (쌀 포, 包)는 본래 어미의 품속을 의미하니 아직 강보에 쌓인 때이다.


135. 食(밥 식, 먹을 식, 밥 사) : 食部

食은 人에 良(어질 량, 좋을 량)을 더한 글자로 사람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음식인 밥을 뜻한다. 한편 亼(모을 집)과 艮(동북 간, 그칠 간)이 합쳐진 글자로 보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일가족 즉 食口에 대한 뜻이 있다. 음식이란 모름지기 독식하지 말고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하는 것이다.

[참고]
良은 본래 방위적으로는 해가 돋아나오는 뿌리에 해당하고 시간적으로는 새벽에 해당하는 곳인 동북방(艮)에 환히 햇살(丶)이 비쳐와서 마침내 밝고 좋아진다는 뜻이다. 햇살 대신 丶(점 주)로 간주하면 艮土에 씨가 뿌리내림을 가리키니, 역시 밝은 생명이 뿌리박고 나와서 귀중하고 좋다는 의미이다.
공자께서 "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비롯하는 데가 동북인 간방보다 성한 곳이 없다(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하루가 끝나고 새로운 날이 열리려면 새벽이 와야 하듯이 천도의 終始 즉 선천을 마치고 후천을 여는 관문(太極)이 바로 간방임을 밝힌 비결이다.
주역의 艮卦( )는 산의 모습이고 두터이 그치는 괘상이다. 산을 거듭한 글자를 出로 보는데, 하늘인 乾卦의 단전에는 "머리가 물건들에서 나온다(首出庶物)"고 하였다. 머리가 나오는 것이나 뿌리가 내려 싹트는 이치와 매한가지이다. 艮과 직결된 대표적인 글자로 根(뿌리 근)을 들 수 있는데, 만물은 뿌리로부터 나와 다시 뿌리로 돌아간다. 이를 歸根(귀근) 또는 原始反本(처음에 바탕하여 근본으로 돌아감)이라고 하니 始와 終이 如一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亼과 艮이 합쳐진 食에는 태극(仁 : 어질 인)에 해당하는 간방에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天下歸仁(천하가 仁으로 돌아옴)이나 回歸有極(중심인 皇極이 세운 유극으로 회귀함 : 홍범의 '皇이 建其有極')도 이와 같은 뜻이다.


136. 場(마당 장) : 土部

場은 陽을 줄인 형태로서 같은 뜻으로 쓰이는 昜에다 土를 더해서 볕드는 곳인 마당을 말한다. 昜은 지표(一)밑에 달(勿 : 말 물, 달을 본뜬 月의 변형된 모습)이 숨어 있고 위로 해(日 : 날 일)가 떠오르는 모습으로서 밝은 낮의 볕을 상징한다. 본래는 昜으로써 볕을 뜻하지만 지금은 쓰지 않고 陽으로 쓴다. 陰(그늘 음)도 마찬가지이다.[35] 化被草木하고 : 덕화가 초목에까지 입혀지고
[36] 賴及萬方이라 : 그 힘입음이 만방(온 천하)에까지 미치느니라

化(될 화) 被(입을 피) 草(풀 초) 木(나무 목)
賴(힘입을 뢰) 及(미칠 급) 萬(일만 만) 方(모 방)

[총설]

앞에서 이른 鳴鳳在樹, 白駒食場의 구절을 연계한 것으로 성인(성군)의 덕화가 이름모를 풀과 나무까지도 입혀지고 온 세상이 그 덕화에 힘입지 않음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化被라는 것은 감화된다, 덕화를 입는다, 교화를 입는다는 말처럼 모두가 그대로 잘 따른다는 뜻이다. 성인의 德化가 초목에까지 입혀진다는 것은 초목들까지도 무성하게 잘 자란다는 말인데, 정치를 잘못하는 나라를 보면 첫째로 治山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독산(禿山) 즉 민둥산이 되어 산이 모두 사람 머리 벗어지둣 다 헐벗겨진다. 그러나 정치를 잘하는 나라는 治山을 잘하여 수목이 울창하므로 공기가 맑고 풍경이 아름답다. 이렇게 성스러운 인군이 정치를 잘하면 그 덕화가 단지 사람에게만 입혀지는 것이 아니라 초목금수(草木禽獸)의 미물에까지 입혀진다.
주역의 風澤中孚괘에도 '信及豚魚(신급돈어)'라고 하여 中孚(속으로 미덥게 믿음)한 믿음이 豚魚(돈어) 즉 돼지나 물고기까지 미치게 된다고 하였다.
賴及이란 덕화에 힘입음이 만방에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化被草木은 안짝이고 賴及萬方은 바깥짝인데 韻字는 이응받침의 운인 方이다.
앞의 구절들과 묶어 풀이해보면 정치를 잘하니까 먼데나 가까운 곳이나 막론하고 다 한 몸을 이루는 遐邇壹體,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임금의 손이 되고자 찾아오는 率賓歸王, 길조인 봉황새가 여기저기 나무 위에서 즐겁게 울고 있는 鳴鳳在樹, 깨끗한 흰 망아지들이 모두 마당에서 즐겁게 풀을 뜯고 있는 白駒食場, 나아가 성군의 덕화가 초목까지도 입게 되어 무성하고 울창하게 자라는 化被草木, 그 힘입음이 천하만방에까지도 미치게 되었다는 賴及萬方까지 한 흐름이다.


137. 化(될 화) : 匕(비수 비, 숟가락 시)部

化는 본래 만물의 성숙과 결실을 의미하니 사람으로서는 덕과 연륜이 높이 쌓인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또는 참된 본성을 깨달아 신선(眞人)과 같이 화함을 이르며, 웃사람이 덕으로써 선도하여 훌륭한 풍속, 습관을 만드는 것에서도 화하다, 되다의 뜻이 나온다.
化의 왼편은 '사람 人'이고 오른편은 '숟가락 匕'로서 사람이 늙어 숟가락의 등이 굽은 것처럼 등허리가 휘어 굽어진 모습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임과 같이 匕에는 성숙한 결실 내지 완성과 종결 등의 뜻이 있으며, 이러한 의미로 쓰인 글자로 老(늙을 로), 眞(참 진), 北(북녘 북) 등을 들 수 있다.
대개 字典에서는 匕를 비로 읽고 있는데, 비수(匕首, 날이 썩 날카롭고 짧은 칼)의 뜻으로 쓸 때에는 '비', 숟가락의 뜻으로 쓸 때에는 '시'로 읽는 것이 타당하리라 여겨진다. 통상 숟가락을 말할 때에는 匙(숟가락 시)를 주로 쓴다.
주역의 震괘는 집안의 법도를 계승하고 주관하는 祭主인 장자(장남)을 가리키는데, 그 괘사에 不喪匕鬯(불상시창)이라고 하였다. 시창은 제사에 관련된 용어로 匕는 제사 그릇에 놓는 숟가락, 鬯(울창주 창)은 제사지낼 때 신이 내리는 降神酒로 사용하였던 울금향의 향기로운 술을 가리키므로 곧 제주를 상징한다. 하느님께서는 정성을 다해 천지와 조상에 제사지내는 제주는 아무리 어려운 환란의 때라도 도와주고 보호하여 결코 상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다.
주역의 계사전에는 "화해서 마름질함을 변이라고 이른다(化而裁之 謂之變)"고 하였다. 또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이 도이다(一陰一陽之謂道)"고 하였는데, 이는 태극의 도가 음양으로 변화(變化)함을 말한다. 즉 양이 되어나가는 과정은 變이고, 음이 되어나가는 과정은 化로서 양이 늘어나는 오전(선천)의 때는 變이 되고 음이 늘어나는 오후(후천)의 때는 化가 된다. 이 化는 다시 變을 낳아 끝없이 순환하니, 만물의 생성법도가 모두 음양변화에 따르는 것이다.
음양의 변화를 陰變陽化(음변양화)라고도 하는데, 음이 극하면 양으로 변하고 양이 극하면 음으로 화함을 말한다.


138. 被(입을 피) : 衤(衣 : 옷 의)部

被는 '옷 衣'에 '가죽 皮(피)'를 더해서 짐승의 가죽을 벗겨 몸에 걸친 갖옷을 의미한다. 衣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모습과 유사하다. 裳(치마 상)이 아랫도리를 지칭한다면 衣는 윗도리를 가리킨다.
皮는 손으로 짐승의 가죽에 난 털들을 뽑는 모습으로 보는데, 가죽털을 손보아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서 皮革이란 단어가 나왔다. 革(가죽 혁, 고칠 혁, 바꿀 혁)도 皮와 마찬가지로 가죽에 난 털을 하나하나 뽑아 옷으로 고쳐 만드는 뜻으로 보지만, 皮보다는 정교한 과정을 거친 갖옷을 말한다. 革에서 더 나아가 잘 무두질한 가죽을 韋라고 이르니, 공자께서 만년에 주역을 탐독하였으므로 가죽끈으로 엮어맨 주역책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韋編三絶(위편삼절)이 故事로 전해온다.


139. 草(풀 초) : 艹(艸)部

草의 윗부분은 부수로서 艸를 줄인 형태이고 그 아래의 '일찍 早'에서 음을 취하였다. 艸는 움푹 패인 구덩이(凵: 입벌릴 감) 속에서 싹(ㅣ)이 나오는  (싹날 철)을 거듭 놓은 형태이고 早(일찍 조, 새벽 조)는 日과 甲이 합쳐진 글자이다. 甲이 동방(甲乙木)에 속하므로 早는 해뜨기 전인 이른 아침(새벽)을 뜻한다. 그러므로 막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되는 연약한 생명을 草로 표현하기도 한다. 草創期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음과 뜻이 통하는 글자로는 初(마름질할 초, 처음 초)를 들 수 있다.
草와 상대적인 글자로 革이 있다. 革은 본래 가죽에서 털을 뽑아 옷으로 고쳐 만든다는 뜻이지만 봄철에는 풀들이 부드러운 상태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단단하고 굳세게 바뀌게 됨을 상징하는 듯하다.


140. 木(나무 목) : 木部

木은 뿌리를 아래로 뻗고 줄기로부터 가지쳐 나오는 나무를 본뜬 글자로서 대표적인 상형문자이다. 木은 草보다는 줄기나 가지가 크고 굳세며 상대적으로 단단한 나무를 말한다. 봄에는 초목이 자라는 때이므로 봄철을 목왕지절(木旺之節)이라고 한다.
木은 수리적으로 三八에 해당한다. 오행의 생성순서는 수화목금토이지만 춘하추동 사시의 머리가 봄이고 동서남북 사방의 머리가 해뜨는 동방이므로 인사적 관점에서는 이 三八木이 太極의 머리가 된다.
시간적으로 태극이 삼변해서(태극 生兩儀 生四象 生八卦), 공간적으로 八卦(乾兌離震巽坎艮坤)가 벌려지는 이치도 三八木道라 이른다. 우리나라의 開國이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황(檀皇)의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이룩되는데 이 또한 천지인 삼재의 도에 바탕하여 삼변하는 과정이다.
주역에서도 공자가 風雷益괘의 목도내행(木道乃行), 風水渙괘의 승목유공(乘木有功), 風澤中孚괘의 승목주허(乘木舟虛)로써 세 차례 木을 언급한 공자의 뜻도 여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41. 賴(힘입을 뢰) : 貝部

賴는 '묶을 속(束)'에다 '질 부(負)'를 보태어 나뭇짐을 끈으로 묶어 등에 짊어짐을 말한다. 묶지 않으면 무거운 짐을 들 수 없고 빨리 갈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무거운 짐을 감당해낸다는 뜻에서 의지한다, 힘입는다는 뜻이 나온다. 束은 나무를 묶어 놓은 모습이고 負는 사람(人)이 재화(貝)를 짊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142. 及(미칠 급) : 又部

及은 人아래 又를 붙인 글자인데 又가 사람의 손을 본뜬 글자이므로 앞선 사람에게 손이 미침을 뜻한다. 及에는 '또 又'가 들어 있으므로 '∼와'의 뜻으로 쓰이는데, 與(더불 여)가 '∼와'로 쓰이는 것과 비슷한 용례이다. 이 글자와 바로 연계되는 글자가 急(급할 급)인데, 재빨리 앞사람을 잡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143. 萬(일만 만) : 艹(艸)部

萬은 본래 벌의 더듬이와 몸뚱이, 다리를 형상한 상형문자라고 한다. 벌떼가 무수히 많은 데에서 벌떼같다는 말이 있듯이 그 수가 지극히 많다는 데에서 '일만 만'이 된다. 萬은 백의 백배인 만을 가리키지만, 더 나아가서는 일체의 많은 수를 만으로 묶어 표현하기도 한다.


144. 方(모 방, 법 방) : 方部

方은 땅을 파들어가는(亠: 머리 두, 入의 변형) 쟁기의 형상 또는 배를 나란히 묶어놓은 모습으로 보는데 쟁기의 머리나 뱃머리가 일정한 방향으로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방향을 뜻한다.
方은 또한 사방으로 각진 모를 가리키므로 일정한 경계로 구분하여 위치를 나눈 방위를 뜻하기도 한다. 하늘은 본시 둥글고 끝없이 운행하는 상이므로 그 덕을 둥글다 하고 땅은 사방으로 분획되고 고요히 안정하는 상이므로 그 덕을 모나다고 한다(天圓地方, 天動地靜). 명심보감(明心寶鑑)의 '膽欲大而心欲小하고 智欲圓而行欲方이니라'의 내용을 잘 해석해야 한다.
方은 일정하게 방위를 나누는 법도를 세우는 데에서 '법 방'의 뜻으로 쓰이며, 여기에서 方策(방책), 方法(방법)이라는 단어도 나온다.[37] 蓋此身髮(개차신발)은 : 대개 이 몸과 터럭은
[38] 四大五常(사대오상)이니 : 네 가지 큰 것과 다섯 가지 떳떳한 것이 있으니
[39] 恭惟鞠養(공유국양)이면 : 공손히 치고 기른 것을 생각하면
[40] 豈敢毁傷(기감훼상)이리오 : 어찌 감히 헐고 상하리오

蓋(대개 개) 此(이 차) 身(몸 신) 髮(터럭 발)
四(넉 사) 大(큰 대) 五(다섯 오) 常(떳떳 상)
恭(공순 공) 惟(오직 유, 생각 유) 鞠(칠 국) 養(기를 양)
豈(어찌 기) 敢(감히 감, 구태여 감) 毁(헐 훼) 傷(상할 상)

[총설]

위의 네 문구는 백 가지 행실의 근본이 되는 효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체가 하나로 연계된 문장이다. 蓋此身髮과 四大五常은 대개 이 몸과 터럭이 네 개의 큰 것과 다섯 가지의 떳떳함이 있음을 뜻하니, 四大란 팔과 다리 즉 사지를 말하고 五常이란 떳떳한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다섯 가지 즉 첫째 사람으로서의 모양(貌)과 둘째 말하는 것(言)과 셋째 보는 것(視)과 넷째 듣는 것(聽)과 다섯째 생각하는 것(思)을 가리킨다. 恭惟鞠養과 豈敢毁傷은 부모가 치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어찌 감히 신체를 헐고 상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사람의 몸은 태양·태음·소양·소음의 四象원리에 따라 四肢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며, 水火木金土 五行의 이치에 의한 貌言視聽思(모언시청사 : 五事)의 떳떳한 작용을 한다. 모양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떳떳함이 못되는 것이고, 모양이 이미 생겨서 사람이 되었으면 그 다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생각(의식)함이 있어야, 떳떳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언시청사, 한 남녀가 서로 교합을 하여 수태되면 어머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는데, 맨먼저는 모양을 갖추고(貌) 다음 태어날 때 울면서 즉 말하면서 나오고(言), 그리고 눈을 뜨고(視), 귀가 열리며(聽) 마지막으로 의식을 가지게 된다(思).
사람이 모언시청사 다섯 가지를 가지고 나와서 다섯 가지로 살다 가는데, 이 五事의 근원은 水火木金土인 오행이다. 오행은 '一曰水요 二曰火요 三曰木이요 四曰金이요 五曰土니라' 즉 물로는 남녀가 서로 교합해서 사정한 물이 엉겨 태아의 모양이 생기고(一曰水→一曰貌), 불기운이 발양해서 소리가 나 울며 나오며(二曰火→二曰言), 사람의 눈은 간장에 속하는데 간은 목에 속해 있으므로 목기운으로 보고(三曰木→三曰視), 쇠는 소리나는 쇳기운으로 듣고(四曰金→四曰聽), 중앙 토기운으로 중앙에서 정치를 하듯이 뇌에서 생각을 한다(五曰土→五曰思). 우주내에는 맨먼저 물 곧 액체가 나오고, 그다음 불 곧 기운이 나오고, 그다음 나무 곧 형체가 나오고, 그 다음 쇠 곧 질이 나오고, 그 다음 흙이 나오서 형국이 다 갖추어지게 된다. 水라는 액체에서, 火라는 기운으로, 木이라는 체로, 金이라는 질로, 土라는 형국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五行 원리에 따라 사람의 다섯 가지 신진 대사인 五事 즉 모언시청사가 있게 되는 것이다.(書經 「洪範九疇」참조)

孝經에 '身體髮膚(신체발부)는 受之父母라 不敢毁傷이 孝之始也ㅣ라' 즉 부모에게 효하려면 몸과 터럭 또 살 피부 등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감히 헐거나 상하지(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 된다고 하였다. 옛날 유교에서 머리를 길러 모발하는 것도 이를 본받은 것인데, 대개 이 몸과 터럭은 네 개의 큰 것과 다섯 떳떳함이 있으니 부모께서 치고 길러주신 신체를 공손히 생각해 본다면, 어찌 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절단낼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蓋此身髮'은 안짝이고 '四大五常'은 바깥짝이니 常이 운이고, '恭惟鞠養'은 안짝이고 '豈敢毁傷'은 바깥짝이니 傷이 또한 운이다. 같은 '이응' 받침의 운인 養과 傷이라도 양은 높아서 운에 들어가지 않고 상은 낮으니 운에 들어간다.


145. 蓋(대개 개, 덮을 개) : 艹(艸 : 풀 초

蓋는 풀(艹)로 덮어놓음(盍 : 덮을 합)을 뜻한다. 盍의 아래는 그릇을 뜻하는 皿(그릇 명)이고 위는 뚜껑을 변형한 형태인 去(갈 거, 버릴 거)이다. 去를 皿 위에다 올려 놓은 것은 음식물을 덮개로 덮어놓은 모양이다.
한편 蓋는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싸담는 뜻에서, 말을 처음 꺼낼 때에 하는 서두어인 '대개, 무릇, 대저' 등의 뜻으로 주로 쓰인다.
주역 64괘 가운데 火雷噬嗑(화뢰서합 : )은 입 속에 든 음식물을 씹어 합하는 괘인데(噬 : 깨물 서, 嗑 : 씹을 합), 음식물이 든 그릇을 덮개로 덮어 씌워 놓은 괘상이다. 괘체를 살피면 아래의 초구(初九) 양은 그릇, 중간의 구사(九四) 양은 그릇에 담긴 음식물, 위의 상구(上九) 양은 그릇 뚜껑에 해당한다.


146. 此(이 차) : 止(그칠 지)部

此는 발목 아래를 형상하여 발이 '머무르다, 그치다'는 의미로 쓰이는 止(그칠 지)와 숟가락이 굽어진 형태를 딴 匕(숟가락 시, 구부릴 비)를 합쳐서, 사람이 몸을 구부리고 머물러 있음을 가리킨다. 나아가 현재 자신이 그쳐 머무르는 곳이 '이 곳'이라고 하여 '이 차'라고 한다.
此는 是(이 시, 옳을 시)와 유사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사람으로서 그칠 도리에 항시 그친다는 의미인 正(바를 정)이나, 旦(밝을 단, 아침 단)과 止를 합쳐서 밝은 곳에 머무름이 올바르다는 是나 모두 止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을 뜻하는 彼此라고 하는데, 彼의 부수는 彳(자축거릴 척)이고 此의 부수는 止이다. 발로 걸어서 가야 할 먼 곳이 저쪽이고 발걸음을 떼지 않고 그대로 머무르는 곳이 이쪽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彼此의 止行과 관련한 문장으로는 '時止則止 時行則行(그쳐야 할 때는 그치고 행해야 할 때는 행하라)'을 들 수 있다.
한편 皮(껍질 피)는 겉에 붙어 있는 껍질인데 반해 匕는 고개숙인 모습으로서 속이 영글고 여문 결실(알곡)을 뜻하니, 內本外末의 厚薄(후박)분별이 피차에 담겨있다고 하겠다. 匕와 연관된 글자로는 老(늙을 로)·北(북녘 북)·比(도울 비, 견줄 비) 등을 들 수 있다.


147. 身(몸 신) : 身部

身은 申(거듭 신)의 半字로서 아이밴 여자 몸 속의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현재의 글자 형태는 自(스스로 자)와 才(바탕 재)를 합친 모습인데, 자기 자신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몸이라는 뜻이다.
身은 사람의 생명 활동에 있어서 근본 토대가 되는 몸을 말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개 身은 편다는 伸(펼 신)과 발음과 자형이 통하므로 허리를 곧게 펴 활동하는 몸을 가리킨다.
몸과 관계된 글자를 들면,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은 體(몸 체), 폈던 몸을 활처럼 구부려 몸소 행하는 것은 躬(몸 궁), 등허리의 척추 관절을 뜻하는 躳(몸 궁), 남(人)과 상대되는 나를 가리키는 己(몸 기)가 있다. 여섯째 천간이자 오행상으로 10土(음토)에 해당하는 己는 태아가 모체 속에서 웅크린 형상을 본뜬 글자이다.

[참고]
대학에 '自天子以至於庶人히 壹是皆以修身爲本이라(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모두 몸닦는 것으로써 근본을 삼는다)'고 하였는데, 야산선사께서는 이를 '身外无物(몸 밖에 물건이 없음)'로 말씀하시며, 사물의 만 가지 근본이 修身에서 비롯됨을 강조하셨다.


148. 髮(터럭 발) : 髟(긴털 드리울 표)部

髮은 털이 길게 난 머릿털을 나타내는 髟에다 개가 잘 달린다는 뜻인 犮(달릴 발)을 더해서, 바람이 흩날릴 정도로 잘자란 긴 머릿털을 의미한다. 또는 犮이 犬(개 견) 부수에 속하므로 개꼬리처럼 길게 늘어뜨린 머릿털이라고도 한다. 髟는 長(긴 장)에 彡(터럭 삼)을 더한 글자이다. 몸에 난 털은 대개 毛(털 모)라고 한다.
* 拔(뽑을 발) 跋(밟을 발)
* 跋文(발문) ; 발이 신체의 끝에 붙어있듯이, 책을 발간할 때에 그 책의 내용과 그에 관계된 일을 책말미에 적어 놓은 글.


149. 四(넉 사) : 囗(에울 위, 큰입 구)

四의 囗는 四方과 四隅(사우)를 본뜨고, 八은 나눈다는 뜻이다. 즉 사방과 사우(= 四維 : 사유)를 각기 네 부분으로 나누는(分 : 나눌 분) 데에서, 넷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의 四象에 의거하여 하늘의 상은 日月星辰, 땅의 상은 山川動植을 일컫는다. 천도의 四德을 元亨利貞이라 하고 군자의 사덕을 仁義禮智로 나누는 것도 사상의 법도를 취한 것이다.

[참조]
八卦의 모체는 四象에 의거하므로 四에는 사상이 팔괘를 낳는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 복희씨의 선천팔괘차서도(先天八卦次序圖)를 보면 老陽( )은 一乾天( )과 二兌澤( )을 낳고, 少陰( )은 三離火( )와 四震雷( )를 낳으며, 少陽( )은 五巽風( )과 六坎水( )를 낳고 老陰( )은 七艮山( )과 八坤地( )를 낳음을 볼 수 있다.


150. 大(큰 대) : 大部

大는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를 본뜬 상형문자로서 사람이 만물 가운데 가장 큰 존재임을 나타내기도 하고, 태극이 兩儀(陰과 陽)를 낳는 것과 같이(太極生兩儀) 하나(一)에서 두 갈래(人)로 벌려져 자연 늘어나고 커짐을 뜻하기도 한다.
老子에는 道大, 天大, 地大, 人亦大라고 하였다.
大人이란 사람(人)이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을 오로지 한결같이(一) 하여, 하늘과 하나로 합한 天人合一의 경지에 달한 사람을 일컫는다.


151. 五(다섯 오) : 二(두 이)部

오행의 五는 천지음양을 뜻하는 二에다 乂(사귈 예, 다스릴 예)를 넣어, 천지음양의 두 기운이 사귐으로 인해서 다섯 가지의 物을 생성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기본수인 10수(1∼10)의 중간에 해당하는 수인 5가 다른 수들을 다스리는 중심(皇極)으로서 천지간의 만물을 다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五는 천지의 음양이 서로 합하여 생성되는 水火木金土의 오행을 가리킨다. 넷은 사상을 상징하는 수로서 모든 형상은 네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고, 다섯은 오행을 상징하는 수로서 만물은 곧 水火木金土 오행의 상생·상극의 작용에 의해 운행변화한다.

[참조]
오행은 사람의 좌(양)우(음) 양손에 있는 열 손가락을 하나로 모으면 다섯 손가락이 각기 짝하는 이치와 같이, 천지음양의 分合作用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四 다음 五가 오는 것은 사방의 외면이 정립되면 자연 그 내부에 하나의 실체가 갖추어져 다섯으로 완성되는 이치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四象의 位數(1 2 3 4는 사상의 體位, 6 7 8 9는 사상의 用數)가 내외배합하여 밖으로 水火木金을 생성한 다음에 안으로 생수(1 2 3 4 5)의 끝인 5와 성수(6 7 8 9 10)의 끝인 10이 짝하여 중앙의 土가 생성되는 것이다.
오행의 순서는 一(생수)과 六(성수)이 합하여 水를 생성하고 二(생수)와 七(성수)이 합하여 火를 생성하고 三(생수)과 八(성수)이 합하여 木을 생성하고 四(생수)와 九(성수)가 합하여 金을 생성하고 五(생수)와 十(성수)이 합하여 토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152. 常(떳떳 상) : 巾(수건 건)部

본래 常은 사람이 고상하게(尙 : 숭상할 상) 늘 옷(巾 : 수건 건, 두건 건)을 입고 있다는 뜻에서 '늘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사람이 늘상 옷을 입어 예의 법도에 맞게 처신한다는 뜻이며, 여기에서 '떳떳하다', '항상하다'는 의미가 나왔다.
하의를 뜻하는 裳(치마 상)에 연계해보면 치부인 아랫도리는 항시 가려야 하는 것이다.


153. 恭(공순 공) : (心)部

恭은 '같이' 또는 '함께'를 의미하는 共(같이 공)에다 마음을 뜻하는 心(마음 심)을 더해서 함께 더부는 마음으로 상대를 공경하는 뜻이다. 대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높이고 받드는 마음을 가리킨다.

[참조]
본래 共은 '두 손 모을 공'으로 손 모아 상대를 받드는 뜻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천체의 28宿가 하나로 합치하여 돌아가는 가운데 君臣一合을 이루고, 양손의 28마디를 하나로 합치하여 두 손 모아 기원하는 것이 다 共을 의미한다. 共 또한 28(卄+八)과 1(一)을 합친 글자 형태이다.


154. 惟(오직 유, 생각 유) : 忄(心)部

惟는 마음을 뜻하는 忄에다 새를 가리키는 隹(새 추)를 더해서, 새가 하늘로 날 듯이 마음이 한 곳으로 집중됨을 뜻한다. 대개 隹는 推(밀 추)와 進(나아갈 진)에서 보듯이 앞으로 나아가는 뜻이 담겨 있다.
惟와 비슷한 의미로 維(맬 유)와 唯(오직 유)가 있다. 惟가 속마음으로 오직 좇는 것을 가리키는 반면 唯는 겉으로만 오로지 입으로 외치는 것이고 維는 한 끈(계통)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시간적 의미로 쓰인다(예 : 維歲次).


155. 鞠(칠 국, 기를 국, 공 국) : 革(가죽 혁, 고칠 혁, 과녁 혁)部

鞠은 가죽을 뜻하는 革에다 匊(움킬 국)을 더해서 손에 한웅큼 쥘 정도의 크기로 만든 가죽공을 뜻한다. 革은 짐승의 털가죽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하여 입기 편한 가죽옷으로 고친다는 뜻이고, 匊은 쌀(米 : 쌀 미)을 한웅큼 손에 감싸쥔다는(勹: 쌀 포) 뜻이다.
즉 鞠은 가죽공의 의미를 갖는 동시에 공차듯이 발로 찬다는 뜻이 있다. 나아가 공을 둥글게 말 듯이 몸을 굽힌다는 뜻으로 쓰이니, 몸을 굽혀 정성을 다함을 鞠躬(국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발로 차서 죄인을 매질하여 죄를 캔다는 뜻으로는 鞠問(국문)이 된다.
여기서는 어미가 정성을 다해 새끼를 치고 기른다는 의미이다.


156. 養(기를 양) : 食(먹을 식)部

養의 위는 양의 모습에서 취한 羊(양 양)이고 아래는 먹는다는 食(밥 식)이므로 양떼를 쳐서 길러 먹인다는 뜻이다. 즉 양에게 먹이를 먹이듯 가축을 치거나 어린애를 기름을 가리킨다.
한편 養의 위는 群集하여 떼를 짓는 羊으로서 소녀인 兌( : 서방 태)이며, 아래는 소남인 艮( : 동북 간)이다. 그 중간은 亼(모일 집)이므로 동북간방에 서방태가 시집와서 합하는 澤山咸의 괘상이다. 목동이 양을 치듯이 간방조선이 서양의 양떼를 몰고가는 것으로 養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57. 豈(어찌 기, 즐길 개) : 豆(콩 두, 제기 두)部

豈는 豆와 山이 합친 글자 형태로서 콩을 산처럼 거두어놓은 모습 또는 제기 위에 제물을 산처럼 높이 쌓아놓은 형상이다. 豊(풍년 풍, 풍대할 풍)과 관련지어 보면, 어떻게 하면 풍년의 즐거움을 누릴까 하고 산에서 하늘에 제사지내는 데서 '어찌'라는 뜻이 나온다.
한편 豈는 전쟁에 싸워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 때 치는 북장구의 형상을 본뜬 글자로 보기로 하는데 여기에서 '즐기다'의 의미가 나온다.


158. 敢(감히 감, 구태여 감) : 攵(攴: 칠 복)部

敢은 적을 친다는 攻(칠 공)과 귀를 뜻하는 耳(귀 이)를 합친 형태로 적군을 베고 그 귀를 취하는 뜻이 있다. 즉 敢은 적군을 치는데 앞장서는 용감을 의미한다.


159. 毁(헐 훼) : 殳(막대기 수, 창 수)部

毁의 왼편은 확(절구)을 뜻하는 臼(확 구)에다 土(흙 토)를 합친 형태로 흙으로 만든 옛날의 절구를 말하고 오른편은 절구공이를 뜻하는 殳이다. 흙으로 빚어 구운 확에다 곡식을 찧다보니 확이 이지러진다는 뜻이 된다. 나아가 남의 인격을 비방하고 일들을 훼손, 훼방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160. 傷(상할 상) : 亻(人)部

傷의 오른편은 밝은 昜(볕 양)이 덮개에 가려(人) 어두워진 상태로서 상처입음을 나타내므로 왼편의 亻과 합해서 사람이 다침을 가리킨다. 한편 오른편의 글자 형태를 햇빛(旦 : 아침 단)에 펄럭이던 깃발(勿 : 말 물, 깃발 물)이 상대 적편에 의해 찢기고 짓밟힘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41] 女慕貞烈하고 : 여자(계집)는 정렬(곧음과 매움)을 사모해야 하고
[42] 男效才良이라 : 남자(사내)는 재주와 어짊을 본받아야 하느니라

女(계집 녀) 慕(사모할 모) 貞(곧을 정) 烈(매울 렬)
男(사내 남) 效(본받을 효) 才(재주 재, 바탕 재) 良(좋을 량, 어질 량)

[총설]
여모정렬은 안짝이고 남효재량은 바깥짝으로 옛날의 남녀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는 정조와 열렬함(貞烈)을 사모해야 하는데, 한 지아비를 섬겨야 한다는 일부종사(一夫從事), 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조선조 유가의 부덕(婦德)과 관련한 삼종지의(三從之義)니 하는 말과도 관계있는 구절이다.
반면 남자는 재주와 어짊(才良)을 본받아야 하는데, 사내가 되어 재주가 없고 불량하면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옛날 가부장 사회에서 사내가 세상에 나가 정치도 하고 직책을 갖고 했는데 재주없는 무딘 사내라면 안되고 또 어질어야 되는데 그러하지 못하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앞의 [37]구부터 [40]구에 뒤이은 문구로 남녀의 이런 법도를 잘 알아 수행하면 어버이께 능히 효도를 다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161. 女(계집 녀) : 女部

女는 여자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 또는 비녀(一)를 꽂은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땅을 의미하는 口의 변형된 모습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만물의 모체인 땅의 유순한 덕과 모난(방정한) 법도가 여자에 상응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여(如)'의 뜻이 '같다'는 것은 女=口의 이치에서도 알 수 있다.
한편 女 위에 있는 一을 남자의 양기, 그 아래를 물건을 집어올리는 집게 형태로 보면, 남자의 양기를 품속으로 받아들여서 생명을 잉태하는 여자(계집)에 대한 의미가 나온다. 女 아래 부위를 남녀 교합을 가리키는 乂(사귈 예)로 보아도 동일한 의미가 된다.
주역 계사전에 '乾道成男(건도성남)하고 坤道成女(곤도성녀)라' 즉 하늘은 남자를 이루고 땅은 여자를 이룬다고 하였다.
* 母(어미 모), 毋(말 무)

162. 慕(사모할 모) : (心)部

慕는 莫(없을 막, 말 막)에서 나온 글자인데, 莫은 본래 暮(저물 모)의 본자로서 해(日)가 풀숲으로 숨어들어가는 저녁때를 가리킨다. 이 莫에다 心 을 받침으로 넣어서 날이 저물도록 항시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또는 날이 저물면 자연 옛날에 대한 향수가 일어나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고 해서, 사모하고 생각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세월이 흐르고 머리가 희어질수록 그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사무치기 마련이다.

[참조]
莫은 날이 저물면 어두어져서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위태롭다고 해서 어떤 일을 하지 말라 또는 할 수 없다는 금지의 의미로 쓰인다.

163. 貞(곧을 정) : 貝(조개 패)部

貞은 재물 또는 재화를 의미하는 貝위에다 점치는 뜻인 卜(점 복)을 붙여서 천지신명이 일러주는 점을 소중히 여겨야 하듯이 귀중한 재물이나 재화를 잘 갈무리해서 이를 굳건히 지킨다는 뜻이다.
또는 貝아래의 八이 음양(암수)을 가리키고 위의 目이 씨눈을 가리키는 데서 貝를 씨로 보기도 한다. 貝가 소중한 재물 또는 재화의 의미로 쓰이는 까닭도 만물이 제각기 씨로 인해서 생명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貝 위에다 '점찍어 놓는다'는 卜을 덧붙이면 수많은 씨들 가운데 가장 튼튼하고 알찬 씨 종자를 점찍는(가리고 골라서) 것이 되고, 그 귀중한 씨종자를 골라서 잘 간직하고 저장해 둔다는 '정고(貞固)'한 의미가 나온다.
한편 貞위의 卜을 문에 빗장을 걸어 놓은 모습, 貝를 음양(八)의 씨눈(目)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겨울에 종자(貝)가 얼고 썩거나 씨눈이 발아하지 않도록 저장소에다 잘 보관하는 뜻이 된다. 卜을 점찍는 것으로 보면 다음 해에 뿌려야 할 알차고 튼튼한 씨(貝)를 잘 판단하고 가려서 간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의 四德 가운데 겨울의 덕을 '貞'으로 둔 것도 잘 헤아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개 유순하면서도 바름을 굳게 지키는 여자의 덕을 정절(貞節), 정조(貞操)라고 한다.

[참조1] 卜에 대해
卜은 ㅣ(뚫을 곤)의 오른편 중간에다 丶(점 주)를 찍어서 상하(천지)의 이치를 꿰뚫어 그 중간의 법도를 취함을 말하고 있다. 사물의 근본이치를 바르게 알아서 중도(中道)를 잡는 이른바 윤집궐중(允執厥中 : 미덥게 그 중을 잡음)은 만고불역(萬古不易)의 법도이다. 우리말 중 '복판'은 한가운데 중심을 의미하는데 여기의 卜과 復(돌아올 복), 腹(배 복), 輹(복토 복)의 음과 뜻이 서로 통한다.
이 卜은 사물의 동정변화에 따른 인간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글자가 上과 下이다. 中(一)을 기준으로 보면, 上은 過(지날 과)하고 下는 不及 즉 未及한 것이다. 陽은 강건하여 힘이 과도하므로 動하여 위로 오르고(上) 陰은 유순하여 힘이 부족하므로 靜하여 아래로 내리는 성질이 있으므로(下)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양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땅을, 음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았다.
처한 자리로 보면 上은 앞으로 나아가 위에 자리하는 것이고(進), 下는 밑으로 내려와 아래에 자리하는 것이며(退), 中은 과녁의 한복판을 꿰뚫듯이 중심을 잡아 그 위치 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참조2] 四德으로 본 貞
貞은 하늘의 네 가지 덕인 元亨利貞 중 하나이다. 元은 봄의 덕이고 亨은 여름의 덕이고 利는 가을의 덕이며 貞은 겨울의 덕으로 일컫는다. 이 하늘의 元亨利貞(形而上)에 힘입어 땅에서는 낳고 기르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네 가지 生長收藏(形而下)의 작용을 하게 된다. 수확물을 겨울철에 저장하는 뜻이 貞에 담겨있는 연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두운 밤을 지키지 아니하면 밝은 아침이 올 수 없고 추운 겨울을 견디지 않으면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없는 것처럼 바름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써 제 본분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과정이 결코 올 수 없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바름을 굳게 지키는 덕이 그 밑뿌리이자 줄기가 되는 것이다.
주역 건괘 문언전에 貞을 '일의 줄기(事之幹也)'라 하고, 貞固한 것이 '족히 일을 주장한다(足以幹事)'고 하였으며, 계사하전 제1장에 '길흉은 정히 이기는 것이니(吉凶者는 貞勝者也ㅣ니), 천지의 도는 정히 보는 것이요(天地之道는 貞觀者也ㅣ오), 일월의 도는 정히 밝은 것이요(日月之道는 貞明者也ㅣ오), 천하의 움직임은 정히 무릇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이다(天下之動은 貞夫一者也ㅣ라)'라고 하여, 貞의 중요성을 지극히 강조하고 있다.

164. 烈(매울 렬) : 灬(火 : 불 화)部

烈은 물체를 끊고 잘라서 여러 곳으로 벌려놓음을 뜻하는 列(벌릴 렬 : 辰宿列張 참조) 아래에 불을 뜻하는 灬를 넣은 글자로서 불길의 기세가 여러 갈래로 세차게 벌려 나감에 다라 그 연기가 맵다는 뜻이 된다.

165. 男(사내 남) : 田(밭 전)部

男은 밭(田)에 나가 힘써(力 : 힘 력) 일하는 것이 사내의 본분이라는 뜻이다. 밭을 감은 생명의 씨를 뿌리기 위함이므로 이를 자식 농사를 짓는 것에 견주어 풀이하기도 한다.
남녀를 사내와 계집의 성징(性徵)으로 살피면, 男은 하복부 하단전(田) 아래에 힘(力)을 쓰는 성기가 있고 女 또한 아랫 배 자궁 부위에 아기를 낳는 생명의 출구가 있다.

166. 效(본받을 효) : 攵(攴: 칠 복, 두드릴 복)部

效의 왼편은 交(사귈 교)이고 오른편은 攵이므로 경험과 지혜가 많은 사람과 親交나 交分을 맺어서 훌륭한 행동이나 착한 가르침을 본받음으로써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고무진작(鼓舞振作)시킨다는 의미이다.

[참조]
交는 아버지(父 : 아비 부)가 머리에 갓(亠: 돼지해머리 두)을 쓴 모습으로서 밖에 나가서는 사회적인 사귐을 갖고 집에 들어와서는 갓을 벗고 부부간 교합(잠자리)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易의 이치로 보면 交는 大成卦를 이루는 六爻에 관련된다. 육효의 자리를 六位라고 하는데 공간과 시간은 모두 이 六位에 바탕하여 생성된다. 상하사방 여섯이 사귀어 완전한 六合의 공간을 이루고 이 六位에 음양의 두 기운이 왕래교역하는 가운데 12時의 소장(消長 : 줄어들고 늘어남)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역 건괘의 단전에서는 이를 六位時成이라고 하였다.
한편 노음수인 六을 乂(사귈 예)로 표시하는데 이를 합쳐놓은 글자 형태가 交에 부합한다. 노음수인 六은 소양수인 七, 소음수인 八, 노양수인 九를 낳는 모체이므로 천부경(天符經)에서는 이를 '大三合六 生七八九'라고 하였다.
* 孝(효도 효) 校(학교 교, 형틀 교) 爻(효 효)

167. 才(재주 재, 바탕 재) : 扌(手 : 손 수)部

才는 부수가 手에 속하지만 본래는 木에서 갈려 나온 글자로서 초목의 싹이 나옴을 본뜬 글자이다. 싹이 돋아나오는 모양을 보니 장차 크게 자랄 바탕이 된다는 데에서 그 뜻을 취한 것이다.
싹(才)이 먼저 햇볕이 드는 밝은 양지 쪽으로 나오므로, 좌양우음(左陽右陰)의 법도에 근거하여 木의 오른 편(乀: 파일 불)을 빼고 왼편(丿: 삐칠 별)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참조]
太極은 만물의 생성바탕으로서 五行으로는 동방 木道가 이 태극을 대표한다. 이것은 木에서 따온 글자가 才(바탕 재)이고 태극의 極이 木部인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수리적으로는 木이 三 八에 해당하는데 태극이 兩儀 四象 八卦의 세 가지 단계를 거쳐서 팔괘를 이루는 것이 다름아닌 삼팔목도에 의한다. 나무에 견주면 태극은 뿌리, 양의는 줄기, 사상은 가지, 팔괘는 잎새와 열매에 해당한다.
이것을 三才로 연계하면 天才는 양의(1변). 地才는 사상(2변), 人才는 팔괘(3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양(―)과 음(--)의 부호 또한 일월의 형상과 운행 또는 남녀의 성기를 본뜬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본래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 )를 표상한 것이다.

168. 良(좋을 량, 어질 량) : 艮(그칠 간)部

良은 흙이 쌓인 높은 언덕을 뜻하는 艮(그칠 간)위에 한 그루의 나무(ㅣ)가 세워진 형상으로, 높은 곳에 우뚝 선 나무의 모습이 매우 훌륭하다는 뜻에서 '좋다'는 뜻이 된다. 良을 두터운 艮土에 심은 씨(丶)로 보면 그 씨알이 굵고 알차서 좋다, 어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34]구 白駒食場 참조

[참조]
인도의 詩聖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동방의 타오르는 등불'로 예찬한 것처럼 해가 동트는 근원(뿌리)에 해당하는 동북 艮土에서 一木(震木 또는 檀木)이 뻗어 나오는 것이 良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帝가 동방 震木에서 나온다(帝出乎震)'하고 또 '동북 艮土에서 (하늘의) 말씀을 이룬다(成言乎艮)'고 하였다.
오행 이치로는 동방의 진목이 동북 간토에 근원하여 뿌리내리고 자라나서 마침내 다시 간토에 돌아와 마치는 것이다(萬物出乎震, 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43] 知過必改하고 : 허물을 알거든 반드시 고치고
[44] 得能莫忘이라 : 능함을 얻거든 잊지 말라


知(알 지) 過(지나칠 과) 必(반드시 필) 改(고칠 개)
得(얻을 득) 能(능할 능) 莫(말 막, 없을 막) 忘(잊을 망)

[총설]
허물을 알거든 반드시 고치고 능한 것을 얻거든 잊지 말아라, 改過遷善(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못 허물을 지었다면 어서 알고 고쳐서 선한 데로 나아가라는 말이다. 또 사람이 뭔가 재량을 얻어 세상에 나가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능한 것을 배웠으면 잊어버리면 안된다는 뜻인데, 知過와 得能, 必改와 莫忘이 대(對)가 되며, 知過必改는 안짝 글귀이고 得能莫忘은 바깥짝 글귀이다.
주역 益卦(익괘)의 大象(대상)에 '見善則遷(견선즉천)하고 有過則改(유과즉개)라', 선함을 보거든 옮기고 허물이 있으면 곧 고치라고 하였다. 또 中庸에 '有弗學(유불학)이언정 學之(학지)이댄 弗能(불능)을 弗措也(부조야)하며' 즉 배우지 아니함이 있을지언정 배울진댄 반드시 능치 못함을 두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하고, 뒤이어 '人一能之(인일능지)어든 己百之(기백지)하며 人十能之(인십능지)어든 己千之(기천지)니라', 남들이 한 번에 능히 하거든 자기는 백 번을 행하며 남들이 열 번에 능히 하거든 자기는 천 번을 행하는 지극한 정성을 기울이면 '비록 어리석은 이일지라도 반드시 밝게 되며 유약한 이일지라도 반드시 강하게 된다(雖愚必明 雖柔必强)'고 하였다.


169. 知(알 지, 주장할 지) : 矢(화살 시)部

知는 강직함을 뜻하는 矢에다 말한다는 口(입 구)를 더해서, 굳건하고 올곧게 말함을 가리킨다. 논어에도 공자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을 知라고 이른다'고 말씀하였다.
口를 과녁 형상으로 보면 화살을 쏘아 과녁 한복판을 꿰뚫어 맞춤과 같이 사물의 언저리가 아닌 한복판 중심을 알아 맞추는 것이 知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물의 근본이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주장할 지'라고도 한다. 주역 계사전에 이른 乾以易知(건이이지 : 하늘은 쉬움으로써 주장함)에서 이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고로 矢(人+大)는 大人이 되고 口는 言(말씀 언)의 줄임자로 볼 수 있는데, 대인의 말씀(大人之言)은 조금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이 정확히 들어맞기에 知가 된다.

170. 過(지나칠 과, 허물 과, 지날 과) : 辶(辵 : 쉬엄쉬엄갈 착, 책받침)部

過는 턱뼈(骨 : 뼈 골)가 어그러져 입이 비뚤어진 상태인 咼(입비뚤어질 와·괘)와 점차 움직여 나아간다는 辶부수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입이 비뚤어지면 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우므로, 잘못되고 허황한 말이 나오기 쉽다. 말이 앞서고 지나치다 보니 마침내 허물을 짓는다고 해서 허물을 의미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口是招禍之門(구시초화지문 : 입은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문)이라고 해서 말조심 입조심을 하라고 경계하였다.

[참조]
주역은 過하거나 不及함이 없는 中을 가장 중시한다. 中은 節과 통하니 천지의 배합인 60간지에 상응하는 60번째의 괘가 곧 水澤節이다(節卦 彖傳애도 中正以通을 말함).
역법(曆法)상으로 한 해의 中節에 해당하는 것은 周天常數 360일이다. 5歲에 두 달의 윤을 두는 방법(五歲再閏)에 기준하면 매년 日行은 6일이 과도하고 月行은 6일이 부족하다. 주역에서는 이를 大過와 小過로 설명하고 있는데, 대과는 큰 양(日陽)이 지나친 것이고 소과는 작은 음(月陰)이 지나친 것이다. 그러므로 日行의 과도한 도수가 대과가 되고 月行의 과도한 도수가 소과가 되는데, 이것은 일월운행에서 상대적으로 발생하는 氣盈(기영 : 대과)과 朔虛(삭허 : 소과)의 도수에 상응한다.

171. 必(반드시 필, 기필코 필) : 心部

必은 마음을 뜻하는 心에 丿(삐칠 별)을 더해서 마음(心)으로 분명한 선(丿)을 그어서 꼭 어떤 일을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弋(푯말 익, 주살 익)과 八(여덟 팔)이 합친 글자로 보면, 땅을 나눌(八) 때에 푯말(弋)을 반드시 세워둔다는 데에서 '반드시'의 뜻이 나온다.

172. 改(고칠 개) : 攵(攴)部

改는 몸을 뜻하는 己(몸 기)에 攵(칠 복)을 보태서 스스로의 허물을 채찍질하여 부단히 반성하고 고쳐나간다는 뜻이다. 改가 내적인 측면이라면 革은 외적인 측면에서 고침을 말한다.

[참조]
己는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본뜬 글자로서 여섯째 천간(天干)에 해당하는데, 오행으로는 陰土이며 수로는 10에 해당한다. 10은 마치는 수로서 100을 낳는 근본이므로(十十之百) '己獨百之數之終(기독백지수지종 : 己는 홀로 백 가지 수의 마침'이라는 말이 전하다. 만사의 근본이 한 몸(己)에서 비롯되고 또한 마치기에 대학에는 修身爲本(수신위본 : 몸을 닦음이 근본이 됨)이라고 하였다.

173. 得(얻을 득) :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部

得의 부수인 彳은 걸어간다는 行(다닐 행, 행할 행)의 줄임자이다. 오른편 상단의 旦(밝을 단, 아침 단)은 재물을 가리키는 貝(조개 패)를 변형한 형태이며, 하단은 손을 뜻하는 寸(마디 촌, 잴 촌)이다. 旦을 글자 그대로 '아침 단'으로 해석하여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彳) 손을 놀려야(寸) 얻을 수 있다는 이치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필요한 물품(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 물건(旦 = 貝)을 수중(寸)에 얻는다는 뜻이 된다. 得과 반대되는 글자인 失(잃을 실)은 그 반대로 수중(手 : 손 수)에 지닌 물건이 손에서 벗어나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得의 발음을 '득'이라 한 것은 彳(척)과 旦(단)의 두 가지 음을 합한 것으로 보인다.

174. 能(능할 능) : 月(肉 : 고기 육, 육달월)部

能의 부수인 왼편 하단은 몸을 의미하는 肉(月)이고 왼편 상단의 厶(마늘 모)는 주머니 형태로 여자의 자궁을 뜻하며, 오른편은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서로 견주는 뜻인 比(견줄 비, 도울 비)이다. 이것은 여자의 몸 속에 아기를 밴 상인데, 여자(암컷)가 생명을 낳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능히 해낸다는 뜻이 나온다.
주역 계사전에 이른 坤以簡能(땅은 간단함으로써 능히 해냄)에서 이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고]
知能은 본래 하늘과 땅의 법도에 연유하는 단어이다(乾以易知 坤以簡能). 천지의 음양법도는 易簡(이간 : 쉽고 간단함)하여 양을 대표하는 하늘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주장하고(知), 음을 대표하는 땅은 그 하늘의 법도를 계승하여 만물을 능히 화육한다(能).
그래서 아버지(양)에게 물려받은 것을 知라 하고 어머니(음)에게 물려받은 것을 能이라 하며, 선천적(양)으로 자연하게 받은 바를 知라 하고 후천적(음)으로 주변 여건이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바를 能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적 지혜는 知에 해당하고 육체적 작용은 能에 해당한다.

175. 莫(말 막, 없을 막) : 艹(艸 : 풀 초)部

莫은 본래 暮(저물 모)의 本字로서 해(日)가 풀숲으로 숨어 들어가는 저녁때를 가리킨다. 날이 어두어지면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워 일하기 힘들고 자칫 큰 곤경에 빠질 수 있으므로 함부로 행하지 말아야 하는 금지의 의미가 나온다.

176. 忘(잊을 망) : 心部

忘은 마음(心)에 자리잡았던 기억이나 생각이 사라지고 없음(亡 : 도망할 망, 숨을 망, 죽을 망)을 뜻한다. 忘과 똑같이 心에 亡을 더한 忙(바쁠 망)은 마음(忄)을 돌이켜 볼 수 없을(亡)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고 분주함을 의미한다.[45] 罔談彼短하고 : 저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46] 靡恃己長이라 :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靡(아닐 미) 恃(믿을 시) 己(몸 기) 長(긴 장)
罔(없을 망) 談(말씀 담) 彼(저 피) 短(짧을 단)

[총설]
저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즉 사람이 세상을 사는 데 있어 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인간 사회이므로 남과 대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리석고 못된 사람은 남의 단점을 자꾸 꼬집어 이야기하고 자신의 장점 곧 내 자랑은 자꾸 늘어놓기 마련이다. 知彼知己(지피지기)라야 하는데 상대방의 단점만 지적하다 보면 쓸데없는 반감을 사서 적으로 만들 우려가 많고 자신이 조금 장점이 있다고 해서 자부하고 믿고 내세우면 자칫 큰일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177. 罔(없을 망) : 网( 网 罒 罓: 그물 망)部

罔은 그물을 뜻하는 网에다 亡(없을 망, 죽을 망)을 더해서 눈에 잘 뜨이지 않게(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위장함) 그물을 쳐놓은 것을 의미한다. 網(그물 망)과 같은 의미로 그물을 칠 때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위장한다는 뜻에서 '없다'는 뜻이 되었다. 网을 罒罓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대개 하나로 묶어서 포괄집약함을 網羅(망라)라고 이르는데, 網은 들짐승을 잡는 그물이고 羅는 날짐승을 잡는 그물을 가리킨다.

178. 談(말씀 담) : 言(말씀 언)部

談은 言과 炎(불꽃 염)을 더해서 불꽃이 활활 타올라 훈기를 전함과 같이 따스하고 정답게 나누는 훈훈한 말을 뜻한다. 炎을 淡(싱거울 담)에 연계하여 보면 주고받는 말이 담담(담백)하다는 뜻도 된다.

[참조1]
議(의논할 의)는 일의 방향이나 과정적인 단계를 수행함에 있어서 올바르게(義 : 옳을 의) 대처하는 방안을 모으고자 말을 나누는 것이고, 論(논할 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起承轉結(기승전결)의 구체적인 체계를 갖추어(侖 : 묶을 륜) 말하는 것이고, 說(말씀 설)은 밖에 있는 껍질을 벗겨(兌 : 벗을 태) 속에 든 내용물을 자세히 드러내어 말하는 것이고, 語(말씀 어)는 내 자신(吾 : 나 오)의 주체적인 의견, 즉 주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참조2]
자연은 水火木金土 五行의 다섯 가지 기운이 흘러서 만물을 생성 변화한다. 오행의 순서 작용을 보면 어두운 북방에 속하는 水는 潤下(윤하 : 적셔 흘러 내림), 밝은 남방에 속하는 火는 炎上(염상 : 불꽃이 타오름), 해뜨는 동방에 속하는 木은 曲直(곡직 : 굽혀지되 곧게 뻗음), 해지는 서방에 속하는 金은 從革(종혁 : 변해 바뀜), 중앙에 속하는 土는 稼穡(가색 : 심고 거둠)의 작용을 하는데, 이 오행에 기인한 것이 사람의 다섯 가지 신진대사, 즉 貌言視聽思인 五事이다.
水에 바탕한 貌(모양)은 恭(공순함), 火에 바탕한 言(말씀)은 從(그대로 좇음), 木에 바탕한 視(보는 것)는 明(눈밝음), 金에 바탕한 聽(듣는 것)은 聽(귀밝음), 土에 바탕한 思(생각)는 睿(슬기로움)를 말한다.
談자에 들어있는 言과 炎이 모두 오행상의 남방화에 연관된다.

179. 彼(저 피) 彳: 彳部

彼는 걷는다는 彳(자축거릴 척)에다 껍질을 뜻하는 皮(껍질 피, 가죽 피)를 더한 글자인데, 皮는 알맹이나 살이 아닌 필요없는 부위이고 彳은 일정하게 거리가 떨어짐을 의미하므로, 근본이 되는 이편보다 상대적으로 가치없는 상대편(저쪽)을 말한다. 146번째 글자인 '此' 참조할 것.

180. 短(짧을 단) : 矢(화살 시)部

활이 화살보다 길므로 옛날에는 긴 거리를 활(弓)로 재고, 짧은 거리를 화살(矢)로 재었다고 한다. 短은 곧은 화살을 뜻하는 矢(화살 시)와 콩을 의미하는 豆(콩 두, 제기 두)를 합친 글자이다.
豆는 제물을 올려놓는 그릇과 같다는 뜻에서 '제기 두' 또는 콩 꼬두리 모양으로서 강낭콩 껍질 속에 든 콩이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는 모습에서 '콩 두'인데, 특정한 거리(길이)에 소요되는 화살갯수를 계산하여 짧은 거리를 재는 것이나 콩의 개수를 세는 것이나 서로 통한다(화살의 길이를 곱해서 길이를 잼).
시간의 흐름은 촘촘히 박힌 강낭콩의 배열 모습과 같이 瞬間(순간)과 刹那(찰나)의 연계인데, 콩나물의 성장과 화살의 빠르기가 모두 신속하다.
시간의 빠름을 화살에 견주는 것에서 매우 짧은 순간의 시간 과정에 대한 의미가 矢에 들어있다(예 : 흐르는 세월이 화살같이 빠르다). 短과 반대되는 長(긴 장)의 경우 땅에 뿌리박아(氏 : 각시 씨) 줄기와 가지를 뻗어서 다 자란 초목을 의미한다. 초목이 자라는 것은 점진적이므로 시간이 오래(길게) 걸림을 뜻한다.

181. 靡(아닐 미, 쓰러질 미, 쏠릴 미) : 非(아닐 비)部

靡는 본래 삼(麻 : 삼 마) 껍질을 찧어 벗길 때 삼껍질이 가닥가닥 갈라지고 쏠리는(非 : 아닐 비, 새의 양날개가 펼쳐진 모습으로 서로 어긋남을 의미) 것을 의미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풀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風靡(풍미)라고 하는데,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게 되거나 또는 갈라지고 나뉘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 의미를 취하여 '아닐 미'의 뜻으로 쓰인다.
* 속설에 호랑이는 종이를 보지 못하고 닭은 삼대(麻)를 보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大麻(삼) 苧麻(모시) 亞麻(린네르)

182. 恃(믿을 시) : 忄(心)部

恃는 마음(忄)에 寺(관청 시, 믿을 시)를 더한 글자로서 나라의 관청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백성의 고초나 송사를 해결해주는 믿음직한 곳이 관청인데, 나중에는 중생의 고해를 구제하는 부처를 모신 절(寺 : 절 사)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183. 己(몸 기, 여섯째 천간 기) : 己部

己는 몸을 굽혀 웅크린 형상을 나타낸 상형문자이다. 같은 몸이라도 身(몸 신)은 몸을 편다는 뜻이며 躬(몸 궁)은 편 등허리를 굽혀서 몸소 행하는 뜻이다. 躬을 躳으로 쓰기도 하는데, 呂(음률 려, 등뼈 려)는 신체의 등뼈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이 외에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몸의 경우는 體(몸 체)로써 표현한다.
己와 글자의 형태와 의미가 상통하는 已(이미 이) 巳(뱀 사)는 己로 표기(활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짓달(子月)에 1양이 始生漸長하여 음력 四月이 되면 6양이 모두 자라서 드디어 몸체가 완성되는데 이때가 地支로는 巳月에 해당한다. 양물은 본래 팽창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먹이를 삼켜 목 부위가 팽창된 뱀의 모양(巳)으로써 양이 극도로 성장한 때를 나타내는 것이다. 已의 字形도 이미 다 자란 상태를 뜻한다.

[참조]
다섯째 천간인 戊와 여섯째 천간인 己는 중앙의 五十土에 해당하는 천간이다. 1∼10의 수리를 나타낸 河圖로써 살피면 戊는 5에 속하는 陽土이고 己는 10에 속하는 陰土이다. 하도의 1 2 3 4 5를 생수라 하고 6 7 8 9 10을 성수라고 하는데, 5와 10이 배합한 土로써 오행(水火木金土)의 생성 과정을 끝마친다.
土는 심고 거두는 稼穡(稼 : 심을 가, 穡 : 거둘 색)의 작용을 하므로 생수의 끝인 5는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성수의 끝인 10은 수확물을 거두어들여 포괄하고 완결짓는 수가 된다. 十十之百의 이치에 따라서 백 가지 수의 마침을 10에 해당하는 己로써 말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己獨百之數之終).
사람의 몸 또한 外物의 근본이다(身外无物)

184. 長(긴 장) : 長部

長의 아래는 氏(각시 씨)의 형태로 나무의 뿌리, 위는 뿌리로부터 세 단계(ㅣ+三)에 걸쳐 길게 뻗어나간 줄기와 가지를 뜻한다. 초목이 다 자라서 성숙함을 의미하므로 길다는 뜻 외에도 어른을 뜻하고, 초목의 성장 과정이 점차적이므로 시간이 오래(長久) 걸린다는 뜻도 나온다.

[참조]
太極이 兩儀(陰 陽)를 낳고 양의가 四象(太陽 少陰 少陽 太陰)을 낳고 사상이 八卦(乾 兌 離 震 巽 坎 艮 坤)를 낳는 것이 三變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태극은 根源인 뿌리(氏), 양의는 줄기(제1변), 사상은 가지(제2변), 팔괘는 잎새와 열매(제3변)에 해당한다. 나무의 成長 과정이 태극의 이치와 부합하는 까닭에 '나무(木)가 빨리 뻗는다(亟 : 빠를 극)'는 極(다할 극)의 뜻을 취해서 태극의 용어를 삼은 것이다.
주역 하경의 風雷益卦( )는 아래(내괘)가 長男으로서 나무의 줄기에 해당하는 震陽木( )이고 위(외괘)는 長女로서 가지에 해당하는 巽陰木( )이다. 益은 長成한 나무의 상으로, 줄기를 뻗고 가지에 열매를 맺어 풍성한 결실[利益]을 거두는 괘상이다. 공자는 이를 木道乃行(나무의 도가 이에 행하여짐)으로 말씀하셨는데, 태극이 삼변해서 팔괘를 화성하는 것 또한 동방의 三八木道이다.[47] 信使可覆하고 ; 믿음으로 하여금 가히 반복하게 하고
(회복하게 하고)
[48] 器欲難量이라 ;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하고자 할지니라.

信(믿을 신) 使(하여금 사, 부릴 사) 可(옳을 가) 覆(회복할 복, 덮을 복)
器(그릇 기) 欲(하고자 할 욕) 難(어려울 난) 量(헤아릴 량)

[총설]
[47]구는 안짝이고 [48]구는 바깥짝이다. 信使可覆은 믿음으로 하여금 가히 반복하게 한다는 뜻인데 覆은 復(회복할 복)과 통하는 글자이므로 신용과 신의를 지켜서 언제고 다시 믿음이 반복되어 돌아오게 하라는 말이다. 또한 '사람 인( )'변에 '말씀 언(言)'을 한 글자인 '믿을 신(信)'은 사람이 말과 같이 하라는 뜻으로 말만 내뱉고 말과 같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덥지 못함을 지적한 글자이다. 믿음이 반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곧 믿음이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말이 실천에 옮겨져서 그대로 회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릇은 사람의 器局(기국), 자기의 局量(국량)이다. 器欲難量은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하고자 한다는 뜻인데, 사람의 생긴 기국이라는 것이 좁아터져서 어디에 내놓지 못할 정도라면 아무런 국량이 없는 것이다. 저 굴 속에 들어있는 뱀이 몇 자 몇 치인지 전혀 모르듯이 말만 앞세우거나 하찮은 일로 성질을 내거나 해서 몇 푼어치도 안 되는 꼴이 되지 말고 깊숙이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기국과 국량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믿음(信)과 기국(器), 하여금(使)과 하고자 한다(欲), 가하다(可)와 어렵다(難), 반복한다(覆)와 헤아리다(量)가 모두 대가 된다.


185. 信(믿을 신) :  (人)部
信은 사람( )의 말(言)을 가리킨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으로서 입밖으로 내놓은 말은 天地間을 울리므로 그 말한 바를 반드시 지키고 이행해서 미더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믿음은 내적인 信念과 自信, 외적인 信義와 信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체적인 신념이 없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면 스스로 설 수 없고, 남들에게 신의를 지키지 못하고 신용을 잃으면 더불어 함께 일을 꾀할 수 없다.
[참조]
사람의 다섯 가지 덕성(五德 또는 五常)을 仁義禮智信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해당하는 덕성이 바로 信이다. 천지자연의 水火木金土 五行으로 설명하면 봄에 속하는 동방목은 仁, 여름에 속하는 남방화는 禮, 가을에 속하는 서방금은 義, 겨울에 속하는 북방수는 智에 해당하며, 사방의 수화목금을 조절 중재하는 중심인 중앙토가 곧 信에 해당한다.

186. 使(하여금 사, 부릴 사) :  (人)部
使는 사람( )에다가 벼슬아치를 뜻하는 吏(아전 리)를 더해서, 고위직의 벼슬아치(吏)가 공무집행상 아랫사람( )에게 일을 시키고 부린다는 뜻을 나타낸다.
吏는 한결같다는 一(한 일)과 공정하게 정사를 보고 문서를 기록하는 史(사관 사 : 中+又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고 中을 지켜서 사실대로 바르게 붓을 잡아 기록 h는 기록하는 사람)를 합친 글자로 관리를 뜻한다.

187. 可(옳을 가) : 口部
可는 입(口)과 나무가 씩씩하게 줄기를 벋는 의미인 丁(넷째 천간 정, 정정할 정)을 더해서, 올바르게 말할 적에는 그 말(口→言)이 떳떳하고 씩씩함(丁)을 뜻한다.
[참조]
옳고 그름을 是非(시비)라 하는데 어떤 일의 시비에 대해 찬반을 가릴 때에는 可否(가부)로써 표현한다. 否는 본래 입구멍이 막혀 비색(否塞)한 것을 의미하지만 '아니라고 말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막힐 비, 아니 부).
否의 위는 不(아니 불)로서 나무(木)의 줄기 윗부분을 끊어놓은 모습이기도 하다. 즉 나무가 더 자라지 못하는 상태가 不인데 그 아래에 口를 더해서 말문이 막힘을 나타내고 있다. 도리에 어긋나고 바르지 못한 말을 할 경우 자연 말문이 꽉 막히기 마련이다.

188. 覆(회복할 복, 덮을 복) :  (덮을 아)部
覆은 뚜껑을 덮어놓음을 뜻하는  에다 다시 회복함을 뜻하는 復(회복할 복, 다시 부)을 합쳐서 덮개를 잘 닫아 보관함으로써 다시 본래 상태를 회복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현재 상태를 뒤집어 엎어 새롭게 다시 한다는 뜻에서 '엎을 복'의 뜻으로도 쓰인다.
* 顚覆(전복)

189. 器(그릇 기) : 口部
器는 犬(개 견)에다가 田(밭 전)을 사방으로 벌려 놓은 글자 형태를 더해서 어찌보면 개밥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굳이 개밥그릇으로 이해하기보다는 犬을 大(큰 대)의 변형된 형태로 보아서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큰 밥그릇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器의 사방에 놓인 口를 밭(田)으로 보고 犬을 大로 간주하면 농사짓는 토대인 논밭이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바탕(그릇)이라는 뜻이 된다.

[참조]
器는 본래 井田圖의 한가운데 중심에 있는 田에서 나온 글자이다. 정전도는 洛書(낙서)와 洪範九疇(홍범구주)의 원리와 상통하는데, 그 중심을 田으로 표상한 것은 임금인 五皇極(오황극)이 中正한 도를 세상에 펼쳐 大同세계를 구현함을 의미한다.
井 안의 田은 샘물이 湧出(용출)하는 상으로서 모든 根源(水源)이 되는 자리이고 낙서 구궁수의 중심인 5(황극)에 해당한다. 중심인 5位가 큰(大) 자리이고 中實(田)한 까닭에 器가 되는 것이다.
낙서의 구궁수리로써 田을 설명하면 가운데의 5를 중심으로 마주보는 방위의 수합이 각기 十을 이루는 상이다(五用十作). 그릇은 물건을 싣는 것이다. 임금이 천하만민을 大同平治하려면 중정한 그릇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사람이 큰 일을 하는 그릇 노릇을 하려면 中正無私하고 偏黨이 없어야만 한다.
福(복 복) 또한 한(一) 가운데 구멍(口)이 밭(田)의 형상을 보인다는(示) 뜻이니 정전도의 器와 통하는 글자이다. 천지신명의 복을 받으려면 중정한 그릇을 이루어야만 하고, 열길 우물을 파는 정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고대의 토지 제도는 낙서의 구궁수리에 바탕한 井田法에 기준하였다. 정전법은 여덟 집에 각기 균등하게 밭을 분배 경작케 하여 私田으로 삼아 수확하게 하고, 그 중심밭은 나라의 토지, 즉 公田으로 간주해서 공동경작케 하고 나라에 賦稅(부세)하게 한 제도를 가리킨다.

190. 欲(하고자 할 욕) : 欠(하품 흠)部
欲은 골짜기를 뜻하는 谷(골 곡)에다 기력이 빠져 하품하는 欠(하품 흠, 빠질 흠)을 더해서 골짜기가 크게 파인 상을 나타낸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것과 흡사하므로 어떤 일에 대해 욕심부리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欲은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의미인 반면 慾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조]
欲 좌편의 谷은 파인 골짜기(八+八)에 물이 흘러 연못(口)을 이루는 자형이므로 兌上絶( ), 우편의 欠은 사람이 입을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으로서 기력이 다해서 험한 데 빠져든다는 뜻이므로 坎中連( )의 상이다.
상괘를 兌로 놓고 하괘를 坎으로 놓으면 못에 물이 새서 곤궁한 澤水困卦( )이므로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듯 절실히 구하고 바라는 것이 欲의 뜻과 부합한다. 상괘와 하괘를 바꾸게 되면 水澤節卦( )인데 이것은 행동을 절도있게 하고 욕심을 절제하는 의미가 있다.

191. 難(어려울 난) :  (새 추)部
難의 왼편은 본래  (노란진흙 근)이고 오른편은  이므로 새의 날개에 진흙이 묻어 날기 어려움을 뜻한다.
[참조]
難의 왼편은 大와 革으로서 큰 변혁을 의미하고 오른편의  는 남방에 속한 離火( )에 해당하므로 선천에서 후천으로 혁신되는 큰 어려움이 마치 새의 날갯죽지에 진흙이 묻어서 날기 어려움과 같다는 뜻이 된다.
주역의 괘로서는 땅속에 밝은 해가 들어있듯이 밝음이 상하여 큰 어려움을 겪는 地火明夷를 難에 견줄 수 있는데, 初九 효사에 마침 '明夷에 垂其翼이라(밝음이 상함에 그 날개를 드리운다)'고 하였다. 명이괘의 괘사에 이른 '利艱貞(어렵게 바름을 지킴이 이롭다)'과 단전에 이른 '以蒙大難(큰 어려움을 겪는다)'은 艱難辛苦(간난신고)의 어려운 과정을 의미한다.
艱은 동북간방에서 선후천 대변혁을 이룸에 있어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것이고(大革於艮), 難은 중천(  : ) 시기에 선후천의 대변혁이 어렵게 이루어짐을 말한다. 五味에 있어서도 매운(辛) 맛은 가을인 서방금에 속하고 쓴(苦) 맛은 여름인 남방화에 속하므로, 艱難辛苦의 辛苦는 여름( )이 지나고 가을( )이 도래하는 澤火革( )의 어려운 과정을 의미한다.
*  은 革卦의 初九 효사에 나오는 '黃牛之革'과 연계되는데, 남방화로부터 서방금으로 넘어감에 中央土(坤土)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火生土→土生金).

192. 量(헤아릴 량) : 里(마을 리)部
量의 위는 曰(가로 왈)이고 아래는 重(무거울 중, 거듭 중)을 변형한 형태로서 물건을 달아 몇 냥 몇 근 등을 헤아려 중량(무게)을 정한다는 뜻이다.[49] 墨悲絲染하고 : 묵자는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였고
[50] 詩讚羔羊이라 : 시(詩)는 고양편(羔羊篇)을 찬미하였다

墨(먹 묵) 悲(슬플 비) 絲(실 사) 染(물들일 염)
詩(글 시) 讚(기릴 찬) 羔(염소 고) 羊(양 양)

[총설]
墨子(BC470?∼390?)는 중국 戰國시대의 사람인 묵가의 시조인 墨翟(묵적)을 가리키기거나 그가 쓴 책명을 일컫기도 한다. 墨이 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래 墨은 墨刑(이마에 入墨을 하는 형벌)을 일컫는 말로 노역을 숭상한 그의 학풍이 마치 천한 일에 종사하는 형도(刑徒)나 노예와 같다고 해서 당시 儒家의 상층 귀족이 붙인 별명이다. 하층 서민을 대표한 그는 이를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 자기네 학파의 호칭으로 삼았다. 신분은 당시 최하층인 工人인데 그런 관계로 성이 전해지지 않았다. 노나라에서 태어났고 송나라를 섬겼다고 한다. 경력은 거의 미상이다.
봉건적 사회체제의 해체 과정에서 당시 각 나라는 국내적으로는 중앙집권적 전제화, 대외적으로는 전쟁에 의한 대국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 것에 반대했던 그는, 예로부터 군주 귀족에게 예속되어 있었던 직능씨족(職能氏族)을 길드적 공인집단으로 완성시켜 그 최고 지도자로서 겸애(兼愛 : 相互愛의 보편화)와 비공(非攻 : 反戰平和) 실현을 위해 왕후 귀족을 설득하고, 침략 당하는 나라를 돕는 성곽수어(城郭守禦)와 같은 실천 활동을 지도했다. 그러나 정의의 전쟁을 옹호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秦의 군사팽창노선에 의한 천하통일을 지지한 것이다.
墨悲絲染은 이러한 묵자의 兼愛와 非攻 사상을 함축한 구절로, 사람의 性은 본래 善하나 습관과 주변 환경에 이끌려 不善을 하는데 그 예로 실이 본래는 희나 한번 검어지면 다시는 하얘질 수 없음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詩讚羔羊에서 詩는 詩經을 일컫는다. 시경은 사서삼경의 하나로 지금부터 2,500년 전 내지는 3,000년 전, 4∼500년 동안 중국에서 노래 불리워진 민요를 중심으로 하여 사대부들의 시가(詩歌) 및 신을 제사지내는 송가(頌歌) 3백편을 공자가 편집한 책이다. 시경을 삼경의 하나로 꼽는 이유는 詩가 사람들의 성정(性情)을 순화시키어 이 세상을 살기 좋은 평화세계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德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려는 왕도정치에서는 강요나 인위적인 법령보다는 이러한 시야말로 덕을 통한 교화를 이룩하는 가장 좋은 통치수단으로 보았다.
시라고 해서 모든 시가 왕도정치를 행하는데 효용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말했듯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시'들이야말로 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용이 큰 것이다. 즉 순박한 옛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한 시들이야말로 후인들의 마음과 감정에 훌륭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기에 공자는 시경을 편찬하고, 덕치주의를 이루기 위한 교과서로 삼았던 것이다.
위의 구절에서는 시경 가운데에서도 '소남(召南)'에 나오는 羔羊篇을 찬미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남이라는 나라가 文王의 정치에 교화되어 벼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절약하고 검소하며 정직하여 덕이 염소나 양과 같은 태평성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 관리들이 입었던 갖옷은 가죽과 가죽을 잇대고 꿰맨 옷 솔기를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하여 흰실을 꼬아 그 위에 대고 꿰맸다고 한다. 羔羊이란 시는 그런 옷을 입고 유유하게 퇴근하는 관리들의 모습을 노래했다.
여기서 墨悲絲染은 안짝이고 詩讚羔羊은 바깥짝의 글귀로, 墨悲와 詩讚, 絲染과 羔羊은 서로 대구(對句)를 이루고 있다.

193. 墨(먹 묵) : 土(흙 토)部
土에 黑(검을 흑)을 더한 회의문자로 검댕이와 흙을 섞어서 만든 '먹'을 의미한다. 黑의 글자 모양은 불( )을 때서 흙(土)으로 만든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굴뚝을 검게 만드는 데서 '검다'는 뜻이 나온다.
참고로 '묵돌불득검(墨突不得黔)'이란 '매우 바빠 동분서주함'을 의미하는 故事이다. 그러나 막상 검댕이에서 나온 검다는 뜻을 가진 이름의 묵적은 도를 전하느라 천하를 돌아다니기에 바빠 집에 있을 때가 드물어서 그의 집 굴뚝이 검게 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194. 悲(슬플 비) : 心(마음 심)部
心 + 非(아닐 비)의 회의·형성문자이다. 非는 새의 날개가 서로 등지고 좌우로 엇갈린 모양을 본떠 등지다, 어긋나다는 뜻을 나타내며, 여기에서 파생하여 아니다는 부정의 뜻으로 흔히 쓰인다. 따라서 悲는 마음이 좌우로 잡아 찢기어 아픈 듯한 슬픈 마음을 표현한다.

195. 絲(실 사) :  (실 사, 실 멱)部
 는  (작을 요)와 小(작을 소)를 합친 글자로 가느다란 실을 일컫는다.
흔히  를 두 개 합친 絲를 '실 사'라 하고,  라는 글자를 홀로 쓸 때에는 '실 멱' '다섯홀 멱'이라고 하는데 극히 가는 실 혹은 극소한 분량을 일컫는다.
누에가 입에서 토하는 실이 워낙 가늘어 잘못하면 헤아리지 못하는데서 忽(홀연 홀, 잊을 홀)이란 글자가 나왔는데 본래는 누에가 토해내는 한 가닥의 실을 세는 단위이다.  가 다섯 홀이니까 絲는 열 홀 즉 '십홀 사'란 뜻이 나오고 누에가 토해내는 실이라 하여 '명주 사' '자을 사'란 의미도 있다.

196. 染(물들일 염) : 木(나무 목)部
 (샘 궤) + 木의 회의문자로,  는 九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꺾어져 막다른 곳, 즉 더 이상 수맥이 길을 찾지 못하고 한 구멍으로 터져나온 샘물을 뜻한다. 여기에 나무 목(木)을 더해 수액(樹液)을 뜻한다. 그 나무액으로 옷감을 염색한다는 데서 '물들이다'는 뜻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沐(머리감을 목)에 九를 더한 모양으로도 본다면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물에 담가 염색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易解]
九를  (삐칠 별)에 乙(싹 을)을 더한 글자 형태로 보기도 하는데 十과 乙을 합친 형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十은 기본수(1∼10)를 끝마치는 수로서 모태(母胎)에 해당하고 乙은 땅 속의 싹이 서서히 땅 밖으로 구부러져 나옴을 나타낸다. 밝은 태양에 근원하여 모든 생명이 움트므로 태양수(노양수)인 9를 가리킨다.
四象은 안에 속하는 本位와 밖으로 실제 쓰이는 用數의 두 가지로 표현되는데, 태양( )은 1體9用, 소음( )은 2體8用, 소양( )은 3體7用, 태음( )은 4體6用이다. 대개 四象의 수를 6 7 8 9로 정의함은 용수에 바탕한 것이다.
한편 다섯 손가락을 다 편 상태인 十에서 엄지 손가락 하나를 구부린(乙) 모습을 본뜬 글자가 九이기도 하다. 하도(1∼10)와 낙서(1∼9)의 관계를 十과 九로써 풀이해보면, 하도는 十으로써 근본 바탕에 해당하므로 선천(十體)이 되고, 낙서는 九로써 그 현상작용에 해당하므로 후천(九用)이 된다. 천간 중 양기(씨앗)가 땅에 뿌리내림을 뜻하는 甲으로써 선천(十)을 상징하고 싹이 땅 속으로부터 움터서 나옴을 뜻하는 乙로써 후천(九)을 상징한다. 甲과 乙의 글자 형태를 각기 하도의 선천 十(甲)과 낙서의 九(乙)에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참고]
수를 헤아릴 때 첫째 손가락(엄지)에서 새끼손가락(약지) 방향으로 손가락을 차례로 꼽아 나아가는 것은 生數[天道]인 1 2 3 4 5를 낳는 과정이다. 이렇게 다섯 손가락을 다 꼽은 뒤에는 그 반대로 약지에서 엄지 방향으로 손가락을 되돌려 펴나가는데 이것은 成數[地道]인 6 7 8 9 10을 이루는 과정이다. 따라서 엄지를 손꼽은 것은 1과 9(태양)를, 둘째 검지까지 손꼽은 것은 2와 8(소음)을, 셋째 중지까지 손꼽은 것은 3과 7(소양)을, 넷째 무명지까지 손꼽은 것은 4와 6(태음)을 각기 나타낸다. 다섯째 약지까지 전부 손꼽은 상태는 천도의 극(天太極)인 5를 상징하고, 다섯 손가락 모두를 펴놓은 상태는 지도의 극(地太極)인 10을 상징하는데, 이 5와 10은 중심 태극으로서 사상을 낳는 근원이 된다.

197. 詩(시 시, 글 시) : 言(말씀 언)部
言에 寺(절 사, 관청 시)를 더한 회의형성문자이다. 寺는 본래 관청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믿는다, 모신다는 뜻이 파생되어 관청보다는 절을 의미하는 글자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詩는 내면의 마음을 헤아려(寸)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나온 만큼 다른 글(書)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두고 항상 읽게 되는 글이다.

198. 讚(기릴 찬) : 言部
贊(도울 찬, 고할 찬)은 貝(조개 패)+ (올릴 신, 나아갈 신)의 글자로 神에게 재물을 바쳐 고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言을 더한 讚은 언어로써 찬양하고 기린다는 뜻이다.

199. 羔(염소 고, 새끼양 고) : 羊(양 양)部
羊을 불(火,  )위에 올려 놓은 모양으로 통째로 굽기에는 어린 양이 좋은 데에서 새끼양이라는 뜻이 나오고, 하얀 양이 그을리면 검게 되는 데서 염소의 검은 모습과 닮았다 해서 염소를 뜻한다.

200. 羊(양 양) : 羊部
羊의 글자 모양은 양의 두 뿔 그리고 네 다리와 꼬리를 본뜬 것이다. 양은 털의 색이 하얘 사람의 순백한 성품을 일컬을 때 비유되기도 하고, 무리를 짓거나 앞장서려는 기질이 있음을 살펴 美(아름다울 미), 善(착할 선), 義(의로울 의), 群(무리 군), 洋(바다 양) 등의 글자에 사용하였다.
오행이치에 바탕한 후천팔괘의 태괘(兌卦, )는 서방에 속하며 백색에 해당한다. 태괘는 연못을 나타내는 동시에 양을 상징하는데, 서방을 대표하는 美國을 이 羊에다 견준다.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2]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 : 우주는 넓고 거칠다.

天(하늘 천) 地(따 지) 玄(검을,아득할 현) 黃(누루 황)
宇(집 우) 宙(집 주) 洪(넓을,큰물 홍) 荒(거칠 황)

[총설(總說)]

서양문명의 정신적 뿌리인 성경(Bible)의 첫 장(章)인 창세기(創世記)는 ‘태초에 하나님이 돝?우주: heavens and earth)를 창조하셨다’로 시작한다. 그런데 동양의 한문문화권에서는 천자문에서부터 형이상적이고 철학적인 용어인 ‘천지(天地)’와 ‘우주(宇宙)가 나온다. 천자문을 철학책이라 하는 이유이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핵심단어중 하나인 ’天地‘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생성하는 근본으로서 자연만물의 부모(父母)를 상징하며, 우주는 자연만물의 생활무대인 무궁광대(無窮廣大)한 시간과 공간(時空)을 가리킨다.

주역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양과 음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는 동양철학으로서 음양(陰陽)학이라 하기도 한다. 하늘(天:양)과 땅(地:음)은 양과 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자연만물이다. ‘天地玄黃’은 주역에서 최초로 음과 양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는 곤괘(坤卦)문언전의 ‘天地之雜 , 天玄而地黃(하늘과 땅이 섞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니라)'에서 발췌하였다. 바깥짝 구절인 ’우주(宇宙)’는 전국시대 사상가인 시자(尸子)의 저서 ‘尸子‘에서 ‘上下四方曰 宇 , 往來古今曰 宙’(상하사방을 ‘우’라 하고, 오고가는 옛날과 지금을 ‘주’라 한다)라 풀이하고 있다.

하늘의 빛을 현색(玄色)으로 표현한 것은 하늘이 끝이 없고 아득하며 가물가물하여 보이지 않음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같으므로 검다는 의미로 쓰였다. 땅의 빛을 누런 황색(黃色)으로 표현한 것은 땅의 흙색이 누런 색이기도 하지만, 땅이 자연만물을 화육결실(化育結實)하는 모체로서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철에 곡식이 누렇게 익어 있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주역에서는 하늘은 높고 멀다는 고원(高遠)함을, 땅은 넓고 두텁게 감싸주는 광후(廣厚)함을 나타내고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양과 음 사이에는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고 했다. 天의 玄색과 地의 黃색이 섞이면 푸른 색(蒼 : 푸를 창, 무성할 창)이 나오는 이치가 그렇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듯 주역 역시 음양의 교합(交合)작용에 의해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다음에 자연만물이 생성되었다고 본다. 천지에 의한 탄생물을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고 하는데, 이 억조창생에 玄색과 黃색의 혼합에 의해 나오는 蒼색이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때를 뜻하는 '초창기(草創期)에 푸른색을 띠는 草(풀초)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지구가 푸르다.' 며 탄성을 내었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방위상으로 동(東)에 해당하고 오행상으로 목(木)에 속하는 봄은 생명이 움터 나오는 계절로서 푸른 싹의 빛깔인 청색(靑色)을 대표하고 있다. 봄의 푸름과 세상이 창조되면서 나오는 첫 색깔인 푸른 색(蒼)은 같은 의미인 것이다.

천지와 상대되는 것이 무한대의 시.공간으로 펼쳐지는 광대무변의 우주이다. 우주는 홍황(洪荒) 뜻 그대로 넓고 거칠다. 우주라고 하면 끝없는 공간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는 시간(宙)적으로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역에서의 ‘태극(太極)’ 개념이다.

태극은 ‘처음 태(太)’와 ‘끝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시간’을 의미하며, ‘클 태(太)’와 ‘덩어리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천지만물이 열리기 이전의) 공허한 혼돈상태를 태극(太極)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태극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끝이 없기 때문에 무극(無極)이라고도 한다. 송나라 때의 주렴계는 이를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 하였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혼돈 상태의 우주를 ‘홍황(洪荒)’이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문 초학자의 기초 입문서에 불과하다는 천자문은 처음부터 하늘과 땅 , 우주 , 천지창조 등의 심원한 이치를 드러내고 있다.

[낱글자 풀이 : 字解]

1. 天(하늘 천) : 大(큰 대)部
앞글 ’주역의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있는 천자문‘에 나오는 ’천자문이 왜 철학책인지 첫 글자인 天의 예를 들어보자‘ 참고

2. 地(지) : 土(흙 토)部
地는 '흙 토(土)'변에 '이끼 야(也)'를 합한 글자로 토(土)는 땅 속(밑의 一)에서 흙(위의 一은 지표)을 뚫고(丨 : 뚫을 곤) 초목이 움터 나옴을 상형하였다. 본래 也(乙部 : 싹 을)는 아기가 자라는 여성의 모태와 성기를 본뜬 글자이다. ‘흙으로 뭉쳐있는’ 土가 ‘품고 키우는 모태‘의 성정을 지닌 也와 합쳐지면서 땅인 地는 만물의 모체라는 성정을 지니게 된다.

한편 也는 천자문 맨 끝에 있는 글자로, 문장을 마치는 종결 어미로 쓰이는 어조사(語助辭이며, ‘더 이상은 없다’는 뜻이다. 土+也는 곧 ' 흙외에는 더 이상 없다‘ 또는 '더 말할 나위없이 土이다’로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문장 끝에 也를 넣으면 '더 이상은 없다'는 뜻으로, 그 뒤로는 더 이상 이의(異議)가 없다는, 다시 말해서 더 이상 글자를 덧붙여서는 안된다는 결정사(決定詞)로 본다. 천자문이 처음에 '하늘 천'으로 시작해서 '이끼 야'로 끝나므로 '天也(하늘이라)'라 하면 하늘의 이치를 설명한 천자문을 모두 마쳤다라는 의미이다. 공자께서 주역 384효의 효상전(爻象傳) 말미에다가 야(也)를 붙인 까닭도 후학들이 더 이상 손대지 못하게 한 것이다.

3. 玄(가물 현, 검을 현) : 玄部
작은 실타래(幺:작을 요)와 실끝의 여러 가닥(小:작을 소)을 뜻하는 형성문자인 糸(실 사, 실 멱)에서 파생하였다. 뚜껑이나 덮개를 가리키는 '亠(머리 두, 돼지해머리두) 밑에 실(糸)과 같이 작고 가늘음을 뜻하는 幺(작을 요)가 합친 글자이다. 본래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듯 가느다란 실이 하늘거림(가물가물함)을 의미하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함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통하므로 색이 검다는 뜻으로 쓰였다. 玄이 하늘을 대표하는 색으로 쓰이면서 玄의 다른 뜻인 ‘아득하다’는 하늘의 심오한 이치를 일컫는 '玄妙(현묘)하다'에도 쓰이고 있다.

玄과 관계된 대표적인 글자로 畜(쌓을 축, 그칠 축)을 들 수 있는데, 玆(이 자, 불을 자)+田의 會意문자이다. 부지런히 농사일을 하여 수확물을 불리다라는 뜻이다. 물건이 쌓이고 나면 '쌓은 상태로 그쳐 있는' 모습에서 '그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주역 64괘에는 '조금 쌓는다'는 풍천소축(風天小畜 : )괘와 '크게 쌓는다'는 산천대축(山天大畜 : )괘가 있다. 소축과 대축 모두 하늘의 양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쌓이는 형상(形象)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래 기초부터 견고히 쌓지 않으면 계속 물건을 재어 올라갈 수 없으므로 下卦인 내괘에 견실한 하늘괘를 두었다. 상괘인 외괘의 모습(象)으로 볼 때 바람이 위에서 불면 흔들려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없으므로 小畜이고, 산과 같이 요지부동으로 그쳐 있으면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있으므로 大畜이다.

* 亥(돼지 해, 열두번째 지지 해) 幼(어릴 유) 幻(꿈 환) 眩(어지러울 현)

4. 黃(누루 황, 누를 황) : 黃部
글자 형태에 의해 八은 음양의 씨앗을 상징하는 것을 비롯해, 由는 만물의 싹틈을, 一은 지표를, 풀초(艹)와 유사하면서 十 과 十이 합친 卄(스물 입)과 一은 볏집단을 묶은 것으로 각자의 뜻이 합쳐진 글자이다. 봄에 종자가 싹트고 여름에 곡식이 자라며 마침내 가을에 이르러 수확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黃은 土와 매우 긴밀히 관련된 글자이다.

5. 宇(집 우) : 宀(집 면, 갓머리)部
宇宙(우주)는 모두 갓머리로 되어 있는데, 이는 집안을 말한다. 宇(우)는 어떤 장소를 들어감(于)을 의미하니, 상하사방 즉 공간(六合)을 가리킨다.

6. 宙(집 주) :  (집 면, 갓머리)部
宙는 왕고래금(往古來今)의 시간을 표상한다.
밭(田 : 밭 전)에 싹(l)이 움틈으로 인해 생명이 유래(由來)됨과 같이 由(말미암을 유)는 시간적 변화를 의미하므로, 宙에는 시간에 대한 뜻이 담겨 있다.
* 甲(첫째천간 갑, 갑옷 갑), 申(아홉째지지 신, 펼 신)

7. 洪(넓을, 큰물 홍) : 氵(삼수변, 水)部
洪은 여러 골짜기와 내에 흐르는 물(氵)들이 다같이(共 : 같이 공)합하여 넓고 크게 됨을 말한다.

洪은 홍수(洪水)의 洪자로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물과 관련이 깊은 글자이다. 중국 상고시대의 치수(治水)와 관련하여 정치이념을 다룬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의 洪과 같은 글자이다. 순(舜)임금 시절의 하우씨(夏禹氏)가 홍범구주를 토대로 치수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우씨는 치수의 공덕으로 순임금으로부터 제위를 선양받아 하나라를 세웠다. 홍범구주는 오행(五行), 오사(五事), 팔정(八政), 오기(五紀), 황극(皇極), 삼덕(三德), 계의(稽疑), 서징(庶徵) 및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을 말한다.

8. 荒(거칠 황) : 艹(초두, 艸)部
荒은 아무런 손길이 미치지 못해 풀(艹)이 무성하고 물이 제멋대로 흘러 川을 이루지 못함(亡 : 없을 망, 잃을 망)을 뜻한다. 따라서 황은 황량하고 거친 황무지(荒蕪地) 상태를 뜻한다. * 流(흐를 류)

[3] 日月盈昃하고 :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4] 辰宿列張이라 : 별자리가 벌려 베풀어져 있다.

日(날 일) 月(달 월) 盈(찰 영) 昃(기울 측)
辰(별 진) 宿(별 수, 잘 숙) 列(벌릴 렬) 張(베풀 장)


9. 日(날 일) : 日部

‘날 일’은 하루를 지칭하는 동시에 해를 지칭하기도 한다. 지구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一周天(일주천, 한바퀴 돌음)함으로써 하루의 날짜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자에서는 둥근 모양을 대개 口로써 대신 표현하고 있으므로 해의 둥근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가 日이다. 둥근 테두리 속의 ‘한 일(一)은 일정불변한 해의 항구한 모습을 나타낸 동시에 하루의 운행도수를 뜻하며 밝은 양의 부호를 상징한다.
* 旦(아침 단) 甲(갑옷 갑, 첫째천간 갑) 申(납 신, 아홉째지지 신)

[易解]
易은 상수리(象數理)를 근본으로 하는 학문이다. ‘유물유칙(有物有則)’이라는 말과 같이 자연 현상과 천지만물의 실상(象)에는 반드시 일정 고유한 이치(理致)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매개 소통하는 수단은 오로지 수에 의한다.
대개 홀수는 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까닭에 陽數(또는 天數)라고 하며, 짝수는 서로 짝하여 대치하는 까닭에 陰數(또는 地數)라고 있다. 수(數)의 음양동정(陰陽動靜)은 天一과 地二에서 비롯하니, 수의 머리인 홀수 一은 하늘의 一陽을 상징하고, 一에 대응하는 짝수 二는 땅의 二陰을 상징한다.
一이 二보다 앞서는 것은 양이 늘어나는 오전(變 : 변할 변)이 먼저 앞서고 음이 늘어나는 오후(化 : 될 화)가 뒤따르는 이치이다. 양(−)과 음(ꁌ)의 획수도 각기 1획과 2획을 이루고 있다. 음양을 대표하는 日月에 각기 一과 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一(양)이 二(음)의 근본이 되듯이 해가 달의 근본임을 보여준다.


10. 月(달 월) : 月部

‘달 월’은 밤을 밝히는 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동시에 한 달을 뜻한다. ‘날 일’이 해를 가리키고 하루를 뜻함과 동일한 이치이다.
月 밖의 테두리는 초생달의 모양에서 본뜬 것이고, 안의 二는 달이 음의 정화(精華)임을 뜻한 것이다. 초생달로써 표상한 것은 항구한 해의 모양과 달리 달의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이고 二를 넣은 까닭은 양의 정화인 해(一)의 반영(反影)으로써 달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 有(있을 유, 日月의 상대적 교합을 뜻하는 有는 해와 사귀어(乂 : 사귈 예, 交也) 달의 모양이 있게 됨을 뜻하니, 삼라만상의 소식영허(消息盈虛)와 같이 본래 허상(虛像)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明(밝을 명, 左陽右陰의 법칙이 잘 드러나 있다.), 易(바꿀 역), 朝(아침 조), 朋(벗 붕)

[참고] 月(월), 肉(육), 舟(주)

옛날 사람들은 肉과 舟는 달(月)의 이치와 그 의미가 서로 통한다고 보았다. 사람의 육신(肉身)이란 본래 달과 같이 무상(無常)한 것이며, 배(舟) 또한 어두운 밤중을 비추는 달과 같이 험한 물길을 건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에 月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달 외에도 肉이나 舟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肉을 부수로 쓸 경우는 月의 형태로 쓰기 때문에 흔히 육달월이라고 칭한다. 여기에 속하는 글자로는 肝(간 간), 肖(닮을 초) 育(기를 육) 등이 있다.
舟가 생략되어 月(이 경우 ‘배주 월’이라고 칭한다)의 형태가 되는 문자가 있다. 진시황제 이후 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朕(나 짐)과 服(옷 복, 탈 복, 복종할 복) 등이 본래는 배주 월에서 유래되었는데, 부수는 月部로 분류된다.


11. 盈(찰 영) : 皿(그릇 명)部

‘찰 영’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차듯 물건이 꽉 들어참을 의미한다. 곧 盈은 乃+又+皿이 모여 이루어진 회의(會意)문자로 ‘乃(이에 내)’는 펴진 활의 상형, ‘又(또 우, 본래는 오른 손의 상형으로 右의 본글자. 어떤 사물을 중복해서 가진다는 데서 ’또’의 뜻으로 전용)는 손을 본뜬 것으로 덜 펴진 활을 손으로 잔뜩 당기듯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올려 가득차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又를 夕, 곧 多의 줄임으로 보고 그릇에 음식을 많이 담아놓음을 뜻하기도 한다. 위의 乃에는 숨이 차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자 ‘이에’라고 하여 말의 중간을 이어주는 뜻이 담겨있다.
여기서 盈은 달이 점차 커져 보름이 되면 만월(滿月)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역수(曆數)상으로는 한 해의 365와 1/4일 가운데 주천상수(周天常數) 360일보다 넘치는 5와 1/4일을 기영(氣盈)이라고 한다.
* 益(더할 익) 溢(넘칠 일) 盛(성할 성) 盡(다할 진)


12. 昃(기울 측) : 日部

‘기울 측’은 사람이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듯 해가 서쪽으로 기울음을 뜻한다.
昃은 日과 仄(기울 측)에서 뜻과 음을 위한 것으로 대개 서산에 기우는 해를 측일(仄日)이라고 한다. 仄은 언덕(厂 : 언덕 엄)이 비스듬히 기울어 있으므로 사람(人)이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昃은 日의 기울음을 말한다.

日月盈昃 구절은 『周易』 55번째 괘인 뇌화풍괘(雷火豐卦) 단전(彖傳)의 ‘일중즉측(日中則昃) 월영즉식(月盈則食)’ 즉 ‘해가 가운데 하면(南中하면) 기울어지며 달이 차면 먹나니‘ 하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周易』계사하전 제5장), 차면 기우는 것이 일월의 현상이다. 중천에 오른 해와 보름의 둥근 달은 가득찬 상이 되고, 점심 때를 지난 해와 보름 뒤의 달은 기우는 상이다. 다시 말하면 음이 극성하면 다시 양이 생겨나고(變) 양이 극성하면 다시 음이 생겨나는(化) 것은 음양변화의 기본 이치이다.


13. 辰(별 진, 별 신, 때 신, 다섯째지지 신) : 辰部

辰은 춘삼월 언덕(厂 : 언덕 엄)에 아지랑이가 올라와(二 : 두 이) 초목의 싹(氏 : 각시 씨, 뿌리의 형상)이 나오는 것을 뜻하며, 이때 하늘에 전갈자리(房星 : 동방7宿의 한가운데인 네 번째 별자리)가 나타난다.
‘별 진(신)’은 음력 춘삼월이 되면 하늘에 자리잡는 전갈자리로서 하늘의 ‘별’을 가리키지만, 농사철의 때를 알려주는 별자리라는 점에서 ‘때’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성신(星辰)이라고 할 때, 星(별 성)은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말하고 辰(때 신)은 일월이 서로 만나 교차하는 12時 즉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가리킨다.
12지지(地支)상으로 볼 때에 辰은 다섯 번째 지지에 속한다. 한 해상으로 가장 중요한 때인 음력 삼월(하루로 볼 때는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의 농번기에 해당하므로 12지지 가운데 홀로 때를 대표한다.

『周易』으로 보면 5陽이 남은 1음을 결단하는 澤天夬卦( )에 해당한다. 매사에 있어 결단할 때 결단하지 못하면 크게 일을 그르치게 된다. 결단의 시기가 중요하므로 주역을 마치는 잡괘전 마지막 구절에서 孔子는 ‘夬者(쾌자)는 決也(결야)ㅣ라 剛決柔也(강결유야)ㅣ니 君子道長(군자도장)이오 小人道憂也l라'(쾌는 결단함이라 강이 유를 결단함이니 군자의 도는 길고 소인의 도는 근심이 되느니라)는 말씀으로 끝맺고 있다. 辰의 때는 가장 중요한 농사시기로 이때를 놓치면 한 해의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되는 것이다.
* 農(농사 농) 振(떨칠 진) 震(우레 진) 晨(새벽 신) 辱(욕될 욕)


14. 宿(잘 숙, 별자리 수) : 宀(집 면, 갓머리)部

宿은 집안(宀)에 모든(百 : 일백 백) 사람(人)이 있는 것을 말하니, 곧 잠드는 뜻이다. 낮에 자는 것은 낮잠일 뿐이고, 밤중에 자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는 것이므로, 宿에는 밤중의 ‘별자리’라는 의미로 쓰인다.
참고로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있는데 북극성을 중심으로 그중 28수가 별들을 대표한다. 동방 7수인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 북방 7수인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 서방 7수인 규루위묘필자삼(奎婁胃昴畢觜參),남방 7수인 정귀류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이 있다.
우리의 고유 풍속인 윷놀이의 말판은 하늘의 북극성을 중심으로 28수가 자리한 모습이다. 윷 네 가락과 네 마리의 말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 변화를 표상하며, 도(1) 개(2) 걸(3) 윷(4) 모(5)로 말이 나아가는 것은 水(1) 火(2) 木(3) 金(4) 土(5) 오행의 운행 원리이다. 오행은 하늘의 5星(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에 합한다.
28수는 상하(남북)로 운행하고 5星은 좌우(동서)로 운행한다. 상하의 축은 경(經)이 되고, 좌우는 위(緯)가 되기 때문에 5성을 緯星이라 하고, 28수를 經星이라고 한다.


15. 列(벌릴 렬) : 刀(칼 도, 刂 : 선칼 도)部

列은 본래 죽은 시신의 앙상한(歹 : 앙상할 알) 뼈를 칼(刀)로 해체하여 사방에 벌려 놓은 것을 의미하므로 列과 死(죽을 사)는 그 뜻이 서로 통한다. 대개 물건을 벌려 놓는다는 포괄적인 의미는 列이 되고, 옷감을 끊거나 찢는 구체적인 의미는 裂(찢을 렬)로써 표현한다.

참고로 옛날 우리나라에서 바라본 별자리를 그린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란 그림이 있다. 고구려 때 그려진 것이 있다고 하나 지금 남아있는 것은 조선 태조 다시 그려진 것과 숙종본이 있다.
여기서 天象이란 하늘의 모습이란 뜻으로 하늘에 떠 있는 천체, 특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과 은하수를 그린 天文(천문)을 이른다. 列次에서 ‘次’는 하늘의 적도 부근을 세로로 열두 구역으로 나눈 단위다. 그러므로 列次는 ‘차에 따라 벌려 놓았다’는 뜻이다.
목성(木星)을 옛날에는 세성(歲星)이라고도 했는데, 세성의 위치는 해마다 다르며 12년쯤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해마다 세성이 보이는 곳을 기준으로 천구의 적도를 열두 구역으로 나누고 그 영역을 차라고 부른 것이다.
제문(祭文)을 읽을 때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唯歲次某年某月某日)’이라고 하는데 이 뜻은 바로 ‘아아, 오늘은 목성이 하늘의 아무개 차에 드는 해의 몇 년 몇 월 몇 일이옵니다’는 뜻으로, 우리 조상은 제사를 우주적인 의식으로 여겼다.
고대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왕은 경기 지방만 직접 다스리고 나머지 땅은 8개로 나눠 제후가 다스리게 했다. 이는 하늘의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방식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즉 하늘의 회전축인 북극성과 그 둘레의 별을 옥황상제가 직접 다스리는 경기 지방으로 보았고, 하늘의 적도 지방은 제후가 다스리는 제후 국가로 보았다. 이렇게 ‘나누었다’는 뜻으로 分이라 했고, 제후가 다스리는 주(州)에 대응하는 하늘의 영역을 野라고 했다.
따라서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을 차에 따라 늘어놓은 그림’이 된다.


16. 張(베풀 장) : 弓(활 궁)部

張은 활의 모습을 본뜬 弓(활 궁)과 길게 늘이는 뜻인 長(긴 장, 어른 장)이 합친 것으로, 활줄을 길게 잡아늘여 베푸는 뜻이다. 긴장(緊張)과 이완(弛緩)은 모두 활을 끌어당기고 풀어놓은 것에서 나온 단어이다. 張은 별자리 이름으로 남방 7수 가운데 하나이다.

[易解]
태극이 一動一靜(일동일정)하는 음양변화가 마치 활 모양과 같이 휘어지는 모습이므로 태극을 弓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싹이 움터나오는 乙의 모습에서 태극을 취하기도 한다. 弓弓乙乙이라 함이 이것이다.
長은 길다는 뜻 외에도 어른이라는 뜻이 있다. 만물은 태극이 삼변하여 양의(兩儀) 사상(四象) 팔괘(八卦)를 이루는 과정에 따라 성장한다. 뿌리(氏 : 각시 씨)에서 줄기를 뻗고, 줄기에서 가지를 치며, 가지 끝에서 열매를 맺는 세 가지(三) 단계의 성장 과정(丨: 뚫을 곤)이 곧 長의 뜻이다. 여기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가 나오고 완숙되었다는 의미에서 ‘좋다’는 뜻과 ‘어른’의 뜻이 나온다.

[5] 寒來暑往하고 : 추위가 옴에 더위는 물러가고
[6] 秋收冬藏이라 :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다.

寒(찰 한) 來(올 래) 暑(더울 서) 往(갈 왕)
秋(가을 추) 收(거둘 수) 冬(겨울 동) 藏(감출 장)

[총설]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또 찬 것이 가는 것이다. 이 또한 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따온 글귀로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하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쳐서 한 해를 이룬다(寒往則暑來하고 暑往則寒來하여 寒暑相推而歲成焉하며)”고 한 공자의 말씀에서 인용하여 寒來暑往이라고 하였다. 천풍구괘(天風姤卦 )와 지뢰복괘(地雷復卦 )의 상을 잘 살펴보면 이치를 알 수 있다.
덧붙여 공자는 “가는 것은 굽힘이요 오는 것은 펴는 것(信은 펼 신, 伸과 같은 뜻)이니 굽히고 폄이 서로 느껴서 이로운 것이 생하느니라(往者는 屈也ㅣ오 來者는 信也ㅣ니 屈信이 相感而利生焉하니라)”고 하였다.
여기 두 구절에서는 사계절의 덕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치로 설명하고 있는데, 따뜻한 봄에는 만물이 촉터 나오고(生), 여름의 더운 기운에 무럭무럭 자라(長), 가을의 서늘한 기운에 열매를 맺으니 거두어 들이고(收), 겨울에는 씨를 감추어 놓고 벌레마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니 감추는 것이다(藏).
전체적으로 보면 한서의 왕래 속에, 곧 음양의 조화 속에서 계절이 나옴을 설명하고 있다.


17. 寒(찰 한) : 宀(집 면, 갓머리)部

寒은 집안에서 지내야 하는 겨울철의 차가운 추위를 뜻한다. 겨울은 음기가 극성한 계절이다.
글자를 풀어보면,
①집안(宀)에 짚(井 ⇒ 艹 + 艹)을 두터이 침상(一 + 八 / 一은 침상 윗면, 八은 침상 다리)에 깔고 지내는 것으로 날씨가 차고 춥다는 뜻이다.
② 깊은 우물(井 : 우물 정)의 샘구멍(穴 : 구멍 혈)에서 나오는 물은 시리고 차갑다(冫 : 얼음 빙, 氷)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

우물을 만들려면 샘을 파서 물이 나오는 구멍에다 井자형으로 침목(沈木)을 댄 후 우물벽을 쌓아올려야 한다. 井은 우물을 가리키지만 이와 더불어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의미도 있다. 이는 井자형으로 밑바닥에 통나무를 깔고 다시(再) 겹겹이 쌓아올리는 뜻인 構(쌓을 구)에 잘 나타난다.


18. 來(올 래) : 木(나무 목)部

來는 나무(木)에 매달린 열매들(人+人)을 상징하므로 뿌린 씨앗대로 결실이 돌아온다는 뜻(인과응보, 因果應報)이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뜻으로 쓰인다. 人人은 從(쫓을 종)의 本字이기도 하며 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봄에 거두는 보리(麥 : 보리 맥)의 原字이기도 하다.
來와 짝하는 글자인 往이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이므로 이를 함께 묶어 사람이 통행하며 오가는 뜻으로 볼 수 있다.
五行상으로 木은 본래 생명이 움트는 봄의 방위인 동방을 뜻한다. 인류문명의 근원도 해가 동트는 동방이다. 오전(선천)에는 햇볕이 동쪽으로부터 점차 서쪽으로 비쳐가지만(往) 한낮을 지나 오후(후천)가 되면 서쪽의 햇볕이 다시 동쪽으로 되돌아오므로(來), 예로부터 서방을 약목(若木)이라 하고 동방을 부상(扶桑)이라고 부른다.
來에는 서쪽으로 갔던 기운이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서기동래(西氣東來)의 철학적 의미가 있으며, 본성의 밝음을 회복하는 지뢰복괘(地雷復卦)에도 칠일래복(七日來復)이란 말이 있다.


19. 暑(더울 서) : 日(날 일)部

해(일)라고 하는 것(者)은 찌는 듯한 더위를 낳는다. 者는 받침대 위에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익히다’의 뜻을 나타낸다. ‘煮(지질 자, 삶을 자)’의 원자(原字)로 곧 해가 장작과 같이 만물을 덥혀 준다는 뜻이다. 가차(假借)하여 ‘놈’의 뜻으로 쓰임.

[참조]

者(놈 자, 것 자) : 지팡이(丿)로 땅을 짚어야 할 정도로 허리굽은(匕 : 비수 비, 숟가락 시) 노인을 老(늙을 로)라고 한다. 노인이 나이 어린 아이를 보고 ‘이 놈, 저 놈’ 부르는(白 : 사뢸 백, 흰 백) 데에서 者를 ‘놈 자’라고 하고, ‘이것, 저것’을 가리키는 데서 ‘것 자’로 쓰인다.
者에서 白을 제한 윗부분은 본래 爻(사귈 효, 효 효)로서 음양의 사귐을 뜻하는 동시에 ‘본받는다(效 ; 본받을 효)’는 뜻이 들어있다. 爻를 대표하는 것이 성숙한 부모이므로 어른(老)을 가리키고 그 행동거지를 본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 效(본받을 효) 孝(효도 효) 考(상고할 고, 죽은 아비 고) 學(배울 학)


20. 往(갈 왕) : 彳(자축거리 척, 두인변)部

往은 본래 彳+ 生(날 생)의 글자로서 안(어두움)에서 밖(밝음)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뜻이다. 후에 彳에다 촛불을 뜻하는 主(주인 주 : 촛대와 촛불의 형상. 어두운 밤중에 밝은 등불을 중심으로 풀벌레와 곤충이 모이듯, 집안의 중심은 주인이라는 뜻)를 합하여 현재의 往으로 글자가 바뀌었다.
彳은 왼쪽의 넓적다리․정강이․발의 세 부분을 나타내어 처음 걷기 시작함을 뜻하지만 부수상으로 쓰일 때는 대개 사람들(두 사람 이상)의 행동거지를 가리키는 行(다닐 행, 행실 행)에 대한 의미를 갖는다.

* 行 : 좌측의 彳은 왼쪽 걸음, 우측의 亍(자축거릴 촉)은 오른쪽 걸음을 뜻한다. 또한 井의 가운데 口를 제외한 글자 형태로 보아 사방으로 뚫려 사람이 왕래하는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축거린다의 ‘자축’은 지지(地支)의 子丑(자축)과 그 의미가 통하니, 하루의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자시와 축시에 이루어짐과 같이 처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往來의 글자 속에는 각기 두 사람의 人이 내포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의 통행에 대한 뜻을 담고 있다.

[易解]

往은 밝은 빛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춤이요, 來는 갔던 밝은 빛이 다시 본래의 처소인 동쪽으로 돌아옴이니, 來에 동방을 뜻하는 木이 들어있다. 선후천 이치로 말하자면 선천은 往(旣往, 기왕), 후천은 來(未來, 미래)에 해당한다. 만물이 生하는 선천은 태양이 올라가는 오전 과정으로서 順行(순행, 往)하고, 만물이 成하는 후천은 태양이 내려오는 오후 과정으로서 逆行(역행, 來)한다.


21. 秋(가을 추) : 禾(벼 화)部

秋는 무더운 여름 햇볕을 받아 백곡초목(百穀草木)이 무르익는 가을철을 뜻한다.
禾는 초목(木)에 열매가 매달려 고개 숙인 형상이다. 농경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벼이므로 이를 벼이삭이 팬 것으로 보며, 부수로 쓰일 때는 대개 결실, 수확의 의미를 갖는다. 가을에 벼가 익기 전에 먼저 여름의 뜨거운 뙤약볕을 쪼여야 하므로 禾에 火를 덧붙여 가을을 표현한 것이다.
* 利(이로울 리) 和(화할 화)


22. 收(거둘 수, 가둘 수) : 攵(攴 : 칠 복의 변형, 등글월문)部

收는 줄로 얽어매어 가두는 뜻과 이삭의 낟알을 거두는 뜻 두 가지로 쓰인다.
왼편의 丩는 본래 줄에 얽어맨 모습이기도 하고 이삭에 낟알이 얽힌 모습이기도 하다. 오른편의 攵(攴 : 두드릴 복, 칠 복)은 文과 비슷한 형태이므로 속칭 ‘등글월 문’으로 읽히나, 손에 든 나뭇가지나 채로 물건을 치거나 때려서 체벌을 가하거나 사기를 고무진작(鼓舞振作)하는 뜻으로 쓰인다.
收는 죄인을 때리고 포승줄로 묶어 가두는 뜻에서는 ‘가둘 수’[수감, 收監], 팬 이삭을 막대기 등으로 쳐서 거두는 뜻에서는 ‘거둘 수’[수확, 收穫]이다.
* 糾(얽힐 규, 꼴 규) 叫(부르짖을 규)


23. 冬(겨울 동) : 冫(氷, 얼음 빙, 이수변)部

冬은 사계절을 마치는 때로서 대지가 얼어붙는 겨울철을 뜻한다.
아래의 冫(冰)은 氷의 古字로 단독 글자로 쓰일 때는 ‘얼음 빙’이지만 부수로 읽을 때에는 ‘이수변’이라고 한다. 양은 늘어나고 음은 줄어드는 원리에 따라(양진음퇴, 陽進陰退), 물(水)을 뜻하는 氵(삼수변)에서 한 획을 줄임으로써 물이 응고(凝固)되어 얼어붙음을 冫으로 표현한 것이다.
위의 夂(뒤질 치)는 발걸음이 남보다 늦은 것을 의미하니, 冬은 계절의 끝을 의미한다. * 終(마칠 종)

[참조]

夜(밤 야)의 오른편 아래는 저녁(夕)을 지나 밤이 되면 달(月)이 뜸을 보여주지만 세밀히 살피면 이 夂의 형태이다. 조석주야(朝夕晝夜)의 하루로 볼 때에 가장 뒤늦은 때가 밤인 것이다.
夂와 유사한 글자로 발이 엇갈려 빨리 나아가지 못한다는 ‘夊(천천히 걸을 쇠)’가 있다. 夊와 관계된 글자로는 復(돌아올 복, 다시 부)과 夏(여름 하) 등을 들 수 있다.


24. 藏(감출 장, 갈물 장) : 艹(艸 : 풀 초, 초두변)部

藏은 추수한 수확물이 겨울의 냉해(冷害)에 피해 입지 않도록 짚으로 두터이 덮어 갈무리함을 말한다.
艹 밑에 臧(숨길 장, 착할 장)을 보태어 풀로 곡식 등을 덮어 잘 간직한다는 뜻이다. 臧은 戕(창 장)과 臣(신하 신)이 합한 글자로서, 대개 신하가 임금 앞에 나아갈 때 마땅히 무기를 은밀한 곳에 풀어놓고 임금을 뵙는다는 뜻이다.
臧을 ‘착할 장’으로 보면 藏은 착한 것을 드러내지 않고 잘 갈무리함을 말한다. 겨울의 덕(德)을 상징하기도 한다.

[7] 閏餘成歲(윤여성세)하고 :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루고
[8] 律呂調陽(율려조양)이라 : 율려(6률과 6려)로 음양을 조화한다.

閏(윤달 윤) 餘(남을 여) 成(이룰 성) 歲(해 세)
律(법 률) 呂(법 려) 調(고를 조) 陽(볕 양)

[총설]

閏餘成歲는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때를 주관하는 태양의 운행은 약 365일과 6시간(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을 주기로 춘하추동 사시의 한 해를 이룬다. 고대에는 천체 법도를 일정불변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360일의 상수(常數)로써 한 해의 주천상수(周天常數)를 삼고 태양이 실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365일과 1/4일을 주천도수(周天度數)라고 하였다.
태음력수로는 초하루 자정에서 보름을 거쳐 다음 달의 초하루 직전까지 걸리는 달의 삭망주기인 29일과 499/940일이 삭망월(朔望月)이므로 한 해의 12삭망월의 운행도수가 354일과 348/940일이다. 한 해 역수상 주천상수에 과도한 태양력수의 5일과 235/940일(5와 1/4일)을 '기운이 넘친다'는 뜻에서 기영(氣盈), 부족한 태음력수의 5일과 592/940일을 '초하루가 빈다'는 뜻에서 삭허(朔虛), 이 기영과 삭허를 합친 10일과 827/940일을 한 해의 기삭(氣朔)이라고 한다.
즉 기영은 陽의 과(過)함이고, 삭허는 陰의 미급(未及)함을 뜻하므로 이는 日月[陰陽]의 진퇴동정(進退動靜)이 역수(曆數)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에 윤달을 남겨 놓지 않는다면 처음 3년까지는 계절이 제때 오지만 그후로는 한달이 달라지고, 나중에는 봄이 여름이 되고 여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고 겨울이 봄이 된다. 그러므로 윤달을 남겨 놓아서 3년만에 한달, 5년에 대략 또 한달, 정확히는 19년에 모두 일곱달의 윤달을 넣음으로 해서 완전히 해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백성을 다스리려면 하늘의 운행법칙을 알아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경 요전(堯典)을 보면 이미 4천년전에 요임금이 신하인 희씨(羲氏)와 화씨(和氏)에게 "하늘을 공경하고 일월성신을 역상(曆象 : 운행도수를 재고 천체현상을 살핌)해서, 人時를 경수(敬授 : 고영하여 때를 정해줌)하라"하시고, "한 해의 운행도수(朞, 돌 기)는 366일이니 윤월로써 사시를 정하여 歲를 이루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제8구인 律呂調陽은 앞의 閏餘成歲에 짝하는 구절이다. 천지일월의 음양조화는 사람이 가장 즐거워하는 악기에 부합한다. 사람이 즐거워 춤추고 노래하는데 쓰이는 악기에까지 율려의 법칙을 정함으로써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한 해가 홀짝의 순으로 陽半(자인진오신술) 陰半(축묘사미유해)의 12달을 이룸과 같이 음악을 만드는 기구인 6률과 6려로써 천지간의 음양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음악의 율법 즉 악기를 놓고 조율하는 것은 음양조화를 이루어야 가락이 맞고 소리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거문고와 비파를 금슬(琴瑟)이라고 하는데, 이 금슬이 음양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리가 어긋나 잘 나오지 않는다. 양율음려(陽律陰呂)의 음양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남녀가 부부로 만나서 서로가 화합을 이루고 잘 사는 것을 '금슬이 좋다'라고 한다.


25. 閏(윤달 윤) : 門(문 문)部

윤달은 달력상 평상적인 달이 아닌 까닭에 임금이 궁궐 문 안에 거처하며 종묘의 제례와 군신의 조회를 열지 않고 근신(謹愼)하는 달을 이른다.
閏은 王이 궁궐의 門안에 거처하여 밖으로 출입하지 않는 뜻으로 평상적인 달과 달리 예외적으로 불어나는(潤 : 불을 윤) 달이다. 일월운행의 역수에서 벌어지는 틈새 즉 간격을 메꾸는 것이 윤달이므로 閏은 '사이 간(間)'자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 開(열 개) 閉(닫을 폐) 閑(막을 한, 한가할 한) 閣(누각 각) 關(닫을 관, 통할 관) / 門과 같거나 유사한 발음인 問(물을 문) 聞(들을 문) 悶(부끄러울 민)은 각기 口 耳 心을 부수로 한다.


26. 餘(남을 여) : 食(밥 식)部

餘는 밥 식(食) + 나 여(余)의 회의형성문자로 내 자신의 배를 채운 뒤에 남는 여분의 밥을 의미한다. 홍범구주의 세번째 절목인 八政에도 첫째가 '食'이라고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政事에 있어서 백성의 먹는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였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듯이 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餘裕)가 있는 것이다.
食은 사람(人)에게 있어 가장 좋은(良 : 좋을 량, 어질 량) 밥을 뜻하기도 하고 한 뿌리(艮 : 뿌리 간, 그칠 간, 동북 간)를 이루는 사람들이 함께(亼 : 모을 집) 밥먹는 것을 가리킨다.
余는 외기둥(干)에다 버팀목(八)을 받쳐 지붕덮개(人)를 씌운 정자(亭子)를 본뜬 글자로서, 幹(줄기 간)에서 왼편을 줄이고 八을 보탠 글자형태이다. 또는 宇(집 우)에서 지붕을 뜻하는 宀(집 면) 대신 人으로써 지붕 덮개를 표현하고 于(어조사 우, 일정한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모습)에다 버팀목을 받쳐준 형태로도 볼 수 있다.

**余는 餘의 속자로 쓰이기도 하고, 홀로 선 외기둥의 정자같이 팔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모든 근원이 곧 내 자신이라는 뜻에서 '나 여'의 의미로 쓰인다. 대개 양기운이 가득찬 음력 4월(乾月)을 余月이라고 하니, 하늘이 모든 것을 주장하고 관장하는 줄기(干)에 해당함과 같이 내 자신 또한 하늘처럼 모든 중심이 되는 위대한 존재이다(人乃天).


27. 成(이룰 성) : 戈(창 과)部

成은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장정(丁)이 창(戈)과 방패(丿)를 들고 지키는 것으로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이룬다는 뜻이다.
天干의 운행 이치로는 화왕지절(火旺之節)인 여름의 丁(陰火)이 戊土(陽土)를 火生土(화생토)하는 것으로 만물이 다 자라 완전한 몸체(己)를 이루기 직전의 과정이 成이다.


28. 歲(해 세) : 止(그칠 지)部

歲는 춘하추동 사시가 운행하고 寒暑가 왕래하는 한 주기를 마치는 1년 즉 한 해를 의미한다. 한 해를 나타내는 글자로는 연사세재(年祀歲載)가 있는데, 지금의 年은 주나라 때부터 썼고, 은나라에서는 祀, 하나라에서는 歲, 요순시대에는 載로써 연기(年紀)를 사용하였다.
歲는 步(걸을 보)와 戌(열한번째지지 술)을 합한 글자로 日月往來의 행보에 의해 주야가 교역하고 사시가 운행하여 마침내 한 해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止는 정강이 발목 발바닥의 모습을 본뜬 글자(足과 통함)이며,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멈추고 그친다는 의미로 쓰인다. 긴 세월에 걸친 발자취(止)를 남기는 데에서 '지내다' '전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歷(지낼 력, 曆의 古字)자에 止가 내포된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步는 앞뒤로 두 발이 번갈아 나아가는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겨 걷는 걸음을 뜻한다. 대개 발걸음으로써 일월운행을 가리키니, 年 또한 좌우의 발걸음을 옮기는 舛(어그러질 천)자의 오른편을 줄이고 人을 보태어 사람이 해를 넘김을 표현하고 있다.
戌(열한번째 지지 술, 개 술)은 본래 滅(멸할 멸)에 대한 뜻이 있다. 戌은 하루상으로는 일몰(日沒)하는 때이고 방위상으로는 한냉한 서북 乾方에 해당한다. 월령상으로 늦가을(음력 9월)인 때로서 9월의 중기(中氣 : 半)는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므로 만물이 조락(凋落)하고 소멸(消滅)하는 때이다. 12시괘(時卦)로는 음기가 극성하여 마지막 남은 종자(陽)마저 깍아먹는 山地剝卦( )로, 사람이 죽은 후 매장하는 葬運에 속한다.


29. 律(법 률) :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部
律은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과 행동을 뜻하는 彳에다가 붓을 뜻하는 聿(붓 율, 붓털(二)이 달린 붓대롱(l)을 손으로 움켜쥐고(彐, 고슴도치머리 계 : 손으로 잡는 모습인 又와 같은 뜻으로 많이 쓰임) 글을 쓰는 모습)을 합하여, 사람의 행할 바를 붓으로 써서 문서로 기록한 법령 등을 가리킨다. 붓은 대롱이 곧은데다 글씨를 쓸 때는 붓의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세워서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은 곧고 올바른 말씀을 써야 하므로, 마땅히 中直한 법도가 있어야만 律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律은 음률(音律)인 율려(律呂)를 가리키는 것으로 律은 陽의 음률에 속하고 呂는 陰의 음률에 속한다. 1歲의 12월(月令)에는 30일의 大月과 29일의 小月이 있다. 음률에 있어서도 홀수번째의 달에 속하는 6律과 짝수번째에 속하는 6呂가 있다.


30. 呂(법 려) : 口(입 구)部

呂 또한 律과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양의 음률인 律과 상대 배합을 이루는 陰의 음률을 가리킨다.
呂는 사람 등(背 : 등 배)의 뼈마디인 척추(脊椎)를 본뜬 상형문자로서, 좌우로 두 마디씩 질서정연하게 배열되는 데에서 일정한 법도의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뒷면은 어두운 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陰의 음률을 呂라고 한다.


31. 調(고를 조) : 言(말씀 언)部

調는 '말한다'는 言과 '두루한다'는 周(두루 주)를 합친 글자이다. 言은 입(口)을 통하여 말하고자 할 때 뾰족한 꼬챙이나 침으로 찌르듯 핵심 내용을 찌르는 말을 뜻하고 周는 입(口)을 써서(用) 의사소통을 두루 원활하게 하는 것을 이른다. 따라서 調는 한편에 기울거나 일방적인 데에 치우치지 않도록 두루 살펴서 고루 조화있게 말함을 이른다.

[참조]

語(말씀 어)는 나 자신(吾 : 나 오)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관적 견해를 피력하는 말
說(말씀 설)은 悅(기쁠 열)과 통하므로 무리지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말
議(의논할 의)는 사물에 내재된 올바른(義 : 옳을 의) 이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
論(논할 논)은 전체의 의사를 묶고자(侖 : 뭉치 륜) 함께 나누는 이야기 또는 기승전결(起承轉結) 내지는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어 전체적인 틀을 짜맞춘 글.


32. 陽(볕 양) : 阝(阜 : 언덕 부)部

陽의 본자는 원래 昜이었지만 나중에 阝를 보태어 해가 비치는 언덕이 곧 양지바른 곳이라는 뜻에서 '볕 양'이라고 하였다. 볕이 들면 환히 드러나고 따스하며 만물이 생동하므로 易에서는 만물의 바탕과 시공의 근원이 되는 태극의 활동적인 측면을 陽으로 정의한다.
부수인 阝는 좌편에 있으면 '언덕 부(阜)'변으로 쓰이고 우편에 있으면 '고을 읍(邑)'변으로 쓰인다. 昜은 지표(一)를 중심으로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는 것으로 밤이 지난 후에 다시 밝은 대낮이 됨을 뜻한다.
陽과 陰의 부수가 모두 阝(阜)인 것은 음과 양이 상대적이고 교역변화함을 가리킨다. 즉 한쪽이 볕들면 반대편의 다른 한쪽이 그늘지기 마련이고, 일월왕래에 따라 볕든 곳이 그늘지고 그늘진 곳이 다시 볕이 든다는 것이다.
대개 陽은 환한 낮을 의미하고 陰은 어두운 밤을 의미한다. 밤과 낮의 교역은 일월의 왕래에 의하므로 음양의 뜻은 일월에 짝한다. 음양의 근원을 태극(太極)이라고 하며, 태극은 음양을 낳아 천지만물을 생성 변화한다.

[9] 雲騰致雨(운등치우)하고 :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고
[10] 露結爲霜(노결위상)이라 :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雲(구름 운) 騰(오를 등) 致(이룰 치) 雨(비 우)
露(이슬 로) 結(맺을 결) 爲(하 위) 霜(서리 상)

[총설]

앞서의 구절들에서는 거대한 우주의 운행 속에서(天地玄黃 宇宙洪荒) 음양의 交易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 일월의 낮과 밤이 생기고(日月盈昃 辰宿列張), 낮과 밤이 쌓여 四時가 오고가며(寒來暑往 秋收冬藏), 1년간 쌓이는 해와 달의 운행 차이로 말미암아 윤달을 두는 이치(閏餘成歲 律呂調陽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천지의 음양 두 기운이 교통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가 이루어짐을 因果律로써 표현하고 있다. 즉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고 찬이슬(寒露)이 내린 후에 서리(霜降)가 내림을 통하여 24절기의 기후 변화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주역의 건괘( ) 단전(彖傳)에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 모든 물건이 제각기 모양을 갖춘다(雲行雨施 品物流形)"고 하였듯이 음양의 사귐이 있어야만이 만물이 생성됨을 설명하고 있다. 남녀의 사귐을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주역의 곤괘( ) 初六에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르느니라(履霜하면 堅氷이 至하나니라)"고 하였다. 양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구, 음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육이라고 한다. 주역의 효사를 지은 주공은 처음 나오는 음효인 곤괘 초육에 서늘해진 음의 기운이 서리가 되고(履霜) 마침내 추워져 굳은 얼음이 이르는 이치를 말하였다(堅氷至). 곤괘가 순음인 괘이고 음은 거두어 갈무리하는 때이므로 가을과 겨울의 기후변화로 설명한 것이다.

모두가 음인 땅괘는 草木歸根의 때인 음력 10월에 해당한다. 양이 하나도 없는 10월을 양달(陽月)이라고도 하는데, 양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른다. 10월인 곤월(坤月)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草木歸根之時'로 초목이 모두 뿌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군자가 서리를 밟고 '有惻隱之心', 즉 울적하고 슬퍼지는 마음이 발동되는 것이다. 모든 나무도 역시 뿌리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사람이 되어서 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때 조상을 생각하여 묘소를 찾아가 해마다 한 번씩 제사지내는 것이고, 서리를 밟고 와서 하룻밤 서로 모여 정담을 나누는 누각이라고 하여 묘제를 지내는 누각을 이상루(履霜樓)라고 한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는 서리가 내리는 10월이 지나면 얼음이 어는 동짓달(11월)이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음이 점차 커지고 단단해진다는 뜻이다. 사람이 악한 데로 길들여지면 나중에는 굳어져 풀래야 풀 수 없으며 초기에 치료하지 않아 병이 깊어지면 치유가 불가능해지는 것에도 비유해 볼 수 있다.

곤괘 대상전(大象傳)에서 공자는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는 것은 음이 처음 엉겨 붙어 점차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린 음일 때부터 순히 길들여서 유순정고한 음의 도리에 잘 이르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뜻이다(象曰 履霜堅氷은 陰始凝也ㅣ니 馴致其道하야 至堅氷也하나니라).

참고로 음양에 관한 개념은 공자가 주역에서 처음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주역에서 건괘 초구는 처음 나오는 양효이므로 공자는 그 대상전에서 '潛龍勿用은 陽在下也라' 하였고 곤괘 초육은 처음 나오는 음효이므로 그 대상전에 '履霜堅氷은 陰始凝也라'고 하였다. 즉 주역의 맨 첫번째와 두번째 괘인 하늘괘와 땅괘의 가장 첫 효에서 양과 음이 언급되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33. 雲(구름 운) : 雨(비 우)部
雲은 비를 뜻하는 雨에다 공기가 회전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단 云(이를 운)을 합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을 가리키는 회의형성문자이다. 원래 云은 雲의 古字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말할 때 입김이 밖으로 퍼져 나온다는 뜻에서 '이를 운'으로만 사용한다.
雲과 陰은 그 글자의 의미가 서로 통한다. 陰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 있는 云을 놓은 까닭도 구름이 모여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그늘이 지는 것을 말한 것이다.
云(二部)의 二는 상하의 하늘과 땅을 합친 숫자로서 천지의 사이를 뜻하고 아래의 厶는 공기가 올라가는 형상이므로, 地氣가 하늘 위로 올라 구름을 이룬다는 뜻이다. 二는 땅을 대표하는 수로서 구름과 이에 다른 그늘에 대한 뜻도 들어 있다.
대개 厶(사사 사, 마늘 모)는 주머니 형상으로서 자신의 私적인 소유물을 뜻하기도 하므로 云은 땅에서 거둬진 기운이 모여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34. 騰(오를 등) : 馬(말 마)部

騰은 勝(이길 승)과 음과 뜻이 통한다. 力(힘 력) 대신에 馬를 넣어 거친 말을 잘 다스리고 이겨서 마침내 말위로 올라타는 것이 騰이다.
또 한편으로는 券(문서 권) 아래의 刀를 생략한 형태에 舟의 변형체인 月을 보탠 글자인 朕(조짐 짐, 나 짐)에다 馬를 합한 글자로 볼 수도 있다. 朕은 천자가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호칭으로 쓰이지만 본래는 양쪽으로 갈라진 틈새를 뜻한다. 그러므로 騰은 뱃전 틈새로 솟구치는 물과 같이 말이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계된 글자로 滕(물솟을 등)이 있다.

[참조]

* 朕은 조짐(兆朕)의 뜻이 있다. 옛날에는 점을 칠 적에 거북의 마른 껍질을 구워서 등위에 갈라진 균열된 형태를 보고 점을 쳤으며, 그 형상을 본뜬 글자가 兆이다. 틈새가 벌어지고 갈라지는 뜻에 있어서는 兆나 朕이나 마찬가지이다.
* 券(문서 권) : 거래 계약을 맺을 때 양쪽(半 + 半)에서 각기 나누어(刀) 보관하는 계약서 등의 문서를 말한다.
* 卷(말을 권, 책 권, 구부릴 권) : 팔다리의 관절이 한쪽으로만 구부러지는(㔾: 마디 절, 節의 약자인 卩의 변형) 것과 같이 대쪽을 갈라 글을 쓴 후 끈으로 엮어맨 책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죽간(竹簡)으로 만든 책을 둘둘 말아 보관하였다.
* 拳(주먹 권) : 양손의 손가락(手)을 모두 말아 움켜쥔 상태의 주먹을 의미한다. 반면 손가락을 편 상태인 손바닥을 掌(손바닥 장)이다.
* 眷(돌아볼 권, 돌볼 권) : 좌우 양쪽을 모두 살펴보는 것으로 잘 돌봄을 의미한다.


35. 致(이룰 치, 이를 치) : 攵(攴: 두드릴 복)部

致는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至(이를 지)와 치고 두드린다는 攵이 합한 것으로 채찍질하거나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끝내 목적지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뜻이다. 至는 정점에 완전히 이른 상태를 말하고,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완료과정은 致로써 표현한다.
至는 일반적으로 새 또는 화살이 내려와 땅에 '이르렀음'을 의마한다고 본다. 역학적으로는 땅(土)이 만물의 모체(厶, 주머니 형상으로 자궁을 뜻하기도 함)로서 하늘의 기운을 받아 어린 생명(一)을 길러내는 것으로, 출산의 때가 '이르다'는 뜻이다. 나아가 두터운 땅의 덕이 지극하므로 '지극할 지'로 쓰인다.
하늘은 大, 땅은 至로써 일컬으니 천지부모의 德을 至大하다고 한다.


36. 雨(비 우) : 雨部

雨는 帀(두를 잡)과 水(물 수)를 합한 글자 형태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 두터운 구름을 이루고 마침내 엉긴 물방울이 무거워져 비가 되어 아래로 떨어짐을 표상한 것이다.
帀은 수건(巾 : 수건 건)이나 천 등으로 띠를 두른(一) 것으로 '둘러싸다'는 뜻이다. 대개 巾에는 천으로 아래 부위를 가리는 데에서 '덮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위에서 아래를 잘 감싸서 다스리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 帝(임금 제), 帥(장수 수, 거느릴 솔), 布(베 포, 펼 포), 師(스승 사)


37. 露(이슬 로) : 雨部

露는 길을 뜻하는 路(길 로)와 雨가 합친 글자로, 길가에 맺혀 있는 물방울 즉 이슬을 가리키는 회의형성문자이다. 대개 절기상으로 처서(處暑)를 지나면 흰 이슬이 맺히는 백로(白露)가 오고 추분(秋分)을 지나면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가 이른다.

[참조]

路는 제각기(各 : 각기 각) 발걸음(足 : 발 족)을 옮겨나가는 구체적인 각자의 길을 뜻하고, 道는 머리(首 : 머리 수)를 따라 몸과 수족이 움직이듯이(辶: 쉬엄쉬엄갈 착) 모든 근원이 되는 큰 길(법도)을 의미한다. 途는 내 자신(余)의 나아갈 길, 塗는 나아가기 힘든 진흙창(水+土)의 길로서 아무리 험난한 길일지라도 내 자신의 길을 내가 가야 함을 말한다.


38. 結(맺을 결) : 糸(실 멱)部

結은 가닥난 실을 뜻하는 糸과 길하다는 뜻인 吉(길할 길)을 합친 것으로 매사를 마침에 있어서 항시 길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結은 물건을 묶는다는 뜻이니, 결혼(結婚)을 할 때에도 청실과 홍실을 묶어 부부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하는 것이다.

糸은 幺+小의 글자로 가느다란 실끝의 갈려진 실가닥의 모습을 본뜬 글자이고, 吉은 士+口(言의 줄임)의 합성글자로 선비의 말을 따르면 사리와 법도에 맞으므로 길하게 된다는 뜻이다.


39. 爲(하 위) : 爫(爪,손톱 조)部

爲는 윗부분이 손으로 움켜쥐는 의미를 담고 있는 爫이고, 아래가 발을 뜻하기도 하는 灬(불화발/火의 변형), 가운데는 及(미칠 급)의 변형으로 곧 손이나 발을 움직이고 써서 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뜻이 된다. 일설에는 象(코끼리 상, 모양 상)과 흡사하므로 자연의 물상을 본떠서 물건을 만드는 뜻으로 爲를 보기도 한다.
* 僞(거짓 위)


40. 霜(서리 상) : 雨部

霜은 물방울을 뜻하는 雨와 초목의 싹눈을 의미하는 相(서로 상)을 합한 글자로 싹눈과 같이 엉겨붙은 이슬이 추위로 인해 하얀 서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늦가을인 음력 9월의 中氣는 상강(霜降)으로, 이때가 되면 이슬이 서리로 바뀐다.

[참고]

相은 본래 초목(木)의 싹눈(目 : 눈 목)이 나타남을 뜻하는 데서 '모양 상', 보는 것에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있기 마련이므로 '서로 상', 힘을 서로 합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도울 상', 나라의 안녕과 민생의 안정을 돕는 지위높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재상 상' 등의 여러 의미로 쓰인다.

[11] 金生麗水(금생여수)하고 : 금은 여수에서 나오고
[12] 玉出崑崗(옥출곤강)이라 : 옥은 곤륜산에서 나온다.

金(쇠 금) 生(날 생) 麗(고울 려) 水(물 수)
玉(구슬 옥) 出(날 출) 崑(메 곤) 崗(메 강)

[총설]

여수는 중국 운남성(雲南省) 영창부(永昌府)라는 곳에 있는데, 이 지방 사람들이 물 속에서 모래를 건져내어 백번을 도태(淘汰, 쌀일 도, 씻길 태 : ①물에 일어서 쓸데없는 것을 흘려 버림 ② 적자생존의 이치에 따라 환경이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이 멸망함)하면 금이 나온다는 데서 금생여수라 했다. 이것은 금생수(金生水)라는 오행상생(五行相生)의 법칙을 설명한 것이다.
옥출곤강은 곤륜산에서 나는 옥이 아름답다는 뜻인데, '완벽(完璧)'의 어원을 낳게 한 화씨벽(和氏璧)의 산지이기도 하다.
위의 두 구절은 지역과 토질에 따라 이름난 특산물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玉, 生과 出, 水와 崗의 글자가 서로 對(대)를 이루고 있다.


41. 金(쇠 금, 성 김) : 金部

'쇠 금'은 흙(土) 속의 입자가 단단히 엉겨 붙어(亼, 모을 집) 광채를 발산함을 뜻하는 八(여덟 팔)이 합친 글자로서 단단한 광물질인 쇠붙이를 의미한다. 글자 아래의 자형이 光(빛 광)의 윗부분과 같다.
金은 五行의 하나로서 서쪽 방위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오곡백과가 영글고 단단히 열매맺는 가을을 상징한다.
옛적에 우리 민족과 중국에서는 오행은 태극의 음양조화로 인해 생성되며, 만물 생성과 운행법도가 이 다섯 가지 구성 원소에 의한다고 보았다.


42. 生(날 생) : 生部

生은 초목이 땅(土)에서 싹터 나오는 모습(乙)을 본뜬 상형문자이다. 生의 글자 윗부분이 사람(人)인 까닭은 아마도 만물을 대표하는 사람을 취하여 생명을 탄생을 말하려 한 듯하다.
흙은 만물이 나오고 생활하는 근본인 동시에 다시 돌아가 쉬는 안식처로서 만물의 어머니에 해당한다. 주역의 곤괘단전(坤卦彖傳)에 보면 "지극하도다, 땅의 원대함이여! 만물이 이에 힘입어 나온다(至哉 坤元 萬物資生)"고 하였다.
역(易) 또한 생생(生生)하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계사전에 이르기를 "역이 태극을 보유하니, 태극이 양의(음양)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팔괘로써 길흉이 정해지고 길흉은 대업을 낳는다"고 하였다.


43. 麗(고울 려, 걸릴 리, 나라이름 리) : 鹿(사슴 록)부

麗는 본래 두 마리 사슴(鹿)이 서로 겨루다 뿔이 걸린 것으로 음과 훈이 '걸릴 리'이다. 걸린다는 뜻에서는 罹(근심 리, 걸릴 리)자와 통한다. 뒤에 사슴의 문양과 자태가 곱다는 뜻에서 '고울 려'라고 하였으며, '꾀꼬리 리(鸝)' 대신 쓰기도 한다.
麗의 古字는 사슴의 머리·뿔·네 발을 본뜬 鹿 위에, 밝고 빛나는 뜻인 丙(남녘 병, 빛날 병)을 나란히 겹쳐 올려 놓은 형태( )이다. 사슴은 화려한 문양과 아름다운 뿔이 있으므로 예로부터 명예 지위 등을 상징하였다. 그러므로 명예와 지위를 추구하는 것을 축록(逐鹿)이라 하고 국회의원 선거전을 축록전(逐鹿戰)이라고 한다.


44. 水(물 수) : 水部

水는 만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원천인 물을 가리킨다. 水는 물의 줄기에 해당하는 본류와 곁으로 갈라져 흐르는 지류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이다. 또한 물을 뜻하는 감중련(坎中蓮) 괘상( )에서 글자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생명의 발원이 바다에서 비롯되고 사람이 부모의 정혈(精血)에 의해 태어나며 몸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 오행상으로도 가장 먼저 생성되는 것이 물로서 생성 시초가 1(陽數)와 6(陰數)의 배합에 의해 水가 생성된다.


45. 玉(구슬 옥) : 玉部

玉은 세 개의 옥돌을 끈으로 꿴 상형문자로 몸에 차는 패옥(佩玉)을 가리킨다. 한자의 구성에서 변으로 쓰일 때는 王으로 표현하지만 호칭은 '구슬 옥변'이라고 한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그 자형이 土를 상하로 뒤집어 겹쳐놓은 王(천지인 三才의 이치를 하나로 합하고, 중정무사한 덕으로 천하만민을 다스려야 한다는 글자 모양이다. 이러한 三才合一(삼재합일)의 법도가 오행으로는 水火木金의 중심인 土에 해당하므로, 상하로 土를 겹친 글자로 보기도 한다)에다 丶(별똥 주)를 더하여, 빛이 곱고 모양이 아름다워 귀히 여기는 옥돌을 상징한다. 金玉은 모두 흙에서 출토되므로 金과 玉에 모두 土가 들어있다.


46. 出(날 출) : 凵(입벌릴 감, 위 튼 입 구)部

出은 凵에  (싹날 철)을 보태어, 입을 벌리고 생명이 움터나오는 것을 뜻한다.
또한 出을 상하로 나누어보면 山이 거듭한 형태이다. 산은 움직임이 없는 상으로 후중(厚重)히 그치는 덕이 있으며, 그칠 때 그쳐야만 나아갈 때 나아갈 수 있으므로 行은 止를 근본으로 한다.(걸음을 옮기는 足과 일월의 운행에 의한 歲, 지나온 세월의 기록을 뜻하는 歷의 글자에는 모두 止가 들어있다.) 방위상으로는 동북방의 艮卦로써 산을 칭하니,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북 艮方이라고 하였다.
고대 하나라에서는 산을 만물생성의 근원처로 보아 중산간(重山艮)을 머릿괘로 한 연산(連山)으로써 역의 명칭을 삼았다. 乾卦 단전(彖傳)에서 '머리가 서물 가운데에서 나온다'는 수출서물(首出庶物)과 설괘전(說卦傳)에서 '帝가 진방에서 나온다'는 제출호진(帝出乎震)의 내용에도 出이 나온다.


47. 崑(메 곤, 산이름 곤) : 山(메 산)部

崑은 山과 昆(맏 곤)을 합하여 집안의 장자와 같이 산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큰 산을 의미한다. 昆은 모든 별들과 견주어(比) 볼 때 해가 가장 맏이가 된다는 뜻에서 '맏 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형제(兄弟)를 곤제(昆弟)라고도 부른다.
崑은 중국 서쪽에 있는 최대의 영산(靈山)으로서 서왕모(西王母)가 살며 아름다운 옥이 많이 난다고 전하는 곤륜산(崑崙山)을 가리킨다.


48. 崗(메 강) : 山部

崗은 그물(网, 그물 망)처럼 능선(山)이 펼쳐진 뜻인 岡에다 다시 위에 山을 더한 글자로서 높은 산을 뜻한다. 崗은 岡의 속자(俗字)이다.

[13] 劍號巨闕이요 : 검은 거궐이 이름나고
[14] 珠稱夜光이라 : 구슬로는 야광주를 일컫는다.

劍(칼 검) 號(이름 호) 巨(클 거) 闕(집 궐)
珠(구슬 주) 稱(일컬을 칭) 夜(밤 야) 光(빛 광)

[총설]

巨闕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보검이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보검 여섯 자루를 얻었는데, 오구(吳鉤), 담로(湛盧), 간장(干將), 막야(莫邪), 어장(魚腸)이며 巨闕도 그중의 하나이다.
夜光은 진주의 이름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隨)나라 임금이 용(龍)의 아들을 살려주자, 용은 지름이 한 치가 넘는 진주를 주어 그 은혜에 보답하니, 진주가 빛나 밤에도 대낮과 같이 환하였다. 이것을 초왕(楚王)에게 바치니 초왕은 크게 기뻐하며 몇 대가 지나도록 수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 구절에서는 號와 稱을 두어 서로 상대되게 하였다.


49. 劍(칼 검) : 刂(선칼 도)部

劍은 모두를 뜻하는 僉(다 첨)에다 칼을 세워놓은 刂를 합쳐, 칼의 양날이 다 날이 선 칼을 의미한다. 僉은 여러 사람이 모여(亼) 서로 외쳐(口+ 口) 따름(人人 , 從의 본자)을 나타내는 데에서, '모두, 다'를 뜻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양쪽 사람이 서로 합하여(合+合) 쫓는 뜻이 있다.


50. 號(부를 호) : 虍(범 호)部

號는 본래 범(虎)이 큰소리로 부르짖는다는 뜻인 号(범이 울 호)에서 나온 글자이다. 왼편의 口 아랫부분은 亏(어조사 우, 于의 본자)와 관련된 글자이다. 亏에서 위의 一은 내쉬는 숨이 고름을, 그 아래는 숨이 막힘을 뜻한다. 여기서는 막혔던 숨이 돌연 터져 큰 목소리로 부르짖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號의 속자로 号를 쓰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에게서 받는 이름을 名(이름 명), 성장하여 성인 의식을 치를 때에 받는 것을 字(글자 자), 사회적으로 자신을 떳떳이 알리기 위해 스스로 짓거나 스승에게서 받는 것을 號(부를 호)라고 한다.


51. 巨(클 거) : 工(장인 공)部

巨는 대목들이 쓰는 공구인 자(工)를 손(彐, 고슴도치머리 계에서 一을 뺀 형태. 彐는 又(손 우)의 변형으로 보기도 함)으로 움켜쥔 모습에서 본뜬 상형문자로서, 자를 균제방정(均齊方正)하게 활용하여 큰 일을 능히 해냄을 뜻한다.
『大學』에서 평천하(平天下)하는 도의 요체가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혈구지도(絜矩之道)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이는 巨의 '크다'는 뜻과 통한다.
본래 工(장인 공, 이을 공)은 천지(二 : 두 이) 사이에 사람이 서서(ㅣ) 천지법도에 맞게 일을 한다는 뜻이며, 도구와 연장을 만드는 '장인'의 뜻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공부(工夫)의 의미는 천지의 법도와 이치를 깨우쳐 사람의 할 바를 올바르게 알고 행하는데 있다.
한편 二를 수준기(水準器)로 보고 가운데의 ㅣ을 먹줄로 보아 대목이 연장을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이 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장인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52. 闕(집 궐) : 門(문 문)部

闕은 본래 천자가 거처하는 대궐 또는 궁문을 상징하는 글자로서 궁문 옆 양쪽에 세워놓은 두 개의 대(臺)를 말한다. 천자는 만민의 근본이 되므로 수에서 헤아리지 않는 뜻에서 '빠지다' 또는 '부족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대개 임금이나 귀인의 이름을 쓸 때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 글자의 획을 생략하여 쓰는 궐획(闕畫)과 한두 글자 쓸 자리를 비우거나 줄을 바꾸는 궐자(闕字)에서도 이런 면을 살필 수 있다.
闕은 양쪽 문을 형상한 門에다 숨차 쿨룩거리는 (숨찰 궐)을 합친 글자이다. 의 오른편 欠(하품 흠, 부족할 흠)은 기운이 부족하여 하품한다는 뜻이고, 왼편의 (거스를 역)은 아래에서 떠받쳐 되받아내는 뜻이다.


53. 珠(구슬 주) : 玉(구슬 옥)部

珠는 玉과 붉음을 뜻하는 朱(붉을 주)를 더한 회의형성문자로, 붉은 빛을 발하는 옥을 뜻한다. 朱는 나무를 베고난 밑둥의 색이 붉다는 뜻에서 '붉을 주'라고 한다.


54. 稱(일컬을 칭, 달 칭, 저울 칭) : 禾(벼 화)部

稱은 禾(벼 화)에 爪(손톱 조)와 再(두 재, 거듭 재)를 합친 글자로 볏단을 들어 무게를 단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稱은 무게를 달고 눈금을 읽는다는 뜻에서 일컫다는 뜻으로 쓰이고 저울을 가리키는 말로 되었다.
『周易』15번째 괘인 謙卦에 '많은 것을 덜어내 적은 데에 보태어서 물건을 달아 고루 베푼다(裒多益寡 稱物平施, 부다익과 칭물평시)'고 하였다. 謙은 땅 아래 산이 있는 괘상으로 후중한 덕으로 남 아래에 처함을 말하니, 天道가 아래로 내려 광명하고 地道가 스스로를 낮추어 위로 나아가는 것이 謙의 법도이다. 군자 또한 겸손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니,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서(易地思之, 역지사지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남을 앞세우고 자신을 비운다.


55. 夜(밤 야) : 夕(저녁 석)部

夜의 위는 亠(머리 두)의 형태이지만 본래는 入(들 입)이다. 아래 왼편의 人은 사람으로서 만물을 뜻하며, 아래 오른편은 저녁(夕)을 지나 달(月)이 떠올라 천천히 나아감을 뜻한다. 즉 만물이 다 자기 처소로 돌아가서 잠드는 때가 달이 비추는 한밤중임을 표현한 글자이다. 낮은 해가 밝히고 밤은 달이 밝히므로 晝夜(주야)에 각기 日月이 들어 있다.


56. 光(빛 광) : 儿(어진 사람 인)部

光의 위에 있는 小의 형태는 해와 달과 별들이 내뿜는 빛을 표현한 것이고 아래의 兀(우뚝할 올)은 음양(二)의 씨앗이 움터나오는 하늘 아래의 지표(一)를 뜻한다. 여기에서 땅을 비추는 하늘의 밝은 빛에 대한 뜻이 나온다.
또는 땅(一)속에서 음양 종자가 움터(儿) 마침내 줄기(l)를 뻗고 가지(八)를 치는 것에서 생명의 밝은 빛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천지를 낳는 태극의 광명한 이치에 따르면, 가운데 一에는 태극, 위의 小에는 상천(上天)을 대표하는 수인 삼천(參天), 아래의 儿에는 하지(下地)를 대표하는 수인 양지(兩地)에 대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참고로 수의 본체가 되는 生數 1 2 3 4 5에서 하늘의 수는 홀수인 1 3 5 세 가지이고, 땅의 수는 짝수인 2와 4 두 가지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수를 3과 2로써 대표하며, 이를 삼천양지(參天兩地)라고 한다.

[15] 果珍李柰하고 : 과일은 오얏과 벚을 보배롭게 여기고
[16] 菜重芥薑이라 : 채소는 겨자와 생강을 중히 여긴다.

果(열매 과) 珍(보배 진) 李(오얏 리) 柰(벚 내, 능금 내)
菜(나물 채) 重(무거울 중, 거듭 중) 芥(겨자 개) 薑(생강 강)

[총설]

땅에서 나는 식용식물 가운데 별미를 지닌 귀중한 것으로 오얏(자두)과 벚(능금), 겨자와 생강을 들고 있다. 즉 나무 열매로는 오얏과 벚을 으뜸으로 치고, 매운 맛을 내어 조미료로 쓰이는 겨자와 생강을 채소의 한 종류로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57. 果(열매 과) : 木部

果는 木위에 둥근 열매(田)가 달린 모양을 취한 상형문자이다. 한자에서는 이응( ㅇ)의 형상을 口로 표현하기도 하므로 여기서의 田은 밭의 뜻이라기보다는 완성의 수인 열(十)에다가 口를 붙여 열매가 맺혔음을 나타낸 것이다.
천지의 조화가 10干(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을 본체로 돌아가고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열달만에 화육되어 나온다. 오행으로 살피면 十은 음토로서 천간의 己에 해당하므로 몸체를 이루는 열매와 그 뜻이 통한다. 土의 작용은 심고 거두는 가색(稼穡)에 해당하니, 생수의 끝인 五가 양토로서 씨를 뿌리는 인(因)이라면 성수의 끝인 十은 음토로서 열매를 거두는 果로 볼 수 있다. 洛書(낙서)의 오용십작(五用十作)의 원리가 이러한 이치를 잘 보여준다.


58. 珍(보배 진) : 玉部

珍의 오른쪽은 머리를 빗는 참빗으로 '참빗 진'이라고 한다. 오른편에 玉을 보태어 섬세하고 고운 결을 지닌 옥이 보배롭다는 뜻을 취하였다.


59. 李(오얏 리) : 木部

李는 木에다가 종자(열매)를 뜻하는 子를 더하여, 초목의 열매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오얏을 가리킨다.

[참조]

老子는 본래 동이(東夷)족의 후손으로 어머니 태중에 80세 동안 있다가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머리가 희었으므로 老子라고 하며, '동방의 아들'을 뜻하는 李에서 자신의 성씨를 취하였다고 전한다.


60. 柰(벚 내, 능금 내) : 木部

柰는 木에다가 神을 뜻하는 示(보일 시)를 합쳐, 제사에 쓰이는 능금이 곧 神木의 열매임을 뜻하고 있다. 대개 奈와 柰는 같은 글자로 보지만 주로 奈는 '어찌 내', 柰는 '능금 내'의 의미로 쓰인다.


61. 菜(나물 채) : 艹(艸, 풀 초)部

菜는 손으로 캐 뜯는 뜻인 采(캘 채)에다 풀(艹)을 합쳐서, 사람이 들이나 산에서 캐어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는 나물을 말한다. '캔다'는 采의 의미를 採로써 대신 쓰기도 한다.


62. 重(무거울 중, 거듭 중) : 里(마을 리)部

重은 부수가 里이지만 본래는 車(수레 거)에서 나온 글자로서 바퀴축(l)에다 겹바퀴(상하의 二)를 끼어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큰 수레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바퀴를 거듭 끼었다고 하여 '거듭하다'는 뜻과 큰 수레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으므로 '무겁다'는 뜻으로 쓰인다.
한편 重을 里와 壬(아홉째천간 임, 짊어질 임)을 합친 글자로 보면 田土에서 나오는 곡식을 짊어지는 것으로 짐이 무겁다, 차곡차곡 재어 싣는다는 뜻에서 '무겁다' '거듭하다'는 뜻이 나온다. 또한 臿(가래 삽)에 土를 합친 글자로 보면 가래질하여 일구는 흙이 두텁고 무겁다는 뜻이 된다.

[易解]

重속에는 車가 들어 있고 車에는 申(납 신)이 들어 있다. 申은 아홉째 지지로 '펼쳐 평평히 한다(伸也)'는 뜻이지만 시간(日)의 운행축(l)에 대한 의미가 숨어 있다. 車 또한 수레의 짐과 바퀴, 축을 본떠 짐을 실어 옮기는 수레를 나타내나 일정한 축(l)에 의해 돌아가는 해(日)의 주야운행 즉 시간을 운행하는 수레를 뜻하는 것이다. 申의 상하에 二를 거듭 놓은 重은 시간상의 네 수레바퀴인 年月日時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해의 12시로 인해 하루가 이루어지고 이 하루가 계속 쌓여 한달을 이루고 달이 거듭하여 계절과 해를 이루는 데에서, 거듭하는 뜻이 있다. 申 또한 거듭한다는 의미도 있다.


63. 芥(겨자 개) : 艹(艸)部

芥는 풀을 뜻하는 艹에다 介(끼일 개)를 합해 나물(음식)에 두루 끼어 매콤한 맛을 내는 겨자를 뜻한다. 겨자는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돌게 한다.


64. 薑(생강 강) : 艹(艸)部

薑은 풀을 뜻하는 艹에다 畺(지경 강)을 합해 나물과 나물 사이에 넣어 상충되는 맛을 조화되도록 만드는 생강을 뜻한다. 생강은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신명(神明)을 통하게 하고 예악(穢惡 : 악취)을 제거한다.

[易解]

畺은 두 田 사이에다 三을 넣어 땅의 경계를 가르는 밭두둑 등을 나타낸다. 역학적으로 보면 四口인 4년의 운행 역수에 상응하므로 두 田은 곧 8년의 운행 역수이다. 달력상의 기영과 삭허가 8년을 주기로 87일(29일x3)이 발생되어 삼윤(三閏 : 석달의 윤달)으로써 보간(補間)하여야 하니, 곧 8세(歲) 3윤법(閏法)의 이치가 畺에 들어 있다.
지경(地境) 즉 경계는 땅과 땅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음식물의 중간(경계)에 끼어 맛을 돕는 나물이 곧 생강인 것이다. 겨자(芥)에 介(끼일 개)字가 들어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17] 海鹹河淡(해함하담)하고 : 바닷물은 맛이 짜며 하수의 물은 싱겁고
[18] 鱗潛羽翔(인잠우상)이라 : 비늘 달린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 있고 깃달린 새는 난다.

海(바다 해) 鹹(짤 함) 河(물 하) 淡(싱거울 담)
鱗(비늘 린) 潛(잠길 잠) 羽(깃 우) 翔(날개 상)

[총설]

海鹹河淡은 바닷물의 짠 맛과 강물의 싱거운 맛을, 뒤의 鱗潛羽翔은 물속에 사는 어류와 하늘을 나는 조류를 각기 상대적으로 대비한 문장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아직 바다로 흘러가기 전의 강물은 맛이 싱겁다. 본래 물은 아래로 흐르면 흐를수록 뭍의 짠 성분이 녹아들어 짜게 된다.
대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百年河淸(백년하청)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년 동안 장구한 세월을 기다려도 하수(河水, 중국의 黃河, 황토로 인해 항시 강물이 누렇고 흐림)의 물이 맑게 되랴'는 뜻이다. 문장 그대로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을 뜻하기도 하는데 반어적(反語的) 뜻으로 많이 쓰인다.
鱗潛羽翔에서는 앞의 구절에 뜻을 더 붙여 아래 물 속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를 언급해 짝을 이루었다. 『中庸』에도 『詩經』의 싯귀를 인용하여 '솔개가 날아 하늘로 훨훨 오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펄펄 뛰니, 위와 아래를 살피면 이치를 알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鳶飛戾天이어늘 魚躍于淵이라 하니 言其上下察也니라)'고 하였다.

<참고>

이상 18구절까지의 글은 천자문이 주역의 陰陽생성론과 서경 홍범구주의 五行論, 그리고 황제음부경의 五賊論에 의거하여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의 자연철학에 의거해 먼저 천지현황의 음양론과 일월영측의 음양변화에 따라 하루와 한달, 사시와 일년이 생겨나고 그 사이 일월운행의 차이로 인해 윤달을 두고(윤여성세), 그 음양의 생성변화 속에서 오행이 생겨나는 이치를 금생여수란 글귀 속에 담아내고, 황제음부경의 오적론에 의거해 검호거궐이란 글귀 속에 인간이 만물의 이치를 잘 조리하여 인간에 이로운 물건들을 생산해내는 과정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용사화제의 귀절 이하부터는 인간의 역사와 인륜의 법도 등에 대해 두루두루 짚어나감을 알 수 있다.
천자문에서 이러한 이치를 잘 궁구해 가면서 공부한다면 그 기초가 탄탄하여 차후 사서삼경을 비롯한 동양학을 공부해 나가는데 그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많은 내용들에 대해 보다 정확한 틀을 갖고 해석해내고, 보다 진일보한 이론을 창출해내리라고 본다.


65. 海(바다 해) : 氵(삼 수 : 水)部

海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氵)가 매양(每 : 매양 매) 한데로 모여들어 이루어지는 바다를 가리키며, 여러 자식이 늘상(매양) 낳아준 어머니 품을 그리워 해 돌아가려 함과 같이 모든 것을 담아 안는 바다가 곧 생명의 모체임을 암시하고 있다.
每는 위(人)가  (싹날 철)이고 아래가 母(어미 모)이다. 싹( )이 포기(母)에서 계속 잇달아 나오는 데에서, '매양, 늘' 등의 뜻이 있다.


66. 鹹(짤 함) : 鹵(소금 로)部

鹹은 鹵(소금 로)와 咸(느낄 함)을 합해서 소금에서 느끼는 짠맛을 뜻한다. 鹵안의 점(丶) 넷은 소금밭의 모습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은 西(서녘 서)의 古字 형태로서, 중국의 서쪽 지방에서 나오는 '돌소금'을 뜻한다고 한다. 대개 소금이 있는 곳에는 풀이 자라지 않으므로 '거칠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鹵를 占(점칠 점, 차지할 점)과 乂(벨 예, 다스릴 예)에다 丶(점 주, 별똥 주) 넷을 더한 글자로 보면, 소금밭을 점유(占有)하여 잘 다스리는 뜻이 있다.

[참고]

五行論을 펼친 洪範(홍범)에는 오행의 성질과 더불어 각각이 낳는 五味를 언급했는데 다음과 같다.
'물은 아래로 내려감이요, 불꽃은 위로 오름이요, 나무는 굽으며 곧음이요, 쇠는 따르며 바꿈이요, 흙은 이에 심으며 거둠이니라(水曰潤下ㅣ오 火曰炎上이오 木曰曲直이오 金曰從革이요 土爰稼穡이니라). 윤하는 짠맛을 짓고, 염상은 쓴맛을 짓고, 곡직은 신맛을 짓고, 종혁은 매운맛을 짓고, 가색은 단맛을 짓느니라(潤下는 作鹹하고 炎上은 作苦하고 曲直은 作酸하고 從革은 作辛하고 稼穡은 作甘이니라).'


67. 河(물 하) : 氵(水)部

河는 氵변에 可(옳을 가)를 합한 것으로 可에는 '옳다, 마땅하다(가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이 뜻을 취하여, 가히 물이라고 할 만한 '큰 물'을 뜻한다. 본래 可는 입으로 하는 말이 사리에 맞아 떳떳하고 정정함(丁은 正也라. 나무가 줄기를 힘차게 뻗은 상)을 뜻하므로 '옳고 크다'는 뜻이 있다.


68. 淡(싱거울 담, 맑을 담) : 氵(水)部

淡은 물(氵)과 炎(불꽃 염)을 합한 글자이다. 물을 끓여 증류수를 만들면 그 맛이 싱거우므로 '싱겁다'는 뜻이 된다.


69. 鱗(비늘 린) : 魚(고기 어)部

鱗은 燐(도깨비불 린)에서 火를 뺀 데에다 魚를 더하여, 물고기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표현하였다. 米(쌀 미)는 빛이 放射(방사)하는 모습이고 舛(어긋날 천)은 발이 엇갈리는 모습이므로, 여기저기서 빛이 반짝이는 뜻이다.


70. 潛(잠길 잠) : 氵(水)部

潛에서 왼편의 氵를 제외한 오른편 글자는 입(曰 : 가로 왈)에서 가늘게 나오는 숨 또는 입김을 뜻하므로 '입김낼 첨'이라고 한다. 자맥질하여 물(氵) 속에 들어가기 직전에 입김을 내뿜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뜻에서 '잠기다'는 뜻이 나온다.


71. 羽(깃 우) : 羽部

羽는 새의 두 날개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대개 羽는 양 날개를 접은 모습이고 飛의 오른편은 활짝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升) 모습이다.


72. 翔(날을 상) : 羽部

翔의 왼편은 무리(群 : 무리 군)를 짓고 순백한 빛을 가지고 있는 羊(양 양)이므로, 새들이 하얗게 떼지어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뜻을 담고 있다. 양떼를 몰 때 뒤에서 모는 것은 대개 양이 남보다 앞장서 나아가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義(옳을 의), 善(착할 선)

[19] 龍師火帝하고 : 용의 스승이요 불의 임금이고
[20] 鳥官人皇이라 : 새의 벼슬이요 사람의 임금이라

龍(용 용) 師(스승 사) 火(불 화) 帝(임금 제)
鳥(새 조) 官(벼슬 관) 人(사람 인) 皇(임금 황)

[총설]

옛날 중국의 상고(上古) 시대 때 성인인 복희씨(伏羲氏)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 하늘의 계시로 하수(河水)에서 신비로운 용마(龍馬, 머리는 용이요 몸은 말의 형상을 했다고 함)가 나왔는데 그 등에는 1에서 10에 이르는 수를 나타낸 무늬가 있었다고 한다. 복희씨가 이를 보고 '천지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이치가 그 무늬(그림)에 있음, 곧 10수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를 법하여 팔괘(八卦)를 시획(始畫)하고 또한 벼슬(관직)의 명칭을 여러 용으로 정했다고 한다. 龍師는 풍운조화를 부리는 용으로 벼슬을 삼았다는 동시에 복희씨를 가리킨다.
복희씨의 뒤를 이은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는 처음으로 불을 때서 익혀 먹는 방법을 연구해내, 그때부터 화식(火食)이라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불은 밝고 하늘의 해와 같으므로 해가 천하를 비추듯 밝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에서, 火의 덕을 숭상해 정치를 하였다고 전한다. 여기서 火帝는 곧 炎帝 신농씨를 말한다.
소호씨(少昊氏, 少호씨)라 하는 임금 때에는 성인이 나와야 출현한다는 봉황(鳳凰)새가 나와서 상서로움을 알려주었음으로 새(鳥) 이름으로써 모든 관직의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복희씨 때는 용으로 관직을 정했는가 하면 소호씨 때는 새로 관직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春秋左氏傳』‘昭公 17년조 가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노나라를 방문한 담자(郯子)가 관제(官制)에 대해 묻는 소공과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옛날에 黃帝氏는 구름을 바탕으로 삼은(수호신으로 삼은) 고로 雲師가 되어 구름으로 이름하였고, 炎帝氏는 火師가 되어 불 이름으로 하였으며, 共工氏는 물을 바탕으로 하여 水師가 되어 물 이름으로 하였고, 태호씨(大皞氏, 복희씨)는 용을 바탕으로 삼아 龍師가 되어 용이름으로 하였으며, (담자의 조상인) 소호지(少皞摯)가 왕이 되었을 때 봉새(鳳鳥)가 나타나 새를 기원으로 하여 鳥師가 되어 새 이름으로 하였으며, 鳳鳥氏는 歷을 바로 잡았으며(曆을 관장했으며), 玄鳥氏는 춘분과 추분의 시기를 구분하는 일을 맡았고(司分), 伯趙氏는 하지와 동지를 구별하는 일을 맡았고(司至), 靑鳥氏는 양기가 만물의 힘을 열어주는 일을 맡았으며(司啓), 丹鳥氏는 음기가 만물의 힘을 정지케 하는 것을 관장했고(司閉), 축구씨(祝鳩氏)는 司徒가 되었으며, 저구씨(鴡鳩氏 : 물수리)는 司馬가 되었으며, 시구씨(鳲鳩氏 : 뻐꾸기)는 司空이 되었으며, 상구씨(爽鳩氏)는 司寇가 되었으며, 골구씨(鶻鳩씨 : 송골매)는 農工을 맡았으며(司事), 다섯 구(五鳩)의 官은 백성들을 모아 영도했으며, 다섯 치(五雉)의 官은 다섯 분양의 工人들을 맡은 관장이 되어 도구를 편리하게 하고(利器用), 도량의 법을 바르게 하여 백성들을 편하게 하였오(正度量하여 夷民者也라). 아홉 호(九扈)의 관은 아홉 가지 농정을 맡아 백성들을 안착시켜 게으르지 않게 하였다. 그러나 전욱씨(顓頊氏) 이래로 우리 인간 사회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수호자로 삼지 못하고 가까운 것을 바탕으로 삼아(不能紀遠 乃其於近) 백성임금은 백성만을 거느리는 존재가 되어 백성의 일을 가지고 관명으로 삼으니 이는 인간 밖의 것을 부릴 수가 없어서 그랬음이오((爲民師而命以民事하니 則不能故也라)”라 했다.

人皇은 사람을 위주로 정치하는 황제(皇帝)가 등극하였다는 뜻이다. 아득한 태초의 삼황(三皇) 시대 즉 하늘의 天皇, 땅의 地皇, 사람의 人皇도 있지만 여기서는 인문(人文) 사회를 열었다는 고대 중국의 黃帝(황제)로 볼 수 있다. 대개 皇帝는 큰 임금이라는 뜻으로 하늘의 아들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임금인 天子를 말한다.
삼황오제(三皇五帝)는 天皇氏, 地皇氏, 人皇氏가 三皇이 되고, 伏羲氏·神農氏·황제·堯·舜이 五帝가 되는데, 대개 皇은 형이상적인 존재로 형이하적인 帝보다 상위개념이고, 그 帝 밑에 王(임금 왕)과 君(임금 군)이 차례한다.
그러므로 글자 뜻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미 보통명사화하여 일반적인 호칭이 되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 국조(國祖)인 단군(檀君)의 호칭을 단황(檀皇) 또는 단제(檀帝)라고 존칭함이 마땅할 것이다.
전국시대 때 진왕(秦王) 정(政)이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를 황제(皇帝)라 칭한 것은 바로 자신이 삼황오제(三皇五帝)와 같은 존재란 의미이다.


73. 龍(용 용) : 龍部

龍은 뿔(卜)과 비늘(三)이 달린 몸체(己 : 몸 기, 月 : 육달 월→肉)을 치켜세우고(立 : 설 립) 하늘로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여 본뜬 상형문자이다.
후한 때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용은 鱗蟲之長(인충지장) 즉 비늘 달린 부류의 首長(수장)으로 능히 幽明(유명)과 長短(장단)을 자유자재로 하며, 춘분에는 하늘로 오르고 추분에는 못에 잠긴다고 하였다.
용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형이상적이고 상상적인 동물로 신비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조화를 부리므로 하늘괘인 乾卦의 陽爻들을 용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 潛龍·見龍·飛龍·亢龍

龍을 상형문자로 풀이하여도 무난하지만 易理(역리)를 바탕으로 해석해보면 우레를 나타내는 동방진괘와 관련된 뜻으로 볼 수 있다. 우레는 땅의 음기가 하늘의 양기와 사귀어, 아래에서 위로 공기가 회전해 올라가는 것으로 용이 못속에 잠겨있다가 하늘로 오르는 이치와 같다.

四時의 德으로 본다면 龍은 머리에 해당하는 봄의 元德에 해당하므로 방위상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동방에 속하며, 팔괘 방위상으로는 동방의 震卦( )가 된다. * 文王의 후천팔괘도와 사신도 참조

낙서의 구궁수로 볼 때 정동방인 震이 三에 해당하므로 三震이라고 부른다. 龍字안의 卜(점 복)은 卦(괘)를 뜻하며 三은 정동방을 뜻하므로 三震( )을 뜻한다. 이것은 동방의 청룡과 대비되는 서방의 白虎에서도 입증된다. 대개 虎(범 호)를 범의 가죽무늬를 본뜬 상형문자로 풀이하지만, 龍과 마찬가지로 괘를 뜻하는 卜과 정서방을 뜻하는 七(일곱 칠)이 들어 있다. 七은 구궁수로 볼 때 정서방에 위치하고 서방태( )는 바로 범(백호)에 해당한다.

역수(曆數)상으로 보면 8歲(총99삭망월)를 주기로 생성되는 석달의 閏(3윤법)을 상징한 것이 龍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달력상으로 己는 하도의 10土에 해당하므로 본체인 8歲간의 평달(96삭망월)이 되고 三卜月立은 석 달의 閏(氣朔 87일 = 29x3)이 들어서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지하 연못 속에 잠긴 용이 때를 타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나, 평소에는 쓰지 않다가 때가 되면 윤달을 두어 일월운행을 합치시키는 이치나 매한가지이다. 용의 몸에 달린 세 개의 비늘(參天兩地의 三으로도 볼 수 있음)이 곧 평달에 붙어 있는 석달의 閏이 되는 것이다.

虎의 경우는 19歲 7閏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윤달은 보태는 달이므로 潤(불을 윤)과 통하고 潤澤(윤택)한 것은 연못에 상응한다.


74. 師(스승 사, 무리 사, 군사 사) : 巾(수건 건)部

師의 왼편은 흙이 쌓여 있는 阜(언덕 부)에서 十을 뺀 형태이고 오른편은 帀(두를 잡, 수건으로 머리를 두르거나 행주치마를 허리에 두른 모습에서 두르다는 뜻이 나온다. )이므로, 사방으로 물이 언덕(땅) 주위를 에워싸고 있듯이 주변에 많은 무리가 모여 있음을 뜻한다.
이를 帥(장수 수, 거느릴 솔)와 一(한 일)이 합친 글자로 보면, 한 사람의 장수가 모든 군사를 인솔한다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 스승 밑에 많은 제자가 따르는 것을 의미해 '스승 사'라고 한다.


75. 火(불 화) : 火部

火는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로 이를 약간 변형한 형태이다. 人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사람의 밝은 생명력이 활동적이고 환히 비추는 불과 같다는 뜻이고 八은 밖으로 불꽃이 흩어지는 모습니다.
八은 --의 상과 통하므로 흐리고 탁한 陰을 상징한다. 불의 속성은 밖은 陽的으로 환하지만 안의 본체는 陰的이어서 外明內暗(외명내암)한 것이다. 탁한 것이 타올라 밖으로 밝은 빛을 내다가 사그러지는 불이나, 만물과 사람이 활동하며 살다가 마침내 죽는 이치가 다같은 것이다. 소성괘로 보면 불을 뜻하는 離虛中의 괘상이 이므로 外明內暗하다.


76. 帝(임금 제) : 巾部

帝는 큰 면류관(冕旒冠, 六으로 상징)을 쓰고서 허리에 관대(冠帶, 冖로 상징)를 두르고 곤룡포(袞龍袍, 巾으로 상징)를 입은 제왕을 뜻하는 상형문자로 본다.
六을 大로 보고 그 아래를 出을 뒤집은 형태로 보면 어머니 뱃 속에서 태아가 머리(大)를 거꾸로 하여 밑으로 나오는(出) 이치가 있다. 즉 위 하늘로부터 아래 땅으로 큰 것이 내려오는 뜻으로 上帝의 명을 받은 天子가 세상에 출현함을 뜻한다고 하겠다. 만백성의 표준이 되고 사표(師表)가 되는 임금이 맨윗자리에 거처하면서 온 천하에 명을 내리니(出命), 命이란 본래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는 것이다.
易에서는 帝出乎震이라고 하여 제왕이 동방인 震方에서 나온다고 하였고 하늘괘인 乾卦에도 首出庶物(머리가 뭇 물건 가운데에서 나옴)을 말하였다. 해가 동방에서 나오려면 먼저 새벽 방위인 동북 艮方을 거쳐서 나오니, 出에는 또한 重山艮( )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帝(六出)를 '때로 여섯 마리 용을 타서 하늘을 수레 몰 듯이 운전한다(時乘六龍 以御天)'는 의미(사람은 때를 잘 살펴 행동할 때만이 어긋남이 없다는 뜻으로 與天地合其德을 말한다)로도 볼 수 있다.


77. 鳥(새 조) : 鳥部

鳥는 새의 벼슬과 눈(白), 그리고 날갯죽지를 본뜬 상형문자이다. 이와 비슷한 글자로 灬(火)部의 烏(까마귀 오)가 있는데, 까마귀는 검은색(白과 반대)인데다가 눈도 검어 구별이 잘되지 않으므로 鳥에서 눈동자를 뜻하는 一을 빼었다. * 鳴(울 명) 嗚(탄식할 오)
참고로 鳥는 꽁지가 긴 새를, 隹는 꽁지가 짧은 작은 새를 가리킨다.


78. 官(벼슬 관) : 宀(집 면, 갓머리)部

官은 흙이 층층이 쌓이듯 많은 계층의 무리가 일하는 집(宀)이라는 데에서, '관청'을 뜻하기도 하고 '벼슬아치'를 뜻하기도 한다. 또는 층층이 놓인 섬돌과 같이 위계(位階)가 엄정하다는 뜻도 있다. 직위에 따라 하는 바 책무가 다르므로 '맡다, 관장(管掌)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글자로 宮(집 궁)이 있다.


79. 人(사람 인) : 人部

人은 서로 한짝을 이룬 남녀를 뜻한다. 左陽右陰의 이치에 따라 人의 왼편은 남자(丿: 삐칠 별), 오른편은 여자(乀: 파일 불)를 뜻한다. 사람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서로 사랑으로 이끌어주고 두텁게 받쳐주는 글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人과 仁(어질 인)은 그 의미와 발음이 서로 통한다.
남자(陽)가 위에 있고 여자(陰)보다 앞서는 이치가 글자의 모습과 획순에서 나타나는데, 明(밝을 명) 또한 이러한 이치로 되어 있다. 入(들 입)과 글자 형태를 대비해보면, 人은 양이 음보다 위에 있어서 밝고 동정인 생명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반면, 음이 양보다 위에 있는 入은 안으로 들어가서 어둡고 정적인 의미를 보여준다.


80. 皇(임금 황) : 白(흰 백)部

皇은 왕보다 높은 황제를 뜻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먼저 白과 王을 합친 글자 형태로 보면 태양의 흰 빛처럼 모든 왕들의 근원 중심이 된다는 뜻이고(백색은 색의 바탕), 白을 自(스스로 자)의 획 줄임으로 보면 호흡하는 코를 본뜬 自에 '비롯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왕의 조종(祖宗)이 되는 황제에 대한 뜻이 나온다.

[21] 始制文字(시제문자)하고 : 비로서 문자를 만들고
[22] 乃服衣裳(내복의상)이라 : 이에 의상을 입음이라

始(비로서 시) 制(지을 제) 文(글월 문) 字(글자 자, 시집갈 자)
乃(이에 내) 服(입을 복, 옷 복, 따를 복) 衣(옷 의) 裳(치마 상)

[總說]

앞 구절 龍師火帝와 鳥官人皇 당시만 하더라도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先史時代)였으며, 풀을 엮거나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사람의 치부를 가리고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뿐이었다. 고대 인류의 문명은 문자를 사용하고 의복을 입으면서부터 급격히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이러한 문자의 창제와 의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始制文字는 비로서 문자를 짓게 되었다는 뜻으로, 전해오는 말로는 黃帝 때 창힐(倉頡)이라는 신하가 새의 발자국을 보고서 글자를 지은 것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대개 고대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까지는 그림과 기호(부호)와 문자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역의 음양과 팔괘는 인류 최초의 부호라 할 수 있다.
주역 계사전에도 '상고에는 노끈을 매어서 다스리더니, 후세에 성인이 서계로써 바꾸어 백관이 이로써 다스리고 만민이 이로써 살피니 대개 저 쾌괘(夬卦)에서 취하니라(上古앤 結繩而治러니 後世聖人이 易之而書契하야 百官이 以治하며 萬民이 以察하니 蓋取諸夬니라)'고 하였다. 결승이치(結繩而治)는 문자가 없을 당시에 노끈을 꼬아가면서 큰 사건은 크게 매듭짓고 작은 사건은 작게 매듭지으며, 기결(旣決)은 옭매고 미결(未決)은 헐겁게 하여 정치를 하였던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사람과 사건이 점차 많아져 복잡다단한 사회가 되면서 문서로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므로 서계(書契, 문자의 시초로 나무에 새긴 글자를 말한다)를 만들게 된다. 주역의 택천쾌 夬卦( )는 다섯 양이 하나 남은 마지막 음마저 결단하는 괘인데, 곧 서계로서 법령을 제정하고 의사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문자를 살펴보면 文은 부모이고 字는 그 자녀에 해당한다. 즉 글자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을 '글월(그림을 그리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이라고 하고 文을 조합하여 만든 글자(그림이 낳은 자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를 字라고 한다. 후한 때의 학자인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어 한자의 구조체계를 육서(六書)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별도의 글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始制文字와 마찬가지로 주역의 계사전에서는 '황제와 요순이 의상을 드리워 천하를 다스렸으니, 대개 건괘와 곤괘에서 취한 것이다(黃帝堯舜이 垂衣裳而天下治하니 蓋取諸乾坤하고)'고 하였다. 황제와 요순 당시만 하여도 나뭇잎을 엮어서 앞을 가리다가, 짐승도 가죽이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마땅히 몸의 치부를 가려 예를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옷을 지어 입었다. 대개 하늘은 검은 색이며 양은 한 획이므로 윗도리는 검은 색으로 둥글게 한 통으로 해 입고, 땅은 누런 색이며 두 획이므로 아랫도리는 누런 색으로 갈라지게 해서 두 쪽으로 해 입었다고 한다.


81. 始(비로서 시) : 女(계집 녀)部

始는 여자(女)가 아이를 배어서 뱃속에서 기르는(台 : 기를 이, 기뻐할 이, 별 태) 뜻으로 어머니 품에서 생명이 나오는 처음 때를 가리킨다. 모든 생명의 활동이 출생하는 때부터 비롯된다는 뜻에서 '비로소 시'라고 한다.
공자는 주역의 머릿괘인 하늘괘(乾卦) 단전에서 '만물자시(萬物資始)'를, 그 다음 땅괘(坤卦) 단전에서 '만물자생(萬物資生)'을 말씀하셨다. 만물이 비롯되는 근원이 하늘이고 실제 만물이 나오는 모태는 땅이므로 만물의 시생(始生)이 천지를 부모로 한다는 뜻이다. 여자가 아기를 배어 회임(懷妊)하는 것은 남자의 정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이고, 땅이 만물을 낳아 화육(化育)하는 것은 하늘의 양기운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참고]
女는 여자가 다소곳이 모로 꿇어앉은 정숙한 모습을 본뜬 글자로 보기도 하고, 口와 비슷한 형태로 보아 아기를 낳는 여자가 만물의 모체인 땅 또는 생명의 바탕인 물이 나오는 구멍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女의 윗부분인 一(한 일)이 陽의 표상과 통하므로 陽(종자 즉 생명)을 陰이 머금고 있는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밭을 가는데 힘쓰는 男(사내 남)자를 보면 배(田 : 밭 전) 아래 힘(力 : 힘 력)의 중심이 달려 있는 상이므로 남성의 성기로 볼 수 있고, 女는 생명의 출구(口)이므로 여성의 성기라고 할 수 있다.
'별이름 태'로도 쓰이는 台는 본래 자궁을 뜻하는 厶(마늘 모, 사사 사)와 생명이 나오는 문인 口를 합한 것으로 뱃속의 아이가 길러져 밖으로 나와 출산(出産)됨을 말한다.


82. 制(지을 제, 마름질할 제) : 刂(刀)部

制의 왼편은 未(아닐 미)가 변형된 형태이고 오른편은 나무를 베는 칼이므로, 재목으로 만들어 쓰기 위해서는 제멋대로 무성히 자란 나무의 가지 등을 칼로 베어 마름질함을 의미한다. 未 대신에 朱(붉을 주)의 변형자로 보아 나무를 베고난 뒤 밑둥의 그루터기가 붉은 색을 띤다(株 : 그루터기 주)는 뜻에서, 나무를 벤다는 뜻을 취하기도 한다.
한편 制의 왼편을 牛(소 우)에 冂(멀 경, 에워쌀 경)이 합한 것으로 보면, 소를 유순히 잘 길들여 부릴 수 있도록 고삐와 멍에를 만들어 씌우는 뜻도 있다.
* 製(옷마름질할 제, 지을 제) 掣(당길 체, 당길 철)


83. 文(글월 문, 문채 문) : 文部

文은 위가 亠(머리 두)이고 아래가 乂(사귈 예, 다스릴 예, 풀벨 예)이므로 천지 음양이 사귀어 만물이 文彩(문채, 생명의 빛)가 나타나는 뜻이 있다. 또한 만물의 머리는 天地이고, 자녀의 머리는 父母이므로 부모에 대한 뜻이 은연 중 文에 내포되어 있다. 성숙한 陰陽이어야 서로 사귈 수 있으니(乂), 이는 文에 바탕한 字에 자녀에 대한 뜻이 있는 데에서 더욱 비교된다.
文은 일반적으로 글자의 기본이 되는 象形(상형, 구체적으로 물체의 모양을 본뜬 글자)과 指事(지사, 추상적인 뜻을 갖춘 기호 형태의 글자)를 합한 것을 말하지만, 여러 글자가 모여 전체적인 글 뜻을 갖춘 문장, 문단의 의미로도 쓰인다.


84. 字(글자 자, 시집갈 자) : 宀部

字는 위가 집을 뜻하는 宀이고 아래가 자식을 뜻하는 子이므로, 여자가 시집가서 자식을 낳아 그 집안의 혈통을 잇는 데에서 '시집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자는 아들인 男子와 딸인 女子 모두를 일컫는다.
예전에는 성년의식으로서 남자의 나이가 20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치르고 여자의 나이가 15세가 되면 비녀를 꼽는 계례(笄禮)를 치르는데, 이때 이름(名) 대신 字를 지어준다.
또한 字는 象形과 指事 등 文에 바탕한 글자를 조합한 글자인 會意(회의, 두 글자의 뜻을 합해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形聲(한쪽은 形 즉 뜻을 나타내고 또 다른 한쪽은 聲 즉 발음을 나타낸 글자)을 말한다. 대개 한자는 회의와 형성을 같이 겸한 會意形聲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85. 乃(이에 내) : 丿(삐칠 별)部

乃는 모태(母胎) 안에서 아직 손발의 모양도 불분명한 채 몸을 동그랗게 구부린 태아(胎兒)를 본뜬 모양으로 孕(아이 밸 잉)의 原字이다. 假借(가차)하여 '너', '이에'의 뜻으로 쓰인다.
한편 乃의 오른쪽은 숨이 차서 말하는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지는 상이고 왼편은 입김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표상한 것으로 보고, '이에'라는 어조사(語助辭)로도 쓰인다. * 乃至(∼내지는)


86. 服(입을 복, 옷 복, 따를 복, 먹을 복) : 月(달 월)部

① 服의 왼편은 신체를 뜻하는 月(육달 월)이고 그 오른편은 卩(병부 절)에 又(또 우, 잡을 우)를 합해서 손(又)으로 절도있게(卩= 節 : 마디 절) 움직여 일을 다스린다는 '다스릴 복'이다. 따라서 몸을 다스리기 위해서 옷을 입거나, 음식이나 약을 먹는 뜻이 나온다. * 內服, 服用

② 한편 月을 舟(배 주)로 보면 배가 목적지까지 잘 도달하도록 선장의 명령에 따르는 뜻이 있다. 腹의 오른편에 손(又)을 움직여 절도있게(卩) 배(舟)를 노질하는 것이 보인다. * 服從, 服務, 服役

③ 月을 '달 월'로 보면 달력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뜻과 농사의 때를 잃지 않도록 月令을 백성이 잘 따라야 한다는 뜻이 나온다.


87. 衣(옷 의) : 衣部

衣의 위는 갓(亠 : 머리 두)의 형태이고 아래는 저고리의 모양으로 신체 상부를 덮는 윗도리를 가리킨다. 글자의 왼편 부수인 변(邊)으로 쓰일 때는 이를 衤로 표현한다.
* 依(의지할 의) 表(겉 표) 裏(속 리)


88. 裳(치마 상) : 衣部

裳은 사람이 고상한(尙 : 숭상할 상) 품위를 지키려면 신체상의 부끄러운 부위인 아랫도리를 가려야 한다는 뜻에서 글자의 받침에다 衣를 놓았다. 常(떳떳할 상, 항상 상)과 비교해 음미해 볼 글자이다.

[23] 推位讓國은 : 자리를 밀쳐(미루어) 나라를 사양한 이는
[24] 有虞陶唐이라 : 유우씨(有虞氏 : 舜)와 도당씨(陶唐氏 : 堯)이다.

推(밀 추) 位(자리 위) 讓(사양할 양) 國(나라 국)
有(있을 유) 虞(나라 우, 몰이꾼 우, 근심 우) 陶(질그릇 도, 사람이름 요) 唐(나라 당, 큰소리칠 당)

[총설]

推位는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나 직위를 남에게 밀쳐주는 것이고, 讓國은 나라를 양보함을 가리킨다. 즉 천자의 자리를 슬그머니 밀쳐서 나라를 사양한다는 선양(禪讓) 또는 선위(禪位)를 말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분으로는 有虞氏와 陶唐氏(堯임금이 처음에는 陶란 땅에 살다가 唐이란 땅으로 이사하였으므로 도당씨라고 한다)를 들 수 있는데, 곧 당나라의 堯와 虞나라의 舜이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는데도 순임금 虞를 먼저 쓴 까닭은 'ㅇ'의 운자를 맞추기 위해서이다.
도당씨 堯임금은 유우씨 舜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고, 순임금은 또 우(禹)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하였고 우임금 이후로는 그 후손이 천자의 자리를 이었는데 이때부터 중국 고대의 첫 왕조인 하(夏)나라 시대가 시작되었다.


89. 推(밀 추) : 扌(재방변, 手)部

推는 扌(손 수)에 隹(새 추)를 더해서, 새가 위로 날아오르듯이 손으로 밀쳐서 밀어준다는 뜻이다. 手를 부수로 할 때는 扌로 쓰는데, 그 글자 형태가 才(바탕 재)와 비슷하므로 그 음을 따서 '재방변'이라고 한다.

90. 位(자리 위, 벼슬 위) : 人部

位는 人에 立(설 립)을 하였으므로 본래는 사람이 서 있는 곳을 뜻한다. 물건이 제각기 자기 처소에 자리하고 있듯이, 사람 또한 자신의 위치에 따라 그 본분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임금 앞에 있는 신하가 그 선 자리에 따라 차례로 품계(지위)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벼슬 위'라고도 한다.
주역의 乾卦 단전(彖傳)에 '六位時成(여섯 자리가 때로 이룸)'이라고 하였다. 六位는 六爻의 자리인 初位, 二位, 三位, 四位, 五位, 上位를 말하는데, 상하사방의 六合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시간으로는 12時(地支)가 이 六位를 통해서 이루어지니, 곧 양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子丑寅卯辰巳와 음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午未申酉戌亥로써 陰과 陽이 오르내리고(승강, 昇降) 줄고느는 (소장, 消長) 운행을 한다.

[참고]
立은 땅(一) 위에 사람(大 :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를 본뜬 글자인데,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큰 존재라는 뜻)이 우뚝 선 모습에서 뜻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는 一(양)과 六(음)에 대한 수리적인 뜻이 들어있다.
천지자연이 생성변화하는 이치가 河圖(하도)의 1에서 10에 이르는 수에 갖추어져 있으며, 하도의 안에 있는 1∼5를 생수(生數)라 하고, 밖에 있는 6∼10을 성수(成數)라고 한다. 수가 생성되는 시초는 다름 아닌 一과 六이며 이 一과 六이 짝함으로써 '설 립(立)' 즉 모든 기본이 서게 되는 것이다. 오행의 생성도 一六이 배합하여 水를 생성함으로부터 시작된다.
立은 아래가 一이므로 乾( ), 위가 六이므로 坤( )이다. 이를 상하로 놓아 대성괘를 지으면 地天泰卦( )가 된다. 태괘는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의 기운이 위로 올라 천지가 잘 교합하여 만물을 생성하는 괘상인데다, 공간적으로는 三陰三陽의 조화된 균형을 이루고 시간적으로는 天開(子). 地闢(丑)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人生(寅)에 이른 정월달괘이다.
天地人 三才의 기본이 확립되고 한 해의 첫달이 정립되는 태괘에서, 논어에서 말한 '本立而道生'을 볼 수 있다. 괘명인 泰(열릴 태, 클 태)에도 天( ) 地( ) 人 삼재에 대한 뜻과 一과 六이 교합해서 水를 생성하는 오행이치가 들어 있다. 만물은 오행의 水를 근본하여 생성된다.
주역의 괘서상으로도 泰卦는 열한번째에 놓여 있다. 이 또한 하도의 1에서 10에 이르는 수가 내외로 배열된 다음에 비로소 一과 六이 교합하여 水를 생성해냄으로써 마침내 만물이 열려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은미(隱微)한 단서라 하겠다.


91. 讓(사양할 양) : 言(말씀 언)部

讓은 말씀을 뜻하는 言과 도움을 뜻하는 襄(도울 양, 오를 양, 본래는 옷을 풀어헤치고 밭가는 뜻이 담겨 있다)이 합친 글자이므로, 말로써 남의 도움을 사양한다는 뜻도 되고, 그 반대로 남을 도와주는 말 즉 겸손하게 자신의 덕이나 능력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남을 칭찬하고 천거하는 말을 가리킨다.
* 謙讓(겸양), 辭讓(사양), 讓步(양보)


92. 國(나라 국) : 口(에울 위, 큰입 구, 圍와 國의 古字이기도 하다)部

國은 사방의 경계를 뜻하는 口에다 或(혹 혹, 행여 혹)을 더한 글자이다. 口안에 있는 或에는 창(戈 : 창 과)을 들고 일정한(一) 땅(口)을 지키는 나라에 대한 뜻이 들어 있지만, 그 뜻을 보다 강조하기 위하여 후에 사방의 경계를 뜻하는 口를 더한 것으로 본다. '혹 或'은 외적의 침입이 혹시 있지 않을까를 경계하고 지킨다는 뜻에서 '혹시'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것을 연계해보면 民心이 天心인데 천심인 백성의 뜻을 거슬리면 나라가 혹 바뀔 수 있다는 뜻도 된다.

[易解]
주역의 乾卦 九四에 或躍在淵(혹약재연, 혹 뛰어 보았다가 다시 연못으로 들어감)이라 하고, 坤卦 六三에도 或從王事(혹종왕사, 혹 왕의 일을 좇아서)라고 하여 或을 말하였다. 或은 세상에 예기치 못한 때의 변동이나 일의 변화가 혹 발생한다는 뜻이다.
或의 古字는 본래 戈+一+日로 되어 있다. 역수(曆數)의 이치로 살피면 달력상으로 혹 하루의 변동이 생기는 때가 있으므로 그 일월운행의 때를 잘 살펴서 어긋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戈는 찌르는 창을 가리키므로 때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잘 찔러 넣어야 한다는 의미).
즉 태음력상으로 삭망월(朔望月 : 초하루에서 보름을 거쳐 다시 초하루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의 주기인 29일과 499/940일, 약29.53일)은 대월 30일과 소월 29일로 거듭하여 두 달(朋 : 벗 붕)이 59일(정확히는 59일과 58/940, 약59.06일)인데, 32삭망월을 주기로 운행 일수가 대략 하루 늘어난다(944일→945일).
태양력상으로도 한 해가 365와 235/940일(보다 정확히는 365.2422일)을 기본으로 하지만 대략 4년을 주기로 하루가 늘어난다(1,460일→1,461일). 역수상으로도 或躍在淵이 일어나는 것이다.


93. 有(있을 유, 둘 유) : 月(달 월)部

有는 사귐을 뜻하는 乂에 月을 더하여, 달이 해와 사귐으로써 모양의 圓缺(원결, 둥글어지고 이지러짐)이 있게 됨을 뜻한다. 철학적 의미로는 달의 모양이 소식영허(消息盈虛)하지만 본래는 해에 의해 反映(반영)되는 虛象(허상)일 뿐이듯 천지우주간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본바탕은 無常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易解]
天地之間에는 人間(만물의 대표)이 존재하고 上下左右의 사이에는 자연 中間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물의 실재(有)는 空間과 時間의 틈 속에 존재하므로 間(사이 간)과 有는 그 의미가 상통한다. 역법에 있어서도 일월운행에 따른 간격을 補間(보간)하기 위해서 置閏(치윤, 윤달을 둠)의 방편을 쓰는데, 有에는 이러한 補間 즉 置閏에 대한 의미가 있다.
주역의 계사전에는 5세 再閏法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60갑자(간지)에 상응하는 60일을 常數(關門, 관문)로 해서 달의 운행은 하루 부족한 59일(두 달)이 되고, 해의 운행은 하루 늘어난 61일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60일을 甲이라고 하는데, 갑을 양쪽으로 나눈 것이 門이므로 門은 곧 상수 60에 대한 의미가 있다. 그 문을 중심으로 일월이 출입하면서 각기 하루씩 줄고 늘어나는 운행을 하므로, 역수의 간격이 이틀 벌어진다. 여기에서 問(물을 문), 間(사이 간), 그리고 閏(윤달 윤) 등의 글자가 연유하는 것이다.
5歲再閏法은 한 해 동안에 달의 운행은 6일이 부족하고(朔虛), 해의 운행은 6일이 늘어나서(氣盈), 5세 동안에는 30일의 삭허와 30일의 기영이 발생하므로, 삭허와 기영을 합한 60일의 기삭을 두 달의 윤달로써 보충함을 말한다.
易은 음양 상대성의 원리가 있으므로 有와 無 또한 상대적으로 풀이해봄직하다. 有와 無를 비교해보면 달력상으로 윤달을 두어 일월운행의 벌어진 틈새를 補間하는 뜻이 有에 들어 있는 반면 그 틈새가 없는 것이 無이다.
일월의 운행은 이미 堯舜 때부터 관측 연구되어 왔고 하나라 이후 은나라부터는 이미 정밀한 역법이 발달하여, 기본 역법인 8歲 3閏法과 극히 정확한 역법인 19歲 7閏法이 달력상의 치윤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有와 無의 상대적 관계는 이 3윤법과 7윤법의 합치를 구하는 데에서 나온다.
3윤법은 8세를 주기로 넘치는 기영도수가 42일이고, 부족한 삭허도수가 45일로 총87일의 기삭이 발생하므로 이를 석달(29x3=87)의 윤달로 간주하여 보간하는 치윤법이고, 7윤법은 19세를 주기로 일곱달의 윤달을 넣어주는 치윤법(章法, 장법)인데, 8세와 19세의 최소공배수를 구하면 152세(8x19)가 된다. 그 사이에 3윤법으로는 57윤(3x19)이 발생하지만 7윤법으로는 56윤(7x8)이 발생하여 한달의 윤차(閏差)가 발생하므로, 3윤법상 마지막 제57윤은 보간해 넣을 수 없는 윤달이다. 즉 8세 3윤법으로는 제56윤까지는 有(置閏)이지만 제57윤은 無(無閏)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적으로는 3윤과 7윤의 최소공배수인 21윤의 합치를 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 즉 3윤법으로는 56세(8세x7)를 주기로 21윤이 되고 7윤법으로는 57세(19세x3)를 주기로 21윤이 되므로, 기본 역법인 8세 3윤법상으로는 제56세 동안 3윤법을 그대로 적용하다가 제57세에는 기삭이 없는 無氣朔인 해로 간주하여, 12달(354일)의 평월만 놓는 방편을 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有를 낳는 중심이 無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56세에 이르기까지는 일월역수가 틈이 벌어져서 有에 해당하고(有間), 이를 21윤으로 메꾼 다음 제57세인 때에는 일월역수가 빈틈없이 합하므로 無에 해당한다(無間). 일월의 교역 왕래 속에 생성되는 21개월의 윤달도 또한 하나의 物(만물 물)로 풀이할 수 있으니, 곧 20에 1을 보탠 상이 牛(소 우)이고 月을 변형한 형태가 勿(말 물)이다.
無는 본래 숲이 울창하여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 또는 시신을 마른 짚과 장작으로 화장하니 그 자취가 사라지고 없다는 뜻으로 본다. 그러나 역수에 의거하여 無를 파자하면 人 아래 卌(마흔 십) 一(한 일) 灬(불 화, 또는 '발 족')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共共을 하나로 묶어놓은 모습이다. 共(같이 공, 함께 공)은 두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 취한 글자다. 사람의 두 손을 하나(一)로 합치면 모두 28이므로 卄(스물 입)에 八(여덟 팔)을 하고 여기에 一(한 일)을 하여, 共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28宿가 북극성 하나(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윷판의 상이기도 하다.
無자 아래의 共共을 하나로 묶은 데에서, 56(28+28)+1 즉 57이 나오는데, 즉 40(卌)에 아래의 16(八八)과 중간의 1(一)을 더한 57인 때에는 사람(人)이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57세를 주기로 기삭이 없는(빈틈이 없는) 이치를 보여주는 은미한 단서이다.
주역의 57번째 괘를 보면 괘명이 巽(공손할 손)이다. 巽을 파자해 보아도 두 몸(己 : 몸 기)이 함께(共 : 함께 공) 어우러져 있는 모습으로서, 無자와 글자 형태가 유사하다. 즉 3윤법과 7윤법이 함께 어우러져 일치된다는 뜻이다. 干支上으로도 57번째 干支는 '고쳐서(更) 다시 편다(伸)'는 의미인 庚申이다. 庚과 申에도 모두 햇곡식을 절구질하는 뜻이 있으니, 곧 일월역수를 도정(搗精)한다는 뜻이 나온다.


94. 虞(나라 우, 몰이꾼 우) : 虍部

虞는 옛날 순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다. 그러므로 순임금을 우순(虞舜)이라고도 부른다.
虞는 범을 뜻하는 虎의 줄임자인 虍에다 吳(나라이름 오, 떠들썩할 오)를 더한 글자이다. 吳에는 입을 크게 벌려 외치는 뜻이 있으므로 범(虍)을 잡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는 몰이꾼, 虎患(호환)에 대한 근심이 있다는 뜻에서 근심을 뜻하기도 한다.


95. 陶(질그릇 도) : 阝(阜 : 언덕 부)部

陶는 언덕(阝)을 파서 가마터(勹 : 쌀 포, 包의 줄임)를 만들고 그 속에 옹기(缶 : 장군 부, 장구 부, 질그릇 부)를 굽는다는 뜻이다. 왼편의 匋
또한 '질그릇 도', '구울 도'라고 한다.
사람의 이름으로는 '요'라고 읽기도 하는데 皐陶(고요)의 예에서 볼 수 있다.

[참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자기(陶瓷器)는 도기(陶器)와 자기(瓷器)를 말한다. 이 둘은 흙의 질(質)과 성분, 굽는 온도가 다르다.
陶는 질흙(진흙)으로 만든 그릇으로 흔히는 질그릇, 오지그릇이라 부른다. 날로 그 쓰임새가 밀리고 있는 항아리나 뚝배기 등 투박하면서도 정감넘치는 그릇이 바로 질그릇에 속한다.
반면 瓷(사기 자)는 흔히 고령토라고 부르는 흙으로 만든다. 중국 강서성에 있는 고령산에서 나는 흙이 가장 이상적인 瓷土라 고령토를 자토의 대명사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색이 흰빛이라 白土라고 하거나 본질이 돌가루이기 때문에 사토(砂土)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瓷器를 흔히 사기그릇이라고 부르며 인간이 흙으로 빚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그릇으로 일컫기도 한다.
그래서 瓷器를 만드는 사람을 사기장(砂器匠)이라고 하고, 그 굽는 곳을 사기막이라고 한다. 자기는 1300℃ 이상에서 구워야 하고, 질그릇은 1000℃∼1200℃ 정도에서 굽는다. 瓷를 磁로 쓴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일본식 표현이니 가급적 안쓰는 것이 좋다.
陶工이라 함은 질그릇을 굽는 장인을 말하고, 그 굽는 곳을 도요(陶窯)라고 한다. 토기(土器)라고 불리우는 것은 500∼600℃에서 구워지는 그릇으로 유약을 입히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유약을 바르고 더 높은 온도에서 굽는 陶器와 구분하기 위한 일본식 분류법이다.


96. 唐(나라 당, 큰소리칠 당) : 口(입 구)部

唐은 요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다. 그러므로 요임금을 당요(唐堯)라고 부르기도 한다. 훗날의 唐나라도 요임금을 숭상한데서 國名을 본뜬 것이다.
唐은 庚(고칠 경, 일곱째 천간 경)에다 口를 붙여서, 세상을 고친다고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치는 뜻이 있다. 또한 庸(떳떳 용)에 口를 더한 글자로 보면 떳떳한 말은 남에게 큰소리칠 만하다는 뜻이 唐에 있다. 반면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말을 함부로 내세우는 황당(荒唐)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요순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 唐과 虞인데, 모두 큰 소리로 외치는 뜻이 들어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5] 弔民伐罪(조민벌죄) [26] 周發殷湯(주발은탕)

[25] 弔民伐罪는 : 백성을 조문(위로)하고 죄를 친(정벌한) 이는
[26] 周發殷湯이라 : 주나라 무왕(發)과 은나라 탕왕이다.

弔(조문할 조, 위로할 조) 民(백성 민) 伐(칠 벌) 罪(허물 죄)
周(나라 주, 두루 주) 發(필 발, 쏠 발) 殷(나라 은, 성할 은) 湯(끓을 탕)

[총설]
조민벌죄는 안짝이고 주발은탕은 바깥짝이다. 백성을 조문한다는 弔民은 도탄(塗炭)에 빠진 백성들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줌을 말하고, 죄를 친다는 伐罪는 백성을 해롭게 하는 폭군의 죄를 물어 정벌함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周發殷湯, 즉 은나라 폭군인 주(紂)를 치고 周나라를 일으킨 武王 發과 夏나라 폭군인 걸(桀)을 치고 은나라를 일으킨 湯임금을 그 예로 든 것이다. 시대적으로 무왕보다 탕임금이 앞서 있지만 바깥짝의 'ㅇ' 운을 맞추기 위해서 '주발은탕'이라고 하였다. 앞 절구의 '有虞陶唐'과 같은 방식이다.
桀紂는 폭군을 대표하고 堯舜은 성군을 대표하는 분들이다. 앞의 '推位讓國 有虞陶唐'은 천자의 자리를 밀쳐서 나라를 사양한 요순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禹(우)임금부터는 나라를 사양하지 않았으므로 도당씨와 유우씨만 말한 것이다. 여기서는 하나라 우임금의 후손 중에서 桀이라는 폭군이 나와서 은나라 탕임금에게 망하고, 은나라 탕임금의 후손 중에서 紂라는 폭군이 나와서 주나라 무왕에게 망한 역사적 사실을 들어, 민심을 얻지 못하면 천명이 바뀌어 혁명(革命)이 일어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요순이나 탕무는 모두 성인(대인)으로서 그 덕이 같지만 다만 천시변화에 따른 치란성쇠(治亂盛衰)의 때가 다르다. 易으로 비유하자면 요순은 용대인(龍大人)에 해당하고, 탕무는 호대인(虎大人)에 해당하는데, 동방청룡은 운행우시(雲行雨施)하는 봄의 어진 덕을 상징하고, 서방백호는 숙살호변(肅殺虎變)하는 가을의 의로운 덕을 상징한다.
주역의 澤火革괘의 彖傳에도 "천지의 도수가 바뀌어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임금과 무왕이 혁명을 해서 천명에 따르고 백성이 응하였으니, 고치는 때가 참으로 크도다!(天地革而四時成하며 湯武革命하야 順乎天而應乎人하나니 革之時大矣哉라)"고 하였다.


97. 弔(조문할 조, 위문할 조) : 弓(활 궁)部

弔는 죽은 사람을 찾아가 조문하는 것을 말하며, 나아가 '위문(慰問)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口 아래에 巾을 더해서, 굴건(巾)을 쓴 상주가 곡한다는(口) 의미를 나타내는 吊(조)가 있는데, 이는 弔의 俗字일 뿐이다.
弔는 弓(활 궁)에 人을 변형한 ㅣ(뚫을 곤)이 더해진 글자로 본래는 활을 든 사람을 뜻한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치를 때에, 부드러운 흰 띠풀(茅 : 띠 모)을 깔고 땔나무나 가시덤불로 시신을 덮어 들에다 두었는데, 들짐승이나 날짐승들이 시신을 뜯어 먹으러 오기 때문에, 조문간 사람이 활을 쏘아 쫓아내었다. 弔는 이러한 고대 장례의 예법에서 나온 글자이다.
이와 유사한 글자인 引(끌 인)은 활(弓)에다 화살(ㅣ)을 매겨 팽팽하게 끌어당긴다는 뜻이다.
공자는 澤風大過괘를 설명하면서 고대 장례법에 대해 "옛적의 장례는 땔감이나 나무 등으로 두터이 시신을 덮고 들에다 내놓았다. 그리고 봉분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지 않았으므로 초상을 치르는 기한이 없었다. 이를 후세의 성인이 관곽(棺槨 : 관은 시체를 넣는 속널이고, 곽은 관을 덮는 덧널임)으로 바꾸어 매장하게 하였다(古之葬者는 厚衣之以薪하야 葬之中野하야 不封不樹하며 喪期无數러니 後世聖人이 易之棺槨하니 蓋取諸大過라)"고 하였다.


98. 民(백성 민) : 氏(각시 씨)部

民은 본래 모든 싹들이 움트는 모양에서 취한 글자라고도 하며, 여인이 몸을 구부려 젖을 먹이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위의 口는 넓은 땅(口 : 큰 입 구→만물의 어머니)을 말하고 아래의 氏는 뿌리를 나타내므로,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뜻이 있다.
民이 氏部에 속해 있는 것에서 서경(書經)에 이른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民惟邦本) 근본이 든든하면 나라가 태평하다(本固邦寧)'는 민본사상을 살필 수 있다.
民과 艮은 글자 형태와 음운이 유사하며, 뿌리를 가리키는 의미 또한 서로 통한다. 艮은 '해돋는(日) 뿌리(氏)' 즉 동북방을 말하며, 사람의 눈(目) 또는 만물의 씨눈을 가리킨다.


99. 伐(칠 벌, 자랑할 벌) : 人(사람 인)部

伐은 人에 戈(창 과)를 보태어 사람이 창을 들고 싸움을 뜻한다. 적과 싸워 이기면 전공을 내세울 수 있다고 해서 자랑한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代와 유사한 형태의 代(이을 대)는 물고기가 주살(弋 : 주살 익)에 차례로 꿰이듯이, 조상부모에서 혈통을 받은 자손들이 계속 세대를 이어나간다는 뜻이다.


100. 罪(허물 죄) : 罒(网 : 그물 망)部
罪는 그물을 본뜬 罒에다 서로 등지고 벌어진 모양의 非(아닐 비, 그릇될 비)를 합친 글자로서, 어긋난 행동을 해서 법의 그물에 걸려든다는 뜻이다. 허물이라는 뜻도 여기에서 나온다.
罒이 든 글자는 법망과 관계된 글자가 많은데, 罔(속일 망, 없을 망), 置(둘 치, 놔둘 치), 罰(벌할 벌), 署(관청 서), 罷(파할 파, 그만둘 파), 罹(근심할 이, 걸릴 이) 등에서 볼 수 있다.


101. 周(두루 주, 고루 주, 나라 주) : 口部
周는 用(쓸 용)에 口를 더해서, 입을 활용하여 두루 자신의 뜻을 상대에게 표현한다는 뜻이다. 한편 口를 동그라미의 형태로 보면, 천체를 둥글게 돌면서 밖으로 운행 작용하는(用) 일월의 주기적 의미가 있다.

[참고]
周易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이므로, 본래 周는 나라의 명칭을 가리킨다. 그러나 易에 일월의 晝夜 交易에 대한 뜻이 담겨 있듯이, 周에도 천체의 일월운행과 관계된 뜻이 내포되어 있다.

① 用(朋) + 口(ㅇ) : 用을 쪼개면 朋이 되는데 곧 두 달의 상수인 60일에 해당하고, 口는 ㅇ의 변형자로서 천체의 운행을 뜻한다. 이를 미루어보면 周에는 天干인 10干과 地支인 12支의 조합에 의한 60간지의 운행 주기에 대한 뜻이 들어 잇다.
주역의 60번째 괘는 수택절(水澤節)이며 그 마지막 효도 한 해의 주천상수에 해당하는 360번째 효인데, 공자는 절이제도(節以制度) 즉 절로써 도수를 짓는다고 말씀하셨다. 천도운행의 節度를 구하고자 60干支를 활용한 것이 周이다. 60干支를 節用으로 하는 달력(태음태양력)이 周易 원리에 바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用(卜+中)+口 : 卜과 中(가운데 중, 맞출 중)을 합한 用은 사물의 길흉화복을 점쳐서 중도에 맞게(절도있게) 쓴다는 뜻이다. 따라서 周는 입을 활용해서 두루 의사 소통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한편으로 편중되지 않고 사리에 맞게 말한다는 뜻도 있다.


102. 發(필 발, 쏠 발) : 癶(등질 발, 걸을 발→필발머리)部

發은 본래 발로 풀을 뭉개는 뜻인 '짓밟을 발(癹)'에 弓을 더해서, 두 발로 힘있게 땅을 디디고 활을 쏜다는 뜻이다. 활시위를 당겨 쏘는 것이 마치 맺혀 있던 꽃망울이 활짝 터져 꽃피는 것과 같으므로 대개 '필 발'이라고 한다.


103. 殷(성할 은, 나라 은) : 殳(창 수, 칠 수)部

殷의 왼편은 身(몸 신)의 비틀림 즉 몸을 뒤집고 비트는 反身의 상이며, 殳는 몽둥이(막대기) 또는 창을 본뜬 것으로 치고 두들기는 뜻이 있다. 몸을 비틀면서 춤추고 북과 장구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가운데 '풍악의 성대함'이 나온다.


104. 湯(끓을 탕) : 氵(水)部

湯은 물을 뜻하는 氵에다 따스한 볕을 뜻하는 昜(陽의 本字)을 더해서 불을 때어 데운 물이 마침내 펄펄 끓음을 말한다.

[27] 坐朝問道하고 : 조정에 앉아서 도를 묻고
[28] 垂拱平章이라 : 팔짱끼고 골고루 평안하게 다스린다

坐(앉을 좌) 朝(아침 조, 조정 조) 問(물을 문) 道(길 도)
垂(드리울 수, 늘어놓을 수) 拱(꽂을 공, 팔짱 공) 平(평할 평, 고를 평)
章(빛날 장, 문장 장)

[총설]

옛날 성군인 요순이 다스리던 시대에는 임금이 조정에 가만히 앉아서 어진 이를 모두 등용하여 도를 물어서 정치하였으므로(坐朝問道), 임금이 팔짱만 낀 채 그대로 있어도 온나라가 고루 환하게 잘 다스려졌다(垂拱平章).
여기의 坐朝問道와 뜻은 다르지만 공자께서 '朝問道면 夕死可矣라'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말씀이 있다.
또한 垂拱平章에서 垂拱은 은나라 말기의 폭군 주를 치고 주나라를 세운 武王의 정치를 말한다. 서경(書經) 필명(畢命)에 나오는 이야기로 무왕은 紂를 친 뒤 갇혀 있던 기자를 풀어주고, 비간의 무덤에 봉분을 만들어주었으며, 녹대(鹿臺)의 재물과 거교(鋸橋)의 곡식을 풀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고, 작위는 다섯 가지 즉 공(公) 후(侯) 백(伯) 자(子) 男(남)으로 나누고, 관리는 어진 이로 쓰고, 일은 능력에 따라 시켰다. 또한 오륜(五倫)과 食喪祭를 중히 여기게 하고 믿음을 두터이 했으며, 덕을 높이고 공에 보답하는 정치를 하니 자연 垂拱의 정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공자께서 주역 계사전에 '垂衣裳而天下治하니(의상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리니)' 즉 곤룡포만 걸치고 앉아서도 제대로 평정한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역사적으로 무왕의 정치를 두고 한 말씀이다. 이는 모두 無爲而治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무것도 힘쓰는 것 없어도 제대로 정치가 잘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平章은 서경 첫 대목인 堯典편에 나오는 단어이다. 요임금이 큰 덕을 밝혀(克明峻德) 구족(九族)을 화목하게 하니 자연 백성이 밝게 다스려졌다(平章百姓)는 이야기이다. 대학의 3강령 8조목과 통하는 내용이다.
즉 잡아다 가두고 군대를 일으키고 하는 일이 절대없이 가만히 앉아서 어진 이에게 도를 물어 정치를 하니 손이 할 일이 없어서 팔짱만 끼고 앉아서도 천하가 고루 빛나게 다스려진다는 의미이다.
垂拱과 平章의 내용 또한 운을 맞추기 위해 앞뒤의 역사적 사실에 따른 내용을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으며 垂拱平章이란 구절 자체로도 완성된 문장이다.


105. 坐(앉을 좌) : 土(흙 토)部

坐는 土 좌우에 두 사람(人+人)을 더해서, 토방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은 상태를 가리킨다. 坐는 주로 동사로 쓰이며, 앉는 자리를 뜻하는 명사로는 座가 있다.


106. 朝(아침 조) : 月部

朝는 해돋는 아침을 뜻하는데, 밝은 아침이 되면 임금과 신하가 조정에 모여 정사를 논의하는 조회를 하므로 '조정 조'라고도 한다. 아침이 되면 세상이 밝아지듯 조정은 백성을 고루 밝혀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朝의 왼편은 천간(10간)의 순환 반복인 先甲十日, 後甲十日로, 천간의 머리인 甲을 분기점으로 해서 하늘의 무궁한 시간적 운행을 표현한 것이다. 왼편에 들어 있는 日(左陽)과 오른편의 月(右陰)을 합친 明은 아침의 밝음을 뜻하는 동시에, 달이 가고 해가 와서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는 일월의 왕래교역(주야변화)이 아침 때에 이루어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왼편의 중간과 아래에 들어 있는 早(일찍 조, 새벽 조)에서 '조'의 음이 나온다. 早는 본래 日과 甲이 합쳐진 글자로 해가 '동방 갑(甲)'의 방위에 있다는 뜻이다. 24 방위로 동방은 甲卯乙인데, 卯는 정동이고 甲은 동동북이며 乙은 동동남이므로 早가 이른 새벽을 가리키는 것이다.
상고시대로부터 우리나라를 '새벽이 동터오르는 신선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여, 朝鮮이라고 일컬어왔다. 우리나라의 태극기로 견주어보면 태극 속의 붉은 색은 불의 빛깔로 해를 상징하고 푸른 색은 물의 빛깔로 음적인 달을 상징한다. 선천팔괘와 방위도로 보면 明의 형상이다.
음양의 본체인 태극은 순전(純全)하며, 이러한 의미가 鮮(깨끗할 선, 드물 선)에도 나타난다. 왼편의 魚와 오른편의 羊에서 상대적인 음양이 대비되는데, 물고기는 차가운 물속에 잠긴 음물이고, 양은 무리짓고 앞장서는 기질이 있는 양물이다. 오행상으로 魚는 북방수에 속하고 羊은 서방금에 속한다. 수리적으로 보면 水의 성수는 6(태음수)이고 金의 성수는 9(태양수)이므로, 사상적 측면에서는 水가 순전한 음인 태음이고 金은 순전한 양인 태양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魚는 태음, 羊은 태양에 해당한다.


107. 問(물을 문) : 口部

問은 사람의 입을 형상화한 口에 문의 모습을 본뜬 門을 더해서 문을 찾기 위해 입을 열어 묻는 것, 혹은 입문을 열어 물어 본다는 뜻이다.
한편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耳部의 聞인데, 둘다 門에서 음을 취하였다. 이치와 도리를 묻고 올바른 가르침을 들어 인격이 완성되면 곧 口와 耳가 通明한 '성인 성(聖)' 즉 성인이 되는 것이다. 問에 상대되는 글자로는 答(답할 답, 합당할 답)이 있다. 물음에 절도있게(節 : 마디 절) 합치하는 (合 : 합할 합) 즉 如合符節(여합부절)로 상응하는 것이다.
반면 開(열 개) 閉(닫을 폐) 間(사이 간) 閏(윤달 윤) 閑(막을 한) 關(빗장 관) 등은 모두 門部에 있다. 12地支 가운데 卯의 글자 형태는 門을 좌우로 활짝 열어 젖힌 상태로 해가 정동에서 일출하는 때인 음력 2월로 한봄에 해당한다. 즉 만물과 사람이 다같이 문을 열고 나오는 때라는 것이다.


108. 道(길 도) : 辶(辵: 쉬엄쉬엄갈 착, 책받침)部

道는 머리의 모습을 본뜬 '머리 수(首)'에다가 천천히 나아간다는 辶을 더해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자연 몸뚱이와 팔다리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이다.
또다른 의미에서 首는 삼라만상의 근원인 태극을 말하고 부수인 辶(辵)은 태극에 따라 움직여 나아가는 과정을 뜻하므로, 발(足)이 一二三의 세 단계로 나아가는 뜻이 있다. 이는 天一地二人三 즉 머리인 태극이 자연하게(自) 一生二法(하나가 둘을 낳는 이치)에 의해서 一二三을 化成하는 것으로 태극에 의해서 천개(天開) 지벽(地闢) 인생(人生)이 있게 되고, 음양(一變) 사상(二變) 팔괘(三變)가 전개됨을 나타낸다.
주역 계사전에서는 道를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一陰一陽之謂道)이라고 정의했다. 천지만물의 근원인 태극의 양면성은 음양의 동정변화(動靜變化)로써 나타나는데, 그 나아가는 길이 곧 道이다.
道에 대한 개념 정의는 中庸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하늘이 명령한 것이 성품이고(天命之謂性), 그 성품을 따르는 것이 길이며(率性之謂道), 그 길을 닦아놓은 것이 가르침(修道之謂敎)이라고 하였다.
길과 관련된 글자로는 途와 塗 등이 있는데, 道가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의미로 쓰이는 반면 途는 주로 내 자신이 나아가는 길을 말하고, 塗는 진흙길로서 험난한 과정에 대한 뜻을 함축하고 있다.


109. 垂(드리울 수) : 土部

垂는 흙(土)에서 줄기를 벋은 식물의 가지에 열매가 매달려 아래로 축 늘어진 모양이다. 위가 臿(가래 삽, 찧을 삽)과 유사한데 이는 절구공이를 세워놓은 것처럼 줄기가 곧게 땅위로 뻗음을 말하고 좌우의 十은 열매를 상징한다.


110. 拱(꽂을 공, 두 손 맞잡을 공) : 扌(재방변, 手)部

拱은 손을 뜻하는  에다가 함께한다는 共(같이 공)을 보태어 인사할 때 두 손을 맞잡는 것이다. 또는 양 손을 모아 하나로 맞잡은 것으로 팔짱끼다는 뜻으로도 뜻인다.


111. 平(고를 평, 평평할 평) : 干部

平은 하늘의 운행법도를 가리키는 干(천간 간)에다가 나눔을 뜻하는 八을 더해서 하늘이 공정무사하여 만물에게 골고루 은택을 내려줌을 말한다.

[참고]
干은 一에 十을 더한 글자로 하늘이 하나로부터 열에 이르는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로 운행됨을 말한다. 또한 1은 비롯하는 수이고, 10은 마치는 수이므로 一 아래에 十을 놓아서, 하나(형이상)가 열(형이하)로 화하여 하늘의 一道에 의해 十方이 생성됨을 말하는 한편 삼라만상이 하늘에서 비롯되어 하늘로 돌아가 마침을 보여준다. 대개 몸을 보호하는 '방패 간', 남을 침범하는 '범할 간'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112. 章(빛날 장, 문장 장) : 立(설 립)部

章은 이른 새벽을 뜻하는 早에다 立을 더해, 새벽이 들어서서 밝은 하루가 시작되므로 밝다, 빛나다는 뜻이 나온다. 한편 章을 辛+日로 볼 수 있는데, 辛은 新(새 신)에 대한 의미가 있으므로 새로운 날, 즉 날이 새로워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또한 章은 音(소리 음)과 十이 합쳐진 글자이다. 十은 수를 대표하므로 많은 수를 뜻하며, 音은 글자가 읽혀지는 발음 즉 소리이므로 여러 글자들로 이루어진 문장에 대한 뜻이 있다.

 

[29] 愛育黎首하고 : 백성(黎首는 黎民으로 백성을 가리킴)을 사랑하고 기르니
[30] 臣伏戎羌이라 : (이민족인) 융과 강이 신하로 따른다

愛(사랑 애) 育(기를 육) 黎(검을 려) 首(머리 수)
臣(신하 신) 伏(엎드릴 복) 戎(오랑캐 융, 되 융) 羌(오랑캐 강)

[총설]

모여있는 많은 무리(군중, 백성)를 멀리 위에서 바라보면 단지 머리의 검은 부분만 보이므로, 백성을 가리켜 검은 머리를 뜻하는 黎首라고 일컫는다. 즉 愛育黎首는 검은 머리인 백성을 사랑해서 기른다는 말인데, 늙게 되면 모두 머리가 희어지지만 태어날 적에는 검은 머리를 받아서 나온다. 앞서의 垂拱平章과 더불어 이 글귀는 서경의 맨첫장인 요전(堯典)에 나오는 문장에서 취한 글귀이다. 옛적 요임금의 덕을 생각하며 지은 공자님의 말씀으로 다음과 같다.
'曰若稽古帝堯컨대 曰放勳이시니 欽明文思이 安安하시며 允恭克讓하사 光被四表하시며 格于上下하시니라. 克明峻德하사 以親九族하시고 九族이 旣睦하니 平章百姓하시고 百姓이 昭明하니 協和萬邦하사 黎民이 於變時雍하니라'(옛적 요임금을 상고하건대 지극한 공을 세우셨으니 공손하고 총명하고 우아하고 신중하시어 온유하셨고, 진실로 공손하고 사양하시며 빛을 온 세상에 펴시니 하늘과 땅에 이르렀다. 큰 덕을 밝히시어 구족을 친하게 하셨고, 구족을 화목하게 하시니 백성이 밝게 다스려졌고, 백성이 밝게 다스려지니 온 세상이 평화롭게 되었고, 백성들이(온천하가) 온 천하가 고루 화합하게 되었다.)
운을 달은 바깥짝인 臣伏戎羌은 백성을 사랑하면서 길러주니, 무지막지한 오랑캐인 이민족 융이나 강까지도 모두 와서 신하가 되겠다고 복종을 한다는 것이다. 대개 '南蠻北狄西戎東夷(남만북적서융동이)'라고 하는데, 만적융강이 모두 중국 변방의 서쪽 오랑캐를 말하지만 '戎羌'이라고만 해도 모두를 포함한다. 곧 선하고 어진 정치를 하는 인군 밑에 와서 다 신하로 엎드림을 말한다.
다시 말해 龍師火帝와 鳥官人皇으로부터 始制文字하고 乃服衣裳을 하고, 推位讓國을 한 有虞陶唐, 弔民伐罪를 한 周發殷湯이 坐朝問道를 하고 垂拱平章의 경지에서 愛育黎首를 하니 자연 臣伏戎羌에 이름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韻을 맞추어간 탁월한 문장의 펼침을 볼 수 있다. 千字文을 白首文이라고 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113. 愛(사랑 애) : 心(마음 심)部

愛의 윗부분은 受(받을 수)에서 又대신 心을 넣어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이고, 夊(천천히 걸을 쇠)를 받침으로 해서 오랫동안 귀여워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글자의 머리에 해당하는 爪(손톱 조)와 冖(덮을 멱)에는 손으로 어루만지고 얼싸안는 의미 그리고 받침에 속하는 夊에는 꾸준히 상대에게 마음이 따라가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로의 사랑은 진실로 나를 비우고 상대를 받아들임에 있다. 사랑과 관계된 대표적인 괘로는 서로를 느끼고 교감·교통하는 澤山咸괘를 들 수 있는데 그 大象에도 '虛(허)로 受人하라'고 하였다.


114. 育(기를 육) : 肉(고기 육)部

育은 充(가득할 충, 채울 충)에서 儿(어진 사람 인, 걸을 인)을 빼고, 몸의 살을 뜻하는 肉(月 : 육달월)을 더한 글자로 살이 통통하게 올라 몸이 다 자랄 때까지 충실히 기르는 것을 말한다. 본래는 열달 동안 어린 생명을 충실히 기르는 뜻으로 대개 몸을 기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흔히 三育이라 함은 德育·體育·智育 즉 덕·체·지 세 가지를 기르는 것을 말한다.
굳이 月(달 월)과 관련지어 보면 달이 초생(初生) 즉 초생달로부터 보름달(滿月)로 커져 가득차는 과정이 育에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充은 어린 생명(亠→人의 변형)이 모태인 자궁(厶) 속에서 완전히 다 자라(一) 밖으로 배출되어(l) 나오는 것으로 만삭(滿朔)에 대한 의미가 있다.


115. 黎(검을 려) : 黍(기장 서)部

黎는 漆(옻 칠)에서 따 온 글자로서 '칠흑(漆黑)같다'는 말처럼 검은색을 의미한다. 옻칠을 하면 검은 빛이 반짝반짝 광(윤)이 나는 데다가 기장(黍 : 기장 서)의 까끄라기가 어두운 밤중에 빛나는 데에서 '동트다'는 뜻도 가진다. '여명(黎明)'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黎는 黍를 부수로 하지만, 글자 머릿부분이 利(이로울 리)를 변형한 것으로 본다. 음 또한 利에서 취한 것이다. 글자의 받침인 水는 오행방위상으로 북방에 속하므로 검은색을 의미한다. 四神圖에서도 북방을 주관하는 神獸(신수)는 玄武이다.
黍는 禾(벼 화)에다 入(들 입)과 水를 더해서, 물을 부어 술을 빚는데 가장 좋은 벼과(禾) 식물인 기장을 뜻한다.


116. 首(머리 수) : 首部

首는 부수 자체로 쓰며 신체 상부에 해당하는 머리를 뜻한다. 머리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몸이 따라 움직이므로 가장 중요한 곳이 머리이다. 그러므로 으뜸, 우두머리 등을 首로 표현한다.
首는 頁(머리 혈)의 받침인 八을 빼어 맨 위에 올려놓은 형태로 머리에 난 머릿털을 나타내고 있다. 아래의 自(스스로 자, ∼로부터 자)는 본래 사람의 코를 본뜬 글자로서, 코는 얼굴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데다 가장 긴요한 생명 활동인 호흡을 하는 기관이므로 자기 자신을 대표한다.
또한 생명의 시작과 삶이 자연적인 호흡 활동에서 비롯하는 데에서 自에는 '스스로 비롯되다' 또는 전치사의 하나인 '∼로부터' 등으로 쓰인다.
首에는 하나가 둘을 낳는 一生二法의 자연적 이치를 뜻한다. 太極生兩儀, 즉 태극 하나가 한번 動하고 한번 靜하여 陽과 陰을 낳은 것이 일생이법이므로 首는 다름 아닌 태극의 道를 가리킨다. 삼라만상이 태극을 머리로 삼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117. 臣(신하 신) : 臣部

臣은 임금을 도와 정사를 의논하고 백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벼슬아치를 말한다.
臣은 흔히 임금 앞에서 몸을 삼가 끓고 있는 모습을 취한 것으로 보지만 巨(클 거)와 연계하여 살피면 사사로운 小事가 아닌 국가의 大事를 받치는 동량(棟樑, 기둥 : 巨자의 상하에 l(기둥)을 받치면 臣이 됨)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직각자(또는 자막대기)를 뜻하는 巨가 '장인 工'部에 있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막대기를 가지고 제도를 해야 하므로, 나라의 정사를 도모하고 기획하는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도 천하를 평치하는 도를 '혈구지도(絜矩之道)라고 하였다.


118. 伏(엎드릴 복) : 人部

伏은 人과 犬(개 견)을 합친 글자로 개와 주인 사이의 상호 주종관계를 보여준다. 개가 항시 주인 곁을 떠나지 않고 엎드려 있는 데에서, 주인에게 충실한 개와 같이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에게 항시 겸손하고 충직하게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119. 戎(오랑캐 융, 되 융, 군사 융) : 戈(창 과)部

戎은 戈에다 十을 더해서 열 사람이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므로, 창을 든 많은 사람 즉 군사를 의미한다. 중국 서쪽 변경의 이민족이 창을 잘 쓰는 데다 군사를 일으켜 자주 국경을 침범하였던 데에서 변방 민족의 명칭(되)이기도 하다. 十 대신에 卄(스물 입)을 넣으면 경계한다는 戒가 된다.
* 戊(다섯째 천간 무)  (도끼 월) 戍(지킬 수, 수자리 수) 戌(개 술, 열한째지지 술) 戒(경계할 계) 成(이룰 성)


120. 羌(오랑캐 강) : 羊(양 양)部

羌은 본래 戎과 마찬가지로 중국 서쪽 변경에 사는 이민족인데, 羊과 儿
의 모양에서 볼 수 있듯이 양을 치는 유목민들을 가리킨다.
* 佯(거짓 양)

[31] 遐邇壹體(하이일체)하고 : 멀고 가까운 곳의 모든 이들이 한 몸이 되어 가지고
[32] 率賓歸王(솔빈귀왕)이라 : (식솔을) 거느리고 손님이 되어 임금에게 돌아가느리라

遐(멀 하) 邇(가까울 이) 壹(한 일) 體(몸 체)
率(거느릴 솔, 따를 솔) 賓(손 빈) 歸(돌아갈 귀) 王(임금 왕)

[총설]

앞 구절인 愛育黎首와 臣服戎羌에서 옛적의 성군들이 천하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함에 따라서 변방의 이민족들까지 다 신하로 복종한다고 하였으므로, 모두 한 몸이 되어 사해일가를 이루며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성군을 찾아오는 손님이 된다는 구체적 내용으로 뒷구절을 잇고 있다.
遐邇는 곧 遠近을 말하는데, 흔히 쓰는 단어는 遠近이고, 遐邇는 천자문에서나 나오는 단어로 문자로써만 쓴다. 안짝인 하이일체는 오랑캐들이 다 와서 신하로 복속하니까 중원땅에서 먼 데나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온천하가 일체됨을 말하는 것이다.
率賓은 자기 집안의 가솔을 모두 이끌고 옴을 뜻하는데, '손'이라 함은 봉건국가 시대에 다른 제후국에서 이쪽 제후국으로 옮겨오는 것, 또는 임금에게 찾아와 벼슬하는 것을 이른다. 歸王은 마치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이 왕에게 귀향(귀순)하는 것으로, 바깥짝인 '率賓歸王'은 모든 이들이 식솔(식구)을 거느린 채 임금의 손님이 되고자 임금에게 돌아옴을 뜻한다. 중화일체의 국가관을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다.


121. 遐(멀 하) : 辶(辵)部

遐는 '빌 가(叚)'에 책받침(辶)을 하여, 없는 연장이나 도구를 빌리러 멀리까지 가야 하는 데에서 '멀다'는 뜻이 된다. 叚의 오른편은 양손(又+又)을 형상하고 왼편은 연장의 모습이므로 양손에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연장만 들고 있어서, 남에게 경작할 논밭을 빌어야 한다는 뜻이지만 빌린 물건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므로 가짜 즉 '거짓'이라는 뜻도 있다. 거짓이라고 할 때는 주로 假를 쓴다.
* 霞(놀 하) 蝦(새우 하) 瑕(티 하) 暇(겨를 가)  (빌 가) 假(거짓 가)


122. 邇(가까울 이) : 辶(辵)部

邇는 '너 이(爾)'에 책받침(辶)을 하여, 바로 앞에 있는 상대(너)를 직접 가리킬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는 데에서 '가깝다'는 뜻이 된다. 爾(너 이)처럼 상대를 지칭하는 글자로는 汝(너 여)와 而(너 이)를 들 수 있다.
爾의 글자 형태는 帀(두루 잡)에다 아래의 좌우로 爻(사귈 효, 효 효)를 거듭하고 두 팔을 뜻하는 八을 더하였는데, 두 팔을 둘러 상대방을 껴안을 만큼 가까이 사귀는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사이라면 맞대놓고 직접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爾의 아래를 촘촘한 그물(网: 그물 망)의 형태로 보면, 양손에 든 그물을 던져 물고기나 사냥감을 포획하는 것인데 이처럼 거리가 아주 가깝다는 뜻에서 '상대방(너)'을 가리키기도 한다. 邇와 유사한 彌(두루 미)도 帀에서 그 글자 뜻이 나온다.
遐가 물건을 빌리러 멀리까지 가는 것이라면, 邇(가까울 이)는 손에 든 그물로 직접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123. 壹(한 일) : 士(선비 사)部

壹은 술병의 뚜껑과 그릇 모양을 본뜬 壺(병 호, 단지 호)에서 나온 글자이다. 아래의 豆(제기 두, 콩 두)는 옛날 제사나 의식에 쓰이던 굽 높은 그릇(또는 잔대)인데, 古字로는 이 豆가 吉(길할 길)로 되어 있으므로 길한 것을 병 속에 잘 넣어둔다는 뜻이다. 오직 길한 마음을 속에 품고 있다는 뜻에서 '오로지', '오직'의 뜻을 나타내며, 한결같다는 면에서 나중에 '한 일'로 그 뜻이 전용되었다고 한다.
豆는 본래 '콩 두'인데 굽 높은 그릇과 그 모양이 같아 '제기 두'로 쓰인 것으로 보여진다. 관련된 글자로는 登(오를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 제기를 들고 제단 위에 걸어 올라가(癶: 걸을 발) 제물을 올린다는 뜻이다. 登과 祭 두 글자를 혼용한 豋(제기 이름 등)이 있다.
* 壺(병 호, 단지 호)  (대궐 안길 곤, 문지방 곤)


124. 體(몸 체) : 骨(뼈 골)部

體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 즉 몸의 형태를 말한다. 몸을 뜻하는 글자로는 躬(몸 궁 = 躳) 己(몸 기) 身(몸 신) 등을 들 수 있다. 己는 몸을 굽혀 웅크린 형상이고, 身은 몸을 편 형상이며, 躳은 등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형상이다. 躬을 躳으로 쓰기도 하는데, 呂(음률 려, 등뼈 려)는 신체의 등뼈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주로 남(人)과 상대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는 己라 하고, 허리를 펴서 밖으로 활동하는 의미로는 身(申의 半字)을 쓴다. 이를 아우르는 것이 躬(躳)인데, 등허리를 활과 같이 둥글게 굽혔다(弓) 폈다(身)하면서 屈伸(굴신) 작용을 하는 몸을 가리킨다.
體는 뼈를 뜻하는 骨에다 豊(풍대할 풍)을 보탠 글자로, 골격에 살이 넉넉히 붙어 있어 풍대한 몸을 이룬다는 뜻이다. 본래 豊(= 豐: 풍년 풍, 풍대할 풍)은 禮(예도 례)의 古字로서 가지런히 켜놓은 제물이 山처럼 높이 쌓여서 제기(豆) 위에 그득한(丰 + 丰) 상태를 나타낸다. 丰은 生과 통하는 글자로서 뿌리가 튼튼히 내린(ㅣ) 모습이며,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나 가지도 무성하기 마련이므로 풀이 무성하다, 예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의 음이 '봉' 또는 '풍'인 데에서 豐의 음이 나온다.
사람의 언행이나 몸가짐에 있어서 예절은 그 본체가 되기에 禮는 곧 體라고 할 수 있다. 몸에 관절이 없으면 수족을 올바로 쓸 수 없고, 예에 절도가 없으면 행동거지를 올바로 할 수 없는 것이다(禮는 體也라)

[易解]
豐( )은 주역의 55번째 나온는 괘명이다. 풍괘는 明以動 즉 밝음(內明)으로써 움직이는(外動) 괘덕을 갖추고 있는데, 禮란 사람의 근본 도리를 밝혀(內本) 밖으로 행동해나가는(外末)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괘사에도 宜日中(대낮처럼 밝게 행동하는 것이 마땅함)이라고 하였다.
공자는 河圖(하도)의 1에서 10까지를 모두 더한 55를 천지의 수로 정의하는 한편 '이로써 모든 변화를 이루고 귀신을 행하는 바라'고 말씀하셨는데(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이니 天數ㅣ五오 地數ㅣ五ㅣ니 五位相得하며 而各有合하니 天數ㅣ 二十有五ㅣ오 地數ㅣ 三十이라. 凡天地之數ㅣ 五十有五ㅣ니 此ㅣ 所以成變化하며 而行鬼神也ㅣ라) 이는 55가 천지의 體(骨+豊)가 됨을 보여준다. 마침 풍괘의 괘서도 55번째 놓여 있으니, 豐이 곧 體가 되고 禮가 됨을 보여주는 은미한 실마리이다. 천지는 하도의 열 가지 수를 바탕으로 음양오행의 조화를 만물에 베풀고(干 : 천간 간, 주장할 간), 사람은 이에 의해 건순오상(健順五常 : 건순은 천지음양을 본받은 남녀의 굳건하고 유순한 덕성을 말하고 오상은 수화목금토 오행에 의한 사람의 다섯 가지 떳떳한 덕인 인의예지신을 가리킴)의 성품을 부여받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과 기질로 인해 천부지성(天賦之性)이 더럽혀지기에 이를 되찾기 위해서는 삿된 마음을 버리고 克己하여 본성의 순연함을 되찾아야 한다(士 : 선비 사). 논어에 안자(顔子)가 仁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자기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과 기질을 극복해서 예로 회복하는 것이 인을 행하는 것이다(克己復禮ㅣ爲仁)"라고 답하셨는데, 1로부터 10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바로 禮(豐)를 이행(履行)하는 순차가 되고 그 총합인 55로써 예의 실체(實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겠다.
1에서 10에 나아가는 점진적 과정이 士의 진덕수업(進德修業 : 덕을 쌓는데 힘쓰고 업을 닦는데 노력함)이라면 천지의 수인 55를 완전 이룬 경지는 大人의 天人合一에 비견된다.
공자께서 乾卦文言傳에서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ㅣ며 況於鬼神乎ㅣ여(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해와 달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하고 흉함을 합해서, 하늘보다 앞서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아니하며, 하늘을 뒤 해도 하늘을 받드나니, 하늘이 또한 어기지 아니하곤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랴!)"라고 대인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 글자수도 마침 55자이다.
한편 豐에서 豈(어찌 기)를 빼면 글자 형태가 좌우로 겹친 모습이므로 30이 거듭한 60이 나온다. 주역 60번째 괘가 水澤節이므로 예의 범절, 몸의 관절 등의 뜻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풍괘를 살피면 내괘의 이허중(離虛中 : )은 남방화로서 禮를 대표하고 외괘인 진하련(震下連 : )은 동방목으로서 仁을 대표하므로, 안으로 밝게 예를 회복함으로써(內離→復禮) 밖으로 仁을 행해나가는(外震→爲仁) 괘상이기도 하다.


125. 率(거느릴 솔, 따를 솔, 비율 률) : 玄部

率의 위는 아득한 하늘의 빛을 뜻하는 玄(검을 현)이고 아래는 모든 무리를 뜻하는 十(열 십)이며 좌우는 나래를 펼쳐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玄은 우두머리를 뜻하고 아래의 十은 따르는 무리(家率, 食率)를 뜻하므로, 우두머리 새를 따라 모든 새들이 질서정연히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또한 질서있게 統率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법도(척도)가 있어야 하는 데에서 비율의 뜻으로 전용되어 쓰인다.
'거느릴 率'과 같은 의미로 쓰는 글자로는 帥(거느릴 솔, 장수 수)가 있다. 대학에 "堯舜이 帥天下以仁하신대 而民이 從之하고"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때 '帥'자를 '솔'로 읽는다.


126. 賓(손 빈) : 宀部

賓은 집을 뜻하는 '집 면(宀)에다 중간에 일정 분량을 뜻하는 一+少를 더하고 재물을 뜻하는 '貝'를 더해서 손님이 오면 재물을 조금 덜어(나눠) 접대해야 한다는 뜻에서 손님이라는 뜻이 나온다.
* 貧(가난할 빈)


127. 歸(돌아갈 귀, 시집갈 귀) : 止(그칠 지)部

歸는 본래 자기 처소 또는 제 갈 길로 돌아간다(돌아온다)는 뜻이다. 婦(지어미 부, 며느리 부)와도 연관되는데, 여자가 돌아가야 할 곳이 시집이라는 뜻에서 歸에는 시집간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歸의 원래 古字는 止옆에 帚(비 추)를 더한 형태였으나, 후대에 들어와서 변형되었다. 帚는 헝겊(巾 : 수건 건)을 손(彐: 돼지해머리 계, 又의 변형)에 들고 일정 경계(冂: 멀 경)를 닦는다는 뜻이었다가 나중에 깨끗이 쓸어내는 비의 의미로 전용되었다. 부수인 '그칠 止'는 발의 모습 또는 초목의 뿌리를 본뜬 글자로 보는데, 그치다보면 쌓이게 되므로 언덕을 뜻하는 阜(부)를 보탠 것이다. 결국 歸는 모든 것을 비로 깨끗이 쓸어내 버리고(一掃 : 일소) 본연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친다(머무른다)는 뜻이다. 도연명(陶淵明)도 속세를 떠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읊었다.
주역의 64괘명중에 歸를 내포한 것은 누이를 시집보내는 괘인 雷澤歸妹가 유일하다. 歸妹( )는 아래에 있는 소녀(신부 : )가 위에 있는 장남(신랑 : )을 따라 친정에서 시집으로 신행(新行)을 떠나는 괘상인데, 이 신행을 于歸(우귀)라고 한다. 歸에 시집가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돌아간다는 측면에서는 歸妹괘와 더불어 復괘가 있다. 復(돌아올 복, 다시 부)이 잃어버린 본성의 밝음을 되찾는 것이라면 歸妹는 친정에서 婦道를 읽히고 賢德을 쌓은 뒤에 마침내 시집가서 여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양이 다시 始生하는 것이 復괘이고, 여자가 친정에서의 삶을 마치고 시집가서 새로운 인생을 始作하는 것이 歸妹괘이므로 다같이 終則有時(마치게 되면 비롯함이 있음)하는 측면이 있다.(歸妹는 人之終始也라)


128. 王(임금 왕) : 玉(구슬 옥)部

王은 가로 세 획을 그어 세 개의 옥돌을 나타내고 세로 한 획을 그어 옥줄로 꿴 끈을 나타내므로, 佩玉(패옥)을 형상한 글자라고 한다. 玉은 사물을 칭찬하거나 귀하게 여김을 나타내는 미칭(美稱)인데, 이러한 훌륭함과 귀중함을 고귀한 지위에 있는 왕에다 견준 것이라 하겠다.
한자에 王이 들어 있을 경우는 玉으로 쓰일 때가 많으며, 王도 그 부수가 玉이다. 예를 들면 現, 理, 寶 등이 있는데 '임금 왕변'이라고 하지 말고 '구슬 옥변'이라고 불러야 바른 호칭이다.
왕을 天地人 三才를 뜻하는 三과 이를 하나로 꿴 ㅣ으로 보면 삼재의 덕을 한 몸에 갖춘 이어야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나온다. 위로는 하늘의 굳건함과 아래로는 땅의 후중함을 아울러 갖추고 중간으로는 사람의 인의중정을 다하는 사람이라야 왕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33] 鳴鳳在樹하고 : 우는 봉황새는 나무에 있고(깃들고)
[34] 白駒食場이라 : 흰 망아지는 마당에서 풀을 뜯어먹는다

鳴(울 명) 鳳(봉새 봉) 在(있을 재) 樹(나무 수)
白(흰 백) 駒(망아지 구) 食(먹을 식) 場(마당 장)

[총설]

앞 구절의 遐邇壹體와 率賓歸王 즉 멀고 가까운 곳의 모든 이들이 한 몸이 되어 자기 식솔들을 데리고 성군을 찾아오는 손님이 된다는 내용에 이어, 성인의 태평성대에 나타난다는 봉황새가 나무에 앉아 즐거이 울고, 마당에는 깨끗한 흰 망아지가 태연히 풀 뜯는 한가로운 정경을 읊고 있다.
옛날 舜임금이 음악을 연주하자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추었고, 문왕의 탄생시에 기산(岐山)에 봉황이 나와 울었다고 전하는데, 그 성질이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非梧桐不棲)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非竹實不食) 한다. 여기서의 樹는 오동나무를 가리키는데 唐本에는 '竹'으로 되어 있다. 성인이 출현하면 세상에 자취를 나타낸다고 하는 상서로운 瑞鳥로 먼저 봉황을 앞세우며, 鳳은 수컷이고 凰은 암컷이다. 남방에 속한 신령한 새로 일컫는 朱雀도 봉황의 일종이다.
鳴鳳在樹나 白驅食場, 두 구절은 모두 시경에서 따온 글들이다.
시경 大雅편의 "鳳凰鳴矣(봉황명의)니 于彼高岡(우피고강)이로다 梧桐生矣(오동생의)니 于彼朝陽(우피조양)이로다(봉황새가 저 산등성이에서 우네 / 오동나무가 산 동쪽 기슭에서 자라네)"에서 鳴鳳在樹를, 小雅편의 "皎皎白駒(교교백구)이 食我場苗(식아장묘)라 하여 縶之維之(집지유지)하여 以永今朝(이영금조)하여 所謂伊人(소위윤인)이 於焉逍遙(어언소요)케 하리라(하얀 망아지가 내 밭의 싹을 먹었다 하여 / 붙잡아 이 아침 다가도록 매어두어 / 바로 저 사람이 이곳에서 노닐도록 하리라)"에서 白驅食場을 따와 현인이 찾아와 머문다는 의미로 나라의 평화로움을 상징한 내용이다.


129. 鳴(울 명) : 口(입 구)部

鳴은 口에 鳥를 더하여 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저귀고 있는 것에서 운다는 뜻이 된다.
* 嗚(탄식할 오)


130. 鳳(봉새 봉) : 鳥部

鳳은 '무릇 凡'에다 '새 鳥'를 더한 글자로, 봉황이 세상에 나오면 뭇새들이 모두 모여들어 따르므로 새 중에서 으뜸이라는 뜻이다. 암컷인 凰에도 으뜸이라는 의미의 皇(임금 황)이 내포되어 있다.

[참고]
凡은 책상 따위의 기대앉는 상을 본뜬 '책상 궤'에다 하나로 똘똘 뭉쳐지는 뜻인'점 주(丶)'를 더한 글자로서, 흩어진 물건을 틀 속에다 넣어 하나로 뭉뚱그린다는 데에서 무릇 또는 모두의 뜻으로 쓰인다.
한편으로는 凡을 바람(風)을 안고 있는 돛의 모양에서 나온 글자로 풀이하는데, 바람과 돛이 하나로 뭉뚱그려졌다는 데에서 '무릇'의 뜻이 나온다. 배를 물 위에 띄우는 汎(뜰 범)에 이러한 의미가 잘 나타난다.


131. 在(있을 재) : 土部

在는 만물이 천지간에서 생명활동을 영위하며 實在함을 가리킨다.
在는 才(바탕 재)에다 土를 더하여 흙 속에서 새로운 싹이 움터나와 생명이 존재하고 있음을 뜻하고 才에서 발음을 취한 것이다. 存(있을 존)은 천지의 음양 기운이 교통함으로써 모든 생명의 씨앗(子)이 생성된다는 뜻이다. 在가 객관적이고 외면적인 측면이라면 存은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측면이 있다.

[참고]
才는 땅 속에서 돋는 싹의 모습을 본뜬 글자인데 在의 글자 형태에 나타나듯이 천지음양의 사귐(乂 : 사귈 예)으로 인해서 만물이 나옴(丿: 삐칠 별)을 말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세 가지 바탕(재질)을 天地人 三才 즉 天才 地才 人才로 대표한다.
孔子는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힘에 있으며 백성을 사랑해서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히 착함에 그침에 있다(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民하며 在止於至善이니라)"고 말씀하였다. 대학의 도를 三綱領으로써 풀이한 문장 속에는 三才의 도에 근거한 三在가 있는데, 밝은 하늘의 도에 바탕한 在明明德, 두터운 땅의 도에 바탕한 在親民,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의 도리에 바탕한 在止於至善이 그것이다.
주역의 乾卦 육효의 효사에서도 하늘자리(五位, 上位)에 속한 九五의 飛龍在天, 땅자리(初位, 二位)에 속한 九二의 見龍在田, 사람자리(三位, 四位)에 속한 九四의 或躍在淵에서 이 三才가 은연중 암시되어 있다. 易이 陰陽學인 동시에 그것이 三才之道인 것이 여기에서도 입증된다.
만물의 생성 변화는 水火木金土 五行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 행해지는데, 土로써 오행이 완성되고 이 土가 사방의 수화목금을 거느리는 주체로서 오행의 중심이 된다. 앞서는 수인 생수(1 2 3 4 5)는 天道에 상응하고 뒤따르는 수인 성수(6 7 8 9 10)는 地道에 상응하며 이 천도의 생수와 지도의 성수가 서로 배합한 결과 비로소 오행이 생성되니 곧 人道(만물)에 상응한다. 생수와 성수의 끝인 五와 十이 배합하여 생성하는 것이 바로 土이므로 곧 天地人 삼재의 도가 궁극적으로 완성됨을 의미한다. 在가 土部에 속한 까닭도 이렇게 삼재에 관련지어 볼 수 있다.


132. 樹(나무 수) : 木部

樹는 木에다 '세울 주(尌)'를 합친 글자로서 줄기가 곧게 세워져서 위로 뻗어 올라가는 나무를 뜻한다. 尌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손(寸 : 마디 촌, 헤아릴 촌)으로 壴(악기이름 주)를 곧추 세운다는 뜻에서 바로 세움을 말한다.
세운다는 의미로 쓰이는 유사한 글자로 竪(세울 수, 豎의 俗字)가 있으니 똑바로 세워놓는 것을 竪立 또는 樹立이라고 한다.
樹에서 壴를 뺀 村(마을 촌)은 나무를 심어놓은 사이로 질서정연히(寸) 집들이 늘어선 마을을 뜻한다. 마을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防風用으로 나무를 잘 심어놓아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133. 白(흰 백, 말씀 백) : 白部

白은 본래 丶에다 日을 더했으므로 햇살 즉 해의 빛살을 가리킨다. 해가 비치면 만물의 본래 모습이 환히 밝혀지므로 모든 색의 바탕으로 흰색을 삼는데, 紅靑黃은 삼원색으로 천지인을 상징한다. 色을 '빛 색'이라고 하는 데에서 모든 색의 바탕이 모두 햇빛(白)에서 연유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맏이가 되는 우두머리를 伯이라고 쓰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주야의 관계로는 대낮의 환하고 밝음을 白이라 하고 본색이 드러나는 가을철(西方)의 색을 또한 白으로써 일컫는다. 한낮을 白日中天이라 하고, 한낮에 시험보는 것을 白日場이라 하며, 서방을 白軍 또는 白虎로 부르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白書는 어떤 사건에 관계된 모든 내용을 明白히 조사하여 밝힌 글을 말하는데, 속마음을 횐히 밝혀 말한다는 측면에서는 '사뢸 백, 말씀 백'이 된다.


134. 駒(망아지 구) : 馬(말 마)部

駒는 馬에다 句(구절 구)를 보태서 짧은 글귀처럼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망아지, 곧 태어난 지 두 살 미만의 어린 말을 뜻한다. 句 바깥의  (쌀 포, 包)는 본래 어미의 품속을 의미하니 아직 강보에 쌓인 때이다.


135. 食(밥 식, 먹을 식, 밥 사) : 食部

食은 人에 良(어질 량, 좋을 량)을 더한 글자로 사람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음식인 밥을 뜻한다. 한편 亼(모을 집)과 艮(동북 간, 그칠 간)이 합쳐진 글자로 보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일가족 즉 食口에 대한 뜻이 있다. 음식이란 모름지기 독식하지 말고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하는 것이다.

[참고]
良은 본래 방위적으로는 해가 돋아나오는 뿌리에 해당하고 시간적으로는 새벽에 해당하는 곳인 동북방(艮)에 환히 햇살(丶)이 비쳐와서 마침내 밝고 좋아진다는 뜻이다. 햇살 대신 丶(점 주)로 간주하면 艮土에 씨가 뿌리내림을 가리키니, 역시 밝은 생명이 뿌리박고 나와서 귀중하고 좋다는 의미이다.
공자께서 "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비롯하는 데가 동북인 간방보다 성한 곳이 없다(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하루가 끝나고 새로운 날이 열리려면 새벽이 와야 하듯이 천도의 終始 즉 선천을 마치고 후천을 여는 관문(太極)이 바로 간방임을 밝힌 비결이다.
주역의 艮卦( )는 산의 모습이고 두터이 그치는 괘상이다. 산을 거듭한 글자를 出로 보는데, 하늘인 乾卦의 단전에는 "머리가 물건들에서 나온다(首出庶物)"고 하였다. 머리가 나오는 것이나 뿌리가 내려 싹트는 이치와 매한가지이다. 艮과 직결된 대표적인 글자로 根(뿌리 근)을 들 수 있는데, 만물은 뿌리로부터 나와 다시 뿌리로 돌아간다. 이를 歸根(귀근) 또는 原始反本(처음에 바탕하여 근본으로 돌아감)이라고 하니 始와 終이 如一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亼과 艮이 합쳐진 食에는 태극(仁 : 어질 인)에 해당하는 간방에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天下歸仁(천하가 仁으로 돌아옴)이나 回歸有極(중심인 皇極이 세운 유극으로 회귀함 : 홍범의 '皇이 建其有極')도 이와 같은 뜻이다.


136. 場(마당 장) : 土部

場은 陽을 줄인 형태로서 같은 뜻으로 쓰이는 昜에다 土를 더해서 볕드는 곳인 마당을 말한다. 昜은 지표(一)밑에 달(勿 : 말 물, 달을 본뜬 月의 변형된 모습)이 숨어 있고 위로 해(日 : 날 일)가 떠오르는 모습으로서 밝은 낮의 볕을 상징한다. 본래는 昜으로써 볕을 뜻하지만 지금은 쓰지 않고 陽으로 쓴다. 陰(그늘 음)도 마찬가지이다.

[35] 化被草木하고 : 덕화가 초목에까지 입혀지고
[36] 賴及萬方이라 : 그 힘입음이 만방(온 천하)에까지 미치느니라

化(될 화) 被(입을 피) 草(풀 초) 木(나무 목)
賴(힘입을 뢰) 及(미칠 급) 萬(일만 만) 方(모 방)

[총설]

앞에서 이른 鳴鳳在樹, 白駒食場의 구절을 연계한 것으로 성인(성군)의 덕화가 이름모를 풀과 나무까지도 입혀지고 온 세상이 그 덕화에 힘입지 않음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化被라는 것은 감화된다, 덕화를 입는다, 교화를 입는다는 말처럼 모두가 그대로 잘 따른다는 뜻이다. 성인의 德化가 초목에까지 입혀진다는 것은 초목들까지도 무성하게 잘 자란다는 말인데, 정치를 잘못하는 나라를 보면 첫째로 治山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독산(禿山) 즉 민둥산이 되어 산이 모두 사람 머리 벗어지둣 다 헐벗겨진다. 그러나 정치를 잘하는 나라는 治山을 잘하여 수목이 울창하므로 공기가 맑고 풍경이 아름답다. 이렇게 성스러운 인군이 정치를 잘하면 그 덕화가 단지 사람에게만 입혀지는 것이 아니라 초목금수(草木禽獸)의 미물에까지 입혀진다.
주역의 風澤中孚괘에도 '信及豚魚(신급돈어)'라고 하여 中孚(속으로 미덥게 믿음)한 믿음이 豚魚(돈어) 즉 돼지나 물고기까지 미치게 된다고 하였다.
賴及이란 덕화에 힘입음이 만방에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化被草木은 안짝이고 賴及萬方은 바깥짝인데 韻字는 이응받침의 운인 方이다.
앞의 구절들과 묶어 풀이해보면 정치를 잘하니까 먼데나 가까운 곳이나 막론하고 다 한 몸을 이루는 遐邇壹體,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임금의 손이 되고자 찾아오는 率賓歸王, 길조인 봉황새가 여기저기 나무 위에서 즐겁게 울고 있는 鳴鳳在樹, 깨끗한 흰 망아지들이 모두 마당에서 즐겁게 풀을 뜯고 있는 白駒食場, 나아가 성군의 덕화가 초목까지도 입게 되어 무성하고 울창하게 자라는 化被草木, 그 힘입음이 천하만방에까지도 미치게 되었다는 賴及萬方까지 한 흐름이다.


137. 化(될 화) : 匕(비수 비, 숟가락 시)部

化는 본래 만물의 성숙과 결실을 의미하니 사람으로서는 덕과 연륜이 높이 쌓인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또는 참된 본성을 깨달아 신선(眞人)과 같이 화함을 이르며, 웃사람이 덕으로써 선도하여 훌륭한 풍속, 습관을 만드는 것에서도 화하다, 되다의 뜻이 나온다.
化의 왼편은 '사람 人'이고 오른편은 '숟가락 匕'로서 사람이 늙어 숟가락의 등이 굽은 것처럼 등허리가 휘어 굽어진 모습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임과 같이 匕에는 성숙한 결실 내지 완성과 종결 등의 뜻이 있으며, 이러한 의미로 쓰인 글자로 老(늙을 로), 眞(참 진), 北(북녘 북) 등을 들 수 있다.
대개 字典에서는 匕를 비로 읽고 있는데, 비수(匕首, 날이 썩 날카롭고 짧은 칼)의 뜻으로 쓸 때에는 '비', 숟가락의 뜻으로 쓸 때에는 '시'로 읽는 것이 타당하리라 여겨진다. 통상 숟가락을 말할 때에는 匙(숟가락 시)를 주로 쓴다.
주역의 震괘는 집안의 법도를 계승하고 주관하는 祭主인 장자(장남)을 가리키는데, 그 괘사에 不喪匕鬯(불상시창)이라고 하였다. 시창은 제사에 관련된 용어로 匕는 제사 그릇에 놓는 숟가락, 鬯(울창주 창)은 제사지낼 때 신이 내리는 降神酒로 사용하였던 울금향의 향기로운 술을 가리키므로 곧 제주를 상징한다. 하느님께서는 정성을 다해 천지와 조상에 제사지내는 제주는 아무리 어려운 환란의 때라도 도와주고 보호하여 결코 상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다.
주역의 계사전에는 "화해서 마름질함을 변이라고 이른다(化而裁之 謂之變)"고 하였다. 또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이 도이다(一陰一陽之謂道)"고 하였는데, 이는 태극의 도가 음양으로 변화(變化)함을 말한다. 즉 양이 되어나가는 과정은 變이고, 음이 되어나가는 과정은 化로서 양이 늘어나는 오전(선천)의 때는 變이 되고 음이 늘어나는 오후(후천)의 때는 化가 된다. 이 化는 다시 變을 낳아 끝없이 순환하니, 만물의 생성법도가 모두 음양변화에 따르는 것이다.
음양의 변화를 陰變陽化(음변양화)라고도 하는데, 음이 극하면 양으로 변하고 양이 극하면 음으로 화함을 말한다.


138. 被(입을 피) : 衤(衣 : 옷 의)部

被는 '옷 衣'에 '가죽 皮(피)'를 더해서 짐승의 가죽을 벗겨 몸에 걸친 갖옷을 의미한다. 衣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모습과 유사하다. 裳(치마 상)이 아랫도리를 지칭한다면 衣는 윗도리를 가리킨다.
皮는 손으로 짐승의 가죽에 난 털들을 뽑는 모습으로 보는데, 가죽털을 손보아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서 皮革이란 단어가 나왔다. 革(가죽 혁, 고칠 혁, 바꿀 혁)도 皮와 마찬가지로 가죽에 난 털을 하나하나 뽑아 옷으로 고쳐 만드는 뜻으로 보지만, 皮보다는 정교한 과정을 거친 갖옷을 말한다. 革에서 더 나아가 잘 무두질한 가죽을 韋라고 이르니, 공자께서 만년에 주역을 탐독하였으므로 가죽끈으로 엮어맨 주역책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韋編三絶(위편삼절)이 故事로 전해온다.


139. 草(풀 초) : 艹(艸)部

草의 윗부분은 부수로서 艸를 줄인 형태이고 그 아래의 '일찍 早'에서 음을 취하였다. 艸는 움푹 패인 구덩이(凵: 입벌릴 감) 속에서 싹(ㅣ)이 나오는  (싹날 철)을 거듭 놓은 형태이고 早(일찍 조, 새벽 조)는 日과 甲이 합쳐진 글자이다. 甲이 동방(甲乙木)에 속하므로 早는 해뜨기 전인 이른 아침(새벽)을 뜻한다. 그러므로 막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되는 연약한 생명을 草로 표현하기도 한다. 草創期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음과 뜻이 통하는 글자로는 初(마름질할 초, 처음 초)를 들 수 있다.
草와 상대적인 글자로 革이 있다. 革은 본래 가죽에서 털을 뽑아 옷으로 고쳐 만든다는 뜻이지만 봄철에는 풀들이 부드러운 상태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단단하고 굳세게 바뀌게 됨을 상징하는 듯하다.


140. 木(나무 목) : 木部

木은 뿌리를 아래로 뻗고 줄기로부터 가지쳐 나오는 나무를 본뜬 글자로서 대표적인 상형문자이다. 木은 草보다는 줄기나 가지가 크고 굳세며 상대적으로 단단한 나무를 말한다. 봄에는 초목이 자라는 때이므로 봄철을 목왕지절(木旺之節)이라고 한다.
木은 수리적으로 三八에 해당한다. 오행의 생성순서는 수화목금토이지만 춘하추동 사시의 머리가 봄이고 동서남북 사방의 머리가 해뜨는 동방이므로 인사적 관점에서는 이 三八木이 太極의 머리가 된다.
시간적으로 태극이 삼변해서(태극 生兩儀 生四象 生八卦), 공간적으로 八卦(乾兌離震巽坎艮坤)가 벌려지는 이치도 三八木道라 이른다. 우리나라의 開國이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황(檀皇)의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이룩되는데 이 또한 천지인 삼재의 도에 바탕하여 삼변하는 과정이다.
주역에서도 공자가 風雷益괘의 목도내행(木道乃行), 風水渙괘의 승목유공(乘木有功), 風澤中孚괘의 승목주허(乘木舟虛)로써 세 차례 木을 언급한 공자의 뜻도 여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41. 賴(힘입을 뢰) : 貝部

賴는 '묶을 속(束)'에다 '질 부(負)'를 보태어 나뭇짐을 끈으로 묶어 등에 짊어짐을 말한다. 묶지 않으면 무거운 짐을 들 수 없고 빨리 갈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무거운 짐을 감당해낸다는 뜻에서 의지한다, 힘입는다는 뜻이 나온다. 束은 나무를 묶어 놓은 모습이고 負는 사람(人)이 재화(貝)를 짊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142. 及(미칠 급) : 又部

及은 人아래 又를 붙인 글자인데 又가 사람의 손을 본뜬 글자이므로 앞선 사람에게 손이 미침을 뜻한다. 及에는 '또 又'가 들어 있으므로 '∼와'의 뜻으로 쓰이는데, 與(더불 여)가 '∼와'로 쓰이는 것과 비슷한 용례이다. 이 글자와 바로 연계되는 글자가 急(급할 급)인데, 재빨리 앞사람을 잡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143. 萬(일만 만) : 艹(艸)部

萬은 본래 벌의 더듬이와 몸뚱이, 다리를 형상한 상형문자라고 한다. 벌떼가 무수히 많은 데에서 벌떼같다는 말이 있듯이 그 수가 지극히 많다는 데에서 '일만 만'이 된다. 萬은 백의 백배인 만을 가리키지만, 더 나아가서는 일체의 많은 수를 만으로 묶어 표현하기도 한다.


144. 方(모 방, 법 방) : 方部

方은 땅을 파들어가는(亠: 머리 두, 入의 변형) 쟁기의 형상 또는 배를 나란히 묶어놓은 모습으로 보는데 쟁기의 머리나 뱃머리가 일정한 방향으로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방향을 뜻한다.
方은 또한 사방으로 각진 모를 가리키므로 일정한 경계로 구분하여 위치를 나눈 방위를 뜻하기도 한다. 하늘은 본시 둥글고 끝없이 운행하는 상이므로 그 덕을 둥글다 하고 땅은 사방으로 분획되고 고요히 안정하는 상이므로 그 덕을 모나다고 한다(天圓地方, 天動地靜). 명심보감(明心寶鑑)의 '膽欲大而心欲小하고 智欲圓而行欲方이니라'의 내용을 잘 해석해야 한다.
方은 일정하게 방위를 나누는 법도를 세우는 데에서 '법 방'의 뜻으로 쓰이며, 여기에서 方策(방책), 方法(방법)이라는 단어도 나온다.

[37] 蓋此身髮(개차신발)은 : 대개 이 몸과 터럭은
[38] 四大五常(사대오상)이니 : 네 가지 큰 것과 다섯 가지 떳떳한 것이 있으니
[39] 恭惟鞠養(공유국양)이면 : 공손히 치고 기른 것을 생각하면
[40] 豈敢毁傷(기감훼상)이리오 : 어찌 감히 헐고 상하리오

蓋(대개 개) 此(이 차) 身(몸 신) 髮(터럭 발)
四(넉 사) 大(큰 대) 五(다섯 오) 常(떳떳 상)
恭(공순 공) 惟(오직 유, 생각 유) 鞠(칠 국) 養(기를 양)
豈(어찌 기) 敢(감히 감, 구태여 감) 毁(헐 훼) 傷(상할 상)

[총설]

위의 네 문구는 백 가지 행실의 근본이 되는 효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체가 하나로 연계된 문장이다. 蓋此身髮과 四大五常은 대개 이 몸과 터럭이 네 개의 큰 것과 다섯 가지의 떳떳함이 있음을 뜻하니, 四大란 팔과 다리 즉 사지를 말하고 五常이란 떳떳한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다섯 가지 즉 첫째 사람으로서의 모양(貌)과 둘째 말하는 것(言)과 셋째 보는 것(視)과 넷째 듣는 것(聽)과 다섯째 생각하는 것(思)을 가리킨다. 恭惟鞠養과 豈敢毁傷은 부모가 치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어찌 감히 신체를 헐고 상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사람의 몸은 태양·태음·소양·소음의 四象원리에 따라 四肢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며, 水火木金土 五行의 이치에 의한 貌言視聽思(모언시청사 : 五事)의 떳떳한 작용을 한다. 모양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떳떳함이 못되는 것이고, 모양이 이미 생겨서 사람이 되었으면 그 다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생각(의식)함이 있어야, 떳떳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언시청사, 한 남녀가 서로 교합을 하여 수태되면 어머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는데, 맨먼저는 모양을 갖추고(貌) 다음 태어날 때 울면서 즉 말하면서 나오고(言), 그리고 눈을 뜨고(視), 귀가 열리며(聽) 마지막으로 의식을 가지게 된다(思).
사람이 모언시청사 다섯 가지를 가지고 나와서 다섯 가지로 살다 가는데, 이 五事의 근원은 水火木金土인 오행이다. 오행은 '一曰水요 二曰火요 三曰木이요 四曰金이요 五曰土니라' 즉 물로는 남녀가 서로 교합해서 사정한 물이 엉겨 태아의 모양이 생기고(一曰水→一曰貌), 불기운이 발양해서 소리가 나 울며 나오며(二曰火→二曰言), 사람의 눈은 간장에 속하는데 간은 목에 속해 있으므로 목기운으로 보고(三曰木→三曰視), 쇠는 소리나는 쇳기운으로 듣고(四曰金→四曰聽), 중앙 토기운으로 중앙에서 정치를 하듯이 뇌에서 생각을 한다(五曰土→五曰思). 우주내에는 맨먼저 물 곧 액체가 나오고, 그다음 불 곧 기운이 나오고, 그다음 나무 곧 형체가 나오고, 그 다음 쇠 곧 질이 나오고, 그 다음 흙이 나오서 형국이 다 갖추어지게 된다. 水라는 액체에서, 火라는 기운으로, 木이라는 체로, 金이라는 질로, 土라는 형국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五行 원리에 따라 사람의 다섯 가지 신진 대사인 五事 즉 모언시청사가 있게 되는 것이다.(書經 「洪範九疇」참조)

孝經에 '身體髮膚(신체발부)는 受之父母라 不敢毁傷이 孝之始也ㅣ라' 즉 부모에게 효하려면 몸과 터럭 또 살 피부 등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감히 헐거나 상하지(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 된다고 하였다. 옛날 유교에서 머리를 길러 모발하는 것도 이를 본받은 것인데, 대개 이 몸과 터럭은 네 개의 큰 것과 다섯 떳떳함이 있으니 부모께서 치고 길러주신 신체를 공손히 생각해 본다면, 어찌 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절단낼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蓋此身髮'은 안짝이고 '四大五常'은 바깥짝이니 常이 운이고, '恭惟鞠養'은 안짝이고 '豈敢毁傷'은 바깥짝이니 傷이 또한 운이다. 같은 '이응' 받침의 운인 養과 傷이라도 양은 높아서 운에 들어가지 않고 상은 낮으니 운에 들어간다.


145. 蓋(대개 개, 덮을 개) : 艹(艸 : 풀 초

蓋는 풀(艹)로 덮어놓음(盍 : 덮을 합)을 뜻한다. 盍의 아래는 그릇을 뜻하는 皿(그릇 명)이고 위는 뚜껑을 변형한 형태인 去(갈 거, 버릴 거)이다. 去를 皿 위에다 올려 놓은 것은 음식물을 덮개로 덮어놓은 모양이다.
한편 蓋는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싸담는 뜻에서, 말을 처음 꺼낼 때에 하는 서두어인 '대개, 무릇, 대저' 등의 뜻으로 주로 쓰인다.
주역 64괘 가운데 火雷噬嗑(화뢰서합 : )은 입 속에 든 음식물을 씹어 합하는 괘인데(噬 : 깨물 서, 嗑 : 씹을 합), 음식물이 든 그릇을 덮개로 덮어 씌워 놓은 괘상이다. 괘체를 살피면 아래의 초구(初九) 양은 그릇, 중간의 구사(九四) 양은 그릇에 담긴 음식물, 위의 상구(上九) 양은 그릇 뚜껑에 해당한다.


146. 此(이 차) : 止(그칠 지)部

此는 발목 아래를 형상하여 발이 '머무르다, 그치다'는 의미로 쓰이는 止(그칠 지)와 숟가락이 굽어진 형태를 딴 匕(숟가락 시, 구부릴 비)를 합쳐서, 사람이 몸을 구부리고 머물러 있음을 가리킨다. 나아가 현재 자신이 그쳐 머무르는 곳이 '이 곳'이라고 하여 '이 차'라고 한다.
此는 是(이 시, 옳을 시)와 유사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사람으로서 그칠 도리에 항시 그친다는 의미인 正(바를 정)이나, 旦(밝을 단, 아침 단)과 止를 합쳐서 밝은 곳에 머무름이 올바르다는 是나 모두 止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을 뜻하는 彼此라고 하는데, 彼의 부수는 彳(자축거릴 척)이고 此의 부수는 止이다. 발로 걸어서 가야 할 먼 곳이 저쪽이고 발걸음을 떼지 않고 그대로 머무르는 곳이 이쪽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彼此의 止行과 관련한 문장으로는 '時止則止 時行則行(그쳐야 할 때는 그치고 행해야 할 때는 행하라)'을 들 수 있다.
한편 皮(껍질 피)는 겉에 붙어 있는 껍질인데 반해 匕는 고개숙인 모습으로서 속이 영글고 여문 결실(알곡)을 뜻하니, 內本外末의 厚薄(후박)분별이 피차에 담겨있다고 하겠다. 匕와 연관된 글자로는 老(늙을 로)·北(북녘 북)·比(도울 비, 견줄 비) 등을 들 수 있다.


147. 身(몸 신) : 身部

身은 申(거듭 신)의 半字로서 아이밴 여자 몸 속의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현재의 글자 형태는 自(스스로 자)와 才(바탕 재)를 합친 모습인데, 자기 자신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몸이라는 뜻이다.
身은 사람의 생명 활동에 있어서 근본 토대가 되는 몸을 말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개 身은 편다는 伸(펼 신)과 발음과 자형이 통하므로 허리를 곧게 펴 활동하는 몸을 가리킨다.
몸과 관계된 글자를 들면,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은 體(몸 체), 폈던 몸을 활처럼 구부려 몸소 행하는 것은 躬(몸 궁), 등허리의 척추 관절을 뜻하는 躳(몸 궁), 남(人)과 상대되는 나를 가리키는 己(몸 기)가 있다. 여섯째 천간이자 오행상으로 10土(음토)에 해당하는 己는 태아가 모체 속에서 웅크린 형상을 본뜬 글자이다.

[참고]
대학에 '自天子以至於庶人히 壹是皆以修身爲本이라(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모두 몸닦는 것으로써 근본을 삼는다)'고 하였는데, 야산선사께서는 이를 '身外无物(몸 밖에 물건이 없음)'로 말씀하시며, 사물의 만 가지 근본이 修身에서 비롯됨을 강조하셨다.


148. 髮(터럭 발) : 髟(긴털 드리울 표)部

髮은 털이 길게 난 머릿털을 나타내는 髟에다 개가 잘 달린다는 뜻인 犮(달릴 발)을 더해서, 바람이 흩날릴 정도로 잘자란 긴 머릿털을 의미한다. 또는 犮이 犬(개 견) 부수에 속하므로 개꼬리처럼 길게 늘어뜨린 머릿털이라고도 한다. 髟는 長(긴 장)에 彡(터럭 삼)을 더한 글자이다. 몸에 난 털은 대개 毛(털 모)라고 한다.
* 拔(뽑을 발) 跋(밟을 발)
* 跋文(발문) ; 발이 신체의 끝에 붙어있듯이, 책을 발간할 때에 그 책의 내용과 그에 관계된 일을 책말미에 적어 놓은 글.


149. 四(넉 사) : 囗(에울 위, 큰입 구)

四의 囗는 四方과 四隅(사우)를 본뜨고, 八은 나눈다는 뜻이다. 즉 사방과 사우(= 四維 : 사유)를 각기 네 부분으로 나누는(分 : 나눌 분) 데에서, 넷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의 四象에 의거하여 하늘의 상은 日月星辰, 땅의 상은 山川動植을 일컫는다. 천도의 四德을 元亨利貞이라 하고 군자의 사덕을 仁義禮智로 나누는 것도 사상의 법도를 취한 것이다.

[참조]
八卦의 모체는 四象에 의거하므로 四에는 사상이 팔괘를 낳는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 복희씨의 선천팔괘차서도(先天八卦次序圖)를 보면 老陽( )은 一乾天( )과 二兌澤( )을 낳고, 少陰( )은 三離火( )와 四震雷( )를 낳으며, 少陽( )은 五巽風( )과 六坎水( )를 낳고 老陰( )은 七艮山( )과 八坤地( )를 낳음을 볼 수 있다.


150. 大(큰 대) : 大部

大는 사람의 머리와 팔다리를 본뜬 상형문자로서 사람이 만물 가운데 가장 큰 존재임을 나타내기도 하고, 태극이 兩儀(陰과 陽)를 낳는 것과 같이(太極生兩儀) 하나(一)에서 두 갈래(人)로 벌려져 자연 늘어나고 커짐을 뜻하기도 한다.
老子에는 道大, 天大, 地大, 人亦大라고 하였다.
大人이란 사람(人)이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을 오로지 한결같이(一) 하여, 하늘과 하나로 합한 天人合一의 경지에 달한 사람을 일컫는다.


151. 五(다섯 오) : 二(두 이)部

오행의 五는 천지음양을 뜻하는 二에다 乂(사귈 예, 다스릴 예)를 넣어, 천지음양의 두 기운이 사귐으로 인해서 다섯 가지의 物을 생성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기본수인 10수(1∼10)의 중간에 해당하는 수인 5가 다른 수들을 다스리는 중심(皇極)으로서 천지간의 만물을 다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五는 천지의 음양이 서로 합하여 생성되는 水火木金土의 오행을 가리킨다. 넷은 사상을 상징하는 수로서 모든 형상은 네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고, 다섯은 오행을 상징하는 수로서 만물은 곧 水火木金土 오행의 상생·상극의 작용에 의해 운행변화한다.

[참조]
오행은 사람의 좌(양)우(음) 양손에 있는 열 손가락을 하나로 모으면 다섯 손가락이 각기 짝하는 이치와 같이, 천지음양의 分合作用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四 다음 五가 오는 것은 사방의 외면이 정립되면 자연 그 내부에 하나의 실체가 갖추어져 다섯으로 완성되는 이치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四象의 位數(1 2 3 4는 사상의 體位, 6 7 8 9는 사상의 用數)가 내외배합하여 밖으로 水火木金을 생성한 다음에 안으로 생수(1 2 3 4 5)의 끝인 5와 성수(6 7 8 9 10)의 끝인 10이 짝하여 중앙의 土가 생성되는 것이다.
오행의 순서는 一(생수)과 六(성수)이 합하여 水를 생성하고 二(생수)와 七(성수)이 합하여 火를 생성하고 三(생수)과 八(성수)이 합하여 木을 생성하고 四(생수)와 九(성수)가 합하여 金을 생성하고 五(생수)와 十(성수)이 합하여 토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152. 常(떳떳 상) : 巾(수건 건)部

본래 常은 사람이 고상하게(尙 : 숭상할 상) 늘 옷(巾 : 수건 건, 두건 건)을 입고 있다는 뜻에서 '늘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사람이 늘상 옷을 입어 예의 법도에 맞게 처신한다는 뜻이며, 여기에서 '떳떳하다', '항상하다'는 의미가 나왔다.
하의를 뜻하는 裳(치마 상)에 연계해보면 치부인 아랫도리는 항시 가려야 하는 것이다.


153. 恭(공순 공) : (心)部

恭은 '같이' 또는 '함께'를 의미하는 共(같이 공)에다 마음을 뜻하는 心(마음 심)을 더해서 함께 더부는 마음으로 상대를 공경하는 뜻이다. 대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높이고 받드는 마음을 가리킨다.

[참조]
본래 共은 '두 손 모을 공'으로 손 모아 상대를 받드는 뜻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천체의 28宿가 하나로 합치하여 돌아가는 가운데 君臣一合을 이루고, 양손의 28마디를 하나로 합치하여 두 손 모아 기원하는 것이 다 共을 의미한다. 共 또한 28(卄+八)과 1(一)을 합친 글자 형태이다.


154. 惟(오직 유, 생각 유) : 忄(心)部

惟는 마음을 뜻하는 忄에다 새를 가리키는 隹(새 추)를 더해서, 새가 하늘로 날 듯이 마음이 한 곳으로 집중됨을 뜻한다. 대개 隹는 推(밀 추)와 進(나아갈 진)에서 보듯이 앞으로 나아가는 뜻이 담겨 있다.
惟와 비슷한 의미로 維(맬 유)와 唯(오직 유)가 있다. 惟가 속마음으로 오직 좇는 것을 가리키는 반면 唯는 겉으로만 오로지 입으로 외치는 것이고 維는 한 끈(계통)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시간적 의미로 쓰인다(예 : 維歲次).


155. 鞠(칠 국, 기를 국, 공 국) : 革(가죽 혁, 고칠 혁, 과녁 혁)部

鞠은 가죽을 뜻하는 革에다 匊(움킬 국)을 더해서 손에 한웅큼 쥘 정도의 크기로 만든 가죽공을 뜻한다. 革은 짐승의 털가죽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하여 입기 편한 가죽옷으로 고친다는 뜻이고, 匊은 쌀(米 : 쌀 미)을 한웅큼 손에 감싸쥔다는(勹: 쌀 포) 뜻이다.
즉 鞠은 가죽공의 의미를 갖는 동시에 공차듯이 발로 찬다는 뜻이 있다. 나아가 공을 둥글게 말 듯이 몸을 굽힌다는 뜻으로 쓰이니, 몸을 굽혀 정성을 다함을 鞠躬(국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발로 차서 죄인을 매질하여 죄를 캔다는 뜻으로는 鞠問(국문)이 된다.
여기서는 어미가 정성을 다해 새끼를 치고 기른다는 의미이다.


156. 養(기를 양) : 食(먹을 식)部

養의 위는 양의 모습에서 취한 羊(양 양)이고 아래는 먹는다는 食(밥 식)이므로 양떼를 쳐서 길러 먹인다는 뜻이다. 즉 양에게 먹이를 먹이듯 가축을 치거나 어린애를 기름을 가리킨다.
한편 養의 위는 群集하여 떼를 짓는 羊으로서 소녀인 兌( : 서방 태)이며, 아래는 소남인 艮( : 동북 간)이다. 그 중간은 亼(모일 집)이므로 동북간방에 서방태가 시집와서 합하는 澤山咸의 괘상이다. 목동이 양을 치듯이 간방조선이 서양의 양떼를 몰고가는 것으로 養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57. 豈(어찌 기, 즐길 개) : 豆(콩 두, 제기 두)部

豈는 豆와 山이 합친 글자 형태로서 콩을 산처럼 거두어놓은 모습 또는 제기 위에 제물을 산처럼 높이 쌓아놓은 형상이다. 豊(풍년 풍, 풍대할 풍)과 관련지어 보면, 어떻게 하면 풍년의 즐거움을 누릴까 하고 산에서 하늘에 제사지내는 데서 '어찌'라는 뜻이 나온다.
한편 豈는 전쟁에 싸워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 때 치는 북장구의 형상을 본뜬 글자로 보기로 하는데 여기에서 '즐기다'의 의미가 나온다.


158. 敢(감히 감, 구태여 감) : 攵(攴: 칠 복)部

敢은 적을 친다는 攻(칠 공)과 귀를 뜻하는 耳(귀 이)를 합친 형태로 적군을 베고 그 귀를 취하는 뜻이 있다. 즉 敢은 적군을 치는데 앞장서는 용감을 의미한다.


159. 毁(헐 훼) : 殳(막대기 수, 창 수)部

毁의 왼편은 확(절구)을 뜻하는 臼(확 구)에다 土(흙 토)를 합친 형태로 흙으로 만든 옛날의 절구를 말하고 오른편은 절구공이를 뜻하는 殳이다. 흙으로 빚어 구운 확에다 곡식을 찧다보니 확이 이지러진다는 뜻이 된다. 나아가 남의 인격을 비방하고 일들을 훼손, 훼방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160. 傷(상할 상) : 亻(人)部

傷의 오른편은 밝은 昜(볕 양)이 덮개에 가려(人) 어두워진 상태로서 상처입음을 나타내므로 왼편의 亻과 합해서 사람이 다침을 가리킨다. 한편 오른편의 글자 형태를 햇빛(旦 : 아침 단)에 펄럭이던 깃발(勿 : 말 물, 깃발 물)이 상대 적편에 의해 찢기고 짓밟힘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41] 女慕貞烈하고 : 여자(계집)는 정렬(곧음과 매움)을 사모해야 하고
[42] 男效才良이라 : 남자(사내)는 재주와 어짊을 본받아야 하느니라

女(계집 녀) 慕(사모할 모) 貞(곧을 정) 烈(매울 렬)
男(사내 남) 效(본받을 효) 才(재주 재, 바탕 재) 良(좋을 량, 어질 량)

[총설]
여모정렬은 안짝이고 남효재량은 바깥짝으로 옛날의 남녀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는 정조와 열렬함(貞烈)을 사모해야 하는데, 한 지아비를 섬겨야 한다는 일부종사(一夫從事), 어려서는 부모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조선조 유가의 부덕(婦德)과 관련한 삼종지의(三從之義)니 하는 말과도 관계있는 구절이다.
반면 남자는 재주와 어짊(才良)을 본받아야 하는데, 사내가 되어 재주가 없고 불량하면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옛날 가부장 사회에서 사내가 세상에 나가 정치도 하고 직책을 갖고 했는데 재주없는 무딘 사내라면 안되고 또 어질어야 되는데 그러하지 못하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앞의 [37]구부터 [40]구에 뒤이은 문구로 남녀의 이런 법도를 잘 알아 수행하면 어버이께 능히 효도를 다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161. 女(계집 녀) : 女部

女는 여자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 또는 비녀(一)를 꽂은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땅을 의미하는 口의 변형된 모습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만물의 모체인 땅의 유순한 덕과 모난(방정한) 법도가 여자에 상응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여(如)'의 뜻이 '같다'는 것은 女=口의 이치에서도 알 수 있다.
한편 女 위에 있는 一을 남자의 양기, 그 아래를 물건을 집어올리는 집게 형태로 보면, 남자의 양기를 품속으로 받아들여서 생명을 잉태하는 여자(계집)에 대한 의미가 나온다. 女 아래 부위를 남녀 교합을 가리키는 乂(사귈 예)로 보아도 동일한 의미가 된다.
주역 계사전에 '乾道成男(건도성남)하고 坤道成女(곤도성녀)라' 즉 하늘은 남자를 이루고 땅은 여자를 이룬다고 하였다.
* 母(어미 모), 毋(말 무)

162. 慕(사모할 모) : (心)部

慕는 莫(없을 막, 말 막)에서 나온 글자인데, 莫은 본래 暮(저물 모)의 본자로서 해(日)가 풀숲으로 숨어들어가는 저녁때를 가리킨다. 이 莫에다 心 을 받침으로 넣어서 날이 저물도록 항시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또는 날이 저물면 자연 옛날에 대한 향수가 일어나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고 해서, 사모하고 생각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세월이 흐르고 머리가 희어질수록 그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사무치기 마련이다.

[참조]
莫은 날이 저물면 어두어져서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위태롭다고 해서 어떤 일을 하지 말라 또는 할 수 없다는 금지의 의미로 쓰인다.

163. 貞(곧을 정) : 貝(조개 패)部

貞은 재물 또는 재화를 의미하는 貝위에다 점치는 뜻인 卜(점 복)을 붙여서 천지신명이 일러주는 점을 소중히 여겨야 하듯이 귀중한 재물이나 재화를 잘 갈무리해서 이를 굳건히 지킨다는 뜻이다.
또는 貝아래의 八이 음양(암수)을 가리키고 위의 目이 씨눈을 가리키는 데서 貝를 씨로 보기도 한다. 貝가 소중한 재물 또는 재화의 의미로 쓰이는 까닭도 만물이 제각기 씨로 인해서 생명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貝 위에다 '점찍어 놓는다'는 卜을 덧붙이면 수많은 씨들 가운데 가장 튼튼하고 알찬 씨 종자를 점찍는(가리고 골라서) 것이 되고, 그 귀중한 씨종자를 골라서 잘 간직하고 저장해 둔다는 '정고(貞固)'한 의미가 나온다.
한편 貞위의 卜을 문에 빗장을 걸어 놓은 모습, 貝를 음양(八)의 씨눈(目)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겨울에 종자(貝)가 얼고 썩거나 씨눈이 발아하지 않도록 저장소에다 잘 보관하는 뜻이 된다. 卜을 점찍는 것으로 보면 다음 해에 뿌려야 할 알차고 튼튼한 씨(貝)를 잘 판단하고 가려서 간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의 四德 가운데 겨울의 덕을 '貞'으로 둔 것도 잘 헤아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개 유순하면서도 바름을 굳게 지키는 여자의 덕을 정절(貞節), 정조(貞操)라고 한다.

[참조1] 卜에 대해
卜은 ㅣ(뚫을 곤)의 오른편 중간에다 丶(점 주)를 찍어서 상하(천지)의 이치를 꿰뚫어 그 중간의 법도를 취함을 말하고 있다. 사물의 근본이치를 바르게 알아서 중도(中道)를 잡는 이른바 윤집궐중(允執厥中 : 미덥게 그 중을 잡음)은 만고불역(萬古不易)의 법도이다. 우리말 중 '복판'은 한가운데 중심을 의미하는데 여기의 卜과 復(돌아올 복), 腹(배 복), 輹(복토 복)의 음과 뜻이 서로 통한다.
이 卜은 사물의 동정변화에 따른 인간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글자가 上과 下이다. 中(一)을 기준으로 보면, 上은 過(지날 과)하고 下는 不及 즉 未及한 것이다. 陽은 강건하여 힘이 과도하므로 動하여 위로 오르고(上) 陰은 유순하여 힘이 부족하므로 靜하여 아래로 내리는 성질이 있으므로(下)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양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땅을, 음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았다.
처한 자리로 보면 上은 앞으로 나아가 위에 자리하는 것이고(進), 下는 밑으로 내려와 아래에 자리하는 것이며(退), 中은 과녁의 한복판을 꿰뚫듯이 중심을 잡아 그 위치 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참조2] 四德으로 본 貞
貞은 하늘의 네 가지 덕인 元亨利貞 중 하나이다. 元은 봄의 덕이고 亨은 여름의 덕이고 利는 가을의 덕이며 貞은 겨울의 덕으로 일컫는다. 이 하늘의 元亨利貞(形而上)에 힘입어 땅에서는 낳고 기르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네 가지 生長收藏(形而下)의 작용을 하게 된다. 수확물을 겨울철에 저장하는 뜻이 貞에 담겨있는 연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두운 밤을 지키지 아니하면 밝은 아침이 올 수 없고 추운 겨울을 견디지 않으면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없는 것처럼 바름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써 제 본분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과정이 결코 올 수 없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바름을 굳게 지키는 덕이 그 밑뿌리이자 줄기가 되는 것이다.
주역 건괘 문언전에 貞을 '일의 줄기(事之幹也)'라 하고, 貞固한 것이 '족히 일을 주장한다(足以幹事)'고 하였으며, 계사하전 제1장에 '길흉은 정히 이기는 것이니(吉凶者는 貞勝者也ㅣ니), 천지의 도는 정히 보는 것이요(天地之道는 貞觀者也ㅣ오), 일월의 도는 정히 밝은 것이요(日月之道는 貞明者也ㅣ오), 천하의 움직임은 정히 무릇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이다(天下之動은 貞夫一者也ㅣ라)'라고 하여, 貞의 중요성을 지극히 강조하고 있다.

164. 烈(매울 렬) : 灬(火 : 불 화)部

烈은 물체를 끊고 잘라서 여러 곳으로 벌려놓음을 뜻하는 列(벌릴 렬 : 辰宿列張 참조) 아래에 불을 뜻하는 灬를 넣은 글자로서 불길의 기세가 여러 갈래로 세차게 벌려 나감에 다라 그 연기가 맵다는 뜻이 된다.

165. 男(사내 남) : 田(밭 전)部

男은 밭(田)에 나가 힘써(力 : 힘 력) 일하는 것이 사내의 본분이라는 뜻이다. 밭을 감은 생명의 씨를 뿌리기 위함이므로 이를 자식 농사를 짓는 것에 견주어 풀이하기도 한다.
남녀를 사내와 계집의 성징(性徵)으로 살피면, 男은 하복부 하단전(田) 아래에 힘(力)을 쓰는 성기가 있고 女 또한 아랫 배 자궁 부위에 아기를 낳는 생명의 출구가 있다.

166. 效(본받을 효) : 攵(攴: 칠 복, 두드릴 복)部

效의 왼편은 交(사귈 교)이고 오른편은 攵이므로 경험과 지혜가 많은 사람과 親交나 交分을 맺어서 훌륭한 행동이나 착한 가르침을 본받음으로써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고무진작(鼓舞振作)시킨다는 의미이다.

[참조]
交는 아버지(父 : 아비 부)가 머리에 갓(亠: 돼지해머리 두)을 쓴 모습으로서 밖에 나가서는 사회적인 사귐을 갖고 집에 들어와서는 갓을 벗고 부부간 교합(잠자리)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易의 이치로 보면 交는 大成卦를 이루는 六爻에 관련된다. 육효의 자리를 六位라고 하는데 공간과 시간은 모두 이 六位에 바탕하여 생성된다. 상하사방 여섯이 사귀어 완전한 六合의 공간을 이루고 이 六位에 음양의 두 기운이 왕래교역하는 가운데 12時의 소장(消長 : 줄어들고 늘어남)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역 건괘의 단전에서는 이를 六位時成이라고 하였다.
한편 노음수인 六을 乂(사귈 예)로 표시하는데 이를 합쳐놓은 글자 형태가 交에 부합한다. 노음수인 六은 소양수인 七, 소음수인 八, 노양수인 九를 낳는 모체이므로 천부경(天符經)에서는 이를 '大三合六 生七八九'라고 하였다.
* 孝(효도 효) 校(학교 교, 형틀 교) 爻(효 효)

167. 才(재주 재, 바탕 재) : 扌(手 : 손 수)部

才는 부수가 手에 속하지만 본래는 木에서 갈려 나온 글자로서 초목의 싹이 나옴을 본뜬 글자이다. 싹이 돋아나오는 모양을 보니 장차 크게 자랄 바탕이 된다는 데에서 그 뜻을 취한 것이다.
싹(才)이 먼저 햇볕이 드는 밝은 양지 쪽으로 나오므로, 좌양우음(左陽右陰)의 법도에 근거하여 木의 오른 편(乀: 파일 불)을 빼고 왼편(丿: 삐칠 별)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참조]
太極은 만물의 생성바탕으로서 五行으로는 동방 木道가 이 태극을 대표한다. 이것은 木에서 따온 글자가 才(바탕 재)이고 태극의 極이 木部인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수리적으로는 木이 三 八에 해당하는데 태극이 兩儀 四象 八卦의 세 가지 단계를 거쳐서 팔괘를 이루는 것이 다름아닌 삼팔목도에 의한다. 나무에 견주면 태극은 뿌리, 양의는 줄기, 사상은 가지, 팔괘는 잎새와 열매에 해당한다.
이것을 三才로 연계하면 天才는 양의(1변). 地才는 사상(2변), 人才는 팔괘(3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양(―)과 음(--)의 부호 또한 일월의 형상과 운행 또는 남녀의 성기를 본뜬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본래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 )를 표상한 것이다.

168. 良(좋을 량, 어질 량) : 艮(그칠 간)部

良은 흙이 쌓인 높은 언덕을 뜻하는 艮(그칠 간)위에 한 그루의 나무(ㅣ)가 세워진 형상으로, 높은 곳에 우뚝 선 나무의 모습이 매우 훌륭하다는 뜻에서 '좋다'는 뜻이 된다. 良을 두터운 艮土에 심은 씨(丶)로 보면 그 씨알이 굵고 알차서 좋다, 어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34]구 白駒食場 참조

[참조]
인도의 詩聖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동방의 타오르는 등불'로 예찬한 것처럼 해가 동트는 근원(뿌리)에 해당하는 동북 艮土에서 一木(震木 또는 檀木)이 뻗어 나오는 것이 良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帝가 동방 震木에서 나온다(帝出乎震)'하고 또 '동북 艮土에서 (하늘의) 말씀을 이룬다(成言乎艮)'고 하였다.
오행 이치로는 동방의 진목이 동북 간토에 근원하여 뿌리내리고 자라나서 마침내 다시 간토에 돌아와 마치는 것이다(萬物出乎震, 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

[43] 知過必改하고 : 허물을 알거든 반드시 고치고
[44] 得能莫忘이라 : 능함을 얻거든 잊지 말라


知(알 지) 過(지나칠 과) 必(반드시 필) 改(고칠 개)
得(얻을 득) 能(능할 능) 莫(말 막, 없을 막) 忘(잊을 망)

[총설]
허물을 알거든 반드시 고치고 능한 것을 얻거든 잊지 말아라, 改過遷善(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못 허물을 지었다면 어서 알고 고쳐서 선한 데로 나아가라는 말이다. 또 사람이 뭔가 재량을 얻어 세상에 나가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능한 것을 배웠으면 잊어버리면 안된다는 뜻인데, 知過와 得能, 必改와 莫忘이 대(對)가 되며, 知過必改는 안짝 글귀이고 得能莫忘은 바깥짝 글귀이다.
주역 益卦(익괘)의 大象(대상)에 '見善則遷(견선즉천)하고 有過則改(유과즉개)라', 선함을 보거든 옮기고 허물이 있으면 곧 고치라고 하였다. 또 中庸에 '有弗學(유불학)이언정 學之(학지)이댄 弗能(불능)을 弗措也(부조야)하며' 즉 배우지 아니함이 있을지언정 배울진댄 반드시 능치 못함을 두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하고, 뒤이어 '人一能之(인일능지)어든 己百之(기백지)하며 人十能之(인십능지)어든 己千之(기천지)니라', 남들이 한 번에 능히 하거든 자기는 백 번을 행하며 남들이 열 번에 능히 하거든 자기는 천 번을 행하는 지극한 정성을 기울이면 '비록 어리석은 이일지라도 반드시 밝게 되며 유약한 이일지라도 반드시 강하게 된다(雖愚必明 雖柔必强)'고 하였다.


169. 知(알 지, 주장할 지) : 矢(화살 시)部

知는 강직함을 뜻하는 矢에다 말한다는 口(입 구)를 더해서, 굳건하고 올곧게 말함을 가리킨다. 논어에도 공자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을 知라고 이른다'고 말씀하였다.
口를 과녁 형상으로 보면 화살을 쏘아 과녁 한복판을 꿰뚫어 맞춤과 같이 사물의 언저리가 아닌 한복판 중심을 알아 맞추는 것이 知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물의 근본이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주장할 지'라고도 한다. 주역 계사전에 이른 乾以易知(건이이지 : 하늘은 쉬움으로써 주장함)에서 이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고로 矢(人+大)는 大人이 되고 口는 言(말씀 언)의 줄임자로 볼 수 있는데, 대인의 말씀(大人之言)은 조금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이 정확히 들어맞기에 知가 된다.

170. 過(지나칠 과, 허물 과, 지날 과) : 辶(辵 : 쉬엄쉬엄갈 착, 책받침)部

過는 턱뼈(骨 : 뼈 골)가 어그러져 입이 비뚤어진 상태인 咼(입비뚤어질 와·괘)와 점차 움직여 나아간다는 辶부수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입이 비뚤어지면 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우므로, 잘못되고 허황한 말이 나오기 쉽다. 말이 앞서고 지나치다 보니 마침내 허물을 짓는다고 해서 허물을 의미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口是招禍之門(구시초화지문 : 입은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문)이라고 해서 말조심 입조심을 하라고 경계하였다.

[참조]
주역은 過하거나 不及함이 없는 中을 가장 중시한다. 中은 節과 통하니 천지의 배합인 60간지에 상응하는 60번째의 괘가 곧 水澤節이다(節卦 彖傳애도 中正以通을 말함).
역법(曆法)상으로 한 해의 中節에 해당하는 것은 周天常數 360일이다. 5歲에 두 달의 윤을 두는 방법(五歲再閏)에 기준하면 매년 日行은 6일이 과도하고 月行은 6일이 부족하다. 주역에서는 이를 大過와 小過로 설명하고 있는데, 대과는 큰 양(日陽)이 지나친 것이고 소과는 작은 음(月陰)이 지나친 것이다. 그러므로 日行의 과도한 도수가 대과가 되고 月行의 과도한 도수가 소과가 되는데, 이것은 일월운행에서 상대적으로 발생하는 氣盈(기영 : 대과)과 朔虛(삭허 : 소과)의 도수에 상응한다.

171. 必(반드시 필, 기필코 필) : 心部

必은 마음을 뜻하는 心에 丿(삐칠 별)을 더해서 마음(心)으로 분명한 선(丿)을 그어서 꼭 어떤 일을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弋(푯말 익, 주살 익)과 八(여덟 팔)이 합친 글자로 보면, 땅을 나눌(八) 때에 푯말(弋)을 반드시 세워둔다는 데에서 '반드시'의 뜻이 나온다.

172. 改(고칠 개) : 攵(攴)部

改는 몸을 뜻하는 己(몸 기)에 攵(칠 복)을 보태서 스스로의 허물을 채찍질하여 부단히 반성하고 고쳐나간다는 뜻이다. 改가 내적인 측면이라면 革은 외적인 측면에서 고침을 말한다.

[참조]
己는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본뜬 글자로서 여섯째 천간(天干)에 해당하는데, 오행으로는 陰土이며 수로는 10에 해당한다. 10은 마치는 수로서 100을 낳는 근본이므로(十十之百) '己獨百之數之終(기독백지수지종 : 己는 홀로 백 가지 수의 마침'이라는 말이 전하다. 만사의 근본이 한 몸(己)에서 비롯되고 또한 마치기에 대학에는 修身爲本(수신위본 : 몸을 닦음이 근본이 됨)이라고 하였다.

173. 得(얻을 득) :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部

得의 부수인 彳은 걸어간다는 行(다닐 행, 행할 행)의 줄임자이다. 오른편 상단의 旦(밝을 단, 아침 단)은 재물을 가리키는 貝(조개 패)를 변형한 형태이며, 하단은 손을 뜻하는 寸(마디 촌, 잴 촌)이다. 旦을 글자 그대로 '아침 단'으로 해석하여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彳) 손을 놀려야(寸) 얻을 수 있다는 이치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필요한 물품(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 물건(旦 = 貝)을 수중(寸)에 얻는다는 뜻이 된다. 得과 반대되는 글자인 失(잃을 실)은 그 반대로 수중(手 : 손 수)에 지닌 물건이 손에서 벗어나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得의 발음을 '득'이라 한 것은 彳(척)과 旦(단)의 두 가지 음을 합한 것으로 보인다.

174. 能(능할 능) : 月(肉 : 고기 육, 육달월)部

能의 부수인 왼편 하단은 몸을 의미하는 肉(月)이고 왼편 상단의 厶(마늘 모)는 주머니 형태로 여자의 자궁을 뜻하며, 오른편은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서로 견주는 뜻인 比(견줄 비, 도울 비)이다. 이것은 여자의 몸 속에 아기를 밴 상인데, 여자(암컷)가 생명을 낳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능히 해낸다는 뜻이 나온다.
주역 계사전에 이른 坤以簡能(땅은 간단함으로써 능히 해냄)에서 이러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고]
知能은 본래 하늘과 땅의 법도에 연유하는 단어이다(乾以易知 坤以簡能). 천지의 음양법도는 易簡(이간 : 쉽고 간단함)하여 양을 대표하는 하늘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주장하고(知), 음을 대표하는 땅은 그 하늘의 법도를 계승하여 만물을 능히 화육한다(能).
그래서 아버지(양)에게 물려받은 것을 知라 하고 어머니(음)에게 물려받은 것을 能이라 하며, 선천적(양)으로 자연하게 받은 바를 知라 하고 후천적(음)으로 주변 여건이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바를 能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적 지혜는 知에 해당하고 육체적 작용은 能에 해당한다.

175. 莫(말 막, 없을 막) : 艹(艸 : 풀 초)部

莫은 본래 暮(저물 모)의 本字로서 해(日)가 풀숲으로 숨어 들어가는 저녁때를 가리킨다. 날이 어두어지면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워 일하기 힘들고 자칫 큰 곤경에 빠질 수 있으므로 함부로 행하지 말아야 하는 금지의 의미가 나온다.

176. 忘(잊을 망) : 心部

忘은 마음(心)에 자리잡았던 기억이나 생각이 사라지고 없음(亡 : 도망할 망, 숨을 망, 죽을 망)을 뜻한다. 忘과 똑같이 心에 亡을 더한 忙(바쁠 망)은 마음(忄)을 돌이켜 볼 수 없을(亡)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고 분주함을 의미한다.

[45] 罔談彼短하고 : 저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46] 靡恃己長이라 :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靡(아닐 미) 恃(믿을 시) 己(몸 기) 長(긴 장)
罔(없을 망) 談(말씀 담) 彼(저 피) 短(짧을 단)

[총설]
저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즉 사람이 세상을 사는 데 있어 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인간 사회이므로 남과 대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리석고 못된 사람은 남의 단점을 자꾸 꼬집어 이야기하고 자신의 장점 곧 내 자랑은 자꾸 늘어놓기 마련이다. 知彼知己(지피지기)라야 하는데 상대방의 단점만 지적하다 보면 쓸데없는 반감을 사서 적으로 만들 우려가 많고 자신이 조금 장점이 있다고 해서 자부하고 믿고 내세우면 자칫 큰일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177. 罔(없을 망) : 网( 网 罒 罓: 그물 망)部

罔은 그물을 뜻하는 网에다 亡(없을 망, 죽을 망)을 더해서 눈에 잘 뜨이지 않게(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위장함) 그물을 쳐놓은 것을 의미한다. 網(그물 망)과 같은 의미로 그물을 칠 때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위장한다는 뜻에서 '없다'는 뜻이 되었다. 网을 罒罓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대개 하나로 묶어서 포괄집약함을 網羅(망라)라고 이르는데, 網은 들짐승을 잡는 그물이고 羅는 날짐승을 잡는 그물을 가리킨다.

178. 談(말씀 담) : 言(말씀 언)部

談은 言과 炎(불꽃 염)을 더해서 불꽃이 활활 타올라 훈기를 전함과 같이 따스하고 정답게 나누는 훈훈한 말을 뜻한다. 炎을 淡(싱거울 담)에 연계하여 보면 주고받는 말이 담담(담백)하다는 뜻도 된다.

[참조1]
議(의논할 의)는 일의 방향이나 과정적인 단계를 수행함에 있어서 올바르게(義 : 옳을 의) 대처하는 방안을 모으고자 말을 나누는 것이고, 論(논할 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起承轉結(기승전결)의 구체적인 체계를 갖추어(侖 : 묶을 륜) 말하는 것이고, 說(말씀 설)은 밖에 있는 껍질을 벗겨(兌 : 벗을 태) 속에 든 내용물을 자세히 드러내어 말하는 것이고, 語(말씀 어)는 내 자신(吾 : 나 오)의 주체적인 의견, 즉 주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참조2]
자연은 水火木金土 五行의 다섯 가지 기운이 흘러서 만물을 생성 변화한다. 오행의 순서 작용을 보면 어두운 북방에 속하는 水는 潤下(윤하 : 적셔 흘러 내림), 밝은 남방에 속하는 火는 炎上(염상 : 불꽃이 타오름), 해뜨는 동방에 속하는 木은 曲直(곡직 : 굽혀지되 곧게 뻗음), 해지는 서방에 속하는 金은 從革(종혁 : 변해 바뀜), 중앙에 속하는 土는 稼穡(가색 : 심고 거둠)의 작용을 하는데, 이 오행에 기인한 것이 사람의 다섯 가지 신진대사, 즉 貌言視聽思인 五事이다.
水에 바탕한 貌(모양)은 恭(공순함), 火에 바탕한 言(말씀)은 從(그대로 좇음), 木에 바탕한 視(보는 것)는 明(눈밝음), 金에 바탕한 聽(듣는 것)은 聽(귀밝음), 土에 바탕한 思(생각)는 睿(슬기로움)를 말한다.
談자에 들어있는 言과 炎이 모두 오행상의 남방화에 연관된다.

179. 彼(저 피) 彳: 彳部

彼는 걷는다는 彳(자축거릴 척)에다 껍질을 뜻하는 皮(껍질 피, 가죽 피)를 더한 글자인데, 皮는 알맹이나 살이 아닌 필요없는 부위이고 彳은 일정하게 거리가 떨어짐을 의미하므로, 근본이 되는 이편보다 상대적으로 가치없는 상대편(저쪽)을 말한다. 146번째 글자인 '此' 참조할 것.

180. 短(짧을 단) : 矢(화살 시)部

활이 화살보다 길므로 옛날에는 긴 거리를 활(弓)로 재고, 짧은 거리를 화살(矢)로 재었다고 한다. 短은 곧은 화살을 뜻하는 矢(화살 시)와 콩을 의미하는 豆(콩 두, 제기 두)를 합친 글자이다.
豆는 제물을 올려놓는 그릇과 같다는 뜻에서 '제기 두' 또는 콩 꼬두리 모양으로서 강낭콩 껍질 속에 든 콩이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는 모습에서 '콩 두'인데, 특정한 거리(길이)에 소요되는 화살갯수를 계산하여 짧은 거리를 재는 것이나 콩의 개수를 세는 것이나 서로 통한다(화살의 길이를 곱해서 길이를 잼).
시간의 흐름은 촘촘히 박힌 강낭콩의 배열 모습과 같이 瞬間(순간)과 刹那(찰나)의 연계인데, 콩나물의 성장과 화살의 빠르기가 모두 신속하다.
시간의 빠름을 화살에 견주는 것에서 매우 짧은 순간의 시간 과정에 대한 의미가 矢에 들어있다(예 : 흐르는 세월이 화살같이 빠르다). 短과 반대되는 長(긴 장)의 경우 땅에 뿌리박아(氏 : 각시 씨) 줄기와 가지를 뻗어서 다 자란 초목을 의미한다. 초목이 자라는 것은 점진적이므로 시간이 오래(길게) 걸림을 뜻한다.

181. 靡(아닐 미, 쓰러질 미, 쏠릴 미) : 非(아닐 비)部

靡는 본래 삼(麻 : 삼 마) 껍질을 찧어 벗길 때 삼껍질이 가닥가닥 갈라지고 쏠리는(非 : 아닐 비, 새의 양날개가 펼쳐진 모습으로 서로 어긋남을 의미) 것을 의미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풀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風靡(풍미)라고 하는데,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게 되거나 또는 갈라지고 나뉘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 의미를 취하여 '아닐 미'의 뜻으로 쓰인다.
* 속설에 호랑이는 종이를 보지 못하고 닭은 삼대(麻)를 보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大麻(삼) 苧麻(모시) 亞麻(린네르)

182. 恃(믿을 시) : 忄(心)部

恃는 마음(忄)에 寺(관청 시, 믿을 시)를 더한 글자로서 나라의 관청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백성의 고초나 송사를 해결해주는 믿음직한 곳이 관청인데, 나중에는 중생의 고해를 구제하는 부처를 모신 절(寺 : 절 사)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183. 己(몸 기, 여섯째 천간 기) : 己部

己는 몸을 굽혀 웅크린 형상을 나타낸 상형문자이다. 같은 몸이라도 身(몸 신)은 몸을 편다는 뜻이며 躬(몸 궁)은 편 등허리를 굽혀서 몸소 행하는 뜻이다. 躬을 躳으로 쓰기도 하는데, 呂(음률 려, 등뼈 려)는 신체의 등뼈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이 외에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몸의 경우는 體(몸 체)로써 표현한다.
己와 글자의 형태와 의미가 상통하는 已(이미 이) 巳(뱀 사)는 己로 표기(활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짓달(子月)에 1양이 始生漸長하여 음력 四月이 되면 6양이 모두 자라서 드디어 몸체가 완성되는데 이때가 地支로는 巳月에 해당한다. 양물은 본래 팽창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먹이를 삼켜 목 부위가 팽창된 뱀의 모양(巳)으로써 양이 극도로 성장한 때를 나타내는 것이다. 已의 字形도 이미 다 자란 상태를 뜻한다.

[참조]
다섯째 천간인 戊와 여섯째 천간인 己는 중앙의 五十土에 해당하는 천간이다. 1∼10의 수리를 나타낸 河圖로써 살피면 戊는 5에 속하는 陽土이고 己는 10에 속하는 陰土이다. 하도의 1 2 3 4 5를 생수라 하고 6 7 8 9 10을 성수라고 하는데, 5와 10이 배합한 土로써 오행(水火木金土)의 생성 과정을 끝마친다.
土는 심고 거두는 稼穡(稼 : 심을 가, 穡 : 거둘 색)의 작용을 하므로 생수의 끝인 5는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성수의 끝인 10은 수확물을 거두어들여 포괄하고 완결짓는 수가 된다. 十十之百의 이치에 따라서 백 가지 수의 마침을 10에 해당하는 己로써 말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己獨百之數之終).
사람의 몸 또한 外物의 근본이다(身外无物)

184. 長(긴 장) : 長部

長의 아래는 氏(각시 씨)의 형태로 나무의 뿌리, 위는 뿌리로부터 세 단계(ㅣ+三)에 걸쳐 길게 뻗어나간 줄기와 가지를 뜻한다. 초목이 다 자라서 성숙함을 의미하므로 길다는 뜻 외에도 어른을 뜻하고, 초목의 성장 과정이 점차적이므로 시간이 오래(長久) 걸린다는 뜻도 나온다.

[참조]
太極이 兩儀(陰 陽)를 낳고 양의가 四象(太陽 少陰 少陽 太陰)을 낳고 사상이 八卦(乾 兌 離 震 巽 坎 艮 坤)를 낳는 것이 三變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태극은 根源인 뿌리(氏), 양의는 줄기(제1변), 사상은 가지(제2변), 팔괘는 잎새와 열매(제3변)에 해당한다. 나무의 成長 과정이 태극의 이치와 부합하는 까닭에 '나무(木)가 빨리 뻗는다(亟 : 빠를 극)'는 極(다할 극)의 뜻을 취해서 태극의 용어를 삼은 것이다.
주역 하경의 風雷益卦( )는 아래(내괘)가 長男으로서 나무의 줄기에 해당하는 震陽木( )이고 위(외괘)는 長女로서 가지에 해당하는 巽陰木( )이다. 益은 長成한 나무의 상으로, 줄기를 뻗고 가지에 열매를 맺어 풍성한 결실[利益]을 거두는 괘상이다. 공자는 이를 木道乃行(나무의 도가 이에 행하여짐)으로 말씀하셨는데, 태극이 삼변해서 팔괘를 화성하는 것 또한 동방의 三八木道이다.

[47] 信使可覆하고 ; 믿음으로 하여금 가히 반복하게 하고
(회복하게 하고)
[48] 器欲難量이라 ;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하고자 할지니라.

信(믿을 신) 使(하여금 사, 부릴 사) 可(옳을 가) 覆(회복할 복, 덮을 복)
器(그릇 기) 欲(하고자 할 욕) 難(어려울 난) 量(헤아릴 량)

[총설]
[47]구는 안짝이고 [48]구는 바깥짝이다. 信使可覆은 믿음으로 하여금 가히 반복하게 한다는 뜻인데 覆은 復(회복할 복)과 통하는 글자이므로 신용과 신의를 지켜서 언제고 다시 믿음이 반복되어 돌아오게 하라는 말이다. 또한 '사람 인( )'변에 '말씀 언(言)'을 한 글자인 '믿을 신(信)'은 사람이 말과 같이 하라는 뜻으로 말만 내뱉고 말과 같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덥지 못함을 지적한 글자이다. 믿음이 반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곧 믿음이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말이 실천에 옮겨져서 그대로 회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릇은 사람의 器局(기국), 자기의 局量(국량)이다. 器欲難量은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하고자 한다는 뜻인데, 사람의 생긴 기국이라는 것이 좁아터져서 어디에 내놓지 못할 정도라면 아무런 국량이 없는 것이다. 저 굴 속에 들어있는 뱀이 몇 자 몇 치인지 전혀 모르듯이 말만 앞세우거나 하찮은 일로 성질을 내거나 해서 몇 푼어치도 안 되는 꼴이 되지 말고 깊숙이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기국과 국량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믿음(信)과 기국(器), 하여금(使)과 하고자 한다(欲), 가하다(可)와 어렵다(難), 반복한다(覆)와 헤아리다(量)가 모두 대가 된다.


185. 信(믿을 신) :  (人)部
信은 사람( )의 말(言)을 가리킨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으로서 입밖으로 내놓은 말은 天地間을 울리므로 그 말한 바를 반드시 지키고 이행해서 미더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믿음은 내적인 信念과 自信, 외적인 信義와 信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체적인 신념이 없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면 스스로 설 수 없고, 남들에게 신의를 지키지 못하고 신용을 잃으면 더불어 함께 일을 꾀할 수 없다.
[참조]
사람의 다섯 가지 덕성(五德 또는 五常)을 仁義禮智信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해당하는 덕성이 바로 信이다. 천지자연의 水火木金土 五行으로 설명하면 봄에 속하는 동방목은 仁, 여름에 속하는 남방화는 禮, 가을에 속하는 서방금은 義, 겨울에 속하는 북방수는 智에 해당하며, 사방의 수화목금을 조절 중재하는 중심인 중앙토가 곧 信에 해당한다.

186. 使(하여금 사, 부릴 사) :  (人)部
使는 사람( )에다가 벼슬아치를 뜻하는 吏(아전 리)를 더해서, 고위직의 벼슬아치(吏)가 공무집행상 아랫사람( )에게 일을 시키고 부린다는 뜻을 나타낸다.
吏는 한결같다는 一(한 일)과 공정하게 정사를 보고 문서를 기록하는 史(사관 사 : 中+又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고 中을 지켜서 사실대로 바르게 붓을 잡아 기록 h는 기록하는 사람)를 합친 글자로 관리를 뜻한다.

187. 可(옳을 가) : 口部
可는 입(口)과 나무가 씩씩하게 줄기를 벋는 의미인 丁(넷째 천간 정, 정정할 정)을 더해서, 올바르게 말할 적에는 그 말(口→言)이 떳떳하고 씩씩함(丁)을 뜻한다.
[참조]
옳고 그름을 是非(시비)라 하는데 어떤 일의 시비에 대해 찬반을 가릴 때에는 可否(가부)로써 표현한다. 否는 본래 입구멍이 막혀 비색(否塞)한 것을 의미하지만 '아니라고 말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막힐 비, 아니 부).
否의 위는 不(아니 불)로서 나무(木)의 줄기 윗부분을 끊어놓은 모습이기도 하다. 즉 나무가 더 자라지 못하는 상태가 不인데 그 아래에 口를 더해서 말문이 막힘을 나타내고 있다. 도리에 어긋나고 바르지 못한 말을 할 경우 자연 말문이 꽉 막히기 마련이다.

188. 覆(회복할 복, 덮을 복) :  (덮을 아)部
覆은 뚜껑을 덮어놓음을 뜻하는  에다 다시 회복함을 뜻하는 復(회복할 복, 다시 부)을 합쳐서 덮개를 잘 닫아 보관함으로써 다시 본래 상태를 회복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현재 상태를 뒤집어 엎어 새롭게 다시 한다는 뜻에서 '엎을 복'의 뜻으로도 쓰인다.
* 顚覆(전복)

189. 器(그릇 기) : 口部
器는 犬(개 견)에다가 田(밭 전)을 사방으로 벌려 놓은 글자 형태를 더해서 어찌보면 개밥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굳이 개밥그릇으로 이해하기보다는 犬을 大(큰 대)의 변형된 형태로 보아서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큰 밥그릇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器의 사방에 놓인 口를 밭(田)으로 보고 犬을 大로 간주하면 농사짓는 토대인 논밭이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바탕(그릇)이라는 뜻이 된다.

[참조]
器는 본래 井田圖의 한가운데 중심에 있는 田에서 나온 글자이다. 정전도는 洛書(낙서)와 洪範九疇(홍범구주)의 원리와 상통하는데, 그 중심을 田으로 표상한 것은 임금인 五皇極(오황극)이 中正한 도를 세상에 펼쳐 大同세계를 구현함을 의미한다.
井 안의 田은 샘물이 湧出(용출)하는 상으로서 모든 根源(水源)이 되는 자리이고 낙서 구궁수의 중심인 5(황극)에 해당한다. 중심인 5位가 큰(大) 자리이고 中實(田)한 까닭에 器가 되는 것이다.
낙서의 구궁수리로써 田을 설명하면 가운데의 5를 중심으로 마주보는 방위의 수합이 각기 十을 이루는 상이다(五用十作). 그릇은 물건을 싣는 것이다. 임금이 천하만민을 大同平治하려면 중정한 그릇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사람이 큰 일을 하는 그릇 노릇을 하려면 中正無私하고 偏黨이 없어야만 한다.
福(복 복) 또한 한(一) 가운데 구멍(口)이 밭(田)의 형상을 보인다는(示) 뜻이니 정전도의 器와 통하는 글자이다. 천지신명의 복을 받으려면 중정한 그릇을 이루어야만 하고, 열길 우물을 파는 정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고대의 토지 제도는 낙서의 구궁수리에 바탕한 井田法에 기준하였다. 정전법은 여덟 집에 각기 균등하게 밭을 분배 경작케 하여 私田으로 삼아 수확하게 하고, 그 중심밭은 나라의 토지, 즉 公田으로 간주해서 공동경작케 하고 나라에 賦稅(부세)하게 한 제도를 가리킨다.

190. 欲(하고자 할 욕) : 欠(하품 흠)部
欲은 골짜기를 뜻하는 谷(골 곡)에다 기력이 빠져 하품하는 欠(하품 흠, 빠질 흠)을 더해서 골짜기가 크게 파인 상을 나타낸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것과 흡사하므로 어떤 일에 대해 욕심부리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欲은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의미인 반면 慾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조]
欲 좌편의 谷은 파인 골짜기(八+八)에 물이 흘러 연못(口)을 이루는 자형이므로 兌上絶( ), 우편의 欠은 사람이 입을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으로서 기력이 다해서 험한 데 빠져든다는 뜻이므로 坎中連( )의 상이다.
상괘를 兌로 놓고 하괘를 坎으로 놓으면 못에 물이 새서 곤궁한 澤水困卦( )이므로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듯 절실히 구하고 바라는 것이 欲의 뜻과 부합한다. 상괘와 하괘를 바꾸게 되면 水澤節卦( )인데 이것은 행동을 절도있게 하고 욕심을 절제하는 의미가 있다.

191. 難(어려울 난) :  (새 추)部
難의 왼편은 본래  (노란진흙 근)이고 오른편은  이므로 새의 날개에 진흙이 묻어 날기 어려움을 뜻한다.
[참조]
難의 왼편은 大와 革으로서 큰 변혁을 의미하고 오른편의  는 남방에 속한 離火( )에 해당하므로 선천에서 후천으로 혁신되는 큰 어려움이 마치 새의 날갯죽지에 진흙이 묻어서 날기 어려움과 같다는 뜻이 된다.
주역의 괘로서는 땅속에 밝은 해가 들어있듯이 밝음이 상하여 큰 어려움을 겪는 地火明夷를 難에 견줄 수 있는데, 初九 효사에 마침 '明夷에 垂其翼이라(밝음이 상함에 그 날개를 드리운다)'고 하였다. 명이괘의 괘사에 이른 '利艱貞(어렵게 바름을 지킴이 이롭다)'과 단전에 이른 '以蒙大難(큰 어려움을 겪는다)'은 艱難辛苦(간난신고)의 어려운 과정을 의미한다.
艱은 동북간방에서 선후천 대변혁을 이룸에 있어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것이고(大革於艮), 難은 중천(  : ) 시기에 선후천의 대변혁이 어렵게 이루어짐을 말한다. 五味에 있어서도 매운(辛) 맛은 가을인 서방금에 속하고 쓴(苦) 맛은 여름인 남방화에 속하므로, 艱難辛苦의 辛苦는 여름( )이 지나고 가을( )이 도래하는 澤火革( )의 어려운 과정을 의미한다.
*  은 革卦의 初九 효사에 나오는 '黃牛之革'과 연계되는데, 남방화로부터 서방금으로 넘어감에 中央土(坤土)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火生土→土生金).

192. 量(헤아릴 량) : 里(마을 리)部
量의 위는 曰(가로 왈)이고 아래는 重(무거울 중, 거듭 중)을 변형한 형태로서 물건을 달아 몇 냥 몇 근 등을 헤아려 중량(무게)을 정한다는 뜻이다.

[49] 墨悲絲染하고 : 묵자는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였고
[50] 詩讚羔羊이라 : 시(詩)는 고양편(羔羊篇)을 찬미하였다

墨(먹 묵) 悲(슬플 비) 絲(실 사) 染(물들일 염)
詩(글 시) 讚(기릴 찬) 羔(염소 고) 羊(양 양)

[총설]
墨子(BC470?∼390?)는 중국 戰國시대의 사람인 묵가의 시조인 墨翟(묵적)을 가리키기거나 그가 쓴 책명을 일컫기도 한다. 墨이 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래 墨은 墨刑(이마에 入墨을 하는 형벌)을 일컫는 말로 노역을 숭상한 그의 학풍이 마치 천한 일에 종사하는 형도(刑徒)나 노예와 같다고 해서 당시 儒家의 상층 귀족이 붙인 별명이다. 하층 서민을 대표한 그는 이를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 자기네 학파의 호칭으로 삼았다. 신분은 당시 최하층인 工人인데 그런 관계로 성이 전해지지 않았다. 노나라에서 태어났고 송나라를 섬겼다고 한다. 경력은 거의 미상이다.
봉건적 사회체제의 해체 과정에서 당시 각 나라는 국내적으로는 중앙집권적 전제화, 대외적으로는 전쟁에 의한 대국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 것에 반대했던 그는, 예로부터 군주 귀족에게 예속되어 있었던 직능씨족(職能氏族)을 길드적 공인집단으로 완성시켜 그 최고 지도자로서 겸애(兼愛 : 相互愛의 보편화)와 비공(非攻 : 反戰平和) 실현을 위해 왕후 귀족을 설득하고, 침략 당하는 나라를 돕는 성곽수어(城郭守禦)와 같은 실천 활동을 지도했다. 그러나 정의의 전쟁을 옹호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秦의 군사팽창노선에 의한 천하통일을 지지한 것이다.
墨悲絲染은 이러한 묵자의 兼愛와 非攻 사상을 함축한 구절로, 사람의 性은 본래 善하나 습관과 주변 환경에 이끌려 不善을 하는데 그 예로 실이 본래는 희나 한번 검어지면 다시는 하얘질 수 없음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詩讚羔羊에서 詩는 詩經을 일컫는다. 시경은 사서삼경의 하나로 지금부터 2,500년 전 내지는 3,000년 전, 4∼500년 동안 중국에서 노래 불리워진 민요를 중심으로 하여 사대부들의 시가(詩歌) 및 신을 제사지내는 송가(頌歌) 3백편을 공자가 편집한 책이다. 시경을 삼경의 하나로 꼽는 이유는 詩가 사람들의 성정(性情)을 순화시키어 이 세상을 살기 좋은 평화세계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德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려는 왕도정치에서는 강요나 인위적인 법령보다는 이러한 시야말로 덕을 통한 교화를 이룩하는 가장 좋은 통치수단으로 보았다.
시라고 해서 모든 시가 왕도정치를 행하는데 효용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말했듯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시'들이야말로 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용이 큰 것이다. 즉 순박한 옛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한 시들이야말로 후인들의 마음과 감정에 훌륭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기에 공자는 시경을 편찬하고, 덕치주의를 이루기 위한 교과서로 삼았던 것이다.
위의 구절에서는 시경 가운데에서도 '소남(召南)'에 나오는 羔羊篇을 찬미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남이라는 나라가 文王의 정치에 교화되어 벼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절약하고 검소하며 정직하여 덕이 염소나 양과 같은 태평성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 관리들이 입었던 갖옷은 가죽과 가죽을 잇대고 꿰맨 옷 솔기를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하여 흰실을 꼬아 그 위에 대고 꿰맸다고 한다. 羔羊이란 시는 그런 옷을 입고 유유하게 퇴근하는 관리들의 모습을 노래했다.
여기서 墨悲絲染은 안짝이고 詩讚羔羊은 바깥짝의 글귀로, 墨悲와 詩讚, 絲染과 羔羊은 서로 대구(對句)를 이루고 있다.

193. 墨(먹 묵) : 土(흙 토)部
土에 黑(검을 흑)을 더한 회의문자로 검댕이와 흙을 섞어서 만든 '먹'을 의미한다. 黑의 글자 모양은 불( )을 때서 흙(土)으로 만든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굴뚝을 검게 만드는 데서 '검다'는 뜻이 나온다.
참고로 '묵돌불득검(墨突不得黔)'이란 '매우 바빠 동분서주함'을 의미하는 故事이다. 그러나 막상 검댕이에서 나온 검다는 뜻을 가진 이름의 묵적은 도를 전하느라 천하를 돌아다니기에 바빠 집에 있을 때가 드물어서 그의 집 굴뚝이 검게 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194. 悲(슬플 비) : 心(마음 심)部
心 + 非(아닐 비)의 회의·형성문자이다. 非는 새의 날개가 서로 등지고 좌우로 엇갈린 모양을 본떠 등지다, 어긋나다는 뜻을 나타내며, 여기에서 파생하여 아니다는 부정의 뜻으로 흔히 쓰인다. 따라서 悲는 마음이 좌우로 잡아 찢기어 아픈 듯한 슬픈 마음을 표현한다.

195. 絲(실 사) :  (실 사, 실 멱)部
 는  (작을 요)와 小(작을 소)를 합친 글자로 가느다란 실을 일컫는다.
흔히  를 두 개 합친 絲를 '실 사'라 하고,  라는 글자를 홀로 쓸 때에는 '실 멱' '다섯홀 멱'이라고 하는데 극히 가는 실 혹은 극소한 분량을 일컫는다.
누에가 입에서 토하는 실이 워낙 가늘어 잘못하면 헤아리지 못하는데서 忽(홀연 홀, 잊을 홀)이란 글자가 나왔는데 본래는 누에가 토해내는 한 가닥의 실을 세는 단위이다.  가 다섯 홀이니까 絲는 열 홀 즉 '십홀 사'란 뜻이 나오고 누에가 토해내는 실이라 하여 '명주 사' '자을 사'란 의미도 있다.

196. 染(물들일 염) : 木(나무 목)部
 (샘 궤) + 木의 회의문자로,  는 九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꺾어져 막다른 곳, 즉 더 이상 수맥이 길을 찾지 못하고 한 구멍으로 터져나온 샘물을 뜻한다. 여기에 나무 목(木)을 더해 수액(樹液)을 뜻한다. 그 나무액으로 옷감을 염색한다는 데서 '물들이다'는 뜻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沐(머리감을 목)에 九를 더한 모양으로도 본다면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물에 담가 염색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易解]
九를  (삐칠 별)에 乙(싹 을)을 더한 글자 형태로 보기도 하는데 十과 乙을 합친 형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十은 기본수(1∼10)를 끝마치는 수로서 모태(母胎)에 해당하고 乙은 땅 속의 싹이 서서히 땅 밖으로 구부러져 나옴을 나타낸다. 밝은 태양에 근원하여 모든 생명이 움트므로 태양수(노양수)인 9를 가리킨다.
四象은 안에 속하는 本位와 밖으로 실제 쓰이는 用數의 두 가지로 표현되는데, 태양( )은 1體9用, 소음( )은 2體8用, 소양( )은 3體7用, 태음( )은 4體6用이다. 대개 四象의 수를 6 7 8 9로 정의함은 용수에 바탕한 것이다.
한편 다섯 손가락을 다 편 상태인 十에서 엄지 손가락 하나를 구부린(乙) 모습을 본뜬 글자가 九이기도 하다. 하도(1∼10)와 낙서(1∼9)의 관계를 十과 九로써 풀이해보면, 하도는 十으로써 근본 바탕에 해당하므로 선천(十體)이 되고, 낙서는 九로써 그 현상작용에 해당하므로 후천(九用)이 된다. 천간 중 양기(씨앗)가 땅에 뿌리내림을 뜻하는 甲으로써 선천(十)을 상징하고 싹이 땅 속으로부터 움터서 나옴을 뜻하는 乙로써 후천(九)을 상징한다. 甲과 乙의 글자 형태를 각기 하도의 선천 十(甲)과 낙서의 九(乙)에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참고]
수를 헤아릴 때 첫째 손가락(엄지)에서 새끼손가락(약지) 방향으로 손가락을 차례로 꼽아 나아가는 것은 生數[天道]인 1 2 3 4 5를 낳는 과정이다. 이렇게 다섯 손가락을 다 꼽은 뒤에는 그 반대로 약지에서 엄지 방향으로 손가락을 되돌려 펴나가는데 이것은 成數[地道]인 6 7 8 9 10을 이루는 과정이다. 따라서 엄지를 손꼽은 것은 1과 9(태양)를, 둘째 검지까지 손꼽은 것은 2와 8(소음)을, 셋째 중지까지 손꼽은 것은 3과 7(소양)을, 넷째 무명지까지 손꼽은 것은 4와 6(태음)을 각기 나타낸다. 다섯째 약지까지 전부 손꼽은 상태는 천도의 극(天太極)인 5를 상징하고, 다섯 손가락 모두를 펴놓은 상태는 지도의 극(地太極)인 10을 상징하는데, 이 5와 10은 중심 태극으로서 사상을 낳는 근원이 된다.

197. 詩(시 시, 글 시) : 言(말씀 언)部
言에 寺(절 사, 관청 시)를 더한 회의형성문자이다. 寺는 본래 관청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믿는다, 모신다는 뜻이 파생되어 관청보다는 절을 의미하는 글자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詩는 내면의 마음을 헤아려(寸)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나온 만큼 다른 글(書)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두고 항상 읽게 되는 글이다.

198. 讚(기릴 찬) : 言部
贊(도울 찬, 고할 찬)은 貝(조개 패)+ (올릴 신, 나아갈 신)의 글자로 神에게 재물을 바쳐 고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言을 더한 讚은 언어로써 찬양하고 기린다는 뜻이다.

199. 羔(염소 고, 새끼양 고) : 羊(양 양)部
羊을 불(火,  )위에 올려 놓은 모양으로 통째로 굽기에는 어린 양이 좋은 데에서 새끼양이라는 뜻이 나오고, 하얀 양이 그을리면 검게 되는 데서 염소의 검은 모습과 닮았다 해서 염소를 뜻한다.

200. 羊(양 양) : 羊部
羊의 글자 모양은 양의 두 뿔 그리고 네 다리와 꼬리를 본뜬 것이다. 양은 털의 색이 하얘 사람의 순백한 성품을 일컬을 때 비유되기도 하고, 무리를 짓거나 앞장서려는 기질이 있음을 살펴 美(아름다울 미), 善(착할 선), 義(의로울 의), 群(무리 군), 洋(바다 양) 등의 글자에 사용하였다.
오행이치에 바탕한 후천팔괘의 태괘(兌卦, )는 서방에 속하며 백색에 해당한다. 태괘는 연못을 나타내는 동시에 양을 상징하는데, 서방을 대표하는 美國을 이 羊에다 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