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천(小周天) 행법
소주천(1)
기수련의 첫 단계 완성은 이른바 소주천에서 이뤄진다. 소주천이란 사람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본 옛 선인들의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옛 선인들은 우주의 운행원리와 인체의 순환원리를 같은 것으로 파악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이나 한얼이 우리의 머릿골 속에 내재해 있다는 사상은 모두 이런 사고의 틀 속에서 배어 난 것이다.
한데 주천이란 말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하나는 하늘이 둥글게 돈다는 뜻이다. 우주를 커다란 일원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주의 이치에 맞는 호흡은 둥근해와 둥근 달처럼 둥근 호흡이어야 한다고 일컬어진다. 따라서 우주의 운행이 끊어짐이 없는 것처럼 사람의 호흡도 끊어짐이 없어야 진정한 의미의 주천 호흡이라고 할 수 있다.
주천에 대한 또 하나의 풀이는 그것이 하루해의 운행을 뜻한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을 십이지,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표시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사람 몸의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에 있는 십이경혈을 우주의 운행원리인 십이지에 맞추었다.
임맥이란 사람 몸의 전면 정중앙선을 흐르는 경락의 큰 줄기를 말하는 것이고, 독맥은 머릿골에서 후면의 가운데를 흐르는 큰 줄기를 뜻하는 말이다.
흔히 소주천이라고 하면 바로 임맥과 독맥에 氣가 흐르는 상태 또는 기가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그런데 소주천을 단순히 기의 흐름을 느끼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착각은 절대로 금물이다.
기수련을 제대로 하게 되면 얼마 있지 않아 단전자리가 뜨거워지게 마련이다. 이때 단전에 계속 의식을 집중하면 단전 주변에 뜨거운 기운이 팽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사람에 따라선 뜨거운 기운이 회돌이쳐 진동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이런 상태는 모두 기수련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징표다.
단전자리에 감돌던 기운은 이윽고 성기(前陰)와 항문(後陰)의 중간 지점인 會陰으로 내려가서 뜨거운 기운을 尾閭關으로 휘몰아간다. 드디어 주천의 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등마루뼈 끝에 있는 혈인 미려관은 소주천 수련에서 맞는 최초의 관문이다.
소주천(2)
소주천 수련의 첫 관문인 미려관을 통과하는 일이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미려관으로 뜨거운 기운, 즉 양기가 휘몰아쳐 올라가면 그것이 스무스하게 통과하도록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침서에선 미려관을 통과하는 호흡방법으로 武息, 즉 강한 호흡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호흡방법은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을 지적해 두고 싶다. 무리하게 강한 호흡을 하다간 심신에 해로울 뿐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무식이 아니라 文息, 즉 약하고 자연스런 호흡이다. 미려관에 가볍게 의식을 집중하면서 호흡을 자연스럽게 가다듬는 것이 요령이다. 미려관으로 휘몰아친 양기는 비록 가벼운 의식일지라도 의식이 가해지면 더욱 큰 힘으로 미려관을 치받게 된다.
이때 미려관에 진동이 일어난다. 이런 진동은 양기가 미려관을 통과하려는 조짐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진동이 일어나면 의식을 하단전에 옮겨 집중해야 한다. 이때의 의식은 강한 의식이어야 하고, 호흡도 의식에 맞춰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윽고 양기가 미려관을 통과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했는데도 양기가 미려관을 통과하지 않는 수가 있다. 단 한 차례의 시도로 뜨거운 기운이 미려관을 통과하는 일이란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얘기된다.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만약 한 차례의 시도로 통과하지 못했다면 단전에 집중했던 강한 의식을 풀고 다시 미려관에 가볍게 의식을 두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미려관에 다시 진동이 일어난다. 진동이 일어나면 다시 의식을 단전으로 집중시킨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양기는 반드시 미려관을 통과하게 마련이다.
미려관이 첫 관문이라면 둘째 관문은 脅脊關이고, 셋째 관문은 玉枕關이다. 협척관은 등 뒤 두 겨드랑이 밑 연결선의 중앙에 위치한다. 그곳은 앞가슴의 단중 또는 중단전과 대칭을 이룬다. 옥침관은 머리 뒤통수에 위치하며 인당 또는 상단전과 대칭을 이룬다. 미려, 협척, 옥침의 세 관문은 소주천 수련의 성패를 가늠하는 三關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일단 양기가 미려관을 통과하면 命門을 거쳐 협척관으로 휘몰아친다. 이때 관문 통과를 위한 의식 집중과 호흡방법은 미려관을 통과할 때와 똑같다.
소주천(3)
양기가 옥침관을 통과하면 이윽고 정수리 쪽에 시원한 기운이 감돌게 된다. 정수리 쪽의 혈을 일컬어 百會 또는 泥丸이라고 한다.
백회를 중심으로 기운이 올라오면 그곳에 가볍게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이때 호흡은 자연스럽고 약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선 백회 언저리에 진동이 심하게 일어나는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은 양기가 백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조금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의식을 단전에 강하게 집중시키면서 호흡을 조절하면 쉽사리 양기가 백회를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하더라도 기운이 백회를 무사하게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절대로 무리를 해서는 안된다. 백회와 단전을 번갈아 가면서 의식을 집중해야만 한다. 요령은 삼관, 즉 미려와 협척과 옥침관을 통과할 때와 똑같다.
양기가 백회를 통과하면 순식간에 인당 즉 상단전으로 내려간다. 백회로 상승한 양기는 이곳을 정점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든다. 선도의 옛 문헌을 보면, 백회까지 양기가 올라가는 것을 進陽火라고 표현했고 그 이후의 하강국면을 退陰符라고 했다.
양기가 백회를 통과함에 따라 인당 언저리엔 시원한 기운이 감돌게 된다. 이때 인당에 가볍게 의식을 두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면 그곳에 양기의 집중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이 어떤 한계에 다다르면 인당 주변에서 진동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백회를 통과할 때처럼 의식을 단전과 인당에 번갈아 두면서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인당을 통과한 양기는 계속 내려가서 단중 즉 중단전에 이른다. 이때 顫中엔 시원한 기운이 휘몰아쳐 온다.
이 기운을 부드럽게 통과시키려면 역시 가벼운 의식과 약한 호흡, 즉 문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때도 단중에 진동이 일어나는데 놀랄 필요가 전혀 없다. 여태까지 해 온대로 단전에 의식을 두면서 적응하면 된다.
단중을 통과한 양기는 드디어 단전, 즉 하단전으로 내려온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약간 강하게 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단전에 의식과 호흡이 함께 집중됨으로써 진동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 진동은 단전에서 시발한 양기가 다시 단전으로 귀착한 이른바 소주천의 일회전을 입증하는 것이다.
소주천의 완성
소주천 수련과정에서 흔히 빚어지는 개념상의 혼란은 대충 네 가지가 손꼽힌다.
첫째는 감각적인 소주천과 진짜 소주천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각적인 소주천은 기가 몸통을 도는 듯이 느껴질 때 주천이 이루어졌다고 여긴다. 이를 두고 옛 선인들은 '공하거'라고 했다. 여기서 '하거'라는 말은 기가 수레바퀴처럼 돌고돌아 단을 이루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하거'란 아무리 해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진짜 소주천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소주천 느낌은 물론 확실하게 양기가 몸통을 주행해야 한다. 그것도 단 한번의 회전으로 주천이 이루어졌다고 하지 않는다. 수련을 반복해 언제든지 뜻하는 대로 기를 돌릴 수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溫養'과 '採藥'의 참뜻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양'이란 경락상 주요 관문에 양기를 머물게 해 호흡으로 뜸을 들이는 행위를 일컫는다.
소주천 과정에서 주요 관문은 전삼관과 후삼관, 그리고 백회와 회음이다. 전삼관은 상, 중, 하 단전을, 후삼관은 미려, 협척, 옥침관을 뜻한다.
'채약'이란 양기가 주천해 단전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서 온양함으로써 마무리짓는 것을 일컫는다. 단전에서 마지막 뜸을 들이다 보면 흰빛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채약'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다.
셋째는 '竅穴'과 '經穴'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혈'이란 양기를 온양하면서 호흡으로 뚫은 기혈을 뜻한다. 이에 비해 '경혈'은 침을 놓는 자리다. 그래서 '규혈'과 '경혈'의 위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넷째는 '子午卯酉' 공법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오' 공법이라면 대개 한밤중인 '자시'와 한낮인 '오시'에 하는 수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묘유' 공법이란 아침 '묘시'와 저녁 '유시'의 수련법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주천에서 '자오' 공법은 회음을 '자시' 즉 저점으로 삼고 백회를 '오시' 즉 정점으로 삼는 수직적인 순환관계를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묘유' 공법이란 협척을 '묘시'로, 단중을 '유시'로 삼은 수평적인 기의 흐름, 다시 말해 좌우 회전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련중 함정과 유혹
소주천이 이루어지면 몸과 마음이 말할 수 없이 건강해진다. 어지간해서는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설령 걸렸더라도 기의 왕성한 순환이 가져다주는 자체 치유력으로 쉬 낫는다.
비록 소주천이 되지 않았더라도 호흡수련을 꾸준히 하는 것은 건강을 보장하는 지름길의 하나다. 대개 병약한 사람의 호흡 모양을 보면 빠르고, 약하고, 얕은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건강한사람의 호흡은 느리고 깊고 힘찬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병약한 사람은 호흡법부터 바꿔야 한다. 호흡수련을 하게 되면 누구든지 소주천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하나는 바른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른바 한탕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탕주의란 결국 분수에 넘치는 욕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일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기의 세계에선 욕심은 금기이다. 초능력이나 신비주의를 탐하는 지나친 욕심은 자칫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수련을 하다 보면 한 두 고비의 함정과 유혹을 겪게 된다. 첫 번째 고비는 이른바 氣感을 느낄 때다. 사람에 따라서는 기감이 예민해 흥분하기 일쑤다가 마침내 기지상주의자가 돼 버린다. 그러나 기감을 느꼈다고 해서 흥분할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더욱 차분하고 이성적이어야만 한다.
둘째의 고비는 기수련이 진경을 이루어 이른바 기의 엑스터시(ecstasy)를 느낄 때다. 이때의 희열은 성교에서 오는 환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국부적인 진동이 일으키는 쾌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온몸에 진동이 와서 완전히 무아지경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나 이런 엑스터시에 홀딱 빠져서는 안된다. 기수련이란 어디까지나 진정한 심신의 건강을 찾는 것, 나아가서 자아 발견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기에 의한 진동이나 초상현상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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