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
[ Sweet-flag , Calamus , ショウブ ]
형태분류
뿌리: 뿌리줄기(根莖)가 발달하고, 마디에서 굵은 뿌리가 만들어진다. 뿌리줄기와 잎에서 향기가 난다.
잎: 뿌리줄기에서 모여 나고(叢生), 서로 마주 얼싸안으며, 아랫부분(基底)은 붉은 자색을 띤다. 단단한 다육질이며, 밝은 녹색으로 광택이 있고, 중심잎줄(中肋)이 크게 돌출한다.
꽃: 5~8월에 담황색으로 피며, 짝꽃(兩性花)으로 살진대꽃차례(肉穗花序)이다. 긴 꽃대(花莖)의 불염포(佛炎苞) 끝에 달리기 때문에 마치 잎 허리에 꽃이 난 것처럼 보인다.
열매: 결실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짓누르면 점액성을 띤다.
염색체수: 2n=18, 24, 36, 44, 481), 662)
생태분류
서식처: 못, 농촌 도랑 가장자리, 하천 습지 등, 양지~반음지, 과습(過濕)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일본, 만주,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코카서스, 시베리아 등 (북미와 유럽에 귀화)
식생형: 습지식생(습생초원식물군락)
종보존등급: [IV] 일반감시대상종
종종 물이 들어차기도 하고 빠지기도 해 추수대(抽水帶)라고도 하는 호소의 가장자리가 창포의 서식처다. 그런 곳은 사초과의 매자기(Scirpus fluviatilis)도 좋아한다. 창포가 우점한 곳에서는 매자기가 보이지 않고, 매자기가 우점한 곳에서는 창포가 보이지 않는다. 뿌리줄기가 아주 건실하기 때문에 창포만 우점하는 단순 군락에서 다른 종이 파고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창포는 자연적인 습지, 즉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원시 상태의 자연습지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창포는 우리나라 사람과 인연이 특별한 민족식물자원으로, 한번이라도 인간의 정주와 개척 역사가 있었던 습지에서만 서식한다. 지리산 왕등재(해발 960m)의 중간습원에서 발견되는 창포군락은 문화적 자연유산으로서 징표가 되는 식생자원이다. 어떤 습지에 창포가 산다면, 그 기원은 사람의 식재로부터 잔존한 무리이거나, 오랜 세월 동안 그 주변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생태적으로 야생에서 생명환을 완성해가면서 스스로 자생하는 고유종의 범주에 속한다.
실제로 북미산 창포 종류는 2배체(2n)로서 종자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이외의 개체군은 뿌리줄기를 이용한 무성생식으로 번식한다.3) 유라시안대륙의 대부분 습지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창포4)는 결국 유라시안대륙의 원주민(선사인)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식물자원이며, 인간에 의해 뿌리줄기가 옮겨 심겨진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현존하는 창포는 인간이 정주한 습지 일대의 적절한 수준의 부영양화 수질에서만 산다. 말하자면 구정물에서 더욱 잘 산다. 창포는 뿌리줄기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에 일찍부터 인간에게 인식되었던 종이었고, 여러해살이 키 큰 풀(高莖草本)이기에 그 활용 가치가 컸던 자원식물이었다. 우리나라의 단절된 고대사를 이어주는 결정적인 단서를 민족식물 창포의 식물사회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창포의 향이 삿된 기운을 내쫓는다고 해서 양기(陽氣)가 가장 세다는 단오절에 아낙내들이 외출하기 전에 창포물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기도 했다. 18세기의 『경도잡지(京都雜誌)』5)는 창포를 이용하는 우리의 습속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었다. 한글명 창(챵)포6)는 한자명 菖蒲(창포)에서 유래하고, 일본명 쇼우부도 이 한자명에 대한 음독(音讀)이다.
일본에서는 일본명 쇼우부가 발음상 상무(尙武, marital spirit)나 승부(勝負)의 한자 음독(音讀)과 같기 때문에, 서기 1100년대 일본 무가사회(武家社會)에서 행운의 식물로 인식되었으며, 단오절에 집 기둥에 꽂아서 창포 향을 맡기도 했다.7) 창포의 잎 모양이 도검(刀劍)을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한자명 창포 이전에 고유 이름이 있었다. 15세기 초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8)에는 속운(俗韻)이라면서 한자 松衣亇(송의마) 또는 消衣亇(소의마)로 기록했고, 15세기 말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9)에서는 석창포(石菖蒲)와 창포를 숑의마로 번역했으며, 이런 이름들은 한자를 차자(借字)해 당시에 민초들이 부르던 명칭을 향명으로 표기한 것이다.
정확히 부르는 명칭의 유래는 알 길이 없으나, 아마도 창포 뿌리에서 나는 맛이나 향기에서 버섯 송이의 향기에 잇닿아 있는 명칭이거나, 망치(亇)처럼 생긴 열매 겉모양이나 그 점액성에서 어린 솔방울을 떠올린 명칭일 수도 있다. 몸에 깃들어 있는 삿된 병마를 내쫓기 위해 창포 뿌리로 담근 술을 마셨다는 습속도 전한다.10) 마침 이것은 소나무(松)가 가진 민속 정보와도 일치한다(소나무 참조). 때문에 한자 명칭 창포(菖蒲)가 알려지기 전에도 우리식의 고유 이름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사실을 추정해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어쨌든 송의마와 엇비슷할 우리 이름은 사라져 버렸다.
창포의 속명 아코루스(Acorus)는 희랍어(akoron)에서 유래한다. 동공(瞳孔, pupil)을 뜻하는 core와 접두사 a가 합성된 동공이 없다(without pupil)란 의미이다. 서기 1세기경에 그리스의 약용식물학자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백내장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그런데 그 유래가 물레나물속을 지칭하는 히페리쿰(Hypericum)을 뜻하기도 하며, 일찍부터 삿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사당에서 방향제로 이용했다고도 전한다.11) 히페리쿰의 의미는 성인(聖人) 그림 위에 올리는 꽃(Above-pictures)인데(물레나물 참조), 집안의 귀신을 쫓아내는 서양 습속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종소명 칼라무스(calamus)는 창포를 지칭하는 라틴어다.
각주
- 1 北村 等 (1981)
[Sweet-flag, Calamus, ショウブ]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자연과생태)